쥴리는 송지음이 자신을 두어 번 부른 뒤에야 생각을 멈췄다. 그녀는 다시 송지음을 쳐다봤을 때 갑자기 지루한 느낌이 들어 샐러드 하나를 주문하고 앉아서 휴대폰을 보았다. 한편 신유리는 샤브샤브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몇몇 젊은 인턴들의 모습을 따라 하며 머리를 묶고 소매를 걷어붙였다.양예슬은 사람들에게 더 주문하라고 얘기하고 있었다.“뭘 그리 어려워들 해요. 유리 언니가 쏜다는 데 많이 먹어야죠?” 비록 신유리가 회사에서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이미지는 아니었지만, 양예슬은 그녀와 함께 지낸 시간 동안 신유리가 사실 매우 심플한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양예슬이 신유리에게 물었다.“유리 언니, 먹고 싶은 거 있어요?” “난 다 괜찮아요.” 신유리가 대답했다. 그들은 한참 동안 왁자지껄하게 떠들었다. 인턴들은 서로를 밀며 신유리에게 걸어왔다.신유리의 옆에 앉은 양예슬이 그 상황을 보고 물었다.“청아 씨, 유리 언니랑 할 얘기 있어요? 내가 자리 비켜줄까요?”“아니요.”맨 앞으로 밀려난 오청아는 얼굴이 붉어진 채 신유리를 쳐다보며 말했다.“유리 언니, 그동안 잘 보살펴 주신 것에 감사드리기 위해 제가 한 잔 따를게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그녀의 말에 신유리는 바로 알아차렸다. 그들은 사실 정규직 전환 여부에 대해 물어보러 온 것이라는 걸.그녀는 멈칫하다 입을 열었다.“일만 열심히 잘하면 돼요.” 역시 어린아이는 어린아이다. 오청아는 더 물어보기가 미안해서 몇 마디 다른 얘기를 하고는 자리를 떴다. 신유리는 매운 것을 잘 먹지 못해서 젓가락질을 몇 번 하지 않았다. 나중에는 아예 혼자 자리를 옮겨 룸의 소파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 이신은 수시로 업무 진행 상황을 보내왔다. 신유리가 막 파일 하나를 클릭하자마자 외할아버지께 전화가 걸려 왔다. 그녀가 오늘 밤 병원에 가지 않아, 외할아버지는 혹시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걱정되었다.신유리는 휴대폰을 들고 룸에서 나와 좀 조용한 곳에서 전
하정숙의 말은 거침이 없었고 매우 거칠었다. 신유리는 표정이 살짝 굳어졌지만 하정숙과 말다툼을 하고 싶지 않아 입술을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오히려 하정숙은 그녀가 가만있는 것을 보고 더욱 비꼬며 비아냥거렸다. "내가 오래전부터 말했지? 준혁이가 너 같은 여자와 결혼하는 걸 허락하지 않는다고. 이씨 가문 사람이랑 사랑에 빠졌다고 하니 이 참에 너가 준혁이 곁을 떠나 우리 체면이라도 세우는 편이 낫겠다.”신유리의 표정에는 어떠한 변화도 없었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하정숙을 바라보았다. 갈색 눈동자는 어떠한 흔들림도 없었다. “그 말은 송지음에게 하셔야죠.”하정숙이 개의치 않은 듯 싸늘한 비웃음을 지으며 무언가를 말 하려는 순간, 서준혁이 서재에서 나왔다.이어 서준혁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그에게 상기시켰다. "주말에 임 아가씨랑 저녁 식사하는 거 잊지 마렴."서준혁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무표정으로 말했다. “전 가겠다고 한 적 없어요."하정숙은 말했다. "너의 의견을 묻는 게 아니라 통보하는거야."서준혁은 서씨 저택 대문을 나설 때까지 표정이 좋지 않았다. 신유리는 그에게 풍기는 서늘한 기운을 느끼고 눈살을 찌푸렸다. 서준혁은 지금 확실히 기분이 좋지 않았고, 그녀는 이 상태로 서준혁과 함께 있고 싶지도 않았다.그녀는 자신이 운전을 하기 위해 서준혁보다 두 발 앞서서 걸어갔지만 차문에 다다르자 서준혁의 목소리가 들렸다. “내가 운전할게.”신유리는 여전히 차가운 얼굴을 하고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감정적으로 운전하는 건 좋지 않을텐데."하지만 서준혁의 차가운 눈빛이 그녀를 향했다. “지금 네 모습이 어떤지 보고 싶지 않아?”신유리는 방금 하정숙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기분이 좋지 않았다. 게다가 서준혁도 더 이상 거절하기 힘든 표정을 지으니 신유리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서준혁에게 키를 건네주고 조수석에 탔다.신유리의 이 차는 고가의 외제차가 아니라 그저 몇 백만 원짜리의 이동 수단에 불과했다. 그녀는 이 차를 부드럽게
서준혁은 감정이 거의 없는 검은 눈동자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잠시 후 목젖이 약간 움직이더니 말했다. “그렇지 않아.”송지음의 표정은 알게 모르게 굳어졌다. 그럼에도 서준혁은 여전히 그녀를 원하지 않았다.하지만 그녀는 서준혁이 적당한 선에서만 그녀를 좋아할 뿐, 많이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그래서 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매우 억울한 표정으로 잠시 서준혁을 바라보다가 힘없이 말했다. "그럼 나도 한번 믿어줘. 나도 나쁘지 않다고."서준혁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올라가봐."송지음은 차에서 내렸고, 뒤를 돌자마자 환한 미소가 서서히 사라져갔다.신유리는 그곳에서 1시 30분까지 바쁘게 일하다가 씻고 잠자리에 들었다. 너무 졸린 나머지 바로 잠들었다.하지만 그녀가 대접한 요리는 꽤 효과가 있었다. 다음날 아침 회사에 도착하자 그녀가 가장 늦게 출근한 사람이었다.양예슬은 그녀가 오는 것을 보고 인사하며 바로 파일을 하나 건넸다. "유리 언니, 여기 보고된 자료가 예전에 주셨던 주간 보고 자료와 달라요."신유리가 물었다. "오늘 다들 왜 이렇게 열심히 해?"“역시 한국인은 밥심이잖아요.” 양예슬은 힘차게 말했다. “그렇게까지 해주셨는데, 당연히 열심히 해야죠.”사무실 사람들 모두 사이가 돈독한 편이었고, 신유리가 갑자기 이곳으로 전근 왔을 때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이상하게 쳐다봤다.하지만 어젯밤 그녀의 요리를 먹은 뒤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적어도 그녀를 만나면 인사를 하곤 했다.신유리는 과거에 최대한 빨리 승진하기 위해 거의 전적으로 업무에만 집중했고, 동료들 간의 관계에는 매우 무관심했다.나중에 서준혁과 함께한 뒤로는 주변에 동료도 몇 명 안 됐고, 직위에 때문에 친해지고자 하는 사람도 많지 않아 화인에서 별로 좋은 평을 받지 못했다.하지만 지금 사무실에서는 양예슬의 환대 덕분에 잘 어울리고 있었다.그래서 어젯밤에 자신이 직접 만든 요리로 초대를 한 것이었다. 이것은 사실 상대의 마음을 얻기 위한 수단
신유리는 서준혁을 똑바로 바라보며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서준혁은 눈빛이 살짝 흔들리더니 무표정으로 신유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원하는 대로 해." 그의 말투는 매우 차분했고, 기분이 가라앉은 것 같았다.하지만 신유리는 서준혁의 뜻을 이해하고 있었다. 만약 그녀가 정말 실적대로 송지음을 내보낸다면, 서준혁도 그녀를 가만 두지 않을 것 같았다.신유리는 고개를 숙이고 깊은 생각에 빠졌다. 이내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무슨 말인지 이해했어."그녀는 말을 마친 후 돌아서 사무실을 나갔다.송지음은 아직 밖에 있었고 신유리를 보아도 표정에 큰 변화가 없었다. 이제 자신이 정직원이 될 거라는 걸 알았기 때문에 예전처럼 조심하지 않았다.신유리가 그녀 옆을 지나가다 잠시 멈춰 서서 옆을 보며 부드럽게 말했다. "정규직 신청서를 제출하는 걸 잊지 마. 기한이 지나면 나도 기다리지 않을 거니까."송지음의 표정은 약간 굳어 있었다. 이미 쥴리가 그녀에게 정규직 신청을 비서실에서 처리해야 한다고 말한 적 있었다.그녀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유리 언니. 내일 넘겨드릴게요." 신유리는 더 이상 아무 말 하지 않고 나갔다. 그녀는 외할아버지를 만나러 병원에 가야 했다.화연의 업무강도가 높아서, 비서실로 돌아왔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퇴근하지도 않고 야근을 하고 있었다.양예슬은 그녀가 오후에 병원에 간다는 것을 알고 고개를 들어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유리 언니, 응급 상황인 걸 우리 모두 알고 있으니 빨리 가보세요."신유리는 고개를 끄덕이고 나가려던 중 생각난 것이 있어 양예슬에게 말했다. "너무 늦게까지 야근하지 마세요. 다들 나중에 커피라도 주문하세요 비용은 제가 계산할게요.""유리 언니, 왜 이렇게까지 해주세요?" 양예슬은 다소 화난 말투에도 불구하고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회사를 나섰을 때는 이미 조금 늦었기에 지체하지 않고 바로 병원으로 향했다.병원에 도착했을 때 외할아버지는 식사 중이었다. 그의 상태는 매우 호전되었고
송지음의 목소리가 크지는 않았지만 옆에 있던 인턴들은 또렷이 들을 수 있었고, 그들의 표정은 별로 좋지 않았다.신유리만이 침착함을 유지하고 말했다. "다른 일 없으면 그냥 가."송지음은 피식 웃었다. "제가 미리 말씀드리는 거예요."신유리는 더 이상 그녀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고 송지음은 떠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여전히 신유리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걸음을 떼기도 전에 뒤에서 인턴의 목소리가 들렸다. “유리 님, 송지음이 왜 비서실 정규직이 되려고 하는 거예요? 저 사람 윗층 부서 사람 아닌가요?”“아직 부서 이동이 안되었어요.” 신유리가 차분하게 말했다."그렇군요." 인턴들은 떨떠름해했다. 지금 화인에서 송지음이 서 대표와 연애 중이라는 사실을 누가 모르겠나?여러 인턴들의 표정이 좋지 않은 것을 본 양예슬은 솔직하게 말했다. "뭐가 고민이예요, 송지음의 능력과 성과가 서류로 다 나타날텐데. 화인이 외모만 보고 사람을 채용하는 게 아니잖아요."여러 인턴들이 안도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지만 신유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편 밖에 있던 송지음은 오히려 창백해진 얼굴로 입술을 깨물었다.그러나 그녀는 이내 다시 안심했다. 신유리가 누구를 자르든, 그녀를 자를 수는 없을 것이다. 감히 그렇게 하지 못할 것이다.한편 사무실에서 신유리는 인턴 몇 명에게 퇴사를 권한 뒤 컴퓨터를 바라보며 두통이 난 듯 눈가를 만졌다.비서실의 인턴 5명은 모두 업무 능력이 뛰어났고 처음에는 계속 남게 할 계획이었다.그런데 이제는 어쩔 수 없이 남겨둬야 할 송지음이 있었다. 양예슬 진지한 표정의 신유리를 보며 걱정스럽게 물었다. “무슨 일 있으세요?” 신유리는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생각 중이었어요.""그런데." 대신 양예슬은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송지음이 왜 아직 여기 있어요? 다섯 자리밖에 없잖아요, 걔까지 합치면..."그녀가 말을 끝내기 전 신유리가 그녀의 말을 이해하고 고개를 숙이며 말
신유리는 그동안 일이 바빴고, 연우진도 해외에서 막 돌아와 둘은 오랫동안 보지 못했다.신유리도 웃었다. "요즘 많이 바쁜 거 같네?""집안에 처리해야 할 일이 몇 개 있어서." 연우진은 조금 힘없이 말했지만, 재빨리 신유리에게 물었다. "너는 어때, 최근 많이 힘들었어?"그는 신유리의 외할아버지가 아직 병원에 계시기에 신유리가 회사와 병원을 모두 오갔어야 했다는 걸 알고 있었다."괜찮아요." 신유리는 표정에 변화가 없었고 잠시 말을 멈추다 말했다. "계속 바쁘지는 않을 거 같아."그녀는 이미 사직서를 제출했고 한 달 안에 처리될 것이다.연우진은 신유리가 화인을 떠날 생각이 있다는 걸 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가 신유리에게 물었다. "결정했어?"“응.”연우진은 어깨를 한번 들썩이고 훈훈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오늘은 축하 자리라고 생각하면 되겠네. 그만 둘 결심을 하는 것도 대단한 거야."연우진은 그 뒤로 신유리에게 일에 대해 묻지 않았다. 대신 최근 있었던 재미있는 일들을 신유리에게 말해줬다.“우리 어머니 생신 때 시간 있어?” 말을 하던 그는 갑자기 화제를 바꿨다.신유리는 연씨 집안 아주머니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으나 잠시 고민했다. "내가 거기 가는 게 맞는 걸까?"연우진은 말했다. "널 엄청 좋아하셔. 그리고 이신도 아마 올 거 같아. 너희 둘 사이좋지 않나? 걔랑 있으면 되겠다.”“뭐?” 신유리가 물었다. “걔네 식구는 안 온데?”신유리는 별생각 없이 한 말이었지만 연우진은 잠시 침묵했다. "이신 어머니가 해외에 계시거든." 신유리는 별 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신유리는 연우진과의 식사를 마치고 곧바로 집으로 돌아갔다.그런데 집에 가보니 집 앞에 관리인 두 명이 서 있었다.“유리 아가씨, 안녕하세요. 저희는 주택 관리인입니다.” 앞에 서 있던 중년 여성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계속 연락을 드렸는데 연락이 안되셔서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죄송해요.”신유리는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무슨 일이
관리인은 재빠르게 움직였고, 10분도 안 되어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두 분께 정말 죄송합니다. 엘리베이터가 점심에 수리 끝났어야 했는데 저희의 부주의로 인해 불편을 끼쳐 드려 죄송합니다..." 관리인은 진심으로 사과했고, 신유리는 차분하게 대답하고 빠르게 엘리베이터에서 나왔다.이신과의 약속 장소는 바비큐 식당이었는데, 신유리가 그곳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20분 정도 늦은 시간이었다. 그녀는 매우 미안했다. “미안, 오는데 일이 좀 있어서 늦었어.”이신은 여전히 심플한 의상으로, 흰색 셔츠와 슬랙스를 입어 깔끔한 느낌이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들어가. 모두 안에서 기다리고 있어." 신유리가 이신과 늘 편안하게 지낼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항상 자연스럽게 말하고 행동하였으며 결코 사람들에게 가식적이거나 거짓된 감정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한숨을 쉰 뒤 이신을 따라 룸으로 들어간 그녀는 들어가자마자 곡연의 다정한 목소리를 들었다. “언니, 진짜 오랜만이예요. 제가 선물도 가져왔어요. 오빠가 사주신 거예요."신유리는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 곡연이 말한 오빠는 분명 이신이었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이신을 바라보았고, 이신은 담담하게 말했다. "쟤네가 굳이 합정 관광지를 꼭 가야 한다고 하잖아. 그래서 돈 좀 썼지."그 말 한마디에 신유리는 무슨 뜻인지 바로 이해했다.그녀는 곡연과 함께 웃으며 농담을 건넸다. "오빠, 선물 감사합니다."이신은 그녀가 자신을 그렇게 부르자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이신의 사무실은 분위기가 무척 좋았다. 다들 밝고 유쾌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고, 신유리도 어느정도 그들과 함께 하였기에 친분이 있는 편이었다.처음에는 성남에서 어떻게 놀지에 대해 계속 이야기했지만, 나중에는 점차 전시회 기획으로 화두가 바뀌었다.신유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전문적인 영어는 곡연이 설명해줬다. 얘기 후반, 곡연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유리 언니, 화인에서 일 안 하세요? 왜 갑자기 저희 업계에 관심을 가지게 된
신유리를 바라보는 임아중의 눈빛에는 악의는 없이 호기심만 가득했다. 그녀는 신유리를 어떤 거리낌도 없이 초대했다. "우리 다 친구일 텐데, 같이 놀래요?"신유리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말했다. "오해하고 있는 거 같아요. 이신이랑 저는 그쪽이 생각하는 그런 사이 아니에요." "그게 뭐가 중요해요?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같이 놀아요. 이제 주말인데 좀 릴렉스 해야죠." 임아중은 매우 고집 있는 성격이었고 신유리의 말에는 아랑 곳 하지 않았다. 그저 신유리가 부끄러워서 그러는 줄로만 알았다.임아중이 계속 여러 차례 초대를 하니 신유리도 거절하기 힘들었다. 게다가 그녀는 이신의 친구이기도 하였다.그녀는 승낙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이신이 부드럽게 말했다. "무리하지 마.""무슨 소리야? 무슨 우리가 놀자고 강요하는 것도 아니고. 우리 어렸을 때 같이 학교 다녔던 거 잊었니?" 임아중은 이신의 말을 듣고 화를 낼 수 밖에 없었다.신유리도 말했다. “아니야. 어쨌든 주말이기도 하고.” 이곳에는 바가 없어 임아중이 GT 라운지 바로 이동해서 놀자고 하였다.주차장에 도착하자 신유리가 말했다. "내가 직접 운전해서 갈게." 그녀는 더 이상 서준혁과 같은 공간에 있고 싶지 않았다. 결국 임아중은 힘없이 돌아서서 신유리에게 말했다. "네가 원하면 운전해도 돼." 그녀는 말을 마친 후 서준혁을 챙기는 것을 잊지 않았다. "서 대표, 신이 친구가 차를 타고 왔어. 우리도 같이 타고 가자. 나중에 술 마시는 걸 생각하면 이게 편할 것 같아."신유리는 순간 깜짝 놀랐다. 그런 뜻은 아니었다.그런데 임아중은 이미 뒷문을 열고 들어와 있었다. 오늘 긴 다리를 뽐내기 위해 높은 힐을 신었더니 이제 종아리가 아팠다.신유리는 눈썹을 찌푸린 채 서 있었고, 갑자기 그녀의 옆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서준혁은 그녀 옆에 서서 그녀를 거만한 눈빛으로 바라보았고, 신유리는 고개를 숙인 뒤 곧바로 운전석으로 걸어가 문을 열고 차에 탔다. 조수석 문이 열리더니 남자의 차가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