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리? 진짜 돌아온 거야? 망할 놈의 회사 안 지키고 한가하게 쇼핑이나 하는 거야? 쯧쯧, 옷 살 돈은 있고?”조보아는 조금 놀란 듯했고, 거만하게 강유리를 훑어봤다.분명히 같은 드레스지만 강유리가 입으니, 마치 주문 제작한 것처럼 잘 어울렸다. 옅은 메이크업과 스타일리시한 귀걸이까지, 여왕이 따로 없었다. 조보아는 그녀와 본인의 착장을 번갈아 보더니 비교당하는 것 같아 얼굴이 뜨거워 났다.강유리도 조보아를 이리저리 훑어보았다. 조보아는 동그랗고 작은 얼굴에 정교하게 화장했고, 손목과 목에는 장신구가 가득 걸려 있었다. 아이템 하나하나 모두 품위가 있었지만 한데 모으면 조금 이상했다.“옷 스타일이 좀 바뀌었나 봐? 나랑 같은 옷을 고르다니…… 그런데, 아이템 고르는 감각은 수준 미달인데?”강유리는 잠시 그녀의 착장을 다시 훑어보더니 이어 말했다.“내가 외국에 있으니까 따라 할 사람이 없었나 봐?”강유리는 교만하기로 유명했기에 주위의 미움을 샀지만, 그녀의 패션 감각은 누구나 추앙했다. 아무렇게나 걸쳐 입어도 금방 트렌드가 되기 일쑤였고, 조보아도 그녀의 패션을 따라 하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조보아가 생각하기에 이 가게의 옷이 좀 우아하고 강유리가 요즘 이런 느낌으로 꾸밀 것 같은 예감에 들어온 것이었는데, 공교롭게도 똑같은 옷을 고르게 될 줄이야! 같은 옷을 고른 것은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누가 더 잘 안 어울리면 지는 게임이었다.조보아는 찔렸는지 대뜸 화를 내면서 소리쳤다.“누가 널 따라 한대? 난 스타일 좀 바꾸면 안 돼? 유강엔터 연예인들 다 도망갔다며? 다 망하게 생겼는데 옷 살 돈은 있나 봐? 아, 맞다. 너희 아빠가 성신영한테 별장 사줬다며? 공평하게 너한테도 치마 정도는 사줄 수 있겠다.”“……”그녀의 말은 강유리의 심기를 건드리기는 했지만 별로 충격적이지는 않았다. 성홍주는 강유리보다 성신영을 훨씬 더 편애했다. 학교에 다닐 때도 성신영은 운전해 주는 기사가 따로 있었고, 강유리는 직접 운전했었다. 파티에 갈
강유리가 옷을 건네받고 탈의실로 들어갔고, 조보아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이 심상치 않은 기운을 내뿜는 멋진 남자가 강유리의 남편이라니? ‘강유리 팔자도 좋아? 성씨 가문한테 버려져도 이렇게 멋지고 돈도 많은 남자를 만나다니……’조보아는 질투심으로 불타올라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고, 강유리가 방금 입어 봤던 옷에 시선을 돌렸다.오 분 후, 두 탈의실의 문이 동시에 열렸다. 육시준은 강유리를 보면서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고, 바로 옆의 사람을 힐끗 보고는 이내 눈살을 찌푸렸다.‘이 옷도 망했네……’조보아가 그 치마를 입은 것만 봤을 때는 그나마 봐줄 만했는데 모델 못지않은 강유리 옆에 있으니, 오징어가 따로 없었다. 조보아는 비교된다는 것을 알아차렸지만 마음속으로 강유리가 이런 스타일에 더 잘 어울릴 뿐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고는 콧방귀를 뀌더니 버럭 화를 내며 옷을 갈아입었다.이어서, 조보아는 강유리가 어떤 옷을 입으면 따라서 입으며 자존심을 회복하려 했지만, 오히려 화만 더 날 뿐이었다.강유리는 이런 유치한 거울 게임을 할 생각이 전혀 없었고, 그저 입어봤던 치마 중에서 두세 벌을 골라 들고 육시준이 있는 쪽을 보며 말했다.“난 이 옷들 괜찮은 거 같은데? 어때?”육시준은 눈살을 찌푸렸고 다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을 지었다.조보아는 그의 눈빛의 변화를 알아차리고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네 남편이 다 마음에 안 드나 봐? 안 살 건가 봐?”‘잘난 척은 다 해놓고 지금은 돈 쓰기 싫은 건가? 흥, 멋있기만 하고 돈은 없는 거 아니야?’강유리는 이 브랜드 옷이 싸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주머니 사정을 생각하며 두 벌만 고르더니 말했다.“사실 나도 별로인 것 같아. 이 두 개로 하자.”조보아는 강유리가 들고 있는 옷의 가격표를 보고 육시준이 돈 내기 싫어하는 것이라고 확신하는 듯 조롱했다.“아이고, 가격도 싸잖아? 큰소리 떵떵 치던 고상한 강유리가 가격표 보고 옷 사는 날이 올 거라곤 생각도
강유리는 눈만 봐도 그의 뜻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는 국제 사치품 브랜드 순위에 오른 값비싼 옷들로 그녀의 드레스룸을 채워줬다. 물론 드레스룸이 크다는 말은 강유리가 한 말이 확실했지만 지금 상황에서 너무 절묘한 말이었다. 조보아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는 것을 보면서 그녀는 몹시 후련했다. 하지만 이런 기분은 겨우 2분 동안 지속되었다. 계산할 때, 강유리는 그가 꺼낸 카드를 보고, 얼굴이 굳어지며 그의 손목을 잡더니 말했다.“카드 잘 못 꺼낸 거 아니야?” 육시준은 담담하게 대답했다.“아니.”그는 오늘 급하게 나오는 바람에 한도가 없는 블랙카드 한 장만 가지고 나왔다. 그 카드를 긁으면 그의 신분이 폭로되기에 그는 머뭇거리다가 강유리의 가방을 열고 예전에 별장을 살 때 긁었던 카드를 꺼냈다.“이 브랜드 옷이 얼마나 비싼지 알아?”강유리는 낮은 소리로 말했고, 이를 꽉 깨물었다. 그녀는 이 값비싼 옷들을 본인이 부담하게 될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다.육시준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물었다.“그렇게 비싸?”몇백만 원대 가격에 대중적인 상품이어서 같은 옷을 입을 수도 있기에 지금처럼 특수한 상황이 아니었다면 그는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것이다.강유리는 그의 태연한 얼굴을 보더니 화가 나서 가슴이 막히는 것 같은 기분에 한숨을 쉬었다.조보아가 화를 가라앉히지 못하고 있었고, 점원이 옆에서 정성스럽게 포장까지 하고 있으니 이제 와서 번복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그녀는 화를 참고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네 월급에서 깎으면 얼마인지 알게 될 거야!” 육시준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침착하게 카드를 내밀었다.조보아의 시각에서 보면 두 사람이 느긋하게 계산하다가 귓속말을 했고, 강유리의 기분이 안 좋아서 그의 손을 뿌리치고 밖으로 나가는 장면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혹독한 훈련을 거친 점원이 조보아에게 다가오더니 자본주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 옷들 포장해 드릴까요?”조보아는 옷을 집어 던지더니 소리쳤다.“방금 말 못 들었어? 옷이 후지다잖아
한 우아한 분위기의 프랑스 레스토랑.강유리는 조심스럽게 메뉴를 고르고는 그를 바라보았다.“설마 너 또 월급을 미리 받아서 결산한 거야? 그러면 안 돼! 빚 다 갚기 전까지는 미리 안 줘!”그녀는 그에게 가방을 넘기지 않았다. 지갑을 손에 꼭 쥔 채 낮은 소리로 그에게 경고했다.육시준은 그런 그녀의 모습이 귀여웠는지 피식 웃었다.“너 이렇게 돈에 집착하는 사람이었어? 나보다 돈을 더 사랑하는 것 같단 말이지.”“물론이지! 돈을 싫어하는 사람이 어딨어?”강유리는 당연하다는 듯 받아쳤다.미소 짓는 그와 눈이 마주친 그녀는 불현듯 용건이 떠올랐는지 헛기침만 해댔다.“나 사실 밥 잘 사는 편이야! 요즘 지갑이 좀 얇아져서 아끼는 것일 뿐.”그에게 갑이 깍쟁이라는 인상을 주어서는 안된다. 그러면 나중에는 더 신나서 그녀를 거절할 테니까.강유리는 계속 설명했다.“하지만 걱정 마. 자금이란 건 흐름에 따라 다시 메꿔지는 거야. 널 먹여살리기에는 문제없다고!”육시준은 그녀가 구구절절 설명하는 모습을 보더니 생각에 잠겼다.이때 정장 차림을 한 사람이 그들을 쳐다보았다. 그러고는 의아한 듯 한참을 더 보다가 그들 곁으로 다가왔다.“육 회장님? 여기서 다 뵙네요. 식사하러 오셨나 봐요.”그 사람은 다름 아닌 로열 대표 장경호였다.올해 육시준이 로열에 몸을 담은 시간이 꽤나 길었기에 그를 마주친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그는 멀리서부터 육시준을 발견했는데 인사를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육시준 곁에 있던 강유리를 보더니 물었다.“이분은 누구신지?”육시준은 그에게 소개해 주었다.“제 아내입니다.”육시준은 고개를 돌려 의아해하고 있는 강유리에게 장경호를 대충 소개해 주었다.“아, 이쪽은 내 회사 동료.”장경호는 흥분한 채 연신 감탄했고 그의 눈에는 빛이 반짝이고 있었다.‘헐. 육 회장님이 유부남이라니! 거기에 사모님이 이렇게 미인이시고!’“사모님이시군요! 어쩐지 육 회장님께서 많이 아끼시는 것 같았어요. 너무 미인이십니다! 저희 회사에
그녀의 남자라면 응당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한다.그녀는 작은 손을 뻗어 명함을 가지려 했다.육시준은 잠깐 망설이다가 그녀에게 명함을 건넸다.“로열 대표... 장경호? 대박, 저분이 장경호라고?”강유리는 외국에 있을 때 이 이름을 익히 들었었다. 사진을 본 적이 없어서 못 알아봤는데 실제로 만나게 될 줄이야!육시준의 낯빛이 어두워졌다.“응. 들어본 적 있어?”“이 바닥에서 저분을 모르면 간첩이지! 로열이 이 바닥 주름을 꽉 잡고 있는 데는 장경호 씨의 스타 발굴 능력이 한몫했을 거야!”“...”육시준은 침묵했지만 그에 대한 인정이기도 했다.강유리는 돌이켜보더니 육시준을 지그시 바라보며 물었다.“그런데 말이야. 이렇게 유명하신 분이 왜 너를 떠받드는 거야?”육시준은 포크를 집어 들었다.“아, 요즘 대본에 꽂혀서인지 자꾸 날 찾아서 영감을 찾더라고. 나랑 배역도 맞춰보면서 말이야.”강유리는 장경호가 대본에 흥미를 가졌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을 집필한 작가와 미팅한 로열의 직원이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그녀에게 매달렸었다. 그녀가 불쾌한 티를 낸 다음에야 장대표가 대본에 꽂혔다고 설명했다.“배역을 맞춰보았다고?”강유리는 명함을 가방에 넣고는 물었다.“그럼 넌 어떤 배역인데?”육시준은 대충 둘러댔다.“그의 상사... 그니까 카리스마 넘치고 강압적인 회장.”강유리는 눈썹을 치켜세웠다.그가 백화점 매장의 옷과 가방을 전부 강유리에게 선물한 것으로 보아 확실히 카리스마가 있긴 했다.‘아, 배역에 너무 심취해서 나랑 있을 때도 연기하는 거구나.’육시준은 그녀를 쳐다보며 물었다.“너 양고기 먹을 거야?”강유리는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안 먹어!”그는 손을 뻗어 그녀 앞에 놓인 양고기 요리를 접시째 가져갔다. 그의 행동 하나에도 우아함이 담겼다.강유리는 의아했다.‘먼저 한입 먹어보라고 권하는 것이 정상 아닌가?이건 완전 미친놈 아니야!’그녀는 체념했는지 작게 한숨을 쉬었다.‘내 남자는 내가 사랑으로 품어
강유리는 자신의 속내를 들키자 더 시간을 끌지 않고 오히려 더 귀엽게 웃으면서 말했다.“아니, 사실 별일 아닌데... 너의 사랑스러운 여보가 업무상에서 도움이 좀 필요하단 말이지.”육시준은 피식 웃었다.“도움이 필요하면 여보고 아니면 갑처럼 행동하겠다 이거지?”강유리는 뭐라고 대답할지 몰랐다.듣고 보면 정말 강유리가 잘못한 것 같기도 하다.“너무 오래 걸어서 다리가 쑤셔.”“내가 집에 가서 만져줄게. 나 되게 잘해. 오늘 밤 꼭 만족시켜 준다고!”그녀의 목청은 생각보다 컸고 서빙하던 직원은 그 말을 듣고 떨어트릴뻔했다.하지만 교육을 받은 직원이니 표정관리에 능했고 침착하게 서빙했다.육시준은 그녀가 그를 달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는 내내 미소를 짓고 있었다. 두 시간 안의 쇼핑으로 그녀의 이러한 태도를 맞바꿨으니 나름 만족스러웠다.“이 레스토랑의 요리는 내 입맛에 안 맞는 것 같아.”“나가자. 내가 살게!”육시준은 원하는 답이 아니라는 듯 침묵했다.강유리는 그를 쳐다보더니 갑자기 무언가를 깨달은 듯 다시 말을 이어갔다.“집에 가서 야식이나 먹을까? 내 사랑으로 만든 야식!”육시준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은 누구보다도 좋아하면서 말이다.“그래. 사모님의 요리 실력을 한번 봐야겠어. 일어나자.”밤 10시.JL빌라의 주방은 처마 볼 수가 없을 정도로 참혹했다.한 시간 동안 주방에서 요리하던 강유리는 물에 살짝 데친 야채를 접시에 담았다. 그녀는 접시를 들고나오더니 육시준에게 말을 건넸다.“야식은 기름진 걸 먹으면 안 돼. 이렇게 물에 살짝 데쳐먹으면 얼마나 맛있게요?”조금 전 육시준이 주방을 지날 때 보았던 것들이 생각났다. 검게 탄 무언가가 여러 접시나 있었다. 지금 그녀가 들고나온 건 그나마 먹을 수는 있을 것 같았다.그는 참지 못하고 그녀에게 물었다.“넌 외국에서 도대체 어떻게 3년이나 지낼 수 있었던 거야?”강유리는 그의 앞에 접시를 놓았다.“난 입이 고급 지지 않아서. 익은 건 다 먹는
서로의 숨소리가 들릴 만큼 가까웠다.그가 고개를 돌리면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이 스칠 정도였으니 말이다.강유리는 그와 좀 더 가까워지고 싶었는지 자연스럽게 팔을 그의 어깨에 올려놓고는 그 위에 작은 머리를 기대었다.또다시 맞닿은 시선에 두 사람 모두 당황한 것 같았다.‘와. 가까이서 보니까 더 잘생겼네.피부가 어쩜 나보다도 매끄럽지? 뭐야, 계란 피부야? 모공도 안 보이고...조각상이야 뭐야...’윤기가 도는 도톰한 입술을 본 그녀는 불현듯 아침에 일어났던 일이 생각났다. 그녀의 다리에 힘이 풀리게 했던 모닝키스 말이다.그녀는 한 손을 식탁에 올려놓고 다른 한 손으로 그의 어깨를 주무르면서 허리를 숙였다. 그한테 꼭 붙어서 끼라도 부리듯 눈만 깜빡였다.“우린 부부잖아. 너를 돕는 것이 나를 돕는 거나 마찬가지지.”가쁜 호흡이 서로 엉켰다.육시준은 뒤로 물러났다. 지금 이 분위기대로라면 위험했기 때문이다.“카드 긁을 때랑은 너무 다른데?”그의 낮은 톤의 목소리는 그녀에게 경고하는 듯싶었지만 강유리는 눈치채지 못했다. 그녀는 그가 피하는 모습에 오히려 더 가까이 붙으면서 도망가지 못하게 만들었다.“네가 더 이상 쇼핑 안 하겠다고 한 거면서 왜 아직도 화가 난 건데?”육시준은 동문서답하는 그녀를 보면서 어이가 없었다.다만 가까워진 거리만큼이나 선명해진 그녀의 숨결이 그의 인내심을 툭툭 건드렸다.그는 강유리의 허리를 감아안아서 자신의 무릎에 앉혔다.“아!”강유리는 너무 놀란 나머지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기세등등하던 그녀는 온데간데없고 큰 눈망울만 깜빡이는 귀여운 소녀만 덩그러니 남아있었다.“뭐! 뭐 어쩔 건데?”육시준은 얼굴을 더 가까이 갖다 댔다.“가는 것이 있으면 오는 것도 있어야지.”그녀는 눈만 깜빡였다.“내가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어?”“야식으로는 배가 안 불러.”“그럼 내가...”“좋아.”강유리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했는데 뜨거운 입술이 그녀의 입술 위에 포개졌다.모닝 키스는 어딘가 어정쩡하고 가벼웠
육시준은 강유리를 혼자 남겨둔 채 위층으로 올라갔다.그녀는 접시에 남겨진 요리를 보면서 멍을 때렸다.‘결혼식을 올리려면 한참 멀었는데…’그녀는 육시준을 공식 석상에서 공개할 생각이 없었다. ‘유강엔터의 운명이 다른 이에게 좌지우지되는 판에 공개했다가 육시준을 해하려 들면 어떡해?반지는 먼저 맞춰도 되긴 하지.’복잡한 생각을 거두어 낸 그녀는 접시에 놓인 요리를 쳐다보았다.“그 정도로 맛이 없다고?”그녀는 한 조각 집어먹어보았다.아니나 다를까, 그녀는 화장실로 뛰쳐가 겨워내고 말았다. 그러고는 입을 여러 번 헹궜고 육시준을 탄복할 수밖에 없었다.‘쟤 진짜 대단해! 이런 걸 어떻게 먹을 수가... 너무 자연스럽게 먹기에 괜찮은 줄 알았지...’육시준은 서재에서 서류를 검토했고 강유리는 샤워하고 나서 쉬고 있었다. 그녀는 늦은 밤까지 주얼리와 반지를 검색해 보았다.유강엔터 사무실.강덕준은 인상을 찌푸린 채 책상에 놓여있는 연예인 차트를 검토하고 있었는데 대충 훑어보고는 물었다.“이 여자를 여자 조연으로 추천한다고요? 그것도 두 주인공 다음으로 배역이 큰 조연을요?”그의 맞은켠에 앉은 사람은 능글스럽게 대답했다.“제가 장담하는 데 성신영 씨 만큼 큰 잠재력을 가진 여배우는 없습니다. 저를 봐서라도 배역을 주는 것이...”“프로듀서님은 아직 저희 팀 스타일을 모르시나 봐요? 못 들은 걸로 하겠습니다.”강덕준은 서류를 내려놓았고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그는 여전히 온화한 표정으로 대답했다.“강덕준 씨도 아시다시피 유강엔터는 투자자이기도 하지만 결국 유강그룹 소속인 걸 아시죠? 제 뜻은 곧 성 회장님 뜻입니다. 저는 통보하러 온 것이지 타협하려는 게 아닙니다.”강덕준은 강유리만큼이나 기고만장한 투자자를 또 만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는 헛웃음만 나왔다.“네. 잘 들었습니다.”프로듀서는 그의 태도가 마음에 들었는지 물을 들이키고는 그의 어깨를 툭툭 쳤다.“젊은이 패기는 인정합니다만. 아직도 갈 길이 머네요. 그럼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