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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화

작가: 노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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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검은색 벤틀리가 도로에서 질주하고 있었다.

차 안에서 강유리가 한창 생각에 잠겨있는데 메시지 알람이 울렸다. 그녀가 오전에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아 소안영한테 털어놨더니 그때야 답장이 온 것이었다.

[그렇게 멋지고 자상하던 남편이 널 밀쳤다고? 그럼, 네 문제가 아닐까? 짚이는 거 없어?]

강유리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더니 또 전화기를 들었다.

[왜 내가 반성해야 해?]

[네 남편 완전 다정다감하잖아. 네 말이라면 다 순종하고.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때 흐름이 깨져서 짜증 난 거 아니야?]

[……]

역시 산전수전 다 겪은 여자가 남자의 마음을 더 잘 알고 있었다.

육시준이 운전하면서 입을 열었다.

“여기 있다길래 퇴근하는 길에 데리러 왔어. 저녁에 뭐 먹고 싶어?”

강유리는 그의 말에 대답은커녕 눈을 돌려 그를 몇 초 가만히 쳐다보다가 천천히 입을 뗐다.

“요즘 나한테 뭐 불만 있어?”

육시준은 의문스럽다는 눈빛으로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다.

“무슨 눈빛이야? 불만 있으면 말해. 답답하게 속으로만 생각하고 있지 말고.”

그는 얇은 입술을 오므리더니 대답했다.

“반성하고 있는지는 몰라도 잘 때 내 팔을 베고 자고, 아침저녁으로 직접 간 커피를 마시고, 샤워할 때 좋아하는 드라마가 나올 때까지 씼는 거? 그런 작은 문제 빼고는 괜찮아.”

강유리는 워낙 자유로운 영혼이었고, 돈까지 많으니 더할 나위 없었다.

육시준의 목소리는 가벼웠지만 강유리의 귀에는 한없이 거칠고 사납게 들렸다.

‘그럴 줄 알았어. 역시 불만이 있었어. 이런 작은 문제들이 쌓이고 쌓여서 결국 터졌네?’

그녀는 담담한 태도로 말했다.

“나 원래 이래. 고치지 못한다고.”

육시준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고치란 말 한 적 없어.”

강유리가 혀를 끌끌 차더니 말했다.

“말과 속이 다르단 말이 여자한테만 쓰는 말이 아니구나?”

그녀는 숨을 크게 들이쉬고 고개를 들어 앞을 내다봤고, 군림 별장까지는 거리가 좀 있었다. 이 길로 곧게 가다 보면 고급 백화점 매장이 있는데 LK그룹 계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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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유리? 진짜 돌아온 거야? 망할 놈의 회사 안 지키고 한가하게 쇼핑이나 하는 거야? 쯧쯧, 옷 살 돈은 있고?”조보아는 조금 놀란 듯했고, 거만하게 강유리를 훑어봤다.분명히 같은 드레스지만 강유리가 입으니, 마치 주문 제작한 것처럼 잘 어울렸다. 옅은 메이크업과 스타일리시한 귀걸이까지, 여왕이 따로 없었다. 조보아는 그녀와 본인의 착장을 번갈아 보더니 비교당하는 것 같아 얼굴이 뜨거워 났다.강유리도 조보아를 이리저리 훑어보았다. 조보아는 동그랗고 작은 얼굴에 정교하게 화장했고, 손목과 목에는 장신구가 가득 걸려 있었다. 아이템 하나하나 모두 품위가 있었지만 한데 모으면 조금 이상했다.“옷 스타일이 좀 바뀌었나 봐? 나랑 같은 옷을 고르다니…… 그런데, 아이템 고르는 감각은 수준 미달인데?”강유리는 잠시 그녀의 착장을 다시 훑어보더니 이어 말했다.“내가 외국에 있으니까 따라 할 사람이 없었나 봐?”강유리는 교만하기로 유명했기에 주위의 미움을 샀지만, 그녀의 패션 감각은 누구나 추앙했다. 아무렇게나 걸쳐 입어도 금방 트렌드가 되기 일쑤였고, 조보아도 그녀의 패션을 따라 하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조보아가 생각하기에 이 가게의 옷이 좀 우아하고 강유리가 요즘 이런 느낌으로 꾸밀 것 같은 예감에 들어온 것이었는데, 공교롭게도 똑같은 옷을 고르게 될 줄이야! 같은 옷을 고른 것은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누가 더 잘 안 어울리면 지는 게임이었다.조보아는 찔렸는지 대뜸 화를 내면서 소리쳤다.“누가 널 따라 한대? 난 스타일 좀 바꾸면 안 돼? 유강엔터 연예인들 다 도망갔다며? 다 망하게 생겼는데 옷 살 돈은 있나 봐? 아, 맞다. 너희 아빠가 성신영한테 별장 사줬다며? 공평하게 너한테도 치마 정도는 사줄 수 있겠다.”“……”그녀의 말은 강유리의 심기를 건드리기는 했지만 별로 충격적이지는 않았다. 성홍주는 강유리보다 성신영을 훨씬 더 편애했다. 학교에 다닐 때도 성신영은 운전해 주는 기사가 따로 있었고, 강유리는 직접 운전했었다. 파티에 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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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59화

    강유리가 옷을 건네받고 탈의실로 들어갔고, 조보아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이 심상치 않은 기운을 내뿜는 멋진 남자가 강유리의 남편이라니? ‘강유리 팔자도 좋아? 성씨 가문한테 버려져도 이렇게 멋지고 돈도 많은 남자를 만나다니……’조보아는 질투심으로 불타올라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고, 강유리가 방금 입어 봤던 옷에 시선을 돌렸다.오 분 후, 두 탈의실의 문이 동시에 열렸다. 육시준은 강유리를 보면서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고, 바로 옆의 사람을 힐끗 보고는 이내 눈살을 찌푸렸다.‘이 옷도 망했네……’조보아가 그 치마를 입은 것만 봤을 때는 그나마 봐줄 만했는데 모델 못지않은 강유리 옆에 있으니, 오징어가 따로 없었다. 조보아는 비교된다는 것을 알아차렸지만 마음속으로 강유리가 이런 스타일에 더 잘 어울릴 뿐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고는 콧방귀를 뀌더니 버럭 화를 내며 옷을 갈아입었다.이어서, 조보아는 강유리가 어떤 옷을 입으면 따라서 입으며 자존심을 회복하려 했지만, 오히려 화만 더 날 뿐이었다.강유리는 이런 유치한 거울 게임을 할 생각이 전혀 없었고, 그저 입어봤던 치마 중에서 두세 벌을 골라 들고 육시준이 있는 쪽을 보며 말했다.“난 이 옷들 괜찮은 거 같은데? 어때?”육시준은 눈살을 찌푸렸고 다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을 지었다.조보아는 그의 눈빛의 변화를 알아차리고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네 남편이 다 마음에 안 드나 봐? 안 살 건가 봐?”‘잘난 척은 다 해놓고 지금은 돈 쓰기 싫은 건가? 흥, 멋있기만 하고 돈은 없는 거 아니야?’강유리는 이 브랜드 옷이 싸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주머니 사정을 생각하며 두 벌만 고르더니 말했다.“사실 나도 별로인 것 같아. 이 두 개로 하자.”조보아는 강유리가 들고 있는 옷의 가격표를 보고 육시준이 돈 내기 싫어하는 것이라고 확신하는 듯 조롱했다.“아이고, 가격도 싸잖아? 큰소리 떵떵 치던 고상한 강유리가 가격표 보고 옷 사는 날이 올 거라곤 생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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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60화

    강유리는 눈만 봐도 그의 뜻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는 국제 사치품 브랜드 순위에 오른 값비싼 옷들로 그녀의 드레스룸을 채워줬다. 물론 드레스룸이 크다는 말은 강유리가 한 말이 확실했지만 지금 상황에서 너무 절묘한 말이었다. 조보아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는 것을 보면서 그녀는 몹시 후련했다. 하지만 이런 기분은 겨우 2분 동안 지속되었다. 계산할 때, 강유리는 그가 꺼낸 카드를 보고, 얼굴이 굳어지며 그의 손목을 잡더니 말했다.“카드 잘 못 꺼낸 거 아니야?” 육시준은 담담하게 대답했다.“아니.”그는 오늘 급하게 나오는 바람에 한도가 없는 블랙카드 한 장만 가지고 나왔다. 그 카드를 긁으면 그의 신분이 폭로되기에 그는 머뭇거리다가 강유리의 가방을 열고 예전에 별장을 살 때 긁었던 카드를 꺼냈다.“이 브랜드 옷이 얼마나 비싼지 알아?”강유리는 낮은 소리로 말했고, 이를 꽉 깨물었다. 그녀는 이 값비싼 옷들을 본인이 부담하게 될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다.육시준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물었다.“그렇게 비싸?”몇백만 원대 가격에 대중적인 상품이어서 같은 옷을 입을 수도 있기에 지금처럼 특수한 상황이 아니었다면 그는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것이다.강유리는 그의 태연한 얼굴을 보더니 화가 나서 가슴이 막히는 것 같은 기분에 한숨을 쉬었다.조보아가 화를 가라앉히지 못하고 있었고, 점원이 옆에서 정성스럽게 포장까지 하고 있으니 이제 와서 번복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그녀는 화를 참고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네 월급에서 깎으면 얼마인지 알게 될 거야!” 육시준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침착하게 카드를 내밀었다.조보아의 시각에서 보면 두 사람이 느긋하게 계산하다가 귓속말을 했고, 강유리의 기분이 안 좋아서 그의 손을 뿌리치고 밖으로 나가는 장면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혹독한 훈련을 거친 점원이 조보아에게 다가오더니 자본주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 옷들 포장해 드릴까요?”조보아는 옷을 집어 던지더니 소리쳤다.“방금 말 못 들었어? 옷이 후지다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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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61화

    한 우아한 분위기의 프랑스 레스토랑.강유리는 조심스럽게 메뉴를 고르고는 그를 바라보았다.“설마 너 또 월급을 미리 받아서 결산한 거야? 그러면 안 돼! 빚 다 갚기 전까지는 미리 안 줘!”그녀는 그에게 가방을 넘기지 않았다. 지갑을 손에 꼭 쥔 채 낮은 소리로 그에게 경고했다.육시준은 그런 그녀의 모습이 귀여웠는지 피식 웃었다.“너 이렇게 돈에 집착하는 사람이었어? 나보다 돈을 더 사랑하는 것 같단 말이지.”“물론이지! 돈을 싫어하는 사람이 어딨어?”강유리는 당연하다는 듯 받아쳤다.미소 짓는 그와 눈이 마주친 그녀는 불현듯 용건이 떠올랐는지 헛기침만 해댔다.“나 사실 밥 잘 사는 편이야! 요즘 지갑이 좀 얇아져서 아끼는 것일 뿐.”그에게 갑이 깍쟁이라는 인상을 주어서는 안된다. 그러면 나중에는 더 신나서 그녀를 거절할 테니까.강유리는 계속 설명했다.“하지만 걱정 마. 자금이란 건 흐름에 따라 다시 메꿔지는 거야. 널 먹여살리기에는 문제없다고!”육시준은 그녀가 구구절절 설명하는 모습을 보더니 생각에 잠겼다.이때 정장 차림을 한 사람이 그들을 쳐다보았다. 그러고는 의아한 듯 한참을 더 보다가 그들 곁으로 다가왔다.“육 회장님? 여기서 다 뵙네요. 식사하러 오셨나 봐요.”그 사람은 다름 아닌 로열 대표 장경호였다.올해 육시준이 로열에 몸을 담은 시간이 꽤나 길었기에 그를 마주친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그는 멀리서부터 육시준을 발견했는데 인사를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육시준 곁에 있던 강유리를 보더니 물었다.“이분은 누구신지?”육시준은 그에게 소개해 주었다.“제 아내입니다.”육시준은 고개를 돌려 의아해하고 있는 강유리에게 장경호를 대충 소개해 주었다.“아, 이쪽은 내 회사 동료.”장경호는 흥분한 채 연신 감탄했고 그의 눈에는 빛이 반짝이고 있었다.‘헐. 육 회장님이 유부남이라니! 거기에 사모님이 이렇게 미인이시고!’“사모님이시군요! 어쩐지 육 회장님께서 많이 아끼시는 것 같았어요. 너무 미인이십니다! 저희 회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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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62화

    그녀의 남자라면 응당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한다.그녀는 작은 손을 뻗어 명함을 가지려 했다.육시준은 잠깐 망설이다가 그녀에게 명함을 건넸다.“로열 대표... 장경호? 대박, 저분이 장경호라고?”강유리는 외국에 있을 때 이 이름을 익히 들었었다. 사진을 본 적이 없어서 못 알아봤는데 실제로 만나게 될 줄이야!육시준의 낯빛이 어두워졌다.“응. 들어본 적 있어?”“이 바닥에서 저분을 모르면 간첩이지! 로열이 이 바닥 주름을 꽉 잡고 있는 데는 장경호 씨의 스타 발굴 능력이 한몫했을 거야!”“...”육시준은 침묵했지만 그에 대한 인정이기도 했다.강유리는 돌이켜보더니 육시준을 지그시 바라보며 물었다.“그런데 말이야. 이렇게 유명하신 분이 왜 너를 떠받드는 거야?”육시준은 포크를 집어 들었다.“아, 요즘 대본에 꽂혀서인지 자꾸 날 찾아서 영감을 찾더라고. 나랑 배역도 맞춰보면서 말이야.”강유리는 장경호가 대본에 흥미를 가졌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을 집필한 작가와 미팅한 로열의 직원이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그녀에게 매달렸었다. 그녀가 불쾌한 티를 낸 다음에야 장대표가 대본에 꽂혔다고 설명했다.“배역을 맞춰보았다고?”강유리는 명함을 가방에 넣고는 물었다.“그럼 넌 어떤 배역인데?”육시준은 대충 둘러댔다.“그의 상사... 그니까 카리스마 넘치고 강압적인 회장.”강유리는 눈썹을 치켜세웠다.그가 백화점 매장의 옷과 가방을 전부 강유리에게 선물한 것으로 보아 확실히 카리스마가 있긴 했다.‘아, 배역에 너무 심취해서 나랑 있을 때도 연기하는 거구나.’육시준은 그녀를 쳐다보며 물었다.“너 양고기 먹을 거야?”강유리는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안 먹어!”그는 손을 뻗어 그녀 앞에 놓인 양고기 요리를 접시째 가져갔다. 그의 행동 하나에도 우아함이 담겼다.강유리는 의아했다.‘먼저 한입 먹어보라고 권하는 것이 정상 아닌가?이건 완전 미친놈 아니야!’그녀는 체념했는지 작게 한숨을 쉬었다.‘내 남자는 내가 사랑으로 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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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63화

    강유리는 자신의 속내를 들키자 더 시간을 끌지 않고 오히려 더 귀엽게 웃으면서 말했다.“아니, 사실 별일 아닌데... 너의 사랑스러운 여보가 업무상에서 도움이 좀 필요하단 말이지.”육시준은 피식 웃었다.“도움이 필요하면 여보고 아니면 갑처럼 행동하겠다 이거지?”강유리는 뭐라고 대답할지 몰랐다.듣고 보면 정말 강유리가 잘못한 것 같기도 하다.“너무 오래 걸어서 다리가 쑤셔.”“내가 집에 가서 만져줄게. 나 되게 잘해. 오늘 밤 꼭 만족시켜 준다고!”그녀의 목청은 생각보다 컸고 서빙하던 직원은 그 말을 듣고 떨어트릴뻔했다.하지만 교육을 받은 직원이니 표정관리에 능했고 침착하게 서빙했다.육시준은 그녀가 그를 달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는 내내 미소를 짓고 있었다. 두 시간 안의 쇼핑으로 그녀의 이러한 태도를 맞바꿨으니 나름 만족스러웠다.“이 레스토랑의 요리는 내 입맛에 안 맞는 것 같아.”“나가자. 내가 살게!”육시준은 원하는 답이 아니라는 듯 침묵했다.강유리는 그를 쳐다보더니 갑자기 무언가를 깨달은 듯 다시 말을 이어갔다.“집에 가서 야식이나 먹을까? 내 사랑으로 만든 야식!”육시준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은 누구보다도 좋아하면서 말이다.“그래. 사모님의 요리 실력을 한번 봐야겠어. 일어나자.”밤 10시.JL빌라의 주방은 처마 볼 수가 없을 정도로 참혹했다.한 시간 동안 주방에서 요리하던 강유리는 물에 살짝 데친 야채를 접시에 담았다. 그녀는 접시를 들고나오더니 육시준에게 말을 건넸다.“야식은 기름진 걸 먹으면 안 돼. 이렇게 물에 살짝 데쳐먹으면 얼마나 맛있게요?”조금 전 육시준이 주방을 지날 때 보았던 것들이 생각났다. 검게 탄 무언가가 여러 접시나 있었다. 지금 그녀가 들고나온 건 그나마 먹을 수는 있을 것 같았다.그는 참지 못하고 그녀에게 물었다.“넌 외국에서 도대체 어떻게 3년이나 지낼 수 있었던 거야?”강유리는 그의 앞에 접시를 놓았다.“난 입이 고급 지지 않아서. 익은 건 다 먹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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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주리는 고민하다가 말했다.“난 최근에 일이 많지 않아 괜찮지만 다음 달에 곧 새로운 촬영을 시작할 거야.”육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다음 달에 돌아가면 촬영 일정을 맞출 수 있어요.”육경서는 그들이 두어 마디 말로 일정안배를 끝내가 다급하게 입장을 밝혔다.“나도 있어! 주리가 돌아가지 않으면 나도 안 돌아갈래!”신주리는 흘겨보며 물었다.“넌 바쁘지 않아?”“마침 이 영화가 촬영을 마감할 예정이야. 기타 활동은 중요한 건 뒤로 미루고 중요하지 않은 건 매니저더러 거절하게 하면 돼.”육경서는 미처 깊게 생각하지도 않고 말했다.강유리는 반대하지 않고 귀띔했다.“강덕준 감독이 널 죽일 수도 있어.”육경서는 아랑곳하지 않았다.“괜찮아. 한 달뿐이잖아. 설마 날 따라 여기까지 오겠어?”강덕준이 그를 죽일지는 둘째치고, 어쨌든 지금 바론 공작은 그를 죽여버리고 싶었다.그는 그저 예의상 딸아이의 친구들을 초대해서 놀게 했을 뿐인데 결국 딸아이가 다음 달 귀국하는 일정을 안배하게 되다니?병원에서 육시준이 비아냥거리던 말을 그는 실행할 계획이었다. 단계마다 다른 이유로 딸을 만류하고 싶었고 시름 놓고 이곳에서 편히 안태하게 하고 싶었다.그러나 사위는...만약 자기 일을 다 처리했다면 남아있어도 괜찮았다. 부양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그러나 지금 덤으로 두 사람이 더 생겼고 또 이 두 사람은 시간 맞춰 돌아가야 했다. 돌아가지 않으면 재촉당할 것이 뻔하다.“두 분이 바쁘면 굳이 남지 않아도 돼. 유리는 지금 손님 접대하는 게 불편하거든.”그는 정색해서 다시 말했다.그러자 여러 가지 눈빛이 삽시에 바론 공작을 향했다......신주리와 강유리는 제작팀과 반나절만 휴가를 냈기 때문에 오후에 돌아가야 했다. 그러나 오전 시간만으로 두 친구가 얘기하기엔 터무니없이 부족해 강유리는 직접 감독에게 전화해 하루 연장했다.점심시간.신주리는 육시준의 자리에 앉아 강유리의 옆에 누워 계속 절친끼리 이야기를 했다.강유리는 이번에 단도직입적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8화

    저쪽에서 한참 동안 침묵이 흘렀다.상대방도 자신만큼 놀란 모습을 상상하며 육경서는 다음 이야기가 기대되었다.그러나 생각지도 못하게 송미연은 놀랐지만 기뻐하는 기색이 없었다.“유리 찾으러 갔어? 프로그램을 녹화한다며 왜 그들을 찾으러 갔어? 거기는 시간이 아직 이르지 않아? 이맘때면 유리는 잠을 잘 자지도 못했을 건데...”송미연은 육경서가 철이 없이 강유리가 잘 쉬지 못하게 방해한다고 한바탕 야단을 쳤다.그러나 그녀의 말은 한 가지 중요한 소식을 알렸다.“진작 알고 있었어요?”“물론이지!”송미연은 자랑스럽게 말했다.“며느리가 임신했는데 이렇게 큰 소식을 어떻게 바로 나에게 알려주지 않을 수 있겠어? 경고하는데 너무 떠들지 마. 네 형수님을 화나게 하면 안 돼! 그냥 녹화만 잘하면 되는 거 아니야? 주리가 널 용서했어? 왜 돌아다니며 다른 사람의 가십거리를 알아내려고 해! 이번에 돌아와서 주리의 용서를 받지 못한다면 넌 아예 돌아오지도 마!”...화제가 자신을 욕하는 방향으로 변해버리자 육경서의 열정은 순식간에 식어버렸고 목소리도 누그러들어 어쩔 수 없이 말했다.“알았어요. 알았어요. 제가 원한 줄 아세요? 이것도 어쩔 수 없었기 때문이잖아요...”“뭐가 어쩔 수 없다는 거야? 모두 네가 자초한 거잖아! 쌤통이야!”“...”“섬에서의 상황이 어떤지 모르니 넌 주리를 잘 돌봐야 해. 난 실시간으로 라이브 방송을 살펴보고 있을 테니 넌 주리 괴롭히지 마.”송미연이 또 당부했다.육경서는 머뭇거리다가 정색해서 대답했다.“알았어요. 걱정하지 마세요.”송미연은 또 몇 마디 더 당부한 후 전화를 끊었다.육경서는 어두워진 휴대폰 화면을 보며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잘됐어. 아빠 엄마가 다 주리를 좋아하니 나중에 언제든지 주리는 억울함 당하는 일이 없을 거야. 적어도 내가 있는 한 억울함 당하지 않을 거야...”...점심은 빌라의 셰프가 만든 영양식이다. 맛은 좋지만 오래 먹으면 질릴 수 있어 강유리는 이 음식을 보며 저도 모르게 한숨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7화

    그러나 앉은 자리가 아직 따뜻해지기도 전에 육경서는 흥분된 듯 바로 일어나 소리쳤다. “뭐? 임신했다고?” 바론 공작은 짜증 섞인 눈길로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목소리 좀 낮춰. 뭘 그렇게 놀라!” 그는 지금까지는 침착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사실 소식을 들었을 땐 당황하고 흥분했던 걸 그가 모를 리 없었다. 육경서는 입을 막으며 어색하게 다시 앉았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반짝이며 감출 수 없는 흥분이 드러났다. ‘나 이제 삼촌 된다! 삼촌 된다!’ “의사가 말하기를 첫 3개월은 불안정하니까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아버지도 이 소식을 공개하지 말고 태아가 안정될 때까지 기다리자고 하셨다.” 바론 공작은 드물게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했다. 그는 그 말을 끝내며 신주리를 한번 훑어봤다. “그래서 나는 유리를 위해 사람들을 안배해 가까이서 돌보게 한 거다.” 그의 시선을 느낀 신주리는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공작을 한 번 보고 다시 눈을 내리깔며 강유리의 아랫배를 바라봤다.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마치 한번 만져보고 싶은 듯했지만 참았다. 그녀의 눈은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고 육경서와 같이 흥분과 기쁨을 숨길 수가 없었다. 그녀는 강유리의 아랫배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래서 지금 이 안에 작은 생명이 자라고 있는 거야?” “맞아.” 강유리가 그녀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신주리는 표정은 진지했지만 눈 속에 담긴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럼 만져봐도 돼?” 육경서도 순간 정신을 차리며 손을 내밀었다. “나도...” “안 돼!” “안 돼!” 두 명의 목소리가 동시에 차갑게 외쳤다. 그들의 무리한 요구를 바로 거절했다. 강유리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돌려 옆에 있던 두 남자를 쳐다봤다. 그녀는 그들에게 체면을 차리지 않았고 대신 신주리에게만 속삭였다. “조금 있다가 방에 들어가면 만져도 돼.” 육시준과 바론 공작은 동시에 얼어붙었다. ‘우리가 안 들릴 거라고 생각하나?’ 육경서는 기대에 찬 눈빛으로 강유리를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6화

    육경서는 얼굴에 기쁨이 가득한 채 입을 열려던 순간 정원에서 누군가가 다가왔다. 그 사람은 유창한 한국어로 두 사람에게 따뜻하게 인사했다. “이쪽이 둘째 도련님이랑 신주리 씨 맞으시죠? 강유리 아가씨께서 이미 기다리고 계십니다.” “안내 부탁드려요.” 신주리가 부드럽고 예의 있게 대답했다. 육경서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이 사람, 왜 이렇게 때맞춰 나타나는 거지? 다른 때는 왜 안 오고, 바로 이때 오냐고!’ “잠깐만요. 저희 형수 말고 일단 먼저 빌라를 둘러보고 싶어요!” 그가 급하게 발걸음을 옮기며 안내하는 집사를 붙잡았다. 집사는 그의 눈을 한 번 쳐다본 뒤 다소 의아해하는 표정으로 멈췄다. 신주리는 미소를 띤 채 침착하게 말했다. “미안해요. 낯을 가려서 그래요.” 육경서는 혼란스러웠다. ‘이게 무슨 말이야? 내가 낯을 가린다고? 왜 그렇게 갑자기...’ 집사는 이해한 듯 웃으며 공작님도 그들의 방문을 매우 기쁘게 생각해 오늘 특별히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육경서는 그 한마디도 제대로 듣지 않았고 눈앞의 신주리를 원망스러운 눈길로 바라봤다. ‘주리는 도대체 이게 무슨 뜻이야? 너무 쉽게 대답해서 다시 부정하려는 건가?’ 그들이 정원으로 들어섰고 이곳은 여전히 고요하고 우아한 분위기였다. 뜨거운 태양 아래 한쪽에서 차와 다과가 준비된 작은 테이블이 보였다. 강유리는 햇볕을 가린 파라솔 아래에 앉아 있었고 그 앞에는 육시준이 전화를 끊고 있었다. 바론 공작이 불만을 표하며 입을 열었다. “하루 종일 그 전화기 들고 있으면 안 돼! 그렇게 바빠? 전자기기 방사선이 얼마나 해로운지 알지? 의사 선생님이 말했잖아. 첫 세 달은 불안정하다고, 푹 쉬어야 한다고!” 육시준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지난달에 돌아갔으면 이미 처리했을 일인데요.” 바론 공작은 얼굴에 불편한 기색이 스쳤다. “일이라는 게 끝날 수 있나? 돌아가면 내 딸과 시간을 제대로 보낼 수 있을까 몰라!” 육시준이 말하려던 순간 강유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5화

    감독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강하게 반박하지도 못하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규정에 따르면 녹화 중에는 제작진 팀을 이탈하면 안 됩니다.” 역시나 신주리는 가볍게 되물었다. “녹화 시작할 때 그런 규정은 없었잖아요? 갑자기 추가된 건가요?” “그건 아니지만 지금 상황이...” “그럼 우리를 일부러 견제하려는 건가요? 그럼 그냥 프로그램 안 하면 되죠?” 감독은 말문이 막혔다. 사실 첫 번째 시즌에서 육경서가 사고를 당한 이후로 그는 이미 이 두 사람에게 꼼짝 못 하고 있었다. 조건을 협상하든 규칙을 정하든 이 둘이 하겠다고 하면 다행이고 안 하겠다고 하면 모든 게 물거품이 될 판이었다. 결국 이를 악물고 그는 포기했다. “알겠어요, 알겠어! 두 분 다 제가 졌습니다! 하지만 어디 가든 꼭 행선지를 알려주시고 제작진 팀에서 두 분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합니다!” “걱정 마세요. 너무 오래 걸리진 않을 거예요. 점심 먹고 바로 돌아올게요!” 신주리가 대범하게 말했다. ‘점심도 먹고 온다고?’ 하지만 그가 불만을 표현하기도 전에 두 사람은 이미 유유히 그의 앞을 지나쳐 나가버렸다. 호텔 문을 나서자마자 감독은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전화기 너머로 나른한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강 대표님, 경서 씨랑 주리 씨가 지금 강 대표님을 만나러 갑니다! 그런데 프로그램 효과를 위해서 행선지에 대한 건 절대 발설하시면 안 됩니다!” 감독이 진지하게 말했다. 강유리가 태연하게 대답했다. “만약 제가 발설하면요?” 감독은 순간 당황했다. 그는 이런 대답을 예상하지 못했다. ‘아니, 이건 우리 회사의 프로그램 아니었나? 이렇게 마음대로 행동해도 되는 거야? 시청률이 안 오르면 강 대표님에게도 손해 아닌가?’ 감독은 빠르게 머리를 굴리며 어떻게든 이 대형 회사를 설득해야겠다고 결심했지만 강유리는 그의 말을 끊으며 다시 말했다. “농담이에요. 발설하지 않을 테니 걱정 마세요.” 감독은 긴 한숨을 내쉬며 안도했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4화

    비행기에 오를 때 각자 다른 생각을 품고 있었고 내릴 때도 마찬가지였다. 목적지에 도착했을 땐 이미 다음 날 새벽이었다. 제작진 팀은 미리 준비한 차를 타고 그들을 예약된 호텔로 보냈다. 해변가에 위치한 경치가 아름다운 5성급 호텔이었다. 모두들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에 제작진 팀 정말 큰돈 쓴 거네! 이게 진짜 여행 같아!” “그렇지. 갑작스러운 느낌도 있지만 일정은 꽤 합리적이네!” “응, 또 감사한 건 처음에 우리 주리랑 경서에게 그 사건이 터진 후로 대우가 점점 더 좋아졌다는 거야. 그들은 정말 목숨을 걸고 얻은 거라니까!” 모두가 웃으며 체크인 절차를 마쳤다. 그때 감독 팀에서 메시지가 왔다. “오늘 밤은 여기서 쉬고 내일은 섬으로 갑니다.” 모두들 당황했다. ‘그래서 목적지는 여기가 아닌가?’ “목적지는 반대편에 있는 작은 관광 섬입니다. 규모는 작지만 최근 몇 년 동안 관광업이 급성장했습니다. 얼마 전 이 섬의 소유자가 바뀌어서 다시 한번 큰 화제를 일으켰죠.” 감독이 그렇게 말하자 신주리는 점점 더 익숙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게 바론 공작이 유리에게 선물한 섬이죠?” 감독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육경서는 감탄하며 물었다. “그럼 어떻게 우리 형수를 설득했어요?” 감독 팀은 미소를 지으며 답하지 않았다. 실시간 채팅창에서는 감탄이 이어졌다. [유리 언니가 이번 프로그램을 위해 진짜 대규모로 투자한 거네!] [하하하, 유리 언니가 투자한 건 아니야. 그냥 완전 부모님에게 의지하고 있는 거지! 그리고 그 덕분에 도련님과 미래의 동서가 혜택을 보는 거고!” “나도 섬 주인 언니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번에 유리 언니 우정 출연할지 궁금하다!” 아침 식사 후 모두 방으로 돌아가 시차를 맞추기 위해 잠을 청했다. 카메라는 잠시 쉬어갔다. 신주리는 비행기에서 잠깐 눈을 붙였기에 이제는 전혀 졸리지 않았다. 그녀는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은 후 모자와 선글라스를 쓰고 호텔 방을 몰래 빠져나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3화

    심지어 원피스까지 캐리어 하나에 다 준비해 놨다. “안 믿을지 몰라도 내가 쇼핑 리스트까지 작성했어. 엄마한테도 참고를 부탁했거든! 원피스는 엄마가 골랐어. 안심해, 눈썰미는 진짜 좋아!” 말을 하면서 그는 정말로 쇼핑 리스트를 꺼내서 신주리에게 보여줬다. 신주리는 그 리스트를 보지 않아도 이미 믿고 있었다. 심지어 조금 놀랐다. “너 그럼 네 짐은 어쩌고? 얼마나 챙겨왔어?” “짐 하나야. 나중에 필요하면 제작진 팀에 부탁할 거야!” 육경서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말했다. 신주리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가 너무 오랫동안 육경서를 바라보고 있었던 탓인지 휴대폰을 들여다보지 않은 채 그를 쳐다보던 신주리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챈 육경서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봤다. “왜?” 신주리는 아무 말 없이 시선을 돌려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렇게 많아?” 육경서는 묘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렇게 많은 건 아니야. Y 국에 있는 우리 회사 지사에서 몇 가지 더 준비해 줬거든...” 그가 말을 하다 갑자기 멈칫했다. 불필요한 말을 했다는 걸 깨달은 듯했다. 신주리는 그 모습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고 그녀의 머릿속에 갑자기 대담한 생각이 떠올랐다. “이번 목적지는 네가 제작진 팀에 요청한 거 아니야?” “무슨 말이야? 내가 그런 사람인 줄 알아?” 육경서는 당황한 듯 대답했다. “네가 그런 사람 아닌가?” 육경서는 잠시 생각에 잠긴 후 고백했다. “맞아, 그런 사람일 수도 있어. 하지만 이번에는 정말 아니야! 사실 내가 쓴 목적지는 원래 해변이었어. 이런 건 결국 다 준비해야 할 것들이잖아.” 신주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대신 이제는 아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다른 한편에서는 서진태와 소지석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서진태는 진지하게 소지석에게 도씨 가문의 그 양성 계획에 대해 물어보았다. 이 계획은 너무나도 비상식적이어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둘 수 없었다. 완전히 그들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2화

    [하하하, 이게 무슨 이상한 조합이야? 어쩐지 묘하게 어울리기도 하고 또 웃기기도 하네!] [처음부터 차 안에서 자리싸움만 아니었어도 이렇게 어색하지는 않았겠지.] [우리 지원 언니 한마디로 모든 흐름이 뒤집혔어!] [강미영은 도대체 무슨 속셈이지? 우리 지석이를 일부러 피하는 거야?] [다시 한번 말하지만 소지석 팬들 너무 이기적이지 마! 누구든 미영 언니에게 다가갈 수 있고 미영 언니는 모두를 거절할 권리가 있어!] 좌석이 정리되고 비행기가 이륙을 준비하자 라이브 방송은 일시적으로 종료되었다. 이런 24시간 라이브 촬영 프로그램에서도 이렇게 잠깐 동안만은 각자가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강미영은 라이브 방송이 종료된 뒤 의아한 표정으로 한지원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여전히 왜 한지원이 굳이 자신과 함께 앉으려고 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물론 지금 상황에서 누가 자신에게 같이 앉자고 했어도 마다하지는 않았겠지만... “미영 언니, 난 저 커플 팬이야.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얘기해. 그러니까 제발 내 최애 커플 깨지지 않게 도와줘!” 한지원은 진지한 얼굴로 이유를 털어놓았다. 강미영은 살짝 멍해지더니 결국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알겠어, 앞으로 네 최애 커플 잘 지켜주도록 할게.” 한지원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밝게 웃었다. “정말 고마워! 덕분에 내 최애 커플이 마음 편히 연애할 수 있게 됐어!” 강미영은 눈가를 약간 찡그리며 물었다. “근데 언제부터 걔네 둘의 팬이 된 거야? 그리고 지금 걔네 둘 관계 꽤 안정적이던데 내가 굳이 뭐 하러 그걸 망치겠어?” 한지원은 고개를 저으며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미영 언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중요한 건 이런 카메라 밖에서의 달달한 순간들이지.” 강미영은 순간 뭔가를 깨달은 듯 눈썹을 살짝 치켜세웠다. “혹시 영감이라도 떠오른 거야?” 한지원은 멍하니 있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언니의 작은 호의 하나가 한 명의 유명 만화가를 탄생시킬 수도 있어!” 강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1화

    그는 단지 이런 행동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강미영에게 그를 좀 더 이해할 기회를 주고 소지석에게는 그가 혼자서만 밀어붙이지 않도록 눈에 띄게 하려 했다. 그러나 이 행동을 알아본 사람들도 있지만 일부 팬들은 그를 오해하거나 비판하기도 했다. [솔직히 말해서 서진태는 너무 경계가 없지 않나요? 경쟁하고 싶다 해도 이렇게까지 급하게 해야 하나요? 왜 꼭 같이 앉아야만 하는 거죠?] [맞아요! 강미영 언니는 분명히 불편해 보였고 바로 피해서 조수석에 앉았잖아요!] [좋아한다고 해도 좀 경계를 두고 해야죠.] [근데 소지석 팬들 너무 이중잣대 아니에요? 오빠가 같이 앉고 싶으면 직설적으로 다가가도 ‘멋지다, 드디어 마음을 표현했다!’고 하는데 서진태가 다가가면 ‘경계가 없다’고 비판하잖아요?] [맞아요. 서진태는 사실 강미영 언니와 앉고 싶은 것보다는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던 거죠.] 댓글창은 점점 떠들썩해졌다. 신주리와 육경서의 강미영에 대한 이해도는 완벽했다. 감정상에서 경쟁이 시작되면 그녀는 주저 없이 피할 것이다. 강미영은 감정을 물건처럼 경쟁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성격의 프로그램에서는 남성들끼리의 경쟁이나 여성들끼리의 경쟁이 감정을 더 순수하지 않게 만들 수 있고 로미오와 줄리엣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결국 그런 외적인 압박이 감정을 더 강화시키는 효과가 생기게 된다. 사실 그들이 정말 사랑하는 건 아닐 수도 있다. 단지 지는 걸 참지 못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그녀와 고정남의 관계도 그랬다. 주위에서 반대할수록 더 진지하게 여겨졌던 그 감정이었지만 결국 그것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 엉망이 된 감정이었음을 깨달았다. “네가 졌으니까 내 선물 잊지 말고 사 와.” 신주리는 자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육경서는 그 결과를 보며 입술을 삐죽 내밀고는 돌아서서 그녀에게 엄지를 치켜들었다. “이번엔 네가 이겼어.” 신주리는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이번? 그럼 다음에도 나랑 내기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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