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식사 후.나태현이 어젯밤 원장에게 부탁해서 예약을 잡은 정신과 의사가 찾아왔다.정신과 의사는 고은지에게 병실을 나가게 했고 고희주와 단둘이 거의 1시간가량 얘기를 나누다가 병실을 나왔다.병실을 나선 의사의 얼굴에는 의문이 가득했다.의사의 안색을 본 고은지는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앞으로 다가갔다.“선생님, 우리 딸은 어떤가요?”의사는 한숨을 쉬며 고은지에게 말했다.“제 사무실로 가서 얘기 나누시죠.”고은지는 고개를 끄덕이고서는 간호사에게 부탁한 뒤 병실을 떠나 의사의 사무실에 도착했다.의사는 30대 남자였고 고은지를 힐끗 바라보더니 말했다.“어디서 문제가 생겼는지 어머님도 잘 알고 계시죠?”“네, 알고 있습니다.”고은지는 잠긴 목소리로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의사는 희주와 1시간 동안 얘기를 나누면서 모든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이 고은지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발견했다.지금 의사는 고은지를 약간의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았지만 직업의 특성상 그런 눈빛을 티 낼 수는 없었다.하지만 아무리 숨기려고 해도 고은지는 여전히 그 눈빛에서 혐오감을 느낄 수 있었다.그런 눈빛 또한 원래도 피투성이였던 고은지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자극했다.의사는 깊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희주의 상황은 정말 심각합니다. 이 기간에는 특별한 주의를 기울이셔야 해요. 지금 희주는 심각한 자살 충동을 느끼고 있어요. 절대로 혼자 두지 마세요.”고은지는 숨이 막힐 것 같았다.의사를 바라보며 그녀가 물었다.“자살 충동이 심하다고요?”의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어머님의 생활 방식에 주의를 기울이셔야 해요. 제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아시죠?”그 ‘생활 방식’이라는 말을 의사는 특히 강조하며 말했다.고은지도 당연히 의사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들었다. 의사는 희주에게서 알아낸 정보들을 통해 자살의 근본적인 원인이 바로 고은지의 무질서한 생활 때문이라고 믿고 있었다.그리고 고은지의 무질서한 생활 때문에 아이를 자살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했
고희주의 심리적인 문제로 인해 고은지의 삶에도 많은 변화를 겪게 되었다.그녀는 엄청난 압박감과 고통에 시달렸지만 이를 악물고 버틸 수밖에 없었다.고은영이 오전에 왔을 때 고은지가 희주를 품에 안은 채 울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어젯밤 그녀가 왔을 때 희주는 잠 들어 있었지만 지금은 깨어 있었다. 두 눈에 가득 찬 눈물을 본 고은영은 마음이 아팠다.그녀는 앞으로 다가가며 말했다.“왜 또 울고 있어?”고은영의 목소리를 들은 고은지와 희주는 몸을 떨어트렸다.고은지는 고은영의 큰 배를 보고 걱정하며 말했다.“혼자 왔어?”“아니”고은영은 고개를 저었다.배준우는 회사에 가 봐야 했지만 고은영은 걱정이 되어 꼭 병원에 가보겠다고 했다.배준우는 고은영을 혼자 보내면 안심할 수 없었기에 그녀와 함께 왔다가 다시 회사에 가기로 했다.고은지는 고개를 끄덕였다.“우리 괜찮아. 너 괜히 고생하지 마. 곧 아이도 낳아야 하는데.”고은영은 고개를 끄덕이고서는 눈가가 빨갛게 달아오른 채 침대에 앉아 있는 희주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가방에서 인형을 하나 꺼내 희주에게 건넸다.“희주야 이모가 주는 선물이야.”희주는 인형을 좋아했고 갖고 있는 모든 인형은 고은영이 사준 것이었다.이 순간 고은지는 고은영의 손에 들려 있는 인형을 보고 더욱 마음이 아팠다.지난 몇 년간 조씨 가문에서 좋은 생활은 하지 못했다. 고은지는 항상 주부였고 매달 조영수가 주는 돈을 받아서 써야 했다.그래서 그녀는 희주를 위해 인형을 살 수 없었다.지금 생각해 보면 가슴이 유난히 아팠다.“고마워 이모.”희주는 작은 인형을 품에 안고서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고은영은 희주의 손목에 두껍게 감겨 있는 붕대를 보고 가슴이 아팠다. 그녀는 희주의 작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말했다.“또 뭐 갖고 싶은 거 있으면 이모한테 다 말해. 알겠지?”“응”희주는 작은 머리를 끄덕이고서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렇게 큰일을 겪고 나서 고은영은 희주에게 일어난 작은 변화를 느꼈다
배준우는 고은영이 화장실에 가고 싶다는 말을 듣고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 마침 그에게 전화가 와 그는 그녀의 손을 놓아주며 말했다.“다녀 와.”고은영의 이상함을 눈치채지 못한 채 그는 돌아서서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고은영은 숨을 쉬며 고개를 숙였는데 바지는 이미 젖어 있었고 심지어 바닥까지 흘러내린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머릿속이 윙윙 울리는 것 같았다. 온 힘을 다해 참으려고 했지만 참을 수 없었다.결국 바닥에 주르륵 떨어지고 말았다.너무 당황스러워 그녀는 쥐구멍이라도 찾아서 기어들어 가고 싶었다.고은영이 그 자리에 얼어붙어 있을 때 배준우는 빠르게 통화를 끝낸 뒤 전화를 끊고서는 고개를 돌렸다. 그는 고은영이 아직도 그 자리에 서 있는 것을 보고 가벼운 목소리로 물었다.“왜 안 가고 그대로 서 있어?”고은영은 부끄러워하며 빨갛게 달아오른 눈으로 배준우를 바라보며 말했다.“나 오줌 쌌어요.”울먹거리는 그녀의 모습에 원래도 놀랐던 배준우는 그녀의 말에 무의식적으로 그녀의 하체를 바라보았다. 그는 바닥에 떨어진 수많은 물을 보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다.다음 순간 그는 앞으로 다가가 재빨리 재킷을 벗어 그녀에게 둘러주었다.그는 부드럽게 그녀의 머리를 품에 안으며 그녀의 등을 쓸어내리며 위로했다.“괜찮아. 걱정하지 마. 우리 먼저 가자.”축축하게 젖은 하반신이 배준우의 옷으로 가려지자 고은영은 마음속으로 조금 안정을 되찾았다.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그녀는 지금 너무 창피해서 빨리 도망치고 싶었다.엘리베이터 입구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또 걸음을 멈췄다.배준우는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또 왜?”고은영은 바로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말했다.“나. 나 참을 수가 없어요.”배준우는 할 말을 잃었다. 물은 이미 그녀의 바지를 타고 바닥을 적셨고 그녀는 절망에 빠졌다.진정훈은 지인의 병문안을 위해 병원에 왔다가 엘리베이터가 열리자마자 보이는 장면에 깜짝 놀랐다.고은영은 너무 창피해서 숨이 막힐 정도로 울고 있었다
고은영이 말했다.“별로 아프지는 않아요.”책에 나온 것처럼 그렇게 죽을 정도로 아프진 않았다. 설마 그녀는 아프지 않고 아이를 낳을 수 있을까?곧 의사가 들어와 그녀를 다시 확인했다.의사는 자궁 경부가 손가락 두 마디 정도 열렸다고 말하며 아직 아픈 시기는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배준우가 이에 물었다.“아프지 않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있나요?”배준우는 전에 책과 영상에서 봤기에 고은영이 그런 고생은 하지 않길 바랐다.그의 말에 의사는 머리가 아팠다.“하나도 아프지 않게 할 수는 없지만 저희가 최대한 사모님의 고통을 줄여드리겠습니다.”“바로 제왕 절개하면 안 되나요?”배준우는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며칠 전에 그는 자세히 비교해 보며 고은영이 순산의 고통은 분명 견딜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특히 지금 이 순간 붉어진 그녀의 눈을 바라보면 정말 분만실에 가서 죽을 정도로 아픈 고통을 견뎌낼 수가 없을 것 같았다.의사가 말했다.“바로 제왕 절개를 하면 수술 뒤에 사모님께서 더 고통스러우실 겁니다.”사실 아이를 낳아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제왕 절개는 과정은 아프지 않지만 수술 뒤 마취가 풀리면 고통이 시작된다.배준우가 고은영에게 물었다.“어떻게 낳고 싶어?”“안 아팠으면 좋겠어요.”고은영은 울먹이며 말했다.배준우가 의사를 바라보았고 의사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이건 너무 막무가내인데?’하지만 의사는 이런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인내심을 갖고 순산과 제왕 절개의 차이점에 관해 설명했다.순산의 과정은 정말 아팠지만 아이를 낳고 나면 제왕 절개에 비해 아주 쉬웠다.많은 임산부가 제왕 절개를 한 뒤에 자궁 수축 때문에 얼마나 큰 고통을 겪는지 알고 있을까?“사모님 조금 진정하세요. 아이를 낳으실 때 수중에서 나으시면 통증이 심하지 않습니다.”“근데 하나도 안 아픈 건 아니잖아요?”고은영은 불쌍한 표정으로 말했다.의사는 순간 어이가 없었다.‘이건 말도 안 되는 소리 아니야? 이미 말했잖아. 고통을 줄일 수 있다고 했
결과적으로 진정훈은 자신의 행동이 너무 이상하다는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원래도 진씨 가문을 좋게 보지 않았던 배준우는 진정훈이 고은영에게 단 한 걸음이라도 가까워지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진정훈은 배준우의 날카롭고 경계심이 가득한 눈빛을 바라보며 겨우 한마디 했다.“난 그쪽을 도우려고 하는 거예요. 혼자서 감당하지 못할까 봐.”그리고 이 말을 하는 진정훈도 조금 우스꽝스럽다고 생각했다.배준우는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나는 왜 몰랐죠? 그쪽하고 내가 이렇게 사이가 좋은지?”‘내가 혼자서 바쁠까 봐 걱정됐다고? 진씨 가문이 이렇게 다른 사람의 일에 오지랖이 넓었나. 그것도 진정훈이?’진정훈은 등골이 서늘해졌다. 그도 어서 빨리 고은영의 신분을 제대로 알고 싶었다.이 시간 동안 진정훈 아버지의 건강은 점점 더 나빠졌고 하루라도 빨리 잃어버린 아이를 찾고 싶다는 얘기를 계속했다.고은영이 비명을 지르자 배준우의 얼굴은 완전히 어두워졌고 바로 소리를 질렀다.“얼른 나가. 아니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그 말을 끝으로 배준우는 몸을 돌려 병실로 들어갔다.그는 심지어 병실의 문을 진정훈의 코 앞에서 쾅 하고 닫았다.진정훈은 할 말을 잃었다.‘배준우는 정말 성격이 왜 저 모양이야? 저러고도 아빠가 될 자격이 있어? 아이와 와이프가 겁먹고 도망가지 않으면 다행이지.’이미 병실로 들어간 배준우는 진정훈의 이상함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얼음처럼 차가운 고은영의 손을 잡았다.“많이 아파?”“아파요, 너무 아파요.”아픈 것은 고은영이었지만 배준우의 이마에 식은땀이 가득 흐르고 있었다. 그는 왜 아이가 바로 나오지 않는지 원망했다.그는 고은영의 이마에 가득 흐르고 있는 땀을 닦아주었다.고은영은 지금 진통의 간격이 점점 짧아지고 있었다. 통증이 느껴졌다가 또 괜찮기를 반복적으로 겪고 있었다.그녀는 아플 때는 소리를 질렀고 아프지 않을 때는 눈물을 흘렸다.그 모습에 배준우의 마음은 더욱 조급해졌다.이 급박한 상황에 마침내 란완리조트
고은영은 코를 들이마셨다.“이러면 좀 덜 아파요.”말은 덜 아프다고 했지만 사실 고통을 분산하는 게 목표였을 뿐이다.배가 너무 아파서 팔을 꼬집으며 자신의 주의력을 분산하고 있었다.배준우는 꼬집어서 빨갛게 된 그녀의 팔을 보며 마음이 너무 아팠다.이게 도대체 무슨 일일까? 아이를 낳으면서 본인의 온몸에 상처를 남겨야 하는 걸까.“안 낳으면 안 돼?”너무 다급함에 배준우는 모두가 경악할 만한 말을 뱉어냈다.병실 안에 있던 의사는 할 말을 잃었다.‘이건 아이를 낳는 건데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낳지 않을 수 있는 건가?’너무 어처구니가 없는 말이었지만 아무도 배준우에게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라 집사가 그 순간 다급하게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대표님. 너무 다급해하지 마세요. 아이는 당연히 낳아야죠.”그 말에 배준우는 이마를 짚었다.그는 지금 후회하고 있었다.그날 밤 왜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않았던 걸까? 그가 조금만 이성을 갖고 있었더라면 고은영이 이렇게 아이를 낳는 고통을 느낄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고희주의 옆을 지키고 있던 고은지는 배준우가 고은영을 데리고 간 줄 알고 밖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하나도 신경 쓰지 않았다.고은지는 병실에서 나왔을 때 청소하시는 분들이 바닥에 있는 물기를 닦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두 아주머니는 청소하며 수다를 떨고 있었다.“다들 젊어서 경험이 없으니까 아이를 낳을 때 정말 웃긴 일이 다 일어나지. 분명 양수가 터진 건데 바지에 오줌을 싼 줄 알았나 봐.”“그러게. 내가 첫 아이를 임신했을 때를 생각하면 5개월이 지났는데도 임신한 줄 몰랐어. 배가 점점 커지는 걸 보고 다른 병에 걸린 줄 알았지 뭐야. 배 속에 암 덩어리라도 생긴 줄 알았어.”“하하하. 나도 그랬어. 가슴이 답답해서 심장병에 걸린 줄 알았지.”“방금 원장까지 내려오던데. 젊은 아가씨 신분이 대단한 사람인가 봐.”“그러게 성이 배 씨라고 했던 것 같은데.”다른 사람이 생각하다가 대답했다.고은지는 배 씨라는 말에 순간
강성으로 돌아온 뒤 며칠 동안 량천옥은 매일 고은영을 찾아갈 방법에 대해 생각했다.하지만 동시에 량천옥은 고은영을 만나는 것이 무서웠다.매번 고은영을 찾으러 갔을 때마다 그녀가 자기를 보고 겁을 먹는 모습이 량천옥의 마음속에 늘 떠올랐다.이때 량천옥은 고은영이 이미 병원에서 곧 아이를 낳는다는 소식을 듣고 더욱 불안해져 어찌할 바를 몰랐다.량일은 량천옥이 무엇을 고민하고 두려워하는지 알고 있었기에 고민하다가 말했다.“그래도 가서 봐야지.”병실에 들어가지 못한다고 해도 밖에서 지키고 있는 것만 해도 안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량천옥은 고개를 끄덕이며 얼른 도우미에게 아이를 이해 준비한 물건과 산모 용품을 챙기라고 했다.아이에게 입힐 배냇저고리는 사 오자마자 따로 소독을 마쳤다.입힐 수 있을지 몰라도 량천옥은 준비한 것들을 챙겨 떠났다.량일과 함께 병원에 도착했을 때 고은영은 이미 분만실로 옮겨져 있었다.배준우와 란완 리조트에서 온 사람들이 분만실 앞을 지키고 있었다.배준우는 함께 들어가서 옆에서 지키고 싶었지만 의사와 집사는 그를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집사는 경험이 풍부했기에 남자와 여자 사이에 첫 번째 위기가 바로 여자가 아이를 낳는 순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대신 혜나에게 재빨리 함께 들어가라고 했고 배준우는 문 앞을 지킬 수밖에 없었다.문 너머로 고은영의 비명이 희미하게 들려 더욱 불안해졌다.“빨리 문 열어줘요. 내가 들어가야 해요.”“대표님.”집사는 머리가 아팠다.배준우는 그렇게 많은 걸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그는 손을 뻗어 문을 열려고 했지만 문은 안에서 꽉 잠겨 있었다.병실에서 이곳까지 따라온 진정훈은 배준우가 안절부절못하고 서성이는 것을 보고 화를 내며 말했다.“아이를 낳는 것뿐인데 이렇게 생이별이라도 하는 것처럼 호들갑 떨지 말고 좀 조용히 해줄래요?”그제야 배준우는 진정훈이 아직도 이곳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량천옥도 진씨 가문의 사람이 아직도 있는 것이 놀라웠다.그리고 배준우는 진정훈이 ‘아이를
이제 그들은 그녀의 딸에게 손을 뻗으려고 했다. 량천옥은 자신의 목숨을 걸고서라도 이 사람들을 찢어버릴 것이다.진정훈은 숨을 크게 쉬었다.‘미쳤어. 미쳤어. 배씨 가문은 도대체 무슨 상황인 거야?’배준우를 바라보자 배준우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아직도 안 가?”‘하. 그래 이제 아주 두 모자께서 장단이 잘 맞는다는 거지? 이렇게 사이가 좋은 모습을 보니 도대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네?’“난 안 가요.”그렇게 말한 뒤 진정훈은 벤치에 앉았다.모두 할 말을 잃었다.저런 꼴을 당하고도 안 간다고?아니 도대체 이 일이 저 사람과 무슨 상관이 있는 걸까?진정훈은 사실 고은영이 걱정되었다. 비록 아직 확실한 건 없었지만 그는 직감적으로 고은영 목덜미에 있는 상처가 그의 어머니가 말한 상처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 진정훈이 생각지도 못한 것은 그가 걱정되어 떠나지 않는 것이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얼마나 막무가내로 보이는지였다.그리고 사람들은 진정훈이 도대체 배준우와 이렇게 억지를 부려 얻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몰랐다.분만실에서 고은영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사람들은 더 이상 진정훈에게 관심을 기울일 여유가 없었다.분만실 안.고은영은 수중에서 출산하고 있었다. 혜나와 고은지는 모두 그녀의 곁에서 끊임없이 그녀를 진정시키고 있었다.그러나 엄청난 고통이 고은영을 덮쳤고 그녀는 너무 아파서 기절할 뻔했다.“안 돼. 너무 아파. 아.”혜나는 고은영이 너무 아파하는 것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계속 고은영의 땀을 닦아주며 말했다.“거의 다 됐어요 사모님. 교수님이 이미 7마디나 열렸다가 말씀하셨잖아요.”“그래 은영아. 7마디면 거의 다 됐어.”고은지도 순산으로 희주를 낳았기에 이미 경험이 있었다.그리고 의사도 검사를 통해 태아의 생태를 확인했고 고은영의 상황에서 순산이 가장 좋다는 판단을 내렸다.제왕 절개를 하면 결국 수술 후에 더 힘들다.“근데 나 너무 아파.”고은영은 끊임없이 눈물을 흘렸고 그 모습에 고은지와 혜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