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있습니다." 이토 유키히코는 빙그레 웃으며 살짝 도전적으로 말했다. "그런데, 결혼을 했지만.. 뭐 어때요? 결혼했는데도 나나코는 선생님을 좋아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저에게나 나나코에게 선생님의 과거와 현재는 상관이 없습니다.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그저 선생님의 미래일 뿐입니다..!”유키히코는 진지한 표정으로 답했다. "선생님, 저는 오늘 일을 통해 제 인생에 대해 매우 명확하게 바라보게 되었습니다..결국, 사람은 각자가 인생을 살아가는 의미를 가지고 있을 겁니다. 부유하든 가난하든, 결국 사람이 죽으면 부, 가난은 모두 물거품처럼 사라지게 되는 법이기도 하고요. 오늘이 아니었다면 전 절대 제 딸을 외국인과 결혼시키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이렇게 제 두 다리를 잃고 나니.. 이런 생각들은 더 이상 나에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더군요.. 이제 저에게 중요한 건 어떻게 하면 제 딸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가, 어떻게 하면 제 딸이 최고의 인생을 살 수 있는가 하는 겁니다..! 그런데 마침 선생님은 능력도 있고 실력도 있고 남성미도 넘치지 않습니까..? 그리고 제가 보기에 제 딸 나나코는 교양 있고, 배경도 나쁘지 않으며, 성격도 좋으며 무엇보다.. 선생님을 너무나 좋아하지 않습니까..? 그러니 저는 선생님께서 나나코에 대해 어느 정도 감정이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선생님이 결코 멀리 일본에서 오지 않았겠지요.. 게다가 교토에 가서 나나코를 보러 가지도 않았을 테죠.. 더욱이 생명을 구하고, 상처를 치료해주고, 심지어 한밤중에 수백 킬로미터를 운전해서 도쿄까지 데려와서 나와 만나게 해주지도 않았을 겁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회장님, 나나코 양이 정말 좋은 여자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결혼을 했어요.."이토 유키히코는 손사래를 쳤다. "선생님 계속 결혼하셨다는 말로 저를 속이려고 하지 마십시오. 사실 결혼해도 이혼할 수 있는 것이고, 또한 이혼을 하지 않더라도 일본에서 나나코와 결혼할 수
이토 유키히코의 말에 시후는 약간 당혹스러움을 느꼈다. 우선, 그는 유키히코가 이런 문화에 대해 잘 알고 있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둘째, 유키히코가 운명의 수레바퀴에 대해 언급할 줄은 몰랐다. 그는 일본인들이 풍수를 믿는지 안 믿는지는 잘 몰랐지만, 지금 보면 일본인들은 적어도 운명론에 대해서는 믿음이 있는 것 같았다. 결국, 유키히코의 말은 사실 말도 안 되는 소리 같아 보였지만 은근히 일리가 있었다. 왜냐하면 그가 말한 이 모든 것이 완전히 뜬구름 잡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어쨌든 운명이라는 것은 정말 그 누구도 확신에 차서 설명할 수 없을 것이었다.그러자 시후는 막 구름산에서 만난 100세 정도의 풍수사 박청운이 떠올랐다. 박청운 역시도 이러한 순환에 대해 말한 적이 있었는데.. 그 역시도 자신을 만날 것을 기다렸다고 했고, 결국 구름산에서 자신을 만나게 되었다. 아마도 박청운 선생은 운명의 수레바퀴에 대해 유키히코보다 더 깊은 이해와 깨달음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지금 이곳에 없으며, 앞으로 다시 만날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 시후는 정말이라도 그와 마주앉아 차를 마시며 긴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그런데, 순간 이토 유키히코가 방금 한 말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운명의 수레바퀴가 돌아간다면, 어쩌면 앞으로 박청운 선생을 다시 만날 수도 있다..! 같은 맥락에서 자신이 도쿄를 떠나 일본을 떠나면, 언젠가 다시 돌아올지도 모르는 일.. 설령 자신이 돌아오지 않더라도, 이토 나나코와는 언제, 어디서 다시 만날 기회가 있을지 모른다.그러자 시후는 한숨을 쉬며 유키히코에게 말했다. "후우.. 회장님, 저는 미래의 일은 미래에 맡기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결국 운명을 좌지우지할 수 없으니까요..”이토 유키히코는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말했다. "선생님, 오늘부터 이토 그룹의 문은 항상 당신을 위해 열릴 겁니다. 그리고 미래의 이토 그룹은 우리 자신의 힘을 기를 뿐.. 다른 해외 기업들과
게다가 시후는 지금까지 LCS 그룹이 부모의 죽음에 얼마나 많은 책임을 져야 할지에 대해서도 아직 확신이 서지 않았다. 만약, LCS 그룹이 부모님의 죽음에 불가피할 정도로 큰 책임이 있다면, 그는 앞으로 엘에이치 그룹과 LCS 그룹이라는 국내 최고의 두 재벌가와 맞서야 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시후는 이미 한국으로 돌아가 조용히 구현제약을 발전시키며 힘을 키울 것이라고 결정했다. 사실 시후는 구현 제약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자신만의 비즈니스 제국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그래야 엘에이치 그룹과 LCS 그룹과 같은 대기업과 맞서거나, 심지어 그들을 밟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이토 유키히코는 시후의 정체를 모르고, 게다가 시후가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몰랐기에 정말로 큰 포부가 없는 것 같아 진심으로 권유했다. "선생님, 구현 제약이 있고 수중에 현금도 있는데, 왜 사업을 확장하지 않으시는 겁니까? 현재 국제 해상 수송을 예로 들어 보죠. 최근 석유 및 대량 무역 물류는 모두 해운에 의존해야 합니다. 최근 국제적으로 경기가 좋지 않기 때문에 결국 저렴하게 투자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는 것이지요! 게다가, 최근 한국의 경제 발전 상황은 좋지요. 게다가 산업 시스템이 탄탄하기 때문에 수출 무역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어요. 지금은 경기가 안 좋아서 그렇지만,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 세계 각지의 원양 운송에 대한 수요는 점점 더 커질 것이며, 원양 운송의 전망도 더 넓어질 겁니다! 그러니, 저는 선생님이 원한다면 처음에는 한국에서 먼저 시작해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만약 일본의 항구가 필요하거나, 해외 쪽의 해운 업무로 비즈니스를 확장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면, 우리 이토 그룹은 선생님을 전폭적으로 도울 겁니다. 심지어 선생님의 부하직원이 되어야 한다고 해도 기꺼이 돕겠습니다!”지금 유키히코는 1500만 달러는 분명히 돌아오지 않을 것이며, 구현 제약도 투자할 수 없을 거라는 걸 깨달았다. 따라서 그는 이렇게 된 이상 시
시후가 자신의 제안을 완곡히 거절하자 이토 유키히코는 아쉬운 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정말 시후가 해상 운송 쪽의 사업에 발을 들이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국제 해상 운송 시장은 많은 국가들이 신경을 쓰고 있는 중요한 분야가 되었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10대 항구의 절반 이상은 거대한 수출입 무역이 있고, 거대한 양의 수입 및 수출 거래량으로 인해 해상 운송 산업을 지탱할 수 있었다. 일본은 이 점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토 그룹은 스스로 이와 같은 사업에 진출하고 싶어도 본토에 충분한 시장과 수요가 없기 때문에 발을 들이지 못했다.그래서 그는 시후에게 말했다. "선생님, 앞으로 이토 그룹은 나나코에게 점점 경영 관리를 맡길 겁니다. 만약 선생님께서 마음을 바꾸시면, 언제든지 나나코에게 연락하십시오. 그렇다면 두 사람은 분명 좋은 협력 기반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시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말했다. "네, 만약 제가 그런 생각이 든다면, 반드시 나나코 양에게 연락하겠습니다.”유키히코는 웃으며 말했다. "나나코는 괜찮은 아이입니다.. 그리고 종합적인 조건으로 말씀 드리면 일본 전체에서 나나코보다 더 괜찮은 여자를 찾을 수도 없을 것이고요.. 그러니 누구라도 나나코와 결혼하면 세계의 남성들의 부러움의 대상이 될 겁니다. 껄껄껄…”시후는 친절한 웃음을 지으며 말을 잇지 않았다.유키히코는 빙산이 하루 아침에 만들어 지지 않는 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입을 뗐다. "선생님, 오늘 밤 늦게 운전하여 이곳으로 온다고 제대로 쉬지도 못하셨지요? 그럼 제가 숙소로 모시겠습니다.” 그러자 시후는 손사래를 쳤다. "회장님, 저는 일이 있어서 오사카로 돌아가야 하니 괜찮습니다.”"그럼 어쩌죠? 선생님께서는 밤새 차를 몰고 와 쉬지 않고 밥도 먹지 않았는데, 이대로 가면 우리 이토 그룹 대대로 내려온 손님 대접이 웃음거리가 되지 않겠습니까..?” 그러더니 시후가 거절하기도 전에 급히 침대 머리맡의
나나코는 망설임 없이 시후의 차에 몸을 실었다.시후는 차를 몰고, 이토 그룹 사람들의 인솔을 받으며 도쿄에 있는 이토 그룹의 저택으로 향했다. 도쿄는 비록 세계에서 땅값과 집값 모두가 비싼 도시 중 하나이지만, 이토 그룹은 이미 이곳 도쿄에도 사유지를 소유하고 있었다. 그들의 자택은 전체가 일본식 전통 건물로 꾸며져 고풍스러웠으나, 곳곳에 절제된 호화로움이 드러나 있었다.시후는 집을 짓는 데 사용한 목재 역시도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보아하니, 최고의 재벌가들은 모두 돈이 너무나도 많아서 쓸 데가 마땅히 없는 것 같았다. 그러니 집을 짓고 인테리어를 할 때에 돈을 쓸 수 있는 기회를 찾으려고 하며, 고급 자재들을 쓸 수 있는 경우에는 절대 일반 자재들을 쓰지 않고, 수입품을 사용할 경우에는 국내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행태를 보였다. 결국 한 마디로 말하자면, 비싼 것만 사고 좋은 것은 선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미리 집으로 전화를 한 이토 유키히코 때문에 저택에 있는 도우미들은 모두 옷을 차려 입고 저택 앞과 마당, 그리고 별장 내부에서 공손한 태도로 시후와 나나코를 기다리고 있었다. 시후가 차를 세우고 나나코의 안내로 아름다운 정원을 가로질러 별장 입구까지 걸어갔을 때, 도우미들은 모두 90도로 인사를 하며 매우 공손한 태도를 보였다.도쿄에 있는 이토 그룹의 저택은 거대한 다층 목조 건물로, 건물 전체가 마치 거대한 고대 사찰처럼 보였고 내부 공간도 경이로웠다. 본관 문 앞에 이르자 이토 나나코는 갑자기 무릎을 꿇고 두 손으로 추켜세우며 시후에게 물었다. "시후 군, 제가 슬리퍼로 직접 갈아 신겨 드릴게요!”시후는 당황하며 급히 손을 저었다. "아니, 아니, 아니! 슬리퍼 줘요, 제가 할게요."그러나 나나코는 계속 주자했다. "여기서는 제가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이건 일본의 전통이니까요. 시후 군은 그저 옛날 일본 전통을 체험해본다고 생각해주세요.”시후는 진작에 남녀평등을 외치는 시대에 왜 일본에서는 여자가 무릎을
나나코의 말에 시후는 즉시 말했다. "말해봐요.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라면 동의할게요.”이토 나나코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기대에 찬 얼굴로 시후를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시후 군에게 좀 늦게 떠나 달라고 부탁하고 싶은데..""늦게요..?" 시후는 약간 놀라며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얼마나 늦게요? 솔직히 난 오늘 밤 귀국할 예정이고 오사카에서 비행기가 기다리고 있어요.”나나코는 두 눈이 뜨겁게 달아올랐고 눈꺼풀을 살짝 내리깔며 말했다. "이건.. 이건 시후 군의 스케줄에 따라 달렸는데, 시간이 촉박하다면 몇 시간만이라도 괜찮아요.. 오해하지 마세요. 그냥 제 아버지와 다나카 코이치 씨 모두가 중상을 입고 입원해 있기 때문에 고모가 그룹의 일뿐만 아니라 그들을 돌보기에도 바빠서요.. 그리고 저도 지금 머리가 좀 복잡해서, 당분간은 어디서부터 뭘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러니 시후 군이 몇 시간만 더 나와 함께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오사카로 돌아가려면 4시간 정도가 걸리니까 오후까지 있을게요." 시후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답했다. 이토 나나코는 "그럼 시후 군 오사카에서 출발하는 항공편을 예약해 놓았나요?”라고 물었다."아니요. 아마도 친구가 개인 비행기를 구해줬고 오사카 공항에 주차되어 있다고 했어요.”"시후 군, 그럼 일행에게 일과를 마치고 먼저 비행기를 타고 도쿄로 오게 한 다음, 도쿄의 공항에 가서 그들과 합류하여 함께 귀국할 수 있나요? 그러면 4시간을 아낄 수 있을 텐데.. 어떠세요? 아.. 불편하면 괜찮아요. 혹시라도 시후 군이 곤란하시면 안 되니까요.”시후는 차를 몰고 오사카로 돌아간 뒤 안세진, 이화룡, 이학수 총 책임자와 만나 오사카에서 한국으로 돌아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토 나나코가 말한 방법도 좋은 해결책은 분명했다. 안세진에게 직접 비행기를 타고 도쿄로 오라고 하면, 자신은 이 길을 운전해서 갈 필요가 없을 것이다. 게다가, 이토 그룹이 나쁜 일을 당했기 때문에 나나코가 당황스럽고 무력감을
나나코는 라멘을 만드는 요리사에게 말했다. "요코야마 씨, 라멘 두 그릇을 만들어 주세요~ 시후 군의 것은 양을 더 많게 주시고요!”그러자 셰프는 공손하게 말했다. "네, 아가씨, 선생님과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시후와 나나코가 아침을 먹는 사이, 도쿄에 있는 레이지 호텔의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에서는 50대 중반의 소수도가 잠에서 깨어났다. 그는 커피 한 잔과 담배 한 개비를 든 채 창밖으로 여전히 어둠이 깔린 도쿄의 거리 풍경을 바라보며 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었다. 담배가 다 타고 나서 그는 담배꽁초를 재떨이에 쑤셔 넣고 다시 불을 붙이며 곁에 있는 조일명에게 물었다. "애들은 어떻게 되었나?”조일명은 시간을 확인하며 말했다. “30분 정도 지나면 인천 공항에 비행기가 착륙할 것이라고 알렸고, 사모님께서는 이미 주치의와 함께 공항으로 떠났다고 합니다. 비행기가 착륙하는 대로 도련님과 아가씨는 병원에서 전면적인 검사를 받게 할 겁니다.”"그래." 소수도는 고개를 끄덕이며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번 일은 정말 위험했어! 지빈이와 민지를 도쿄에서 잃을 뻔했다고! 이 망할 놈의 마츠모토 요시토!! 그 자식의 가족들을 전멸시켜도 내 마음속의 노여움을 풀지 못할 거야!”그러자 조일명은 급히 답했다. "대표님, 마츠모토 요시토 집안은 가족들 전체가 이미 잿더미가 되었으니, 이렇게 분노하실 필요는 없습니다..!”그러자 소수도는 이를 갈며 담배를 한 모금 빨고는 매섭게 말했다. "어차피 도쿄에 있으니, 만약에 일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았다면, 내가 마츠모토 요시토를 내 앞에 잡아들여, 능지처참했을 거야.”그러자 조일명이 말했다. "대표님, 이 일에 대해서는 도쿄 경찰청에서 이미 우리 엘에이치 그룹의 소행임을 짐작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대표님께서 쉬고 계시는 동안 그들은 계속 저에게 항의 전화를 해왔지요.. 우리가 이렇게 큰 소동을 일으키면서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 것은 너무 지나치다고요.. 그리고 이 일을 국토안보회에 상정하여 조
시후가 이토 나나코와 함께 아침 식사를 한 뒤, 도쿄의 하늘은 이미 밝아졌다.나나코는 시후에게 말했다. "시후 군, 제가 도우미 분에게 객실을 마련해 달라고 할 테니 잠시 쉬세요. 밤새 잠을 못 주무셨잖아요. 너무 고생하셨어요."그러자 시후는 빙긋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괜찮아요. 걱정할 필요 없어요.”"피곤하지 않아요? 어제 저녁에 닌자들과 싸움을 한 뒤 지금까지 시후 군은 잠시도 쉬지 않았잖아요? 그리고 나서 한 번 더 싸움을 했고.. 여기까지 수백 킬로미터를 운전해왔는데..” 시후는 웃으며 물었다. "나나코 양도 계속 쉬지 않았잖아요. 힘들지 않아요?”이 말을 들은 나나코는 잠시 고민한 뒤 말했다. "음.. 생각해보니, 저도 피곤하지 않네요, 힘들지도 않고.. 오히려 계속해서 힘이 나는 것 같아요. 상태가 너무나 좋은데..? 시후 군, 이게 다 시후 군이 준 약의 효능이겠죠?"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맞아요, 그 약은 상처를 치료할 뿐만 아니라 신체의 능력과 지구력을 향상시켜 주기 때문에 쉽게 피로해지지 않을 거예요.”“이 약은 정말 신기해요. 혹시 양산이 가능하다면 시후 군의 구현 제약이 세계 최고의 제약 회사가 되겠죠??”"이런 약은 대량으로 생산할 수 없어요. 그 자체로 희귀한 것이니까요. 이건 고대의 신의가 남긴 거예요. 그래서 한 알 한 알 굉장히 소중하죠..” 사실 회춘단을 만드는 데 필요한 약재는 구하기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관건은 이 약이 영약으로 정련되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영적인 힘으로 정제하는 것은 강철을 제련할 때 강철을 쇳물로 만드는 강력한 에너지와 같다고 할 수 있다. 만약 이 에너지가 없다면, 철광석을 만 년 동안 쌓아도 철광석은 강철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즉, 시후가 이 약을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대량 생산의 가능성은 희박했다. 게다가, 그는 이렇게 강한 약을 꺼내 양산할 계획도 없었다..! 이 제품은 일반인에게는 너무나도 놀라운 효과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대규모로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습니다. 저도 제임스가 계속해서 페이셔스 그룹에 숨어있는 게 아닐까 의심이 들거든요.”이중열은 말했다. “이미 이 닌자들에게 배호영을 납치하라고 하셨으니, 닌자들을 통제하여 페이셔스 그룹에게 거액의 몸값을 요구하게 해보면 어떻습니까? 그리고 나서 그들을 사라지게 만들면, 페이셔스 그룹은 자연스레 납치극이 닌자들이 저지른 일로 여길 겁니다. 그렇게 되면 페이셔스 그룹은 일본으로 가서 이 닌자들의 정체를 추적하게 될 것이고, 닌자들의 친인척을 통해 제임스가 이들을 고용한 사실을 알아내겠지요. 이렇게 하면 페이셔스 그룹은 제임스가 이 닌자들을 고용해 배호영을 납치하게 했다고 생각할 겁니다. 결국 제임스가 진짜 배후라고 여기게 될 텐데, 그는 결국 어떻게 해도 해명할 길이 없겠지요. 저는 페이셔스 그룹이 일본 닌자들과의 연결점을 찾아내는 순간, 제임스가 당황할 수밖에 없다는 걸 확신합니다. 그때 그는 두 가지 선택을 해야 할 겁니다. 하나는 페이셔스 그룹에 모든 것을 자백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이 모든 짐을 짊어지고 도망치는 것이지요. 어느 쪽을 선택하든 페이셔스 그룹은 그를 가만히 두지는 않을 겁니다!”시후는 잠시 고민하다 물었다. “삼촌, 만약 제임스가 페이셔스 그룹에 자백을 한다면, 페이셔스 그룹은 그를 어떻게 처리할까요?”이중열은 주저하지 않고 답했다. “제가 페이셔스 그룹의 수장이었다면, 제임스가 와서 이런 일을 자백할 때 가장 먼저 그를 즉시 죽일 겁니다. 소문이 퍼지는 걸 막아야 하니까요! 왜냐하면 이 사건이 외부에 공개되면 페이셔스 그룹은 엄청난 타격을 받을 겁니다! 설령 배호영을 다시 찾지 못하더라도, 그의 아버지는 다른 자식들이 있지요. 하지만 그룹의 명성이 무너지면, 그 피해는 단순히 자손 하나의 문제가 아니게 될 겁니다. 따라서 배호영의 아버지조차도 그의 행동으로 인해 집안이 위태로워지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겁니다. 이렇게 큰 재벌가가 오늘날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도 필요한 순간엔 과감히 손실을
시후는 실수를 막기 위해 성도민이 보내온 배호영의 자료를 열어 배호영의 사진을 핫토리 카즈오 일행에게 보여주고는 주의를 주었다. "이 사람을 잘 기억해두도록. 잠시 후 그가 부하들을 데리고 함께 온다면, 그가 들어온 후 그의 부하들을 모두 처치해. 만약 그가 혼자 온다면, 바로 그를 묶어서 나에게 데리고 오면 된다. 알겠나?"핫토리 카즈오는 지체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은 선생님, 명심하겠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말했다. "만약 그가 다른 사람을 보내 상황을 살피라고 하면, 그냥 들어오게 두면 되고.""알겠습니다!" 핫토리 카즈오는 신중하게 대답하며 사진을 다시 한번 살피고는 이렇게 말했다. "은 선생님, 이제 배호영의 얼굴을 확실히 기억했습니다!"시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손짓했다. "이미 기억했으면 이제 너희 할 일은 다 끝났다. 나가도록 해."핫토리 카즈오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은 선생님, 그럼 물러가겠습니다.."라고 말하고, 일행과 함께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그들이 나가자마자, 고은서는 참을 수 없는 듯 물었다. "시후 오빠, 그 배호영이라는 사람은 왜 나를 납치하려고 한 거야?"시후는 냉정하게 말했다. "내가 캐나다에 있을 때 제임스라는 사람의 행방을 추적하고 있었는데, 이 녀석이 뉴욕에 온 뒤로 자취를 감췄어. 조금 전 나도 알게 된 사실인데, 그 배호영이 바로 제임스의 윗선이라고 하더라고. 그들은 젊은 여성들을 해치는 것을 즐기며, 그 수법이 매우 잔인해.. 아마도 넌 그들의 다음 목표였을 거야."고은서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이 자식 정말 악마네?! 나를 속이려고 이런 큰 연극을 꾸며?! 정말 용서할 수 없어!"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걱정 마, 내가 그에게 반드시 뼈아픈 대가를 치르게 할 테니까."고은서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 "시후 오빠, 이제 어떻게 할 거야? 그 배호영을 잡아두려는 거야?"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확고히 말했다. "당연히 그들을 그냥 두지는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솔직히 말해주면, 오늘 이 일을 배후에서 주도한 사람 중 한 명은 바로 페이셔스 그룹의 배호영이라는 자다. 그가 지금 이곳에 있으니, 네가 그를 잡도록. 아까 네가 말한 계획대로 그를 밖으로 운반해. 단, 그를 제임스에게 넘기지 말고 내가 사람을 보내 너와 접선해서 데려갈 거야. 일이 끝난 뒤, 너희 8명은 내 사람과 함께 떠나면 되고, 그들이 너희들의 안전을 지켜줄 것이다.”핫토리 카즈오는 배호영을 만난 적은 없었지만, 뉴욕에서의 페이셔스 그룹의 명성과 그들의 능력은 잘 알고 있었다. 페이셔스 그룹의 영향력은 일본의 이토 그룹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한 것으로 보였는데, 시후가 그에게 페이셔스 그룹의 장남을 잡으라고 하니 그는 공포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다. 핫토리 카즈오는 겁에 질려 울먹이며 애원했다. “은 선생님.. 저희 이가 닌자들은 항상 위태로운 상황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쓰며 살아왔습니다. 그러니 저희들이 만약 페이셔스 그룹과 얽히게 되면 가문의 사람들이 전멸할 수도 있습니다..”시후는 냉소를 지으며 차갑게 말했다. “핫토리 카즈오! 너희 이가 닌자들이 페이셔스 그룹과 얽히면 전멸할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나와 얽히게 되면 전멸은 확정이다!” 그는 몸을 일으키며 핫토리 카즈오를 내려다보았고, 냉정하게 말했다. “예전에 그저 그런 엘에이치 그룹도 마츠모토 그룹을 절멸 시켜, 개명하고 이름을 바꾼 아들마저 살아남지 못했다. 내가 그런 자들보다 약할 것 같나?! 만약 너희 이가 닌자들이 나와 대립하려고 한다면, 나는 이가 닌자들뿐 아니라 너희와 혈연 관계가 있는 모든 이들을 세상에서 사라지게 만들어 버릴 것이다!”핫토리 카즈오는 시후의 말을 듣고 마치 벼락을 맞은 듯 몸이 얼어붙었다. 그는 시후의 능력을 잘 알고 있었다. 시후는 자신을 가뿐히 처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블랙 드래곤을 통솔하며 수백 명의 최정예 군인들을 거느리고 있었다. 만약 시후가 이가 닌자를 멸족 시키기로 결심한다면, 그들이 시후
이중열과 고은서는 어안이 벙벙했다. 고은서는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알지 못했고, 이중열은 이들이 살기를 내뿜으며 들어왔다가 시후를 보자마자 그들이 무릎을 꿇은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 두 사람이 몰랐던 사실은, 바로 핫토리 카즈오가 현재 굉장히 두려움에 떨고 있다는 점이었다.핫토리 카즈오는 심장이 터질 듯 빠르게 뛰며 극심한 공포와 통증을 느꼈다. 그는 구름산에서 시후가 돌멩이 하나로 블랙 드래곤의 단원을 죽였던 장면을 떠올리며, 시후가 조금이라도 기분이 나빠지게 되면 8명 모두를 저 세상으로 보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계속해서 용서를 구하며 시후가 자신들을 살려줄 것을 기도했다.이때 시후는 흥미롭다는 듯 미소 지으며 말했다. “핫토리 카즈오, 가서 먼저 문을 닫아.” 핫토리 카즈오는 쭈뼛쭈뼛 떨리는 다리로 일어나 문을 닫은 후,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무릎을 꿇고 시후를 바라보며 간절히 애원했다. “은 선생님.. 이번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시후는 손을 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다들 성인인데, 아직도 어린아이처럼 공상을 하면 재미가 없잖아.”핫토리 카즈오는 절망에 휩싸여 필사적으로 용서를 구했다. “은 선생님.. 저희에겐 선생님의 명성이 이미 전설적으로 내려오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실력은 저희가 볼 때는 신과 같은 존재입니다. 저희는 정말 의도적으로 선생님께 적대감을 품은 것이 아닙니다.. 이 모든 건 누군가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습니다..”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누가 너희를 고용했지?” 핫토리 카즈오는 서둘러 대답했다. “제임스라는 사람입니다. 자세한 내막은 모르고, 그냥 제임스라고만 들었습니다.” 시후는 제임스의 자료를 꺼내 사진을 보여주며 물었다. “이 사람인가?” 핫토리 카즈오는 무릎을 꿇은 채 앞으로 기어가 사진을 확인한 후, 다시 뒤로 물러나며 머리를 조아리며 답했다. “예 은 선생님, 맞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물었다. “그가 얼마를 줬지?” 핫
오직 시후만이 예리한 감각으로 문 밖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과거 일본에서 덴바야시 가문의 닌자들과 맞섰던 경험을 떠올리며, 바깥에서 사용하는 무기가 덴바야시 가문의 닌자 덴바야시 아오타가 사용했던 수리검이라는 것을 감지했다.그러자 시후는 미간을 찌푸리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아.. 일본 닌자라니!” 이렇게 한 마디를 한 시후는 이미 손에 천혼인을 슬쩍 쥐고 있었다. 고은서가 이를 듣고 놀라서 물었다. “시후 오빠, 뭐라고? 일본 닌자..”고은서의 입에서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문이 발길질로 쾅 열렸다..! 이어서 핫토리 카즈오와 7명의 이가 닌자들이 빠르게 방 안으로 들어왔다. 두 소녀는 놀라서 비명을 질렀고, 핫토리 카즈오는 차갑게 동료들에게 명령했다. “여자들은 놔두고 나머지는 전부 처리해, 한 놈도 살려..!”고은서와 마찬가지로 핫토리 카즈오 역시 마지막 말을 끝내기도 전에 고개를 들었는데, 시후가 자신의 쪽을 바라보고 앉아있는 것이 보였다. 그 순간 그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율이 일며 온몸이 얼어붙었다. 핫토리 카즈오는 존경과 공포가 뒤섞인 목소리로 떨면서 말했다. “은.. 은 선생님?! 여.. 여기에 어떻게..?”다른 7명의 닌자들도 핫토리 카즈오의 시선을 따라 시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한순간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이며 절을 했다! 이들은 모두 시후가 지휘하는 전투에서 그의 엄청난 실력을 직접 목격했던 인물들이었다. 특히, 시후가 손짓 하나로 블랙 드래곤의 핵심 멤버들 중 2명을 손쉽게 처치하는 모습을 봤기 때문에, 그들은 시후를 신과 같은 존재로 여겼다. 그렇기에 시후를 보자 그들은 자연스럽게 혼이 빠진 듯 무릎을 꿇었다. 핫토리 카즈오는 주변 부하들이 모두 무릎을 꿇는 것을 보고 정신을 차리며 그제야 자신도 무릎을 꿇고 공포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은.. 은 선생님.. 죄..죄송합니다.. 저는 핫토리 카즈오라고 합니다.. 이토 그룹 밑에서 일하는 이가 닌자입니다.
이중열은 자신이 사건의 위험성을 남김없이 시후에게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시후가 전혀 동요하지 않는 모습을 보며 의아해했다. 그래서 그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생각했다. ‘하아.. 도련님이 정말 이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그리고 그는 또 다른 생각이 들었다. ‘은서준 상무님과 비교했을 때, 도련님은 용감하시기는 하지만, 전반적인 상황을 보는 시야는 부족한 것 같아.. 오늘 여기서 빠져나가지 못하면, 은서준 상무님이 혈통을 잇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이렇게 생각하자 이중열은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그는 은서준에게 아들인 시후가 유일한 자식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오늘에서야 시후가 살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어도 은인의 유일한 자식을 이곳에서 죽게 놔둘 수는 없었다. 이중열은 자신이 20여 년을 겨우 연명하며 살아왔으니 죽어도 아쉽지는 않겠지만, 시후는 아직 젊었고 은서준과 안예선이라는 비범한 두 사람의 피를 물려받았기에 그를 이렇게 허무하게 죽게 두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중열은 급히 휴대폰을 꺼내어 911에 신고하려고 했다. 이제 그는 시후가 막든, 시후가 화를 내든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은 시후의 목숨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휴대폰을 꺼내서 잠금 해제를 하려는 순간, 휴대폰 화면 오른쪽 상단에 ‘서비스 없음’이라는 글자가 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속으로 놀라며 외쳤다. ‘이곳은 뉴욕의 중심지인데!? 어떻게 통신 신호가 없을 수 있지? 설마.. 설마.. 상대가 이미 신호를 차단한 건가?!’이중열의 추측은 맞았다.제임스는 닌자들이 행동을 개시할 때 만약의 상황에서 혜리가 신고할 기회를 주지 않으려 했다. 만약 작전 중에 혜리가 신고를 한다면 작전의 난이도가 굉장히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신고를 하기라도 하면 모든 계획은 물거품이 될 것이다. 따라서 제임스는 혜리가 쉬고 있는 곳의 반경 20m 내에 여러 개의 신호 차단기를
시후는 메시지를 보고 나서 이 배호영이 바로 배유현의 조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시후는 곧바로 고은서에게 말했다. "우연히도, 내가 이 배호영의 이모를 알고 있어.""정말?" 고은서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그의 이모를 어떻게 알게 된 거야?"시후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야기하자면 길어."그때 시후의 휴대폰에 또 다른 메시지가 도착했다. ‘젠장!’ 시후는 속으로 욕을 퍼부었다. 하지만 이 메시지를 본 순간 머리는 맑아졌고 시후는 이렇게 생각했다. ‘이렇게 여기저기 제임스를 찾으려 해도 못 찾았던 이유가, 뉴욕으로 와서 배호영에게 의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군..! 페이셔스 그룹은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고, 뉴욕은 그들의 텃밭과도 같을 거야. 이곳에서 그들이 가진 힘과 자원은 블랙 드래곤과는 비교가 되지 않아. 만약 제임스가 페이셔스 그룹에 계속 숨어 있었다면, 블랙 드래곤이 한 달을 더 찾아도 그의 행방을 찾기 어려웠을 거다..!’ 이렇게 생각하며 시후는 확신했다. 오늘의 자선 만찬은 바로 배호영이 고은서를 함정에 빠뜨리기 위해 준비한 것이고, 그 뒤에는 제임스가 뭔가 계획을 세웠을 가능성이 매우 컸다.이때 시후의 표정은 이미 굳어져 있었다. 그는 정말로 예상하지 못했다. 페이셔스 그룹의 도련님이라는 인간이 감히 은서에게 손을 대려할 줄은!그 때 이중열은 시후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눈치채고는 급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도련님, 만약 상대가 정말로 나쁜 의도를 가지고 있다면, 바깥에 있는 몇 명의 경호원으로는 상대하기 어려울 겁니다. 제 예상으로는 상대는 자선 만찬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때를 노릴 테니, 이제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겨우 5분밖에 없습니다." 그는 곧 덧붙였다. "제가 하나의 지연책을 생각해냈습니다. 지금 당장 911에 전화해서, 이
시후는 다소 놀라며 이중열을 바라보고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중열 삼촌, 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자신의 능력이 계속 향상되면서 시후는 이미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대응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므로 그는 위급 상황에 직면해도 쉽게 대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에 늘 긴장할 필요는 없었다. 그러나 이중열은 달랐다. 미국에 온 이후로 이중열은 늘 신중하게 행동해왔다. 그는 한편으로 자신의 불법 체류 신분을 알아차릴까 걱정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홍콩에서 자신을 찾아올 가능성이 있는 조폭들을 경계해야 했다. 그래서 주변에 있는 모든 것에 대한 경계심이 강했고, 위험을 감지하는 감각도 자연스레 예민할 수밖에 없었다.이중열은 매우 진지한 표정으로 작게 말했다. "도련님, 이곳의 많은 세부 사항들이 뭔가 어긋나는 것 같은 기분입니다." 그는 자신이 느끼는 모든 의문점을 시후에게 털어놓았다. 시후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점점 표정이 차가워졌다. 이중열의 분석은 충분히 타당해 보였다. 한 두 가지 정도가 이상한 것이라면 우연일 수 있겠지만, 여러 요소들이 충돌하는 것은 더 이상 우연으로 설명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시후는 잠시 생각하다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중열 삼촌, 혹시 배호영이 은서에게 나쁜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네." 이중열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배호영은 페이셔스 그룹의 도련님이고, 이 자선 만찬에 참석한 최고위층 인물입니다. 그래서 그가 남을 돕기 위한다는 건 불가능 해요. 그가 분명히 주인공이겠죠." 이어 이중열은 "그는 페이셔스 그룹의 도련님이니, 뭔가 결정했다면 철저하게 계획을 세웠을 것이고, 위험을 남기지 않도록 했을 겁니다. 우리를 이런 퇴로가 없는 방에 가둔 건 그 의도를 명확히 보여주죠. 분명한 살의가 느껴져요, 도련님!"이라고 덧붙였다.시후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불현듯 실종 상태인 제임스가 떠올랐다. 그래서 시후의 마음속에 의문이 피어났다. 제임스와 배호영이 뭔가
VIP실은 비록 매우 고급스럽게 꾸며져 있고 가구도 세련되었지만, 이중열은 이곳이 전혀 안전하지 않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이 VIP실은 외부와 오직 한 개의 큰 문 만으로 연결되어 있었고, 그 외에는 완전히 밀폐된 공간이었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이러한 방은 사생활 보호에는 최적이겠지만,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탈출의 기회가 전혀 없을 것이다. 이중열은 불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고, 이 자선 만찬과 이 밀폐된 방이 뭔가 숨겨진 비밀을 품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는 고은서에게 물었다. "은서 아가씨, 어떻게 이 자선 만찬에 초대받게 되셨죠?"고은서가 답했다. "저희 아빠의 지인이신 부회장님께서 부탁하셨어요. 이번 북미 공연 전 뉴욕 한인회와 여러 가지 협력을 했었는데, 며칠 전에 아저씨가 배호영 씨가 자선 만찬을 준비한다고 해서 참석해 주길 부탁하셨고요. 그리고 저는 만찬 주제가 의미 있다고 생각해서 오게 되었어요."이중열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오늘 자선 만찬의 주제가 동양인 고아들을 위한 것이죠?""맞아요." 고은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슬쩍 시후를 바라보며 말했다. "시후 오빠도 어렸을 때 보육원에서 고생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저는 고아들을 위해 자선을 많이 하고 있고, 저도 고아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기도 하고요."옆에서 조용히 시후를 지켜보던 김지우는 시후가 이 이야기를 듣고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하며 조용히 시후를 바라보고 있었다. 둔감한 시후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이중열은 더 큰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그는 이 자선 만찬이 마치 고은서를 위해 기획된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다면 상대방은 도대체 무슨 목적을 가지고 이런 일을 꾸민 걸까? 배호영이 고은서에게 호감을 가지고 그녀를 기쁘게 하려는 걸까,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는 걸까? 이 방이 밀폐되어 있지만 않았다면, 그는 아마 배호영이 고은서의 관심을 끌고 싶어하는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방이 완전히 밀폐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