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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5장

"내일 몇 시예요? 제가 혼자 알아서 올 테니까 차 안 보내도 돼요.”

강유리는 머리를 옆으로 젖히고 나지막한 소리로 주의를 시키었다.

"콘셉트 잘 잡아. 최대한 억울하고 불쌍하게."

릴리는 순간 웃음을 거두었다.

맞다, 그녀는 사람들 앞에서 피해자처럼 행동하기로 했다.

이렇게 건방진 피해자는 없다.

릴리의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고였고, 한 쌍의 맑은 눈은 더없이 억울하고 진지했다.

"오빠, 날 받아주기 싫어도 경기에서 졌으니까 저랑 꼭 가야 해요!”

고우신은 침묵했다.

"...”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보고 있는 와중에 이렇게 연기를 하는 게 어색하지 않나?

릴리는 조금도 어색해하지 않았다. 따라오던 취재진도 그녀가 조금 전의 표정과 행동을 보지 못했다.

취재진이 카메라를 들고 따라와 자리를 잡은 뒤에야 그녀는 계속 물었다.

"내일 어느 병원에 가는지 오빠가 결정하세요. 또 보고서의 진실성을 의심하지 말고요!”

주변 사람들은 어리둥절해서 했다.

또?

유전자 검사 결과가 이미 한 번 나왔다고?

검사 결과가 일치하는데 고우신이 안 믿는 거야?

각양각색의 시선들이 고우신의 얼굴에 모여왔다. 눈빛에는 의혹과 기대가 가득했다.

고우신은 잠시 생각하고 마음을 추스른 뒤 카메라를 보며 말했다.

"좀 더 생각해보겠습니다.”

릴리는 눈을 부릅뜨고 그를 믿을 수 없을 듯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이건 내빼려는 뜻인가요?

"어떤 점을요? 또 무슨 걱정이 있는 거예요?"

강유리가 직접 물었다.

고우신은 그의 큰 눈으로 주위를 훑으며 말했다.

"이건 우리 집의 사적인 일이니 대중 앞에서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지 않나요?”

강유리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내기에서 졌으면 받아들여야죠. 지금 무슨 자격으로 저랑 조건을 얘기하는 거예요?”

고우신은 안색이 안 좋았다.

"...”

팬들은 옆에서 가만히 구경하다 못해, '약자'를 위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었다.

"왜 이렇게 몰아붙이는 거야? 오빠가 내빼겠다고 한 것도 아니고, 그냥 사적으로 얘기하고 싶다는데!”

"맞아, 너무 몰아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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