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우희나는 강덕준의 짖꿎은 두 번째 테스트까지 완벽하게 끝내고 란희 역은 우희나가 연기하는 걸로 거의 분위기가 기울게 되었다.모든 오디션이 끝나고 강덕준이 자리를 뜨려는 강유리의 앞을 막아섰다.“아까... 그 배우한테 뭐라고 한 거야?”“아, 연지한 배우 알지? 희나 씨가 데뷔 전부터 팬이었거든? 오예라가 연지한과 사귀는 사이었고, 먼저 바람까지 피웠다고. 그 충격에 우울증 치료를 받느라 요즘 활동도 못하고 있는 거라고 말해줬어.”“뭐?”한편, 오디션을 마치고 주차장으로 향할 때에도 우희나는 방금 전의 분노에 여전히 푹 빠져있는 모습이었다.한참을 혼 나간 사람처럼 터덜터덜 걸어가던 우희나는 갑자기 정신을 차린 건지 다급하게 사과를 시작했다.“죄, 죄송합니다, 대표님. 제가 순간 너무 화가 나서 대본에도 없는 따귀를...”하지만 강유리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고 그녀의 눈치를 살피던 우희나가 조심스레 물었다.“그런데... 아까 대표님 말씀 사실인가요? 오예라가 정말 우리 지한 님을...”“거짓말이에요.”순간, 우희나의 표정이 어색하게 굳었다.“희나 씨는 성격이 소심하고 너무 심하게 긴장하는 게 탈이에요. 이 단점을 커버할만큼 놀라운 연기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요. 그런데... 내가 왜 희나 씨를 선택했는지 알아요?”우희나가 막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희나 씨의 백지 같은 모습이 마음이 들어서였어요. 내가 원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 같으니까. 뭐, 첫 붓터치는 제대로 된 것 같네요.”우희나에게 계약서를 건넨 강유리가 말을 이어갔다.“란희 배역은 우희나 씨가 연기하기로 했어요. 지금은 조연이지만 다음엔 서브 여주, 그 다음엔 메인 여주, 그리고 언젠가 우희나 씨가 원톱 배역으로 작품을 맡는 그날까지 난 서포트를 아끼지 않을 생각이에요.”강유리의 기대감이 담겨서인지 우희나는 단 몇 장의 종이가 너무나 무겁게 느껴져 손이 파르르 떨려왔다. 하지만 결연한 강유리의 눈빛을 보고 있자니 그 말이 허황된 꿈이 아니라 언젠가
차기태가 차 안에 앉아서 뒤돌아보는 아가씨를 보며 살짝 눈썹을 치켜세우면서 말했다.“신인을 데리고 오는 것도 모자라서 이런 애를 데려와? 하나도 똑똑해 보이지 않는데?”강유리는 그를 한 번 쓱 쳐다보더니 말했다.“그럼 넌 생긴 건 멀쩡하게 생겨서 저번 영화에선 왜 실수했는데?”차기태가 2년 전에 아주 훌륭한 대본을 받았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제자들을 너무 믿었다가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힌 것이었다. 그가 느긋하게 투자자를 고르고 있을 때 헐값으로 대본을 모방하고 또 그의 명성을 빌어 투자받아서 먼저 촬영을 시작했다. 그가 촬영을 시작하려 할 때 영화는 이미 상영되었고 대박이 터졌다. 배우들은 대본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고, 그가 함정에 빠졌다는 것도 몰랐다.“그 말은 꺼내지도 마! 왜 남의 아픈 데를 콕콕 찌르고 난리야? 이 일로 날 협박한 게 한두 번이냐고!”이것은 차기태의 흑역사였다. 그는 당장이라도 물어뜯을 것 같은 얼굴로 소리쳤다.“너희 연예인한테 한마디 했다고 이렇게까지 말할 일이야? 이렇게까지 악독할 필요가 있냐고! 내가 쟤를 차별이라도 하면 어쩌려고?” 강유리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태연하게 대답했다.“마음대로 해. 괴롭혀도 돼. 경험 쌓고 좋지.”차기태가 강유리를 흘겨보면서 소리쳤다.“독해 빠진 것 같으니라고! 밥이나 사!”“시간 없어. 저녁에 집에 가서 남편이랑 있어야 해.”남편이랑 있어야 한다는 말은 진짜가 아니었다. 그녀는 하루 종일 고민했으나 아침에 왜 육시준이 자기를 밀치고 화장실로 갔는지 알 수 없었다. ‘자기 위치를 모르는 거 아니야? 왜 거절해? 거절해도 내가 거절해야지……’차기태가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아이고! 정말 지독한 사랑이네? 하긴, 조심은 해야겠다. 성신영한테 또 뺏기지 말고. 그때 가서 빌빌 울지나 마!”그 말을 듣고 강유리는 허리를 굽히고 팔꿈치를 차창에 기댔고, 차기태가 무의식적으로 비키더니 말했다.“뭐 하는 짓이야?”강유리는 그를 향해 손짓하며 말했다.“이리 와
s검은색 벤틀리가 도로에서 질주하고 있었다.차 안에서 강유리가 한창 생각에 잠겨있는데 메시지 알람이 울렸다. 그녀가 오전에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아 소안영한테 털어놨더니 그때야 답장이 온 것이었다.[그렇게 멋지고 자상하던 남편이 널 밀쳤다고? 그럼, 네 문제가 아닐까? 짚이는 거 없어?]강유리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더니 또 전화기를 들었다.[왜 내가 반성해야 해?][네 남편 완전 다정다감하잖아. 네 말이라면 다 순종하고.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때 흐름이 깨져서 짜증 난 거 아니야?] [……]역시 산전수전 다 겪은 여자가 남자의 마음을 더 잘 알고 있었다.육시준이 운전하면서 입을 열었다.“여기 있다길래 퇴근하는 길에 데리러 왔어. 저녁에 뭐 먹고 싶어?”강유리는 그의 말에 대답은커녕 눈을 돌려 그를 몇 초 가만히 쳐다보다가 천천히 입을 뗐다.“요즘 나한테 뭐 불만 있어?”육시준은 의문스럽다는 눈빛으로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다.“무슨 눈빛이야? 불만 있으면 말해. 답답하게 속으로만 생각하고 있지 말고.”그는 얇은 입술을 오므리더니 대답했다.“반성하고 있는지는 몰라도 잘 때 내 팔을 베고 자고, 아침저녁으로 직접 간 커피를 마시고, 샤워할 때 좋아하는 드라마가 나올 때까지 씼는 거? 그런 작은 문제 빼고는 괜찮아.”강유리는 워낙 자유로운 영혼이었고, 돈까지 많으니 더할 나위 없었다.육시준의 목소리는 가벼웠지만 강유리의 귀에는 한없이 거칠고 사납게 들렸다.‘그럴 줄 알았어. 역시 불만이 있었어. 이런 작은 문제들이 쌓이고 쌓여서 결국 터졌네?’그녀는 담담한 태도로 말했다.“나 원래 이래. 고치지 못한다고.”육시준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고치란 말 한 적 없어.”강유리가 혀를 끌끌 차더니 말했다.“말과 속이 다르단 말이 여자한테만 쓰는 말이 아니구나?”그녀는 숨을 크게 들이쉬고 고개를 들어 앞을 내다봤고, 군림 별장까지는 거리가 좀 있었다. 이 길로 곧게 가다 보면 고급 백화점 매장이 있는데 LK그룹 계열
“강유리? 진짜 돌아온 거야? 망할 놈의 회사 안 지키고 한가하게 쇼핑이나 하는 거야? 쯧쯧, 옷 살 돈은 있고?”조보아는 조금 놀란 듯했고, 거만하게 강유리를 훑어봤다.분명히 같은 드레스지만 강유리가 입으니, 마치 주문 제작한 것처럼 잘 어울렸다. 옅은 메이크업과 스타일리시한 귀걸이까지, 여왕이 따로 없었다. 조보아는 그녀와 본인의 착장을 번갈아 보더니 비교당하는 것 같아 얼굴이 뜨거워 났다.강유리도 조보아를 이리저리 훑어보았다. 조보아는 동그랗고 작은 얼굴에 정교하게 화장했고, 손목과 목에는 장신구가 가득 걸려 있었다. 아이템 하나하나 모두 품위가 있었지만 한데 모으면 조금 이상했다.“옷 스타일이 좀 바뀌었나 봐? 나랑 같은 옷을 고르다니…… 그런데, 아이템 고르는 감각은 수준 미달인데?”강유리는 잠시 그녀의 착장을 다시 훑어보더니 이어 말했다.“내가 외국에 있으니까 따라 할 사람이 없었나 봐?”강유리는 교만하기로 유명했기에 주위의 미움을 샀지만, 그녀의 패션 감각은 누구나 추앙했다. 아무렇게나 걸쳐 입어도 금방 트렌드가 되기 일쑤였고, 조보아도 그녀의 패션을 따라 하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조보아가 생각하기에 이 가게의 옷이 좀 우아하고 강유리가 요즘 이런 느낌으로 꾸밀 것 같은 예감에 들어온 것이었는데, 공교롭게도 똑같은 옷을 고르게 될 줄이야! 같은 옷을 고른 것은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누가 더 잘 안 어울리면 지는 게임이었다.조보아는 찔렸는지 대뜸 화를 내면서 소리쳤다.“누가 널 따라 한대? 난 스타일 좀 바꾸면 안 돼? 유강엔터 연예인들 다 도망갔다며? 다 망하게 생겼는데 옷 살 돈은 있나 봐? 아, 맞다. 너희 아빠가 성신영한테 별장 사줬다며? 공평하게 너한테도 치마 정도는 사줄 수 있겠다.”“……”그녀의 말은 강유리의 심기를 건드리기는 했지만 별로 충격적이지는 않았다. 성홍주는 강유리보다 성신영을 훨씬 더 편애했다. 학교에 다닐 때도 성신영은 운전해 주는 기사가 따로 있었고, 강유리는 직접 운전했었다. 파티에 갈
강유리가 옷을 건네받고 탈의실로 들어갔고, 조보아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이 심상치 않은 기운을 내뿜는 멋진 남자가 강유리의 남편이라니? ‘강유리 팔자도 좋아? 성씨 가문한테 버려져도 이렇게 멋지고 돈도 많은 남자를 만나다니……’조보아는 질투심으로 불타올라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고, 강유리가 방금 입어 봤던 옷에 시선을 돌렸다.오 분 후, 두 탈의실의 문이 동시에 열렸다. 육시준은 강유리를 보면서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고, 바로 옆의 사람을 힐끗 보고는 이내 눈살을 찌푸렸다.‘이 옷도 망했네……’조보아가 그 치마를 입은 것만 봤을 때는 그나마 봐줄 만했는데 모델 못지않은 강유리 옆에 있으니, 오징어가 따로 없었다. 조보아는 비교된다는 것을 알아차렸지만 마음속으로 강유리가 이런 스타일에 더 잘 어울릴 뿐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고는 콧방귀를 뀌더니 버럭 화를 내며 옷을 갈아입었다.이어서, 조보아는 강유리가 어떤 옷을 입으면 따라서 입으며 자존심을 회복하려 했지만, 오히려 화만 더 날 뿐이었다.강유리는 이런 유치한 거울 게임을 할 생각이 전혀 없었고, 그저 입어봤던 치마 중에서 두세 벌을 골라 들고 육시준이 있는 쪽을 보며 말했다.“난 이 옷들 괜찮은 거 같은데? 어때?”육시준은 눈살을 찌푸렸고 다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을 지었다.조보아는 그의 눈빛의 변화를 알아차리고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네 남편이 다 마음에 안 드나 봐? 안 살 건가 봐?”‘잘난 척은 다 해놓고 지금은 돈 쓰기 싫은 건가? 흥, 멋있기만 하고 돈은 없는 거 아니야?’강유리는 이 브랜드 옷이 싸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주머니 사정을 생각하며 두 벌만 고르더니 말했다.“사실 나도 별로인 것 같아. 이 두 개로 하자.”조보아는 강유리가 들고 있는 옷의 가격표를 보고 육시준이 돈 내기 싫어하는 것이라고 확신하는 듯 조롱했다.“아이고, 가격도 싸잖아? 큰소리 떵떵 치던 고상한 강유리가 가격표 보고 옷 사는 날이 올 거라곤 생각도
강유리는 눈만 봐도 그의 뜻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는 국제 사치품 브랜드 순위에 오른 값비싼 옷들로 그녀의 드레스룸을 채워줬다. 물론 드레스룸이 크다는 말은 강유리가 한 말이 확실했지만 지금 상황에서 너무 절묘한 말이었다. 조보아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는 것을 보면서 그녀는 몹시 후련했다. 하지만 이런 기분은 겨우 2분 동안 지속되었다. 계산할 때, 강유리는 그가 꺼낸 카드를 보고, 얼굴이 굳어지며 그의 손목을 잡더니 말했다.“카드 잘 못 꺼낸 거 아니야?” 육시준은 담담하게 대답했다.“아니.”그는 오늘 급하게 나오는 바람에 한도가 없는 블랙카드 한 장만 가지고 나왔다. 그 카드를 긁으면 그의 신분이 폭로되기에 그는 머뭇거리다가 강유리의 가방을 열고 예전에 별장을 살 때 긁었던 카드를 꺼냈다.“이 브랜드 옷이 얼마나 비싼지 알아?”강유리는 낮은 소리로 말했고, 이를 꽉 깨물었다. 그녀는 이 값비싼 옷들을 본인이 부담하게 될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다.육시준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물었다.“그렇게 비싸?”몇백만 원대 가격에 대중적인 상품이어서 같은 옷을 입을 수도 있기에 지금처럼 특수한 상황이 아니었다면 그는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것이다.강유리는 그의 태연한 얼굴을 보더니 화가 나서 가슴이 막히는 것 같은 기분에 한숨을 쉬었다.조보아가 화를 가라앉히지 못하고 있었고, 점원이 옆에서 정성스럽게 포장까지 하고 있으니 이제 와서 번복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그녀는 화를 참고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네 월급에서 깎으면 얼마인지 알게 될 거야!” 육시준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침착하게 카드를 내밀었다.조보아의 시각에서 보면 두 사람이 느긋하게 계산하다가 귓속말을 했고, 강유리의 기분이 안 좋아서 그의 손을 뿌리치고 밖으로 나가는 장면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혹독한 훈련을 거친 점원이 조보아에게 다가오더니 자본주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 옷들 포장해 드릴까요?”조보아는 옷을 집어 던지더니 소리쳤다.“방금 말 못 들었어? 옷이 후지다잖아
한 우아한 분위기의 프랑스 레스토랑.강유리는 조심스럽게 메뉴를 고르고는 그를 바라보았다.“설마 너 또 월급을 미리 받아서 결산한 거야? 그러면 안 돼! 빚 다 갚기 전까지는 미리 안 줘!”그녀는 그에게 가방을 넘기지 않았다. 지갑을 손에 꼭 쥔 채 낮은 소리로 그에게 경고했다.육시준은 그런 그녀의 모습이 귀여웠는지 피식 웃었다.“너 이렇게 돈에 집착하는 사람이었어? 나보다 돈을 더 사랑하는 것 같단 말이지.”“물론이지! 돈을 싫어하는 사람이 어딨어?”강유리는 당연하다는 듯 받아쳤다.미소 짓는 그와 눈이 마주친 그녀는 불현듯 용건이 떠올랐는지 헛기침만 해댔다.“나 사실 밥 잘 사는 편이야! 요즘 지갑이 좀 얇아져서 아끼는 것일 뿐.”그에게 갑이 깍쟁이라는 인상을 주어서는 안된다. 그러면 나중에는 더 신나서 그녀를 거절할 테니까.강유리는 계속 설명했다.“하지만 걱정 마. 자금이란 건 흐름에 따라 다시 메꿔지는 거야. 널 먹여살리기에는 문제없다고!”육시준은 그녀가 구구절절 설명하는 모습을 보더니 생각에 잠겼다.이때 정장 차림을 한 사람이 그들을 쳐다보았다. 그러고는 의아한 듯 한참을 더 보다가 그들 곁으로 다가왔다.“육 회장님? 여기서 다 뵙네요. 식사하러 오셨나 봐요.”그 사람은 다름 아닌 로열 대표 장경호였다.올해 육시준이 로열에 몸을 담은 시간이 꽤나 길었기에 그를 마주친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그는 멀리서부터 육시준을 발견했는데 인사를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육시준 곁에 있던 강유리를 보더니 물었다.“이분은 누구신지?”육시준은 그에게 소개해 주었다.“제 아내입니다.”육시준은 고개를 돌려 의아해하고 있는 강유리에게 장경호를 대충 소개해 주었다.“아, 이쪽은 내 회사 동료.”장경호는 흥분한 채 연신 감탄했고 그의 눈에는 빛이 반짝이고 있었다.‘헐. 육 회장님이 유부남이라니! 거기에 사모님이 이렇게 미인이시고!’“사모님이시군요! 어쩐지 육 회장님께서 많이 아끼시는 것 같았어요. 너무 미인이십니다! 저희 회사에
그녀의 남자라면 응당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한다.그녀는 작은 손을 뻗어 명함을 가지려 했다.육시준은 잠깐 망설이다가 그녀에게 명함을 건넸다.“로열 대표... 장경호? 대박, 저분이 장경호라고?”강유리는 외국에 있을 때 이 이름을 익히 들었었다. 사진을 본 적이 없어서 못 알아봤는데 실제로 만나게 될 줄이야!육시준의 낯빛이 어두워졌다.“응. 들어본 적 있어?”“이 바닥에서 저분을 모르면 간첩이지! 로열이 이 바닥 주름을 꽉 잡고 있는 데는 장경호 씨의 스타 발굴 능력이 한몫했을 거야!”“...”육시준은 침묵했지만 그에 대한 인정이기도 했다.강유리는 돌이켜보더니 육시준을 지그시 바라보며 물었다.“그런데 말이야. 이렇게 유명하신 분이 왜 너를 떠받드는 거야?”육시준은 포크를 집어 들었다.“아, 요즘 대본에 꽂혀서인지 자꾸 날 찾아서 영감을 찾더라고. 나랑 배역도 맞춰보면서 말이야.”강유리는 장경호가 대본에 흥미를 가졌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을 집필한 작가와 미팅한 로열의 직원이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그녀에게 매달렸었다. 그녀가 불쾌한 티를 낸 다음에야 장대표가 대본에 꽂혔다고 설명했다.“배역을 맞춰보았다고?”강유리는 명함을 가방에 넣고는 물었다.“그럼 넌 어떤 배역인데?”육시준은 대충 둘러댔다.“그의 상사... 그니까 카리스마 넘치고 강압적인 회장.”강유리는 눈썹을 치켜세웠다.그가 백화점 매장의 옷과 가방을 전부 강유리에게 선물한 것으로 보아 확실히 카리스마가 있긴 했다.‘아, 배역에 너무 심취해서 나랑 있을 때도 연기하는 거구나.’육시준은 그녀를 쳐다보며 물었다.“너 양고기 먹을 거야?”강유리는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안 먹어!”그는 손을 뻗어 그녀 앞에 놓인 양고기 요리를 접시째 가져갔다. 그의 행동 하나에도 우아함이 담겼다.강유리는 의아했다.‘먼저 한입 먹어보라고 권하는 것이 정상 아닌가?이건 완전 미친놈 아니야!’그녀는 체념했는지 작게 한숨을 쉬었다.‘내 남자는 내가 사랑으로 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