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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5화

작가: 송언희
안지영은 그런 장선명의 눈빛을 바라보면서 약간 난감해했다.

“정말 못 맡은 거예요?”

“맡았어.”

장선명이 당당하게 얘기했다.

하지만 장선명은 그게 썩은 냄새인 줄 몰랐다. 그저 날계란의 냄새인 줄로만 알았다.

“...”

안지영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도대체 요리할 줄 아는 거 맞아요?”

“너무 잘하는 건 아닌데, 너한테 만들어주고 싶었으니까.”

장선명이 당당하게 얘기했다.

안지영은 자기 귀를 의심할 뻔했다.

‘요리를 해주고 싶은 게 아니라 죽이고 싶은 게 아니었을까?’

“앞으로 요리하지 말아요.”

안지영이 얼른 말했다.

‘난 아직 오래 살고 싶어. 아니, 저번에도 요리하지 않았던가? 그때는 이 정도 실력이 아니었는데, 왜 이번에는 계란이 썩은 것도 몰랐지?’

하지만 안지영은 더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아까 먹은 계란말이 때문에 트라우마가 생길 지경이었다. 앞으로는 절대 장선명의 요리를 먹지 않을 것이다.

“알겠어. 안 할게.”

“앞으로는 고용인들께 부탁드려요.”

안지영은 얼른 장선명을 끌고 주방에서 나왔다. 그리고 집사에게 눈치를 줬다.

고용인들은 얼른 주방에서 요리를 시작했다.

안지영은 주방 쪽을 향해 외쳤다.

“주방용품 여러 번 씻어주세요. 아니면 그냥 버려주세요.”

고용인들은 안지영을 쳐다보면서 공손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사모님.”

“...”

‘이런 오해를...’

표정이 좋지 않던 장선명은 고용인의 말을 듣고 금세 미소를 지었다.

안지영이 반박하려는데, 장선명이 안지영을 품에 그러안고 집사를 보며 얘기했다.

“저 사람은 월급을 올려줘.”

“네.”

집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고용인은 약간 멈칫했다가 장선명을 향해 허리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기뻐하는 장선명의 표정을 본 안지영은 장선명의 허리를 확 꼬집었다.

장선명은 아파서 ‘습’하고 숨을 들이켰다.

“이 여자 봐라? 남편을 죽이려고?”

“우리 아직...”

“어차피 곧 결혼할 거잖아. 웨딩드레스도 이미 정했는데.”

장선명이 얘기했다.

“...”

웨딩드레스를 떠올린 안지영은 아무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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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돌아가.”“그럼 안지영이 날 때린 건...”거기까지 말한 하주원은 말을 멈추고 갑자기 눈물을 흘렸다.그리고 입을 열었다가 다시 숨을 고르며 눈물을 쏟았다.하주원은 본인을 가녀린 피해자로 만들어 놓았다.하주원이 안지영과의 사건을 꺼내자 나태웅의 표정이 또다시 어두워졌다.“네가 먼저 찾아가서 안지영을 때린 거잖아. 아니야?”“아니야. 난 그저 오빠가 마음에 들어 하는 여자가 어떤 사람인지 보려고...”“...”“대화 좀 나누다가 안지영이 갑자기 나를 때린 거야!”하주원이 울면서 얘기했다.눈물을 흘리면서 하는 말은 거짓말 같지 않았다. 하주원의 모습을 본다면 모두가 그걸 진짜라고 믿을 것이다.나태웅이 미간을 찌푸렸다.“안지영이 먼저 때린 거야?”하주원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울음을 그치지 못했다.“안지영이 먼저 나를 때린 거야. 그렇지 않으면 나도 반격하지 않았을 거야.”나태웅은 속에 화가 부글부글 끓었다.안지영이 먼저 손을 올린 것이라면...안지영의 성질을 생각해 보면 말이 안 되는 것도 아니다.안지영은 조금이라도 심기가 불편하면 성질을 부리니까 말이다.전형적인 강약약강이 아닌가.전에는 배준우가 복수할까 봐 두려워하더니, 하주원한테는 함부로 대하다니. 나태웅에게 있어서 안지영은 충분히 그럴 사람이었다.참지 않는 것도, 참지 못하고 폭발하는 것도 다 안지영이다.“먼저 돌아가.”“이모가 있을 때는 이런 일을 겪을 거라고 생각도 못 했어. 이모가 보고 싶어. 엉엉...”하주원은 또 나태웅의 어머니를 언급하면서 눈물을 흘렸다.나태웅은 머리가 아파서 한숨을 푹 쉬고 이마를 매만졌다.“먼저 돌아가. 안지영이 곧 사과할 거야.”“정말? 정말이야?”하주원이 울면서 물었다.“그래.”다 성인이니 본인이 한 짓에 대가를 치러야 하지 않겠는가.특히 안지영은 제대로 혼내주지 않으면 앞으로도 더 막 나갈 것이다.나태웅의 대답을 들은 하주원은 만족했다.하주원은 아까 나태범과 나태웅의 대화를 다 엿들었다.하지만 그래도 하주원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227화

    밖에서 금방 돌아온 진이훈은 나태웅이 온 힘을 다해 핸드폰을 탁상 위로 던지는 것을 보았다. 핸드폰 액정은 마치 거미줄처럼 금이 가 있었다.진이훈은 속으로 핸드폰 수리점에 연락해야겠다고 생각했다.“하주원 씨가 오셨습니다. 만나보실 겁니까?”진이훈이 낮은 소리로 물었다.하주원이라는 이름을 들은 나태웅은 그저 머리가 아팠다.미간을 누른 나태웅이 얘기했다.“들어오라고 해.”“네.”진이훈이 고개를 끄덕이고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손잡이를 돌리려던 순간, 진이훈은 무언가를 떠올린 듯 물었다.“아까 어르신께서 꽃을 주문하라고 하셨습니다.”“무슨 꽃?”“장미꽃이요. 내일 대표님 이름으로 안지영 씨한테 보낼 예정입니다.“...”그 말을 들은 나태웅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그년한테 꽃을 보낸다고? 이게 무슨 수단이지?’안지영이 다른 여자와 다르다는 것을 떠올린 나태웅은 숨을 깊이 들이쉬더니 얘기했다.“다른 방법을 알아보라고 해. 그년은 꽃을 좋아하지 않으니까.”진이훈은 그 말을 듣고 입꼬리를 억누르려고 애썼다.‘이런 상황에서도 그년이라고 부르시니...’“네.”진이훈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원수 같은 두 사람을 보면서, 진이훈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지금은 나태범까지 끼어들었으니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전혀 알 수 없었다. 진이훈이 나가고 얼마 되지 않아 하주원이 눈물을 닦으면서 들어왔다.표정이 좋지 않은 나태웅을 본 하주원이 억울한 듯 속삭였다.“태웅 오빠.”나태웅은 그저 차가운 눈빛으로 하주원을 쳐다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 눈빛을 마주한 하주원은 저도 모르게 겁을 먹었다.하지만 당당하게 얘기했다.“안지영과 헤어지면 안 돼? 안지영은 오빠한테 부족한 여자야.”“그럼 누가 나한테 어울리는데. 네가?”“태웅 오빠...”그 말을 들은 하주원은 얼굴을 붉혔다.그리고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하주원에게 있어서는 대답을 하지 않는 것이 대답한 것과 같은 것이었다.“이모님이 얘기했었잖아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226화

    장선명은 바로 전화를 받아서 스피커폰으로 돌려놓았다.“나태웅, 설마 나한테 사과하라고 할 건 아니지?”장선명은 ‘사과’라는 두 글자에 힘을 주어 얘기했다.안지영은 그 두 글자를 듣고 표정이 굳어버렸다.나씨 가문은 사과를 받아내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지 않나.나태웅이 요즘 안지영더러 계속해서 하주원에게 사과하라고 한 걸 떠올리니 안지영은 화가 치밀었다.전에는 나태웅이 이렇게 막무가내인 사람인 줄 몰랐지만 이제야 알게 되었다.정말 솔로인 것이 당연한 사람이다.“오늘 나씨 가문에서 일어난 일에 관해서 설명을 해줬으면 하는데.”안지영은 장선명 옆에 앉아 있다가 그 말을 듣고 하마터면 욕할 뻔했다.하지만 장선명은 그런 안지영을 품에 안고 따뜻한 손으로 안지영의 입을 막은 후 고개 숙여 웃으며 안지영을 바라보았다.안지영은 그런 장선명을 쳐다보면서도 나태웅을 향한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장선명은 가볍게 웃었다.“나태웅 씨가 원하는 게 어떤 걸까? 내 약혼녀랑 같이 너네 가문 경호원한테 가서 사과라도 해야하나?”“...”“...”장선명이 오늘 나씨 가문에서 사람을 때렸으니 사과를 해야하는 것은 당연하다.하지만 지금 장선명의 태도에서는 사과하려는 마음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장선명이 약혼녀를 데리고 나씨 가문의 경호원한테 사과하러 간다니.“장선명, 지금 뭐 하자는 거야. 아니면 경호원은 사람으로 보지도 않는다는 건가?”“하.”장선명이 크게 웃었다.“반응은 빠르네. 여태까지 네가 바보인 줄 알았는데.”‘바보’라는 단어에 전화기 너머의 나태웅이 턱에 힘을 꽉 주었다.숨소리마저 기분 나빠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장선명, 선 넘지 마.”나태웅이 이를 꽉 깨물고 장선명을 찢어 죽일 것처럼 말했다.“왜, 이 뜻이 아니었나?”틀린 건 아니었다.하지만 나태웅이 장선명더러 경호원을 찾아와 사과하라고 할 수도 없는 짓이었다.나태웅은 원래 장선명이 이렇게 하도록 할 생각이 없었지만 장선명이 그렇게 얘기하자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225화

    안지영은 그런 장선명의 눈빛을 바라보면서 약간 난감해했다.“정말 못 맡은 거예요?”“맡았어.”장선명이 당당하게 얘기했다.하지만 장선명은 그게 썩은 냄새인 줄 몰랐다. 그저 날계란의 냄새인 줄로만 알았다. “...”안지영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도대체 요리할 줄 아는 거 맞아요?”“너무 잘하는 건 아닌데, 너한테 만들어주고 싶었으니까.”장선명이 당당하게 얘기했다.안지영은 자기 귀를 의심할 뻔했다.‘요리를 해주고 싶은 게 아니라 죽이고 싶은 게 아니었을까?’“앞으로 요리하지 말아요.”안지영이 얼른 말했다.‘난 아직 오래 살고 싶어. 아니, 저번에도 요리하지 않았던가? 그때는 이 정도 실력이 아니었는데, 왜 이번에는 계란이 썩은 것도 몰랐지?’하지만 안지영은 더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아까 먹은 계란말이 때문에 트라우마가 생길 지경이었다. 앞으로는 절대 장선명의 요리를 먹지 않을 것이다.“알겠어. 안 할게.”“앞으로는 고용인들께 부탁드려요.”안지영은 얼른 장선명을 끌고 주방에서 나왔다. 그리고 집사에게 눈치를 줬다.고용인들은 얼른 주방에서 요리를 시작했다.안지영은 주방 쪽을 향해 외쳤다.“주방용품 여러 번 씻어주세요. 아니면 그냥 버려주세요.”고용인들은 안지영을 쳐다보면서 공손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사모님.”“...”‘이런 오해를...’표정이 좋지 않던 장선명은 고용인의 말을 듣고 금세 미소를 지었다.안지영이 반박하려는데, 장선명이 안지영을 품에 그러안고 집사를 보며 얘기했다.“저 사람은 월급을 올려줘.”“네.”집사는 고개를 끄덕였다.그 고용인은 약간 멈칫했다가 장선명을 향해 허리를 숙였다.“감사합니다!”기뻐하는 장선명의 표정을 본 안지영은 장선명의 허리를 확 꼬집었다.장선명은 아파서 ‘습’하고 숨을 들이켰다.“이 여자 봐라? 남편을 죽이려고?”“우리 아직...”“어차피 곧 결혼할 거잖아. 웨딩드레스도 이미 정했는데.”장선명이 얘기했다.“...”웨딩드레스를 떠올린 안지영은 아무 말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224화

    장선명은 계속 토하는 안지영을 보고 다시 계란말이를 쳐다보더니 표정이 어두워졌다.‘그렇게 맛없는 거야? 토할 만큼?’흐뭇한 분위기는 얼마 가지 못했다.집사와 고용인들은 서로 난감해하면서 시선을 피했다.장선명은 안지영에게 물을 건네주었다. 안지영은 입을 헹구었지만 여전히 입에서 그 맛이 나는 것만 같았다.“우웩.”“...”‘또 토한다고? 그렇게나 맛이 없었어?’장선명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계란말이를 입에 넣었다. 도대체 얼마나 맛이 없기에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하지만 계란말이를 씹는 그 순간, 장선명은 그대로 굳어버렸다.이건 맛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장선명도 쓰레기통 옆에서 연신 구역질을 했다.“우웩.”주방 밖에 서 있던 집사와 고용인들은 그 모습을 보고 서로 눈치를 보았다.자기가 만든 것을 먹고 토하는 경우라니... 얼마나 맛이 없길래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5분 정도 지난 후, 안지영은 입가를 닦으면서 몸을 일으켰다. 얼굴은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다.장선명은 여전히 입을 헹구고 있었다. 입에 여전히 그 맛이 남아있는 것만 같았다.장선명은 안지영을 보면서 얘기했다.“미안해.”“그건 대체 뭐였어요?”안지영이 물었다. 이윽고 질문 공세가 이어졌다.“뭘 넣은 거예요?”“소금만 넣었을 뿐이야.”“그럴 리가요.”안지영이 바로 대답했다.소금을 많이 넣었으면 그저 짤 것이다. 하지만 계란말이에서는 아주 더러운 냄새가 났다.“...”장선명은 정말 소금만 넣었기에 억울했다.“그럼 계란이 썩은 건가?”장선명이 의아해하면서 중얼거렸다.“당연하죠. 계란이 썩은 건지도 몰라요?”아까 먹은 계란말이가 썩은 계란이라고 생각하니 더욱 메스꺼웠다. 장선명은 아까 계란말이를 할 때부터 냄새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그게 정상인 줄 알고 그대로 진행해 버렸다.그런데... 냉장고에 썩은 계란이 있다니. 이게 무슨 일인가.“안 집사.”“네, 도련님.”안 집사가 바로 앞으로 나와서 대답했다.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223화

    안지영은 킹덤 타운에서 물러나지 않았다. 하주원에게 사과도 하지 않았다.장선명은 안지영을 데리고 킹덤 타운에 도착했다.“먼저 씻어. 안 좋은 일들을 털어버려야지.”안지영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확실히 재수가 없긴 했어요.”오늘은 재수가 좋지 않은 날인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런 일들을 겪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집에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 말이다.그래도 오늘 강제로 나씨 가문에 다녀온 것을 생각하면 재수가 없어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샤워를 마친 후 안지영은 먼저 안열에게 전화를 걸었다.“안 대표님.”“부승호 씨와 시간 좀 잡아줘요. 만나봐야겠어요.”안지영은 머리카락의 물기를 닦으면서 전화기 너머의 안열에게 얘기했다.그 말을 들은 안열은 약간 멍해있다가 대답했다.“부승호 씨를 만나려고요? 그럴 필요 없다고 생각됩니다만.”안열이 보기에는 부승호는 안씨 가문과 안진섭에게 모든 충성을 다 했었다.주식을 나태웅에게 팔아넘기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주식을 팔아버린 부승호는 안씨 가문을 완전히 배신한 것과 같다.배신자는 다시 만날 필요가 없다는 게 안열의 생각이었다.안지영이 한숨을 내쉬고 얘기했다.“당신이 몰라서 그래요.”부승호는 동지운과 달랐다. 부승호는 안진섭과 함께 모든 것을 일궈낸 사람이 아니겠는가.물론 동지운도 초창기 멤버지만 부승호는 동지운처럼 야망이 없고 선을 지킬 줄 아는 사람이었다.그런데 갑자기 주식을 나태웅에게 팔아넘긴 것은 분명 원인이 있었을 것이다.안지영은 부승호가 위험에 처했다고 생각했다.“그럼 언제가 편하실까요?”안지영이 뜻을 굽히지 않자 안열도 더는 말리지 않았다.“내일로 하죠.”“네.”전화를 마친 안지영의 눈이 빛났다.나태웅의 이름을 떠올린 안지영은 바로 나태웅을 갈기갈기 찢어 죽여버리고 싶었다.그 쓰레기는 정말 사람을 화나게 하는데 재능이 있다.아래층으로 내려온 안지영은 장선명이 주방에 서서 앞치마를 두르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222화

    나태범은 종래로 이런 일을 당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런 일을 제집에서 당하다니, 분노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마음대로 처리하세요.”말을 마친 나태웅이 바로 떠나려고 했다.나태범은 그런 나태웅을 불러세웠다.“거기 서.”“또 무슨 일입니까?”나태웅이 물었다.“무슨 일이냐고? 내가 너를 불러서 들을 말이 고작 그 한마디겠어?”“아니면요?”“아니면요? 하, 넌 네 형을 하나도 닮지 않았어. 그래도 역시 네 형이...”더 믿음직해.나태범은 그 말까지 하지 못했다. 요즘 나태현의 행실을 떠올린 나태범은 머리가 지끈거렸다.도대체 아들을 키운 건지 아니면 뱀을 키운 건지.두 아들 다 결혼 문제 때문에 전전긍긍하면서 나태범의 도움은 받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이제 어쩌다가 마음을 놓을까 했더니만 더욱 애만 타게 한다.“너 정말 안지영이랑 잘 되고 싶으면 앞으로는 내 말을 들어.”그 말을 들은 나태웅이 바로 고개를 돌려 차가운 눈빛으로 나태범을 쳐다보았다.나태범은 계속해서 얘기했다.“왜 안지영을 그렇게 부르는지는 모르겠지만 네가 안지영에게 관심이 없었다면 지금까지 꽉 붙잡고 있지는 않았겠지.”나태범은 그 누구보다 자기 아들을 잘 안다고 자부했다.멍청이 나태현에 비하면, 나태웅이 저지른 실수는 귀여운 수준이다.나태웅은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갑게 나태범을 바라볼 뿐이다.나태범은 아무 말도 안 하는 나태웅을 확 발로 걷어차 버리고 싶었다.“정말 안지영을 손에 넣고 싶으면, 하주원한테 사과하라는 소리는 집어치워 버려.”나태범이 얘기했다. 그리고 대답하지 않는 나태웅을 보며 말을 이어 나갔다.“내 말을 들어. 그러면 안지영이 장선명과 결혼하기 전에 네 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만들어 줄 테니까.”“...”그 말을 들은 나태웅은 미간을 좁혔다.“말을 들으라고요?”“그래, 난 누구보다도 네 속내를 잘 알아. 싫은 척하기는. 쯧.”나태범이 혀를 차면서 나태웅을 놀려주자 나태웅의 표정이 어두워졌다.그러자 나태범은 재미를 잃은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221화

    나씨 가문에 도착한 나태웅은 집안에 들어서기도 전에 나태범의 고함 소리를 들었다.나태웅은 눈을 질끈 감고 안으로 들어갔다.들어가자마자 나태웅은 무언가가 날아오는 것을 느꼈다. 무의식으로 몸을 움직였지만 완전히 피하지는 못해 이마에서 피가 철철 흘렀다. 그와 동시에 머리도 어지러워졌다.집사가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외쳤다.“대표님!”화를 내던 나태범은 집사의 목소리를 듣고 손의 재떨이를 꽉 움켜쥐었다.이마를 붉게 물들인 나태웅을 보면서, 나태범은 화가 나서 재떨이를 책상에 던져버렸다.나태웅의 모습을 보면서 나태범은 화를 참으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너, 너 때문에 내가 정말 화가 나서 죽을 지경이야. 이 쓸모없는 자식! 여자 하나 때문에 이렇게 돼?!”나태웅은 이마를 만져보았다. 손끝에 따뜻하고 진득한 액체가 묻어나왔다.그 모습을 본 집사는 얼른 사람을 시켜 구급상자를 가져오라고 했다.고용인은 얼른 가서 구급상자를 가져와 나태웅의 상처를 치료해 주었다.나씨 가문은 난장판이 되었다.화가 나 있던 나태범은 집사와 고용인이 나태웅을 싸고도는 모습을 보고 더욱 혈압이 올랐다.“다 물러가! 사내자식이 이 정도도 못 참아? 죽을 것도 아닌데! 차라리 확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이 못난 놈 같으니라고.”“어르신, 진정하세요.”집사가 나서서 얼른 나태범을 말렸다. 이러다가는 더 심한 말로 나태웅을 상처 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말은 거칠지만 속이 여린 사람은 이런 점이 좋지 않았다.화가 나면 비수 같은 말로 상대방의 심장을 후벼 파니까 말이다.나태범이 차갑게 얘기했다.“다 나가!”집사는 그런 나태범을 보고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나태웅의 이마에 반창고 하나 붙여주고 사람들을 데리고 나갔다.이제 나태범과 나태웅만 남았다.나태범은 나태웅을 노려보면서 물었다.“안지영더러, 하주원에게 사과하라고 한 거야?”그 질문에 나태웅은 이를 꽉 깨물었다.아버지인 나태범도 지켜보지 못할 정도라니.나태범은 안지영이 나태범의 앞에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220화

    결국 이를 꽉 깨물고 물었다.“왜 안지영을 데리고 나씨 가문에 간 거지?”“어르신도 대표님을 걱정해서 그런 겁니다. 대표님이...”거기까지 말한 집사는 문득 정신을 차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나태웅은 집사가 말하려는 것을 알아차렸다.“하, 나 때문이라고? 내가 그렇게 쓸모없어 보였나 보지?”“아, 아닙니다! 그저 대표님의 상태가 걱정되셨나 봅니다.”집사는 나태웅에게 나태범의 진심을 전달할 수 없었다. 나태범의 눈에, 나태웅은 정말 쓸모없는 인간이었다. 요즘 들어 나태범은 나태웅이 동영그룹에서 배운 것이 정말 하나 없다고 푸념했다.나태웅이 동영그룹의 결단력과 행동력은 하나도 배우지 못했다고 말이다.조금이라도 배웠다면 나태범은 지금 손자를 돌보고 있을지도 모른다.나태웅은 바로 전화를 끊었다.몸을 돌려 부승호를 쳐다보자 부승호는 차가운 눈빛으로 나태웅을 쳐다보고 있었다. 두 사람 사이는 마치 팽팽하게 당겨진 끈 같았다.나태웅이 앞으로 다가가 부승호의 맞은편에 앉아 얘기했다.“이번 일이 끝나면 내가 직접 데려오지.”“털끝 하나 건드리기만 하면...”“그럴 일은 없어.”부승호가 말을 다 하기 전에 나태웅이 말을 끊었다.나태웅은 몸을 일으킨 후 편지봉투를 건넸다. 그 안에는 부승호가 해야 할 일이 적혀있었다.부승호는 차갑게 나태웅을 올려다보았다. 부들거리는 주먹을 겨우 참으면서 말이다....장선명이 안지영을 데리고 나온 후, 장성현까지 차에 탔다.장성현은 얼른 안지영을 위로하면서 얘기했다.“지영아, 앞으로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이 할아버지한테 얘기해. 내가 지켜줄 테니까.”“감사합니다.”장성현의 위로에도 안지영은 속이 편하지 않았다. 자꾸만 비바람이 몰아치는 것만 같았다.나태웅이 전화를 걸어도 바로 끊어버렸다.안지영은 나태웅만 생각하면 짜증이 나서 돌아버릴 것만 같았다.장선명은 먼저 장성현을 장씨 가문에 데려다주었다.“너희들도 돌아가.”“네.”“조심해. 나태범은 그야말로 정신병자니까!”장성현이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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