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우성은 바로 말했다.“성구야, 육 대표님 차 안에 약 좀 가져다줘.”연성빈이 막 일어나려는데 육문주가 그를 막았다.“차 안에 약이 여러 병 있어서 뭐가 뭔지 헷갈릴 것 같아요. 예전에는 조비서가 관리했었으니 조비서가 나랑 갔다 옵시다.”조수아는 육문주의 뜻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연가네 부부가 자리하고 있어 조수아는 어쩔수 없이 대답했다. “우성씨, 사모님,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육 대표님 약 좀 가져다드릴게요.”“네,그래요.”조수아는 막 일어서려는데 육문주가 조수아의 손목을 꽉 잡았다. 그러고는 따라서 일어났고
조수아는 담담하게 대답했다.“문주 씨, 우리 사이에는 용서하고 말고가 없어. 당신이 잘못한 게 없으니까. 다 내가 주제넘게 문주 씨가 나한테 잘해주는 건 사랑이라고 착각한 거야. 지금은 알겠어. 나는 그저 당신이 키우는 사모예드처럼 애완동물 같은 존재라는 걸. 문주 씨, 돈만 있으시면 수많은 여자가 당신한테 달라붙어서 당신을 기쁘게 해줄 거야.”조수아의 말이 끝나고 육문주가 반응할 새도 없이 달려오는 진영택에게 말했다.“육 대표님 위병이 도졌으니 얼른 병원에 데려가세요, 저는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보겠습니다.”그녀는 머리도 돌
휴대폰을 쥐고 있는 육문주의 손가락은 창백했다.눈 밑에는 실핏줄이 가득했다.그는 어두운 표정으로 영상을 여러 번 보았다.조수아의 그 붉어진 눈시울을 볼 때마다 증오 섞인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육문주은 심장에 찔린 것처럼 쑤셔오는 아픔에 숨을 쉬기 어려웠다.허연후는 짜증이 난 듯 그를 힐끗 보며 말했다.“내가 진작에 말했지. 말을 조심하라고. 내 말을 듣지 않더니 인과응보야. 연성빈은집안도 나쁘지 않고 능력도 좋아. 더 중요한 건 그가 조수아를 사랑한다는 거야. 너처럼 개 같이 여자를 카나리아처럼 여기지 않아. 네가 차이는
십여 분 후.곽명원은 급해서 물었다.“찬물에 한참 담갔는데 왜 상황이 좋아지지 않는 거지. 네가 찾은 사람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어?”“오는 중인데 길이 막힌대. 냉장고에 얼음을 다 꺼내서 물에 넣어.”“가뜩이나 위가 안 좋은데 얼음까지 넣으면 춥겠어.”“어쩔 수 없지, 먼저 급한 것부터 치료해야지.”몇 사람이 허둥대는 사이에 방문이 열렸다.안혜원이 송미진을 데리고 들어왔다.얼음물에 누워있는 육문주를 본 그녀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너희들 얘를 죽이려고 그러냐. 이 약에 중독되면 누구도 피할 수 없으니 이런 어리석
허연후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지난번에 한 사람을 구하셨다고 들었는데 오늘은 왜 안 되죠?”“지난번에 그 여자애는 약을 먹고 나서 혼자 버텼어요. 피를 많이 흘린 후에야 나한테 보내졌는데 그때에는 약효가 많이 약해졌어요. 그 사람은 연후씨도 알 거예요. 그때 연후씨가 나한테 판막 수술을 부탁했어요.”허연후는 놀라며 물었다.“조수아?”“맞아요, 바로 그 여자예요. 연성빈쪽에서 그녀를 데리고 왔어요. 상황이 아주 심각하고 피도 많이 흘렸어요. 저는 그 약을 먹고 혼자 버티는 사람을 처음 봤어요.”이 말을 들은 모든 사람은
전화벨 소리가 한참 울리고 나서야 그쪽에서 전화를 받았다.조수아의 차가운 소리가 수화기에서 들려왔다.“문주 씨, 무슨 일이야?”육문주는 겨우 정신을 다잡으며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야, 그저 네 목소리를 듣고 싶어서.”조수아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문주 씨, 재밌어? 지겹다고 한 게 누군데 이제 와서 매달려? 도대체 뭐가 더 남은 거야? 날 괴롭히지 않으면 안 돼?”그녀의 말투는 쌀쌀하면서도 약간의 짜증이 섞여 있었다.육문주는 고통스럽게 눈을 감고 한 손으로 머리를 쥐어뜯으며 정신을 차리려고 노력했다.“조 비서,
조수아는 눈살을 찌푸리며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할머니, 죄송해요. 저는 못 도와줄 것 같아요. 그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은 저 말고도 많으니까 제가 하기 싫은 일을 강요하지 마세요.”조수아가 이렇게 말하자 허수경은 화를 발끈 냈다.“예전에 문주가 너한테 그렇게 잘해줬는데 양심을 어디가 버린 거니? 어머니, 우리 그냥 미진이한테 부탁해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요.”허수경의 한마디는 조수아를 배은망덕하고 사람이 죽어도 구하지 않으려는 사람으로 만들었다.연성빈은 조수아를 한 손에 잡아당기면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 한마디를 내뱉기는 건 육문주에게 너무나도 어려웠다.그는 지금까지 그 누구에게도 사과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그는 조수아를 품에 꼭 안고 이 몇 글자를 계속 중얼거리고 있다.몇 번을 더 말하면 조수아가 꼭 용서할 것 같았다.조수아은 그를 보면서 가슴이 너무 아파졌다.그러나 그녀가 받은 상처의 골은 너무 깊어서 몇 마디 미안하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만약 육문주가 조수아에게 믿음이 있었다면, 마음을 더 줬다면 이 정도까지 사이가 틀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조수아는 영원히 자기에 피바다가 되어 누워있을 때 육문주가 그
차별 대우에 체면이 구겨진 차유라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육천우와 해외에서 3년을 함께한 차유라였다.하지만 육천우는 그녀가 죽마고우인 허나연 보다 못하다고 여기고 있었다.회의가 끝난 후 화장실에서 허나연을 본 차유라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나연 씨는 비서 자리를 아주 중히 여기나 봐요. 그렇게 많은 건의를 제출하는 걸 보니 육 대표님이 많이 도와주시나 봐요.”허나연은 개의치 않고 눈꼬리를 살짝 치켜올렸다.“유라 씨는 신경 쓰는 것도 참 많네요. 혹시 유라 씨 집 앞에 똥을 치우는 차가 지나가도 숟가락을 들고 나가서 간을
허나연의 목소리는 맑고 감미로우며 자신감이 넘쳤다.“좋아요, 그럼 제가 회의 총결을 할게요. 3년 동안 각 부문은 매우 뛰어난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그런데 이 몇 가지 중요한 부분에서 실수가 발생하여 우리의 이윤이 감소했습니다. 모두 스크린을 보시죠.”허나연은 자세한 회의록뿐만 아니라 각 부문에서 극복해야 할 단점도 찾아냈다.그녀의 독특한 관찰력과 정확한 단어 선택은 차유라를 믿을 수 없게 하였을 뿐만 아니라 육천우의 입꼬리도 스스로 올라가게 하였다.허나연의 능력에 감복한 모든 임원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육 대표님의 비
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모두 그룹의 임원들이었기 때문에 새로 온 비서는 아예 그들의 안중에도 없었다.허나연의 말이 끝난 지 한참 지났지만 아무도 그녀에게 호응하지 않았다.개의치 않은 허나연은 육천우의 옆에 앉아 컴퓨터를 켜고 프로젝터에 연결했다.육천우는 차갑고 매서운 눈빛으로 모두를 쏘아보았고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허 비서의 목소리가 작은 문제인가요? 아니면 몇 년을 못 본 사이에 다들 귀가 어두워지셨나요?”이 말을 들은 사람들은 놀라서 두 다리를 벌벌 떨었다.상대하기가 쉬워 보이는 육 대표님이지만 독해지기 시작하면 그
윤곽이 뚜렷한 육천우의 잘생긴 얼굴을 본 허나연은 심장이 마구 뛰기 시작하였다.‘해외에 3년을 있더니 왜 이렇게 변한 거야! 설마 로맨스 소설책을 너무 많이 본 것은 아니겠지. 이렇게 갑작스럽게 뽀뽀하면 누가 감당할 수 있단 말인가!’속눈썹을 털썩 이던 그녀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뭐 하는 거야?”얼굴이 빨개진 허나연을 본 육천우는 낮은 목소리로 웃었다.“케이크를 먹었어. 회사를 위해 휴지 한 장이라도 절약하려고 너의 입술에 묻은 크림을 내 입으로 닦아줬지.”허나연은 화가 나서 그를 노려보았다.“회사가 파산할 것도
육천우는 웃으면서 그녀의 머리를 어루만졌다.“확실하지는 않아. 됐어. 이제는 그만 놀릴게. 아직 아침을 먹지 않은 것을 알고 비서더러 네가 좋아하는 슈 크림빵이랑 치즈케이크를 사 오라고 했으니 얼른 먹어.”육천우는 허나연의 손을 잡고 식탁 앞에 왔다.그녀에게 만두 하나를 짚어주고 우유 한잔을 따라준 후 애정 어린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좀 처리할 서류가 있으니 혼자 먹고 있어.”허나연은 스스럼없이 만두를 입에 집어넣고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육 대표님은 모든 직원에게 이렇게 친절합니까? 외국에 있을 때도 아침을 사
차유라는 허나연의 사원증에 똑똑히 ‘대표 비서 허나연’이라고 적혀 있는 것을 보았다.그녀는 주먹을 꽉 쥐였다.업계의 모든 사람은 육천우에게는 불문율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그의 비서는 줄곧 남자였다.허나연을 만난 후 육천우는 정략결혼의 압박 때문인지 아니면 진심으로 그녀를 편애하고 있었기 때문인지 오래된 습관을 버렸다.마음속으로 질투를 억누른 차유라는 가벼운 웃음을 지었다.“축하해요. 하지만 제가 미리 말씀드리는데 대표님의 비서는 전문적인 지식과 수양을 갖춰야 하는 직업이지 아이들의 소꿉장난 아니에요. 무용수인 나연 씨
이 문제를 이전에 두었더라면 허나연은 망설였을 것이지만 차유라의 등장으로 그녀의 마음에 큰 변화가 생겼다.차유라가 육천우를 좋아하고 있다는 것 때문에 화가 난 허나연은 그를 뺏길까 봐 일부러 그들이 약혼했다는 사실을 알렸다.예전처럼 다른 사람과 육천우를 공유하기 싫었고 혼자만 그를 소유하고 싶었다.육천우가 그녀에게 했던 것처럼 말이다.육천우에 대한 사랑이 그만큼 뜨겁지 않기 때문에 사랑한다고 하여도 꼭 소유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던 그녀였다.까맣게 반짝이는 눈동자를 늘어뜨린 허나연은 수줍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나마 조금은
그가 접근하자 허나연의 심장은 쿵쿵 뛰었고 그 하얀 얼굴도 점점 뜨거워졌다.어린 시절 단순했던 감정도 어느새 맛이 변해 버렸다.차유라가 육천우를 바라보던 눈빛을 생각하니 가슴이 시큰거렸다.그들은 지난 3년 동안 함께 일했다.육천우가 그녀와 연락이 줄어들었던 것도 옆에 미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한 허나연은 화가나 육천우를 발로 걷어찼다.“나를 건드리지 말고 유라 씨한테 가.”뾰로통한 허나연의 모습을 본 육천우는 그녀의 볼을 꼬집었다.“아직도 질투하는 거야?”“내가 무슨 질투를 해. 우리 집이 식초 공장을 하는 것도
허나연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네, 알았어요. 하지만 의사 진료에 협조하겠다고 먼저 약속해 주세요.”이렇게 잘 어울리는 두 사람을 본 차 교수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좋아. 너희들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말을 듣고 수술을 받을게.”육천우는 농담조로 말했다.“저의 아내가 말 한마디로 스승님이 수술을 받으시게 했네요, 나연이의 능력을 새삼 새롭게 보게 되네요.”애정 어린 눈빛으로 허나연을 바라보던 육천우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옆에서 얼굴이 하얗게 질려 서 있는 차유라를 본 차 교수는 입술을 살짝 치켜올렸다.“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