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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거들떠보지 않아

1층 거실은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한창이었다.

설씨 일가의 초대를 받은 사람들은 거의 다 재벌 가문이었다.

송재이는 오서희에게 끌려 이곳에 오니 좀처럼 어울리지 못했다.

선물을 주고 목걸이도 설영준에게 돌려준 후 핑계를 둘러대고 떠나려던 참인데 이때 마침 설도영이 가까운 곳에서 달려오더니 그녀를 보며 활짝 웃었다.

“오셨어요, 재이 쌤!”

아이는 자연스럽게 송재이를 잡아당기며 그녀의 귓가에 나지막이 속삭였다.

“쌤, 그날 내가 다툰 일 엄마한테 안 일렀죠?”

송재이가 힐긋 째려보자 설도영은 가슴 찔리듯 겸연쩍게 웃었다.

“쌤은 의리가 넘쳐서 절대 안...”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위층에서 주현아가 우아한 기품을 뽐내며 걸어 내려왔다.

50대로 보이는 남자의 팔짱을 끼고 내려왔는데 아마 그녀의 아빠일 듯싶었다.

주현아는 송재이를 마주 보면서도 여전히 미소를 잃지 않았다.

“송 선생님.”

주현아가 거실 한가운데 놓인 피아노를 가리키며 말했다.

“방금 2층에서 들었는데 영준 씨 어머님, 아버님께 직접 한 곡 연주해주시겠다고요? 제가 뭘 놓친 건 아니죠?”

오서희가 눈썹을 들썩거렸다.

“아니야, 마침 잘 왔어. 송 선생님은 평소에 흔히 연주하지 않아. 오늘처럼 특별한 날이니까 한 곡 연주하는 거야. 선생님, 꼭 해주실 거죠?”

오서희는 홀가분하게 말을 내뱉었지만 정작 송재이를 거절하지 못하게 궁지로 몰아넣었다. 만약 여기서 거절하면 그녀만 오서희의 체면을 짓밟는 셈이 된다.

송재이는 줄곧 한쪽 옆에 서 있었다.

아까 문밖에서 누군가가 운을 뗄 때부터 기분이 불쾌했고 오서희가 그녀 대신 이 상황을 무마할 줄 알았는데 아예 잘못짚었다. 그녀의 생각을 완전히 빗나간 격이다!

오서희와 주현아가 서로 맞장구를 치는 걸 보니 진작 이러려고 계획한 듯싶었다!

송재이는 옆을 힐긋 바라봤다.

설영준은 손에 찻잔을 들고 아무렇지 않게 옆 사람들과 담소를 나눴다. 마치 이곳에서 일어난 모든 일을 모르는 것처럼 말이다!

또 어쩌면 그는 알면서도 신경 쓰지 않고 거들떠보지도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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