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연후는 한지혜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바닥에 쓰러졌다. 그의 눈이 감기는 것을 본 천정우는 광기에 찬 웃음을 터뜨리며 하늘을 향해 외쳤다.“가은아! 내가 복수를 해냈어. 네가 갖지 못한 사랑, 아무도 갖지 못하게 했어. 이제 허연후도 너를 따라갔으니, 더는 외롭지 않을 거야. 나도 곧 따라갈게.”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입안에 약을 털어 넣었고, 몇 초 지나지 않아 입에서 거품을 물며 쓰러졌다.곧이어 공장 안으로 들이닥친 경찰들이 상황을 장악했고, 폭발물 해체팀은 한지혜 몸에 묶인 폭탄을 해체하기 시작했다.폭탄이 완전히 해
이 소식을 듣자마자 한지혜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병실 밖으로 뛰쳐나갔다.뒤따르던 천우는 짧은 다리로 힘겹게 그녀를 쫓아가며 외쳤다.“이모! 연후 삼촌이랑 제 와이프 만들어주러 가는 거예요?”천우의 엉뚱한 말에 조수아는 웃음을 터뜨리며 옆에 있던 육문주를 힐끗 쳐다봤다.“이러다 정말 며느리가 생기는 거 아니야?”육문주는 그녀의 배를 살며시 어루만지며 웃었다.“그렇다 쳐도, 우리 딸은 벌써 5개월인데 지혜 씨는 아직 임신도 안 했잖아. 경쟁이 되겠어?”조수아는 장난스러운 미소로 말했다.“그런데 생각해 봐. 만약 지혜 딸
허연후는 그녀에게 깊이 입을 맞추며 속으로 수없이 미안함을 되뇌었다.그녀를 잊어버렸던 일, 그녀가 기대와 희망을 품었을 때 외면했던 자신을 사과하고 있었다.하지만 한지혜는 그가 방금 강제로 키스한 것에 대해 사과하는 것이라 착각하고 있었다. 그녀는 그의 키스를 받아들이며 살짝 입을 열어 응답했다.두 사람의 마음속에는 복잡하고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이 뒤섞여 있었다. 기쁨과 슬픔, 그리고 무엇보다도 서로에 대한 고마움이 자리하고 있었다.수많은 시련과 고난을 겪어왔지만, 결국 이렇게 다시 함께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는 사실에
허연후는 미소를 띤 채 한지혜의 입술에 가볍게 입맞추며 장난스러운 말투로 말했다.“결혼도 안 했는데 이렇게 살뜰히 챙겨주면 어떡해! 이러니까 정말 더는 못 참겠다니까.”그는 그녀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며 다시 입술을 깊게 맞췄다.한지혜는 잠시 저항하려다 천장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서둘러 말했다.“카메라 있어요. 이러다 병원에 소문나면 어떡하려고 그래요?”허연후는 가벼운 웃음소리와 함께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보라고 해! 어차피 처음도 아니잖아.”그는 그렇게 말하며 더 깊고 강하게 그녀의 입술을 탐했다. 그의 숨결이
한지혜는 깜짝 놀라며 몸을 뒤로 물렸다.“그냥 안 맞힐래요!”그녀는 허연후와 떨어져 지낸 지 2년이 넘었고, 그동안 그도 절제하며 지냈을 거로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디선가 들은 말이 떠올랐다.‘오랜 절제 끝에 해방된 남자는 맹수처럼 변한다고 하지 않았던가...’그녀는 스스로 위험에 뛰어들고 싶지 않았다.허연후는 그런 그녀의 반응이 재미있다는 듯 장난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그렇게 겁먹을 필요 없어. 내가 예전처럼 끝도 없이 밀어붙일 것 같아? 이제 나도 나이가 있어서 그 정도는 힘들다니까.”그의 입은 그렇게
한지혜는 허연후의 말이 순수한 의도가 아니라고 직감하며 고개를 돌려 창밖의 야경을 바라봤다.“지금도 충분히 예쁘니까, 굳이 깜짝 놀랄 일은 필요 없을 것 같아요.”허연후는 그녀의 귀에 입을 가까이 대며 낮고 깊은 목소리로 속삭였다.“정말? 그럼 조금 있다가 놀라서 소리 지르지 말아.”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한지혜의 시야에 환상적인 장면이 펼쳐졌다.다채로운 불꽃이 밤하늘에서 하나둘 터지더니, 마치 유성우처럼 강물 위로 흩날렸다.그 광경은 너무나도 아름다워 그녀는 무심코 감탄을 터뜨렸다.“연후 씨, 정말 연후 씨가 준비한
한지혜는 눈물이 가득 맺힌 눈으로 눈앞의 허연후를 바라봤다.한때 그는 그녀에게 그저 제멋대로에다 자유분방한 바람둥이에 불과했다.그런 그가 지금은 그녀 앞에 무릎을 꿇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로 사랑을 고백하고 있었다. 그의 눈빛에는 거짓 없는 진심과 깊은 사랑이 담겨 있었다.그 순간, 한지혜는 허연후와의 인연이 운명임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천천히 손을 내민 그녀의 손등 위로 눈물방울이 뚝 떨어졌다. 허연후는 그녀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우고, 그 위에 조심스럽게 입을 맞췄다. 그의 눈빛은 여전히 따뜻했고, 그 깊이는 그녀의
“그럼 약속해요. 절대 거짓말하면 안 돼요.”...이번 청혼식은 화려하거나 웅장하지 않았다. 고급 호텔도, 눈부신 장식도 없었지만, 그 어떤 것보다 특별하고 의미 있는 순간이었다.허연후는 모여 있는 사람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말했다.“이제 다들 돌아가세요. 여기서 더 배웅은 못 하겠어요. 해야 할 일이 있거든요.”그가 그렇게 말하는 동안 그의 시선은 줄곧 한지혜에게 고정되어 있었다.그 모습을 본 곽명원이 장난스럽게 입을 열었다.“힘 조절 잘해라. 심장 이제 좀 괜찮아졌다고 무리하다가 신장 하나 더 나가면 어쩌려고? 지혜
“예람이가 너 어제 귀국했고 나연이도 너희 집에서 잤다고 하던데. 별일 없었지?”“어떤 방면에서요?”“뻔히 알면서 왜 물어? 만약 너희 둘한테 무슨 일 있었다면 엄마가 이모랑 삼촌한테 말해서 결혼 서둘러야지. 어차피 이 결혼은 정해놓은 건데.”육천우는 웃으며 말했다.“내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면 엄마 실망하실 거잖아요. 아니면 오늘 제가 나연이 데리고 집에 갈까요? 술이라도 먹이면 무슨 일이 생길 것도 같은데. 그럼 그때 가서 이모한테 얘기하시면 되잖아요.”조수아는 화가 나서 욕을 했다.“이놈아. 나연이는 어릴 때부
말을 마친 육천우가 휴대전화를 꺼내 전화를 걸려 하자 허나연은 즉시 달려들어 그를 침대에 깔아 눕혔다.옷도 입지 않은 채 다시 껴안게 되자, 허나연의 머릿속에는 어젯밤의 장면이 하나둘 떠올랐고 하얀 얼굴은 순식간에 붉게 달아올랐다.육천우는 누운 채로 허나연의 허리를 끌어안고 귓가에 속삭였다.“어젯밤으로 만족을 못 하는 거야? 아침부터 왜 이래?”허나연은 화가 나 있는 힘껏 육천우의 가슴팍을 내리치고 씩씩거리며 말했다.“어젯밤에 우리한테 일어난 일 누구한테도 말하면 안 돼. 특히 네 엄마 아빠와 우리 엄마 아빠.”육천우는
육천우는 지금까지 뭔가를 이렇게 서둘러 본 적이 없었다. 그는 신발을 벗을 틈도 없이 허나연을 문 앞에 있는 신발장 위에 앉힌 뒤 입술을 맞추었다. 차 안에서 계속 자제하던 감정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야릇한 기운이 순식간에 방 안에 퍼졌다. 활활 타오르는 불길처럼 두 사람은 이성을 잃은 채 서로를 탐했다.옷가지는 하나씩 바닥에 떨어졌고 방에서는 가슴 뛰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허나연은 마치 긴 꿈을 꾼 것 같았다. 꿈속에서 그녀는 육천우와 말도 안 되는 짓을 했다. 허나연은 눈을 감고 머리를 쥐어박더니 속으로 욕을 퍼부었다.‘
육천우는 큰 손으로 허나연의 머리를 쓰다듬고 부드럽게 말했다.“그래. 오빠 왔어.”육천우의 대답에 코끝이 찡해진 허나연은 그의 목을 끌어안고 억울한 듯 말했다.“천우 오빠, 왜 지금까지 나 보러 안 온 거야? 나연이가 싫어진 거야?”허나연의 안쓰러운 모습에 마음이 아파진 육천우는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날 싫다고 그랬었잖아. 파혼까지 해달라고 소리 지른 건 너야.”허나연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눈물을 글썽인 채 육천우를 바라보았다.“천우 오빠, 삼 년 전에 했던 말을 취소할게. 파혼하는 거 싫어. 결혼하고 싶어. 그러
육예람은 허나연을 끌고 룸으로 들어갔다. 문을 열자마자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머리 위로 오색 띠가 흩날렸다.친구 중 한 명이 다가오며 말했다.“나연아, 너의 천우 오빠가 돌아온다며? 축하해.”허나연은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육천우 얘기 꺼내지도 마. 속이 갑갑해지려 하니까.”“갑갑할 게 뭐가 있어? 잘생겼지 능력 좋지. 겨우 26살에 M 국 금융계를 휩쓸었잖아. 개인 재산이 이미 네 아버지를 넘었다고 들었는데? 내가 만약 이렇게 좋은 남편이 있으면 자다가도 웃다가 깰 거야.”“그렇게 부러우면 네가 가질래?”“싫어
전화벨 소리에 잠에서 깬 허나연은 눈을 반쯤 감고 통화버튼을 눌렀다. 전화기 너머에서 육예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나연아,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는데 어떤 걸 먼저 들을래?”허나연은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나쁜 소식.”“너의 약혼자이자 나의 오빠가 곧 돌아온대. 너 앞으로 우리랑 같이 맘 편히 못 놀겠다. 하하하. 어때?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지 않아?”찬물을 끼얹는듯한 소식에 허나연은 순식간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육천우가 돌아온다. 사사건건 간섭하며 아무것도 못 하게 구속하는 그가 돌아온다.‘그럼 앞으로 나이트는
“건강하고 멋진 남편으로 네 앞에 서겠다고 했잖아. 서연아, 지난번 청혼은 너무 성급했어. 오늘 양가 부모님 앞에서 다시 한번 정중하게 청혼할게.”말을 마친 뒤 박서준은 주머니에서 작은 상자를 꺼내더니 안에서 청록색 팔찌를 꺼내 쥐고 한쪽 무릎을 꿇었다.“서연아, 이건 외할아버지께서 장가갈 때 아내에게 주라고 남긴 팔찌야. 이걸 착용하면 너는 이제 박씨 집안 며느리가 되는 거고 박서준의 아내뿐만 아니라 육 씨 집안 둘째 며느리가 되는 거야. 이 모든 신분을 다 받아들일 준비가 됐어?”정상적으로 걷고 있는 박서준 때문에 놀란 마
곽서연은 근간에 계속 여러 곳을 다니며 무대를 돌았던 터라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얼마 지나지 않아 박서준의 어깨에 기댄 채 잠들었다.얼마나 잤는지 누군가 귀를 깨물었고 곧이어 낮고 매혹적인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들려왔다.“잠꾸러기야, 집에 도착했어.”그제야 천천히 눈을 뜬 곽서연은 뜨거워진 얼굴을 박서준의 어깨에 몇 번 문지르고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물었다.“삼촌, 서프라이즈는요?”박서준은 웃으며 곽서연의 이마에 뽀뽀했다.“눈 감아. 같이 어디 가자.”말을 마친 박서준이 넥타이를 풀어 곽서연의 눈을 가리자 그녀의 궁금증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박서준을 밀어낸 곽서연의 눈에는 아직 가시지 않은 욕망으로 일렁였다.“제가 나가서 해장국을 가져다줄게요. 삼촌이 방금 취한 척 했다는 걸 눈치 못 채게 하세요. 안 그러면 정말 오늘 어떻게 될지 몰라요.”박서준은 고분고분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 여보 말 들을게.”박서준은 ‘여보’라는 호칭을 전혀 어색함 없이 불렀지만, 곽서연은 듣는 것만으로도 부끄러워 그의 가슴을 때리며 말했다.“함부로 부르지 말아요. 저 아직 아니거든요.”“조만간 될 거잖아. 하루빨리 박서준의 아내로 살면 누릴 수 있는 것도 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