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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4화

강유리가 떠난 병실에서는 릴리가 또 한바탕 했는데, 홀로 어른 세 명을 상대하며 완승을 거뒀다.

릴리의 표현이 더 직관적이었기 때문이다.

화는 내지 않았고 질책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은근히 비꼬는 듯한 어투로 속을 후벼판 것이다.

"대단하시네요. 진짜 대단하세요. 저랑 우리 언니 바보처럼 보호하셨더라고요. 이번 권력 싸움에서 졌으면 저랑 우리 언니 죽어도 모르셨겠죠?"

"어려서 권력에 대해 몰랐을 때는 그렇다 쳐도 지금은 다 컸는데도 여전하시네요?"

"그쪽들이야말로 진짜 가족이죠. 공동의 적을 향해 정신이 팔려 있으니 저랑 언니는 그냥 보릿자루죠. 발언권이 없는 것도 모자라 인권도 없네요."

"..."

강미영이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방금 한 명 끝냈더니 한 명이 또 온 것이다.

하지만 이 말은 중점이 확실했다.

강유리처럼 자기가 화난 이유가 뭔지 모르는 것보다는 나았다.

그에 이성적으로 천천히 바로잡았다.

"왜 그렇게 생각하니? 엄마가 잘 보호해야 너희들이 걱정을 안 할 거 아니야."

지금 통제불능이 되어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나중에 뒷처리는 정확할 테니.

절대 연루시키지 않을 것이다.

바론 공작이 중독됐을 때도 바로 육시준이게 연락해 강유리 자매를 잘 보호해 달라 했을 정도였다.

딱 하나 예상 못 한 건 그가 티 내지 않고 완벽한 케미로 뒷처리를 해 준 것이다.

"그럼 저희가 지는 걸 무서워할까 봐, 저희는 배짱이 작으니까 안 알려 주신 거예요?"

"당연히 아니지. 그냥 니가 엄마를 좀 믿어야..."

"엄마는 저희를 믿으세요?"

릴리는 기세등등하게 냉정하지만 직설적으로 말했다.

"믿음은 상호적인 거예요. 베풂도 그렇고요. 그렇게 이기적으로 저희한테 잘해 주시면 그대로 받을 줄 아셨어요? 큰이모는 그 완벽한 계획 때문에 목숨까지 바치셨어요. 언니가 어떻게 생각할 것 같아요?"

바론 공작도 관건을 눈치 챈 것 같았다.

“그러니까 네 말은 네 언니는 내 냉정함이나 모녀를 버린 걸 탓하는 게 아니라 솔직하지 못했던 걸 탓한다는 건가?“

릴리가 노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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