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모든 것을 다 계획했던 걸까?만하고성은 원래 정설호의 고향이었다. 정가마을은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씁.”육명호는 다시 한번 고은영에게 굴복했다. ‘계집애 진짜 똑똑하네. 예전에 배준우 옆에 있던 멍청한 비서는 어디로 간 거야? 어떻게 앞뒤가 이렇게 다를 수 있지? 고은영은 이미 다 계획이 있었던 거야.’배준우가 만하고성에서 그녀를 찾지 못하고 돌아가면 그녀는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면 된다. 그런 다음 옛날 거리 관리 사무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 그녀의 뜻대로 일이 풀릴 것이다.“계집애, 배준우도 고은영 손바닥 위에 있구나.”육명호는 통쾌한 얼굴로 말했다.그 모습에 김진이 말했다.“그럼 이제 이 소식을 배 대표님에게 알려드릴까요?”“아니, 고은영이 무사하다는 것만 알면 됐어.”‘이 소식을 배준우에게 알려줘? 그럼 방금 그 주먹들을 맞은 건 다 헛수고가 되잖아?’김진은 입꼬리가 떨려왔다.“배 대표님에게 안 알려 주실 거예요?”“당연히 안 알려주지.”“하지만 고은영 씨를 저희 손에서 놓진 거잖아요. 배 대표가 고은영 씨를 계속 찾지 못해서 우리에게 따지기라도 하면 어떻게 하시려고요?”“배준우의 와이프가 배준우를 피하는 건데 우리 탓을 할 게 뭐가 있어?”육명호가 코웃음을 쳤다.게다가 배준우가 방금 그를 주먹으로 몇 차례나 때렸기에 이제 그는 누가 뭐라고 해도 이 소식을 배준우에게 알려줄 마음이 없었다.김진은 육명호의 말에 등골에서 식은땀이 흘렸다.그는 방금 육명호가 배준우의 구타를 받아들인 것을 보고 고은영을 잃어버린 것에 대한 죄책감 때문이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이제 보니 육명호는 애초에 이길 수 없는 전면전은 할 생각도 없었고 암암리에 덫을 놓았다.김진이 말하기도 전에 육명호가 이어서 말했다.“배준우 같은 놈은 아이가 태어나서 다른 사람을 아빠라고 부르고 평생 혼자서 외롭게 늙어가야 해.”“그렇게 하면 배 대표는 우리를 절대로 놓아주지 않을 거예요. 대표님 일단 진정 좀 하세요.”김진은 진땀을 빼며 말했다
현재 사람들의 광기에 비해 고은영은 아주 조용히 정가마을에 도착했다. 낡은 집은 이미 사전에 청소를 해두어 아주 깨끗했다.전화에서 정설호 선생님은 조금 걱정스러워하며 말했다.“진씨 아주머니가 옆집에 있을 거야. 손자하고 최근에 그쪽에서 지내고 있어. 무슨 일 있으면 진씨 아주머니 불러. 내가 이미 말해뒀으니까. 널 잘 챙겨줄 거다.”“고마워요, 선생님.”고은영이 목에 메어 말하자 정설호가 이어서 말했다.“네가 이런 상황에서 내게 전화했다는 건 그래도 아직 네가 내 말을 잘 듣는다는 거잖니. 은영아 배씨 가문은 좋은 집안이 아니야. 나도 소문을 들었는데 너하고 배가 놈도 더 이상 희망이 없더구나.”어떤 소문을 들었는지 정설호는 고은영에게 말하지 않았다.전에 량천옥은 그녀에게 너무 나쁘게 행동해 그녀를 거의 죽일 뻔했었다.고은영이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량천옥의 신분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정설호가 보기에는 배준우와 량천옥의 원한만으로도 고은영은 본인이 량천옥의 딸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고은영은 정설호의 말을 들으면서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무거워졌다.지금까지 그녀는 자기와 배준우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랐다.간단히 말해 결혼 계약서는 배준우가 있다고 하면 있는 것이고 없다고 하면 없는 것이었다.모든 주도권은 배준우의 손안에 있었고 그녀에게 결정을 내릴 자격 같은 건 주어지지 않았다.고은영은 이때 정설호가 손문을 들었다는 말에 참지 못하고 물었다.“선생님 무슨 소문을 들으셨어요? 혹시 그 사람이 다른 여자하고 약혼이라도 했나요?”만약 배준우가 다른 여자와 약혼한다면 고은영과 그의 사이는 완전히 끝난 것이었다.그녀가 떠나기 전 그가 그녀에게 이혼 계약서를 쓰라고 한 걸 생각하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다.결국 그는 가지 자신과 비슷한 가문의 여자를 만나려고 그런 짓을 한 것이었다.정설호는 어떤 소문인지 묻는 고은영에 멈칫했다.결국 그는 량천옥의 일을 말하지 않고 대충 둘러댔다.“그냥 받아들여.”정설호의
비록 정설호 선생님은 이곳에 수년간 돌아오시지 않았지만 매년 수리해 주고 관리해 주는 사람이 있었다.덕분에 집 안에 전기와 수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은영는 몸을 돌려 집 안으로 들어가 먼저 침대를 정리했다.그녀는 안지영이게 전화하고 싶었지만 두려워서 전화를 걸 수가 없었다.지난번 남성에서도 안지영을 많이 힘들게 했다. 고은영은 이번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안지영에게 자기가 있는 곳을 모르게 하려고 했다.하지만 배준우는 이미 새로운 약혼 상대까지 있으면서 왜 아이를 뺏어가려는 걸까?설마 새로운 약혼녀가 불임인 걸까?고은영은 머릿속이 더 혼란스러웠고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지금 도망가는 것 말고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은영의 혼란에 비해 안지영은 지금 정말 미쳐가고 있었다.안지영은 배준우가 만하고성에서 고은영의 단서를 놓쳤다는 소식을 듣고 다급하게 장선명을 바라보았다.“왜 또 못 찾은 거예요?”지금 그녀는 정말 당황스러웠다.특히 장선명이 매일 그녀의 앞에서 고은영이 곧 아이를 낳을 수도 있다는 말로 겁을 줬기에 안지영은 더 걱정하고 있었다.게다가 고은영이 육명호와 함께 있다는 말을 듣고 안지영은 배준우가 자기의 가죽을 벗겨 죽일까 봐 두려웠다.하지만 안지영은 고은영이 육명호의 옆에서 도망쳤다는 소식을 들으니 더욱 황당했다.‘고은영 혼자 있다가 무슨 일이라도 나면 어떻게 하지?’장선명은 손에 들고 있던 담배를 피우며 안지영을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너 자신은 걱정되지 않는 거야?”전에 안지영은 고은영이 자기 돈을 썼다는 말을 하면서 무의식적으로 배준우를 화나게 한 것은 아닐지 두려워했다.안지영은 그 말에 멈칫했다.“나한테는 선명 씨가 있잖아요. 선명 씨의 체면을 봐서라도 배준우가 날 어떻게 하겠어요?”장선명은 순간 할 말을 잃고 자기도 모르게 입꼬리를 떨기 시작했다.그런 다음 그는 눈가에 더욱 농염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렇게 날 믿는 거야?”“선명 씨가 내 약혼자
한참 뒤.안열의 말에 반응한 안지영이 화를 내며 펄쩍 뛰었다.“나태웅, 이 개자식.”‘이 나쁜 놈이 도대체 뭘 하려는 거야? 동지운 손에 있던 주식을 사서 도대체 뭘 하려는 건데? 설마 아직도 하늘그룹을 꿀꺽하고 싶은 거야?’요 며칠 동안 그녀가 마음속으로 가장 두려워한 것은 배준우가 고은영 때문에 자기에게 화를 내는 것이었다.하지만 요 며칠 소리 소문 없던 나태웅이 그녀를 붙잡으려고 이런 짓을 했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장선명은 어두운 얼굴로 안열을 바라보았다.안열은 질겁하며 고개를 숙이고서는 불안한 마음으로 말했다.“이 전에는 아무런 소식도 듣지 못했어요. 동지운이 나 대표님과 만난다는 소식도 듣지 못했고요.”단지 그들의 통제하에 동지운의 두 사돈이 이미 동씨 가문에서 꽤 오랫동안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동지운이 이를 더 이상 견딜 수 없게 되면 반드시 주식을 나눠 두 며느리의 손에 쥐여줄 것이라고 그들은 예측했다. 그렇게 되면 안지영은 두 며느리의 손에서 아주 간단하게 주식을 다시 회수할 수 있었다.하지만 동지운 이 늙은 여우가 주식을 바로 천락그룹에 팔았다.그 지분을 한 그룹에 판 사실은 의심할 여지도 없이 하늘그룹에 아주 심각한 위기가 될 것이다이 순간 안지영은 너무 화가 나서 가슴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었다.“이 쓰레기 같은 놈.”‘감히 나의 좋은 일을 망치다니.’화가 난 안지영은 가방을 들고 사무실을 나가려고 했다. 장선명의 옆을 지날 때 그가 안지영의 손목을 잡았다.“어디가?”“그 개자식한테 가서 따져야죠.”피그스에서 있었던 일도 아직 끝나지 않았고 그녀의 아버지가 아직 병원에 누워계시는데 나태웅이 또 이런 짓을 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도대체 내가 나태웅 그 개자식하고 무슨 원수를 졌다고 나한테 이렇게 복수하는 거야?’여기까지 생각한 안지영은 더 이상 마음을 진정시킬 수가 없었다.장선명이 안열에게 눈짓을 하자 안열은 회의를 하러 내려갔다.사무실에 두 사람이 남았을 때 장선명은 미
결국 안지영은 장선명의 시선에 고개를 끄덕였다.“일주일 안에 나태웅은 분명 또 다른 액션을 취할 거야.”안지영은 전에 동지운을 따랐던 사람들을 아직 완전히 파악하지 못했다.만약 그 사람들의 손에 흩어져 있던 주식이 나태웅의 손에 들어가면 결과는 더욱 비참해질 것이다.고은영을 걱정하던 안지영은 이제 나태웅에게 휘둘려 남을 돌볼 틈이 없었다.고은지의 삶도 쉽지 않았다.그녀는 고은영의 전화를 지금까지 기다렸지만 아무런 소식도 받지 못했다.조희주는 새로운 학교로 전학을 갔다. 하지만 새로운 학교에도 조씨 가문 집 주위에 사는 아이들이 다니고 있을 것이라는 건 예상하지 못했다.조희주가 등교한 지 며칠도 되지 않아 고은지와 조영수 사이의 일이 친구들 사이에서 소문이 났다.조희주의 성격도 이 때문에 엄청나게 변했다.매일 집에 오면 조희주는 자기 방에 틀어박혀 있었다.“고 비서, 고 비서?”“네 나 대표님. 절 부르셨나요?”고은지는 순간 정신을 차리고서는 나태현의 차 앞으로 달려갔다.나태현은 심란해 보이는 고은지의 모습에 눈살을 찌푸렸다.“차에 타. 데려다줄게.”“아닙니다. 예약한 택시가 곧 올 거예요.”고은지는 나태현 옆에서 하루종일 일했다. 그토록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그와 함께 있으면 계속 숨이 막혔다.마침내 퇴근했으니 그녀는 본능적으로 그와 마주치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그녀의 말에 차 안에 있던 남자의 분위기가 바로 가라앉았다.차 밖에 서 있는 고은지도 아주 분명하게 갑자기 가라앉은 그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나태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은지는 심장이 목구멍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다. 결국 그녀는 무언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차에 탔다.“그럼 감사합니다, 나 대표님.”‘아니 차에 안 타려는 게 그렇게 잘못한 거야? 왜 아직도 화가 난 것 같지?’이에 고은지는 너무 억울했다.그린빌로 가는 길에서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차가 멈춘 뒤 고은지는 나태현에게 정중하게 말했다.“나 대표님 데려
“희주야 뭐 먹고 싶어? 엄마가 금방 해줄게.”고은지는 아픈 마음을 억누르며 물었다.조희주는 냉정하게 한마디를 뱉어냈다.“아무거나.”예전에는 고은지가 밥을 할 때 조희주는 해맑게 자기가 먹고 싶은 음식을 얘기했었다. 그런데 지금은...고은지는 먹먹한 마음을 참으며 말을 이었다.“그럼 국수 먹을까? 아니면 밥?”“내가 말했잖아. 아무거나라고.”고은지는 조희주의 무거운 말투에 할 말을 잃었다. 조희주는 어린 나이였지만 사람을 압박하는 분위기를 갖고 있었다.예전에 조씨 가문에서 살 때 조희주의 성격은 항상 부드러웠다.환경이 변해서일까? 인생에서 하늘과 땅이 뒤집힐 만한 일을 겪었으니 고은지도 참을 수 없을 때가 있는데 어린 아이의 마음은 얼마나 힘들까?고은지는 더 이상 아픈 마음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그녀는 떨리는 몸으로 조희주의 앞에 무릎을 굽히고 앉았다.“희주야 학교에서 또 무슨 일 있었어?”“없었어.”‘왜 없다고 하는 거지. 내가 다 들었는데.’조희주의 말에 조은지의 마음은 더 아파졌다. 이 순간 조희주에게서 왜 깊은 무력감이 느껴지는 걸까?곧 울 것 같은 고은지의 모습에 조희주는 손을 저으며 말했다.“가서 밥 해줘. 나 배고파.”“그래, 엄마가 금방 해줄게.”고은지는 아픈 마음을 참으로 몸을 일으켰다. 그녀는 방문을 나가려다 말고 고개를 돌려 다시 숙제하고 있는 조희주를 바라보았다.딸에게서 느껴지는 외로움과 사람을 거부하는 듯한 분위기에 고은지는 상황의 심각성을 더욱 깊게 깨닫게 되었다.그녀가 지금 해결해야 할 문제는 조영수뿐만이 아니었다.그리고 그 사람은...조희주의 상태를 보고 고은지는 갑자기 그 사람을 찾아야 할지 혼란스러웠다.‘그 사람을 찾는다면 희주의 인생을 보상해 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또 다른 상처를 주는 건 아닐까?’이런 생각이 들자 고은지는 그 사람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접었다.이 순간 만하고성에서 피곤한 몸으로 고은영을 찾고 있던 배준우는 고은지의 전화를 받고 조금 놀랐다.“누나?”고은지는
하지만 그녀는 그 남자가 나타나면 딸인 희주가 더 큰 고통을 겪게 될까 봐 너무 두렵고 무서웠다.“그 일은 은영이 찾으면 다시 얘기해요. 오늘은 이만 끊겠습니다.”배준우는 고은지가 말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아 더 묻지 않았다.“그래.”고은지도 더 말하지 않고 바로 전화를 끊고서는 서둘러 조희주에게 국수를 끓여줬다.천락그룹에 출근하면서 이 시간에 퇴근하면 겨우 두 사람이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식사를 차릴 수 있었다.식탁 위에서 두 모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조희주는 더 이상 예전처럼 밥을 먹으며 재잘재잘 수다를 떨지 않았고 이제는 말없이 국수만 먹었다.고은지는 몇 번이나 뭔가를 말하려고 했지만 도대체 어디서부터 얘기를 꺼내야 할지 몰랐다.‘아빠’라는 두 글자는 현재 두 사람 사이에서 선명하게 금기시되어 있었다.“희주야.”“응?”“학교에서 무슨 일 생기면 꼭 엄마한테 얘기해야 해. 엄마가 다 처리해 줄게.”그 말에 조희주는 드디어 고개를 들고서는 엄마를 바라보았다.“나 학교 안 가면 안 돼?”고은지는 그 말을 듣고 바위가 가슴을 짓누르는 것 같았다.‘학교를 가지 않겠다고?’“그럼 너...”“학교는 반드시 가야 하는 거지?”고은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조희주는 다시 고개를 숙였다.이 순간 고은지도 이전과는 전혀 다른 숨 막히는 느낌을 받았다.그녀는 딸이 다시 입을 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녀석은 다시 한마디를 뱉었다.“왜 아빠 없는 아이는 비웃음을 받아야 하는 거야?”고은지는 말문이 막혔다.‘아빠가 없어서 비웃음을 받았다고?’그러나 지금 고은지가 마주한 것은 단지 딸이 조롱당하는 일만이 아니었다.이전에 고은영이 강성에 있을 때는 고은지가 어느 정도 고은영에게 조언을 구할 수 있었지만 이제 고은영이 갑자기 떠났고 고은지는 갑자기 이전보다 아득한 느낌이 들었다. 특히 딸인 조희주의 일에 관해서는 더 어려웠다.비록 그녀는 변호사였지만 소송은 오랜 시간이 걸렸다.그 긴 시간 동안 그녀와 딸 희주가 얼마나 많
‘설마 이번 생에 그 여자를 찾지 못하면 평생 다른 여자와 결혼하지 않을 계획인가?’이런 집념과 생각을 플레이보이들은 당연히 이해하지 못했다.한편 정가마을.고은영이 이불 정리를 끝내자 정원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아마도 옆집 할머니인 것 같았다.방금 고은영은 할머니의 초대를 거절할 수 없어서 결국 저녁을 차리지 않았다.그녀는 정원을 지나 문을 열었다.그녀의 눈앞에 거대한 인영이 나타났다. 작은 키가 아닌 고은영도 그의 가슴밖에 보이지 않았다.그녀가 입꼬리를 휘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들자 앞에 서 있던 남자의 따뜻한 눈빛과 마주쳤다. 그제야 남자의 생김새가 또렷이 보였다.고은영은 순간 숨을 들이마셨다.그녀는 옆집 할머니의 손자가 시골에 사는 청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지금 보니...“왜 그쪽이 여기 있어요?”그가 입을 열었다. 듣기 좋은 목소리에 의문이 가득 담겨 있었다.이 혼란과 충격에서 그가 고은영과 아는 사이라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은영은 무의식적으로 침을 삼키며 눈앞에 남자를 알아보았다.“진, 진 도련님. 안녕하세요.”‘세상에 제발 누가 나 좀 살려줘.’진 아주머니의 외손자가 강성 4대 명문 가문 중 하나인 진씨 가문의 손자라니. 그는 량천옥이 계속 배지영과 결혼을 시키려고 했던 상대였다.지금 그녀의 눈앞에 서 있는 남자는 이미 진씨 그룹의 모든 것을 물려받기 시작한 진정훈이었다.배씨 가문에서 예쁘게 보고 있는 진유경이 바로 진정훈의 여동생이었다.고은영의 몸은 머리보다 훨씬 더 반응이 빨랐다. 그녀는 쾅 하고 문을 닫았다.문밖에 서 있던 진정훈이 빠르게 물러나지 않았다면 문은 바로 그의 얼굴에 부딪혔을 것이다. 순간 그의 얼굴이 어두워졌다.그도 당연히 고은영을 알아봤다.그녀는 량천옥을 굴복하게 만들고 엄격하고 가혹한 염라대왕 같은 배준우의 옆에서 몇 년 동안 평화롭게 살아온 비서였다.진유경도 고은영을 사라지게 하려고 비밀리에 다양한 방법을 사용했다.진정훈은 이런 상황에서 고은영을 만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