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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9화

육경서의 말은 릴리를 더 화나게 했다. 릴리는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저런 여자? 용감하게 자기 호감을 표시한 게 어때서? 너 그거 엄청난 편견이야!”

“???”

그는 편견은 없다. 그저 릴리를 위로하려고 한 말이다.

그런데 역효과를 낳다니!

육경서는 입을 다물었다. 이상한 침묵이 흘렀다.

가장 말이 많던 소안영과 도희도 대화를 나누지 않고 조용히 식사를 했다. 그저 이따금씩 이쪽을 흘끗 쳐다보았다.

누군가가 갑자기 급발진을 할까 봐 다들 조심스러웠다.

정말 예상외의 상황은 누구라도 속수무책인가 보다.

릴리는 연회에 오고부터 쭉 경계를 했다. 음료와 술을 거의 마시지 않았고 마시더라도 샴페인 탑의 중간에 있던 게 아니면 다른 사람의 손에 있던 것을 마셨다.

그런데 지금과 같은 자극을 받고 릴리는 경계심도 잊은 채 샴페인 두 잔을 연거푸 들이켰다.

툭!

술잔을 테이블 위에 세게 내려놓고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아니, 신하균 씨 제정신인 거예요?”

가장 가깝던 강유리가 재빨리 맞장구 쳤다.

“제정신 아니고말고!”

신주리도 맞장구를 쳤다.

“맞아. 미친 게 분명해!"

릴리는 말문이 막혔다...

“제가 못생기기를 했나요. 아니면 유혹하는 기술이 서툴렀나요? 왜 저는 그렇게 오래 노력해도 안 되던 게 저 여자는 팔짱 몇 번으로 되는 거죠?”

지금은 질투의 문제가 아니라 자존심의 문제다.

모두들 얼떨떨해서 안색이 제각각이었다.

하지만 연애 쪽으로는 또래 여자들끼리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곧 진지하게 분석하기 시작했다...

육시준이 왔을 때 그들은 모여서 열기 나게 토론하고 있었다. 육시준이 육경서에게 눈짓을 했다. 그러자 육경서가 아까 있었던 일을 그에게 간단하게 설명했다.

전 과정을 들은 육시준은 멀지 않은 곳에서 차갑고 짜증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는 신하균을 바라보았다.

그는 열기 나게 토론하고 있는 여인들을 내려보며 말했다.

“궁금한 게 있으면 본인한테 직접 물어보면 되지 않나?”

그의 냉철한 목소리가 사람들을 일깨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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