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준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천우를 쳐다보며 물었다.“고모부한테 전화한 거야?”“그럼요.”“전화번호는 누가 알려줬어?”천우는 작은 입을 삐쭉 내밀며 말했다.“전번에 고모가 고모부한테 전화하는 걸 보고 외웠어요.”박서준은 웃으며 천우의 얼굴을 꼬집고 말했다.“한번 보면 기억하는 능력이 있어? 우리 꼬맹이, 삼촌은 네가 점점 더 좋아지는데?”두 사람이 얘기하고 있는데 비서가 들어오며 말했다.“박 대표님, 윌리엄 공자께서 천우 도련님을 데리러 오셨대요.”“들어오라고 해.”윌리엄 요한이 들어오자 천우는 그를 향해
육연희는 오랫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확 날려버리고 싶은 충동에 깊게 생각하지 않고 즉시 함께 가기로 대답했다.천우는 가면을 쓴 육연희를 보고 흥분한 채 작은 손으로 손뼉을 치며 말했다.“너무 짜릿할 것 같아요. 고모부, 나도 쓸래요.”윌리엄 요한은 꼬마 돼지 가면을 천우에게 씌워준 뒤 허리를 굽혀 천우를 안고 육연희의 어깨를 감싸며 말했다.“애기야, 가자.”윌리엄 요한이 부른 ‘애기’에는 천우뿐만 아니라 육연희도 포함되어 있었다.육연희는 호칭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뭐라고 할 수도 없었다.세 사람은 차를 몰고 디
말이 채 끝나기 전에 육연희는 천우의 입을 가로막고 안전띠를 풀어 천우를 품에 안은채 급하게 자리를 떠났다.밖에 나와서도 육연희의 볼은 여전히 화끈거렸다.천우는 두 손으로 육연희의 볼을 만지고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고모, 부끄러워하지 마세요. 엄마 아빠는 신혼여행 갔을 때 뽀뽀에 정신이 팔려 날 까먹어서 내가 바지에 오줌까지 쌌어요.”천우의 말에 육연희와 윌리엄 요한은 웃음을 터뜨렸다.세 사람은 인파를 따라 다음에 탈 놀이기구를 향해 걸었다.곰돌이 롤러코스터를 본 천우는 격동하며 말했다.“고모부, 나 저거 타고 싶어
불꽃놀이는 밤 열시부터 시작됐다.광장에는 일찍부터 많은 사람이 모여있었다.천우는 한시라도 지체할세라 두 사람을 끌고 갔다.육연희는 천우를 품에 안고 윌리엄 요한은 뒤에서 두 사람을 품에 안았다.‘펑’하는 큰 소리와 함께 불꽃이 깜깜한 하늘을 수놓았다.천우는 흥분하며 소리쳤다.“와아, 이쁘다.”모든 사람의 관심은 불꽃놀이에 쏠려있었다.하지만 윌리엄 요한의 시선은 줄곧 육연희한테 머물러 있었다.화려한 불꽃은 육연희의 예쁜 얼굴을 더욱 화려하고 어여쁘게 비춰줬다.그뿐만 아니라 공작새 가면은 그녀의 아름다움에 요염함을 더
윌리엄 요한은 육연희의 말에 뜨끔해 났다.두 사람 사이는 이미 깨졌을 뿐만 아니라 아주 산산조각이 났다.윌리엄 요한은 그 조각들을 하나씩 주워 담는 수밖에 없었다.그는 육연희와의 사이를 다시 돌려놓을 수 있는 마법이라도 할 줄 알았으면 좋겠다는 유치한 생각을 할 만큼 간절했다.머리를 숙여 육연희의 이마에 입을 맞추는 윌리엄 요한의 깊은 눈동자에는 감출 수 없는 슬픔이 일렁였다.“연희야, 만약 그런 날이 온다면, 날 용서해줄 수 있어?”윌리엄 요한은 슬픔이 가득 배인 목소리로 물었다.육연희는 눈썹을 찌푸리며 몇 초 동안
며칠 뒤.교대로 윌리엄 요한과 박서준과 함께 많은 곳을 놀러 다니며 집에 돌아갈 생각이 전혀 없었던 천우는 한지혜가 임신했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짐을 싸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박서준은 웃으며 천우의 볼을 꼬집고 말했다.“왜 이렇게 급하게 가겠다는 거야. 널 데리고 유럽도 같이 가려고 했는데.”짐을 정리하던 천우는 잠깐 멈추더니 큰 눈을 깜박이며 말했다.“유럽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와이프 보다는 아니에요. 빨리 돌아가서 정을 쌓아야 해요. 아빠가 그러는데, 엄마가 아빠를 사랑하는 이유는 엄마가 배 속에 있을 때부터 아빠
곽서연은 심드렁하게 낮은 목소리로 투덜거렸다.“내가 못할 줄 알아요?”“뭐라고?”“아니에요. 나랑 같이 점심이나 먹자고요. 학교 식당 밥 맛있거든요. 내가 사줄게요.”간절한 곽서연의 눈을 본 박서준은 차마 거절을 못한채 곽서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가자.”두 사람은 앞뒤로 식당에 들어갔다.미남 미녀가 함께 나타나자 주변에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게다가 두 사람한테서 보이는 나이 차이는 더 많은 사람의 눈길을 끌었다.한 친구가 다가와 물었다.“서연아, 남자친구야?”곽서연이 대답도 하기 전에 박서준의 낮은 목소
귀국하자마자 곧바로 한지혜 집으로 향한 천우는 차에서 내려 짧은 다리로 마당에 뛰어들어오며 소리쳤다.“이모, 저 왔어요.”천우의 목소리에 소파에 누워 과일을 먹고 있던 한지혜는 즉시 일어나 허연후를 멍하니 바라보며 말했다.“왜 천우의 목소리가 들리는 거죠?”허연후는 웃으며 한지혜의 얼굴을 꼬집으며 말했다.“네가 공연히 이뻐한 건 아니구나. 임신 소식을 듣고 단숨에 달려왔다고 하던데, 와이프를 낳아주지 못하면 미안해서 얼굴도 못 보겠어.”한지혜는 허연후를 밀치며 원망하는 태도로 말했다.“천우가 온다는 사실을 왜 안 알려준
차유라와 말다툼이 벌어지려는 찰나 지켜보던 경호원이 다가가 제지하며 말했다.“고의로 대표님 약혼자의 헛소문을 퍼뜨리고 헐뜯는 당신들은 육엔 그룹에서 출근할 자격이 없습니다. 당장 이곳에서 나가세요.”쫓겨나는 여자들을 지켜보던 차유라는 그제야 뭔가를 깨달았다.사실 육천우는 그녀를 용서하는척하면서 이 모든 걸 직접 보면서 마음을 접기를 바란 거였다.차유라는 화가 나서 이를 악문 채 강당 위에서 다정한 눈빛으로 허나연에게 목걸이를 걸어주는 육천우를 노려보았다.간간이 들리는 축복의 소리에 이가 부서지도록 악물고 있는데 차 교수의
내연녀라는 말에도 허나연은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웃으며 말했다.“차유라 씨, 이 시점에도 그런 말을 하는 거 보면 간이 배 밖으로 나왔네요?”“허나연 씨, 저의 아빠가 천우의 스승이라는 걸 잊었어요? 천우가 배은망덕한 사람도 아니고 날 뭐 어떻게 할 거로 생각하는 거예요? 천우야, 안 그래?”차유라는 육천우한테 눈길을 돌렸다.아무 말도 하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육천우는 침대에서 내려오더니 허나연의 곁으로 다가가 그녀의 어깨를 감싸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자기야, 우리 일단 연회에 먼저 참가하고 차유라는 연회
육천우는 손님들 접대하느라 한 바퀴 돌고 나니 머리가 좀 어지러워지자 자리를 찾아 앉아 휴식을 취했다.혼자 앉아 있는 육천우를 발견한 차유라는 바로 앞으로 다가가서 말했다.“천우야, 왜 그래? 술 많이 마신 거야?”육천우는 반쯤 감은 눈을 하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머리가 좀 어지럽네.”“내가 부축할게. 위층에 올라가 좀 셔.”차유라는 복무원을 불러 함께 육천우를 부축해 위층 방으로 들어갔다.들어가자마자 육천우는 침대에 쓰러져 꼼짝하지 못했고 차유라는 그런 육천우에게 다가가며 불렀다.“천우야, 천우야.”아무리 불러
허나연은 그들의 말에 신경 쓰지 않으려 했지만, 어머니의 명성을 희롱하는 소리를 듣고 더는 억제 할 수 없어서 홧김에 달려 나가 그 여자의 뺨을 후려쳤다.“누가 감히 뒤에서 우리 엄마를 희롱하고 있어?”“허나연, 내가 틀린 말 했어? 차유라 씨랑 육 대표님이 서로 좋아하는 사이인 걸 알면서 매일 대표님 사무실에 드나들더니 내연녀가 아니면 뭔데?”허나연은 그들을 비웃으면서 말했다.“차유라가 당신들한테 그렇게 말한 거야?”“차유라 씨가 말해줄 필요가 있겠어? 회사 사람들 전부 그렇게 알고 있는데. 해외에 있는 3년 동안 차유라
육천우는 대중들의 환호 속에서 허나연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 주고는 몸을 일으켜 허나연을 바라보면서 말했다.“나연아, 나 이제 키스해도 돼?”이 말은 분명 물음형이었지만 허나연이 대답도 하기 전에 커다란 손은 이미 그녀의 머리를 감싸 쥐고 촉촉한 입술로 그녀의 입술에 키스하고 있었다.현장에서는 축하의 환호성이 울려 퍼졌고 허나연은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혔지만 육천우의 애틋한 마음에 그녀는 거절할 수가 없었다.둘은 얼마 동안 키스를 했는지도 모르고 서아의 목소리가 들릴 때 대서야 키스를 멈췄다.“아빠, 삼촌이랑 이모가 뽀뽀하
육천우의 말을 듣던 허나연은 하염없는 눈물을 흘리며 코를 훌쩍거리며 말했다.“왜 나한테 이렇게까지 잘해주는 거야? 조금이라도 나쁘게 대했어도 내가 이 정도로 슬프진 않았을 거잖아.”육천우는 허나연의 눈물을 닦아주면서 달래며 말했다.“애기야, 울지마. 오빠한테 이거 하나만 대답해 줄래?”허나연은 눈물을 머금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오빠가 묻고 싶은 게 뭔지 나도 알아. 천우 오빠, 나 어릴 적부터 오빠랑 붙어 있는 걸 좋아했고 커서도 항상 오빠 옆에만 있었고 후에 사춘기가 되니까 오빠가 너무 간섭해서 자유가 없는 것이 싫
허나연은 의아해하며 고개 들어 까맣고 반짝이는 눈동자로 육천우를 바라보며 물었다.“어떤 이벤트길래 이렇게 비밀스럽게 행동하는 거야?”허나연은 겉으로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척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수도 없이 긴장해 하고 있었고 머릿속에 한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가면서 기대하면서도 긴장한 듯 하였다.육천우는 허나연의 눈을 막고 지하실에 있는 극장 쪽으로 향했고 따라가는 허나연의 궁금증은 점점 커져만 갔다.“육천우, 대체 어딜 데리고 가는 거야?”육천우는 극장의 문을 열고 허나연의 눈을 가린 커다란 손을 내리며 사랑이 가득 담긴 목
“오빠 이제 다신 어딜 안 갈 거야. 알았지?”허나연은 붉어진 눈으로 입을 삐쭉 내밀면서 말했다.“거짓말하지 마. 3년 전에 떠나면서 매일 연락한다고 해놓고 가서는 내 연락도 다 무시해 버렸으면서. 나 밤마다 오빠 전화 기다리다 잠들었단 말이야.”허나연은 술땜에 말투가 흐트러졌지만 육천우는 다 알아들을 수 있었고 듣고 나서 그의 마음은 칼로 베는 듯 아팠다.여태껏 육천우는 허나연이 자신을 귀찮아한다고만 생각했고 서로 성장 공간을 가져야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해외에 나간 건데 허나연이 이런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을 줄은
허나연은 입을 쀼죽하게 내밀고 육천우를 바라보며 말했다.“뭔 생각했다고 그래. 나 혼자서 얼마나 자유스러웠는데.”허나연은 사실 자유스러웠던 건 맞지만 마음은 많은 공허함을 느꼈다.육천우가 항상 옆에서 이것저것 참견하여 허나연은 귀찮게만 느꼈었지만, 그가 해외로 떠나고 나서야 그의 빈자리가 얼마나 큰지 알게 되었다.허나연은 사람들이 없을 때면 항상 조용하게 혼자 육천우랑 함께했던 나날들을 회상했었고, 커플들끼리 꽁냥 거리는것을 볼 때면 항상 옆에 있어 줬던 육천우를 생각했다.이 말을 들은 육천우는 웃으면서 허나연의 머리를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