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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0화

밤이 깊어졌다.

서울의 밤은 불빛으로 가득했고 번화하며 떠들썩했다.

하지만 이 떠들썩함도 모두 다른 사람들의 몫이지 누군가와는 무관했다.

적색 술집.

20대 초반의 여자가 대담하고 화끈한 옷차림과 디테일하고 완벽한 화장을 하고 있었다. 앳되고 작은 얼굴은 화장 때문인지 더 아름답고, 성숙해 보였다.

릴리가 고개를 젖히자, 불빛에 비친 길고 가느다란 목덜미가 유혹을 더했다...

술 몇 잔을 마시자 릴리의 머리는 오히려 더욱 맑아졌다. 시선은 댄스 플로어를 훑었다. 왠지 따분하고 무미건조함을 느꼈다.

릴리는 비틀비틀 일어나 가방을 들고 나가려고 했다.

뒤쪽의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알록달록한 머리를 한 남자들이 서로 눈을 마주치고 씩 웃고는 술잔을 내려놓고 릴리를 따라갔다.

릴리는 입구에서 차를 기다렸다.

밤바람이 불자 머리가 많이 맑아진 것 같았다.

하지만 택시를 타고 어디로 갈지가 큰 문제가 되었다.

릴리는 원래 JL빌라에서 살았지만, 요 며칠 동안은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외할아버지가 그곳에 머물고 있다. 아마도 언니가 돌아가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일 거다.

오늘 일이 터져서 어머니는 병원에 입원해 계시겠지만 외할아버지와 아버지는 돌아오실 거다.

릴리는 그들을 별로 만나고 싶지 않다.

아니면 고정남에게 가서 골칫거리나 안겨줄까?

어쨌든 자기가 이렇게 짜증이 나니 누구도 잘 지낼 생각을 말라는 심보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마침 택시 한 대가 오고 있었다. 릴리는 손을 뻗어 택시를 불렀다.

바로 그때 만취한 남자 몇 명이 릴리를 둘러서서 애매하고 도발적인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쳐다보았다.

"젊은 여자가 이 늦은 시간에 혼자 집에 가면 위험하지 않겠어? 오빠들이 배웅해줄까? 내 차는 바로 옆에 있는데!"

"..."

릴리는 말하는 사람을 위아래 훑어보고는 결론을 내렸다.

"혼자 굴러들어 오는 것들은 종종 쓰레기라던데. 이 말 틀린 거 하나 없네!"

릴리는 차림새는 성숙했지만, 확실히 나이가 어려 보였다.

어수선한 술집에 있으니 더욱 장소를 잘못 들어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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