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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5화

강유리의 입꼬리가 살짝 움찔하더니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옆의 남자를 봤다.

육시준도 입꼬리를 말더니 고개를 돌려 뒤에 앉은 여자를 멈추게 했다.

"네 언니가 앞서갔나 보네. 보아하니 위로는 필요 없는 것 같은데."

"네?"

릴리가 되물었다.

"차 가져왔어? 알아서 가. 우린 볼 일이 있어서."

"..."

릴리의 얼굴 주변에 물음표가 가득 떠다니는 것 같았다.

방금 연맹했으면서 내쫓다니, 이게 말이 되나 생각했다.

좌석 사이로 비집고 들어간 릴리가 강유리의 팔을 붙잡고 애교를 부렸다.

"안 돼. 언니랑 같이 갈 거야! 우리 같은 처지인데 절대 떨어지면 안 되잖아."

여기까지 말하고 내친김에 배은망덕으로 육시준도 공범이라 공격하고 싶었다.

자기 엄마랑 몰래 연락했으니. 게다가 방금 그 두 마디로도 사건의 전말을 충분히 이해했다.

육시준이 뭔가 알고 있을 거라는 확신을 한 것이다.

하지만 말을 꺼내기도 전에 뒤통수가 서늘한 느낌을 받았다.

결국 몸은 다시 좌석으로 물렀지만 강유리를 붙잡은 손은 놓지 않았다. 그리고 조수석 좌석까지 꽉 안은 채로 육시준을 두려움 가득한 눈으로 봤다.

"저희 셋, 같은 처지인 셋은 떨어지지 않는 게 좋겠어요."

"누구 마음대로 셋이지. 얼른 내려."

육시준은 담담한 목소리였지만 인정미가 없었다.

차가운 두 눈을 마주하고는 한 마디도 더 할 수 없었지만 이렇게 내리자니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잠깐 침묵하더니 강유리를 안고 통곡했다.

"언니... 아까는 그냥 날 위로하려던 것뿐이야? 나 싫어하는 거 아니야? 나 안 싫어하면 제부가 왜 날 쫓아내? 엉엉. 내가 뭘 잘못했다고 나한테 이래... 난 그냥 단순한 미소녀일 뿐인데!"

"..."

강유리는 고막이 아파지는 기분까지 느꼈다.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예의 그 눈빛으로 육시준을 슬쩍 봤다.

어이없다는 것 외에도 타협의 뜻이 조금 있었다.

그 눈빛을 느낀 육시준이 우는 척하는 여자를 주시했다.

"우리랑 같이 가려고? 진심으로?"

순식간에 멈춘 릴리가 기계 같은 속도로 끄덕였다.

"그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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