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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화

“아니요. 뭐 어차피 그냥 상대역 연기 해주는 건데 괜찮지 않을까요?”

오예라의 질문에 성신영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 바보야.”

“엥?”

“지금 심사위원들 표정을 봐. 어차피 란희 역은 저 배우로 이미 결정난 거나 마찬가지야. 상대역은 어디까지나 저 연기 밑받침 노릇이나 해주라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기회를 잡고 싶다면 스스로 움직여야 할 거 아니야.”

가만히 있으면 눈앞에 닥친 기회를 놓칠 수밖에 없다는 걸 오예라라고 어찌 모르겠는가? 하지만 능력이 따라주지 않으니 답답할 따름이었다.

두 사람의 연기력이 비등비등해도 투자사인 유강엔터 소속 연예인인 우희나를 우선적으로 선택할 마당에 연기력까지 밀리고 있으니 이번 오디션은 완벽한 패배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한편, 거의 자포자기 상태인 오예라의 모습에 성신영은 속이 타들어갔다.

“신인 연기자들은 상대편에서 강하게 밀고 나가면 기가 죽어서 대사를 까먹거나 하는 경우도 많아. 그런 큰 실수가 있으면 아무리 투자사 소속 연예인이라도 떨어트릴 수밖에 없을걸?”

성신영의 조언에 오예라의 눈이 다시 반짝이더니 그녀를 향해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언니, 걱정하지 마요. 그건 자신있으니까.”

다시 자신감을 얻은 오예라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성신영의 눈동자가 날카롭게 번뜩였다.

‘강유리, 네가 뭔데 사람들 관심을 다 받고 난리야. 돈 몇 푼 투자하고 신인 연기자 한 명 끼워팔 생각이었나 본데... 꿈 깨. 네가 잘 되는 꼴은 죽어도 못 봐.”

한편, 심사위원석에서 무언가 쑥덕대는 오예라, 성신영 두 사람과 여전히 잔뜩 긴장한 얼굴로 대사를 확인하고 있는 우희나를 번갈아 바라보던 강유리의 표정 역시 살짝 어두워졌다.

잠깐 고민하던 그녀가 문득 입을 열었다.

“우희나 배우에 대한 심사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지만... 소속사 대표로서 배우한테 조언 몇 마디 해주는 건 괜찮겠죠?”

이에 강덕준을 비롯한 다른 심사위원들이 흔쾌히 승낙했다.

“그럼요.”

강유리의 손짓에 우희나가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만 같은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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