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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3화

작가: 노혜아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하균 씨, 무슨 일이에요?”

“새로운 목표인가요?”

신하균도 시선을 거두고 차가운 눈초리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는 말하면서 담뱃갑을 꺼내더니 담배 한 대를 꺼내 입에 물었다.

“내 존재를 알게 될까 봐 그리 급하게 보냈어요?”

릴리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더니 웃음을 터뜨렸다.

“우리가 무슨 사이라도 돼요?”

켈슨과 아무 사이도 아닌 것은 그렇다 치고, 좋아서 쫓아다닐 생각이라고 해도 그를 만나지 못하게 할 필요는 없다.

두 사람이 떳떳하지 못한 사이도 아니고 말이다.

“저를 무슨 일로 찾아왔어요? 별일 없으면 가볼게요.”

릴리는 말하면서 차 키를 눌렀다.

신하균은 잠시 침묵하더니 화제를 바꾸었다.

“형부가 집에 밥 먹으러 오래요. 마침 제가 근처에 있으니 데리고 오라던데요.”

“네?”

육시준이 그렇게 한가하다고? 심지어 이 사람까지?

“업무 계획에 관해 물어볼 게 있대요. 고한빈 건이 세부적으로 처리하지 못한 부분이 있어 이렇게 늦은 시간에 위험할 수 있으니 데려다줄게요.”

신하균은 그녀의 의문스러운 마음을 알아챈 듯 차가운 목소리로 설명했다.

릴리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여전히 의심스러운 듯이 그를 힐끗힐끗 쳐다봤지만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

신하균도 더 길게 말할 생각이 없는 듯 불을 붙이지 않은 담배를 다시 집어넣고 차에서 내리더니 조수석 문을 열어주었다...

차가 천천히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적막이 흐르는 차 안에서 릴리는 이것저것 오만가지 생각을 했지만 상대방이 계속 침묵을 지키니 그녀도 혼란하던 마음이 진정됐다.

그녀는 머리를 차창에 기대고 창밖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풍경을 보면서 천천히 머리를 비웠다.

“켈슨 같은 사람을 좋아해요?”

뜬금없는 소리에 정신이 돌아온 그녀는 고개를 돌리고 어리둥절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네?”

“목소리가 듣기 좋고 잘생겼고 몸매도 완벽하고, 완전히 릴리 씨의 이상형이잖아요.”

그는 잠시 멈추었다가 한마디 덧붙였다.

“젠틀해서 거리를 유지할 줄도 알고.”

“...”

사실 처음에 알렉스가 이렇게 놀릴 때 그녀는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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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기분이 신씨 가문에 도착할 때까지 잘 유지되었고 비록 두근거리고 긴장됐지만 그래도 더없이 기뻤다. 하지만 신주리의 이 한마디 말이 마치 얼음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온몸이 얼어들었다.‘연기라고 했어...’육경서는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그녀의 몸에 구멍이라도 뚫을 듯이 한참 동안 노려보자 불편함을 느낀 신주리는 두 사람의 운명을 책임진 운전대를 직접 잡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빨간불 앞에 차가 멈추자 신주리는 두 손으로 팔을 쓸어내리며 고개를 돌리더니 투덜거렸다.“왜 쏘아보고 그래? 그러다 물기라도 할 것 같아.”육경서는 슬픔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주리야. 나는 우리 두 사람이 오해가 생긴 게 유미나 때문인 줄 알았어.”이 말은 진심이었고 그는 유미나만 해결하면 두 사람이 화해할 줄 알았지만 신주리의 태도로 봐서는 전혀 장난 같지 않았다. 그를 혼내려는 것도 아닌 것 같아 순간 어찌할 바를 몰랐다. 신주리는 빨간 입술을 살짝 깨물더니 낮은 소리로 말했다.“네 생각이 틀렸어. 우리 사이의 문제는 다른 사람과 아무 상관이 없어.”솔직히 신주리도 유미나를 미워하기는 했지만 절대 두 사람 사이의 걸림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고 한 번도 육경서와 그녀 사이를 의심해 본 적이 없었다. 두 사람의 문제는 어떻게 상대를 대하는지의 문제였다. ...여론이 지속적으로 확산되면서 오늘 밤 어떤 사람은 상심에 빠졌고 어떤 사람은 수심이 가득했다. 유미나와 매니저는 서로 원망하기에 바빴고 게다가 거액의 배상금까지 떠안게 되어 죽고 싶은 마음마저 들었다. 육경서와 신주리도 아직 화해하지 못했기에 똑같이 수심에 빠져있었다. 신주리는 절대 나 혼자 죽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 물귀신 작전을 펼치러 월계만으로 달려가 눈에 띄는 커플만 있으면 헤집어놓을 심산이었다. 릴리 집에 도착해보니 뻔뻔한 친오빠는 그곳에 없었고 릴리 혼자만 절친 단체방에서 수다를 떠느라 여념이 없었다. 화젯거리는 당연히 신주리였다.“핸드폰이 그렇게도 좋아? 여기에 사람이 이렇게 떡하니 서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03화

    현재 신주리 실력과 지위는 모든 사람이 다 아는 사실이다 보니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지하 주차장에 신씨 가문 차량이 오래전부터 대기하고 있었고 경호원이 기자들이 다가오지 못하게 서슬이 퍼레서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신주리는 매니저와 작별 인사를 나눈 뒤 차를 향해 걸어가자 경호원이 깍듯이 차 문을 열어줬고 허리를 숙여 차에 오르니 불청객 한 명이 앉아 있었다.“넌 왜 여기에 있어?”신주리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조수석에 앉아있는 육경서에게 묻자 그는 고개를 돌려 활짝 웃으며 말했다.“기자한테 포위돼 못 빠져나가는 것을 어머님, 아버님이 구해주셨어.”신명진은 고개를 돌려 짜증 섞인 신주리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말했다.“다 가족인데 모순이 있으면 집에 가서 문 닫아걸고 얘기해.”그러자 한영숙도 한마디 곁들었다.“그래. 이 자식이 평소에는 믿음이 별로 안 갔는데 오늘 결정적인 순간에 너를 위해 서슴없이 나서는 것을 보니 그나마 책임감은 있는 것 같아.”신씨 부모님은 신주리의 열혈 팬이기에 두 사람의 관계를 모를 수 없었다.하지만 두 사람은 단지 팬에 그쳤고 딸이 실제 상황을 말해주지 않았기에 두 사람이 아직까지 사귀고 있는 줄로 알고 있었다...신주리가 입을 열고 뭐라고 설명하려다가 갑자기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그대로 입을 다물었고 차는 서서히 신씨 가문 별장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전에도 육경서가 신씨 가문을 방문한 적이 있지만 사위 신분으로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고 하필이면 또 이런 특별한 사건이 생긴 시점이라 덜컥 겁이 났다.바로 이때 신주리가 입을 열고 말했다.“두 분은 먼저 들어가서 쉬세요. 저희는 아직 할 일이 있어 나갔다 와야겠어요.”그러자 한영숙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저녁 먹을 시간인데 뭐가 그렇게 바빠?”“회사 여부장님이 좀 만나자고 해서요.”신주리는 대충 아무 핑계를 대면서 두 사람을 차 밖으로 밀어냈다. 합리적인 이유라 부모님이 두 사람을 의심하지 않았지만 한영숙은 차에서 내리면서 낮은 소리로 중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02화

    유미나 소속사는 반나절이 지나도 일언반구도 없었다. 그들은 애당초 육경서의 인기를 훔칠 생각도, 신주리를 모함할 생각도 없었으며 중요한 건 하라고 시켜도 감히 못 했을 것이다. 소속사 사장은 무수히 쌓인 계약 해지 및 배상 건에 관한 서류와 인터넷에 빈번하게 나타나는 스캔들에 화가 나 책상을 치며 물었다.“당사자는 아직도 연락이 안 돼? 난장판을 만들어놓고 대체 누굴 보고 수습하라는 거야?”“연락됐는데 지금 병원에 입원해 있답니다...”“병원에서 확 죽어버리라고 해.”사장은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주무르며 정신없이 울어대는 핸드폰을 보더니 지친 듯 눈을 감으며 말했다.“더는 못 기다리겠어. 성명 발표해.”유강 엔터와 신씨 가문 중 어느 한 곳도 그가 대적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고 중요한 건 육씨 가문에서 아직 입을 열지도 않았다. 현재 상황에서 회사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유미나와 멍청이 매니저와 관계를 청산하고 사건의 경위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모르쇠를 놓는 것밖에 없었다.반 시간도 안 돼 유미나 소속사에서 회사와는 무관하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소속사의 과감하고 신속한 대응에 대중뿐만 아니라 유미나 매니저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회사를 위해 몇십 년 동안 소처럼 성실하게 일해 온 결과가 바로 오늘의 토사구팽이란 말인가?매니저는 기자들의 질문을 피하고자 꺼놓았던 핸드폰을 켜더니 연속 걸려 온 두 건의 광고 업체 전화를 끊어버리고 사장에게 연락을 하니 전화기가 꺼진 상태였다. 매니저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몇 년 동안 소속사 연예인을 스타로 만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긴 했지만 그때마다 회사는 눈을 감아주고 말없이 지지해주더니 결정적인 순간에 어떻게 이렇게 내동댕이칠 수 있단 말인가?“언니, 어떻게 됐어요? 회사에서 어떻게 처리하래요?”이제 막 정신을 차린 유미나는 모든 희망을 매니저에게 걸고 초조한 목소리로 물었다.그러자 매니저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힐끗 쳐다보더니 싸늘한 눈빛에 온통 혐오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01화

    현장 분위기의 열기가 하도 뜨거워 기자들은 발표회가 끝나고 보도하기로 한 내용을 상사와 연락을 취한 뒤 바로 현장에서 라이브로 보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최 측에서도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기에 이 일은 날개라도 달린 듯이 일파만파 퍼져나갔다.“#신주리 신안 그룹 회장 딸#”“#신주리와 육경서야 말로 진정한 소꿉친구#”“#유미나 사기꾼#”“#짝퉁 아가씨와 리얼 아가씨와의 만남#”“#이건 사기와 다른 점이 있을까#”이러한 검색어가 재빠르게 실시간 검색어 랭킹에 진입하더니 검색어 옆에 이내 빨간 상승 화살표가 붙어버렸다. 유미나는 생전 처음 이렇게 큰 상황을 겪었고 처음 이렇게 많은 실시간 검색어를 소유했다. 하지만 그녀는 부정적인 기사로도 신주리를 초월하지 못했고 시종일관 신주리 검색어 하단에 위치했다.“세상에. 그러면 유미나가 여태까지 자작극을 벌였던 거야? 이건 사기와 다를 바와 없잖아. 하마터면 믿을 뻔했어.”“재벌 집 딸 컨셉으로 진짜 재벌 집 딸을 제압하려 했으니 자기 무덤을 스스로 판 거나 다름없지, 뭐.”“영상을 보고 나니 10년 묵은 체증이 확 내려갔어. 우리 주리가 드디어 성장했어. 참다가 더는 못 참겠으니 반격하는 법도 배웠어.”“신안 그룹 회장님 너무 멋있어요. 딸을 위해 서슴없이 마이크를 잡았어.”“제가 앞에서 육경서 씨를 쓰레기라고 욕해서 미안해요. 사과할게요. 오늘 영상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어요.”“맞아요. 제가 경서 오빠 팬인데 저도 오빠가 양다리 걸친 줄로 오해했어요.”“유미나 여우 같은 것이 경서 오빠가 신사란 걸 알고 폭로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런 짓을 벌였어.”“아무리 신사라고 해도 이걸 어떻게 참아요? 현장에서 주먹을 휘두르지 않은 것만 해도 충분히 신사예요.”“여기서 포인트는 경서 오빠가 해명하고 나서야 신주리가 해명했다는 것.”“유미나 팬들 다 어디 갔어? 나와서 계속 떠들어보지 그래?”“...”강력한 증언 앞에서 유미나 팬들은 감히 머리도 내밀지 못했고 혹시라도 연루될까 봐 당장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00화

    두 분은 고급 허세로 위풍당당하게 신주리의 체면을 세워줬고 그녀는 마음속으로부터 부모님을 탄복했다.하지만 신주리는 부모님이 이 시간이 오기까지 얼마나 고대했는지 알 수 없었고 옆에 앉은 신하균과 릴리가 잡지 않았더라면 이미 벌써 폭발했을 것이다. 딸이 부모님이 필요하다는데 머뭇거릴 게 뭐가 있단 말인가?신주리는 활짝 웃으며 부모님에게 고맙다고 인사하고는 고개를 돌려 돌처럼 굳어버린 유미나를 향해 물었다.“어때요? 제 부모님은 초라하지 않겠죠?”유미나가 넋이 나간 듯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신주리가 계속해 말했다.“유미나 씨가 말끝마다 제 남자 친구와 소꿉친구라고 하는데 공교롭게도 저도 어릴 적부터 제 남자 친구와 알고 지냈어요. 그런데 왜 유미나 씨를 본 적이 없죠? 그리고 방금 혼내주겠다고 했는데 제 남자 친구를 유미나 씨 같은 사기꾼이 혼내줄 자격이 있어요?”신주리의 마지막 말이 떨어지자 유미나의 모든 거짓말이 들통났다.그녀의 재벌 집 아가씨 신분과 육경서의 소꿉친구라는 설정이 마치 고무 풍선마냥 부풀어 올라 주위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고 그 고무풍선이 누군가에 의해 터져버리는 날이면 그 위력 또한 어마어마한 것이다. 유미나는 육경서가 입이 백 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고, 이 정도 문제로 육씨 가문에서 직접 나서서 자기를 폭로시키지 않을 것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재벌 아가씨 컨셉으로 한동안 잘 먹고 잘살 수 있다고 확신했다.하지만 거짓말이 지속되면 현실과 혼돈되는 경우가 있다.유미나의 최대 잘못이라면 신주리를 제압하려 한 것이고 그로 인해 이런 엄청난 결과를 초래하게 된 것이다. 주위에서 보내오는 각양각색의 눈빛과 수군거리는 비아냥 소리에 유미나는 더는 참지 못하고 눈동자가 뒤로 넘어가더니 당장에서 기절해 버렸다. 주최 측은 입장이 난처해 부축할지 말지를 고민했고 현장에 있던 기자들은 앞다투어 마이크를 신명진 부부에게로 들이밀었다. 신주리는 자기 목적을 달성한 것 같아 바로 고개를 돌려 무대 뒤로 향하자 현장에 있던 경호원들이 재빠르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299화

    유미나는 자기 실력에 대해서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고 아무리 허세를 부린다고 해도 이건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가진 돈과 가산을 탕진해도 유미나가 결제할 수 있는 금액이 아니었다. 미친 듯이 머리를 굴리던 유미나는 부인하지 않고 바로 신주리의 말을 받아쳤다.“맞아요. 제가 일부러 그랬어요. 오늘 패션쇼에 전시된 물건이 하나도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경서가 여자 친구한테 빠져 정신을 못 차리는 것 같아 혼내주려고 그런 거예요.”“그럼 신주리 씨는요? 경서가 지금이야 신주리 씨한테 빠져 고분고분 말도 잘 듣고 그러겠지만 나중에도 그럴까요?”“그리고 신주리 씨는 또 무슨 자격과 배짱으로 저한테 이걸 살 수 있냐고 묻는 거예요?”신주리는 마치 마지막 발악을 하는 광대를 바라보듯이 유미나를 한참이나 지그시 바라봤다.육경서가 오늘 이 무대를 준비한 건 반드시 이곳에서 끝장내겠다는 뜻일 텐데 유미나는 그것도 모르고 계속해 도발했다.만일 어느 날 갑자기 유미나가 출연금지라도 당하는 날이면 앞에서 했던 유미나의 발언만으로 또 어떤 정신 나간 팬들은 육경서와 신주리의 탓이라고 떠들어댈 수 있다. 신주리는 유미나가 재벌 집 아가씨 신분을 사칭하는 것이 취미라면 진짜 재벌 집 아가씨의 본때를 보여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내가 무슨 자격과 배짱이 있냐고 물었어요?”그 말에 유미나는 어리둥절하더니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신주리가 MC를 향해 손을 내밀자 주최 측 담당자가 달려오더니 조용히 물었다.“주리 씨, 혹시 무슨 분부라도?”신주리는 담당자의 말에 어이가 없어 입을 삐죽거리더니 말했다.“유미나 씨 주문서 저한테 보여주시겠어요?”그러자 담당자는 손에 들고 있던 주문서를 건네주면서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신주리는 주문서를 쭈욱 내리훑더니 혀를 끌끌 차면서 말했다.“혼내주려고 했던 거 맞네요. 모든 브랜드의 신상을 두 벌씩 주문하셨네요. 친구한테 주는 선물도 육경서가 결재해야 하는가 보죠?”“그건...”“그런데 저는 아니에요. 전 절대 누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298화

    유미나의 발언은 상당히 담대하고 깊은 뜻이 내포되었으며 특히 마지막 한마디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너무나 확연하게 알 수 있었다. ‘여자 친구한테 잘 보이고 싶어 이러는 거야?’하고 대놓고 묻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조용히 옆에서 구경하고 있던 신주리는 갑자기 불똥이 자기한테로 튀자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역시 죄명을 전가하는 수법이 일류였고 멘탈도 상당히 강했다. 눈앞에서 거짓말이 들통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뻔뻔하게 고집을 피웠다...관중석에서 듣고 있던 신주리의 부모님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욕을 퍼붓고 싶었지만 신하균과 릴리가 한쪽에서 한 명씩 잡고 한바탕 달래서야 겨우 진정되었다. 유미나의 말이 끝나자 관중석이 갑자기 조용해졌고 그녀는 점차 의기양양해지더니 자기가 추측했던 생각을 말했다.“아니면 혹시 후회한 거예요? 고작 10억짜리 주문서가 혹시 사정이라도 생겨서 결제하지 못하게 된 거예요?”여기까지 말한 유미나는 가볍게 웃더니 계속해 말했다.“결제 안 해도 상관없어요. 사실 저도 오늘 오고 싶은 생각이 없었어요. 이 주문서는 없었던 걸로 하고 오늘 일은 헤프닝이라고 생각할게요. 이곳에서 이렇게 친구 한 명을 잃을 줄 몰랐어요.”얼핏 들어서는 유미나의 말이 매우 억울하지만 노코멘트하겠다는 뜻으로 들리지만 사실 매 한마디 말은 신주리를 겨냥하고 있었다. 육경서가 여자 친구의 환심을 사려고 할 수 없이 유미나와의 관계를 청산하고 주문서를 결제 못 하겠다는 것으로 오해하게끔 사실을 왜곡하기 위해서이다. 두 사람이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모습으로 봤을 때 확실히 육경서가 열세였고 모든 것을 신주리 위주로 생각한다는 것을 느낌을 주긴 했었다.그녀의 말은 아주 교묘했고 단순히 이 말만 들어서는 신주리와 육경서 사이에 문제가 생겼다고 생각하지 절대 유미나를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옆에 가만히 서 있던 신주리는 찍소리 못하고 모든 덤터기를 뒤집어쓰게 되어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절로 웃음이 났다. ‘실망’으로 가득 찬 유미나가 마이크를 MC에게 넘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297화

    MC가 인터넷에 떠도는 소문을 거론하더니 잊지 않고 유미나에게 확인 사살했다. 유미나는 가슴이 떨려서 미칠 것 같고 손이 덜덜 떨렸으며 위에서 내리비추는 강렬한 스포트라이트 때문에 앞줄에 앉은 육경서의 표정을 볼 수 없었다.하지만 일이 이 지경으로 되어버렸으니 부정할 수는 없었다.“맞아요. 하지만 사실 큰 관계는 없어요. 저와 경서의 우정으로 이 정도는 별거 아니니까 신경 쓰지 않을 거예요.”“전 신경 쓰여요.”느릿느릿한 말소리가 마이크로부터 전해오자 다들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카메라도 그쪽을 향해 각도를 맞췄다. 육경서였다. 맨 앞자리 좌석 등받이에 몸을 기댄 그의 표정은 평온했으나 눈빛이 상당히 매서웠다. 육경서는 손에 든 서류를 흔들며 말했다.“유미나 씨, 이건 거의 10억에 가까운 주문서예요. 단지 드라마 한 부 찍은 인연으로 제가 이 정도로 큰 금액을 부담해야 하나요?”하얗게 질렸던 유미나의 얼굴이 이젠 파랗게 되어버렸고 그녀는 육경서가 수많은 사람 앞에서 이 말을 할 줄 전혀 몰랐다. 무대 아래에서 의논하는 말소리가 분분했고 다들 의혹에 차 있었다.“무슨 일이야? 육경서가 이 주문서를 승인하지 않겠다는 거야?”“승인하는 건 둘째고 육경서 말뜻을 들어서는 저 유 씨와 별로 친하지 않다는 뜻이잖아. 그저 드라마를 함께 찍은 사이라잖아.”“전에 절친이고 소꿉친구라고 하지 않았어?”“육씨 가문과 사이가 좋은 가문 중에 유 씨가 있었어?”“사이가 좋고 나쁘고를 떠나 재벌 가문에 아예 유 씨가 없어!”“...”아래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그대로 전해져왔고 유미나는 파랗게 질려버린 얼굴로 마이크를 잡은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유미나는 카메라 앞에 선 자신이 마치 홀딱 벗겨진 채로 무대 위로 던져버려진 것만 같았다. 아랫입술을 어찌나 세게 깨물었는지 입안에서 피비린내가 났고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당장 숨어버리고 싶었다. 육경서는 유미나에게 반박할 틈도 주지 않고 피식 웃더니 계속해 말했다.“오늘 이 기회를 빌어 해명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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