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훈은 예리한 눈빛으로 눈앞의 상황을 지켜봤다.그는 전부터 량천옥이 진유경과 배준우의 결혼을 적극 추진한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량천옥과 고은영의 관계에 대해서는 아직 몰랐기에 그는 지금 눈앞의 장면에서 조금의 혼란도 보아내지 못했다.진경희가 다시 앞으로 나서려고 할 때 진정훈이 그녀의 앞을 막았다.“할머니.”진경희는 매우 화가 나 있었다.‘시간을 지체 한 건 바로 이놈이야. 아까 시간을 지체하지 않았다면 은영이를 이미 데려다줬을 텐데.’진정훈이 말했다.“저 사람은 고은영의 남편이에요.”진경희는 남편이라는 두 글자에 더욱 경계했며 진정훈을 더 안 좋은 표정으로 바라보았다.‘그래서 저 남자가 바로 진유경이 결혼하고 싶어 하는 남자야? 그리고 저 남자가 진유경 때문에 은영이하고 이혼한 거야?’진경희는 원래부터 진유경을 무시했지만 이제 배준우의 잘난 외모를 보고 나니 더 화가 났다.배준우는 고개를 숙이고서는 겁을 먹은 얼굴로 량천옥을 쳐다보고 있는 고은영을 바라보았다.그는 고은영을 공주님 안기로 안아 올렸다.고은영이 깜짝 놀라서 소리를 지르자 그는 바로 차로 걸어갔다.멀지 않은 곳에 서 있던 량천옥은 배준우가 고은영을 직접 데려가는 것을 본 순간 그동안 억눌렀던 감정이 완전히 폭발했다.특히 방금 고은영이 량천옥을 쳐다보던 겁먹은 눈빛이 그녀의 가슴을 깊게 후벼팠다.배준우의 차들은 정정당당하게 떠나갔다.진정훈은 진경희를 설득해서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오직 량천옥만이 그 자리에 외롭게 오랜 시간 서 있었다. 마치 그녀의 두 다리는철통처럼 무거워 보였다.“사모님, 다들 이미 떠났습니다.”계속 량천옥의 옆에 있던 김민재가 정중하게 앞으로 다가가서 말했다.량천옥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깊은 한숨을 쉬었지만 여전히 가슴은 꽉 막힌 느낌이었다.방금 그녀는 도저히 앞으로 다가갈 용기가 없었다.진정훈은 나왔을 때 량천옥이 있는 것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사모님 진씨 가문에게 배씨 가문과이 이 혼인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고은영은 더욱 억울해하며 울었다.배준우는 그녀의 울음소리에 머리가 아팠다.하지만 그녀의 빨갛게 부은 눈가를 보면 또 어쩔 수가 없었다.“알았어. 그만 울어.”그는 결국 부드러운 말투로 그녀를 달랬다.하지만 고은영은 더 흐느끼며 울었고 이제는 눈물에 이어 콧물까지 흘러나왔다.그녀는 지난 며칠간 계속 긴장감 속에서 지내왔다.이제 배준우에게 잡혔으니 그녀는 마침내 억눌렸던 감정을 폭발시켰다.배준우는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면서 울음을 그치지 않는 그녀의 모습에 너무 심하게 울어 무슨 일이라도 날까 봐 걱정했다.“됐어. 그만 울어.”하지만 고은영은 여전히 울었다.차 앞에 앉은 기사와 진청아는 모두 충격을 받았고 최대한 숨을 죽이며 존재감을 낮추려고 노력했다.진청아는 그나마 회사에 있을 때 배준우가 얼마나 고은영에게 인내심을 갖고 애정을 쏟아붓는지 알고 있었기에 괜찮았지만 기사는 달랐다.기사는 다른 직원들과는 달리 아직도 배준우가 한 직원이 울었다는 이유로 전체 팀을 해고했다는 기억에 머물러 있었다.지금 배준우가 이 정도로 인내심을 갖고 울고 있는 고은영을 달래는 모습을 직접 두 눈으로도 보고도 차마 믿을 수가 없었다.음음음 작은 공간에서 핸드폰이 진동했고 모든 사람이 진동을 느낄 수 있었다.장선명의 전화였다.배준우는 전화를 받자마자 말했다.“말해.”“준우야 문제가 좀 생겼는데 꼭 말해야 할 것 같아서.”장선명의 진지한 목소리에 배준우는 무의식적으로 품에 안겨 흐느끼며 울고 있는 고은영을 쳐다보았다.그는 최대한 차갑게 말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무슨 일인데?”장선명이 말했다.“배지영이 만하고성의 양아치들을 고용해서 지금 형수님의 행방을 찾고 있어.”배준우는 장선명이 말이 끝나는 순간 눈에 냉기가 스쳤다.꽉 다문 입술이 위험하게 떨리고 있었다.“배지영?”“어. 나한테 그 사람들을 계속 감시해 달라고 네가 부탁했잖아. 아저씨 쪽에서는 아무런 움직임도 없어.”의외였다.배준우가 이 일을 장선명에게 부탁한 것은 배항준 쪽을 잘
다들 해성으로 돌아왔을 때 이미 새벽 4시가 넘었다.배준우는 고은영을 바로 란완리조트로 데려갔다. 라 집사는 이미 진청아의 전화를 받았기에 대충 상황을 알고 있었다.차들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라 집사는 본능적으로 앞으로 다가가 배준우의 차 문을 정중하게 열려고 했다.하지만 진청아가 먼저 차에서 내려 라 집사에게 멈추라는 손짓을 보냈다.이에 라 집사는 궁금함에 앞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사모님께서 돌아오셨나요?”진청아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돌아오셨어요. 하지만 많이 피곤한 상태라 대표님은 방해 받고 싶어 하지 않으세요.”라 집사는 고은영이 돌아왔다는 말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이때 혜나가 라 집사의 등 뒤에서 나타나더니 고은영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기쁜 표정을 지었다.며칠 동안 혜나는 사모님이 밖에서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봐 항상 걱정하며 긴장한 상태로 지냈다.심지어 마음속으로 대표님을 원망하기까지 했다. ‘이렇게 연약하고 귀여운 사모님께 대표님은 왜 그런 걸까?’고은영은 정말 사랑스러웠다.이때 배준우는 자기 다리를 베고 자는 작은 여자에게 재킷을 벗어 덮어주며 마음속으로 안정감을 느끼고 있었다.며칠 동안 그녀 혼자 밖에서 자기 자신을 잘 챙기지도 못했을 것이다.그 밖에도 사람들이 암암리에 무슨 짓을 할지 끊이지 않고 걱정했을 테니 제대로 잠을 이뤘을 리가 없었다.아침 8시가 되어서야 고은영은 배준우의 다리에서 희미하게 깨어났다.그것도 배 속 아이의 태동이 느껴져서 일어난 것이었다.어젯밤 그녀는 정가마을 집에서 너무 다급하게 나오느라 제대로 챙겨 입지 못해 옷도 얇게 입고 있었다.배준우는 그녀의 배가 부풀어 오르는 것을 지켜보다가 무의식적으로 손바닥을 가져갔다.그러자 장난꾸러기 녀석은 마치 그에게 불만을 표시하듯 그의 손바닥을 발로 걷어찼다.그 순간 배준우의 마음은 전례 없는 부드러움과 기대감으로 부풀어 올랐다.그는 한 번도 결혼과 자녀에 대한 로망이 없었다.하지만 이제 그는 그녀의 배 속에 있는 작은
고은영은 자유로워지자마자 뒤돌아서 문 쪽으로 걸어갔다.배준우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이 계집애가.’그는 곧바로 그녀의 손목을 낚아채며 말했다.“뭐 하는 거야?”“상관하지 마요.”고은영은 손목을 빼내려고 안간힘을 썼다.하지만 그녀가 힘을 쓸수록 배준우는 더 꽉 잡았고 그녀는 아예 벗어날 수 없었다.그 순간 그의 눈빛도 차가워졌다.배준우는 지금 그녀가 자기에게 투정을 부리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채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녀가 화를 내는 것을 보고 그는 무의식적으로 한마디를 내뱉었다.“정말 네 일에 상관하지 마?”“하지 마요.”고은영도 아무 생각 없이 대답했다.예전이라면 감히 배준우의 앞에서 이런 짓을 할 수 없을 텐데 지금은 목숨을 걸고 말하는 것 같았다.배준우가 말했다.“월급 깎이고 싶어?”고은영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갑자기 주변의 공기가 조용해졌다.‘월급’이라는 두 글자가 고은영의 약점인 듯했다.그녀는 현재 너무 화가 나서 강성을 떠나도 계속해서 대출금을 갚아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것 같았다.하지만 예전 같았으면 고은영도 돈 때문에 배준우에게 매달렸겠지만 지금은 그러지 않았다.얼마전 만하고성 관리사무소에서 그녀에게 러브콜을 했고 1년에 2억을 버는 것도 문제 없었다.이는 그녀가 정설호 선생님의 손에서 오랜 세월 배운 것들이 이미 성숙해졌다는 뜻이었다.자기가 가진 기술로 돈을 벌 수 있다면 왜 굳이 비서로 돈을 벌어야 할까?돈 걱정이 사라진 고은영은 바로 굴하지 않는 눈빛으로 배준우를 바라보았다.“깎고 싶으면 깎아요. 상관없으니까.”‘이것 봐라. 어디서 나온 자신감이야?’배준우는 자기도 모르게 깜짝 놀랐다. 그는 이제 돈으로도 그녀를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그는 다시 어두워진 얼굴로 말했다.“정말이야?”“정말이죠. 그리고 준우 씨 나한테 빚진 거 있죠?”“뭐라고?”“계약이 끝나면 나한테 1억을 주기로 했잖아요. 설마 모른 척하려는 건 아니죠?”고은영은 이제 싸울 준비가 되었다
배준우는 그녀가 아직도 1억에 관해 얘기하는 것을 보고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내 모든 건 다 네 것이고, 그 1억도 네 것이야.”‘1억을 원한다고? 그럼 아예 모든 걸 줄게.’고은영은 그 말에 너무 충격을 받아 입을 다물 수가 없었고 계속 어딘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하지만 그녀가 미처 깨닫기도 전에 배준우가 다시 그녀의 품에 지갑을 쑤셔 넣었다.만약 돈이 고은영에게 안전감을 줄 수 있다면 배준우는 그녀에게 더 많은 돈을 줄 것이다.배준우는 세심한 사람이 아니다.이 말은 전에 장선명이 그에게 했던 말이었다.장선명은 이어서 그의 여자가 너무 불쌍하다고 말하며 그의 돈을 한 푼도 쓰지 못했다고 했었다.사실 그는 평소에 돈을 많이 쓰지 않기 때문에 모두 고은영을 위해 돈을 썼다.‘그리고 전에 은영이가 쓴 돈도 모두 내가 은영이한테 준 월급 아니야? 그럼 당연히 내 돈을 쓴 거지.’“배 안 고파?”“고파요.”“그럼 먹으러 가자.”그렇게 말한 배준우는 고은영의 다른 한쪽 손을 잡고 안으로 걸어갔다. 고은영은 지갑을 품에 안은 채 어리둥절한 상태로 그의 뒤를 따라갔다. 원래 폭발할 것 같던 분노가 갑자기 불안감으로 바뀌었다.라 집사와 도우미들은 모두 배준우가 밤새도록 차 안에서 고은영과 함께 머물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아무리 그녀를 깨울까 봐 걱정됐다고 해도 이건 너무 애지중지하는 것이 아닐까?두 사람이 손을 잡고 들어오는 것을 보고 가장 기뻐하는 사람은 라 집사와 혜나였다.혜나는은 앞으로 가서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사모님.”“혜나야.”혜나를 보자 고은영은 이유도 없이 마음속으로 친밀감을 느꼈다.어쩌면 고은영이 이곳에 온 이후로 혜나가 그녀를 보호해 준 이유일 지도 몰랐다.혜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오늘 아침 주방에서 모두 사모님이 좋아하시는 것들로 준비했습니다.”두말할 것도 없이 고은영이 돌아왔다는 말에 주방에서 요리를 담당하는 아주머니는 활력이 솟았다.배준우는 거의 돌아오지도 않았고
그러나 그는 그녀의 큰 배를 보고 화를 낼 수 없었다.그는 이를 악물며 물었다.“그럼 이제 임신했으니까 그런 걸 먹으면 안 된다는 생각은 안 해봤어?”이를 악물고 말하는 배준우의 말에 고은영은 순간 멈칫하더니 정신을 차렸다.그녀의 얼굴에서 흥분은 금방 사라졌다.그러고는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배준우를 힐끔 바라보았다. 그녀가 그런 음식을 먹은 건 모두 누구의 탓일까?배준우는 말이 없는 고은영을 흘겨보며 코웃음을 쳤다.“왜? 이제야 잘못을 알겠어?”“배불러요. 더 안 먹을 거예요.”고은영은 그의 말에 대답도 하기 귀찮은 듯 바로 젓가락을 내려놓았다.아예 대답도 하지 않는 고은영 때문에 놀란 것은 배준우뿐만이 아니라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이 깜짝 놀랐다.린완리조트에서 최고 발언권을 가진 사람은 배준우였다.아무리 고은영이 사모님의 신분으로 이곳에 있다고 해도 반드시 배준우의 말을 들어야 한다.그런데 지금 그녀는 무슨 뜻일까? 설마 배준우의 말을 듣지 않겠다는 건가?사람들이 반응하기도 전에 고은영은 몸을 일으키며 배준우에게 말했다“아이는 절대로 준우 씨한테 안 줄 거예요.”“뭐라고?”그녀가 아이에 대해 얘기하자 배준우의 얼굴은 다시 어두워졌다.‘무슨 뜻이지?’배준우는 어리둥절했다.고은영은 돈의 족쇄에서 풀려나서 그런지 이제 배준우를 마주해도 더 이상 이전처럼 순종적이지 않았다.배준우의 살짝 차가운 눈빛에도 그녀는 흥하고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아이는 당신한테 주지 않겠다고요. 이번에는 똑똑히 들었죠?”“아이를 나한테 안 주겠다고? 그래서?”“그래서 지금 준우 씨한테 통보하는 거잖아요.”그래서라니? 그녀가 미친 여자도 아니고 이 말은 당연히 진심이었다.배준우는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고은영은 그런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혼자 먹어요. 난 먼저 가 볼 테니까.”그렇게 말하고는 진짜 문 쪽을 향해 걸어갔다.이번에 배준우는 정말 깜짝 놀랐다.방금 그녀는 그와 대화할 마음도 있었고 그와 함께 집 안에 들어왔다.
고은영이 큰 배를 내밀고서는 곧 떠날 것 같은 모습을 보이자 혜나의 얼굴이 불안감으로 가득 찼다.특히 다이닝룸에서 배준우의 분노가 계단까지 흘러나오는 것 같은 오싹함이 들었다.그녀는 깊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사모님 먼저 이러지 마세요. 이러다 대표님이 정말 화내실 거예요.”배준우가 화를 낼 것이라는 혜나의 한마디에 고은영은 바로 짜증을 냈다.“화내고 싶으면 내라고 해. 흥.”‘화를 내? 화내고 싶으면 얼마든지 내라고 해.’이번에 도망쳐서 이미 살길을 찾아놓은 고은영은 보기 드물게 배짱을 부렸다. 그녀도 한번 배짱을 부리니 평범한 배짱이 아니었다.라 집사는 배준우가 어두운 얼굴로 식탁 앞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초조하게 앞으로 다가갔다.“대표님, 가서 사모님을 달래시지 않으세요?”“만약 고은영이 그런 여자들처럼 밀당하는 수작을 부리려는 거라면 난 가서 달래지 않을 거야.”라 집사는 할 말을 잃었다.사모님은 이번에는 전보다 훨씬 용기 있는 모습으로 돌아오셨다.‘설마 정말 밖에서 사람들에게 몇 가지 요령을 배우고 돌아오신 걸까? 전에 사모님의 성격이라면 이런 일을 벌이시는 건 불가능한데.’그러나 라 집사는 태산처럼 굳게 앉아 있는 배준우를 바라보며 걱정스럽게 말했다.“대표님 잊으셨어요? 지금 사모님 임신하셨잖아요? 아무리 사모님이 밀당하신다고 해도 대표님이 가서 달래 주지 않으시면 사모님이 화를 내시다가 문제가 생길 수도 있어요”배준우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일반적으로 미숙아는 태어나면 키우기 어려워요.”라 집사는 고민하다가 한 마디를 덧붙였다.앞에 말은 별로 효과가 없었지만 뒤에 덧붙인 말에 앉아 있던 배준우는 바로 몸을 일으켰다.배준우는 신속하게 고은영을 따라나섰다. 혜나가 고은영을 차에 타라고 했지만 그녀는 화를 내며 바로 대문 쪽을 향해 걸어갔다.‘이 여자가 정말. 사람이 이 정도로 잡으면 그만 돌아와야지. 진짜 떠나려고 해?’이번에 나가서 육명호에게 나쁜 것을 많은 배운 것 같았다.배준우는 마음속으로 육명호에게 복
배준우는 본능적으로 그녀를 품에 안고 말했다.“착하지. 그만 울어 응?”배준우는 이 순간 그녀가 너무 많이 울어 탈진할까 봐 정말 걱정되었다.예전에 그녀는 애교가 많은 연약한 여자였다.그의 차가운 눈빛 한 번에도 그녀는 깜짝 놀라며 바로 눈물을 흘렸었다.하지만 지금은 배준우가 달래지 않은 것도 아니고 달래줬는데도 더 심하게 울었다.계속 울더니 결국 마지막에는 딸꾹질까지 했다.“딸꾹. 흑. 딸꾹.”그녀가 이 정도로 우는 모습을 보니 배준우는 감히 그녀가 밀당한다고 혼낼 수도 없었다.'밀당한다고 해도 내가 뭘 어쩌겠어? 사람이 이 정도로 우는데 달래줄 수밖에.'“내가 잘못했어. 다 내 잘못이야.”라 집사는 이미 비가 내리기 시작한 것을 보고 다급하게 우산을 들고나왔다.그런데 배준우가 자기의 잘못을 저렇게 저 자세로 인정하는 것을 들으니 너무 충격을 받아 감히 더 이상 다가갈 수가 없었다.지금 눈앞에 있는 배준우는 방금 다이닝룸에서처럼 고집스럽게 말하지 않았고 완전히 아내 바보가 따로 없었다.아마 지금 고은영이 수작을 부렸다고 인정해도 그는 완전히 받아줄 수 있을 것이다.“더 울면 안 돼. 착하지.”“울 거야. 이 나쁜 놈아.”고은영은 불만스럽게 흐느끼며 말했다.작은 입술로 욕을 내뱉는 것도 잊지 않았다.그녀는 너무 억울해서 배준우에게 자신의 억눌렸던 감정을 모두 쏟아냈다.라 집사는 이 우산을 차마 건넬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바로 몸을 돌려 떠났다.두 사람은 라 집사가 그들의 뒤에 다녀갔는지도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배준우는 울어서 퉁퉁 부은 고은영의 얼굴을 보며 엄지로 그녀의 눈물을 살살 닦아주었다. 그러고는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며 말했다.“더 울면 이따가 아플 수도 있어. 그러니까 말 들어.”그의 말투는 더욱 부드러워졌다.심지어 배준우는 지금 이 순간 완전히 해탈했다. 그녀가 며칠 동안 밖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하기 어려우면 말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했다.사람이 건강하게 돌아왔으면 그걸로 만족했다.그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