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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0화

작가: 노혜아
거론될 수 있는 일들은 모두 토론할 가치가 있다.

이사회에서 누군가가 의심을 제기했다가 반박을 당하자 더 이상 아무도 이번 일을 사소한 일로 여기지 않고 모두 진지하고 엄숙하게 자기 의견을 발표했다.

아마 방금 그들이 낮은 소리로 토론했던 걸 큰 소리로 말하는 것 같았다.

그들은 대략 두 갈래로 나뉘었다.

어떤 사람들은 우선 고우신의 요구를 들어줘서 이번 여론을 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에 반면 어떤 사람들은 포에스 매장에서 그 정도의 이익 때문에 이 어려운 일을 넘겨받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아무튼 따지고 보면 포에스 매장이 잘못 처리했기 때문에 반드시 소속 지점장에게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러분께서는 포에스 매장이 이익을 탐냈다고 생각하세요?”

육시준이 천천히 물었다.

그러자 많은 사람은 어리둥절했다.

‘그런 게 아니야? 아니면 무슨 내막이라도 있는 걸까?’

육경원은 눈을 살짝 반짝이며 불안한 듯 육시준을 바라보며 말했다.

“형님,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말씀하세요. 이런 작은 실수는 맞췄다고 해도 재미가 없어요.”

그러자 회의실은 쥐 죽은 듯 조용했고 그 누구도 감히 말하지 못했다.

육시준이 이번 일은 중시해야 한다고 말한 후에도 여전히 어떤 사람들은 이번 일은 사소한 일이라고 계속 말대꾸하는 사람이 있었다.

감히 대놓고 말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많은 사람이 육경원을 지지하고 있었다.

그들은 아무래도 육 대표님이 결혼 후에 예전과 달라졌다고 생각했다.

예전처럼 엄격하게 일을 처리하지 않았고 그룹 내부 일들에도 많이 참여하지 않았다. 심지어 결혼식 날에도 송일 그룹을 위주로 하고 LK 그룹에 대해서는 절대 언급하지 않았다.

이런 행동들이 그들의 은근한 불만을 일으켰다...

육시준은 시선을 돌려 육경원을 한참 바라보다가 말했다.

“일리가 있어. 이런 사소한 일에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지.”

육경원은 눈썹을 가늘게 치켜올리고 담담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육시준은 고개를 돌려 임강준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러자 임강준은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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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의실 안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적지 않은 의심의 눈빛이 육경원을 향했다.육경원은 가까스로 평정심을 유지하며 입을 열고 뭔가 말하려고 했지만 육시준은 그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저도 처음에는 이 매니저가 넷째 동생의 부하라는 걸 믿지 않았기에 임강준에게 조사해 보라고 했어요.”그러자 임강준은 동영상을 끄고 다른 사진을 보여줬다. 통화기록이었다.임강준은 스크린 앞에 서서 업무를 회보하는 것처럼 그 사진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이 사진은 포에스 매장과 넷째 도련님 사무실의 통화기록이에요. 통화 내용은 제가 전부 들었어요.”임강준은 여기까지 말하고 잠시 안경을 위로 밀고 다시 말을 이어갔다.“넷째 도련님께서 이 차들을 주문한 것이 확실해요. 자세한 내용은 육씨 집안 내부 화합에 도움이 되지 않기에 공개하지 않겠어요.”내부 화합이란 말은 그야말로 적절한 표현이었기에 많은 사람들은 그 말뜻을 알아차리고 육경원을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통화기록 사진이 나오기 전 까지만 해도 육경원은 뭐라고 변명하려고 했다.하지만 지금 임강준이 통화기록이라는 말을 듣자 그는 완전히 잠잠해졌다...그는 입술을 깨물며 여전히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형님께서 이미 저에게 죄가 있다고 했으니 제가 아무리 설명해도 소용이 없겠죠?”그는 일단 한발 물러서서 기회를 찾으려 했지만 뜻밖으로 육시준은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죄를 인정하면 됐어.”육경원은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내가 인정했다고?’육시준은 시선을 돌리고 사람들에게 말했다.“이익을 탐내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나쁜 마음을 품고 육씨 집안의 명성을 훼손하는 건 어떤 이유로도 용서할 수 없어요. 오늘 여러분을 부른 것도 우리 육씨 집안의 사람이 잘못을 저지르면 똑같은 벌을 받는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였어요. 오늘부터 육경원은 운청으로 돌아가서 지사 바닥부터 다시 시작할 거예요. 이사회의 허락 없이 돌아오지 못하며 본사의 어떤 의사 결정에도 관여할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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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금 육경원은 윤시준이 장 이사에게 묻는 말을 듣고 마음이 조금 놓였다.장 이사님은 어르신이 직접 배양했고 그도 어르신을 많이 존경했으며 육경원을 지지해 주고 있었다.가장 중요한 건 이사회에서도 위신이 높았다.그가 자신을 위해 좋은 말을 몇 마디 더 해준다면 자신을 지지할 사람이 점점 더 많아질 것이다...하지만 육경원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번지기도 전에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는 화가 나서 저도 모르게 테이블을 세게 치며 일어섰다.“장세은 씨, 그게 무슨 말이세요!”“...”장 이사는 원래 그에게 지사 책임자 자리를 안배하려고 방법을 생각하던 중이었다. 나중에 지사에서 성과를 좀 내면 핑계를 찾아 다시 본사로 데리고 올 생각이었다.하지만 육경원의 말을 듣고 그는 미간을 찌푸렸다.“이게 무슨 태도에요? 내가 틀린 말을 했나요?”이사들과 윗사람에게 불만과 질책을 토로했던 육경원은 갑자기 자신이 너무 충동적으로 행동했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렇게 되면 더더욱 육시준에게 꼬리를 잡힐 것이다.그는 심호흡을 하면서 마음속의 분노와 불만을 억지로 눌렀다.그는 고개를 돌려 육시준을 바라보며 조용히 물었다.“육 대표님께서 이사회를 소집해 모두의 의견을 듣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독단적이었어요. 저에게 직접 죄가 있다고 확정했고 제가 해명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어요.”“오해하고 있구나. 난 사람들의 의견을 들으려고 한 게 아니었다. 여러분을 부른 건 증명해 줄 사람이 필요했을 뿐이야.”육경원은 화가 나서 이마에 핏대를 세우며 말했다.“이런...”“해명하고 싶다 하니 들어줄게. 네 목적이 뭔지 말해봐. 왜 그랬어?”“...”육경원은 달갑지 않았다.하지만 지금은 확실히 자기 꼬리가 상대방에게 잡혔으니 더 이상 화를 낼 수도 없었다.지금 와서 최선의 대책은 최대한 자기 혐의를 벗어버리고 대화의 주도권을 되찾는 것이었다...“그 통화기록들은 비록 제 사무실에서 건 전화였지만 제 입으로 직접 말했다는 증거는 없잖아요. 다른 사람이 시켰을 수도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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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유리는 바로 보지 못했는지 답장이 오지 않았다.육시준이 지하 주차장에 도착해 차에 올라 시동을 걸 때 옆에 있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강유리의 전화다."여보세요?""선물에 대해서는 좀 과감한 생각이 하나 있는데.""얼마나 과감한지 한번 들어보지.""과감이라기보다는 조금 비쌀 수 있어..."강유리는 한참 동안 돌려 말하다 결국 진짜 소원을 말했다.릴리가 결혼식에서 당첨됐지만 아직 받지 못한 집이 한 채 있다.그 집은 월계만의 집이다. 은하타운과는 거리가 조금 있다. 강유리는 릴리와 가까이 살고 싶지만 한집에 함께 사는 것은 릴리가 불편해할까 봐 월계만의 집을 은하타운의 집으로 바꾸고 싶은 것이다.은하타운의 별장은 JL빌라보다도 수준이 높다. 돈만 있으면 살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그래서 강유리는 아예 당당하게 그에게 물었다.육시준은 시동을 걸면서 웃으며 물었다."받고 싶은 선물이 이거라고?""안 돼?""되지, 하지만 릴리에게 머물 곳을 마련해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야. 이건 선물이라고 할 수 없어."육시준은 말을 하다가 잠시 멈칫했다."게다가 지금 바꿔주는 것은 권하고 싶지 않은데.""왜?""내가 알기로는 어제 신하균이 월계만에서 집을 하나 샀어.""???"강유리는 폭죽처럼 불이 붙더니 속사포로 말했다. "그 사람이 왜? 겉만 번지르르한 위선자! 겉으로는 시크한 척 사람을 거절하고 뒤에서는 사람을 자기 집으로 데려가기나 하면서! 그 사람이 당신 친구만 아니었어도 내가 그날 한 대 때렸을 거야..."릴리가 그 남자의 집에서 밤을 보냈다는 것을 알았을 때 강유리는 원래 신기한 마음이 더 컸다.그리고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릴리가 신하균을 좋아한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그리고 신하균이 릴리에게 관심이 없다는 것도 모두 알고 있다. 신하균은 릴리를 몇 번이나 냉정하게 거절했다.그저 단순히 친구의 여동생으로 생각하는 줄 알았는데 그 사람도 다른 마음을 숨기고 있었을 줄은 몰랐다.그날 육시준에게 이 일을 말하려고 했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945화

    네 편 내 편까지 따진다고? 대화가 통제 불능이 되어가는 것을 보고 육시준은 강유리의 말을 끊었다. "지금 어디야? 데리러 갈게.""됐어. 릴리랑 집 보러 갈 거야. 당신은 할 일 하세요.""???"까맣게 꺼진 휴대폰 화면을 힐끗 보고 육시준의 얼굴에는 허탈한 표정이 스쳤다.'예전에는 왜 강유리 성격이 이렇게 불같은지 몰랐지?'그러게 누가 하도 오냐오냐했는지 모른다. 몇 초 생각한 후, 육시준은 블루투스로 번호를 눌렀다."여보세요? 육 사장님.""그래, 유리는 지금 어디 있지?"문기준은 방금 강유리 자매를 따라 은하타운으로 돌아갔다.이 말을 듣고 소파에 앉아 있던 강유리는 화가 잔뜩 난 얼굴로 성큼성큼 위층 침실로 가버렸다."집에 계십니다. 무슨 급한 일이라도 있으십니까?"육시준이 대답했다. "별일 아니다. 이따가 유리가 외출하면 따라 나가거라."문기준은 막연했다. 원래도 자기 할 일이 아니었나?그래도 그는 공손히 대답했다."네.""..."강유리는 빠른 걸음으로 침실로 달려가 갓 갈아입은 실내복을 벗고 빨간 드레스를 차려입었다.화려한 드레스가 거실에 나타나자 릴리는 깜짝 놀랐다.릴리는 베란다의 리클라이너에 누워서 다리를 꼬고 옆에 놓인 걸상에 발을 올린 채 한가롭게 태블릿을 보고 있었다.인기척을 듣고 고개를 돌리자 마침 아무도 다가오지 말라는 듯 도도하고 예쁜 얼굴과 눈이 마주쳤다. "왜, 왜 그래요? 제가 좋은 소식에만 눈이 멀어 무슨 나쁜 소식을 빼먹었나요?""응, 네가 모르는 나쁜 소식이 있긴 해."강유리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릴리가 놀라서 일어나 앉았다. "무슨 일인데요?"강유리는 옷도 갈아입고 화장까지 완벽하게 했지만 여전히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강유리는 슬리퍼를 질질 끌며 릴리앞에 걸어가 앉았다. "육시준이 널 팔았어!""???"릴리는 입을 벌리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잠시 후 진정한 릴리가 물었다. "얼마에 팔았는데요? 반반으로 나눠서 받았어요, 아니면 언니가 좀 더 많이 받았어요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946화

    릴리가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제가 나쁜 여자라서 저를 밀어냈는 걸요."릴리가 신하균을 좋아한 지는 꽤 되었다. 그에게 공들였던 만큼그가 어떤 사람인지는 당연히 알고 있다.정직하고 냉정하며 동시에 매우 보수적인 사람이다.신하균은 릴리의 가벼운 감정을 받아들일 수 없었고 릴리의 감정은 단지 일시적인 호기심일 뿐이라고 느꼈다."그건 남들이 너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이고."강유리가 눈썹을 찡그렸다."그러니까요. 그 사람에게도 저를 알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하지 않을까요? 걱정하지 마세요. 저도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저의 전부를 다 보여주지는 않아요. 걱정하는 일 없을 거에요."일방적인 감정은 저울과 같이 한쪽으로 기울기 마련이다.진짜로 사귄다 해도 좋은 결과가 있을 리 없다.그래서 릴리는 다시는 섣불리 행동하지 않을 것이다. 상대방이 자신을 미워하지 않게 하는 동시에 자기 자신도 잃지 않을 것이다.물론 상대방이 자신에 대해 알고 싶어하고 먼저 다가온다면 거절하지는 않을 것이다.신하균이 어떤 목적으로 월계만에서 집을 샀든 릴리는 희망을 가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피하지도 않을 것이다...강유리는 릴리의 표정을 보고 릴리가 진지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릴리라면 선을 지킬 것이다. 그래서 강유리는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 그저 속으로 매우 불쾌했을 뿐이다.릴리가 한참을 애교를 부리며 강유리에게 이 감정에 빠져들지 않겠다고 설득했다.그러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유부녀가 되면 원래 다 이렇게 걱정이 느나? 내 냉정한 언니도 변할 만큼?''그래도 마음속은 왠지 따뜻하네!'"아니, 너는 몰라! 이제는 네가 감정에 빠지고 말고 하는 문제가 아니야!"이 문제는 이미 강유리도 이해했다."그럼 뭐가 문제인데요?"릴리는 이해가 안 됐다.강유리가 정색하고 말했다. "육시준이 자기 친구 편을 들었다는 거야. 내 여동생은 조금도 걱정하지 않고!""그..."좀 더 일찍 말하지. 릴리는 이렇게 오랫동안 설득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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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쪽에서 한참 동안 침묵이 흘렀다.상대방도 자신만큼 놀란 모습을 상상하며 육경서는 다음 이야기가 기대되었다.그러나 생각지도 못하게 송미연은 놀랐지만 기뻐하는 기색이 없었다.“유리 찾으러 갔어? 프로그램을 녹화한다며 왜 그들을 찾으러 갔어? 거기는 시간이 아직 이르지 않아? 이맘때면 유리는 잠을 잘 자지도 못했을 건데...”송미연은 육경서가 철이 없이 강유리가 잘 쉬지 못하게 방해한다고 한바탕 야단을 쳤다.그러나 그녀의 말은 한 가지 중요한 소식을 알렸다.“진작 알고 있었어요?”“물론이지!”송미연은 자랑스럽게 말했다.“며느리가 임신했는데 이렇게 큰 소식을 어떻게 바로 나에게 알려주지 않을 수 있겠어? 경고하는데 너무 떠들지 마. 네 형수님을 화나게 하면 안 돼! 그냥 녹화만 잘하면 되는 거 아니야? 주리가 널 용서했어? 왜 돌아다니며 다른 사람의 가십거리를 알아내려고 해! 이번에 돌아와서 주리의 용서를 받지 못한다면 넌 아예 돌아오지도 마!”...화제가 자신을 욕하는 방향으로 변해버리자 육경서의 열정은 순식간에 식어버렸고 목소리도 누그러들어 어쩔 수 없이 말했다.“알았어요. 알았어요. 제가 원한 줄 아세요? 이것도 어쩔 수 없었기 때문이잖아요...”“뭐가 어쩔 수 없다는 거야? 모두 네가 자초한 거잖아! 쌤통이야!”“...”“섬에서의 상황이 어떤지 모르니 넌 주리를 잘 돌봐야 해. 난 실시간으로 라이브 방송을 살펴보고 있을 테니 넌 주리 괴롭히지 마.”송미연이 또 당부했다.육경서는 머뭇거리다가 정색해서 대답했다.“알았어요. 걱정하지 마세요.”송미연은 또 몇 마디 더 당부한 후 전화를 끊었다.육경서는 어두워진 휴대폰 화면을 보며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잘됐어. 아빠 엄마가 다 주리를 좋아하니 나중에 언제든지 주리는 억울함 당하는 일이 없을 거야. 적어도 내가 있는 한 억울함 당하지 않을 거야...”...점심은 빌라의 셰프가 만든 영양식이다. 맛은 좋지만 오래 먹으면 질릴 수 있어 강유리는 이 음식을 보며 저도 모르게 한숨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7화

    그러나 앉은 자리가 아직 따뜻해지기도 전에 육경서는 흥분된 듯 바로 일어나 소리쳤다. “뭐? 임신했다고?” 바론 공작은 짜증 섞인 눈길로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목소리 좀 낮춰. 뭘 그렇게 놀라!” 그는 지금까지는 침착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사실 소식을 들었을 땐 당황하고 흥분했던 걸 그가 모를 리 없었다. 육경서는 입을 막으며 어색하게 다시 앉았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반짝이며 감출 수 없는 흥분이 드러났다. ‘나 이제 삼촌 된다! 삼촌 된다!’ “의사가 말하기를 첫 3개월은 불안정하니까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아버지도 이 소식을 공개하지 말고 태아가 안정될 때까지 기다리자고 하셨다.” 바론 공작은 드물게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했다. 그는 그 말을 끝내며 신주리를 한번 훑어봤다. “그래서 나는 유리를 위해 사람들을 안배해 가까이서 돌보게 한 거다.” 그의 시선을 느낀 신주리는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공작을 한 번 보고 다시 눈을 내리깔며 강유리의 아랫배를 바라봤다.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마치 한번 만져보고 싶은 듯했지만 참았다. 그녀의 눈은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고 육경서와 같이 흥분과 기쁨을 숨길 수가 없었다. 그녀는 강유리의 아랫배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래서 지금 이 안에 작은 생명이 자라고 있는 거야?” “맞아.” 강유리가 그녀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신주리는 표정은 진지했지만 눈 속에 담긴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럼 만져봐도 돼?” 육경서도 순간 정신을 차리며 손을 내밀었다. “나도...” “안 돼!” “안 돼!” 두 명의 목소리가 동시에 차갑게 외쳤다. 그들의 무리한 요구를 바로 거절했다. 강유리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돌려 옆에 있던 두 남자를 쳐다봤다. 그녀는 그들에게 체면을 차리지 않았고 대신 신주리에게만 속삭였다. “조금 있다가 방에 들어가면 만져도 돼.” 육시준과 바론 공작은 동시에 얼어붙었다. ‘우리가 안 들릴 거라고 생각하나?’ 육경서는 기대에 찬 눈빛으로 강유리를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6화

    육경서는 얼굴에 기쁨이 가득한 채 입을 열려던 순간 정원에서 누군가가 다가왔다. 그 사람은 유창한 한국어로 두 사람에게 따뜻하게 인사했다. “이쪽이 둘째 도련님이랑 신주리 씨 맞으시죠? 강유리 아가씨께서 이미 기다리고 계십니다.” “안내 부탁드려요.” 신주리가 부드럽고 예의 있게 대답했다. 육경서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이 사람, 왜 이렇게 때맞춰 나타나는 거지? 다른 때는 왜 안 오고, 바로 이때 오냐고!’ “잠깐만요. 저희 형수 말고 일단 먼저 빌라를 둘러보고 싶어요!” 그가 급하게 발걸음을 옮기며 안내하는 집사를 붙잡았다. 집사는 그의 눈을 한 번 쳐다본 뒤 다소 의아해하는 표정으로 멈췄다. 신주리는 미소를 띤 채 침착하게 말했다. “미안해요. 낯을 가려서 그래요.” 육경서는 혼란스러웠다. ‘이게 무슨 말이야? 내가 낯을 가린다고? 왜 그렇게 갑자기...’ 집사는 이해한 듯 웃으며 공작님도 그들의 방문을 매우 기쁘게 생각해 오늘 특별히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육경서는 그 한마디도 제대로 듣지 않았고 눈앞의 신주리를 원망스러운 눈길로 바라봤다. ‘주리는 도대체 이게 무슨 뜻이야? 너무 쉽게 대답해서 다시 부정하려는 건가?’ 그들이 정원으로 들어섰고 이곳은 여전히 고요하고 우아한 분위기였다. 뜨거운 태양 아래 한쪽에서 차와 다과가 준비된 작은 테이블이 보였다. 강유리는 햇볕을 가린 파라솔 아래에 앉아 있었고 그 앞에는 육시준이 전화를 끊고 있었다. 바론 공작이 불만을 표하며 입을 열었다. “하루 종일 그 전화기 들고 있으면 안 돼! 그렇게 바빠? 전자기기 방사선이 얼마나 해로운지 알지? 의사 선생님이 말했잖아. 첫 세 달은 불안정하다고, 푹 쉬어야 한다고!” 육시준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지난달에 돌아갔으면 이미 처리했을 일인데요.” 바론 공작은 얼굴에 불편한 기색이 스쳤다. “일이라는 게 끝날 수 있나? 돌아가면 내 딸과 시간을 제대로 보낼 수 있을까 몰라!” 육시준이 말하려던 순간 강유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5화

    감독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강하게 반박하지도 못하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규정에 따르면 녹화 중에는 제작진 팀을 이탈하면 안 됩니다.” 역시나 신주리는 가볍게 되물었다. “녹화 시작할 때 그런 규정은 없었잖아요? 갑자기 추가된 건가요?” “그건 아니지만 지금 상황이...” “그럼 우리를 일부러 견제하려는 건가요? 그럼 그냥 프로그램 안 하면 되죠?” 감독은 말문이 막혔다. 사실 첫 번째 시즌에서 육경서가 사고를 당한 이후로 그는 이미 이 두 사람에게 꼼짝 못 하고 있었다. 조건을 협상하든 규칙을 정하든 이 둘이 하겠다고 하면 다행이고 안 하겠다고 하면 모든 게 물거품이 될 판이었다. 결국 이를 악물고 그는 포기했다. “알겠어요, 알겠어! 두 분 다 제가 졌습니다! 하지만 어디 가든 꼭 행선지를 알려주시고 제작진 팀에서 두 분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합니다!” “걱정 마세요. 너무 오래 걸리진 않을 거예요. 점심 먹고 바로 돌아올게요!” 신주리가 대범하게 말했다. ‘점심도 먹고 온다고?’ 하지만 그가 불만을 표현하기도 전에 두 사람은 이미 유유히 그의 앞을 지나쳐 나가버렸다. 호텔 문을 나서자마자 감독은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전화기 너머로 나른한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강 대표님, 경서 씨랑 주리 씨가 지금 강 대표님을 만나러 갑니다! 그런데 프로그램 효과를 위해서 행선지에 대한 건 절대 발설하시면 안 됩니다!” 감독이 진지하게 말했다. 강유리가 태연하게 대답했다. “만약 제가 발설하면요?” 감독은 순간 당황했다. 그는 이런 대답을 예상하지 못했다. ‘아니, 이건 우리 회사의 프로그램 아니었나? 이렇게 마음대로 행동해도 되는 거야? 시청률이 안 오르면 강 대표님에게도 손해 아닌가?’ 감독은 빠르게 머리를 굴리며 어떻게든 이 대형 회사를 설득해야겠다고 결심했지만 강유리는 그의 말을 끊으며 다시 말했다. “농담이에요. 발설하지 않을 테니 걱정 마세요.” 감독은 긴 한숨을 내쉬며 안도했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4화

    비행기에 오를 때 각자 다른 생각을 품고 있었고 내릴 때도 마찬가지였다. 목적지에 도착했을 땐 이미 다음 날 새벽이었다. 제작진 팀은 미리 준비한 차를 타고 그들을 예약된 호텔로 보냈다. 해변가에 위치한 경치가 아름다운 5성급 호텔이었다. 모두들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에 제작진 팀 정말 큰돈 쓴 거네! 이게 진짜 여행 같아!” “그렇지. 갑작스러운 느낌도 있지만 일정은 꽤 합리적이네!” “응, 또 감사한 건 처음에 우리 주리랑 경서에게 그 사건이 터진 후로 대우가 점점 더 좋아졌다는 거야. 그들은 정말 목숨을 걸고 얻은 거라니까!” 모두가 웃으며 체크인 절차를 마쳤다. 그때 감독 팀에서 메시지가 왔다. “오늘 밤은 여기서 쉬고 내일은 섬으로 갑니다.” 모두들 당황했다. ‘그래서 목적지는 여기가 아닌가?’ “목적지는 반대편에 있는 작은 관광 섬입니다. 규모는 작지만 최근 몇 년 동안 관광업이 급성장했습니다. 얼마 전 이 섬의 소유자가 바뀌어서 다시 한번 큰 화제를 일으켰죠.” 감독이 그렇게 말하자 신주리는 점점 더 익숙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게 바론 공작이 유리에게 선물한 섬이죠?” 감독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육경서는 감탄하며 물었다. “그럼 어떻게 우리 형수를 설득했어요?” 감독 팀은 미소를 지으며 답하지 않았다. 실시간 채팅창에서는 감탄이 이어졌다. [유리 언니가 이번 프로그램을 위해 진짜 대규모로 투자한 거네!] [하하하, 유리 언니가 투자한 건 아니야. 그냥 완전 부모님에게 의지하고 있는 거지! 그리고 그 덕분에 도련님과 미래의 동서가 혜택을 보는 거고!” “나도 섬 주인 언니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번에 유리 언니 우정 출연할지 궁금하다!” 아침 식사 후 모두 방으로 돌아가 시차를 맞추기 위해 잠을 청했다. 카메라는 잠시 쉬어갔다. 신주리는 비행기에서 잠깐 눈을 붙였기에 이제는 전혀 졸리지 않았다. 그녀는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은 후 모자와 선글라스를 쓰고 호텔 방을 몰래 빠져나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3화

    심지어 원피스까지 캐리어 하나에 다 준비해 놨다. “안 믿을지 몰라도 내가 쇼핑 리스트까지 작성했어. 엄마한테도 참고를 부탁했거든! 원피스는 엄마가 골랐어. 안심해, 눈썰미는 진짜 좋아!” 말을 하면서 그는 정말로 쇼핑 리스트를 꺼내서 신주리에게 보여줬다. 신주리는 그 리스트를 보지 않아도 이미 믿고 있었다. 심지어 조금 놀랐다. “너 그럼 네 짐은 어쩌고? 얼마나 챙겨왔어?” “짐 하나야. 나중에 필요하면 제작진 팀에 부탁할 거야!” 육경서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말했다. 신주리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가 너무 오랫동안 육경서를 바라보고 있었던 탓인지 휴대폰을 들여다보지 않은 채 그를 쳐다보던 신주리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챈 육경서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봤다. “왜?” 신주리는 아무 말 없이 시선을 돌려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렇게 많아?” 육경서는 묘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렇게 많은 건 아니야. Y 국에 있는 우리 회사 지사에서 몇 가지 더 준비해 줬거든...” 그가 말을 하다 갑자기 멈칫했다. 불필요한 말을 했다는 걸 깨달은 듯했다. 신주리는 그 모습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고 그녀의 머릿속에 갑자기 대담한 생각이 떠올랐다. “이번 목적지는 네가 제작진 팀에 요청한 거 아니야?” “무슨 말이야? 내가 그런 사람인 줄 알아?” 육경서는 당황한 듯 대답했다. “네가 그런 사람 아닌가?” 육경서는 잠시 생각에 잠긴 후 고백했다. “맞아, 그런 사람일 수도 있어. 하지만 이번에는 정말 아니야! 사실 내가 쓴 목적지는 원래 해변이었어. 이런 건 결국 다 준비해야 할 것들이잖아.” 신주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대신 이제는 아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다른 한편에서는 서진태와 소지석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서진태는 진지하게 소지석에게 도씨 가문의 그 양성 계획에 대해 물어보았다. 이 계획은 너무나도 비상식적이어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둘 수 없었다. 완전히 그들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2화

    [하하하, 이게 무슨 이상한 조합이야? 어쩐지 묘하게 어울리기도 하고 또 웃기기도 하네!] [처음부터 차 안에서 자리싸움만 아니었어도 이렇게 어색하지는 않았겠지.] [우리 지원 언니 한마디로 모든 흐름이 뒤집혔어!] [강미영은 도대체 무슨 속셈이지? 우리 지석이를 일부러 피하는 거야?] [다시 한번 말하지만 소지석 팬들 너무 이기적이지 마! 누구든 미영 언니에게 다가갈 수 있고 미영 언니는 모두를 거절할 권리가 있어!] 좌석이 정리되고 비행기가 이륙을 준비하자 라이브 방송은 일시적으로 종료되었다. 이런 24시간 라이브 촬영 프로그램에서도 이렇게 잠깐 동안만은 각자가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강미영은 라이브 방송이 종료된 뒤 의아한 표정으로 한지원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여전히 왜 한지원이 굳이 자신과 함께 앉으려고 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물론 지금 상황에서 누가 자신에게 같이 앉자고 했어도 마다하지는 않았겠지만... “미영 언니, 난 저 커플 팬이야.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얘기해. 그러니까 제발 내 최애 커플 깨지지 않게 도와줘!” 한지원은 진지한 얼굴로 이유를 털어놓았다. 강미영은 살짝 멍해지더니 결국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알겠어, 앞으로 네 최애 커플 잘 지켜주도록 할게.” 한지원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밝게 웃었다. “정말 고마워! 덕분에 내 최애 커플이 마음 편히 연애할 수 있게 됐어!” 강미영은 눈가를 약간 찡그리며 물었다. “근데 언제부터 걔네 둘의 팬이 된 거야? 그리고 지금 걔네 둘 관계 꽤 안정적이던데 내가 굳이 뭐 하러 그걸 망치겠어?” 한지원은 고개를 저으며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미영 언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중요한 건 이런 카메라 밖에서의 달달한 순간들이지.” 강미영은 순간 뭔가를 깨달은 듯 눈썹을 살짝 치켜세웠다. “혹시 영감이라도 떠오른 거야?” 한지원은 멍하니 있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언니의 작은 호의 하나가 한 명의 유명 만화가를 탄생시킬 수도 있어!” 강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1화

    그는 단지 이런 행동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강미영에게 그를 좀 더 이해할 기회를 주고 소지석에게는 그가 혼자서만 밀어붙이지 않도록 눈에 띄게 하려 했다. 그러나 이 행동을 알아본 사람들도 있지만 일부 팬들은 그를 오해하거나 비판하기도 했다. [솔직히 말해서 서진태는 너무 경계가 없지 않나요? 경쟁하고 싶다 해도 이렇게까지 급하게 해야 하나요? 왜 꼭 같이 앉아야만 하는 거죠?] [맞아요! 강미영 언니는 분명히 불편해 보였고 바로 피해서 조수석에 앉았잖아요!] [좋아한다고 해도 좀 경계를 두고 해야죠.] [근데 소지석 팬들 너무 이중잣대 아니에요? 오빠가 같이 앉고 싶으면 직설적으로 다가가도 ‘멋지다, 드디어 마음을 표현했다!’고 하는데 서진태가 다가가면 ‘경계가 없다’고 비판하잖아요?] [맞아요. 서진태는 사실 강미영 언니와 앉고 싶은 것보다는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던 거죠.] 댓글창은 점점 떠들썩해졌다. 신주리와 육경서의 강미영에 대한 이해도는 완벽했다. 감정상에서 경쟁이 시작되면 그녀는 주저 없이 피할 것이다. 강미영은 감정을 물건처럼 경쟁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성격의 프로그램에서는 남성들끼리의 경쟁이나 여성들끼리의 경쟁이 감정을 더 순수하지 않게 만들 수 있고 로미오와 줄리엣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결국 그런 외적인 압박이 감정을 더 강화시키는 효과가 생기게 된다. 사실 그들이 정말 사랑하는 건 아닐 수도 있다. 단지 지는 걸 참지 못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그녀와 고정남의 관계도 그랬다. 주위에서 반대할수록 더 진지하게 여겨졌던 그 감정이었지만 결국 그것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 엉망이 된 감정이었음을 깨달았다. “네가 졌으니까 내 선물 잊지 말고 사 와.” 신주리는 자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육경서는 그 결과를 보며 입술을 삐죽 내밀고는 돌아서서 그녀에게 엄지를 치켜들었다. “이번엔 네가 이겼어.” 신주리는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이번? 그럼 다음에도 나랑 내기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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