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218화

작가: 송언희
안지영은 바로 문을 나서려고 했지만 경호원이 그녀를 막아 나섰다.

“안지영 씨.”

집사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 장선명이 도대체 이곳에 어떻게 들어온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나씨 가문의 경비는 아주 삼엄했다.

문이 있는 곳에는 경호원이 다 서 있었기에 외부인은 나씨 가문에서 자유롭게 출입할 수 없었다.

하지만 장선명이...

집사가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있을 때, 장선명이 문 앞으로 다가왔다.

“알아서 꺼내줄래, 아니면 내가 무력으로 꺼내와야 하는 건가?”

무력으로 꺼낸다고 말하는 장선명에게서는 강압적인 태도와 까리함이 동시에 느껴졌다.

그 말에 모든 사람의 표정이 굳어버렸다. 그중에서도 집사의 표정이 가장 어두웠다.

“그러실 수 없습니다.”

“윽.”

집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경호원 한 명이 쓰러진 채 일어서지 못했다.

다른 사람들은 그 장면을 보고 놀라서 숨도 쉬지 못했다.

안지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멍하니 바닥에 쓰러진 경호원을 쳐다보았다.

이윽고 손목에서 온기가 느껴졌다.

“가자.”

장선명이 안지영의 손목을 잡고 밖으로 나갔다.

정신을 차린 집사가 얼른 그 앞을 막아 나섰다.

“안 됩니다! 이러시면 안 됩니다!”

“당신도 이 바닥에서 자고 싶은 거야? 이 차디찬 바닥에서?”

그 말을 들은 집사는 몸을 움찔거렸다.

장선명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씩 웃고는 안지영을 끌고 밖으로 나갔다.

하주원은 갑자기 등장한 장선명을 보고 놀라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장선명은 안지영을 데리고 구불구불한 길을 걸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밖에 사람이 많았던 것 같은데, 지금 이 길 위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차에 탄 안지영이 여전히 멍한 표정을 짓고 있자 장선명이 손가락을 튕겼다.

“어, 어떻게 여기를 온 거예요?”

“어떻게라니?”

“게다가 나씨 가문을 자기 집처럼...”

나씨 가문이 얼마나 삼엄한 곳인지, 안지영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장선명은 안지영을 데리고 나씨 가문에서 빠져나왔다.

“알고 싶어?”

마주한 장선명의 눈빛은 아주 매혹적이었다.

안지영은 머리를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219화

    나태웅은 이미 부승호와 함께였다.부승호는 어두운 표정으로 나태웅을 보면서 차갑게 얘기했다.“이제 그녀의 소식을 나한테 줄 수 있겠어?”“당연하지. 하지만 네가 도와줘야 할 게 있어.”“내가 뭘 더 해야 하는데!”부승호가 분노에 가득 찬 눈을 하고 화를 냈다.하늘 그룹에 오랫동안 몸 담그고 있으면서, 하늘 그룹은 부승호를 아주 아껴주었고 부승호도 하늘 그룹을 집처럼 생각했다.이번 일만 아니었으면, 부승호가 나태웅에게 주식을 파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나태웅이 수를 쓴 게 분명하다!”나태웅 씨, 우리 아가씨는 당신에게 마음이 없어. 내 주식을 가지면 하늘 그룹을 손에 넣을 수 있을 것 같아? 순진하긴.”“장선명이 안지영을 언제까지 지켜줄 수 있을 것 같아?”나태웅이 차갑게 웃었다.자신만만한 부승호에 대해서는 상관도 하지 않았다.부승호가 지금 나태웅에게 주식을 팔아넘기는 건, 장선명의 수단이 나태웅보다 더 위였기 때문이다. 부승호는 나태웅이 한 모든 일들이 장선명의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믿고 있었다.부승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나태웅을 쳐다보았다.“마지막이야. 이번 일이 완성되면 정보를 알려줄게. 응?”“뭘 하려는 거야.”부승호의 말을 들은 나태웅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사람에게는 약점이 존재한다. 그 약점만 찾으면 아무리 강한 사람이라고 해도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다.부승호도 꿇지 않았는가.나태웅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나태웅의 전화가 울렸다.꺼내 보니 나씨 가문에서 걸어온 전화였다.나태웅은 부승호를 스윽 쳐다보더니 얘기했다.“전화 좀 받고 올게.”말을 마친 후 나가서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너, 당장 돌아와. 지금 당장!”전화기 너머의 나태범은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다.나태웅이 미간을 좁힌 채 물었다.“무슨 일이죠?”“장선명이 와서 우리 경호원들을 때려눕혔어!”단전에서부터 올라오는 분노였다.강성에서 오랜 시간 살아온 나태웅에게 있어서, 이토록 무례한 젊은이는 처음이었다.장선명 때문에 화가 났지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220화

    결국 이를 꽉 깨물고 물었다.“왜 안지영을 데리고 나씨 가문에 간 거지?”“어르신도 대표님을 걱정해서 그런 겁니다. 대표님이...”거기까지 말한 집사는 문득 정신을 차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나태웅은 집사가 말하려는 것을 알아차렸다.“하, 나 때문이라고? 내가 그렇게 쓸모없어 보였나 보지?”“아, 아닙니다! 그저 대표님의 상태가 걱정되셨나 봅니다.”집사는 나태웅에게 나태범의 진심을 전달할 수 없었다. 나태범의 눈에, 나태웅은 정말 쓸모없는 인간이었다. 요즘 들어 나태범은 나태웅이 동영그룹에서 배운 것이 정말 하나 없다고 푸념했다.나태웅이 동영그룹의 결단력과 행동력은 하나도 배우지 못했다고 말이다.조금이라도 배웠다면 나태범은 지금 손자를 돌보고 있을지도 모른다.나태웅은 바로 전화를 끊었다.몸을 돌려 부승호를 쳐다보자 부승호는 차가운 눈빛으로 나태웅을 쳐다보고 있었다. 두 사람 사이는 마치 팽팽하게 당겨진 끈 같았다.나태웅이 앞으로 다가가 부승호의 맞은편에 앉아 얘기했다.“이번 일이 끝나면 내가 직접 데려오지.”“털끝 하나 건드리기만 하면...”“그럴 일은 없어.”부승호가 말을 다 하기 전에 나태웅이 말을 끊었다.나태웅은 몸을 일으킨 후 편지봉투를 건넸다. 그 안에는 부승호가 해야 할 일이 적혀있었다.부승호는 차갑게 나태웅을 올려다보았다. 부들거리는 주먹을 겨우 참으면서 말이다....장선명이 안지영을 데리고 나온 후, 장성현까지 차에 탔다.장성현은 얼른 안지영을 위로하면서 얘기했다.“지영아, 앞으로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이 할아버지한테 얘기해. 내가 지켜줄 테니까.”“감사합니다.”장성현의 위로에도 안지영은 속이 편하지 않았다. 자꾸만 비바람이 몰아치는 것만 같았다.나태웅이 전화를 걸어도 바로 끊어버렸다.안지영은 나태웅만 생각하면 짜증이 나서 돌아버릴 것만 같았다.장선명은 먼저 장성현을 장씨 가문에 데려다주었다.“너희들도 돌아가.”“네.”“조심해. 나태범은 그야말로 정신병자니까!”장성현이 얘기했다.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221화

    나씨 가문에 도착한 나태웅은 집안에 들어서기도 전에 나태범의 고함 소리를 들었다.나태웅은 눈을 질끈 감고 안으로 들어갔다.들어가자마자 나태웅은 무언가가 날아오는 것을 느꼈다. 무의식으로 몸을 움직였지만 완전히 피하지는 못해 이마에서 피가 철철 흘렀다. 그와 동시에 머리도 어지러워졌다.집사가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외쳤다.“대표님!”화를 내던 나태범은 집사의 목소리를 듣고 손의 재떨이를 꽉 움켜쥐었다.이마를 붉게 물들인 나태웅을 보면서, 나태범은 화가 나서 재떨이를 책상에 던져버렸다.나태웅의 모습을 보면서 나태범은 화를 참으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너, 너 때문에 내가 정말 화가 나서 죽을 지경이야. 이 쓸모없는 자식! 여자 하나 때문에 이렇게 돼?!”나태웅은 이마를 만져보았다. 손끝에 따뜻하고 진득한 액체가 묻어나왔다.그 모습을 본 집사는 얼른 사람을 시켜 구급상자를 가져오라고 했다.고용인은 얼른 가서 구급상자를 가져와 나태웅의 상처를 치료해 주었다.나씨 가문은 난장판이 되었다.화가 나 있던 나태범은 집사와 고용인이 나태웅을 싸고도는 모습을 보고 더욱 혈압이 올랐다.“다 물러가! 사내자식이 이 정도도 못 참아? 죽을 것도 아닌데! 차라리 확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이 못난 놈 같으니라고.”“어르신, 진정하세요.”집사가 나서서 얼른 나태범을 말렸다. 이러다가는 더 심한 말로 나태웅을 상처 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말은 거칠지만 속이 여린 사람은 이런 점이 좋지 않았다.화가 나면 비수 같은 말로 상대방의 심장을 후벼 파니까 말이다.나태범이 차갑게 얘기했다.“다 나가!”집사는 그런 나태범을 보고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나태웅의 이마에 반창고 하나 붙여주고 사람들을 데리고 나갔다.이제 나태범과 나태웅만 남았다.나태범은 나태웅을 노려보면서 물었다.“안지영더러, 하주원에게 사과하라고 한 거야?”그 질문에 나태웅은 이를 꽉 깨물었다.아버지인 나태범도 지켜보지 못할 정도라니.나태범은 안지영이 나태범의 앞에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222화

    나태범은 종래로 이런 일을 당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런 일을 제집에서 당하다니, 분노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마음대로 처리하세요.”말을 마친 나태웅이 바로 떠나려고 했다.나태범은 그런 나태웅을 불러세웠다.“거기 서.”“또 무슨 일입니까?”나태웅이 물었다.“무슨 일이냐고? 내가 너를 불러서 들을 말이 고작 그 한마디겠어?”“아니면요?”“아니면요? 하, 넌 네 형을 하나도 닮지 않았어. 그래도 역시 네 형이...”더 믿음직해.나태범은 그 말까지 하지 못했다. 요즘 나태현의 행실을 떠올린 나태범은 머리가 지끈거렸다.도대체 아들을 키운 건지 아니면 뱀을 키운 건지.두 아들 다 결혼 문제 때문에 전전긍긍하면서 나태범의 도움은 받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이제 어쩌다가 마음을 놓을까 했더니만 더욱 애만 타게 한다.“너 정말 안지영이랑 잘 되고 싶으면 앞으로는 내 말을 들어.”그 말을 들은 나태웅이 바로 고개를 돌려 차가운 눈빛으로 나태범을 쳐다보았다.나태범은 계속해서 얘기했다.“왜 안지영을 그렇게 부르는지는 모르겠지만 네가 안지영에게 관심이 없었다면 지금까지 꽉 붙잡고 있지는 않았겠지.”나태범은 그 누구보다 자기 아들을 잘 안다고 자부했다.멍청이 나태현에 비하면, 나태웅이 저지른 실수는 귀여운 수준이다.나태웅은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갑게 나태범을 바라볼 뿐이다.나태범은 아무 말도 안 하는 나태웅을 확 발로 걷어차 버리고 싶었다.“정말 안지영을 손에 넣고 싶으면, 하주원한테 사과하라는 소리는 집어치워 버려.”나태범이 얘기했다. 그리고 대답하지 않는 나태웅을 보며 말을 이어 나갔다.“내 말을 들어. 그러면 안지영이 장선명과 결혼하기 전에 네 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만들어 줄 테니까.”“...”그 말을 들은 나태웅은 미간을 좁혔다.“말을 들으라고요?”“그래, 난 누구보다도 네 속내를 잘 알아. 싫은 척하기는. 쯧.”나태범이 혀를 차면서 나태웅을 놀려주자 나태웅의 표정이 어두워졌다.그러자 나태범은 재미를 잃은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화

    입사 2년 차 고은영은 동영그룹 비서실 직원으로서 매사에 신중하고 성실하게 일해왔다.그런데 어젯밤, 그녀는 거대한 사고를 치고 말았다.고은영은 떨리는 손으로 이불을 잡고 살짝 뒤집었다. 알몸 상태를 확인한 그녀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남자의 넥타이를 잡고 방탕한 여자처럼 유혹하던 자신의 모습이 떠오르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그녀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려 아직 자고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헉!”얕은 비명이 터져 나왔다.그 장면이 꿈이 아니라니! 어떻게 직속 상사를 상대로 그런 미친 짓을 벌인 거지?배준우, 동영그룹 대표이자 그녀의 직속 상사였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너무도 큰 충격에 고은영은 자신도 순결을 잃었다는 사실도 망각한 채, 재빨리 일어나서 옷부터 입었다.그리고 배준우가 깨기 전에 이 끔찍한 범죄현장에서 도망쳤다.떨리는 다리로 겨우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그녀는 애써 어젯밤 기억을 지우려고 노력했다.그런데 화장 중이던 안지영이 그녀를 보고 화들짝 놀라며 물었다.“어제 대표님 방까지 모셔다드리고 온다고 하지 않았어? 전화해도 안 받던데 어떻게 된 거야?”고은영은 가슴이 철렁해서 말까지 더듬었다.“나? 바람 좀 쐬고 좀 늦게 돌아왔는데 너 자고 있길래 조용히 들어왔어. 아침에 대표님 호출이 있어서 나갔다 이제 들어온 거야!”조금 긴장했지만 군더더기가 없는 대답이었다.대표실 직속 비서로서 수시로 호출을 받는 일도 잦았고 지금은 출장 중이라 밤에 바람 좀 쐰다고 나갔다 와도 전혀 이상할 게 없었다.안지영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화장에 집중했다.무사히 넘어갔다는 생각에 고은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화장실로 가서 씻고 출근준비를 했다.두 사람은 식당으로 가서 대충 아침을 먹고 회의실로 바로 직행했다.검은색 정장을 차려 입은 고은영은 평소의 진지하고 성실한 직원으로 돌아왔다.가방에서 핸드폰 진동음이 들리고 발신자에 찍힌 “대표님”이라는 글자를 확인했을 때, 그녀는 숨이 멎는 것 같았다.[지금 당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2화

    고은영은 어떤 마음으로 휴게실을 빠져 나왔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그녀는 다 죽어가는 표정으로 전시회장으로 돌아왔다.그녀를 본 안지영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안색이 왜 그래? 어디 아파?”고은영은 중학교 때부터 자신과 함께한 친구를 보며 눈시울을 붉혔다.그 모습을 본 안지영은 급히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다급히 그녀를 끌고 화장실로 가서 작은 소리로 물었다.“어떻게 된 거야? 대표님한테 혼났어?”안에서 문을 잠그자 고은영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바닥에 주저앉았다.안지영은 다급히 다가가서 그녀의 어깨를 붙잡고 물었다.“어떻게 된 거야? 대표님 너 이런 모습 보면 또 한바탕 난리가 날 텐데!”동영그룹 배준우 대표는 매사에 철저하고 냉철한 사람이었다.아무리 예쁜 여직원이라도 일하는 시간에 울거나 나약한 모습을 보이면 절대 그냥 넘어가는 일이 없었다.과거에 어떤 여직원이 실연 당하고 회사에 와서 몰래 눈물을 흘린 적 있었는데 배 대표는 대차게 그 부서 전체에 징계를 내렸다.여자라서 절대 봐주는 법이 없는 배준우였다.고은영은 숨 넘어갈 듯이 흐느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지영아, 나 이대로 퇴사할지도 몰라! 하지만 난 강성을 떠나기 싫어!”“아니, 도대체 무슨 사고를 쳤길래?”안지영은 앞뒤 잘라먹은 그녀의 말에 조바심이 났다.“내가… 어젯밤에 대표님을… 추행했어!”안지영은 순간 온몸이 굳었다.공기마저 무거워지고 화장실 안에는 고은영의 흐느끼는 소리만 들렸다.한참이 지난 뒤에야 안지영은 충격에서 헤어나올 수 있었다.“지금… 뭐라고 한 거야? 내가 제대로 들은 거 맞아?”도저히 생각해도 믿을 수 없는 내용이었다.“어제 대표님 방에 밤새 있었다고!”고은영이 말했다.다시 정적이 찾아왔다.안지영의 입가에 경련이 일었다.“그러니까 네가, 대표님이랑 억지로 잠자리를 가졌다는 거야?”이게 사실이라면 커다란 재앙이었다.과거 배준우 한번 꼬셔보겠다고 그의 방에 숨어들었던 여자들은 그 결과가 전부 좋지 못했다.애를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3화

    무거운 정적이 흘렀다.바늘 떨어지는 소리도 크게 들릴만큼 고요했다. 고은영은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있었지만 속은 어지러웠다.배준우의 날카로운 시선이 그녀의 작은 얼굴을 힐끗 훑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그런 것 같다라는 식의 대답 내가 싫어하는 거 알 텐데?”고은영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확실하지 않은 대답을 가장 싫어하는 배준우였다.그녀는 고개를 푹 숙이고 이를 악물며 말했다.“어제 제가 대표님을 방까지 모신 뒤로 아무도 그 방에 들어가지 않았습니다!”그녀는 아까보다 더 단호하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다시 정적이 찾아왔다. 고은영에게는 1분이 1년과 같은 고역의 시간이었다.하지만 이걸 이겨내야 했다.만약 배준우에게 거짓말을 들킨다면 그녀만 인생을 망치는 게 아니라 안지영에게까지 피해가 갈 수 있다.겨우 강성에서 자리를 잡고 여기까지 왔는데 다시 나락으로 떨어질 수는 없었다.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고은영의 등 뒤가 축축해질 때쯤 배준우가 다시 입을 열었다.“그래, 알았어.”고은영은 스르륵 눈을 감고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드디어 끝난 건가?“가서 해상그룹 입찰 방안 계획안 좀 가져와 봐.”배준우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고은영은 그제야 안심하고 고개를 끄덕였다.“네, 대표님!”그 뒤로 한달 간 긴 출장이 이어지는 동안 고은영은 최대한 배준우와 단독으로 접촉하는 상황을 피했다.한달 뒤, 긴 출장을 끝낸 그들은 강성으로 돌아왔다.관례대로 고은영에게는 이틀의 휴가가 주어졌다. 이날, 배준우는 긴급회의가 있어 회사로 향했다.회의를 마치고 나오자 문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나태웅이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대표님.”나태웅을 본 배준우가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고 비서는?”“한달 간 출장을 다녀왔으니 당연히 휴가를 줬죠. 고 비서도 연애해야죠.”배준우의 눈빛이 차갑게 빛났지만 이내 평소의 표정으로 돌아왔다.나태웅은 갑자기 싸늘해진 분위기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한편, 동영그룹 직원 기숙사.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4화

    수화기 너머로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고은영은 멈칫하며 다시 발신자를 확인했다.대표님이라는 글자를 확인한 순간, 그녀는 벽에 머리를 박고 자살하고 싶었다!그녀는 바로 태도를 바꾸어 공손한 말투로 전화를 받았다.“죄송합니다, 대표님. 다른 사람인 줄 착각했습니다.”“당장 회사로 와.”남자는 차가운 한마디를 끝으로 전화를 끊어버렸다.고은영은 꺼진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며 입을 삐죽였다. 또 꿀 같은 휴식일에 불러내다니!그녀는 다급히 마트에 들러서 안지영에게 줄 라면 하나 사고 기숙사로 돌아가서 옷을 갈아입었다.바로 돌아온 그녀를 보자 안지영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근처에 은행 새로 섰어?”고은영은 뛰어오느라 숨을 헐떡이며 대답했다.“대표님이 지금 바로 회사로 오래. 일단 라면이나 먹고 있어.”말을 마친 그녀는 바로 방으로 돌아가서 오피스룩으로 갈아입었다.배준우는 정말 깐깐한 상사였는데 직원들이 일하는 시간에 편한 복장으로 오는 것을 굉장히 싫어했다.그녀가 다급히 현관으로 다시 나가는데 뒤에서 불만 섞인 안지영의 목소리가 들렸다.“대표님도 참, 한달이나 출장을 다녀왔는데 쉬는 날에 또 불러내? 그럴 줄 알았으면 너 마케팅부서에 추천할걸 그랬어.”“나 말을 잘 못해서 마케팅 부서는 어울리지 않아.”말을 마친 고은영은 바로 문을 열고 나갔다.기숙사에서 회사까지는 10분 거리였다.이런 지리적 우세 때문에 그녀는 자기 집을 두고 기숙사에서 출퇴근했다. 아침에 잠을 더 자고 교통비도 아낄 수 있다는 점이 큰 메리트로 작용했다.회사에 도착한 그녀는 바로 대표 사무실로 직행했다.안에 들어서자 창가에 서 있는 배준우의 뒷모습이 보였다. 햇살을 받으며 서 있는 그는 뒷모습만 봐도 귀티 나고 멋져 보였다.고은영은 공손히 다가가서 고개를 숙여 그에게 인사했다.“대표님, 저 왔어요.”배준우는 고개를 돌리고 차가운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고은영은 찔리는 게 있어서 그런지 대표가 저런 눈으로 볼 때면 괜히 긴장했다.다행히 배준우는 바로

최신 챕터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222화

    나태범은 종래로 이런 일을 당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런 일을 제집에서 당하다니, 분노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마음대로 처리하세요.”말을 마친 나태웅이 바로 떠나려고 했다.나태범은 그런 나태웅을 불러세웠다.“거기 서.”“또 무슨 일입니까?”나태웅이 물었다.“무슨 일이냐고? 내가 너를 불러서 들을 말이 고작 그 한마디겠어?”“아니면요?”“아니면요? 하, 넌 네 형을 하나도 닮지 않았어. 그래도 역시 네 형이...”더 믿음직해.나태범은 그 말까지 하지 못했다. 요즘 나태현의 행실을 떠올린 나태범은 머리가 지끈거렸다.도대체 아들을 키운 건지 아니면 뱀을 키운 건지.두 아들 다 결혼 문제 때문에 전전긍긍하면서 나태범의 도움은 받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이제 어쩌다가 마음을 놓을까 했더니만 더욱 애만 타게 한다.“너 정말 안지영이랑 잘 되고 싶으면 앞으로는 내 말을 들어.”그 말을 들은 나태웅이 바로 고개를 돌려 차가운 눈빛으로 나태범을 쳐다보았다.나태범은 계속해서 얘기했다.“왜 안지영을 그렇게 부르는지는 모르겠지만 네가 안지영에게 관심이 없었다면 지금까지 꽉 붙잡고 있지는 않았겠지.”나태범은 그 누구보다 자기 아들을 잘 안다고 자부했다.멍청이 나태현에 비하면, 나태웅이 저지른 실수는 귀여운 수준이다.나태웅은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갑게 나태범을 바라볼 뿐이다.나태범은 아무 말도 안 하는 나태웅을 확 발로 걷어차 버리고 싶었다.“정말 안지영을 손에 넣고 싶으면, 하주원한테 사과하라는 소리는 집어치워 버려.”나태범이 얘기했다. 그리고 대답하지 않는 나태웅을 보며 말을 이어 나갔다.“내 말을 들어. 그러면 안지영이 장선명과 결혼하기 전에 네 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만들어 줄 테니까.”“...”그 말을 들은 나태웅은 미간을 좁혔다.“말을 들으라고요?”“그래, 난 누구보다도 네 속내를 잘 알아. 싫은 척하기는. 쯧.”나태범이 혀를 차면서 나태웅을 놀려주자 나태웅의 표정이 어두워졌다.그러자 나태범은 재미를 잃은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221화

    나씨 가문에 도착한 나태웅은 집안에 들어서기도 전에 나태범의 고함 소리를 들었다.나태웅은 눈을 질끈 감고 안으로 들어갔다.들어가자마자 나태웅은 무언가가 날아오는 것을 느꼈다. 무의식으로 몸을 움직였지만 완전히 피하지는 못해 이마에서 피가 철철 흘렀다. 그와 동시에 머리도 어지러워졌다.집사가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외쳤다.“대표님!”화를 내던 나태범은 집사의 목소리를 듣고 손의 재떨이를 꽉 움켜쥐었다.이마를 붉게 물들인 나태웅을 보면서, 나태범은 화가 나서 재떨이를 책상에 던져버렸다.나태웅의 모습을 보면서 나태범은 화를 참으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너, 너 때문에 내가 정말 화가 나서 죽을 지경이야. 이 쓸모없는 자식! 여자 하나 때문에 이렇게 돼?!”나태웅은 이마를 만져보았다. 손끝에 따뜻하고 진득한 액체가 묻어나왔다.그 모습을 본 집사는 얼른 사람을 시켜 구급상자를 가져오라고 했다.고용인은 얼른 가서 구급상자를 가져와 나태웅의 상처를 치료해 주었다.나씨 가문은 난장판이 되었다.화가 나 있던 나태범은 집사와 고용인이 나태웅을 싸고도는 모습을 보고 더욱 혈압이 올랐다.“다 물러가! 사내자식이 이 정도도 못 참아? 죽을 것도 아닌데! 차라리 확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이 못난 놈 같으니라고.”“어르신, 진정하세요.”집사가 나서서 얼른 나태범을 말렸다. 이러다가는 더 심한 말로 나태웅을 상처 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말은 거칠지만 속이 여린 사람은 이런 점이 좋지 않았다.화가 나면 비수 같은 말로 상대방의 심장을 후벼 파니까 말이다.나태범이 차갑게 얘기했다.“다 나가!”집사는 그런 나태범을 보고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나태웅의 이마에 반창고 하나 붙여주고 사람들을 데리고 나갔다.이제 나태범과 나태웅만 남았다.나태범은 나태웅을 노려보면서 물었다.“안지영더러, 하주원에게 사과하라고 한 거야?”그 질문에 나태웅은 이를 꽉 깨물었다.아버지인 나태범도 지켜보지 못할 정도라니.나태범은 안지영이 나태범의 앞에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220화

    결국 이를 꽉 깨물고 물었다.“왜 안지영을 데리고 나씨 가문에 간 거지?”“어르신도 대표님을 걱정해서 그런 겁니다. 대표님이...”거기까지 말한 집사는 문득 정신을 차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나태웅은 집사가 말하려는 것을 알아차렸다.“하, 나 때문이라고? 내가 그렇게 쓸모없어 보였나 보지?”“아, 아닙니다! 그저 대표님의 상태가 걱정되셨나 봅니다.”집사는 나태웅에게 나태범의 진심을 전달할 수 없었다. 나태범의 눈에, 나태웅은 정말 쓸모없는 인간이었다. 요즘 들어 나태범은 나태웅이 동영그룹에서 배운 것이 정말 하나 없다고 푸념했다.나태웅이 동영그룹의 결단력과 행동력은 하나도 배우지 못했다고 말이다.조금이라도 배웠다면 나태범은 지금 손자를 돌보고 있을지도 모른다.나태웅은 바로 전화를 끊었다.몸을 돌려 부승호를 쳐다보자 부승호는 차가운 눈빛으로 나태웅을 쳐다보고 있었다. 두 사람 사이는 마치 팽팽하게 당겨진 끈 같았다.나태웅이 앞으로 다가가 부승호의 맞은편에 앉아 얘기했다.“이번 일이 끝나면 내가 직접 데려오지.”“털끝 하나 건드리기만 하면...”“그럴 일은 없어.”부승호가 말을 다 하기 전에 나태웅이 말을 끊었다.나태웅은 몸을 일으킨 후 편지봉투를 건넸다. 그 안에는 부승호가 해야 할 일이 적혀있었다.부승호는 차갑게 나태웅을 올려다보았다. 부들거리는 주먹을 겨우 참으면서 말이다....장선명이 안지영을 데리고 나온 후, 장성현까지 차에 탔다.장성현은 얼른 안지영을 위로하면서 얘기했다.“지영아, 앞으로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이 할아버지한테 얘기해. 내가 지켜줄 테니까.”“감사합니다.”장성현의 위로에도 안지영은 속이 편하지 않았다. 자꾸만 비바람이 몰아치는 것만 같았다.나태웅이 전화를 걸어도 바로 끊어버렸다.안지영은 나태웅만 생각하면 짜증이 나서 돌아버릴 것만 같았다.장선명은 먼저 장성현을 장씨 가문에 데려다주었다.“너희들도 돌아가.”“네.”“조심해. 나태범은 그야말로 정신병자니까!”장성현이 얘기했다.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219화

    나태웅은 이미 부승호와 함께였다.부승호는 어두운 표정으로 나태웅을 보면서 차갑게 얘기했다.“이제 그녀의 소식을 나한테 줄 수 있겠어?”“당연하지. 하지만 네가 도와줘야 할 게 있어.”“내가 뭘 더 해야 하는데!”부승호가 분노에 가득 찬 눈을 하고 화를 냈다.하늘 그룹에 오랫동안 몸 담그고 있으면서, 하늘 그룹은 부승호를 아주 아껴주었고 부승호도 하늘 그룹을 집처럼 생각했다.이번 일만 아니었으면, 부승호가 나태웅에게 주식을 파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나태웅이 수를 쓴 게 분명하다!”나태웅 씨, 우리 아가씨는 당신에게 마음이 없어. 내 주식을 가지면 하늘 그룹을 손에 넣을 수 있을 것 같아? 순진하긴.”“장선명이 안지영을 언제까지 지켜줄 수 있을 것 같아?”나태웅이 차갑게 웃었다.자신만만한 부승호에 대해서는 상관도 하지 않았다.부승호가 지금 나태웅에게 주식을 팔아넘기는 건, 장선명의 수단이 나태웅보다 더 위였기 때문이다. 부승호는 나태웅이 한 모든 일들이 장선명의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믿고 있었다.부승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나태웅을 쳐다보았다.“마지막이야. 이번 일이 완성되면 정보를 알려줄게. 응?”“뭘 하려는 거야.”부승호의 말을 들은 나태웅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사람에게는 약점이 존재한다. 그 약점만 찾으면 아무리 강한 사람이라고 해도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다.부승호도 꿇지 않았는가.나태웅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나태웅의 전화가 울렸다.꺼내 보니 나씨 가문에서 걸어온 전화였다.나태웅은 부승호를 스윽 쳐다보더니 얘기했다.“전화 좀 받고 올게.”말을 마친 후 나가서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너, 당장 돌아와. 지금 당장!”전화기 너머의 나태범은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다.나태웅이 미간을 좁힌 채 물었다.“무슨 일이죠?”“장선명이 와서 우리 경호원들을 때려눕혔어!”단전에서부터 올라오는 분노였다.강성에서 오랜 시간 살아온 나태웅에게 있어서, 이토록 무례한 젊은이는 처음이었다.장선명 때문에 화가 났지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218화

    안지영은 바로 문을 나서려고 했지만 경호원이 그녀를 막아 나섰다.“안지영 씨.”집사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 장선명이 도대체 이곳에 어떻게 들어온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나씨 가문의 경비는 아주 삼엄했다.문이 있는 곳에는 경호원이 다 서 있었기에 외부인은 나씨 가문에서 자유롭게 출입할 수 없었다.하지만 장선명이...집사가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있을 때, 장선명이 문 앞으로 다가왔다.“알아서 꺼내줄래, 아니면 내가 무력으로 꺼내와야 하는 건가?”무력으로 꺼낸다고 말하는 장선명에게서는 강압적인 태도와 까리함이 동시에 느껴졌다.그 말에 모든 사람의 표정이 굳어버렸다. 그중에서도 집사의 표정이 가장 어두웠다.“그러실 수 없습니다.”“윽.”집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경호원 한 명이 쓰러진 채 일어서지 못했다.다른 사람들은 그 장면을 보고 놀라서 숨도 쉬지 못했다.안지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멍하니 바닥에 쓰러진 경호원을 쳐다보았다.이윽고 손목에서 온기가 느껴졌다.“가자.”장선명이 안지영의 손목을 잡고 밖으로 나갔다.정신을 차린 집사가 얼른 그 앞을 막아 나섰다.“안 됩니다! 이러시면 안 됩니다!”“당신도 이 바닥에서 자고 싶은 거야? 이 차디찬 바닥에서?”그 말을 들은 집사는 몸을 움찔거렸다.장선명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씩 웃고는 안지영을 끌고 밖으로 나갔다.하주원은 갑자기 등장한 장선명을 보고 놀라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장선명은 안지영을 데리고 구불구불한 길을 걸었다.아까까지만 해도 밖에 사람이 많았던 것 같은데, 지금 이 길 위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차에 탄 안지영이 여전히 멍한 표정을 짓고 있자 장선명이 손가락을 튕겼다.“어, 어떻게 여기를 온 거예요?”“어떻게라니?”“게다가 나씨 가문을 자기 집처럼...”나씨 가문이 얼마나 삼엄한 곳인지, 안지영은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장선명은 안지영을 데리고 나씨 가문에서 빠져나왔다.“알고 싶어?”마주한 장선명의 눈빛은 아주 매혹적이었다. 안지영은 머리를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217화

    이윽고 하주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년이 이 안에 있는 거, 맞아?”경호원 두 명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문 앞을 지켰다.“비켜!”안지영이 왔다는 것을 들은 하주원은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달려왔다.한편으로는 이모부가 왜 이런 계집을 데려온 것인지 이해되지 않았다.돌아온 집사는 하주원이 경호원과 대치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그리고는 딱딱한 말투로 얘기했다.“아가씨, 언행을 조심하세요.”집사의 목소리를 들은 하주원은 고개를 돌렸다.“그래서 안지영이 정말 이 안에 있다는 거야?”“안지영 씨는 어르신께서 점 찍어놓은 며느리입니다. 그러니 가만히 계시는 게 좋을 겁니다.”“뭐? 며느리? 지금 나랑 장난하는 거지?”하주원은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안지영 같은 계집이 나씨 가문의 며느리가 된다고? 아니야, 내가 살아있는 한, 안지영은 그럴 수 없어!’집사는 엄숙한 표정으로 얘기했다.“어르신이 직접 나선 일인데, 거짓말일 리가 있겠습니까.”하주원은 그 말을 듣자마자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이모부가 직접 나선다는 건 이 일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하주원은 이모부가 정말 안지영을 며느리로 삼으려고 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몰라! 안지영과 둘째 사촌오빠가 결혼하게 내버려둘 수 없어! 안지영은 그럴 자격이 없으니까!”“맞아, 난 자격이 없어. 하주원의 말이 맞아요. 난 정말 자격이 없어요.”안지영이 나서서 얘기했다.안지영의 발이 문을 나서려는 순간, 경호원이 경계 태세로 그녀를 막아 나섰다.안지영은 지끈지끈한 머리를 감싸 쥐고 얘기했다.“뭐라고 하는지 못 들었어요? 난 자격이 없다니까요!”“너라도 알면 됐어. 뻔뻔한 년. 이렇게라도 상류층에 들고 싶다는 거야?”화가 난 하주원은 할 말, 못 할 말 가리지 않고 뱉어냈다.안지영은 그런 하주원을 정신병자라고 생각한 채 완벽히 무시해 버렸다.하지만 하주원의 입에서 나오는 비속어까지 참을 수는 없었다.“내가 찾아온 게 아니야.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이 증명해 줄 수 있어. 나는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216화

    “배고파요.”안지영이 화가 풀리지 않은 말투로 얘기했다.집사는 그런 안지영에게로 시선을 돌리면서 얘기했다.“드시고 싶은 게 있으면 얘기해 주십쇼. 주방에 전달하겠습니다.”“적어도 60첩 밥상은 내와야지 않겠어요?”“30분 안에 그게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는 겁니까?”집사는 안지영이 고집을 부리고 있다고 생각했다.반항할 수는 없으니 분풀이라도 하는 것처럼 보였다.그런 안지영의 성질을 지켜보던 집사는 이런 안지영과 함께 살게 될 나태웅이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을 했다.화가 부글부글 끓던 안지영은 집사의 그 말을 듣고 참을 수 없어서 소리쳤다.“나씨 가문의 셰프는 이 정도도 못하나 봐요?”“...”‘저 입을 확 그냥!’“알겠습니다. 바로 준비하라고 하죠.”저 입술에서 나오는 말은 열에 아홉이 억지였다.짧은 시간 동안, 안지영은 나씨 가문 사람들에게 본인이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었다....다른 한편.장성현과 나태범이 한자리에 모였다.두 사람은 다 장선명이 어디 간 건지 몰랐다.“네 손자는?”“네 아들을 불러내!”두 사람이 동시에 얘기했다.이윽고 두 사람은 어두워진 표정으로 차갑게 ‘흥’하고 코웃음을 쳤다.장성현의 태도는 보나 마나 나태웅을 찾아온 것이었다.두 사람은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원수처럼 서로를 노려보았다.두 사람은 젊었을 적부터 앙숙이었다. 그러다가 10년 전 두 사람이 은퇴하면서부터 이 갈등이 잦아들었다.두 사람은 10년 동안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하지만 자식들 때문에 10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될 줄 전혀 몰랐다.“난 내 손자며느리를 데리러 왔어.”“네 손자며느리는 여기 없어. 내 며느리지.”“네 며느리라고? 뻔뻔하게 말하지 마. 그 애는 네 아들을 좋아하지 않아. 낯짝이 두꺼운 것도 유분수지.”장성현은 물러서지 않고 얘기했다.주변의 사람들은 두 사람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을 느끼면서 약간 겁을 먹었다.장성현은 주변 사람들을 전혀 개의치 않고 솔직하게 얘기했다.나태범은 안지영이 나태웅을 안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215화

    안지영은 장선명과 장성현이 왔다는 소리에 잠시 당황했지만 곧 마음의 안정을 되찾았다.그동안 나태범에게 강하게 나갔지만 사실 마음속으로는 꽤 긴장하고 있었다.분노는 분노였고 이 사람들이 정말로 화를 내면 자신이 큰 피해를 볼 거라는 사실은 외면할 수 없었다.그러나 이제 장성현과 장선명이 왔다는 소식을 들으니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마음이 편안해졌다.집사는 불안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장성현 어르신께서 오셔서 나오시라고 하셨습니다.”나태범은 집사를 째려본 후 안지영을 바라보았다.그 눈빛에는 뭔가 억누르는 듯한 감정이 묻어 있었다.안지영은 똑바로 서서 그 시선을 맞받아쳤다.나태범이 몸을 일으키며 입을 열었다.“너랑 장선명은 아무것도 이루지 못할 거다. 부모님에게 의지하는 남자는 별 볼 일 없는 사람이야.”“어르신께서는 나태웅의 부모님 아니신가요?”안지영은 더 이상 예의를 차리지 않았다.‘선명 씨가 부모님만 찾는 사람이라서 별 볼 일 없다고? 누가 들으면 나태웅은 엄청 대단한 줄 알겠네. 자기가 먼저 나서서 나를 강압적으로 데려왔으면서 선명 씨는 혼자 왔어야 한다는 말인가?’안지영의 날카로운 말투에 나태범은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었다.그는 짜증을 내며 집사에게 말했다.“여기서 손님을 접대해.”“알겠습니다.”“무슨 뜻이에요? 지금 절 못 가게 하시려는 거예요?”그녀는 바로 나태범을 따라가려 했지만 집사가 앞을 가로막았다.“아가씨, 여기서 반 시간만 기다려주세요.”“앞길 막지 말고 비켜요.” 안지영이 화가 나서 소리쳤다.안지영은 더 이상 나씨 가문 사람들에게 예의를 차릴 생각이 없었다.비록 집사가 나이 좀 많아 보이는 어른이라고 해도 그녀에게는 더 이상 존경할 가치도 없는 사람이어서 안지영은 예의는 걷어치웠다.집사의 얼굴에 불쾌함이 스쳐 지나가자 안지영도 참지 않고 말했다.“안 비킬 거예요?”“반 시간만 계시면 됩니다. 계속 이렇게 소란 피우시면 어르신께서 영원히 나씨 가문에 가둬두실 수도 있습니다.”‘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214화

    안지영은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나태범을 쳐다보며 말했다.“지금 그게 문제예요?”두 사람은 완전히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었다.나태범은 나태웅이 안지영에게 보낸 메시지를 본 후 머리가 아팠다.‘쓸모없는 놈.’“하주원의 아버지가 누군지는 알아?”“알아요. 하준성 아닌가요?”안지영이 못마땅하게 말했다.‘흥, 하주원만 아빠가 있는 것처럼 얘기하네. 아빠가 병원에 계시지만 않았더라도 내 편을 들어줬을 텐데 이제 우리 아빠가 식물인간 됐다고 나를 괴롭히는 건가?’나태범이 차갑게 웃으며 답했다.“맞아. 네가 그 사람보다 잘난 것처럼 얘기하네?”“비록 제가 대단하지는 않지만 전 그래도 도리를 지키는 사람이에요.”“너희 아버지가 하준성한테 큰 피해를 보았다는 사실은 알고 있어?”‘아빠가 하준성에게 피해를 보았다고?’안지영은 한 번도 관련된 이야기를 들은 적 없었다.안진섭이 있을 때 그녀는 동영그룹에서 근무하며 능력을 키웠기에 안진섭과 다른 사람 사이의 일은 잘 알지 못했다.지금 생각해 보니 안지영은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안진섭이 무사할 때 그녀는 하늘그룹을 물려받는 것에 관심이 없었다. 결국은 놀고 싶었기 때문이다.지금 와서 보니 아버지가 혼자서 그녀를 키운 시간 동안 그녀가 얼마나 말을 듣지 않았는지를 알게 되었다.두 사람은 서로 의지하며 살아았지만 안지영은 안진섭에게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나태범이 말을 이었다.“하준성은 음험하고 교활한 사람이야. 비밀스러운 수단이 많지. 너는 아직 젊어서 그의 상대가 될 수는 없다.”“어르신 매제 아니에요?”안지영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그럼 내가 왜 너를 도와야 하지? 네가 내 며느리가 된다면 그때 그 사과는 하지 않아도 된다.”나태범의 말을 들은 안지영은 눈을 흘겼다.‘하주원에게 사과하지 않겠다고 나태웅이랑 결혼하라고? 큰 손해잖아.’안지영도 바보는 아니었다.지금 보니 나태범이 오늘 그녀를 찾아온 이유는 완전히 협박과 유인을 위함이었다.이럴 때일수록 자기 입장을 확고히 해야 후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