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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화

어두운 밤.

검은색 벤틀리가 도로를 질주하고 있었다.

임강준은 백미러를 통해 뒷좌석에 앉아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는 남자를 쳐다보았다.

잠시 고민하던 그는 이내 그에게 물었다. “대표님, 롤스로이스 수리 다 끝났다는데, 차 바꿀 겁니까?”

육시준은 재산이나 보여지는 것에 큰 요구가 없었다. 하지만 조금 까탈스러웠다. 모두 명품 차 모으는 것이 그의 취미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그는 단지 승차감이 편한 차를 고르고 있었을 뿐이다.

롤스로이스는 수많은 차들 중 유일하게 그의 호감을 사고 있는 것이다.

전에는 차 수리 문제도 있고, 또 아내한테 겸손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사람을 시켜 급하게 차 한 대를 구입한 것이었다. 그게 바로 이 벤틀리다. 하지만 이 차를 이렇게 오래 타고 다니게 될 줄은 몰랐다.

육시준은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안 바꿔.”

그의 대답이 임강준을 놀라게 했다. “사모님은 아직도 모르세요?”

남자는 눈을 뜨더니 그의 얼굴을 흘겨보며 말했다. “너라면 믿겠어? 자기가 고용한 남편이 억만장자라는 사실을?”

“그러니까 제가 말했잖아요. 처음부터 속이지 말았어야 했다니까요. 이제는 해명하고 싶어도 못 하게 됐잖아요.”

“…”

지속되는 침묵에 임강준은 자기가 입을 잘못 놀렸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는 머뭇거리며 자신의 잘못을 만회했다. “제 말은… 이렇게 속이다가 나중에 큰일 날 수도 있다는 말이죠.”

뭐가 머릿속에 떠올랐는지 육시준은 가볍게 웃었다. “그럴 일 없어.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

그는 여자에게 어떤 능력이 있는지 한번 확인해 보고 싶었다.

JL빌라는 칠흑같이 어두웠다.

육시준이 도착했을 때 집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는 오늘 “마음의 문” 촬영팀이 대본 리딩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강유리가 아직까지 집에 돌아오지 않을 줄은 몰랐다. 아무래도 이 드라마에 무척이나 진심인 것 같았다.

그는 샤워를 끝낸 후 욕실에서 나왔다. 방안은 여전히 텅 비어 있었다. 강유리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받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육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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