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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화

“우리가 아니라 그냥 아버지가 곤란하신 거겠죠. LK그룹이 아버지를 가지고 놀든 말든 저랑 무슨 상관이죠? 계열사를 처분하려고 하실 때 제 의견 한 번이라도 물어보신 적 있으세요?”

강유리는 여유롭게 하품까지 해가며 대꾸했다.

딱히 부정하지 않는 그녀의 답변에 성홍주는 이 모든 게 강유리의 농간이 분명하다고 생각하곤 말을 이어갔다.

“왜? LK그룹을 설득하면 내가 고분고분하게 포기할 줄 알았어?”

그제야 강유리는 눈을 번쩍 떴다.

긴 속눈썹이 부채처럼 펼쳐지고 그 속에 숨겨졌던 날카로운 눈동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 세상에 기업이 LK뿐이야? 가격만 좀 더 낮추면 다른 그룹에 충분히 넘길 수 있어. 정 안 되면 다른 계열사도 처분하지 뭐.”

이에 휴대폰을 잡은 강유리의 손에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

“아버지... 아버지가 도대체 무슨 자격으로 계열사를 처분하네 마네 하세요? 그거 다 우리 엄마 거라고요.”

“내가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생각은 안 해봤어? 이게 다 너 때문이잖아. 내가 너한테 못해준 게 뭐니. 그런데 넌 네 동생한테 어떻게 했는데...”

어차피 네가 잘했네, 내가 잘했네 서로 싸워봤자 답도 없는 싸움이 될 게 분명하니 강유리는 아예 전화를 끊어버리곤 휴대폰을 던져버렸다.

‘항상 이런 식이야. 아버지는 성신영 생각뿐이지.’

어렸을 때는 아버지의 사랑을 제대로 못 받고 자란다는 이유로 더 챙겼고 커서는 성신영이 철이 들고 착하다는 이유로 그녀를 더 이뻐한 성홍주다.

하지만 그들은 알고 있을까? 그들이 사치를 부리느라 쓰는 돈들 전부 그녀의 어머니의 소유였다는 것을.

‘이게 도둑질과 다를 게 뭐야.’

이때 뒤편에서 큰 손이 다가오더니 그녀의 허리를 감싸안았다.

그리고 귓가에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그래?”

‘어쩜, 잠긴 목소리도 이렇게 매력적이래?’

성홍주와의 통화로 불쾌했던 기분을 싹 가시게 만드는 목소리에 강유리가 고개를 돌렸다.

밤새 솟은 수염마저도 섹시하게 보이게 만드는 완벽한 얼굴.

‘이젠 익숙해질 때도 된 것 같은데 볼 때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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