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편 내 편까지 따진다고? 대화가 통제 불능이 되어가는 것을 보고 육시준은 강유리의 말을 끊었다. "지금 어디야? 데리러 갈게.""됐어. 릴리랑 집 보러 갈 거야. 당신은 할 일 하세요.""???"까맣게 꺼진 휴대폰 화면을 힐끗 보고 육시준의 얼굴에는 허탈한 표정이 스쳤다.'예전에는 왜 강유리 성격이 이렇게 불같은지 몰랐지?'그러게 누가 하도 오냐오냐했는지 모른다. 몇 초 생각한 후, 육시준은 블루투스로 번호를 눌렀다."여보세요? 육 사장님.""그래, 유리는 지금 어디 있지?"문기준은 방금 강유리 자매를 따라 은하타운으로 돌아갔다.이 말을 듣고 소파에 앉아 있던 강유리는 화가 잔뜩 난 얼굴로 성큼성큼 위층 침실로 가버렸다."집에 계십니다. 무슨 급한 일이라도 있으십니까?"육시준이 대답했다. "별일 아니다. 이따가 유리가 외출하면 따라 나가거라."문기준은 막연했다. 원래도 자기 할 일이 아니었나?그래도 그는 공손히 대답했다."네.""..."강유리는 빠른 걸음으로 침실로 달려가 갓 갈아입은 실내복을 벗고 빨간 드레스를 차려입었다.화려한 드레스가 거실에 나타나자 릴리는 깜짝 놀랐다.릴리는 베란다의 리클라이너에 누워서 다리를 꼬고 옆에 놓인 걸상에 발을 올린 채 한가롭게 태블릿을 보고 있었다.인기척을 듣고 고개를 돌리자 마침 아무도 다가오지 말라는 듯 도도하고 예쁜 얼굴과 눈이 마주쳤다. "왜, 왜 그래요? 제가 좋은 소식에만 눈이 멀어 무슨 나쁜 소식을 빼먹었나요?""응, 네가 모르는 나쁜 소식이 있긴 해."강유리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릴리가 놀라서 일어나 앉았다. "무슨 일인데요?"강유리는 옷도 갈아입고 화장까지 완벽하게 했지만 여전히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강유리는 슬리퍼를 질질 끌며 릴리앞에 걸어가 앉았다. "육시준이 널 팔았어!""???"릴리는 입을 벌리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잠시 후 진정한 릴리가 물었다. "얼마에 팔았는데요? 반반으로 나눠서 받았어요, 아니면 언니가 좀 더 많이 받았어요
릴리가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제가 나쁜 여자라서 저를 밀어냈는 걸요."릴리가 신하균을 좋아한 지는 꽤 되었다. 그에게 공들였던 만큼그가 어떤 사람인지는 당연히 알고 있다.정직하고 냉정하며 동시에 매우 보수적인 사람이다.신하균은 릴리의 가벼운 감정을 받아들일 수 없었고 릴리의 감정은 단지 일시적인 호기심일 뿐이라고 느꼈다."그건 남들이 너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이고."강유리가 눈썹을 찡그렸다."그러니까요. 그 사람에게도 저를 알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하지 않을까요? 걱정하지 마세요. 저도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저의 전부를 다 보여주지는 않아요. 걱정하는 일 없을 거에요."일방적인 감정은 저울과 같이 한쪽으로 기울기 마련이다.진짜로 사귄다 해도 좋은 결과가 있을 리 없다.그래서 릴리는 다시는 섣불리 행동하지 않을 것이다. 상대방이 자신을 미워하지 않게 하는 동시에 자기 자신도 잃지 않을 것이다.물론 상대방이 자신에 대해 알고 싶어하고 먼저 다가온다면 거절하지는 않을 것이다.신하균이 어떤 목적으로 월계만에서 집을 샀든 릴리는 희망을 가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피하지도 않을 것이다...강유리는 릴리의 표정을 보고 릴리가 진지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릴리라면 선을 지킬 것이다. 그래서 강유리는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 그저 속으로 매우 불쾌했을 뿐이다.릴리가 한참을 애교를 부리며 강유리에게 이 감정에 빠져들지 않겠다고 설득했다.그러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유부녀가 되면 원래 다 이렇게 걱정이 느나? 내 냉정한 언니도 변할 만큼?''그래도 마음속은 왠지 따뜻하네!'"아니, 너는 몰라! 이제는 네가 감정에 빠지고 말고 하는 문제가 아니야!"이 문제는 이미 강유리도 이해했다."그럼 뭐가 문제인데요?"릴리는 이해가 안 됐다.강유리가 정색하고 말했다. "육시준이 자기 친구 편을 들었다는 거야. 내 여동생은 조금도 걱정하지 않고!""그..."좀 더 일찍 말하지. 릴리는 이렇게 오랫동안 설득한
어둠이 내렸다.은하타운의 환경은 굉장히 아름답다. 사방이 물로 둘러싸여 있으며 녹화 지대가 숲을 이루고 있다.특히 밤에는 불빛에 비친 독특한 디자인의 별장이 수면에 거꾸로 비쳐 고요하면서도 화려한 분위기를 낸다.붉은색 벤틀리가 천천히 별장으로 들어서면서 이 고요한 그림에 약간의 생동감을 더해줬다.차가 마당에 서고 두 사람이 차에서 내렸다.강유리는 2층을 힐끗 쳐다보았다.서재의 불이 꺼졌다니, 예전 이맘때와는 완전히 다르다."제부가 아직 안 돌아온 건 아니겠죠?"릴리도 이상한 점을 발견하고 의아해하며 물었다.강유리가 돌아오는 내내 억눌렀던 감정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그저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의아했다. "오늘 야근한다는 말은 없었는데. 게다가 지금은 신혼 기간이고."아무리 바빠도 갑자기 야근이나 출장을 갈 정도는 아니겠지?집으로 들어간 강유리는 2층에 불빛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곧장 걸어 올라갔다.릴리는 껌딱지처럼 강유리 뒤를 따랐다.벌어진 안방 문틈사이로 은은한 불빛이 새어 나오는 것이 마당에서 본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강유리가 걱정 때문에 잠시 눌렀던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뭐야. 먼저 집에 도착했으면서 메시지 한 통이 없었던 거야?''역시 친구가 더 중요하지? 내가 신하균을 몇 마디 불평했다고 지금 나랑 시위하는 거야?'강유리는 기세등등하게 걸어가 안방 문을 확 열어젖혔다. 그러자 눈에 들어온 화면이 그녀를 멍하게 만들었다.육시준은 방금 샤워를 마치고 나왔는지 수건 하나만 대충 감고 있었고 머리는 축축했다. 젖은 머릿결 끝에서 떨어진 물방울이 윤곽이 뚜렷한 가슴근육을 따라 흘러내렸다.안방에는 조명이 하나밖에 없는데 오렌지빛이 은은하게 비쳐 육시준이 더 섹시하고 야릇해 보였다.육시준은 손에 휴대폰을 들고 마침 그녀를 올려다보았다...강유리는 동공이 살짝 흔들리고는 문득 무언가를 깨달은 듯 재빨리 몸을 돌렸다.릴리는 천천히 따라가다가 강유리의 행동을 보고 갑자기 멈춰 섰다. 릴리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육시준은 강유리를 빤히 쳐다보더니 긴 다리를 내디디며 강유리에게 다가왔다.이를 지켜보던 강유리는 괜히 찔려서 한 발짝 뒤로 물러나 문에 등을 기댔다."당신, 당신 뭐 하려고? 말로 해, 말로!""휴대폰이나 좀 보고 내가 당신한테 관심이 없다고 하지 그래?"육시준이 강유리를 내려다보며 섹시하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따뜻한 호흡이 얼굴에 닿자 강유리는 귀가 간지러워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살짝 돌렸다. "그, 그건 저녁에 보낸 거잖아. 오후 내내 메시지 한 통 없었으면서!"강유리는 육시준이 오후에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다는 것을 확신한다. 그녀는 오후 내내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당신에게 계속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는데 내가 화났을 거라는 생각은 안 해봤어?"육시준이 낮은 목소리로 조곤조곤 말했다.강유리는 고개를 들어 그를 의아하게 바라보며 물었다. "화났다고? 왜?"육시준이 대답했다. "왜인지 몰라? 예전에는 내가 화나면 당신이 달래줬으면서 이제는 바로 전화를 끊잖아. 내가 왜 화가 났는지 이유도 모르고. 당신 변했어.""???"이게 다 무슨 말이야?'내 대사를 다 써버리면 난 뭐라고 말하라고.'"아니, 여보. 우리 각자 실력으로 싸우자고. 내 대사는 쓰지 말지.""..."육시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강유리를 내려다보았다.긴 속눈썹이 그윽한 눈동자를 가려 한 순간 그의 심정을 알아차릴 수 없게 했다.그러나 그 뜨거운 시선은 무시할 수 없었다.두 사람은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가깝다. 코끝에는 바디워시의 향긋한 향과 습기가 느껴져 강유리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했다.강유리는 어설프게 침을 삼키고 입을 열었다. "당신... 읍."따뜻한 입술이 그녀의 입을 막았다.익숙한 숨결이 코로 스며들었다. 육시준은 강유리의 입술 곳곳을 키스했다. 이리저리 휘저으며 천천히 그녀의 입술을 공략했다.강유리는 육시준의 품에 몸을 기대고 그의 입술을 느꼈다.한참 뒤에 강유리는 몸에 힘이 빠진 것을 느끼고 놀라서 무의식적으로 그를 밀
강유리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뒤로 젖혀 육시준의 거친 숨결에서 벗어났다.강유리는 순간 그가 왜 화가 났는지 알아차렸다.손에 닿아있는 피부가 데일 것처럼 뜨겁다. 강유리는 살며시 손을 거두고 세면대에 기대었다. "내가 언제 당신이 늙었다고 했어. 혼자 오해하지 마.""신하균은 나이가 많아서 릴리가 아깝고, 송이혁도 나이가 많아서 조보희랑 어울리지 않는다며."육시준은 축 처져서 서운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는 다 알았어.""그거랑은 다르지!"강유리가 눈을 부릅뜨고 반박했다. "전 세계 어느 남자도 내 자매들한테는 다 부족해. 이건 그냥 규칙이야! 하지만 내 남편은 전 세계에서 최고의 남자야. 그 누구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육시준은 눈썹을 찡긋했다. 강유리의 말이 완전히 비논리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질문이 입 밖으로 나오려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 다시 들어갔다. 육시준이 냉담하고 섭섭한 말투로 말했다."정말? 안 믿어.""..."강유리는 머리가 아파왔다.서울의 여름은 원래도 덥다.게다가 욕실 안은 막 샤워를 마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바람에 옷이 몸에 축축하게 달라붙었다.공기 중의 수증기인지 몸에서 난 땀인지 구별이 안 갔다.하지만 늘 여유와 자신감이 넘치던 육시준이 풀이 죽고 서운해하는 모습에 강유리는 마음이 약해졌다. 강유리가 달래는 말투로 말했다."내가 언제 당신 속인 적 있어? 당신도 알다시피 젊은 배우들보다 당신이 부족할 게 뭐야! 그리고 내 남편은 성숙한 매력까지 가져서 더 치명적이지!""그건 다 내 생각...""나도 그렇게 생각해! 당신은 내 마음속에서 영원히 최고야! 나 자주 내가 전생에 나라를 구해서 이렇게 좋은 남편을 만날 수 있었나 생각한다니까! 내 남편 너무 좋고 너무 멋있는걸! 봐봐, 화내는 것 마저도 이렇게 매력적이잖아!"잠시 멈춘 후 강유리가 덧붙였다. "물론, 당신이 대단하지 않고 못생겨지더라도 나는 당신을 떠나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절대 열등감 가지지 마!"육시준의 벌려진 입이 살짝
이튿날 아침.고성 그룹 소속의 여러 병원들이 기자들에게 둘러싸였다.하지만 11시가 되었는데도 아무런 인기척이 없자 기자들은 그가 안 오는 건 아닌지 추측했다. '고우신이 정말 약속을 어긴 건가?''강유리의 말을 고정남이 믿지 않아서 유전자 확인 재검사에 동의하지 않은 건가?'"괜히 시간만 버렸네요. 안 올 가능성이 더 클 것 같아요.""에휴, 고우신은 안 와도 고정남은 올 줄 알았는데. 강유리가 고정남은 제시간에 올 거라고 했으니까요!""그러게 말이에요. 하긴 고정남이 강유리를 딸이라고 인정했으면 강유리 스스로 폭로하지도 않았겠죠.""그 말에도 일리가 있네요.""..."기자들은 설레고 벅찬 감정에서 지금의 실망한 감정에 이르렀다.바로 그때 누가 소리 질렀다. "고 회장님의 차다. 고 회장님이 정말 오셨어!"기자들은 모두 고개를 돌려 입구 쪽을 바라보았다.모두 고성 그룹의 뉴스를 취재하기 위해서 온 기자들이라 고성 그룹의 정보를 충분히 파악하고 있었다.예를 들어, 이 수수한 검은색 카이엔은 고정남의 전용 차량이다.굉장히 대표적이다.기자들은 모두 눈을 번쩍이며 자신이 떠나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카메라를 메고 앞다투어 돌진했다. "고 회장님! 릴리 캐번디시가 친딸이라고 믿습니까?""고 회장님! 릴리 씨의 말에 따르면 릴리 씨는 일찍이 친자 확인을 제공했다고 합니다. 그때는 믿지 않으셨으면서 왜 이제 와서 인정하시는 겁니까?""고 회장님! 만약 릴리 양이 정말 친딸이라면 지금의 둘째 아가씨는 어떻게 하실 생각이죠?""고 회장님, 릴리 씨로 인해 LK그룹과의 혼인이 깨졌기 때문에 친딸이라고 인정하지 않으시는 겁니까?""..."마지막 문제는 너무 날카롭고 직설적이었다. 고정남은 경호원의 호위를 받으며 안으로 들어가던 발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그 기자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 선글라스를 벗었다. "저는 제 딸을 매우 사랑합니다. 저는 그 누구보다도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일어나기를 원하지 않았습니다!""그럼 아가씨가 유전자
즉 자신이 아무리 혈연적 우세가 있지만 저도 자존심이 있어 무작정 뒤쫓아가지 않겠다는 뜻이다.역시 Y국에서 20년동안 곱게 자란 공주님답다.송인병원, VIP 병실안.강미영은 병실 침대에 기대 티비를 보더니 참을 수 없는 웃음을 터뜨렸다.이렇게 오랜 세월이 지났는데도 이 남자는 변한게 하나도 없다.입으로는 사랑한다고, 소중한 사람이라고 했지만 사실 자기 체면이 가장 중요했다.거기에 권력까지.하지만 재수없게도 릴리 자매한테 잘못 걸린것이다. ...은하타운.릴리는 인터넷으로 보고 있었다. 고정남은 도착했지만 한 시간이나 늦었다.그녀가 아직 도착하지 않은 것을 감안하여 한 경제 블로거는 오늘 이 일에 대해 진지하게 분석했는데 아마도 현장 기자인 것 같았다.릴리는 어두운 얼굴로 마우스 스크롤을 계속 내렸다.인터넷에서 떠드는 것처럼 그녀는 그렇게 예지력이 높은 사람도 아니고 잔꾀가 많은 것도 아니었다.그저 집에서 늦잠 잤을 뿐이다. 더구나 강유리는 그녀보다도 더 늦게 깨났다.“들어와서 이것 좀 봐줘. 이 치마 어때? 오늘 좀 더운데 이걸 입으면 이상할까?”방안에서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릴리는 문어구에 서서 눈길은 여전히 핸드폰에 고정된 채 덤덤하게 답했다.“전 안 들어갈래요. 저도 이제 어른인데 함부로 언니네 방을 드나들면 안 되죠.”강유리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그럼 어제는 왜 들어왔는데?’“어제 저를 막지 않았더라면 그런 깨달음은 얻지 못했을 거예요. 언니가 조언해 주신 덕분에 저희 두 사람의 관계가 더욱 돈독해진 것 같아요!”“...”그녀의 괴상한 말투를 눈치 빠른 강유리가 단번에 알아들었다.‘그럼 어젯밤 그 상황에서 내가 말리지 않았다면 저 계집애가 진짜로 보려 했단 말인가?’‘어림도 없지!’방안에서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자 릴리는 이상해서 고개를 빼꼼 내밀고 안쪽을 살폈다.이때 누군가의 기다란 그림자가 그녀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릴리는 재빨리 고개를 다시 숙이고 덤덤하게 핸드폰을 보는 척했다.그러
강유리는 돌아서서 그녀를 한번 째려보며 말했다.방금 두 사람이 문밖에서 나눈 대화를 그녀도 어렴풋이 들었기 때문이다.그리고 그녀의 생각도 육시준과 일치해서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자꾸 소안영 따라 하지 마. 여자한테는 괜찮아도 남자한테 그런 저질 농담하면 안 돼.”릴리는 입을 삐쭉거리면서 이리저리 마음에 드는 치마를 고르기 시작했다.“이미 습관이 된 걸 어떡해요?”“너랑 사귀었던 남자들이 왜 하나같이 너한테 나쁜 마음만 품었는지는 알고 있어?”강유리가 갑자기 물었다.하지만 릴리는 그녀에게 다가오면서 딴소리했다.“지금 입고 있는 게 제일 이뻐요. 이걸로 하죠!”강유리는 이 상황이 너무 웃겼다. 그녀도 릴리의 말뜻이 뭔지 알고 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말을 이었다.“소안영이 너한테 가르쳐준 남자 꼬시는 방법은 오직 친한 사람들한테만 먹히는 거지 너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애한테는 안 어울려...”“하지만 전 이미 열 명도 넘는 남자랑 사귀어 봤는데요!”릴리가 정색하며 말했다.사실 말하고 싶었던 말은 자신이 그리 순진한 아이가 아니란 소리다.강유리도 그녀의 말에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아. 열 명의 남자애들이 그저 손만 잡고 뽀뽀도 못 하고 헤어졌지.”이런 연애 방식은 국내에서도 쇼킹한 수준인데 하물며 남녀 사이가 매우 개방적인 Y 국이면 더욱 놀랄 것이다.릴리가 발끈하며 외쳤다.“제가 뽀뽀했는지 안 했는지 어떻게 알아요?”순간 강유리는 입술에 틴트를 바르다가 멈칫하더니 고개를 돌려 그녀에게 되물었다.“해봤어?”감정 면에서 보면 릴리는 확실히 백지장과도 같았다.특히 자신의 개인적인 일을 언급하는 것도 매우 어색했다.“그, 그럼요! 제가 제일 좋아했던 남자 친구가 제 이마에 뽀뽀하면서 잘 자라고 했어요!”말하면서 부끄러운지 강유리를 솜방망이로 톡톡 때렸다.강유리는 자꾸 자기도 모르게 올라가는 입꼬리를 애써 내리고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녀의 말에 맞장구쳤다.“음, 그것도 했다고 할 수 있지.”릴리는 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