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마을에도 도로가 다 통해 있었기에 배준우가 주소를 손에 넣었다면 아마 10여 분 만에 이곳에 도착할 수도 있었다.고은영이 진정훈의 옆을 지나갈 때 방 안의 불빛이 그녀의 목덜미를 비추었고 진정훈의 동공은 다시 한번 커졌다.한편 고은영이 긴박한 만큼 안지영도 지금 이 순간 패닉 상태였다.그녀는 밤새도록 나태웅을 찾았다. 이때 나태웅은 서향 별장에서 금방 샤워를 끝내고 나왔다. 그런 나태웅에게 집사가 다가와서 말했다.“도련님, 안지영 아가씨가 찾아왔는데 도련님을 뵙고 싶어 하십니다.”그의 머리카락에서 뚝뚝 떨어진 물방울이 완벽한 복근 라인을 따라 흘려내려 숨 막힐 듯한 느낌을 주었다.안지영이 자기를 찾아왔다는 말에 나태웅은 전혀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더 싸늘하게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안지영 혼자 왔어?”“네.”집사가 고개를 끄덕였다.‘혼자 왔다고? 하 장선명을 많이 믿고 있는 거 아니었어? 왜? 지금은 장선명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 같나 보지?”나태웅의 눈에 차갑고도 농후한 조롱의 뜻이 담겨 있었다. 그는 냉정하게 두 글자를 뱉어냈다.“안 봐.”“알겠습니다.”집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더니 돌아서서 내려갔다.나태웅 혼자 남았을 때 그의 눈은 전례 없는 차가움으로 빛났다.‘인제야 날 찾아올 생각을 해? 그전에는 뭘 했는데?’안지영은 별장 밖에서 그대로 서 있었다. 이곳의 사람들은 그녀에게 들어와서 기다리라는 말도 없이 나태웅에게 물어보겠다는 말만 하고 떠났다.‘날 들어가지도 못하게 하는 거야?’안지영은 너무 화가 나서 마음속으로 나태웅을 욕했고 심지어 나씨 가문의 조상들에게도 욕을 아낌없이 퍼부었다.나태웅에게 물어보겠다며 떠난 집사는 빠르게 달려와 안지영 앞에 서더니 정중하게 입을 열었다.“안지영님 아가씨.”안지영이 물었다.“어떻게 됐어요? 이제 들어가면 되나요?”집사는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작은 도련님께서 아가씨를 뵙고 싶지 않다고 하셨습니다.”안지영은 집사의 말에 갑자기 숨이 막혔다.그녀의
나태웅은 흥하고 코웃음을 쳤다.“그렇게 능력이 좋아? 그럼 어디 보여줘 봐. 이번에는 어떤 방법으로 안지영을 도와 이 문제를 해결할 거야?”그의 말이 떨어지자 핸드폰에서 정적이 흘렀고 두 사람 사이의 강한 대립이 팽배했다.장선명은 나태웅이 이제 안씨 가문만을 표적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는 말을 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나태웅과 장선명의 사업은 같은 업계가 아니었다. 이건 나태웅이 그를 난감하게 하려는 것이었다.하지만 장선명은 그렇게 호락호락 쉽게 난감하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그는 흥하고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그럼 우리 장씨 가문과 나씨 가문의 일부 문제들은 잘 정리해야겠네.”장선명은 말을 끝내고서는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나태웅은 핸드폰에서 들려오는 뚜뚜 소리에 눈빛의 싸늘한 기운이 더 위험하게 번쩍였다.그가 이번에 그렇게 많은 대가를 치르면서 동지운의 손에서 그 많은 지분을 매수한 것은 모두 안지영에게 장선명은 의지할만한 놈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그리고 하늘 그룹은 딱히 난감하게 만들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하지만 아쉽게도 안지영은 지금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지 않네.’안지영은 정말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고 지금 그녀는 화가 나서 폭발할 것만 같았다.차 안에서 그녀는 장선명의 전화를 받았고 그는 그녀에게 바로 물었다.“너 나태웅 찾아갔어?”“찾아갔어요. 그 개자식 얼굴도 보지 못했지만.”안지영은 화를 내며 말했다.화면을 통해서도 나태웅을 산산조각 내버리고 싶어 하는 안지영의 분노가 느껴졌다.장선명이 말했다.“이 일은 내가 처리할 테니까 넌 나태웅 다시는 찾아가지 마.”“나도 다시는 찾아가지 않을 거예요. 내가 그놈을 다시 찾아가면 나 자신을 너무 비참하게 만드는 거잖아요.”그녀는 방금 나태웅이 그녀에게 던졌던 만나지 않겠다는 한마디가 너무 화가 났다.그 태도는 마치 그녀가 마음이 조급해서 빨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옷을 벗고 그의 침대에 눕고 싶어 하는 여자인 것처럼 만들었다.그녀가 지금 다시
“내가 데려다줄게요.”고은영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지금 날 데려다주겠다고?’그녀는 진씨 가문의 사람과 함께 가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바깥의 어둠을 바라보며 그녀는 일시적으로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지금 시골에 있었고 차가 없었기 때문에 혼자 걸어가야 했다. 하지만 시골에는 많은 개들이 목줄을 매지도 않고 돌아다녔다.그녀는 어렸을 때 개에게 물린 적이 있어서 혼자 가라고 하면 무서워서 감히 혼자 갈 수가 없었다.고민하다가 결국 진정훈에게 손목이 잡힌 채로 차를 향해 걸어갔다.진정훈은 바로 고은영을 데리고 차에 탄 뒤 시동을 걸었다. 그는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어디로 갈지 생각했어요?”그의 말은 아까보다 훨씬 부드러웠다.단지 극도로 긴장하고 겁을 먹은 고은영은 그의 이런 변화를 몰랐다.그녀는 어디로 갈 거냐는 말에 멍하니 고개를 저었다.“나, 나도 잘 모르겠어요.”지금 이 순간 너무 다급해서 그녀는 어디로 가야 할지조차 몰랐다.진정훈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더 묻지 않고 바로 차를 몰았다.그러나 차가 출발해서 모퉁이를 돌자 갑자기 헤드라이트가 번쩍이더니 위압적인 벤츠 지바겐이 마치 호랑이처럼 모퉁이에서 튀어나왔다.강렬한 조명에 고은영과 진정훈은 무의식적으로 눈을 가늘게 떴다.진정훈은 비교적 빠르게 반응하고 자기도 모르게 핸들의 방향을 돌렸지만 뒤에서도 똑같이 헤드라이트가 그들을 비추고 있었다.진정훈은 순간 멈칫했다.‘우리가 포위된 건가?’고은영의 심장은 이미 목구멍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았고 순간 억울한 마음에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얼마 지나지 않아 강렬한 조명에 익숙해지자 앞에 차에서 내리는 진청아의 모습이 보였다.그녀를 본 순간 고은영의 심장은 걷잡을 수 없이 빨리 뛰었다.진청아는 정중하게 차 문을 열었고 배준우가 싸늘한 기운을 내뿜으며 차에 앉아 있었다. 차 유리를 중간에 두고 두 눈을 마주하는 순간 고은영은 심장이 철렁했다.그들은 며칠 동안 서로를 보지 못했다.그러니 이 순간 고은영의 머릿속에 떠오
두 사람이 고민하는 사이 진청아는 이미 고은영이 앉아 있는 차 쪽으로 다가와 정중하게 차 문을 두드렸다. 그런 다음 차 문을 열려고 했다.하지만 두 번 정도 당겨도 차 문은 열리지 않았다.진청아는 표정을 바꾸지 않은 채 차 문을 열려던 손을 멈추고서는 공손하게 차 안을 향해 말했다.“사모님, 내리시죠.”고은영은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감히 차 문을 열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밖에서 진청아는 인내심 있게 기다렸다.“사모님.”하지만 고은영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진정훈은 고은영의 눈에서 눈물이 멈추지 않는 것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정말 배준우를 따라가기 싫어요?”그는 고은영과 배준우의 결혼이 가짜일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하지만 결혼이 가짜라고 해도 그녀는 지금 임신한 생태이다.덕분에 간단했던 일이 더 복잡하게 변했다.고은영은 억울해하며 말했다.“내가 배준우와 함께 가면 아이를 지킬 수 없을 것 같아요. 윽.”“배준우가 아이도 지우라고 했어요?”이에 진정훈은 더욱 화가 났다.그는 그제야 배준우가 왜 고은영을 계속 찾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진정훈은 전에 배준우의 소문 중에 그의 아이를 임신하고 끊임없이 그를 찾아온다는 소문을 들었었다.하지만 결국 병원으로 데려가 끝을 봤다는 소문이었다.‘그러니까 두 사람의 결혼이 진짜가 아니라면 배준우는 고은영 배 속이 아이를 남겨두지 않을 거야.’진정훈은 고은영의 목덜미에 있는 상처를 보고 마음속으로 이미 강성에 돌아가서 해야 할 일에 대해 계획하고 있었다.‘근데 지금 이런 상황이라면.’밖에 있는 진청아는 차 안에 있는 두 사람의 대화를 들을 수가 없었다.5분을 기다려도 고은영이 차에서 내릴 생각이 없어 보이자 결국 진청아는 배준우가 있는 차를 향해 걸어갔다.진청아는 배준우의 어두운 얼굴을 바라보고서는 깊은 한숨을 쉬며 에둘러 말했다.“대표님, 사모님께서 많이 겁을 먹으신 모양입니다.”결국 진청아도 여자였기에 무의식적으로 같은 여자인 고은영을 도와 말했다.하지만 놀랐다는
아마도 진씨 가문 사람들이 량천옥과 연관이 있어서인지 배준우는 본능적으로 싫어했다.그는 말을 마친 뒤 진정훈은 밀쳐냈다.배준우의 힘이 좀 커서인지 진정훈은 무방비하게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진정훈은 순간 분노가 폭발했다.무의식적으로 앞으로 가서 그의 차를 향해 다가가고 있는 배준우를 막으려고 했지만 진청아가 그의 앞을 막았다.진정훈이 눈살을 찌푸리는 것을 보고 진청아가 말했다.“진 대표님, 이건 저희 대표님 집안일입니다.”“집안일? 이 결혼 가짜라며. 그런데 왜 집안일이요?”진정훈은 화를 내며 말했다.전에 진유경이 계속 배준우와의 결혼을 준비했고 이미 상의가 끝난 일이었다.하지만 결국 배준우가 갑자기 결혼을 발표해서 망쳐버렸다.이 일로 진씨 가문은 뒤통수를 제대로 맞았다. 지금까지도 진씨 가문은 배씨 가문에 대한 화가 풀리지 않았다.심지어 이 일로 진정훈의 아버지와 배항준 계속 알선 중이다.배준우의 쓰레기 같은 행동에 지금까지도 진씨 가문의 심기는 풀리지 않았다.이 말은 어두운 공기 중에 흩어져 춥지 않은 날씨인데도 사람을 떨게 했다.배준우의 눈빛은 싸늘하게 번쩍였다.어둡게 선팅되어 있는 차 창문을 보고 그는 차갑게 한마디를 뱉었다.“문 열어.”차에 앉아 있던 고은영은 가슴이 쪼그라드는 것 같았다.배준우는 계속해서 말했다.“계속 문 안 열면 정말 너한테 아이를 안 줄 거야.”그 한마디는 어떤 말보다도 위협적이었다.배준우의 말이 끝난 지 3초도 되지 않아 차 문이 안에서 열렸다.량천옥은 도착하자마자 이 장면을 목격했다.고은영은 덜덜 떨면서 불쌍한 얼굴로 차 안에서 내렸다.배준우의 차가운 눈빛을 마주한 순간 그녀의 눈물은 다시 한번 쏟아졌고 심지어 이번에는 와하고 소리를 내며 울기 시작했다.그 울음소리는 검은 밤하늘에 울려 퍼졌고 모두의 마음을 아프게 만들었다.진경희는 방금 전화를 끝내자마자 밖에서 들려오는 울음소리에 다급하게 달려왔다.하지만 눈앞에 벌어진 장면을 보고 깜짝 놀랐다.진경희는 진정훈이 이미 고은영을
진정훈은 예리한 눈빛으로 눈앞의 상황을 지켜봤다.그는 전부터 량천옥이 진유경과 배준우의 결혼을 적극 추진한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량천옥과 고은영의 관계에 대해서는 아직 몰랐기에 그는 지금 눈앞의 장면에서 조금의 혼란도 보아내지 못했다.진경희가 다시 앞으로 나서려고 할 때 진정훈이 그녀의 앞을 막았다.“할머니.”진경희는 매우 화가 나 있었다.‘시간을 지체 한 건 바로 이놈이야. 아까 시간을 지체하지 않았다면 은영이를 이미 데려다줬을 텐데.’진정훈이 말했다.“저 사람은 고은영의 남편이에요.”진경희는 남편이라는 두 글자에 더욱 경계했며 진정훈을 더 안 좋은 표정으로 바라보았다.‘그래서 저 남자가 바로 진유경이 결혼하고 싶어 하는 남자야? 그리고 저 남자가 진유경 때문에 은영이하고 이혼한 거야?’진경희는 원래부터 진유경을 무시했지만 이제 배준우의 잘난 외모를 보고 나니 더 화가 났다.배준우는 고개를 숙이고서는 겁을 먹은 얼굴로 량천옥을 쳐다보고 있는 고은영을 바라보았다.그는 고은영을 공주님 안기로 안아 올렸다.고은영이 깜짝 놀라서 소리를 지르자 그는 바로 차로 걸어갔다.멀지 않은 곳에 서 있던 량천옥은 배준우가 고은영을 직접 데려가는 것을 본 순간 그동안 억눌렀던 감정이 완전히 폭발했다.특히 방금 고은영이 량천옥을 쳐다보던 겁먹은 눈빛이 그녀의 가슴을 깊게 후벼팠다.배준우의 차들은 정정당당하게 떠나갔다.진정훈은 진경희를 설득해서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오직 량천옥만이 그 자리에 외롭게 오랜 시간 서 있었다. 마치 그녀의 두 다리는철통처럼 무거워 보였다.“사모님, 다들 이미 떠났습니다.”계속 량천옥의 옆에 있던 김민재가 정중하게 앞으로 다가가서 말했다.량천옥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깊은 한숨을 쉬었지만 여전히 가슴은 꽉 막힌 느낌이었다.방금 그녀는 도저히 앞으로 다가갈 용기가 없었다.진정훈은 나왔을 때 량천옥이 있는 것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사모님 진씨 가문에게 배씨 가문과이 이 혼인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고은영은 더욱 억울해하며 울었다.배준우는 그녀의 울음소리에 머리가 아팠다.하지만 그녀의 빨갛게 부은 눈가를 보면 또 어쩔 수가 없었다.“알았어. 그만 울어.”그는 결국 부드러운 말투로 그녀를 달랬다.하지만 고은영은 더 흐느끼며 울었고 이제는 눈물에 이어 콧물까지 흘러나왔다.그녀는 지난 며칠간 계속 긴장감 속에서 지내왔다.이제 배준우에게 잡혔으니 그녀는 마침내 억눌렸던 감정을 폭발시켰다.배준우는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면서 울음을 그치지 않는 그녀의 모습에 너무 심하게 울어 무슨 일이라도 날까 봐 걱정했다.“됐어. 그만 울어.”하지만 고은영은 여전히 울었다.차 앞에 앉은 기사와 진청아는 모두 충격을 받았고 최대한 숨을 죽이며 존재감을 낮추려고 노력했다.진청아는 그나마 회사에 있을 때 배준우가 얼마나 고은영에게 인내심을 갖고 애정을 쏟아붓는지 알고 있었기에 괜찮았지만 기사는 달랐다.기사는 다른 직원들과는 달리 아직도 배준우가 한 직원이 울었다는 이유로 전체 팀을 해고했다는 기억에 머물러 있었다.지금 배준우가 이 정도로 인내심을 갖고 울고 있는 고은영을 달래는 모습을 직접 두 눈으로도 보고도 차마 믿을 수가 없었다.음음음 작은 공간에서 핸드폰이 진동했고 모든 사람이 진동을 느낄 수 있었다.장선명의 전화였다.배준우는 전화를 받자마자 말했다.“말해.”“준우야 문제가 좀 생겼는데 꼭 말해야 할 것 같아서.”장선명의 진지한 목소리에 배준우는 무의식적으로 품에 안겨 흐느끼며 울고 있는 고은영을 쳐다보았다.그는 최대한 차갑게 말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무슨 일인데?”장선명이 말했다.“배지영이 만하고성의 양아치들을 고용해서 지금 형수님의 행방을 찾고 있어.”배준우는 장선명이 말이 끝나는 순간 눈에 냉기가 스쳤다.꽉 다문 입술이 위험하게 떨리고 있었다.“배지영?”“어. 나한테 그 사람들을 계속 감시해 달라고 네가 부탁했잖아. 아저씨 쪽에서는 아무런 움직임도 없어.”의외였다.배준우가 이 일을 장선명에게 부탁한 것은 배항준 쪽을 잘
다들 해성으로 돌아왔을 때 이미 새벽 4시가 넘었다.배준우는 고은영을 바로 란완리조트로 데려갔다. 라 집사는 이미 진청아의 전화를 받았기에 대충 상황을 알고 있었다.차들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라 집사는 본능적으로 앞으로 다가가 배준우의 차 문을 정중하게 열려고 했다.하지만 진청아가 먼저 차에서 내려 라 집사에게 멈추라는 손짓을 보냈다.이에 라 집사는 궁금함에 앞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사모님께서 돌아오셨나요?”진청아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돌아오셨어요. 하지만 많이 피곤한 상태라 대표님은 방해 받고 싶어 하지 않으세요.”라 집사는 고은영이 돌아왔다는 말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이때 혜나가 라 집사의 등 뒤에서 나타나더니 고은영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기쁜 표정을 지었다.며칠 동안 혜나는 사모님이 밖에서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봐 항상 걱정하며 긴장한 상태로 지냈다.심지어 마음속으로 대표님을 원망하기까지 했다. ‘이렇게 연약하고 귀여운 사모님께 대표님은 왜 그런 걸까?’고은영은 정말 사랑스러웠다.이때 배준우는 자기 다리를 베고 자는 작은 여자에게 재킷을 벗어 덮어주며 마음속으로 안정감을 느끼고 있었다.며칠 동안 그녀 혼자 밖에서 자기 자신을 잘 챙기지도 못했을 것이다.그 밖에도 사람들이 암암리에 무슨 짓을 할지 끊이지 않고 걱정했을 테니 제대로 잠을 이뤘을 리가 없었다.아침 8시가 되어서야 고은영은 배준우의 다리에서 희미하게 깨어났다.그것도 배 속 아이의 태동이 느껴져서 일어난 것이었다.어젯밤 그녀는 정가마을 집에서 너무 다급하게 나오느라 제대로 챙겨 입지 못해 옷도 얇게 입고 있었다.배준우는 그녀의 배가 부풀어 오르는 것을 지켜보다가 무의식적으로 손바닥을 가져갔다.그러자 장난꾸러기 녀석은 마치 그에게 불만을 표시하듯 그의 손바닥을 발로 걷어찼다.그 순간 배준우의 마음은 전례 없는 부드러움과 기대감으로 부풀어 올랐다.그는 한 번도 결혼과 자녀에 대한 로망이 없었다.하지만 이제 그는 그녀의 배 속에 있는 작은
안지영은 오후 두 시에 중요한 회의가 있었다. 하지만 안열은 사무실에서 안지영을 발견하지 못했다.‘설마 내가 한눈판 사이에 두 분이 나간 건가?’1시 30분이 되었지만 여전히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안열은 급한 마음에 얼른 안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전화를 받은 건 장선명이었다.“무슨 일이야.”그 말에서 안열은 이미 장선명의 짜증을 읽어냈다.안열은 약간 놀랐다.“선, 선명 도련님? 30분 뒤 안 대표님이 참석하셔야 하는 중요한 회의가 있습니다. 지금 안 대표님은 어디에...”휴게실에 있는 장선명은 고개를 숙이고 품에서 자고 있는 안지영을 쳐다보았다.오전에 너무 과했던 탓일까, 안지영은 계속 쭉 자고 있었다.“그냥 회의를 취소해.”“네? 그건...”“무슨 문제라도 있어?”“아, 아니요. 오늘 회의는 부승호도 참석하는 회의라... 알잖습니까.”부승호는 바로 하늘 그룹을 배신한 사람이다. 그러니 이번 회의가 얼마나 중요한지 장선명은 바로 알 수 있었다.장선명이 차가운 눈빛으로 얘기했다.“부승호한테 얘기해. 오늘 저녁 날 만나러 오라고.”“직접 나서서 안 대표님을 대신하실 생각입니까?”안열이 놀라서 물었다.예전에는 안지영이 성장할 수 있게 혼자 내버려두지 않았던가.그래서 안열과 장선명 다 안지영의 뒤에서 묵묵히 안지영의 성장을 지켜보고 있었다.그동안 안지영은 많은 일을 혼자서 해결했다.부승호와 마주하는 것도 안지영에게 있어서는 그동안의 실력을 검증할 가장 좋은 기회다.“무슨 문제라도 있어?”그 말에 안열은 바로 입을 다물었다.“아닙니다!”안열은 여전히 장선명의 의도를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그저 장선명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기로 했다.안열은 얼른 눈치껏 전화를 끊었다. 장선명은 전화가 끊긴 것을 확인하고 바로 폰을 꺼버렸다.안지영은 이미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잠에서 깼다.장선명은 안지영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지금 몇 시예요?”“피곤하면 그냥 자.”장선명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얘기했다.안지영은 눈
테이블에는 다른 사진이 더욱 많았다.나태웅은 정말 이를 갈고 해외로 간 것이 틀림없었다.이것까지 다 알아내다니...이건 장선명의 가장 어두운 과거이자 다시는 들추고 싶지 않은 일들이다.하지만 그 일들이 지금은 나태웅 때문에 다시 밝혀지게 되었다.그동안 장선명이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마주할 수 없었던 과거들이었지만, 안지영이 건네준 사진을 보면서 장선명은 어느새 그 일에 대한 스트레스를 내려놓았다는 것을 발견했다.지금 와서 과거의 일을 돌이켜보니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그 여자가 누구인지 얘기하라고요!”안지영이 화가 난 목소리로 얘기했다. 그러면서 장선명의 품에서 나오려고 안간힘을 썼다.하지만 장선명은 여전히 안지영을 꾹 잡고 도망치지 못하게 했다.그리고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이더니 안지영의 앞에서 사진을 바로 불태워버렸다.“뭐, 뭐 하는 거예요!”안지영이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장선명은 불에 탄 사진을 그대로 재떨이 속으로 던져버렸다.담배를 피우는 장선명을 위해 안열이 준비해 둔 재떨이였다.안지영 앞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않아 그동안은 쓸모가 없었지만 지금은 아주 유용했다.테이블 위의 사진은 다 재떨이 안으로 들어가 활활 타올랐다.안지영은 멍해서 물었다.“그렇게 변명도 하고 싶지 않다는 거예요?”“변명? 이건 다 지나간 일일 뿐이야. 너무 오래전 일이라서 다 잊었고. 뭐 어떻게 변명해야 할지 생각도 안 나네.”“...잊었다고요?”안지영은 믿을 수 없었다.안열이 그러지 않았던가.장선명에게 아주 중요한 사람이었다고.사진 속의 여자들이 모두 비슷하게 생긴 걸 보면 장선명은 정말 그 여자를 아주 사랑한 것 같았다.그런데 그걸 잊다니.안지영은 믿을 수 없었다.그런 안지영의 모습을 본 장선명은 환하게 웃으면서 안지영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또 입술을 맞췄다.“읍... 아니, 읍...”‘미남계를 쓰겠다는 거야?’안지영은 약간 화가 났다. 원래 이런 건 그냥 두면 찝찝한 편이다. 사실을 알지 못하면 마음에 걸리니까 말이다.
사무실에 들어간 장선명은 안지영이 그를 등지고 의자에 앉아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이미 뒷모습에서부터 안지영의 화난 모습이 보였다.앞으로 다가가 의자를 돌린 장선명이 두 손으로 의자의 손잡이를 잡았다.그리고 웃는 눈으로 안지영을 바라보았다.안지영이 화가 나서 씩씩 대는 모습을 보았을 때도 더욱 환하게 웃었다.하지만 안지영은 그런 장선명을 보면서 더욱 화가 났다.“웃겨요?”“질투하는 거야?”두 사람이 거의 동시에 입을 열었다.안지영은 장선명의 말을 듣고 약간 놀랐다.“화 안 났어요. 난 화를 잘 안 내는 사람이에요.”“그래?”“...”질투냐고?안지영은 질투가 뭔지 몰랐다.하지만 눈앞의 이 남자가 다른 여자를 위해서 목숨을 걸었다는 것을 떠올리면 속이 좋지 않았다.생각에 잠겨있을 때 갑자기 안지영이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장선명이 안지영을 번쩍 안아 들고 의자에 앉은 것이었다.장선명은 웃음기 가득한 시선으로 안지영을 바라보고 있었다.안지영은 놀라서 허둥대면서 얘기했다.“이거 놔요!”하지만 장선명은 움직이는 안지영을 놔주지 않고 그대로 입술을 가져갔다.안지영이 버둥댈수록 장선명은 더욱 깊게 안지영의 입술을 머금었다.안지영은 그런 장선명에게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결국 안지영이 숨을 쉬지 못하자 장선명이 안지영을 풀어주었다.안지영이 손을 들어 장선명의 뺨을 치려고 할 때, 장선명이 안지영의 손목을 잡고 웃으면서 물었다.“화났어?”“흥.”안지영은 화가 났다.그것도 단단히 화가 났다.안지영은 장선명이 점심 전에 도착한 것이 분명 그 일 때문이라고 생각했다.안열이 알려줬을 테니까 말이다.그런데 와서 아무 해명도 하지 않고 입술부터 들이미니, 너무 미웠다.장선명은 그런 안지영을 보면서 짜증스러운 기색을 내비치지 않았다.오히려 속 편히 웃으면서 안지영을 바라보았다.그리고 마지막에는 한숨까지 푹 내쉬었다.“그렇게 화가 난 거야?”말을 마치고는 안지영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했다.안지영은 이제 더는 참을 수 없었다.“오자
“네? 그게 무슨 뜻이에요?”안지영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안열을 바라봤다. 안열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어휴, 됐어요. 더 얘기해 봤자 짜증만 나요.”더 말했다간 정말 참지 못하고 화를 낼 것 같았다.나태웅에 대해 할 욕은 이틀 밤을 새워도 모자랄 정도였다.“...”사람을 화나게 만드는 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말을 하다가 마는 것이고...안지영은 뾰로통해진 채로 안열의 상처를 치료해 주었다.안열은 휙 돌아서 사무실을 나갔다.지금 안열의 머릿속에는 나태웅에 대한 욕뿐이었다.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감히 또 안지영을 찾아오다니.도대체 무슨 낯짝으로 온 건지......사무실에 홀로 남겨진 안지영은 아까 안열이 한 말을 떠올렸다.그게 도대체 무슨 뜻이지?평소에는 똑 부러지고 영리한 안지영이지만, 이번만큼은 안열의 말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뻔뻔하다는 뜻이라면... 나태웅은 원래부터 그렇게 뻔뻔했다.하지만 이번은...안열은 복잡한 생각에 머리를 휙 털었다.그리고 사무실을 나오자마자 장선명에게 전화를 걸었다.원래는 장선면은 점심쯤에 안지영을 데리러 올 예정이었지만, 안지영의 전화를 받고 바로 달려왔다.안지영의 사무실에 들어가기 전, 장선명은 안열이 자리에 앉아 아이스팩을 발 위에 올려놓은 것을 발견했다.“다리는 왜 그래?”갑작스러운 목소리에 안열은 깜짝 놀라 손에 쥔 아이스팩을 떨어뜨릴 뻔했다.장선명을 보자, 안열은 얼른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읏...!”하지만 고통을 참지 못하고 신음을 흘리고 말았다.“어떻게 된 거야?” 그렇게 묻는 장선명의 목소리는 차가웠다.안열을 이렇게 만든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믿기 힘들었다.안열은 고개를 숙였다. 차마 나태웅 때문이라는 말은 꺼내지 못해 그저 둘러댔다.“그냥... 실수로 넘어진 거예요.” “어떻게 넘어졌길래 거기만 그렇게 다치는 거야?” 장선명의 시선은 예리했다.보통 넘어진다면 무릎이 먼저 다치기 마련인데 안열은 무릎은 멀쩡하
나태웅은 믿을 구석 하나 없는 사람이긴 하지만 나태웅이 가져온 정보 때문에 안지영은 더욱 속이 복잡해졌다.안열은 결국 고통을 참지 못하고 얘기했다.“약 좀 바르고 올게요.”그 말에 안지영은 생각이 끊겨버렸다.정신을 차린 안지영은 안열의 발등이 부어올랐다는 것을 발견했다. 장선명이 사랑하는 사람...하지만 그 생각도 잠시, 안열은 본 안지영은 결국 또 나태웅에게 화가 났다.“왜 이렇게 된 거예요. 정말 나태웅을 못 이기는 거예요?”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일방적으로 맞을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다.밖에서 싸우는 소리도 듣지 못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안열은 아파서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제가 만약 나태웅과 싸워서 이길 수 있었다면 진작 죽여버렸을 겁니다.”“...”진작 죽여버린다니.그 ‘진작’은 과연 언제일까?다시 생각해도 나태웅은 정말 독설만 퍼붓는 사람이었다. 안열을 볼 때마다 개라고 욕하니까 말이다.그래도 전에 동영 그룹에서 출근할 때는 이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말이다.안지영은 우물쭈물하면서 안열에게 물었다.“두 사람, 전에도 안 좋은 사이였어요?”안열과 나태웅이 만날 때마다 안열은 대수롭지 않아 했고 나태웅은 화를 냈었다.그러니 두 사람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건 말이 안 되었다.그렇게 물으면서 안지영이 구급상자를 가져와 상처를 처리해 주었다.안열이 거의 소리를 지르면서 얘기했다.“앗... 아파요... 아파...”“...”안열은 평소에 고통에도 끄떡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아파하는 것을 보니 나태웅이 얼마나 아프게 때린 것인지 알 수 있었다.“제가 무슨 원한이 있겠어요! 한 것도 없는데...”“...”“굳이 꼽자면... 안 대표님 일로 원한이 있는 거죠.”“나요?”“네. 저는 안 대표님이 선명 도련님과 결혼하기를 바랐으니까요. 아마도 그것 때문에 저를 싫어하는 게 아닐까요?”안열을 말을 들은 안지영은 약간 마음이 복잡했지만 또 본인의 선택이 틀린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안열은 장선명의 부하로
“난 대체 누구의 대용품이었어요?”안지영이 바로 물었다.안열은 장선명과 오랜 시간 함께 했으니 사진 속의 사람이 누구인지 다 알 것이다. 그러니 장선명이 진짜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알 것이다.안열은 안지영의 말을 듣고 표정이 그대로 굳어버렸다.“그건...”“두 사람은 왜 헤어진 거예요?”안지영이 또 물었다.“...”안열을 그 어느 질문에도 대답할 수 없었다.안열은 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안지영이 얼마나 칼 같은 사람인지, 안열은 잘 알았다.물론 안지영과 장성명의 사이가 안지영 때문에 시작한 것이라고 하지만 장선명에게 설레지 않았다면 안지영은 장선명과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다.안열은 결국 또 속으로 나태웅을 욕했다.“그렇게 생각하지 말아요. 선명 도련님이 안 대표님과 결혼하려는 건 안 대표님을 사랑해서지, 다른 사람의 대용품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니까요.”“사진 속의 여자들과 아직도 연락해요?”“절대 아닙니다. 제가 맹세할게요!”안열이 진지하게 얘기했다. 안지영이 괜히 장선명을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 무서웠기 때문이다.안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안열을 쳐다보았다. 안열은 그런 눈빛을 마주하고 약간 긴장했다.“진짜예요. 사진 속의 여자들과 아무 사이도 아닙니다. 선명 도련님이 얼마나 칼 같은 분인지 잘 알잖아요.”“하긴, 안열 씨는 선명 씨 사람이니까 그편을 들겠죠.”“아니요, 전 안 대표님 편입니다. 같은 여자로서요.”“나도 그 어떤 여자의 대용품이었겠죠.”“그건 다른 거죠! 그 사람은 이미 죽었으니까요. 나태웅이 왜 갑자기 이 일을 들춘 건지는 모르겠지만... 죽은 사람까지 들먹일 줄은 몰랐어요!”안열은 정말 나태웅을 죽여버리고 싶었다.요즘 나씨 가문에 생긴 일을 보면 나씨 가문 사람들은 다 하나같이 쓰레기였다.“죽었다고요?”안지영이 깜짝 놀라서 물었다.안열이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다들 모르는 일이잖아요!”안지영이 놀라서 얘기했다.장씨 가문 남자들은 하나같이 차갑고 냉정하다는 소문을
안지영은 약간 생각하더니 얘기했다.“그런데 그렇게 욕한 게 오늘이 처음인 건 아니지 않아요?”“...”안지영이 그렇게 얘기하자 안열은 더욱 화가 났다.“저를 볼 때마다 저한테 개라고 욕해요. 개자식... 개같은 건 본인이면서! 나씨 가문 전체가 그냥 다 개예요!”안지영은 이마를 짚으면서 그 말을 들었다.“안열 씨를 그렇게 욕하고서도 잘 살아있다니... 신기할 정도네요.”안열이 얼마나 성격이 더러운지, 이제는 안지영도 잘 알았다.하지만 나태웅은 번마다 안열을 욕하면서 멀쩡히 살아있으니, 안지영은 약간 놀라웠다.“못 이긴다니까요!”“...”도대체 나태웅의 실력이 얼마나 좋기에 안열도 상대할 수 없는 걸까.“됐어요. 나태웅 얘기하면 기분이 잡치니까 그만 해요.”나태웅은 그런 존재다.언급만으로도 눈살이 찌푸려지게 하는 사람이다.“그건 맞아요. 짜증 나는 사람이죠.”안지영은 나태웅이 정말 너무 싫었다.“그러니까 무조건 승소해요!”너무 화가 나니 아무리 나태웅 얘기를 꺼내지 말자고 해도 결국 나태웅 얘기를 꺼내게 된다.안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요. 분명 승소할 겁니다!”안지영이 두 주먹을 꼭 쥐었다.안열뿐만이 아니라 안지영도 화가 난 상태다.안지영은 머릿속이 너무 복잡했다. 너무 화가 나서 이 화를 전부 나태웅에게 쏟아버리고 싶었다.안열은 안지영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요. 꼭 이기게 해줄게요!”나태웅을 고소하려던 건 안지영이었다.하지만 지금은 든든한 아군이 생겼다.그 뜻인즉슨 나태웅은 여태껏 살아오면서 많은 사람들을 건드렸다는 것이다.안열은 안지영 앞에 있는 사진을 슬쩍 보았다. 안에는 장선명도 있는 것 같았다.“뭘 보는 거예요?”그렇게 물으면서 사진을 확인하려던 때, 안지영이 빠르게 사진을 가져가려고 했다.하지만 안열이 그 중 한 장을 손에 넣었다.사진을 본 안열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안지영의 표정도 그대로 굳어버렸다.안 그래도 아까 일 때문에 화가 났는데, 나태웅이 이
안열은 본능적으로 나태웅의 얼굴을 발로 차버리려고 했다.하지만 발을 드는 순간 갑자기 느껴지는 고통에 안열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그리고 다리를 껴안을 수밖에 없었다.“너 이 새끼...”나태웅에게 욕을 퍼부어주려는데 나태웅은 이미 엘리베이터에 타 있었다.나태웅은 아까 안열의 발을 부숴버리려고 했다.화가 치밀어오른 안열이 나태웅을 잡으려고 했지만 결국 발에서 느껴지는 고통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발등은 지방이 적어서 아주 취약한 부분이다. 나태웅은 바로 그 부분을 노린 것이다.확인해보니 발등에는 이미 퍼렇게 멍이 들어있었다.안열은 표정이 어두워져서 안지영의 사무실로 들어가 얘기했다.“나태웅은 정말 악질이에요. 반드시 고소해서 승소하고 감옥에 처넣으세요!”안열이 씩씩대면서 얘기했지만 안지영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이상함을 눈치챈 안열이 안지영을 쳐다보았다. 안지영은 테이블 위에 놓인 무언가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왜 그래요?”안열이 다가가서 물었다.안지영은 정신을 차리고 미간을 찌푸린 채 안열을 바라보았다.그러다가 안열의 발등이 퍼렇게 멍든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이게 무슨 일이에요? 누가 때렸어요?”“나태웅이요! 그 개같은 자식...”안열이 울분에 받쳐서 얘기했다.안지영은 약간 놀랐다.“나태웅이 때렸다고요? 안열 씨, 나태웅이랑 싸우면 못 이겨요?”“못 이겨요.”안지영은 갑자기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저번에도 비슷한 대답을 들었던 것 같은데 무슨 일이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반드시 나태범을 감옥에 넣어주세요.”안열이 이를 꽉 깨물었다.안지영은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이런 모습의 안열을 보니 조금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나태웅을 감옥에 넣으라고요?”“네! 살인미수잖아요. 꼭 승소하고 콩밥을 먹게 해야 해요!”안열은 여전히 화가 나서 씩씩거렸다. 마치 지금 당장 나태웅을 끌고 교도소에 갈 사람 같았다.“...”나태웅을 감옥에 보낸다니.그것보다 더 좋은 결말은 없을
마주한 시선 속에서 안지영은 나태웅에게서 위험을 느꼈다.숨을 깊게 들이쉰 안지영이 시선을 돌리고 얘기했다.“난 너랑 죽도록 싸우고 싶지 않았어. 하지만 너도 그렇고, 너희 가문도 그렇고, 정말 선을 넘었어.”그 말에 분위기가 점점 차가워졌다.나태범이 한 짓들은 자꾸만 안지영을 화나게 했다.나태웅은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내가 알려줬던 거 같은데. 장선명은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장선명이 왜 너랑 결혼하려고 하는 것 같아?”“이유는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곧 결혼한다는 사실이야.”안지영은 나태웅 같은 사람 앞에서 더욱 굳건해졌다.안지영은 애매모호한 사람이 아니었다. 완벽하게 한쪽에 올인하는 쪽이다.그러니 지금 본인이 누구를 원하고 누구를 좋아하는지 아주 잘 알았다. 장선명을 두고 다른 남자를 만나는 건 상상도 못 할 일이다.그리고 성격상으로도 동시에 두 남자를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그래서 처음부터 장선명과 비즈니스 관계로 시작했고 선을 넘지 않고 거리를 잘 유지했다.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안지영은 장선명과 정말 한 쌍의 부부가 될 것이다.차가운 안지영의 태도에 나태웅이 차갑게 웃었다.“하, 정말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도대체 뭐라는 거야.”안지영은 본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나태웅이 너무 싫었다. 분명 중요하지 않다고 몇 번이나 얘기했는데 또 물으니 말이다.나태웅은 가방에서 사진을 꺼내 사무실 위에 올려놓더니 안지영을 향해 비웃음을 날렸다.안지영은 눈썹을 찌푸리고 물었다.“이게 뭔데...”“직접 확인해봐.”“...”“잘 확인해. 네가 사랑하는 그 남자가 정말 너만의 것인지.”“...”안지영은 호흡마저 거칠어졌다.“지금 이간질하려는 거야? 하지만 이제 쓸모없어!”“두려워?”나태웅이 눈썹을 까딱이면서 물었다.안지영은 나태웅을 당장이라 씹어먹을 듯한 눈빛으로 나태웅을 노려보았다.나태웅은 미간을 찌푸리고 사진을 향해 눈짓했다. 안지영은 이를 꽉 깨물고 사진을 들어 확인했다.그 사진은 모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