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문주는 전동 칫솔에 약간의 치약을 짜서 조수아의 입에 넣었다.두 사람이 아래층으로 내려갔을 때, 조수아는 조태범이 화사한 색의 한복을 입고 휠체어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그녀는 웃으며 다가가서 말했다.“그냥 혼인신고만 하는 건데 너무 정식으로 입으신 거 아니에요?”너무 기쁜 나머지 조태범은 입을 다물지 못하며 말했다.“우리 수아가 시집을 가는데 당연히 정식으로 입어야지. 혼인신고 마치고 나면 육씨가문에서 네 아버지께 함을 주러 올 텐데 이 할아버지가 너를 부끄럽게 할 수는 없잖니.”이 말을 들은 조수아는 깜짝 놀라며
그 말을 듣자 육문주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무슨 일이예요?”도우미는 계속 울며 말했다.“조금 전에 사모님께서 오셨어요. 무슨 얘기를 나누셨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방에 돌아왔을 때 할아버지께서 입에 거품을 물고 얼굴이 창백해져 있는게... 거의 돌아가실 것 같았습니다.”육문주는 즉시 전화를 끊고 조수아의 손을 잡아 일으켰다.차가운 큰 손이 조수아의 손을 꼭 쥐었다.그는 마음속에서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조수아는 그가 잡아끌자 뭔가 일이 생겼다는 것을 바로 알아챘다.“무슨 일이야? 할아버지께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거야?
윤혜미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향을 피우고 있는 조수아를 가리키며 욕했다.“네 엄마 닮아서 너도 똑같이 재수 없는 년이야. 할아버지를 병원에 데려가겠다고 우기더니 결국 이렇게 만들 작정이었어? 우리 모두 할아버지 월급에 의지해서 살고 있었는데.”“아마도 쟤가 할아버지를 죽인 걸 거야. 그 보물을 혼자 차지하려고.”“자손들이 이렇게 많은데 어떻게 쟤 혼자 가질 수 있어? 돈만 쓰는 년이잖아, 저년. 안 돼, 그 보물 팔아서 우리 모두 나눠 가지자.”“그래, 팔아서 한 푼이라도 더 얻자.”순식간에 할아버지의 장례식은 재산 분배
임다윤은 약간 미안한 표정으로 조수아를 바라보며 말했다.“굳이 잘못을 뽑자면 내가 실수로 네가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사실을 흘렸다는 거야. 하지만 난 분명 어르신께 우리 육씨 가문에서는 그 문제를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어. 그냥 문주가 좋아하기만 하면 된다고. 다른 건 정말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그 말을 들은 황애자가 화가 나서 탁자를 세게 쳤다.“안 그래도 병이 있는 분한테 그런 이야기를 해서 일부러 괴롭게 만들려고 했니? 임다윤, 이 일은 너로 인해 시작된 거야. 어르신께 사죄하지 않으면 나도 너를 용서하지 않을 거
그녀는 더 이상 가족의 생명을 걸고 싶지 않았다.육문주를 안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조수아는 힘없이 주먹을 꽉 쥐었다.그러고는 절망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우리 시간을 좀 가지자. 아빠가 몸이 안 좋으셔서, 난 이만 먼저 가봐야 할 것 같아.”하지만 육문주는 개의치 않고 그녀의 머리에 가볍게 입을 맞추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데려다줄게.”그렇게 조수아의 손을 잡고 막 떠나려다 말고 그의 시선은 임다윤에게로 향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애정이 가득하던 그의 눈이 이번에는 얼음처럼 차가워졌다.“이번 생에 수아
육문주는 긴장하며 조수아의 뒤를 따랐다. 그러고는 한 손으로 그녀의 등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물었다.“무슨 일이야? 최근에 너무 피곤해서 그런 거야? 잘 먹지도 못하고. 우리 병원에 가보자, 어때?”조수아는 변기 옆에 쭈그리고 앉아 몇 번 헛구역질만 했을 뿐, 아무것도 토하지 않았다.눈시울이 붉어진 채로 그녀는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괜찮아, 나중에 위장약 좀 먹으면 괜찮을 거야.”육문주는 여전히 그녀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며 큰 손으로 그녀의 이마를 어루만졌다.“의사를 집으로 부를게. 이렇게 있는 건 마음이 놓이지
조수아는 달력을 펼쳤다.11월 13일에 빨간 펜으로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었다.그녀는 생리 주기가 불규칙해서 자주 날짜를 잊어버렸다. 그래서 오랜 시간 동안 달력에 표시하는 습관을 들였고 그것은 지금까지도 변함없었다.별안간 조수아의 머릿속에 불길한 생각이 홍수처럼 몰려왔다.‘생리가 20일이나 늦었다고? 한 번도 이런 적 없었는데... 일찍 왔으면 일찍 왔지 한 번도 늦어진 적은 없었는데.’조금 전의 구토 현상을 다시 떠올리며 조수아는 두 다리가 풀려 소파에 털썩 앉았다. 바로 그때, 한지혜의 전화가 걸려왔고 그녀는 황급히 전
허연후의 질문에 화가 난 한지혜는 그에게 발길질이라도 하고 싶었다.‘아직 남자랑 자본 적도 없고만 임신은 무슨!’곧장 반박하려 했지만 그녀는 곧 조수아가 당부했던 말을 떠올렸다.‘수아가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라고 했었지...’한지혜는 억울한 마음을 삼키고 허연후를 노려보며 말했다.“제가 누구 아이를 가졌든 그쪽이랑 무슨 상관이에요? 오지랖 좀 그만 부리시죠. 제가 누구랑 잤는지까지 당신이 알 필요는 없지 않나요?”화가 난 허연후가 한지혜의 턱을 꽉 잡았다.그의 눈빛에는 전례 없던 차가움이 드러났다.“한지혜 씨, 어디서
그들의 다정한 모습을 본 박서준의 가슴은 찢어질 듯이 아팠고 따라서 안색도 어두워졌다.“상후를 그렇게 믿는 거야?”곽서연은 가벼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아니면 누구를 믿을 수 있어요? 삼촌을요?”곽서연의 질문에 말문이 막혀버린 박서준은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을 한참 바라보더니말을 이었다.“결혼은 인생의 중요한 일인데 이렇게 무모하게 결정하면 안 돼. 게다가 열아홉 살밖에 안 된 네가 아직 사람 볼 줄도 모르는데 속으면 어쩌려고 그래.”그 말에 곽서연은 씁쓸하게 웃었다.“저는 삼촌처럼 계획적이고 생각이 깊은 것은 아니지만
“이 단서를 계기로 계속 조사해 봐. 나는 상후가 돌 틈 사이에서 태어나지 않은 이상 실마리가 없을 거라고 믿지 않아.”“네, 박 대표님. 지금은 어디로 모실까요?”“서연이 할머니가 계시는 호텔로 가.”한편 아름다운 헤어스타일링을 마친 곽서연은 예쁜 원피스 한 벌까지 선택해 입어보았다.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본 곽서연은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이 순간 그녀는 가슴이 찢어지는 것만 같았다.자신의 결정이 곧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지 곽서연은 잘 알고 있다.윤상후와 결혼한다면 박서준과의 인연은 완전히 끝나버린다.그 이후
박서준의 태도에 놀란 심은하는 슬픔 가득한 눈으로 박서준을 바라보았다.“서준아, 내가 혹시 잘못한 거라도 있어? 알려만 준다면 네가 좋아하는 모습으로 고칠게.”그녀의 모습을 본 박서준은 야속한 말을 할 수가 없었다.박서준은 눈살을 찌푸리며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너는 좋은 사람이야. 그냥 우리는 잘 어울리지 않을 뿐이야. 어머니께는 우리 약혼 절차를 모두 정지하라고 할 거야. 그리고 너에게 불러일으킨 오해는 나의 잘못이기에 보상 해줄게.”“서준아, 서연이는 상후랑 결혼할 거야. 너랑 서연이는 불가능해. 서연이 때문에 두가
차가 멈추기도 전에 그는 차 문을 열어달라고 하였다.의사의 도움을 받아 차에서 내린 박서준은 휠체어에 앉았다.그는 바로 휠체어 버튼을 눌러 곽서연의 기숙사로 향하여 갔다.이때 한 여자가 기숙사에서 걸어 나왔고 그녀는 바로 곽서연의 룸메이트였다.박서준은 전에 그녀를 본 적이 있었기에 생각할 겨를도 없이 앞으로 다가가 곽서연의 룸메이트에게 물었다.“학생, 서연이 좀 불러줄래? 삼촌이 왔다고 전해줘.”박서준을 본 적 있던 그녀의 룸메이트는 예의 있게 인사했다.“삼촌, 서연이는 어제저녁 기숙사에 돌아오지 않았어요. 할머니가 오
전화번호뿐만 아니라 카카오톡 계정과 인스타 계정까지 모두 차단당하였다.자신과의 모든 연결고리를 철저하게 끊어버린 것을 보아하니 곽서연은 자신을 많이 미워하고 있을 것이다.진정으로 그녀에게 상처를 준 사람이 아니라면 그녀는 상대에게 화를 잘 내지 않았다.그녀에게 큰 상처를 주었다고 생각한 박서준은 벌떡 침대에서 일어나 앉아 난간을 붙잡고 침대에서 내려오려고 했다.인기척을 들은 비서는 얼른 달려와 그를 부축했다.“박 대표님, 화장실에 다녀오시려고 그러시는 겁니까? 제가 도와드릴게요. 침대에서 내려오시지 않으셔도 됩니다.”항상
자신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어야만 윤상후에게 올인할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곽서연은 박서준에 대한 미련을 버리려고 했다.밤이 되자 빈혜경은 뒤척거리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작 19살 된 손녀가 다른 사람과 결혼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불안하기만 하였다.빈혜경은 곽명원에게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설명해 주었다.그녀의 말을 들은 곽명원은 충격을 금치 못했다.전에 그녀가 M 국에 유학 하러 가겠다고 결정 내렸을 때처럼 일단 결정한 일이면 소 열 마리라도 그녀의 고집을 꺾을 수가 없었다.어머니의 전화를 끊고 곽명원은 혼자 서재에
이 말을 들은 윤상후는 기쁨에 넘쳐 사랑 가득한 눈길로 곽서연을 바라보았다.“진짜야? 서연아?”감정을 가다듬은 곽서연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 만약 양가 부모님이 반대하지 않으시면 우리는 M 국에서 등기하고 결혼해요. 저 여기 법정 결혼 나이가 되었어요. 제가 앞으로 선배에게 올인할게요, 절대 다른 마음을 품지 않을 거예요.”윤상후는 지금의 심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다.그토록 오랫동안 좋아했던 여자가 그랑 혼인하겠다고 할 뿐만 아니라 그에게 올인할거라고 했다.이것은 그가 꿈에도 그리지 못하던 일이었다.그에게
허리를 굽혀 곽서연을 품에 끌어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서연아, 괜찮아?”온몸이 얼음장처럼 굳어버렸던 곽서연은 윤상후의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자 서서히 눈꺼풀을 치켜올리고 애원하는 목소리로 말했다.“선배, 저 돌아가고 싶어요, 저를 좀 데리고 가주시면 안 돼요?”가슴이 아픈 윤상후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그래, 지금 바로 데리고 가줄게.”윤상후는 곽서연을 안고 방 안의 사람들을 바라보며 말했다.“박 대표님을 보면 서연이가 어제 일을 떠올려 또 놀랄 수도 있기에 제가 먼저 데리고 돌아가겠습니다.”빈혜경
곽서연의 눈빛에는 감출 수 없는 아픔이 서려 있었고 얼굴의 근육이 파르르 떨렸다.심은하의 입에서 ‘어머니'라는 호칭이 나오자 곽서연은 마지막 남은 이성의 끈이 끊어진 듯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져 방 안에 있는 사람들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았고 몸 전체의 신경 하나하나가 무언가에 찔리는 듯 아파져 왔다.곽서연의 모습을 본 박서준은 가슴이 아파 한층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서연아.”박서준은 당장이라도 침대에서 일어나고 싶었고 심지어 곽서연의 앞에 뛰어가고 싶었지만, 다리에 있는 상처 때문에 전혀 움직일 수 없었다.박서준의 부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