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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화

상대방이 말이 없자 이신은 눈썹을 꿈틀거렸다. “연우진 알아요?”

신유리는 정신을 차리고 표정을 거두며 말한다. “제 친군데요.”

손을 내밀어 이신에게 악수를 청했다. “안녕하세요, 신유리에요.”

이신은 그녀와 악수를 하고 맞은켠에 앉아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연우진한테서 들었는데 그쪽이 아트 디렉 일을 하고 싶다고요?”

“네, 관심 있어요.” 신유리는 대담하게 말했다. “한번 시도해 보고 싶어요.”

이신의 손가락은 가늘고 길어 매우 수려했다. 웨이터한테 손가락을 튕겨 펜과 종이를 달라고 했다. 종이 위에 숫자를 끄적대고 신유리에게 줬다. “요즘 괜찮은 전시회가 있는데 가봐요.”

이신의 글은 생긴것 처럼 날카롭지만 더없이 깔끔했다.

신유리는 종이에 쓰인 숫자를 보고 물었다. “당신 전화번호에요?”

“평소 카톡을 잘 보지 않아서요.” 말을 마친 이신은 일어나서 시간을 확인하더니 담담하게 물었다. “시한에는 며칠 있어요?”

“저도 잘 몰라요.”

“그럼 전시회 보고 연락 줘요.”

이신은 다음 일정이 있어 일어났고 신유리도 덩달아 일어났다.

일어날 때 테이블 모서리에 발이 걸려 앞으로 넘어지려는데 그가 팔을 잡아 부축해 줬다. 그의 몸에서 깨끗하고 상쾌한 페인트 섞인 냄새가 났다. 신유리는 덕분에 똑바로 설수 있었다.

멋쩍음을 감추려 태연하게 바라보지만 말투에서는 어색함이 묻어났다. “고마워요.”

“이곳 가구들이 민족 특색이 있어서 발에 걸려 넘어지기 쉬워요.” 이신은 무표정으로 신유리 어깨에서 손을 뗐다.

신유리가 말하려는 순간 테이블에 놓인 핸드폰이 울렸다.

서준혁이 걸어온 전화였다. 전화를 받자 서준혁은 자료를 챙겨서 고객 미팅 하러 간다고 말했다.

자기 말만 하고 끊어 신유리는 반응할 시간조차 없었다.

이신이 아직 자리를 뜨지 않아 미안하게 말을 건넸다. “다음번엔 제가 사죠. 번거로운 걸음 해 줘서 고마워요.”

이신은 고개를 끄덕이고 나갔다. 오늘 신유리를 보러 온 것도 까다로운 고객을 피하려고 온 것이다.

이신이 나가자 신유리도 뒤따라 나갔다.

서준혁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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