윌리엄 요한은 육연희의 말에 뜨끔해 났다.두 사람 사이는 이미 깨졌을 뿐만 아니라 아주 산산조각이 났다.윌리엄 요한은 그 조각들을 하나씩 주워 담는 수밖에 없었다.그는 육연희와의 사이를 다시 돌려놓을 수 있는 마법이라도 할 줄 알았으면 좋겠다는 유치한 생각을 할 만큼 간절했다.머리를 숙여 육연희의 이마에 입을 맞추는 윌리엄 요한의 깊은 눈동자에는 감출 수 없는 슬픔이 일렁였다.“연희야, 만약 그런 날이 온다면, 날 용서해줄 수 있어?”윌리엄 요한은 슬픔이 가득 배인 목소리로 물었다.육연희는 눈썹을 찌푸리며 몇 초 동안
며칠 뒤.교대로 윌리엄 요한과 박서준과 함께 많은 곳을 놀러 다니며 집에 돌아갈 생각이 전혀 없었던 천우는 한지혜가 임신했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짐을 싸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박서준은 웃으며 천우의 볼을 꼬집고 말했다.“왜 이렇게 급하게 가겠다는 거야. 널 데리고 유럽도 같이 가려고 했는데.”짐을 정리하던 천우는 잠깐 멈추더니 큰 눈을 깜박이며 말했다.“유럽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와이프 보다는 아니에요. 빨리 돌아가서 정을 쌓아야 해요. 아빠가 그러는데, 엄마가 아빠를 사랑하는 이유는 엄마가 배 속에 있을 때부터 아빠
곽서연은 심드렁하게 낮은 목소리로 투덜거렸다.“내가 못할 줄 알아요?”“뭐라고?”“아니에요. 나랑 같이 점심이나 먹자고요. 학교 식당 밥 맛있거든요. 내가 사줄게요.”간절한 곽서연의 눈을 본 박서준은 차마 거절을 못한채 곽서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가자.”두 사람은 앞뒤로 식당에 들어갔다.미남 미녀가 함께 나타나자 주변에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게다가 두 사람한테서 보이는 나이 차이는 더 많은 사람의 눈길을 끌었다.한 친구가 다가와 물었다.“서연아, 남자친구야?”곽서연이 대답도 하기 전에 박서준의 낮은 목소
귀국하자마자 곧바로 한지혜 집으로 향한 천우는 차에서 내려 짧은 다리로 마당에 뛰어들어오며 소리쳤다.“이모, 저 왔어요.”천우의 목소리에 소파에 누워 과일을 먹고 있던 한지혜는 즉시 일어나 허연후를 멍하니 바라보며 말했다.“왜 천우의 목소리가 들리는 거죠?”허연후는 웃으며 한지혜의 얼굴을 꼬집으며 말했다.“네가 공연히 이뻐한 건 아니구나. 임신 소식을 듣고 단숨에 달려왔다고 하던데, 와이프를 낳아주지 못하면 미안해서 얼굴도 못 보겠어.”한지혜는 허연후를 밀치며 원망하는 태도로 말했다.“천우가 온다는 사실을 왜 안 알려준
한지혜와 허연후의 결혼식은 골든 호텔에서 진행되었다.두 사람의 결혼식은 연예계 전체를 뒤흔들어 놨으며 그들의 러브스토리는 모두를 감동하게 했다.따라서 자취를 감춘 배우진에 대한 사람들의 궁금증도 자연스럽게 더해졌다.연예계를 은퇴한 뒤 배우진의 소식을 아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결혼식을 앞두고 한지혜는 배우진한테 전화도 해보고 결혼식에 참석해 달라는 카톡도 보냈었지만, 지금까지 아무런 회답도 없었다.결혼식의 모든 절차가 끝나자 한지혜는 침대에 앉아 돈을 세며 격동된 목소리로 말했다.“연후 씨, 결혼 한 번에 이렇게 많
말을 마친 허연후는 고개를 숙여 한지혜의 목을 깨물었다.한지혜가 임신하고 있어 허연후는 어쩔 수 없이 다른 방법으로 욕구를 만족시켰다.두 사람의 첫날밤은 아주 특별했다.다른 한편, M 국의 왕궁 안.육연희는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워 네이버에 있는 실시간 검색어를 보고 있었다.한지혜의 결혼식이 1위를 차지하면서 배우진의 행보도 화제가 되었다.인터넷에는 배우진이 시련을 겪어 깊은 산속에 은둔하고 있다는 둥 모든 것을 포기한 채 사랑을 좇으러 갔다는 둥 별의별 소문이 다 떠돌았다.이런 헛된 소문들은 오히려 한지혜의 결혼 뉴스
하지만 다시 거론되는 지난 일에 씁쓸해진 마음이 본인조차 이해되지 않았던 육연희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바로 그때, 방문이 열리자 윌리엄 요한이 송이 버섯탕 한 그릇을 들고 들어와 침대 옆에 앉았다.그는 육연희의 안색이 좋지 않자 고개를 숙여 그녀의 이마에 뽀뽀하고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연희야, 몸이 안 좋아?”육연희가 눈을 뜨자 금색 가면을 쓴 윌리엄 요한의 얼굴과 깊이를 알 수 없는 그의 검은 눈동자가 눈에 들어왔다.육연희는 이불을 꽉 움켜쥐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윌리엄.”“응. 나 여기 있어. 왜?”육연희는
강렬한 짜릿함이 가슴을 타고 온몸으로 번지자 육연희는 참지 못하고 작게 신음 소리를 냈다.육연희는 윌리엄 요한의 머리를 양손으로 감싸 안으며 잠긴 목소리로 외쳤다.“윌리엄 요한.”육연희를 놓아줄 생각이 전혀 없었던 윌리엄 요한은 그녀의 민감한 부위를 한 번 더 자극했다.육연희는 온몸이 욕망에 불타는 것처럼 뜨거워졌다.몸에 걸친 잠옷이 천천히 벗겨지고, 방안의 불도 어두워졌다.윌리엄 요한은 가면을 벗고 그녀의 몸 구석구석에 거침없이 입을 맞췄다.처음에는 부드럽게 입을 맞추더니 나중에는 전혀 통제되지 않았다.윌리엄 요한은
“네가 안고 자고 싶다면 될 일이야? 네가 그러다가 이모부한테 쫓겨 나오면 내 잘못 아니다.”둘째와 셋째는 아빠와 천우가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고 신바람이 나서 쉴 새 없이 옹알이했다.육문주는 셋째를 끌어안고 볼 뽀뽀를 하며 행복한 얼굴로 말했다.“그래도 딸이 좋아. 역시 우리 보배 딸이 제일이야. 너희 오빠 한번 봐봐. 고작 3살밖에 안 됐는데 아빠 엄마는 안중에도 없고 와이프를 입에 붙이고 살잖아.”셋째는 아빠의 따뜻한 품에서 웃음꽃을 피우고 입을 비죽이며 뭐라 말했다. 아기의 귀여운 모습에 심장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자리로 돌아간 송학진은 차서윤을 아래 우로 훑어보고 관심 어린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그렇게 위험한 상황에서는 나한테 연락해야지. 내가 걱정했잖아. 날 남편이라고 생각하는 거 맞아?”미간을 찌푸린 채 잔뜩 화가 나 보이는 송학진을 차서윤이 빙그레 웃으며 달래줬다.“걱정하지 마세요. 강한나 씨를 만났을 때부터 심상치 않음을 느꼈어요. 식사하는 내내 자꾸 저희를 보면서 친구들과 뭐라고 소곤거리더군요. 그 사람들이 무슨 수를 쓸 것을 먼저 예상하고 화장실로 간 거예요. 둘째 도련님이 다가올 때 먼저 스프레이를 뿌리고
“지금 무슨 소릴 하시는 거예요? 전 그런 적 없어요. 바람피우다가 송 대표님한테 잡혀서 저한테 덮어씌우려는 수작인 것 같은데요. 그만하시죠.”차서윤은 장사연이 있는 쪽으로 걸어가더니 젖 먹던 힘까지 짜내서 그녀의 뺨을 후려치고 매서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저 남자를 이용해서 저를 망가뜨리고 제가 바람났다고 학진 씨를 불러올 수작이었죠. 이런 수작에 제가 넘어갈 줄 알았어요? 제가 바보로 보여요?”말을 마친 차서윤은 화가 가시지 않는지 장사연의 나머지 반쪽 뺨을 후려쳤다.“제가 학진 씨와 결혼한 게 마음에 들지 않는가
강한나와 친구들은 시간이 됐다 싶어 화장실을 찾아가서 문이 잠겨있다며 호텔직원을 불러 모았다.그 소식을 들은 송학진도 아림을 데리고 화장실이 있는 쪽으로 달려왔다.무슨 영문인지 화장실 앞에 사람이 많이 모여 있어서 마음이 놓이지 않은 송학진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어떻게 된 일이에요?”어떤 여자가 비꼬는 말투로 대답했다.“딱 보면 알리죠. 파렴치한 남녀가 지금 바람피우는 거죠. 정말 이상한 여자가 다 있네요. 방 하나 예약하면 될 일을 굳이 화장실에서 저러잖아요.”“더 스릴 있으니까 그러는 거죠. 저는 이런 장면 많이
강한나가 4년을 기다려 기다려온 것은 송학진이 다른 여자와 결혼했다는 소식이었다. 그때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이 허망한 느낌이 들었다.그녀는 그 소식이 가짜라 생각했고 송학진이 다른 여자를 좋아할 리가 없다고 자신을 위로했다. 강한나는 송학진과 다시 시작하고 싶어서 외국에서 돌아왔는데 한차례 모욕을 받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오늘 아침에 발생한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뺨이라도 처맞은 것처럼 얼굴이 얼얼했고 가슴이 아파 났다.그녀는 독기를 품은 눈빛으로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말했다.“내 남자는 영원히 내 것이야. 누구도 빼앗
송학진이 차서윤과 아림을 데리고 행복한 모습으로 레스토랑에 나타난 것을 본 강한나는 치밀어 오르는 질투심을 참을 길이 없었다.오늘 저녁은 친구들이 그녀를 위해 마련해준 자리였다. 그녀의 친구들은 송학진을 알고 있었고 그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알고 있었다.너무나도 거북한 장면에 강한나는 주먹을 불끈 쥐고 어색한 웃음을 자아냈다.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송학진을 불렀다.“학진아.”강한나의 부름 소리를 들은 송학진은 아무런 표정 없이 무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서윤과 아림을 끌어안고 예약한 자리로 갔다.강한나의 친구들
“그런다고 제가 용서해 줄 것 같아요? 오늘부터 일주일 동안 저한테 손대지 마세요.”“여보, 그건 너무했어. 벌써 금욕이라니! 내가 참지 못하고 죽으면 어떡해. 다음에 주의할 테니까 제발 용서해 줘.”두 사람이 차 옆에서 티격태격하고 있을 때 매니저가 아림을 데리고 멀리서부터 다가왔다.아림은 팝콘을 품에 안고 활짝 웃으며 그들을 바라보았다.“아빠, 엄마. 얘기 끝나셨어요?”송학진이 허리를 굽혀 아림을 안아 들고 어린이의 볼에 입을 맞춘 뒤 웃으며 대답했다.“응, 얘기 다 끝났어. 근데 어쩌지? 엄마가 아빠 때문에 많이 화
송학진의 갑작스러운 키스에 놀란 차서윤은 아무런 반응도 못 하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피팅룸에 놓인 커다란 거울에는 흰색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는 아름다운 여인이 거울 앞에서 남자에게 입술을 약탈당하는 모습이 비쳐있었다.거울 속 두 사람의 모습을 본 차서윤은 너무 부끄러워 토마토처럼 목과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키스가 끝나자 수치스러운 마음에 그녀는 송학진의 어깨에 이빨 자국을 남기고 그를 째려보며 말했다.“이건 너무했어요!”송학진은 어깨에서 느껴지는 아픔에 잠깐 미간을 찌푸린 뒤 웃으며 대답했다.“미안해.근데 너 아
아림의 말에 송학진은 웃으며 말했다.“요놈이 너한테 뭘 가르친 거야. 이제 보면 엉덩이를 때릴 거야.”“천우 오빠 때리지 마세요. 쌍둥이한테 뽀뽀도 할 수 있게 하고 날 엄청나게 예뻐한단 말이에요. 아빠, 쌍둥이들이 너무 귀여웠어요. 손도 너무 작고 보들보들해요. 나도 여동생을 갖고 싶어요.”아림의 말에 송학진은 웃으며 차서윤의 입술에 뽀뽀하고 그녀의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했다.“이건 엄마가 허락해야 해. 여보, 우리 오늘 밤에 딸 소원을 들어줄까?”차서윤은 송학진을 흘겨보며 말했다.“애 앞에서 못하는 말이 없어요.”송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