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무석의 예상은 정확했다.화련상조회가 창립할 당시에 핵심 원로인 4대 가문이 있었다. 진씨 가문, 안씨 가문, 홍씨 가문과 엘 가문이었다.김웅신이 가문을 이끌고 봉황국에 자리를 잡으면서 화련상조회의 다섯 번째 핵심멤버가 되었다. 그 뒤로 김웅신의 김씨 가문은 나날이 세력을 넓혀가며 끝내는 5대 핵심 가문의 수장이 되었다.그러다가 김씨 가문이 파국을 맞고 화련상조회는 다시 4대 가문이 집권하는 시대를 맞이했다. 오늘 진무석을 찾아온 중년 사내는 안씨 가문과 홍씨 가문의 가주 안홍기와 홍준식이었다.“소식을 듣고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찾아왔습니다. 오늘 오전부터 이미 서른 명의 상인이 화련에서 자진 퇴출했습니다.”홍준식은 싸늘한 목소리로 진무석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이대로 가다가 우리 화련상조회의 산업 생태계는 완전히 망가지게 됩니다. 진 가주, 저희에게 설명이라도 해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진무석의 얼굴이 잠깐 굳었지만 이내 정상으로 돌아왔다.두 가주가 따지러 오기 전에 이미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기에 그리 놀랍지도 않았다. 지금 시급한 건 그들과 언쟁을 벌이는 게 아니라 당장 여론부터 제압하고 잃어버린 화련상조회의 위엄을 되찾는 일이었다.“진 가주께서 다 생각이 있다는 것은 알지만 나와 홍 가주는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습니다.”안홍기도 싸늘하게 식은 얼굴로 가담했다.“떠난 사람들 전부 진씨 가문에 충성하던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여론을 뒤엎으려면 방법은 하나입니다.”“진 가주가 자진해서 화련상조회에서 물러나야지 다른 상인들의 화를 가라앉힐 수 있습니다. 여론이 잠잠해지면 방법을 대서 다시 화련에 가입하시죠.”자진 사퇴?안홍기와 홍준식은 이미 작정하고 온 듯했다. 그들은 이번 사건을 빌어 진씨 가문을 완전히 화련상조회에서 제명할 생각이었다.“진 가주, 곤란하신 거 알고 있습니다.”진무석의 거절을 예상한 듯, 홍준식은 심각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가문끼리 오래 협력해 온 정이 있는데 저희도 이런 말까지 하고
진무석의 두 눈에 다시 이채가 돌아왔다.절망의 순간에 찾아온 특대 희소식이었다.손씨 그룹을 믿고 화련상조회를 나간 상인들은 그룹의 수장인 염구준이 죽으면 어차피 화련으로 되돌아오게 되어 있다.상인들이 다시 화련으로 돌아오면 안홍기와 홍준식이 화련에서 그를 퇴출할 명분이 사라지게 된다.이번 일만 성공하면 진서호는 큰 공을 세우게 되고 진무석은 화련의 핵심 원로의 자리를 보전할 수 있게 된다.“아, 제가 보낸 사람들이 돌아왔나 보네요.”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회색 도복을 입은 두 노인이 살기등등한 기세를 풍기며 안으로 들어왔다. 시력을 잃은 둘이지만 서슬퍼런 표정으로 진씨 부자를 노려보고 있었다.그 둘은 당연히 가씨 형제였다.“어르신들!”진무석과 진서호는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을 맞이했다. 이상함을 감지하지 못한 진서호가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그들에게 물었다.“벌써 임무를 완수하시고 돌아오신 건가요? 염구준을 죽인 거 맞죠? 시체는 어디 있습니까? 제가 직접 확인해야겠습니다!”‘시체?’가씨 형제는 그들의 어리석음에 헛웃음이 나왔다.“시체 같은 소리하고 있네!”형 가천좌가 냉소를 지으며 다가가서 진서호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그는 바닥에 쓰러진 진서호의 머리를 짓밟으며 분노에 차서 말했다.“내가 오늘 네 녀석을 시체로 만들어 주지!”“너희들 진씨 가문은 눈을 어디에 두고 다니는 거야? 하늘이 우릴 도와서 괜한 오해를 사지 않았으니 망정이지… 아니다. 이런 말을 해도 너희는 못 알아듣겠지. 너희가 스스로 자초한 일이야!”바닥에 쓰러진 진서호는 눈앞이 아찔하고 속이 울렁거렸다. 진무석은 경악한 얼굴로 두 노인을 바라보고 있었다.이게 무슨 상황이지?암살자가 갑자기 생각을 바꾸었다고?둘은 진씨 가문의 오랜 호위이자 자랑으로 여길만한 강자들이었다. 그들은 진씨 가문에 머물며 진씨 가문이 제공한 비책으로 무예를 수련했고 진씨 가문의 영패에 무조건 복종하는 자들이었다.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 두 노인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걸까?
염구준이 전신전 전주이자 전설 속 인물이 맞다면 아무리 가씨 형제라고 하더라도 그를 쓰러뜨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진씨 가문의 모든 힘을 동원해도 불가능했다.“이제 이유를 알겠어?”가천좌는 다시 다리를 들어 쓰러진 진서호의 복부를 걷어찼다.“고작 진씨 가문 따위가 감히 염 전주의 목숨을 노리려 들다니. 웃기지도 않아!”그 말을 끝으로 두 형제는 뒤돌아서 대문을 향해 걸어갔다. 하지만 떠나기 전 지은 그들의 섬뜩한 냉소는 진무석 부자의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오늘부터 우리 형제는 진씨 가문과 완전히 선을 그을 것이다.”“너희는 알아서 살아남아! 죽어도 어쩔 수 없고!”말을 마친 가씨 형제는 미련 없이 진씨 가문 저택을 떠났다.진씨 가문이 수십 년을 통해 육성한 최강 호위가 결렬을 선언하면서 진무석 부자의 유일한 희망도 산산이 부서졌다.“멍청한 자식!”한참의 침묵이 흐르고 충격에서 정신을 차린 진무석은 진서호에게 달려가서 그의 멱살을 잡고 호통쳤다.“말해! 너 대체 염 전주와 무슨 원수를 졌길래 죽기살기로 싸우는 거야? 대체 그분한테 무슨 실수를 했어? 우리 가문 살아남을 수는 있는 거야? 말하라고!”원한?“아버지, 생각할 시간을 주세요.”입가에 피멍이 든 진서호는 한참 고민하다가 갑자기 고개를 들고 희망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기억 났어요. 저 염구준과 그렇게 큰 원한을 진 적은 없어요. 모든 건 앨리스가 주최한 그 연회에서 시작했어요!”그 연회에서 그는 손가을에게 흑심을 품었다. 하지만 그녀가 유부녀라는 것을 알고 이내 생각을 포기했다.나중에 화련상조회 때문에 염구준에게 귀뺨을 맞은 뒤로 오정형의 부추김을 받고 왕종서의 딸을 납치했다. 그리고 염구준에게 뒤집어씌우려고 했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진실이 밝혀지며 가문의 산업에까지 악영향을 끼치게 되었다.그 뒤로 앙심을 품은 진서호는 가씨 형제를 보내 염구준을 암살하라고 했다. 하지만 가씨 형제가 무사히 돌아온 것으로 보아 진짜 암살을 시도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였다.“처음부터 손해를
진무석은 서글픈 얼굴로 진서호를 바라보다가 계속해서 말했다.“하지만 네 목숨을 내놓는다고 해서 염 전주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으면 어떡하지? 그런 높으신 분이라면 얼굴에 생각을 드러내고 다니지도 않을 텐데.”진서호는 그저 살았다는 생각뿐이었다.그는 멍한 얼굴로 아버지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자신을 죽이지 않고 염구준에게 용서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정녕 있단 말인가? 아니면 아버지가 자신을 위해 가문을 포기하려는 걸까?“가장 절망적인 순간에 다시 일어나는 것. 이건 내가 너에게 해주는 마지막 수업이다.”진무석은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간만에 자상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계속했다.“서호야, 네가 목숨을 보전할 수 있을지, 우리 가문이 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지가 이 수업에 달렸다. 성공하면 모두가 사는 거고 실패하더라도 이 아비를 원망하지는 말거라. 나는 최선을 다했으니까.”말을 마친 그는 진서호의 대답도 듣지 않고 핸드폰을 들고 거실로 나갔다. 그는 핸드폰에서 연락처를 뒤지다가 결심을 내린 듯,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그가 연락한 사람은 안씨 가문 가주 안홍기였다.“진 가주?”전화를 받은 안홍기가 의아한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벌써 결정을 내리신 겁니까?”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진무석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쓴웃음을 지었다. 수화기 너머로 안홍기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안 가주의 의견에 동의하네. 진씨 가문이 화련을 떠나야 그 상인들의 분노를 잠재울 수 있어. 떠나기 전에 난 봉황국에 있는 진씨 가문의 산업을 전부 매각할 생각이네. 안 가주가 생각이 있다면 저가로 안 가주에게 양도하겠네.”“6조. 이 정도면 괜찮은 가격 아닌가?”안홍기는 속으로 진무석을 능구렁이라고 욕하면서도 그가 정말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인지 의심이 갔다.게다가 봉황국에 있는 산업을 매각한다니?수화기 너머로 안홍기의 흥분한 듯한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진무석 이 늙은 여우가 드디어 타협한 거야!’지금 상황으로 보아 시간만 끌면 결국 진무석은 그
안홍기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화련상조회의 핵심 멤버로서 그들은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었다. 홍준식이 만약 진씨 가문의 산업을 이어받는다면 세력이 홍씨 가문으로 쏠릴 것은 당연한 일!“진 가주, 농담이 지나치십니다.”안홍기는 너털웃음을 지으며 흔쾌히 대답했다.“양도 절차는 바로 진행할 수 있도록 처리해 주십시오. 진 가주께서 양도 계약서에 사인만 하시면 바로 계좌로 6조를 입금해 드리겠습니다.”성공이다!진무석은 통화를 마친 뒤에 안도의 숨을 내쉬며 고개를 돌려 아들을 바라보았다.“상황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버릴 건 단호하게 버리는 것. 이게 위기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다.”그는 모든 산업을 현금화해서 도주할 생각이었다. 봉황국을 순조롭게 떠날 수만 있다면 어디에 가서든 그 돈으로 다시 재기를 노릴 수 있을 것이다.“정신 똑바로 차리고 내일 나랑 같이 염 전주에게 사과하러 가자.”진무석은 아들의 어깨를 다독이고는 고개를 돌려 손씨 그룹이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염 전주가 그래도 너를 용서하지 않겠다고 하면 그것도 운명인 거야. 이게 우리가 할 수 있는 마지막 발악이다. 네가 목숨을 보전할 수 있을지는 그분의 생각에 달렸어.”다음 날 아침, 손씨 그룹 봉황국 지사 건물.대문 입구가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지나가는 행인들, 그룹 관계자들, 대문을 지키는 경비원은 물론이고 언론사 기자들까지 건물 대문을 겹겹이 포위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모여든 가운데 진서호는 상반신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로 한겨울의 바람을 맞으며 건물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늦가을의 추위가 피부를 때리고 채찍 자국이 가득 남은 그의 등에서는 피가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염 선생님!”진무석은 진서호의 옆에 서서 바짝 긴장한 자세로 그가 있는 사무실 방향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정중한 어투로 사과했다.“진씨 가문 진무석, 어리석은 아들을 데리고 사과하러 왔습니다. 부디 용서를 받아주십시오!”그가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였다.전신전 전주와 대적할 힘이 그에
“진무석은 똑똑한 사람이야.”건물 맨 위층에서 염구준은 창가에 서서 진씨 부자의 연극을 내려다보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가문을 살리려면 이게 유일한 방법이긴 하지. 진서호가 아버지의 반만 닮았어도 이런 상황은 오지 않았을 텐데, 안타깝네.”진씨 가문이 한 일은 괘씸하지만 그렇다고 아예 숨통을 비틀어버리고 싶을 정도는 아니었다.손가을은 염구준의 옆에 서서 그의 팔짱을 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구준 씨, 진심으로 잘못을 알고 사과하는 걸 봐서 기회를 한번 주는 게 어때?”염구준은 말없이 미소만 지었다.그렇게 또 30분이 지나간 뒤에야 그는 등 뒤에 있는 부하에게 손짓했다.“올라오라고 해.”임명성이 직접 경호원들을 데리고 대문으로 나갔다. 행인들이 옆으로 흩어지고 기자들도 긴장한 표정으로 그들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었다.“임 이사님, 진가의 가주께서 직접 후계자와 함께 염구준 씨한테 사과하러 왔다고 하는데 그 이유를 혹시 알고 계시나요?”“임 이사님, 손씨 그룹 해외지사의 총괄 책임자는 임 이사님 아니던가요? 이번 사건의 내막에 대해 알고 계실 것 같은데 혹시 괜찮으시면 인터뷰 잠깐 해주실 수 없나요?”“손가을 대표도 이 일을 알고 있습니까? 염 부장이 손가을 대표의 남편분이라고 들었는데 혹시 손가을 대표님 한번 만나뵐 수 있을까요?”“손가을 대표님과 염 부장님 인터뷰 신청합니다. 진짜 데릴사위 신분이 많나요? 세간에 들리는 소문으로는 아내한테 용돈이나 받아 쓰는….”임명성의 얼굴이 사납게 굳었다.무례한 인터뷰 요청은 그렇다 하더라도 염구준을 모함하는 말은 참을 수 없었다.대체 이들은 손씨 그룹의 진정한 주인이 누군지 알기나 할까? 이 기업의 진정한 주인은 회장인 손태석도 아니고 대표인 손가을도 아니고 청해의 왕으로 불리는 염구준이었다.“해산 시켜.”임명성이 손짓하자 경호원들이 기자들을 밀어서 내쫓았다. 소란이 잠잠해진 뒤, 임명성은 진무석 부자에게로 다가가서 딱딱한 목소리로 말했다.“염 부장님이 보자고 하십니다.”말을 마친 그는
“염 선생.”진무석은 길게 심호흡하며 바닥에서 가냘픈 숨을 토해내고 있는 아들을 힐끗 바라보고 말했다.“매사에 냉철하신 염 선생께서 우리한테 다시 재기할 기회를 쉽게 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오늘 이 자리를 빌어 저의 입장을 밝히고자 합니다. 오늘 이후로 우리 진씨 가문은 염 선생께 그 어떤 위협도 되지 않을 겁니다.”자신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진무석은 손을 들어 자신의 복부를 향해 힘껏 내리치며 스스로 단전혈을 봉인했다.“그런 건 아무 의미 없어요.”염구준은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손을 펼쳐 진무석의 기운을 걷어내고 무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진 가주가 이렇게 하지 않아도 나나 가을이, 그리고 우리 손씨 그룹에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습니다.”진무석은 흠칫하더니 처연한 미소를 지었다.그랬다. 전신전 전주나 되는 사람이 고작 진씨 가문이 자신을 해할까 봐 두려워할 필요는 전혀 없었다. 그가 수련을 거듭해서 무성이 되고 또 전신이 된다고 해도 염구준 앞에서는 지금이나 별반 다를 바가 없는 일반인이었다.“사실 요행을 바라고 사죄하러 찾아온 거 인정합니다.”진무석은 씁쓸한 미소 뒤에 긴 한숨을 내쉬고는 염구준의 앞에서 큰절을 올렸다.“출발하기 전에 이미 봉황국에 있는 모든 산업을 매각했습니다. 염 선생이 우리를 용서해 준다면 우린 다른 나라로 가서 다시 시작할 생각이었습니다.”“하지만 염 선생을 직접 만나고 생각이 바뀌었어요. 염 선생만 동의하신다면 우리 진씨 가문은 평생 염 선생을 위해 일할 수 있습니다.”그 말은 진씨 가문의 굴복을 의미했다.손가을은 화색을 띤 얼굴로 염구준의 손등을 살짝 꼬집었다.만약 진씨 가문을 자기 사람으로 만들 수 있다면 손씨 그룹의 미래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비록 진서호의 인성은 전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진무석은 확실히 품고 싶은 인재였다.“제안은 괜찮네요.”염구준은 손가을을 향해 미소를 짓고는 다시 무표정한 얼굴로 진무석을 바라보며 말했다.“다만 손씨
드디어 염구준은 눈을 가늘게 뜨고 표정을 약간 풀었다.그에게는 꼭 필요한 단서였다.고성 전쟁 이후로 흑풍 존주가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면서 신무 옥패에 관한 단서도 같이 사라졌다. 그의 아버지 염진은 현존하는 신무 옥패는 총 여덟 개라고 그에게 말한 적이 있었다.현재 염구준은 세 개를 보유하고 있었다.신무 옥패의 존재는 무림에서 실력을 지속적으로 높일 수 있는 중요한 가치가 있 고 반보천인이 천인의 경지로 넘어가기 위한 마지막 관문이며 그의 어머니의 가문의 비밀과도 연관되어 있었다.“신무 옥패에 관해 얼마나 아십니까?”염구준은 형형한 눈으로 진무석을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나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면 진씨 가문이 계속 생존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진무석은 드디어 성공했다는 마음에 감개무량해서 과거를 회상하며 말했다.“그때 당시 저도 어려서 자세한 것은 할아버지에게 들은 것이 전부입니다.”40년 전, 진가의 노가주가 집권 당시 그는 비즈니스를 위해 고려국 제명도로 건너간 적이 있었다. 그러다가 정말 우연한 기회에 사업 파트너의 집안 장로를 만난 적이 있었다.그 장로는 비취색의 옥패를 몸에 지니고 있었는데 그때 연회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그것을 신무 옥패의 완벽한 복제품이라고 자랑하고 다녔다.비록 진품이 아니라 신무 옥패의 기적 같은 효능은 발휘할 수 없지만 표면의 도안은 진짜 신무 옥패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똑같았다.“왕년의 그 사업 파트너는 고려의 황씨 가문이었습니다. 그 장로는 제 할아버지와 비슷한 나이었으니까 아마 지금은 돌아가셨을 겁니다.”진무석은 조심스럽게 염구준의 안색을 살피며 계속해서 말했다.“옥패가 훼손되지 않았다면 아마 황씨 가문 사람들이 보유하고 있겠지요. 물론 이건 제 추측일 뿐입니다.”추측이든 아니든 신무 옥패에 관한 일이라면 신중해야 했다.“아주 흥미롭네요.”염구준은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을 펼쳤다. 그러자 공기 중에 무형의 기운이 진무석의 몸에 닿더니 그대로 진무석을 부축해서 일으켰다
만능 전당포의 두 사자는 삼도 일행이 떠나는 것을 확인하고 주위를 한번 더 신중하게 살핀 후에야 제이든의 밧줄을 풀기 시작했다.“이 옷들을 입혀.”남자가 몇 벌의 옷을 꺼내 바닥에 던지면서 말했다. “또 나야? 맨날 나만 이런 허드렛일 한다니까.”여자가 불만스러운 얼굴로 투덜댔다.오랜 시간 함께하다 보면, 보이는 것과는 달리 사소한 갈등들이 많기 쉽상이었다.하지만 남자는 그녀를 달래지 않고 오히려 싸늘하게 말했다.“이건 복덩이야. 상부에 넘기기만 하면 최소 천억은 챙길 수 있다고.”이번 거래로 그들은 순수하게 600억을 벌 수 있었다.“알겠어, 바로 갈아입힐게!”이 말을 들은 여자는 눈을 반짝이며 신이 난 듯 움직였다.돈의 힘이란 싫어하는 일도 기꺼이 하게 만들 정도로 강력했다.여자는 얼마 걸리지 않아 의식이 없는 제이든의 옷을 다 갈아입혔고, 두 사람은 그렇게 제이든을 데리고 멀리 떠났다.“조심스럽긴한데 방법이 틀렸어.”염구준이 동굴 밖에 나와 밖이 어두운 점을 이용해 교묘하게 따라가기 시작했다.그들이 방금 전에 옷을 갈아입힌 이유는 제이든이 원래 입고있던 옷에 추적 장치나 도청기가 있을까 봐여서였다.그들이 괜한 걱정을 한 건 아니었다. 염구준이 확실히 제이든에게 추적 장치를 숨겨놨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는 옷에 숨겨놓지 않고 캡슐에 넣은 다음 제이든이 섭취하도록 했다.추적 장치 덕분에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기에 염구준은 더이상 그들을 놓칠까 봐 걱정하지 않았다.두 사람은 한시도 멈추지 않고 이동했고, 염구준 역시 멈추지 않고 그들의 뒤를 따라 30분 남짓을 거쳐 청해시의 지계를 벗어났다.두 사람은 이동중에 어느 정도 가다가 멈춰서서 주위를 둘러보며 추격자가 있는지 확인하곤 했으나 염구준이 몇 킬로미터 떨어져 따라가기도 했고, 거의 진기를 쓰지 않았기도 해서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해가 뜨기 직전에 두 사람은 걸음을 늦추고 한 모래 벌판에 들어섰다.‘혹시 여기가 만능 전당포 본거지인가?’염구준은 확신이 서지 않아 장애물
염구준은 그를 번쩍 들어 올리고는 웃으면서 물었다.그의 새계획에 눈앞의 사람들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강호에선 저를 삼도라고 부릅니다. 그러니 저를 삼이거나 도라고 부르시면 돼요.”삼도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지만, 아무 불만도 드러내지 않았다.“삼도야, 내가 지금 네 도움이 좀 필요해.”“일이 끝나면 돈을 넉넉히 챙겨 줄 테니까 이 일은 없던 걸로 하자.”염구준은 의미심장하게 말했는데, 말투에서 진심이 느껴져 진짜로 부탁하는 것처럼 느껴졌다.이 말을 들은 삼도는 마치 폭풍이 지난 후 무지개를 보는 듯한, 이제는 희망이 보이는듯한 착각이 들었지만, 곧 그것이 환상임을 깨달았다.“염 선생님... 반보천인들의 싸움에 제가 감히 어떻게 끼어들겠습니까?”삼도가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그럼 내 체면을 세워주지 않겠다는 거야?”그의 대답에 염구준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면서 싸늘하게 되물으며 기운을 다시 내뿜었다.이에 삼도는 즉시 태도를 바꾸었다.“염 선생님께서 하시라는 대로 하겠습니다. 저희 남산사괴가 의리 하나는 알아주거든요.”“그래. 그럼 지금 타겟을 이미 포획했으니 와서 데리고 가라고 연락해.”염구준은 이미 마음속으로 대충 전략을 세운 상태였다.‘지금 당장 못 찾는다면 직접 오게하면 되지.’삼도는 염구준의 지시에 따라 즉시 연락을 취했고, 곧 답장이 왔다.[오늘 밤 자정, 소봉산에서 거래. 늦지 않길 바람.]염구준은 답장을 확인하고는 미소를 지으며 지시를 내렸다.“좋아, 가서 기다리자.”“네!”삼도는 대답을 하며 그의 뒤를 따랐으나 속으로는 재수 없다며 한바탕 욕을 했다.사실 제이든과 염구준이 아는 사이라는 걸 알았을 때부터 그는 멀리하려고 했었다. ‘망설이지 말았어야 했어. 그 잠깐 망설인 게 화근이 돼서 지금 도망도 못 치잖아.’소봉산은 여전히 음산하고 황량해 모험을 즐기는 이들도 기피했다.다른 사람들에게는 흉지일지 몰라도, 염구준에게 있어서 이곳은 길지였다.이곳에서는 그가 해내지 못한 일이 없었으니까 말이다.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사실 전 어제 장필립을 말렸었습니다. 그 놈이 제 말을 듣지 않고 간 거예요. 그러니 이 일은 저희랑 아무 상관 없습니다.”무리의 우두머리가 연신 빌면서 엮이지 않기 위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염구준이 정말로 화가 나면 목숨이 열개라도 모자랄 게 뻔하니까 말이다.“장필립은 이미 죽었어. 그리고 일어나서 말해.”그의 말을 듣고난 뒤, 염구준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지금 이곳에 있는 사람들과 장필립이 같은 목표를 가진 다른 조직이라는 걸 눈치채서였다.‘이쪽이 그나마 이성적인 건 다행이지만.’“저... 그냥 무릎 꿇고 있겠습니다. 다리가 너무 떨려서 못 일어나겠어요.”우두머리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딱 한 가지만 물을게. 누가 너희를 보냈지?”염구준은 주위를 둘러보며 물어보는 동시에 강렬한 기운을 풀어 사람들에게 압박을 가했다. “그건...”이 말을 듣고난 후 사람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말할지 말지를 망설였다.쾅!그러나 염구준은 기다릴 생각이 없었다. 그는 기운을 더욱 강하게 풀어 뼈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사람들을 짓눌렀다.“염 선생님, 말할 테니 제발 멈춰주세요!”이에 우두머리가 겁에 질려 외쳤다. 그는 지금 뭘 더 숨길 마음이 없었다. 더 이상 말을 안 하면 죽을 게 뻔했다.“잘 생각해 보고 말해. 난 인내심이 많지 않으니까. 아, 그리고 도망칠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장필립도 도망가려다 죽었거든.”염구준은 사람들에게 경고하며 그들에게서 쓸모있는 정보를 들을 수 있길 기대했다. “하아...”우두머리는 한숨을 쉰 뒤, 업계의 도덕성 문제를 뒤로 하고 아는 걸 전부 털어놓았다. “저희는 만능 전당포에서 임무를 받았습니다.”“임무 내용은 제이든을 반드시 생포해서 데리고 오라는 거였습니다. 현상금으로는 600억을 내걸었고요.”‘만능 전당포?’염구준은 생소한 이름에 흥미를 느꼈다.‘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조직인데, 어디서 굴러온 놈들이지?’그는 고개를 돌려 제이든을 쳐다보았
“그걸 어떻게 알아요?”제이든이 궁금해서 물었다.“거기 도착하면 알게 될 거야.”염구준은 설명하지 않았다.대답하면 또 새로운 질문이 끊임없이 나올 것이 뻔했다.차는 질주하여 바로 부두에 도착했다.거기서 일군들은 예전과 다름없이 물건을 내리고 있었다.염구준은 차에서 내리더니 제이든을 데리고 이동 만두 포차에 갔다.아침에 밥을 먹고 왔는데 여기는 왜 왔는지 제이든은 이해되지 않았다.“사장님, 장사 잘 되네요.”염구준은 만두는 사지 않고 먼저 말을 건넸다.“작은 장사라 많이 벌지 못해요. 대표님 덕에 먹고 살 수 있어요.”사장님은 염구준을 보고 싱글벙글 웃으면서 마중 나왔다.딱 봐도 손이 큰 손님이 온 것을 눈치챘다.염구준이 봉투를 건네며 나지막하게 물었다.“하룻밤을 지켜봤는데 뭐라도 나왔어요?”사장님은 웃으면서 봉투를 받고는 안에 얼마 들어있는지 보지도 않았다.“이것이 저놈들의 활동 기록입니다. 30분 전에 목표 인물 한 명이 저한테서 만두 한 박스를 사갔어요.”염구준은 그의 어깨를 툭툭 쳤다.“고생하셨어요. 일찍 돌아가서 쉬세요.”이제부터 다른 사람들이 나서도 도움이 되지 않으니 그가 직접 나서야 했다.그 모습을 본 제이든은 입을 떡 벌였다.“삼촌의 정보통이 만두 가게 사장이었네요.”염구준은 피식 웃으면서 녀석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네가 정보통이라는 걸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건 사장님이 신분을 잘 감췄다는 걸 설명해.”청해에서 그의 정보통은 수없이도 많았다.대부분 각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로서 파트타임으로 정보를 제공했다.“하긴 그렇네요.”제이든은 머리를 긁적거렸다.두 사람은 일군들의 거처로 향해 갔다.거처는 이동식 마루방이었다.염구준은 정보에 따라 곧바로 목표를 찾았다.상대방 숙소 앞에 도착한 그는 제이든에게 말했다.“넌 멀리 떨어져 있어. 아니면 다쳐.”문 뒤에 무엇이 있을지, 상대방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아직 파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끼익!제이든이 멀리 가자 염구준이 문을 슬며시 밀었
그 사이에 손가을과 염희주가 도착했다.손태석과 진숙영도 뒤를 따라 들어왔다.“제이든, 가더라도 한마디는 하고 가야지. 다들 걱정했잖아.”손태석은 제이든을 보자마자 급히 달려와 몸을 살펴보았다.“죄송해요. 제가 걱정을 끼쳐드렸어요.”제이든은 고개를 푹 숙이고 자책했다.아직 어린 아이라 전혀 앞뒤를 가리지 않고 충동적으로 행동한 것은 이해되었다.“무사하면 됐다. 앉아서 밥 먹자. 우리 먹으면서 얘기해보자.”손가을이 나서서 분위기를 수습했다.오늘은 송별 식사를 하는 날이니 제이든에게 좋은 추억을 남겨주고 싶었다.“음식들 올려주세요.”염구준이 타이밍 맞게 옆에 있는 종업원에게 말했다.그러자 맛있는 음식들이 줄을 지어서 들어왔다.워낙 식사량이 좋은 사람이 있어서 음식들이 많아도 낭비할 걱정이 없었다.이별을 앞두고 마지막 식사이니 다들 앞다투어 제이든에게 반찬을 짚어주었다.“감사합니다.”감동받은 제이든은 눈물을 글썽이며 애써 참았다.부모가 연락되지 않는 상황에서 지금 손태석 일가는 그에게 따뜻한 정을 주었다.“울지 마라. 여기는 청해이고 우리가 있잖아. 시간 나면 자주 놀러와.”손태석은 주스를 따라주며 다정하게 말했다.“제이든 오빠, 이거 선물이야.”염희주가 선물 박스를 건네며 아쉬움을 표현했다.그러자 다른 사람들도 일어나 선물을 건넸다.염구준의 가족은 멀리서 온 제이든에게 정말 친절하게 대했다.제이든은 연신 감사 인사를 올렸다.그도 답례하고 싶었지만 가진 돈이 많지 않아서 나중에 만나게 되면 꼭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식사 시간은 생각보다 길어졌다.다들 헤어지기 아쉬워서 저녁 식사는 오후 6시부터 저녁 11시까지 끝나지 않았다.하지만 헤어지지 않는 연회는 없다고 이렇게 시간을 끄는 것도 말이 안 되었다.‘나쁜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염구준이 맡게 되었다.“배불렀으니 이만 돌아가죠. 내일도 할 일이 있잖아요.”염희주는 학교에 가고 손가을은 회사에 가고 두 노인도 요즘 손씨 그룹에서 도와주고 있어서 바빴다.그들은 아쉬
슥슥!염구준이 오른손가락으로 검결을 가볍게 튕기자 수많은 검기가 발사하며 놈들의 등을 꿰뚫었다.융통성이 전혀 없는 놈들은 죽어도 아쉽지 않았다.“저놈들 누군지 알아?”염구준은 제이든을 보며 물었다.“몰라요. 여기를 지나가다가 갑자기 나타난 거예요.”제이든은 고개를 도리도리하면서 말했다.이 사람들을 본 기억이 전혀 없었다.솔직히 말해서 제이든도 얼떨떨했다.상황을 돌이켜보면 그들은 돈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를 납치하러 온 것 같았다.“가자. 일단 나랑 돌아가서 얘기하자. 그렇게 쉽게 해결될 일이 아니야.”염구준은 제이든을 끌고 돌아가려고 했다.“저 집에 돌아갈래요. 잡지 마세요!”제이든이 발버둥을 치면서 공항으로 가겠다고 억지를 부렸다.한 달 넘게 부모와 연락이 되지 않아 지금 몹시 초조했다.그래서 무조건 돌아가 상황을 파악해야 했다.“나랑 같이 가자. 내가 도와줄게. 너 혼자서 집에 갈 수 없어.”염구준은 손을 풀어주며 이해관계를 설명했다.어쨌든 그가 남길 바랬다.제이든은 나이가 어리지만 그래도 선택권은 있으니까.한참을 조용히 있던 제이든이 염구준을 보면서 말했다.“그럼 언제면 도와줄 수 있어요?”너무 오래 걸린다면 기다릴 수 없었다.“지금도 널 도와주고 있거든. 걱정 마. 너한테 거짓말하지 않아.”염구준은 제이든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약속했다.“알았어요. 삼촌 믿을게요. 근데 빨리 돌아가야 해요.”제이든은 타협했다.필경 고수가 옆에 있으면 무슨 일을 해도 편리했다.염구준은 부하들을 불러 현장을 수습하고 자리를 떴다.“가자. 가족들이 널 걱정하고 있어. 다음에 말도 없이 떠나지 마. 알겠어?”제이든은 잘못을 알고 말없이 고개를 푹 숙였다.이번 사건을 통해 염구준의 추측을 증명해주었다.제이든의 부모도 평범한 사람이 아닐 것이다.그는 손씨 그룹에 가지 않고 제이든과 함께 글로리 호텔에 밥 먹으러 갔다.며칠 뒤면 제이든이 귀국해야 하니 그를 위해 식사 자리를 마련했다.아직 가족들이 도착하지 않아 시간이 남았다
“우리가 누군지 알 거 없고, 반항하지 않으면 고통을 덜 받을 거야.”일행에서 앞장선 남자는 정보를 알리지 않았다.그가 손을 뻗어 제이든을 잡으려고 할 때였다.촤아악!제이든은 서늘한 빛이 감도는 비수를 꺼내 기운을 끌어올려 상대방의 손바닥을 향해 찔렀다.최근 신위무관에서 염구준의 관계로 수많은 강자들의 가르침을 받아 적지 않은 무술을 배웠다.예전에 가장 자랑스럽게 여겼던 서양권법은 다시 사용하지 않았다.하지만 남자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다른 손으로 제이든의 손목을 잡고 비수를 빼앗아갔다.“꼬맹이 기운도 있어? 곧 종사 경지를 돌파하겠는데.”평범한 사람에게 있어 제이든은 나이가 어리지만 어른 몇 명을 처리하는 것은 문제없었다.하지만 눈앞의 무술인들을 상대하기에 아직 버거웠다.“이거 놔. 여기 청해야. 우리 구준 삼촌이 너희들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제이든은 제압을 당해도 발버둥치며 벗어나려고 했다.“하하하, 우리 청해에 오자마자 너를 잡으러 왔어. 염구준이 아무리 대단해도 갑자기 나타날 리가 없잖아.”남자가 호탕하게 웃으면서 자신의 비상한 머리를 자랑스럽게 여겼다.그가 본인에게 탄복해할 때 검정색 그림자가 스치며 염구준이 나타났다.“뒤에서 남을 씹지 마. 그거 나쁜 습관이야.”“구준 삼촌!”구세주가 나타나자 제이든은 활짝 웃으면서 불렀다.“염구준!”제이든을 포위하러 온 다섯 명은 당황했다.하지만 우두머리는 여전히 제이든을 놓아주지 않고 비수를 그의 목에 겨누면서 뒤로 물러섰다.반보천인 고수 앞에서 그들은 저항할 용기가 없었다.남자는 속으로 욕을 퍼부었다.‘어디서 튀어나온 거야?’염구준이 어떻게 갑자기 나타났는지 알 수 없었다.“녀석을 풀어주고 배후를 얘기해. 그럼 너희들 보내줄게.”염구준은 그들을 쓱 훑어보면서 조건을 제시했다.“움직이지 마. 우리 먼저 보내줘. 아니면 이 녀석을 죽여버릴 거야.”격분한 남자는 비수를 든 손을 벌벌 떨었다.저러다 제이든의 목을 벨 것 같았다.반보천인이라도 염구준을 만나면 죽
말이 나온 김에 염구준은 깨끗하게 씻은 연갑을 손가을에게 건넸다.“이건 당신 선물이야. 당신한테 맞을 거 같아서 구매했어.”이 연갑의 주요 재료는 은색 금속이라 반짝반짝 빛이 나는 것이 고급지기만 해서 전혀 무기라고 상상이 가지 않았다.“반짝이 옷 너무 예뻐요.”염희주는 부러운지 연갑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하하하, 네가 어른이 되면 엄마가 물려줄게.”손가을은 연갑을 옆에 두고 계속 아침을 먹었다.말은 하지 않아도 눈빛으로 고마운 마음을 전달했다.웃음속에서 가족들이 즐겁게 아침 식사를 마쳤다.“가자. 아빠가 학교에 데려다줄게.”염구준은 딸의 가방을 챙기며 입구로 나갔다.“구준 씨, 집에서 쉬어. 내가 데려다주면 돼.”손가을은 남편의 손에서 가방을 가져왔다.그가 밤을 새면서 달려온 것을 알고 은근 걱정되었다.그녀는 염구준보다 능력이 부족하지만 아내로서 남편을 존중했다.“아니야. 나…”염구준이 말을 하려다가 손가을과 눈을 마주치고는 바로 말을 바꾸었다.“진짜 졸리네. 그럼 자러 갈게.”방에 돌아온 그는 침대에 눕자마자 쿨쿨 잠들어버렸다.돌이켜보면 3일 동안 8시간밖에 자지 못했다.염구준이 워낙 체력이 강해서 그렇게 버틸 수 있었다.오후까지 꿈나라에 있던 그는 전화 한 통에 잠에서 깼다.휴대폰 액정을 보니 주작에게서 연락이 온 것이다.혹시나 중요한 일일까 봐 바로 전화를 받았다.“주상, 리아성전에서 브레인을 데려갔어요. 게다가 거록 존주는 자기들이 죽였다면서 주상의 공로를 전부 빼앗아갔어요. 성조국에서 방금 해외에서 연쇄 사이코패스를 죽였다고 밝혔고요.”주작은 씩씩거리면서 함부로 타인의 공로를 빼앗은 것에 불만을 토로했다.임시 작전팀을 조직할 때 모든 작전은 비밀리에 움직인다고 했으면서 성조국에서 이런 짓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가장 뻔뻔한 놈들은 리아성전이었다.브레인이 잡혔는데도 거록 존주를 제거했다니 정말 어이가 없었다.게다가 작전에 참여한 다른 세력들은 무슨 이득을 얻었는지 이 일에 닥치고 나서서 해명하지도
방에 들어간 두 사람은 방안의 상황을 보고 엄숙하게 물었다.“당신 누구야?”말하는 순간에도 가장 빠른 속도로 총을 꺼내 염구준을 겨냥했다.바닥에 쓰러진 시체를 보고 있으니 총을 쥐어야 안심이 되었다.이렇게 된 이상 염구준은 참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필경 두 사람도 좋은 사람은 같지 않았다.“너희들이 경찰에 가서 자수할 거야, 아니면 내가 보내줄까?”“이놈을 죽여!”한 남자는 바로 염구준을 죽이려고 손가락을 움직였다.그들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모두 죽어도 싼 놈들이었다.쿵!염구준은 제자리에 서서 한 줄기 기운을 발사하자 두 사람은 방아쇠를 당기기 전에 기절했다.워낙 실력 차이가 커서 핵폭탄을 쏜다고 해도 소용없을 것이다.그 뒤로 염구준은 경찰을 불러 사후 처리를 맡기고 문화재를 박물관에 전달했다.노교수의 유언을 염구준이 이루었다.그중에서 언급할 가치가 있는 것은 경찰이 잡아간 놈들의 입에서 중요한 단서를 찾아내어 해외에서 활동하는 밀매 조직을 소탕했다.이것은 모두 나중의 일이며 염구준은 참여하지 않았다.모든 일을 마친 후, 그는 만성시에 머물지 않고 그날 밤 비행기로 청해로 돌아갔다.집에 도착했을 때 마침 아침 먹을 시간이었다.염구준은 바로 주방에 들어가 가족들에게 서프라이즈를 주려고 했다.“와, 냄새 좋다. 틀림없이 아빠가 왔을 거야.”염희주는 맛있는 냄새를 따라 한걸음에 주방으로 달려갔다.며칠 보이지 않던 염구준을 보자마자 달려가 허벅지를 껴안았다.“아빠, 보고 싶었어요. 선물은 사 왔어요?”염구준은 국자를 내려놓으며 말했다.“당연하지. 먼저 가서 씻어. 이따가 아침 먹을 때 줄게.”“알았어요.”염희주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화장실로 뛰어갔다.그때 손가을과 두 노인도 주방으로 들어왔다.염구준을 본 그들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요리를 끝내고 음식들을 식탁에 올렸는데 왠지 한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제이든은 어디 갔어?’손가을이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당신이 간 후로 제이든은 신위무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