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강준은 입꼬리를 씰룩거리다 조용히 물러갔다. 대표가 결정한 일은 누구도 바꾸기 어려웠다. 게다가, 이렇게 하니 정말 시원했다! 그의 책임을 물을 일도 없고, 여기서 그가 더 이상 말을 많이 하면 눈치가 없는 것이다. 사무실 문이 다시 닫히고.강유리는 예쁜 눈에 웃음을 가득 머금고 빠른 걸음으로 육시준의 옆으로 다가가 테이블을 짚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시준 씨, 이렇게 큰돈을 쓰는 게 내 편을 들어주기 위해서야?”육시준의 큰 손이 강유리의 허리를 감아 안아 그녀를 품에 안았다.“큰돈? 부인이 너무 쉽게 만족하는 거 아니야?”강유리는 자연스럽게 그의 목을 껴안고 미소를 지었다.“ 좋은 게 좋은 거지 뭐!”육시준은 강유리의 머리를 매만지며 그녀를 보는 눈에는 애정이 가득했다.“근데 이렇게 하면, 또 어떤 사람들은 뭐라 할 것 같아. 나를 여우라서 사람을 홀려서 막 권력을 쓰고 그런다고, 시준 씨도 같이 욕하면 어떡해?”강유리는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어쩔 수 없지.”육시준의 입꼬리가 치켜 올라갔다.“욕을 먹었으니 실속 있는 일을 해야지. 욕만 먹으면 너무 억울하잖아?”“시준 씨의 그 굽히지 않는 배짱, 좋게 보고 있어!”강유리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육시준은 그만 웃음을 터뜨렸다.“부인께서 10km 넘게 돌아와서 마침 가는 길에 나를 데리러 왔는데, 나도 매우 좋게 보고 있어.”“...”‘알면 좀 모른척하지. 재미없게.’‘그래. 호텔에서 여기까지 가는 길은 아니지만, 그게 뭐?’“시준 씨는 안 반가운가 보네. 그러면 이만 가볼게.”강유리는 말을 마치고 일어서서 떠나려 했다.육시준의 큰 손이 다시 그녀의 허리를 낚아챘다. “당연히 반갑지. 다만 다음에는 나를 데리러 온 게 주요 목적이면 내가 더 기쁠 것 같아. 내 명의를 빌렸다고 일부러 여기까지 와서 알려주는 것보단.”육시준의 말은 그녀의 순서가 잘못됐다는 것을 일깨워 주었다. 그에게는 그의 이름을 빌린 것보다, 강유리가 그를 데리러 오는 게 더 의미 있었다.
고성그룹 별장성신영은 호텔에서 있었던 일을 자기한테 유리하게 편집해서 인스타에 올렸다. 그리고 육시준의 여자 팬들의 질투심을 이용하여 화살을 강유리에게 돌렸다.인터넷에서의 반응은 들끓었고 많은 댓글이 달렸다. 대부분은 강유리에 대한 악성 댓글과 불만이었다.자기 뜻대로 돌아가서 득의양양하던 성신영은 LK그룹에서 발표한 걸 보고 믿을 수 없다는 듯 여러 번 읽어보았다.‘육시준이 강유리를 위해 이렇게까지 한다고?”하지만 아래에 불공평하다는 댓글들을 보고 성신영은 약간 마음이 놓였다. 그것도 잠시뿐, 그녀는 이내 전화를 받고 자신의 SNS 계정이 모두 정지되었고 더 이상 어떤 글도 쓸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성신영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전화 너머에서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아마 LK그룹의 홍보팀에서 손을 쓴 것 같습니다. 저희도 어쩔 수 없습니다. 그리고 육 실장님도 아셨어요. 이따 성신영님과 최종 방법을 협의할 것입니다.”성신영을 도와 배후에서 여론을 조종한 사람은 육경원의 엔터테인먼트 회사 사람이었다.일이 커지자 그는 책임을 질 수 없어 성신영의 이름을 댔다.전화를 끊고 성신영은 망연자실하여 침대에 털썩 주저앉았다.‘끝났어.’이런 큰 망신을 당했으니 육경원은 그녀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게다가 오늘 오후, 그 여자 때문에 고정남의 기분을 상하게 했으니 고정남도 그녀를 위해 나서주지 않을 것이었다.성신영은 조마조마한 마음을 안고, 방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얼음장 같은 손을 만지며 마치 최후의 심판을 기다리는 흉악범처럼 안절부절못하였다...다행이 고정남은 그 여자도 신경 쓰지만 육씨 가문과의 협력이 더 중요하였다.그녀를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았다.30분 후.서재에 모여 앉은 세 사람의 분위기는 유난히 무거웠다.육경원은 알 수 없는 눈빛으로 성신영을 힐끗 쳐다보았다.“고씨 가문의 따님은 역시 배포가 남다르네요. LK그룹 호텔에 가서도 모든 걸 쥐고 흔들 수 있는 줄 아시는 걸 보니.”그는
육경원은 참고 있던 분노가 다시 치밀어 올랐고 성신영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한기가 돌았다. 성신영은 더욱 고개를 떨궜다. 그녀는 고정남 앞에서 날뛰고, 강유리 앞에서도 도발을 서슴지 않았지만, 유독 이 남자만 두려워하였다. 그가 화난 것을 느낀 성신영은 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었다. 아까까지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 고정남은, 성신영의 이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미간이 저절로 찌푸려졌다. ‘아무리 그래도, 성신영은 고 씨 집안 사람인데, 이 녀석은 무슨 배짱으로 내 앞에서 눈치를 줘?’“신영이가 이번 일은 충동적이었어. 하지만 따지고 보면, 육 실장이 집안에서 발언권이 없어서 이런 문제가 생긴 게 아닌가? 만약 오늘 여기 앉아 있는 사람이 육시준이었다면, 이렇게까지 무기력할까?” “...”육경원과 성신영은 이 말을 듣고 한순간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두 사람의 표정은 각기 달랐다.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던 육경원은 얼굴이 굳어진 채 고정남을 쏘아보았다. 성신영은 고정남의 그 한마디에 이내 생각에 빠졌다. ‘만약 육시준이라면 어떻게 했을까?’그 남자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그는 언제나 강유리에게 지극정성이었고, 그녀의 편을 들어주었다. 성신영은 씁쓸한 마음이 다잡으며 육경원을 힐끗 쳐다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원망이 가득했다.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자 고정남은 다시 부드러운 목소리로 타일렀다. “협력의 목적은 발언권을 높이고 어려운 일도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을 갖기 위함이지. 안 그래?”육경원은 말이 없었지만 고정남의 말에 동의하는 기색이 역력하였다. “엘르 호텔이 하얏트보다 유명하지 않지만, 지금으로서는 가장 적합한 호텔인 건 맞아. 그리고 육 씨 가문과 고 씨 가문의 결혼식에 오는 사람들은 모두 알아주는 사람들인데, 굳이 호텔에 의지해서 체면을 유지할 필요는 없어. 오히려 그런 고급 호텔에서 하객이 별로 못 들어오면 더 웃음거리가 될 거야.”“...”오랜 세월을 살아온 만큼, 고정남의 말에는 무게가 있었다. 그는 상대방을 쉽게
그의 눈빛은 마치 상품을 보는 듯했다.JL빌라.어둠이 내리고 별장은 초여름의 고요함에 휩싸였다.강미영은 베란다의 안락의자에 누워 태블릿으로 기사를 보고 있었다. 기사에 달린 댓글을 하나하나 읽어보는 강미영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이 기사들 너무 터무니없는 얘기 아니야? 성신영의 영향이 이렇게 크다고?”“그 여자의 영향은 크지 않은데, 돈을 아끼지 않아서 그래요. 언니를 끌어내기 위해 온갖 수단을 다 썼다니까요! 그런데 이번에 임자를 만난 거죠. 형부가 정면으로 나서리라고 생각 못 했던 거죠. 호호호…”릴리도 강유리처럼 여론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다만 이번 싸움에서 손해를 본 건 아닌지만 신경 쓰고 있었다. ‘우리가 세력을 믿고 자기를 괴롭힌다고? 그럼 괴롭힘이란 뭔지 보여주지.’릴리는 성신영의 말을 생각하며 통쾌해했다. 하지만 강미영은 약간 걱정되어 말했다.“지금 인터넷에 온통 네 언니와 형부의 얘기야. 이대로는 안 될 것 같아.” “그래도 어쩔 수 없죠. 그렇다고 그 사람들의 입을 다 막을 수도 없고.”릴리는 어깨를 으쓱하였다. ‘막지 않은 걸 어떻게 알지?’강미영은 생각에 잠겼다. 육시준은 대중들의 입을 막았지만 완전히 막지는 않았다. 그는 아마 결혼식이 끝난 후에 따지려고 했을 것이다. 강유리의 이번 일로 성신영의 결혼식에 대한 얘기는 점차 사그라들었고 모두 강유리와 육시준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소문의 방향이 가장 통제 가능했다. 사람들은 강유리의 출신을 비하하며 그녀가 육시준에게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출세하더니 배은망덕하다고 떠들어댔다. 잠시 생각 후, 강미영은 태블릿을 내려놓고 핸드폰을 꺼내 번호를 눌렀다.상대방은 바쁜지 신호음이 한참 가서야 무거운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이야?”“당신 이렇게 오랫동안 준비했는데 도대체 어떤 혼수를 준비했어요?”강미영이 물었다. 바론 공작은 잠시 침묵하다 한숨을 쉬었다. “많이 준비하지는 않았어. 걔가 워낙에 또 너무 주목받는 걸 싫
육시준은 핸드폰을 접고 허리를 굽혀 뒷좌석으로 들어갔다.이번에는 지난번보다 더 떠들썩하게 서울에 올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혹시라도 망설일까 봐 귀띔하려고 연락했던 것이다. 결혼식 임박해서 호텔을 준비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건 그냥 핑계였다. 그의 말투를 보아하니 준비가 된 모양이었다. 육시준은 그제야 안심이 되었다. 육시준은 차라리 자신이 여자에게 빌붙어 사는 남자라는 말을 들을지언정, 그가 강유리에게 과분하다는 말은 듣기 싫었다. “누구한테 메시지 하길래 그렇게 즐거워 보여?”안에서 누군가 머리를 쏙 내밀었다. 남자는 큰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다시 안으로 살짝 밀어 넣었다. “결혼식 하객 명단을 확인하고 있었어. 어머님이 잘 준비할 수 있게.”강유리는 뒷좌석에 기댄 채 문득 생각난 듯 입을 열었다.“맞다. 엄마한테 얘기했어? 사부님과 어르신도 계신다고!”“응. 말씀드렸어. 어르신들과 도가네 무술관 동문분들도 모실 거야.”강유리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문득 생각에 잠겼다. 육시준은 그녀가 한참 말이 없자 고개를 돌려 물었다.“왜 그래?”“혹시,어른신 초대하는 게 잘하는 걸까?”“...”육시준은 잠시 말을 잃고 강유리를 바라보았다.“그러면 초대하지 않는 게 맞다고 생각해?”강유리는 심지어 곰곰이 생각하고 있었다. “그것도 좀 그런 것 같아.”육시준은 한숨을 쉬면서 큰 손으로 강유리의 얼굴을 꼬집었다.“알면 그런 소리 좀 하지 마. 나중에 어르신들이 추궁하면 나는 편을 들어줄 수 없어.”그의 여유로운 목소리에는 웃음기가 배였다. 강유리는 눈썹을 찡그리며 육시준의 손을 떼고 뺨을 비볐다.“손대지 마. 화장이 다 지워지겠네.”육시준은 그녀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하얗고 부드러운 피부 위로 가로등 불빛이 드리워져 솜털까지 선명하게 보이고 있었다. 게다가 그가 얼굴을 꼬집는 바람에 하얀 뺨에 홍조가 비쳐 더욱 생기가 느껴졌다. “화장했어?”육시준은 진지하게 물었다. 집에 그와 있을 때는 하루 종일 민낯이
...초여름의 날씨는 무더워 지기 시작하였다. 게다가 축제 분위기까지 더해져서 서울시는 유난히 시끌벅적하였다. 여러 사람의 기대와 논란으로 가득 찬 두 개의 결혼식이 천천히 막을 올렸다. 서울 4대 재벌 중인 육씨 가문과 고씨 가문이 혼인을 맺어 더욱 긴밀한 관계를 맺고 서로 지원하고 협력하여 더욱 강력한 상업 제국을 꿈꾸고 있었다. 전에 강유리의 방해로 육씨 가문의 호텔들은 그들의 결혼식에 대관을 거절하였으며 이는 결혼식이 더욱 흥미진진해지게 하였다. 구씨 가문은 직접 나서서 엘르 호텔을 특별히 결혼식을 진행할 수 있도록 비워두었다. 호텔 입구에 고급 승용차가 즐비하게 늘어섰다. 수많은 언론사에서 카메라를 들고 줄지어 들어왔다. 그들은 최고의 기사 사진과 신부의 가장 아름다운 각도를 찍으려고 앞다퉈 자리를 차지했다. 성신영은 신부대기실에서 화장을 고치며, 옆에 있는 대형 스크린으로 상황을 지켜보았다. 육청수와 고정남은 직접 문 앞에서 모든 하객들과 인사를 주고받았다. 육 씨 가문의 부인들은 한쪽에서 고 씨 가문 부인과 같이 여자 하객을 맞이하였다. 불과 10분 만에, 그녀는 지난 반평생보다 더 많은 상업 거물들을 마주하였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대헌그룹의 남매였다. 고성그룹, LK그룹, 대헌그룹. 4대 재벌 중 3개가 참석하였고 이번 결혼식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하였다. 호텔은 화려하고 웅장했으며, 홀은 술잔이 오가고 우아한 바이올린 연주곡이 울려 퍼졌다. 어쨌든 그녀의 소원은 이루어졌다. 강유리가 아무리 고귀하고 사랑받아도 이런 것들을 가질 수 없었다. ‘그녀는 평생 나를 이길 수 없을 거야...’성신영은 갑자기 팔과 다리가 간지러워졌고, 무의식적으로 이리저리 긁어댔다. 그녀의 양미간은 찌푸려지고, 점점 더 짜증이 솟구쳐 올라오기 시작하였다. 지난번에 파크 하얏트호텔에서 강유리를 만나고 돌아온 이후로 성신영은 온몸이 불편하고 여기저기가 가려웠다. 그건 뼛속에서부터 나오는 가려움이었고 긁어도 멈출 줄 몰랐다. 팔의
이 말을 내던지고 스타일리스트는 팀을 데리고 화가 나서 가버렸고 말릴 기회조차 없었다. 그 뒷모습을 보면서 고주영은 미간을 찌푸리며 성신영을 돌아봤다.“이 중요한 날에 왜 또 성질부려요?”그녀는 성신영이 일을 벌이기 좋아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사리 분별 못하고 날뛸 줄은 몰랐다. 성신영은 의자에 기댄 채 손톱을 정리하며 빈정거렸다.“언니도 참. 내가 이럴 때나 성질부려보지. 다른 때 어떻게 감히 성질부릴 수 있겠어요?”고주영은 할말이 없어졌다.그녀의 말이 맞았다. 오늘은 그녀가 주인공이었다. 불을 지른다 해도, 아버지는 뒷수습을 해줄 것이었다.이 스타일리스트도, 아버지가 직접 말을 꺼내는 바람에 고주영은 하는 수 없이 직접 부탁해서 초대했다.그런데 뜻밖에도 성신영이 바로 스타일리스트에게 원한을 살 줄이야.“당신이 아버지랑 무슨 갈등이 있어 이러는지는 모르겠는데. 엘리스는 내 친구예요. 아버지를 난처하게 하고 싶어도 내 친구를 공격할 필요는 없잖아요!”고주영의 차가운 목소리를 들으며 성신영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대꾸했다.“근데 이미 그렇게 된 걸 어떡해요?” 고주영은 주먹을 불끈 쥔 채 성신영을 한참 노려보다 한마디만 남긴채 떠났다.“맘대로 해요!”성신영의 얼굴에는 비웃음이 어렸다. 그리고는 무의식중에 팔을 긁으며 옆에 핸드폰으로 핸드폰을 하는 비서를 바라보면 짜증스럽게 물었다. “아버지한테 보고했어? 새로운 스타일리스트는 언제 와?”비서는 공손하게 대답했다.“유 비서가 급히 연락하고 있답니다. 조금만 기다리시면 됩니다.”성신영은 악에 찬 소리로 내뱉었다.“흥, 기다리던지. 결혼식 시간 놓치면 고 씨 가문이나 망신이지!”‘내가 육경원에게 모욕당하는 걸 알면서도 방관했으니 고정남 당신은 결과를 감당해야 해. 오늘은 고분고분 말을 듣지 않을 거야.’새로운 스타일리스트가 곧 도착했지만, 성신영은 맘에 안 든다는 핑계로 또 한바탕 욕하고 떠나보냈다. 불관 반 시간 만에 세 팀을 퇴짜 주었다. 그 사이 신부의 들러리
“아니, 신영아 진짜 장관이라니까.”들러리 친구는 성신영의 말뜻을 알아채고 진지하게 바로잡았다.“전에 본 적 없던 모습이야. 신부 측 하객은 무장경찰이 길을 안내하고, 앞에는 군용차가 선두로 하고, 뒤따라오는 것은 전부 청와대 번호판이라던데...”다른 들러린 친구들은 믿기지 않는 듯 다가왔다.“설마, 잘못 알고 있는 것 아니야? 오늘 파크 하얏트 호텔에 다른 결혼식이 있다던가.”누군가 바로 반박했다.“말도 안 돼. 며칠 전에 소문 났잖아. 오늘 그 육 대표 결혼식만 열린다고.”“세상에, 앞줄에 있는 기자들 다 공중파 방송국들이잖아.”“강유리는 도대체 정체가 뭐야. 많은 해외 유명 인사들도 봤어. 방금 차에서 내린 사람 낯익은데!”“...”한 무리의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쳐다보면서 소리를 질렀고, 그 누구도 성신영의 낯빛이 점점 어두워지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성신영도 홀리듯 핸드폰을 꺼내 인터넷에 들어갔다.인터넷엔 온통 낯설지만 눈에 띄는 헤드라인이었다. [캐번디시패밀리 방한][바론 공작 왈: 딸 혼수 소소하게 준비해.][Y국 왕실 살리왕비 방문: 바론 공작 따님 결혼 축하][신부 도착 카운트다운; 현금 이벤트 카운트다운][재벌 사모님, 찐 공주]...모든 기사는 헤드라인을 차지하고 있었다.육 씨 가문과 고 씨 가문의 결혼식에 관한 기사들은 작은 제목으로 뉴스 화면의 아래에 자리 잡았다. 익숙한 이름들을 보며, 성신영의 얼굴은 더욱 굳어졌다.캐번디시, 바론 공작, 재벌 사모님...성신영은 떨리는 손으로 온라인 방송을 눌렀고, 마침 웨딩카가 호텔 앞에 도착해 있었다. 먼저 차에서 내린 사람은 경호원과 무장 경찰이었다. 날카로운 기세로 양쪽으로 줄지어 서자 구경꾼들도 자연스레 길을 양보했다. 경호원이 앞으로 나서 차 문을 열자, 가장 먼저 검은색 구두가 보였다. 남자는 훤칠한 키에 뛰어난 기품을 풍기며, 잘 맞춘 양복으로 더욱 꼿꼿한 자태를 뽐냈다. 그는 차 옆에 서서 약간 몸을 기울여 차를 향해 손을 내밀고 다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