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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화

입안에서 느껴지는 미세한 통증과 더불어 비릿한 피 냄새가 풍겼다. 신유리는 자신의 입가가 찢어진 것을 느꼈다.

서준혁이 손에서 힘을 빼자 신유리는 고개를 살짝 돌렸다.

고개를 돌릴 때 몸에 걸친 잠옷이 헐렁해져 쇄골과 하얀 피부가 그대로 드러났다.

서준혁은 고개를 숙여 신유리를 바라보다 비아냥거리듯 입꼬리를 올리고 아까와 같은 느긋한 말투로 물었다. “왜, 너한테 제대로 된 신분을 주지 않아서 그래?”

신유리의 대답을 듣기 전에 서준혁은 손에 힘을 풀었다. 소파에 앉아 무표정으로 물

어본다. “내가 언제 네가 내 여자친구라고 했어? 신유리 넌 자신을 너무 높게 보는 거 같아.”

서준혁의 말은 신유리가 느낀 모든 일들이 자신만의 망상이고 그래서 지금 일어나는 모든 일이 자업자득이라고 느껴진다.

기계적인 핸드폰 벨 소리가 울리자 서준혁은 핸드폰을 보고 전화를 받았다.

멀지 않은 곳에 서있는 신유리는 핸드폰 너머에서 들리는 송지음의 애교 섞인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서준혁은 고개를 숙이고 천천히 대답했다. 신유리는 그 자리에 서있었다. 서준혁이 송지음에게 말하는 말투는 아까 냉기가 가득했던 말투와 전혀 달랐다.

신유리는 그제야 알았다. 송지음이든 주현이든 서준혁은 모두 따뜻하고 젠틀하게 대할 수 있었지만 신유리만 예외였다.

그녀는 멍하니 서있다가 서준혁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그제야 그를 보았다.

마침 서준혁도 이쪽을 보면서 말한다. “걔 없어, 몰라.”

신유리는 서준혁이 송지음과 통화 중이라는 것을 알았다.

방에서 통화하는 서준혁을 방해할 수 없어 발코니 문을 열고 나갔다.

시한은 낮과 밤의 일교차가 커 저녁의 쌀쌀함을 느낄수 있었다.

갑자기 요양원 원장님의 전화가 왔다. 신유리는 정신을 차리고 전화를 받았다. 원장님의 목소리가 사뭇 진지했다. “신유리 씨, 혹시 시간 되면 내일 요양원으로 와 줬으면 좋겠네요.”

신유리는 놀라 미간을 찌푸렸다. “혹시 외할아버지한테 무슨 일 있어요?”

“이선생님이 요즘 이상해요. 담당 간호사가 이선생님이 요즘 은행에 자주 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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