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지음, 말은 장소를 가리고 뱉어야 해. 그것도 몰라?"신유리의 말투는 매우 차가웠다.화인의 사람들은 대부분 입사할 때 동종업계 취직 금지 계약을 치른다. 하지만 송지음은 감히 그녀가 다른 회사에 스카우트되었다고 사람들 앞에서 나불댔다.바보가 아니라면, 일부러 그런 거겠지!엄숙한 신유리의 말투에 놀란 송지음은 입술을 오므리고 쩔쩔맸다."유리 언니, 제가 그런 뜻으로 얘기한 건 아니고, 단지…. "그녀는 뒷말을 못 있고 차라리 고개를 떨궈 묵묵히 신유리 옆에 서니 욕먹은 듯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옆에서 보다 못한 양예슬은 입을 열었다."송 비서, 원래 송 비서가 말을 잘못한 거잖아요, 왜 오히려 피해자인 척을 해요?"신유리의 얼굴이 싸늘해졌다."별일 없으면 일하러 가."송지음이 한바탕 끼어든 바람에 신유리의 마음은 괜히 초조해졌다.서준혁이 송지음을 데려가던지, 아니면 더 적합한 후자를 고르던지 해야 했다.신유리는 머리가 살살 아파 났다.탁자 위에 놓인 미래 자료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신유리는 진규성에게 저녁 식사를 함께하자고 메시지를 보냈다.진규성은 저녁에 약속이 있을 수 있으니 그때 다시 답장하겠다고 발뺌했다.뻔한 핑계였지만 신유리는 어쩔 수 없이 저녁에 답장을 기다리겠다고 답장을 보냈다.신유리의 가슴이 또 철렁해져 인수인계할 자료를 다시 정리하려고 하는데, 곽정희가 다가왔다.그녀는 신유리의 테이블을 가볍게 두드렸다."시간을 좀 내줘, 나랑 인사팀에 가자. "신유리는 이직 기간 많은 절차가 있을 거라는 걸 알고 고개를 끄덕이며 곽정희를 따라 계단을 내려갔다."아이고, 너 가고 나면 어떡해, 새로 온 인턴도 몇 명 안 돼."엘리베이터에 들어서자마자 곽정희가 먼저 말문을 시작했다.지난번 인사 면접에서 새로 온 인턴의 능력이 확실히 좋지 않아 신유리는 그렇다고 대답했다."곧 졸업 시즌이 다가올 건데 뭘, 인턴은 걱정 안해도 돼. ""훌륭한 건 다 일찌감치 빼앗겼으니 어떻게 걱정이 안 돼."곽정희는 말하면서도 신유리를
더 이상 생각할 겨를도 없이 신유리는 서둘러 요양원으로 돌아갔다.원장과 간호사들은 모두 외할아버지 방문 앞에 있었고, 신유리가 도착하자 서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선생님이 안으로 모셨어요, 한참 뒤 한 여인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리길래 저희는 어르신의 감정이 격해질까 봐 급히 유리 씨를 부른 거예요."외할아버지가 퇴원할 때, 의사는 더 이상 외할아버지의 감정이 격해지지 않도록 챙겨야 한다고 신신당부했다.신유리는 눈이 침침해져 원장님과 이야기를 난 뒤 문을 두드렸다.아무런 반응이 없었다.신유리는 밖에서 외할아버지를 불렀다. "외할아버지, 저예요."갑자기 안에서 외할아버지의 누그러진 기침 소리가 들려오는데, 좀 다급하게 들렸다.신유리는 더욱 조급해져 볼륨을 높였다."이연지! 무슨 일이 있으면 직접 나한테 말해!"방안에서 바스락 소리가 나면서 곧 방문이 열리더니 외할아버지가 지팡이를 짚으며 나왔고 안색이 좋지 않아 보였다.이연지가 혼자 소파에 앉아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외할아버지의 기침 소리가 그녀의 사색을 다시 끌어당겨 신유리는 미간을 찌푸리며 외할아버지를 바라보았다."괜찮으세요?""아무 일도 아니야. "외할아버지는 더 이상 말하기 싫은 듯 손을 내저었다.외할아버지는 방안의 이연지를 바라보며 지팡이를 땅바닥에 세게 구르고 나서, 무거운 목소리로 호통쳤다."이 양심도 없는 년, 당장 합정으로 돌아가! 앞으로 너 같은 딸이 없는 걸로 생각할 테니까 꺼져!"외할아버지가 말을 매우 급하게 한 바람에 또 맹렬하게 기침하기 시작했다.신유리는 손으로 등을 만져주면서 무표정한 얼굴로 이연지를 바라보았다."양심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지금 떠나는 게 좋을 거예요."이연지가 일어서자, 신유리는 그제야 그녀의 얼굴을 똑똑히 보았다.지난번보다 더 야위고 초췌해졌고 왼쪽 눈이 퉁퉁 부어올라 눈가엔 핏발이 서 있으며 옷도 지저분해 60대 노부인처럼 보였다.이연지는 신유리를 감히 쳐다보지도 않고 무릎을 꿇었다.신유리는 순간 그녀의
송지음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유리 언니, 전 단지 모두에게 아침 식사를 대접하고 싶었을 뿐이에요. 요즘 다들 일이 너무 바쁘잖아요. 어제 서윤 언니도 너무 바빠서 아침 먹을 시간도 없다고 하셔서 제가 사 온 거예요.”“미안해요, 유리 언니. 앞으로 그러지 않을게요.”서윤은 비서 부의 오래된 직원이다.“지음 씨가 마음 쓴 거지. 신 비서 그만 혼내. 얼마나 생기발랄한 어린 아가씨야.”신유리는 자신의 책상 위에 놓인 커피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지금 서윤이 송지음편에 서서 말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신유리는 시선을 떨구고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송지음은 모든 동료들 앞에 커피를 한 잔씩 갖다 놓았다. 심지어 오청아 것도 있었다.양예슬도 커피 한잔에 더 이상 송지음의 꼬투리를 잡지 않았다.그녀가 직장에서의 이런 수법들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웃는 얼굴로 송지음을 대하기가 어려웠을 뿐이다.그리고 직장을 그만두기 직전이니, 이런 것들도 이젠 신경 쓸만한 가치가 있는 일도 아니었다.지금 그녀가 바라는 것은, 서둘러 미래와의 협력을 따내는 것이다.진규성은 여전히 답장이 없었다. 신유리는 자료를 들고 송지음의 곁으로 다가갔다.그녀는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이 자료를 서 대표님한테 가져다드려. 미래의 시장 추세야. 아래는 방안이고, 문제없으면 사인하시라고 해.”신유리는 모든 생각이 풀렸다. 서준혁이 송지음을 그렇게 밀어주니 자신이 뭐든 직접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송지음이 그렇게 표현하기를 좋아하니 그녀에게 표현할 기회를 주려는 것이었다.송지음은 역시나 거절하지 않고 서류를 들고 위층으로 올라갔다.신유리는 계속해서 자신의 업무를 처리했다. 그러나 5분 만에 송지음이 내려와서 낮은 목소리로 신유리를 불렀다.“유리 언니, 대표님이 언니더러 올라오래요.”“무슨 일인데?”신유리가 물었다.“미래에 대한 일인 것 같은데요.”송지음은 말하면서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기분이 좋은 듯한 모습이었다.곧 신유리는 송지음을 따라 위층으로 올라갔
“누가 마음대로 약속 잡으래?”아직 다들 퇴근도 하지 않았는데 신유리의 언성이 높아졌다. 분명히 화가 난 말투였다.송지음 쩔쩔매며 그 자리에 서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차 대표님이 먼저 적극적으로 저희에게 러브콜을 보냈는데 언니는 왜 그걸 받지 않아요?”그녀의 눈시울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억울하고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유리 언니, 서 대표님이 언니가 아닌 저를 데리고 차 대표님을 만나러 갔다고 생각해서 저를 믿지 않는다는 거 알아요. 그래도 시도해 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원래 사무실은 신유리가 갑자기 화를 내는 바람에 조용해졌기 때문에 송지음의 말이 더욱 잘 들렸다.송지음은 돌려서 말했지만 뜻을 명확했다.신유리가 자신에게 불만을 품고 일부러 자신을 겨냥했다는 것이다.신유리는 잠시 머뭇거리다 눈을 감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진 관장 쪽 약속은 취소 못해. 네가 차 대표님이랑 약속 잡았으니 너 혼자 가.”비즈니스를 할 때는 보통 상위에 끼어드는 걸 꺼리는데, 특히 진규성은 이번 미래 프로젝트를 책임지도록 지목받은 사람이라, 그와 어렵게 잡은 약속을 깬다면 화인 그룹과 미래의 협력은 불가능해질 것이다.그리고 차 대표도 당연히 화인 그룹의 말보다 자기 사람의 의견에 더 귀를 기울일 것이다.신유리도 차원성을 만나러 가려고 했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고, 이런 방식으로 만나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그녀는 마음이 답답한 나머지 화가 미리 끝까지 치솟는 느낌이었다. 그녀는 차가운 목소리로 송지음에게 말했다.“지금 다른 일 없으면 차 대표님 만나러 갈 준비해."송지음은 약간 망설이다가 이내 준비하러 사라졌다. 그러고는 다시 신유리에게 와서 말했다.“유리 언니, 서 대표님이 저를 언니랑 함께 미래 프로젝트를 책임지게 했으니까, 그 기대를 절대 저버리지 않을게요. 제가 차 대표님이랑 잘 얘기해 볼게요."신유리는 송지음이 화인에 와서 다른 건 별로 배운 게 없지만 유독 말하는 기술이 많이 늘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그녀는 지금 더
그의 시선이 신유리에게 떨어졌다. 마치 그녀를 꿰뚤어 보려는 듯 말이다. 신유리는 주먹을 꼭 쥐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난 오늘 저녁 이미 진규성이랑 약속이 있었어. 만약 내가 진규성과의 약속을 깨고 차 대표님을 만나러 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난 할말이 없어.”“넌 지금 차원성이 여기에 누워있는데 화인이랑 협력할 것 같아?”서준혁은 이미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얼굴색은 말할 수 없이 어두웠고 말투도 강하고 거칠었다.송지음은 여전히 옆에서 고개를 숙인 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신유리가 눈을 감고 다시 입을 열려고 할 때 간호사 한 명이 다가왔다.“32침대 환자가 깨어났어요.”32침대는 차원성의 침대이다. 서준혁은 안으로 들어갔다. 신유리도 뒤따라 들어갔다.차원성은 침대에 누워 창백해진 얼굴로 서준혁을 바라보며 소리 없이 손사래를 쳤다.“서 대표, 미래와 화인은 확실히 맞지 않는 것 같군요.”이 말만으로도 협력의 가능성을 부정한 셈이다. 서준혁의 얼굴은 더욱 어두워졌다.신유리는 옆에서 숨을 깊이 들이쉬고는 천천히 말했다.“차 대표님 푹 쉬세요. 업무상의 일은 급하지 않아요. 앞으로 얘기할 기회가 있으면 그때 다시 얘기해요.”차원성의 얼굴빛은 여전히 별로였다. 그의 비서도 급히 병원으로 와서 그의 가족에게 연락을 취하고 있어신유리와 서준혁은 자리를 뜰 수밖에 없었다. 송지음은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서준혁을 바라보았다.“오빠, 차 대표님은 좀 어때?”서준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신유리도 그들의 뒤를 따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주차장에 도착했을 때 서준혁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고개를 돌려 신유리를 쳐다보았다.그는 마치 뭔가 어마어마한 폭풍이라도 일으킬 것 같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신유리는 마침 가로등 아래에 서 있었기 때문에 그의 표정을 뚜렷이 볼 수 있었다. 그는 입술을 오므리더니 약간 쉰 목소리로 말했다.“나중에 다시 차 대표님께 사과드리러 올 거야.”서준혁
사무실로 돌아가기 전에, 신유리는 먼저 탕비실에 들렀다. 따뜻한 물을 받는데 배가 좀 불편한 느낌이 들었다.사무실 문 앞에 오니, 안에서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렸다.신유리는 문 앞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나서야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그녀가 들어가자마자 시끄럽던 사무실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심지어 부자연스러운 정도로 조용해졌다.신유리는 멈칫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 변화에 신경 쓸 기분이 아니라서 바로 자기 자리로 돌아가서 양예슬을 불렀다. 그리고 보고서를 그녀에게 건네며 말했다.“데이터 다시 확인해 보고 문제없으면 재무부로 보내요.”양예슬은 뭔가 말하려다 멈추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신유리가 물었다.“왜요?”“유리 언니, 회사 단톡방 봤어요?”화인 그룹의 단톡방이 수십 개이다.“어느 단톡방? 무슨 일 있어요?”“사적인 익명 단톡방 있잖아요.”양예슬은 신유리가 전혀 모르는 것 같은 모습을 보고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어젯밤 언니랑 언니 어머니가 제일 병원에 있는 모습을 누가 찍었어요.”물건을 정리하고 있던 신유리는 갑자기 동작을 멈췄다. 어젯밤 그녀는 집에 가자마자 가방을 던져버리고 핸드폰도 보지 않았다.양예슬이 말했다.“어젯밤 사람들이 단톡방에서 심하게 토론하더라고요. 언니 마음의 준비 단단히 해야 해요.”양예슬은 나름 돌려서 말했다.신유리가 화장실에 가서 단톡방을 열었을 때, 안에서는 아직도 토론하고 있었다. 다만 모두 익명으로 말이다.[정말 몰랐어요. 평소에 유리 언니의 당당한 모습에 가정 형편도 아주 좋은 줄 알았는데.][이게 바로 서 대표님이랑 송지음 씨가 사귀는 이유이기도 하죠. 가정 상황도 한 사람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니까요.]신유리는 단톡방에서 토론하는 것을 보며 입을 굳게 오므렸다. 그리고 계속해서 아래로 내리며 보고 있었다.수천 건의 문자를 본 뒤에야 마침내 원본 비디오를 볼 수 있었다.신유리는 영상을 클릭하는 순간 손가락이 떨렸다. 영상이 재생되는 순간 이연지가 구걸하는 소리가 흘러나왔다.“제
송지음 목소리가 크지는 않지만, 사무실의 현재 초점 자체가 신유리에게 있기 때문에 그녀의 말을 다들 듣고 있었다.누군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지음 씨 무슨 뜻이에요? 미래 프로젝트는 유리 언니가 담당하는 거 아니에요?”“유리 언니가 요즘 일이 좀 많아서요. 이 일까지 책임질 정력이 부족해서 서 대표님이 유리 언니가 편하게 눈앞의 일부터 처리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시는 거예요.”송지음은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비록 분명하게 말하지는 않았지만 신유리가 집안일을 처리하지 못했기 때문에 서준혁이 그녀를 미래 일에서 제외시켰다고 은근히 암시했다.하지만 이런 대답도 지적할 데가 없다.신유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기 자기로 돌아갔다.그녀는 정신이 흐릿한 데다 어젯밤에 쉬지도 못했으니, 머리가 아팠다.그녀는 한 손으로 이마를 짚고 눈을 감고 조금 쉬고 싶었다.그러나 너무 피곤해서 그런지 눈을 감자마자 바로 잠들어 버렸다.그녀는 비몽사몽인 상태에서 이연지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회사에 와서 소리를 지르며 울면서 무릎을 꿇고 서준혁에게 1억을 빌려달라고 사정하는 소리가 들렸다.뒤죽박죽인 영상이 뒤섞이면서 신유리의 미간은 더욱 찡그려졌고, 결국 이연지의 소리 지르는 소리와 함께 눈을 번쩍 떴다.심장은 아직도 뛰었고, 목이 말랐다. 핸드폰을 보니 겨우 5분이 지났다.동영상이 회사 내에 퍼지고, 특히 그 익명의 단톡방에는 오전 내내 끊임없이 문자를 보내는 사람이 있었다.익명 단톡방이라 자신의 정보를 노출하지 않으니 다들 제멋대로 말했다.이 단톡방은 신유리가 인화 그룹에 갓 입사했을 때 다른 사람에 의해 들어가게 된 것이다. 나중에 가십거리나 얘기하는 곳이 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점심 신유리는 입 맛이 없어 밥 먹으러 가지 않았다.양예슬이 돌아올 때 그녀에게 두유 한 잔을 가져다주었다.“언니, 다들 그냥 입이 싸서 그래요. 그래도 몸은 자기 것이니까 잘 챙겨야죠.”양예슬도 영상을 보았다. 그녀는 신유리의 이런 처지가 안타까울 뿐이었다.
이연지는 신유리의 감정 변화를 눈치채지 못한 채 그녀를 끌어안고 펑펑 울었다.신유리는 몸의 피가 응고된 듯한 느낌이 들었고, 머릿속으로 이연지가 방금 한 말만 되뇌었다.그녀는 요즘 많이 야위었고 얼굴색도 별로였다. 이연지가 그녀를 끌어안는 움직임이 조금만 컸으면 그녀는 그대로 쓰러질 것 같은 느낌이었다.회사 사람들의 시선이 점점 많아지자, 신유리는 무감각하게 고개를 들어 그들을 쳐다봤다. 그들의 눈빛에는 놀라움, 연민, 동정, 경멸, 조롱이 모두 섞여 있었다. 마치 그녀를 심판하려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녀의 가죽을 벗겨내고 살을 뜯어내려 하는 것 같았다.그리고 갑자기 어둡고 차가운 눈동자와 시선을 마주쳤다. 신유리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리고 그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회사가 네 집이야?"신유리의 눈빛이 흔들렸다. 뭔가 말하고 싶었지만, 목구멍이 막힌 듯 한마디도 할수가 없었다.“아주머니 여기는 회사예요. 지금 심정은 이해하지만, 너무 흥분하지 마세요. 하실 말씀 있으시면 유리 언니한테 잘 얘기하세요. 두 사람 모녀 사이잖아요. 엄마와 딸 사이에 풀지 못할 원한이 뭐가 있겠어요.”송지음이 진지한 말투로 서준혁의 말에 이어서 말했다. 하지만 말 사이로 이연지와 신유리의 이전 관계를 은근히 암시했다.신유리는 눈을 질끈 감고 한참 뒤에야 쉰 목소리로 말했다.“당신, 지금 나 협박하는 거예요? 내가 당신 원하는 대로 하지 않으면 매일 여기로 찾아올 거예요?”“나...”신유리를 끌어안고 있던 손이 굳어졌다. 그리고 이내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말했다.“유리야, 너 미미 언니이기도 하잖아. 난 그렇다 쳐도 미미 생각을 해서라도? 가뜩이나 몸이 약한데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떡해?”이연지는 불쌍한 눈으로 신유리를 쳐다보았다.“난 단지 너의 외할아버지가 날 도와주길 바랄 뿐이다. 아주 간단한 일이야. 조 장관은 네 할아버지 제자야. 네 할아버지만 나서주면 국병의 일도 다 해결될 거야.” “진짜야, 유리야. 난 네 외할아버지가 이 일만 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