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지음은 조심스럽게 신유리에게 물었다. “유리 언니, 제가 잘못 들었나요?”신유리은 송지음을 쳐다보면서 미간에 찌푸리며 짜증을 내였다. “내 일은 네가 신경 쓸 필요 없어.”“저는 언니가 걱정되었을 뿐이에요. 이건 제 생일 파티니까 모두가 즐겁기를 원해요.”“지음아.”옆에서 임아중이 웃으며 말했다. “오늘이 생일이라는 걸 계속 강조할 필요는 없어. 우리도 오늘의 주인공은 너라는 걸 알아.”송지음은 줄곧 주인공 행세를 하면서 신유리에게 자신의 권위를 강조했고 임아중이 보기에는 정도가 선을 넘어 유세를 떠는 것 같았다.송지음은 그대로 얼어버렸고 신유리는 무언가를 깨달은듯 했다. 신유리는 송지음은 아마도 자기가 함께한 남자가 서준혁인지를 묻고 싶어 이렇게 트집을 잡고 있는 것이 라고 생각했다.신유리의 입을 열려고 하는데 뒤에서 누군가가 다가왔다.곧이어 송지음의 얼굴이 어두워졌고 신유리뒤에 서있는 사람을 바라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오빠, 처리할 일이 있다고 하지 않았나요? 여기에는 왜 왔어요?”신유리는 입술을 꽉 깨물었고 서준혁의 낮게 깔린 목소리가 그녀 머리 위에서 울려 퍼졌다. “일들은 다 처리했어.”:착각인지 아니면 아까 휴게실에서의 스킨십 때문이었는지 신유리는 콧속에는 온통 서준혁의 몸에서 나는 은은한 설송 나무 향기로 가득했다.어딘가 어둡고 차가운 기운이 그녀를 감쌌다.그가 보지 않아도 이상한 압박감이 여전히 그녀를 힘들게 했다.신유리는 돌아보지 않고 임아중의 손을 잡고 자리를 피하려 했지만 송지음은 길을 막고 있었다.신유리는 소리를 낮추며 말했다.“비켜.”그녀의 얇은 목소리였지만 낮게 깔아서인지 무섭게 들려왔다.송지음은 그녀의 무서운 시선을 마주하며 놀라서 본능적으로 옆으로 비켜섰다.신유리이 임아중의 손을 잡고 떠나자, 송지음이 정신을 차리고 서준혁을 바라보았다.서준혁은 눈을 감은 채 생각에 잠겨 있었다.“오빠, 무슨 생각을 하고 있어요?”송지음은 우물쭈물하며 물었다.서준혁은 눈을 뜨며 차분하게 대
두 사람은 매우 가까이 서 있었고 서준혁에게서 옅은 술냄새는 신유리의 코끝으로 계속 자극했다.방금 송지음이 그녀의 옷에 뿌린 술 냄새와 비슷했다.신유리는 옆으로 얼굴을 비키며 미간을 약간 찡그렸다.왠지 모를 이런 느낌이 그녀를 답답하게 했다.서준혁의 손은 아직 그녀의 목을 감쌌고 신유리는 서준혁이 지금 술을 마셔서 제정신이 아닐 거라고 생각하며 이를 악물고 손을 들어 서준혁의 쳐냈고 몇 걸음 물러서서 차가운 눈으로 그에게 주의를 주었다. “서준혁, 선을 지켜.”서준혁은 깊은 눈동자로는 아무런 감정도 읽어낼 수 없었다. 그는 짙은 눈동자로 신유리를 바라보았고 그녀는 그 눈동자에 빨려 들어갈 것만 같았다.잠시 후 그는 쉰 목소리로 물었다.“넌 남자면 다 좋은 거 아냐?”그는 술을 마셔서 말할 때 거친 숨소리를 내쉬었고 눈꼬리도 술기운 때문에 약간의 붉은빛이 돌았다.“나, 연우진, 이신, 진송백.”“다음은 누구야?”“우서진이냐 아니면 그 여씨인가?”서준혁은 눈에서 증오가 흘러나왔다.“너를 비위가 좋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이익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어.”신유리는 주정뱅이와 계속 말하고 싶지 않았다, 서진혁의 입에서 나온 말도 안 되는 일들을 신유리가 수없이 설명해도 그는 믿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지금 술에 취해 제정신이 아니었다.신유리는 눈을 감고 자신의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노력한 뒤 다시 눈을 떴다. 그녀는 서준혁을 쳐다보면서 말했다.“그래서 너는 내가 이런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왜 매번 내 앞에 와서 이러는 거야?”그는 점심에 그랬던 것처럼 그녀의 또 뒤에 서있었다.그는 무엇을 위해 이러는 걸까?신유리는 속으로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녀는 살짝 고개를 들어 서준혁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서준혁, 네가 이러는 게 나보다 더 싸 보여. 네가 나를 잊지 못해서 나한테 일부러 존재감을 찾는 거야?” 서준혁은 눈을 가늘게 뜨며 눈살을 찌푸렸다.“네가 뭐라고.”신유리는 입가에 썩소를 지으며 말
신유리의 안색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그녀는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국병 씨, 여긴 어쩐 일이세요?”간호사와 의사들에 의해 제지당했던 주국병은 신유리의 목소리에 이내 고개를 돌렸다.그의 얼굴에는 몇 군데 상처가 있었고 흐려있던 그의 눈빛에는 마치 한 줄기의 빛이 스쳐 갔다.신유리를 본 간호사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입을 열었다.“유리 씨, 계속 전화를 했는데 받지 않으셨어요.”“이분께서 다짜고짜 병실에 들어가 어르신을 뵙겠다고 하셨어요.”“제 장인어른을 뵙겠다는 뭐가 문젭니까?”주국병은 원래 인상이 험한 데다가 목소리까지 컸다. 신유리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흘겨보더니 말했다.“국병 씨, 어쩐 일로 성남까지 오신 거죠?”주국병이 할아버지를 보기 위해 성남시까지 올 리가 없다고 생각한 그녀는 마음이 차가워지더니 물었다.“엄마는 국병 씨가 여기까지 온 걸 아세요?”주국병은 화가 나서 말을 뱉었다. “그 재수 없는 년 얘기는 좀 작작 해.”지금은 밤인 데다가 여긴 병원인지라 주국병의 목소리는 복도에 유난히 크게 울려 퍼졌다.신유리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내려가서 얘기하시죠.”이 층에는 환자가 매우 많았다. 심지어 어떤 병실에서는 이미 문을 열고 머리까지 내밀고 구경하고 있었다.신유리는 말을 마치자마자 몸을 돌려 떠났고 주국병이 자신을 찾으러 왔다는 것을 알았다.다만 그녀는 돌아서자마자 빠르게 핸드폰을 꺼내 이신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그녀는 주국병에 대해 전혀 신뢰가 없는지라 만약 충돌이 일어나면 그녀 혼자서 무조건 손해를 볼 것이다.저녁, 병원에는 인적이 드물었고 신유리는 입원병동 로비 밖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때때로 사람들이 로비 밖에서 지나갔다.주국병이 그녀의 뒤를 따라 내려오더니 사람이 없다고 그는 더 이상 연기조차도 하지 않고 입꼬리를 치켜올리더니 직설적으로 물었다.“말해봐, 언제 나한테 돈을 보낼 거야?”신유리는 눈을 반쯤 감고 말했다.“내가 왜 당신한테 돈을 줘야 하죠?”“너 그 재수 없는 엄마가
주국병이 아까 얼마나 힘을 썼는지 신유리는 어깨 반쪽이 격하게 아파 났고 반대쪽 몸도 따라서 힘이 없었다.방금 이 주먹이 그녀의 얼굴을 향해 내리쳤다면 어땠을지 상상하기조차 두려웠다.“뭘 봐, 너랑 무슨 상관이야.” 신유리는 허리를 굽히고 통증을 가라앉히려는데 주국병의 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신음소리를 참은 채 눈꺼풀만 치켜들고 서준혁을 바라보았다.서준혁은 이미지가 차가워 거기 서 있는 것만으로도 우아했다.주국병을 내려다보는 그의 얼굴은 분명 무뚝뚝했지만 주국병은 그의 시선에 왠지 모르게 몸서리를 쳤다.신유리는 서준혁의 뒷모습을 보며 옅은 신음소리를 내며 어렵게 입을 열었다.“준혁아, 조금 있다가 가면 안 돼?”그녀는 한 마디를 뱉을 때마다 어깨가 찌릿찌릿 아파 나서 느릿하게 말을 이어갔다.별 다른 이유 없이 그녀는 단지 주국병이 다시 일어날까 봐 두려웠다.그녀는 지금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았다. 만약 서준혁이 조금만 더 머물러준다면 아무래도 조금 더 안전할 것이다.서준혁은 그녀의 말을 듣고도 가만히 있었다.잠시 후, 그제야 그는 고개를 살짝 돌리자 신유리는 그의 얼굴이 굳어있는 것을 보았다.그녀는 서준혁이 있어 주기 싫은 줄 알고 핸드폰을 들며 말했다.“경찰에 신고할 테니 조금만 더 있어 줘.”입술에 핏기 하나 없이 속눈썹을 늘어뜨린 그녀는 한참 만에야 한 마디를 내뱉었다.“초라하네.” 신유리는 자조하며 입꼬리를 내렸다. 정말 초라하기 그지없었다.자신의 친엄마한테도 속고 계부한테도 이렇게 맞았다.지금 서준혁에게 부탁해서 용기를 내야 하는 상황까지 너무 초라했다.다만 서준혁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떠나지 않았다.심유리는 마음이 조금 풀렸지만 어깨가 너무 아파 몇 번이나 신음소리를 흘렸다.경찰이 오기 전에 병원 경호원이 먼저 다가와 상황을 파악하고 주국병을 제압했다.주국병은 여전히 신음소리를 내며 괴로운 얼굴을 하고 있다가 신유리를 바라볼 때만 눈에 독기가 맺혔다.경찰이 곧 도착했고 비록 그들은 로비
신유리가 응급실에서 20분을 기다린 뒤에야 이신이 도착했다. 그는 안색이 굳어져 약간 엄숙해 보였고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어때? 많이 다쳤어?”외할아버지를 뵈러 왔던 신유리가 지금은 응급실에 앉아있는 것을 봐서는 말할 필요도 없이 분명히 다쳤을 것이다. 신유리는 방금 진통제를 먹었지만 어깨는 여전히 아팠다.그녀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있었고 병원 조명 아래 그녀의 입술에는 핏기조차 없어 보였다.“어깨뼈에 금이 좀 갔어.”이신은 동공이 갑자기 흔들리더니 물었다.“그가 때렸어?”신유리는 대답하지 않았고 옆에 놓인 약과 진단서를 들고 천천히 일어났다. “운전하기 좀 불편해서 나 집까지 데려다 줄 수 있어? 부탁할게.”그녀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순의 시선은 그녀에게 잠시 머물렀다가 곧 손을 내밀며 말했다.“이리 줘. 내가 들게.”이제 더 이상 강한 척할 필요도 없었고 신유리는 손에 들렸던 물건을 이신에게 건네주고 그를 따라 주차장으로 갔다. 이신은 그녀보다 한발 일찍 도착하여 차 문을 열어주었다. 신유리는 입술을 깨물며 차에 올랐다. 이신이 가볍게 차에 올랐고 잠시 멈칫하더니 신유리를 바라보며 말했다.“잠깐만, 내가 안전벨트를 해줄게.”신유리는 어깨 상처 때문에 크게 움직이지 못하고 고개만 가볍게 끄덕였다. 이순이 가까이 다가왔을 때 그에게서 매우 연한 허브향이 났다. 서준혁에게서 느끼는 차가운 느낌과 달랐으며 이신에게서 나는 냄새는 한결 깨끗하고 포근했다. 그는 시종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안전벨트를 매준 다음 이내 몸을 비켰다. 신유리는 통증으로 인해 머리가 어질어질하여 이신과 고맙다는 한마디만 하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까 준혁 씨를 봤어.”이신의 목소리는 담담했고 어떠한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신유리는 눈초리를 가늘게 떨더니 말했다. “마침 그가 병원에 있었어.”“준혁 씨랑 주국병이 만났어?”“응.”깊은 밤, 길에는 차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이신은 길목의 신호등 앞에서 천천히 차를
이연지가 어찌나 힘을 썼는지 신유리는 그녀에게 맞아 온몸이 한쪽으로 쏠렸고 다친 손은 본능적으로 의자를 잡고 버티고 있었다. 가슴을 파고드는 듯한 통증이 순간적으로 강하게 밀려오자 신유리의 얼굴에는 식은땀이 흘렀고 얼굴의 혈색도 모두 사라졌다. 통증 떄문에 그녀는 호흡마저 하기 어려울 지경이였다. 말은커녕 입을 벌린 채 숨을 헐떡이며 통증을 줄이려고 애썼다. 이연지는 아무것도 모르고 그녀는 여전히 신유리를 가리키며 비분이 극도에 달해 울며불며 하소연했다. “이 배은망덕한 년아, 어떻게 이렇게 모질게 굴 수 있어? 그를 아버지라고 불러야 하는 거 아니야?”이연지는 신유리가 마치 천리를 어긋나는 일을 한 듯이 굴더니 나중에는 흐느끼며 땅에 꿇어앉았다. “널 낳아서 뭐해. 내가 원수를 낳았구나!”“내가 그때 차라리 약이나 사서 먹고 너를 화장실에서 흘려버리는 것이 네가 지금 나에게 복수하는 것보다는 낫겠다!”이연지의 목소리는 쉬었고 너무 비통하게 울었는지 옆에서 구경하던 사람들은 신유리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기 시작했다. 신유리는 여전히 통증이 심해서 정신을 가다듬을 수 없었다. 그녀는 자신의 등에 식은 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이연지는 그녀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벌떡 일어나더니 신유리를 끌고 갔다. “안 되겠다. 어서 들어가 네 아버지께 사과해. 무릎까지 꿇고 정중히 사과해. 양심도 없는 년.”이연지는 비록 여위고 허약했지만 합정에 간 이후로 노가다도 적지 않게 했으며 게다가 미미를 돌보기 위해 온갖 궂은 일이든 다 했다. 그랬던지라 그녀는 힘이 셌다. 힘껏 신유리를 앞으로 잡아당겼다. 신유리는 자신의 손이 그녀에 의해 끊어질 것만 같았다. 마비될 정도의 통증은 그녀의 반쪽 몸을 움직일 수조차 없게 했다.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혀있었고 얼굴색도 새하얗게 질렸다. 옆에 있던 경찰이 보다 못해 강제로 이연지를 끌어내며 낮은 소리로 꾸짖었다. “가족분께서 너무 흥분하지 마세요.” “신유리 씨도 마찬가지로 부상을 입으셨습니다. 남편분만
임아중이 도착했을 때 신유리의 어깨는 이미 많이 회복되었고 여전히 통증이 있었지만 어쨌든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정도였다. “너 어떻게 된 거야?”임아중은 이틀 동안 신유리에게 벌어진 일들을 아직 모르고 있었다. 다행히 그녀는 더 이상 묻지 않고 조심스레 신유리를 도와 옷을 갈아입혔다. 신유리가 모든 일을 그녀에게 말했을 때 그는 눈을 부릅뜨며 분개했다.“네 엄마라는 사람은 머리가 이상한 거 아니야? 이게 정상적인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야?”이연지가 한 짓은 확실히 누가봐도 정상적이라고 할 수 없었다. 신유리는 눈을 내리깔고 말을 잇지 못했다. 임아중이 말을 하려던 참에 갑자기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핸드폰이 울렸다. 그녀는 신유리에게 핸드폰을 건네주었고 발신자는 성남파출소였다. “신유리 씨, 지금 한번 다녀가야 하겠습니다.”주국병의 부상이 심각한 데다가 가정 내 갈등까지 겹쳐 파출소에서도 골치가 아픈 상황이었다. 임아중은 신유리와 함께 파출소로 갔다.“난 네 엄마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봐야겠어.”파출소는 제일 병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고 임아중이 차를 세우자마자 바로 뒤에 마이바흐 한 대가 멈춰 섰다. 임아중은 너무 놀란나머지 욕설을 내뱉었지만 반면 신유리는 한눈에 서준혁의 차라는 것을 알아챘다. 잇달아 차 문이 열리며 서준혁이 무표정으로 내렸다. 신유리는 차 안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서준혁이 떠난 후에 내릴 생각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 차 창문을 두드렸다. 서준혁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있었고 미간을 찌푸린 채 신유리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신유리는 흠칫했다. 비록 창문에는 보호필름이 붙어있었지만 그녀는 마음속으로 서준혁이 마치 그녀가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알아볼 수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뭘 꾸물거려? 레드카펫이라도 깔아줘야 해?”서준혁의 목소리가 유리를 통해 들려왔고 매우 침울해 보였다. 신유리는 입술을 깨물며 천천히 차 문을 열었다. 서준혁도 어젯밤의 일 때문에 왔을 것이다. 신유리
경찰은 아주 엄숙한 얼굴로 이연지를 쳐다보며 말을 꺼냈다.“주국병 씨 병원에 있답니다. 지금 상태가 별로 안 좋다고 하는데... 가족 분들 가보셔야 될 것 같습니다.”이연지는 주국병 이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잠시 굳더니 급히 몸을 일으켜 세우며 물었다.“그 사람이 왜요?”신유리는 모든 신경을 다 미미한테 쏟아 붓고 있었는데 미미가 당황하여 길을 제대로 걷지 못하는 이연지에게 팔을 붙잡혀 강제로 끌려가는 것을 보았다.신유리와는 반면에 이연지는 미미의 팔이 모서리에 강하게 부딪혀 다친 것조차 모르는 눈치였다.신유리는 마음이 쿵 하고 가라앉는 듯싶었다. 그녀는 이연지의 뼈 밖에 없어 앙상한 뒷모습을 바라보며 코웃음을 쳤다,[이연지 맞아?][주국병한테 충신 하는 한 마리의 개 같은데?]주국병의 말 한마디면 그녀는 순순히 말을 듣고 그의 뒤를 따라다니고 있는 모습 이였다.이연지는 미미의 팔을 붙잡고 비틀거리며 달려 나갔다. 남겨진 경찰은 어쩔 줄 모르겠다는 눈빛으로 신유리를 보며 말했다.“그쪽도 병원으로 가보셔야 될 것 같습니다.”“주국병 씨가 신유리 씨와 얘기를 나누고 싶다고 하십니다.”경찰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옆에서 듣고 있던 임아중이 입을 열었다.“그럴 필요 없어요. 범인이 무슨 자격으로 우리더러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거죠? 안가요. 유리야, 우리 다 같이 가지 말고 바로 고소하자. 모든 증거들이 다 있는데 우리가 뭐가 두려워?”경찰의 안색은 아까 보다 더 급격히 어두워졌지만 신유리는 이연지에 대해 잘 아는 사람 이였다. 만약 자신이 병원으로 가지 않는다면 그녀는 나중에 온 세상 사람이 다 알 수 있을 정도로 온갖 방법을 써서 괴롭히리 라는 것을.생각에 잠겨있던 그녀는 임아중의 말에 대답했다.“먼저 돌아가세요, 저 병원 갔다 올게요.”“같이 가줄게요.”임아중은 비록 심기가 불편하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지만 신유리를 따라가겠다고 말했다.신유리는 서준혁이 바로 떠나는 줄 알고 있었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그는 그녀와 함께 병원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