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도 상황을 잘 모르니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했다.“장인어른, 가을이 능력으로 6개월 안에 우리 회사를 청해시 일류 기업으로 성장시킬 겁니다.”염구준이 웃으며 말했다.손가을은 입술을 질끈 깨물며 새침하게 콧방귀를 뀌었다. 무슨 회사 운영이 동네 구멍가게처럼 쉬운 줄 아나?손태석은 떨리는 손으로 수저를 내려놓고 한참을 멍하니 사위를 바라보았다.가슴에서 뜨거운 용암이 솟구치고 있었다.한번 실패한 뒤로 손영에서는 더 이상 그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기를 쓰고 손 회장 앞에서 자신을 증명하려고 했지만 돌아오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오히려 아부에 능한 손태진이 더 큰 관심을 받았으니 실망은 차곡차곡 쌓여만 갔다.그런데 한때는 가장 무시했던 데릴사위가 회사 하나를 통째로 그에게 안겨줄 줄이야!손태석은 눈시울이 뜨거워져서 감격한 표정으로 염구준을 바라봤다.“장인어른, 저한테 고마워하실 필요는 없어요.”염구준은 감격을 금치 못하는 손태석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저는 가을이 남편이고 장인어른의 사위잖아요. 장인어른 능력으로 회사를 최강으로 이끌어 주실 거라 믿습니다!”그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진숙영이 반찬을 들고 주방에서 나왔다.염구준을 위해 준비한 밥상이었다.“아까 무슨 회사 얘기가 나오는 것 같던데?”진숙영이 호기심 어린 얼굴로 물었다.“네.”손가을은 상황을 진숙영에게 설명했다.진숙영도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식사가 끝난 뒤, 진숙영은 설거지하러 가는 김에 손가을을 따로 불러 작은 소리로 말했다.“가을아, 예전에는 몰랐는데 구준이 걔 정말 괜찮은 사람 같아.”“네?”손가을은 당황한 표정으로 얼굴을 붉혔다.“엄마, 도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 거예요….”“이상한 소리하려는 거 아니야.”진숙영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염구준이 이 집으로 처음 왔을 때, 쌀쌀맞게 대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손가을이 그에 비하면 부족해 보였다.지금까지 보인 염구준의 행보를 봤을 때, 그는 엄청난 신분을 가진 게 틀림없었다. 왜 굳이 데릴
손중천은 화들짝 놀라며 아들의 손을 잡고 물었다.“그만! 무슨 일인지 똑바로 설명해!”말은 그렇게 해도 벌써 불길한 예감부터 들었다.손태진이 이렇게까지 한다는 건 그룹에 큰일이 생긴 게 분명했다.“아버지, 용운그룹과 진행하던 프로젝트를 손가을이 중간에서 가로챘어요!”손태진은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머리를 감싸며 손 회장의 눈길을 피했다. 과거에 그는 다른 사람을 짓밟을 줄만 알았지 이렇게 누구한테 짓밟힌 적은 처음이었다!창피해서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뭐라고? 그게 어떻게 가능하지?”손중천이 흠칫하며 추궁하듯 물었다.분명히 손영에서 추진하던 프로젝트를 손가을 혼자 힘으로 어떻게 가로챈단 말인가!“저도 오늘에야 알았어요. 계약서에 손을 썼어요. 계약서에 손가을 혼자의 사인밖에 없어요! 이 프로젝트는 이미 그룹의 것이 아니에요!”손태진은 가슴을 부여잡고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넋이 나간 사람처럼 주절주절 떠들었다.“우리가 그룹의 모든 자원을 쏟아 부었더니 손가을을 위한 밥상이었어요. 파렴치한 년!”손중천은 그 말을 듣고 넋이 나간 표정으로 앉아 있다가 분노를 참지 못하고 들고 있던 찻잔을 내던졌다.“이런 천하에 후레자식!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졌길래 가문에 저런 늑대 새끼가 태어났을고!”그는 테이블을 쾅쾅 두드리며 손태진에게 물었다.“손태석 어디 있어? 딸이 이런 짓을 할 때까지 걔는 뭐했대?”“아비라는 자가 몰랐을 리 있겠어요? 태석이가 시켰을 수도 있죠! 태석이 걔 정말 무서운 애예요. 우리가 걔를 잘못 본 거예요!”손중천은 치미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비틀거렸다.손태진은 다급히 다가가서 그를 부축해 소파로 데려가고 어깨를 주물러 주며 말했다.“아버지, 나이도 있으신데 너무 화내지 마세요. 이러다가 화병 나겠어요!”손중천은 씩씩거리며 좀처럼 분을 삭이지 못했다. 손태석이 이런 사고를 칠 줄 알았다면 애초에 살려두는 게 아니었다.‘그래! 자기네는 조그만 집에서 힘들게 사는데 나랑 태석이만 부유하게 살았으니 질투 날만도 하지.
손중천이 인상을 쓰며 다그쳤다.이 상황에 더 안 좋은 소식이 뭐가 있을까?손가을이 저지른 일에 대비하면 어떤 소식도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았다.“아버지, 그게… 손태석 일가가 우리 몰래 새로운 손씨 그룹을… 창설했다네요. 저한테 창립 축하파티에 오라던데요?”손태진이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말했다.“뭐? 새로운 손씨 그룹?”손중천은 가슴이 꽉 막히고 눈앞이 새카매졌다. 이명 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결국 그는 버티지 못하고 뒤로 쓰러졌다.“아버지!”손태진은 다급히 다가가서 아버지를 부축하며 비명을 질렀다.“당장 구급차 불러!”소리를 들은 경호원과 가정부가 다가와서 황급히 손 회장을 차에 실었다.손태진은 겉으로 다급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눈빛은 온도가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스산했다.차에 오른 그는 손 회장의 손을 꽉 잡고 다급히 말했다.“아버지, 조금만 더 버텨요. 곧 병원 도착해요.”손중천은 온몸이 마비되고 구역질이 올라왔다. 앞은 캄캄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다.병원에 도착해서 밤새 응급 수술을 진행한 뒤에야 손중천은 겨우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하지만 의사는 그가 앞으로는 계속 침대에서 생활하게 될 거라고 진단했다.소문은 빠르게 퍼져서 손가을 일가에게까지 전해졌다. 손태석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손가을과 진숙영은 무표정한 얼굴로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손중천은 한 번도 그들을 가족으로 대하지 않았으니 손가의 재앙은 이제 그들과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다음 날, 가족들은 아침 일찍 기상했다.손태석은 거울 앞에서 넥타이를 다듬고 면도를 한 뒤, 어디 흐트러진 곳이 없나 꼼꼼히 살폈다.외출하기 전, 진숙영은 남편의 옷매무시를 다시 정돈해 주었다. 오늘따라 손태석은 십 년은 더 젊어 보였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진숙영은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걱정하지 마! 이 한 몸 불살라서라도 당신이랑 가을이 풍족하게 살게 해줄게!”손태석은 아내를 품에 안으며 다짐하듯 말했다.“애들도
“회사를 내 집으로 생각하는 회장이 되겠습니다. 최선을 다해 경영에 임할 것이며 여러분과 손잡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힘쓰겠습니다!”무대 아래에서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가 터져나왔다.간단한 각오 말이 끝나고 정식으로 인계 절차가 진행되었다.용준영은 미리 준비해 둔 서류를 손태석에게 건넸다.손태석이 사인하자 인계가 마무리되었다.직원들은 각자의 부서로 돌아가고 손태석은 손가을과 함께 맨 위층에 있는 회장 사무실로 왔다. 그는 용준영에게 연신 감사인사를 전했다.“용 대표, 정말 뭐라 할 말이 없네요. 정말 감사합니다!”용준영이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그런 말씀 마세요. 회사가 이제야 원래의 주인을 찾은 겁니다. 저는 그저 두 분 대신 잠깐 맡아두었던 것뿐이지요.”염구준의 장인이나 되는 손태석이 자꾸 공손히 감사인사를 하자 용준영은 속으로 조바심이 났다.“회장님, 가을 씨와 두 분이서 하고 싶은 거 마음대로 하셔도 됩니다. 문제가 생기면 제가 처리하겠습니다!”용준영은 공손한 말투로 입장을 전한 뒤, 다급히 자리를 떴다.“아빠, 우리가 회장 자리와 사장 자리를 다 차지했으니 앞으로 용 대표님은 어떻게 될까요?”손가을이 인상을 쓰며 물었다.손태석도 고개를 흔들었다. 그들을 왕좌에 올린 염구준은 어디서 뭘하는지 보이지 않았다.한편, 손씨 그룹 앞마당.염구준은 핸드폰을 들고 격앙된 목소리로 상대에게 물었다.“정말입니까? 희주가 정말 정신을 차렸나요?”“주군께서 부탁하신 일인데 여부가 있겠습니까.”용제국 북부의 최고 명의로 불리는 이제마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희주 아가씨의 체내에 존재하던 한열증은 이미 말끔히 제거되었습니다. 이제….”“당장 데리고 오세요!”염희주를 북부에 보낸 뒤로 하루도 아이를 그리워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군용기를 준비하고 희주를 태워 청해까지 호송하세요. 지금 당장요!”이제마는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희주야, 살이 많이 빠졌구나. 엄마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손가을 일가는 사랑스러운 아이를 에
그룹 빌딩 보안과, 염구준은 갑자기 미간을 찌푸리고 진동하는 휴대폰을 주머니에서 꺼냈다.발신자 번호를 보고 미소를 지으며 전화를 받았다. "장모님? ""구준아, 너…… 너 지금 바쁘냐? 여기로 잠깐 올 수 있어? 지금 유치원 입구야. "유치원?염구준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장모님, 희주 일이죠?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희주가…… 다른 어린애한테 맞았어! "진숙영은 억울했다. "별일이 아니어서 너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했는데…… 그 어린애 할머니가 억지를 부려서, 그리고 내가 모함한다고 하고…… 뻔뻔하다고 욕도 해!”탁!염구준은 주먹을 주였다. 갑자기 목소리가 차갑게 변하면서 "장모님, 잠깐만 기다리세요. 제가 금방 갈게요! "라고 말했다.전화를 끊고 재빨리 보안과를 뛰쳐나와 빨간 포르쉐를 몰고 황금빛 햇살 유치원으로 달려갔다!오후, 황금빛 햇살 유치원.롤스로이스 한 대가 유치원 입구를 막고 있었다. 그 뒤에는 검은 아우디 한 대가 있었는데, 그 안에는 네 명의 건장한 경호원이 타고 있었다.하교 시간이라 학부모들은 롤스로이스와 아우디를 돌아서 아이들을 데리러 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빨리 유치원에서 떠났다. 호기심이 많은 일부 가장들은 궁금한 얼굴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한 노인과 어린아이를 쳐다봤다.진숙영과 희주였다!진숙영은 얼굴을 붉히며 희주의 작은 손을 잡고 다른 한 할머니와 격렬하게 다투고 있었다. "이봐요. 분명히 당신 손자가 제 손녀를 때렸어요. 유치원 CCTV에 다 찍혔는데, 아직도 부정하세요?”"그래 때렸다."노인은 경멸스럽게 말했다. "모함해서 돈 뜯어내려 하는 거잖아. 얼마면 만족해? 10만 원? 부족하다면 20만 원 주지! "그러더니 가방에서 돈을 꺼내 진숙영의 얼굴에 던졌다."당신……"진숙영은 화가 나서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이봐요. 저보다 나이도 많으신 것 같은데 나이를 어디로 드셨나요? 제가 원하는 것은 돈이 아니라 제 손녀딸이 부정 대우를 받지 않는 것입니다. 반드시 당신 손자의 사
염구준은 차에서 내려 쏜살같이 달려와 꼬맹이를 품에 안았다.갑자기 표정이 싸늘해졌다.희주의 이마는 까졌고 검붉은 피가 배어 나왔다!"희주야, 아빠한테 말해줘. "염구준은 화가 치밀었지만 최대한 부드럽게 말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어쩌다 이렇게 다쳤어? "희주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저도 잘 몰라요. 양소훈이 뒤에서 날 확 밀쳤어, 흑흑……""염희주는 착한 어린이입니다. "옆에서 염희주 담임 선생님이 다가와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유치원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다른 어린이들에게 괴롭힘당했을 거예요. 저…… 정말 죄송합니다. ""선생님과는 상관없어요! "진숙영은 화가 나서 온몸을 떨고 있었다. "구준아, 방금 CCTV를 봤는데, 바로 이 양소훈이 일부러 희주를 넘어뜨렸어. 부딪혀서 이마도 까지고! "이렇게 말하고 옆에 있는 양 할머니를 가리켰다. "그리고 양 할머니는 내가 모함한다고 하고 있어. 사람을 괴롭히려고 진짜 너무해! "”괴롭힌다고? 그래 너를 괴롭혔다! "양 할머니는 "치" 하며 냉소했다. "우리 손자가 왜 다른 사람은 안 괴롭혔지? CCTV에 찍힌 것도 사실이 아니야. 분명히 이 계집애가 먼저 우리 손자를 건드렸을 거야! "주변의 많은 학부모들이 속삭이며 양 할머니에게 손가락질했다. 하지만 아무도 감히 나서지는 못했다.롤스로이스를 타고 보디가드도 있는 걸 보면 간단한 인물은 아니다. 일반인들이 감히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전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염구준 품에 안긴 희주는 엉엉 울면서 말했다. "아빠, 저 진짜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집에 가고 싶어요. 엄마한테 갈래요…… 엉엉엉! ""후! "염구준은 숨을 크게 들이쉬고 양 할머니를 응시했다. "CCTV에 명확한 증거가 있어요. 어린아이는 철이 없어서 책임을 따지지 않겠지만, 당신은 어린아이의 가장으로서 반드시 내 딸에게 사과해야 합니다! "사과?양 할머니는 비웃으며 말했다. "누굴 더러 사과하라는 거야! 눈이 멀
손 씨 가문도 이젠 예전처럼 만만하지 않다. 용운 그룹이 지금의 손씨 그룹으로 되었다. 오늘 무조건 희주의 억울함을 없애줄 것이다."장 교장선생님의 뜻은 잘 알겠습니다! "염구준은 희주를 안고 고개를 돌려 진숙영을 바라보았다. 눈 밑에 차가운 빛이 스쳤다. "장모님, 희주의 이마가 까졌으니, 이 사람의 뺨을 쳐서 얼굴을 망가뜨리면 되겠네요. 이 늙은이 뺨을 세게 후려치세요! ""응? "진숙영은 손을 들더니 바로 주저했다. "이, 이건 좀…… 우리는 인간의 도리를 지켜는 게 좋지 않을까? 비록 사과는 받지 못했지만, 우리는……""더 이상 말하지 마세요! "염구준은 단호했다. 소리에는 냉기가 가득했다. "장모님, 마음껏 때리세요. 죽도록 때리세요! 하늘이 무너져도 제가 모든 걸 책임 집니다! "진숙영은 몸을 움찔했다. 가슴속에 뜨거운 열기가 솟구쳤다.봐, 이 사람이 내 사위다!사납고, 야만적이고, 횡포하고, 강경하다!아이의 편을 들어주기 위해 당당하고 단호하다. 딸이 이런 남자에게 시집갈 수 있어서 이번 생은 충분한 것 같다!"그럼 때린다……"진숙영은 이를 악물고 오른손을 번쩍 들고 양 할머니의 얼굴을 향해 세게 내리쳤다."감히! "옆에 있던 두 경호원은 격노하며 거의 동시에 발을 들어 진숙영을 차려고 했다."꺼져! "염구준은 낮은 소리로 말하고 품에는 작은 희주를 안고 번개처럼 두 다리로 허공에 희미한 잔영을 남겼다.텅, 텅!!건장한 두 경호원은 전혀 저항할 능력이 없었다. 염구준의 움직임조차 제대로 보지 못하고 몸이 뒤로 날아가 땅에 세게 떨어졌다. 그러고는 여기저기 부딪치며 십여 미터나 굴러 유치원의 화단 옆에 쓰러져 일어나지 못했다!"이건……" 아우디에 차에 타고 있던 두 경호원은 이 장면을 보고 놀라 굳어버렸다.원래는 같이 염구준을 손보려고 했는데 염구준의 움직임을 보고 걸음을 멈췄다. 얼굴에는 놀라움만 가득했다.이 남자......세다!방금 그 두 경호원도 고수이다. 실력은 일반인 7, 8명 정도는 거뜬히 처리할 수
손호민은 프런트 데스크에 대고 소리쳤다. 성도에서 온 도련님들이 그의 성의를 모를까 봐 걱정했다. 프런트 데스크에 은행 카드를 올려놓고 호탕한 표정을 지었다. "서둘러요, 우리 돈 많아요! ""손호민? 선생님, 실례지만 예전 손 씨 가문의 손호민인가요? "프런트 데스크의 아가씨가 컴퓨터에 표시된 정보를 보고 예의 바르게 물었다."예전 손 씨, 이 청해 명문 중에 손 씨는 우리 한 집밖에 없는 게 아닌가? "손호민은 화를 냈다.프런트 데스크 주제에 말이 많다. 만약 이 도련님들이 청해에 우리 손영 그룹 말고 다른 손 씨 그룹이 있다는 것을 알면 비웃을 것이다.손호민은 이렇게 쪽팔리는 일은 발생하게 할 수 없다.손가을 이년 두고 봐! 이 성도에서 온 도련님들의 환심만 산다면, 내가 널 어떻게 혼내줄지 두고 봐!손호민은 분한 얼굴에는 독기가 가득했다."선생님, 죄송합니다. "프런트 데스크의 아가씨는 직업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희 호텔에서는 예전 손 씨 가문의 손님은 접대하지 않습니다. ""뭐라고?" 손호민은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프런트 데스크가 주제에 날 골탕 먹여? 감히 성도 대가족의 도련님들 앞에서 날 창피하게 만들어?!"손호민 웃기고 있네. 청해에서 손 씨 가문의 세력이 제일 크다고 하지 않았나? 호텔 프런트도 해결하지 못하나, 너 정말 웃긴다. ""그러니깐. 지금 우리 시간을 낭비하는 거잖아. 웃겨 정말! "여러 도련님들이 "하하" 하며 웃었다. 손호민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갑자기 프런트 데스크를 세게 치고 이를 악물며 소리 질렀다. "야! 내가 최고급 룸을 달라고 했잖아. 좋게 말할 때 준비해! ""뻔뻔한 새끼! "뒤에서 느닷없는 소리가 들려왔다. "여기는 예전 손 씨 가문의 사람은 접대하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어! 뻔뻔하게 굴지 말라고! "이 소리를 들은 손호민은 펄쩍 뛰며 온몸을 떨기 시작했다. "너, 염구준! "이 순간,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염구준, 염구준이 틀림없어. 일부러 와서 방해하려는 거야.
그의 말을 들은 뒤, 양청화의 두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녀는 눈가가 붉어진 채로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정말... 날 찾으러 다녔었어?”그녀는 오랫동안 자신이 버려졌다고 생각했었고, 심지어 부모님조차도 자신을 기다려주지 않았다고 원망해왔다.하지만 오늘에서야, 그녀는 모든 진실을 알게 되었다.염구준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에효. 그때 널 찾다가 주운 은팔찌는 네 부모님을 돌려드렸어. 그분들도 널 무척이나 그리워하셔.”그때의 일은 누구의 잘못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었다.그녀를 찾지 못한 것이 염구준의 잘못이라고 할 수도 없고, 그날 상처받고 도망친 게 그녀의 잘못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모든 것이 너무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이라 준비할 시간이 없었던 것 뿐이었다.“내 잘못, 내 잘못이야! 왜 그때, 멋대로 캠프를 떠나서는..”그녀는 후회하며 눈물을 흘렸다.지금은 한 나라의 왕후로서 군림하고 있지만, 그동안 그녀가 겪은 고통과 외로움은 아무도 몰랐다.“후, 다 지나간 일이야. 내가 그때 너무 단호하게 거절했던 잘못도 있어.”염구준은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는 난감한 얼굴로 휴지 한 장을 건넸다.이런 감정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건 그가 가장 싫어하는 일이었다.하지만 피할 수도 없었다.양청화는 눈물을 닦으면서 옛 기억을 되새기며 입을 열었다.“그때 어두운 보라색의 오피스룩을 입고 오빠 팔짱을 끼고 있던 여자가 오빠가 계속 말하던 아내분이지?”“미인이시더라.”염구준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는데, 목소리에는 전과는 달리 감정이 담겨 있었다.“맞아. 손가을이라고 해. 사이가 무척 좋지.”“축하해.”“솔직히 질투가 나긴 해. 내가 먼저 오빠를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양청화의 눈에는 다시 눈물이 고였지만 그녀는 눈물을 삼키고 웃어보였다.불교에서 말하는 팔고 중, 가장 견디기 힘든 고통은 바로 구지부득이었다.“그건 모르는 일이지. 낯선 사람을 위해 목숨을 거는 사람은 보기 드무니까 말이야.”그는 불길 속에 있던 아내
이때, 시녀가 조용히 다가와 속삭였다.“왕후 폐하, 손님이 도착하셨습니다. 후원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이에 양청화는 목욕을 마치고 서둘러 일어나며 조금 조급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조금만 기다리라고 해. 금방 나갈 테니.”물에서 일어나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물에서 갓 나온 연꽃처럼, 아름다우면서도 생동감이 넘쳤다.한편, 후원의 석탁 옆.염구준은 차를 홀짝이며 평온하게 정원의 풍경을 감상하고 있었다.그때의 일은 단순한 사고였다.마땅히 해야 할 일은 다 했으니 그는 후회하지 않았지만 조금 안타까울 뿐이었다.하지만 이제 양청화가 무사히 살아 있다는 걸 확인한 이상, 그조차도 모두 떨쳐버릴 수 있었다.이때, 양청화가 후원에 들어오며 위엄있게 모든 시종들을 내쫓았다.“모두 나가. 내 명령 없이는 절대 들어오지 마.”왕후가 낯선 남자와 단둘이 만난다는 소문이 퍼지면 좋을 게 없었다.즉, 염구준을 만난다는 것 자체가 그녀에겐 위험하고 이성적이지 않은 행동이라는 거다. 하지만 그녀는 참을 수가 없었다.‘왔네.’염구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입구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사람이 보이기도 전에 풍기는 옅은 향기에 그는 쓰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오랜만에 만나는데 나한테 이런 수작을 부릴 심산인가?”또각또각.리듬감 있는 발자국 소리와 함께 황실 예복을 입은 양청화가 염구준의 시야에 들어왔다.다른 건 일단 신경 쓰지 않고 말하자면 그녀는 정말 아름다웠다. 아니, 단순히 이쁜 것 뿐만 아니라 고귀한 아우라도 느껴졌다.“안 본지가 몇 년인데, 하나도 안 변했네.”무공을 연마한 사람들은 노화를 늦출 수 있었는데, 특히 염구준처럼 강한 무인들은 그 효과가 더욱 강했다.그러니 외모가 크게 변하지 않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염구준은 예의있는 미소를 지으며 한층 직설적인 태도로 말했다. “너도 관리 잘했네. 오늘 날 불러낸 이유가 단순히 옛정을 나누기 위해서야, 아니면, 그날의 진실을 듣고 싶어서야?”이에 양청화는 쓴웃음을 지으며 석탁에 앉았다.
오는 길에 이미 현장 사진과 여러 정보를 검토한 덕분에 염구준은 속으로 대략적인 윤곽을 잡을 수 있었다.“현장에 아무런 저항의 흔적이 없는 걸 보면 에드로는 한 방에 깔끔하게 처리된 걸 거야.”“전신 위의 실력을 가진 그가 그렇게 당했다면 가능성은 두 가지야. 하나는 가장 가까운 사람이 배신했거나, 다른 하나는 더 강한 반보천인을 만났거나.”“반보천인의 수법은 다양하니, 우선 에드로의 주변 인물부터 조사해 보는 게 좋겠어.”염구준의 분석에 따라 현장에서 가장 의심되는 인물은 그와 벨, 두 명뿐이었다.그러나 이 사건은 생각처럼 단순하지 않았다. 그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용의자였다. 누구든 범인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염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니 머릿속이 확 트이는군요! 조사 방향을 명확하게 알 것 같아요.”벨은 엄지를 치켜세우며 과하게 아부했다. 그는 염구준을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조사를 맡긴 이상, 그는 염구준을 무조건 믿을 생각이었다.“됐어, 단서가 많지 않으니 내부 인물부터 조사해 보자.”염구준은 손을 휘저으며 벨의 아첨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에겐 아첨 같은 게 통하지 않았다. 또 다른 단서는 메이슨 집사였으나, 너무 노골적으로 행동하는 걸 보면 그는 그냥 연막일 가능성이 높았다.“알겠습니다. 바로 명령을 내리겠습니다.”벨은 공손하게 대답한 뒤, 옆에서 몸을 떨고 있는 부하에게 지시를 내렸다.“네카일에게 지금 하던 일을 멈추고, 세 개 부대를 이끌고 오라고 전해.”세 개의 부대에는 총 3만 명이있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쓴 걸 보아 이번 조사가 단순히 묻기만 하는 것이 아닌 전면적인 색출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그는 아버지인 에드로와는 달리 네카일을 철저히 신뢰하고 있었다.1단계 계획을 실행하고 잠시동안은 할 일이 없었다. 다음 계획은 조사가 끝나고 상황을 보고 결정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염구준은 명탐정이 아니었다. 다만 철저한 논리적 사고와 예리한 관찰력으로 타겟을 좁혀가는 것 뿐이었다.“염 선생님,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굳이 밀고나갈 필요도 없겠지. 다들 물러나라.”만약 이 상황에서 계속 공격하려고 든다면, 벨의 말이 사실임을 입증하는 셈이 되기 때문에 그는 결국 병사들에게 물러나도록 지시했다.하지만 안드리 친왕과 그를 따르는 귀족들은 이대로 넘어갈 생각이 없어 계속 시비를 걸었다.“염구준, 우리 오스타국의 중요 인물 두 명이 죽은 게 모두 너와 연관이 있는데, 뭐라고 할 말이 없는 거냐?”이름까지 부르면서 따지고 묻는 상대방의 태도에도 염구준은 겁 먹지 않고 오히려 비웃으며 대답했다. “니체르는 강제로 사람을 감금하고 연구성과를 빼앗았다. 죽어 마땅하지. 하지만 에드로 친왕의 죽음은 나와 무관해.”“이 대답에 만족해?”“참고로, 나는 지금 너희를 도와주고 있는 거니까 죄인을 심문하듯이 굴지마.”더없이 무례하게 느껴지는 그의 태도에 귀족들은 다시 화가 치밀어 올랐다.“너...!”안드리 친왕이 다시 말을 하려는 순간, 양청화의 위엄이 담긴 목소리가 대전 안을 울렸다. “그만. 니체르가 저지른 만행은 다들 알 거라고 믿습니다. 죽어 마땅하죠. 그리고 에드로 친왕의 죽음에는 의심스러운 점이 많으니 우선 제대로 조사하고 결정을 내리죠.”“오스타국 왕실을 대표하여, 염 선생님께 감사를 표합니다.”그녀가 말을 마치자 대전 안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그녀가 공식적으로 염구준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었다. 아래에 있는 귀족들은 여전히 불만이 가득했지만 왕후의 말에 감히 토를 달 수는 없어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오스타국의 정치는 조금 특이했는데, 전의 국왕이 늙어서 수명을 다한 탓에 합법적인 후계자인 어린 국왕이 자리를 물려받기는 했으나, 아직 나이가 어려서 왕세자에 불과했다. 즉, 그의 어머니인 양청화가 실권을 가지고 있다는 거다.“과분한 말씀이십니다. 이곳에 남기로 한 이상, 저를 모함한 범인을 반드시 잡아내고 말 테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과거의 인연이 있어서인지, 그는 그녀에게 다른 사람을 대하는 것처럼 강한 태도
“염구준을 데려왔습니다!”궁전 바깥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왕궁 안에 있던 귀족들은 긴장한 채로 일제히 문쪽을 바라보았다.그들은 염구준에 대해 많은 것을 알진 못했지만, 전에 용하국이 그를 위해 항공모함 전투단을 보냈다는 걸 들은 적이 있어 그가 쉽게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건 알고있었다. 한편, 왕궁 밖.염구준은 지금 어이가 없었다. 그냥 자신을 친왕이 살해된 현장으로 데려가면 되는 걸, 굳이 이런 번거로운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하니까 말이다. ‘시간 아깝게.’하지만 이미 진실을 밝혀내겠다고 한 이상, 더 이상 불평할 수도 없었다.그는 벨과 함께 궁 안으로 들어섰다.많은 귀족들의 적대적인 시선과 왕좌에 앉은 어린 국왕이 한눈에 들어왔으나 그는 신경 쓰지 않았다.그의 시선을 사로잡은 건 따로 있었다. 바로 국왕을 안고 있는 왕후였다. 그녀는 눈처럼 희고, 아름다웠는데, 동양인의 얼굴을 하고 있었으며, 나이가 서른도 채 되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과부였다.‘양청화.’그는 단번에 그녀를 알아보았다.과거, 그녀와 깊은 인연이 있었지만,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서로 연락을 끊고 지냈었다.양청화 역시 복잡한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 예전 생각이 나서였다.두 사람 사이의 관계는 오직 두 사람만이 알고있었다. “벨이 국왕 폐하와 왕후 폐하께 문안드립니다.”이때, 벨이 한쪽 무릎을 꿇고 예를 갖추며 말했다. 오스타국에서 황실 성원은 한쪽 무릎만 꿇고 인사를 올리면 되지만 외부인은 양쪽 무릎을 전부 꿇고 인사를 올려야 했다.그러나 염구준은 단지 가볍게 주먹을 쥐고 예를 표했다.“국왕 폐하와 왕후 폐하를 뵙습니다.”솔직히 이것도 그가 충분히 오스타국의 체면을 세워준 거였다. 평소라면 작은 나라의 왕에게 굳이 인사도 하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그러나 귀족들은 염구준이 자신들의 왕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화가 나 질책하기 시작했다.“무례하다! 국왕 폐하 앞에서 무릎을 꿇지 않다니!”“여기는
벨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손가을을 습격한 이의 목이 가차없이 날아갔다.그는 이 일이 자신과 무관하다는 것을 확실히 전달하기 위해 명령을 내릴 때 일부러 염구준이 들을 수 있도록 엄청 큰 소리로 외쳤다.“네 사람들 단속 잘해. 또 한 번 이런 일이 벌어지면, 그땐 나도 참지 않을 거니까.”염구준은 물론 이 모든 것이 배후 세력의 계략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따끔한 충고는 필요했기 때문에 차갑게 경고했다.“알겠어, 알겠어.”네카일은 식은땀을 닦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염구준이 폭발하지만 않는다면 아직 협상의 여지는 있기 때문이었다.비교적 평화로운 분위기의 그들과는 반면, 멀리서 이를 지켜보던 흑풍 존주는 분노로 몸을 떨면서 욕을 하기 시작했다. “겁쟁이 새끼들! 불을 그렇게 붙여놨는데도 싸움이 안 나다니! 전생에 거북이었나.”방법을 있는대로 다 썼음에도 불구하고 계획이 이뤄지지 않자 그는 이를 악물고 자리를 떠났다.그러나 질 수록 더욱 달려드는 그의 성격상으로서 이대로 쉽게 포기할 리가 없었다.‘옥패를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해.’오해가 풀리자 네카일은 즉시 대형 버스를 준비했다. 손가을 일행을 공항으로 데려가 전용기로 귀국시키기 위해서였다.손가을 일행은 걱정 가득한 눈빛으로 염구준을 바라보면서 작별인사를 나누었다.“구준 씨, 딸이랑 같이 청해시에서 기다릴테니끼 빨리 돌아와야 해.”“삼촌, 고마워요. 저 때문에... 부디 몸 조심하세요.”“주... 아니, 오빠, 귀국하면 청룡과 연락해서 언제든지 지원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을게요.”걱정 가득한 사람들과는 달리 염구준은 담담한 얼굴로 대답했다.“괜찮으니까 걱정 말고 돌아가도 돼. 나도 바로 갈게.”사람들이 없으면 그도 걱정할 필요가 없어진다. 가고 싶으면 언제든지 갈 수 있다는 말이다. 버스가 천천히 멀어지자, 염구준도 한숨을 돌렸다. 두 명의 반보천인이 있는 한, 사고가 날 걱정도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현장에는 여전히 각국 대표팀들이 서 있었다. 벨의 명령 없이는 함부로
회장 주위에서 갑자기 사람들이 몰려나오며 고함을 질렀다.“염구준을 죽여서 친왕님의 복수를 하자!”이에 염구준은 즉시 진기를 끌어올려 보호막을 형성하며 날카롭게 외쳤다.“네카일, 이게 무슨 짓이야?”“나도 몰라!”네카일은 잠시 당황하다가 곧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인지하고는 최대로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모든 황실호위대는 전투를 금지한다! 명령을 어기는 자는 참수할 거야!”벨 역시 당황하며 무전기를 들고 소리쳤다.“모두 움직이지 마! 움직이는 놈은 그 집 식구들까지 전부 죽여버릴 거니까!”이 갑작스러운 난입자들이 어디서 온 것인지 그들조차도 알 수 없었다. 이미 협상이 끝난 상황에서 굳이 싸움을 벌일 필요는 없었다. “흥, 누구든 움직이는 놈이 있으면 바로 죽여버릴 거야.”염구준은 단호하게 말한 뒤 검을 뽑아들고 적진으로 뛰어들었는데, 흉신이 강림한 것마냥 기세가 엄청나서 누구도 막지 못했다.그가 한 번 검을 휘두를 때마다 열 명 이상의 적이 쓰러졌다. 한 번도 막지 못하고 말이다.난입자들은 고작 이백여 명 남짓으로, 염구준에게는 하찮은 숫자에 불과했다. 그들은 실력이 약했는데, 모두 그저 혼란을 일으켜 양측이 싸우도록 유도하는 역할에 불과했다.이를 지켜보던 벨은 문득 네카일이 될 수록이면 싸우지 말라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이렇게 압도적인 실력이라니.’‘만약 정말로 싸웠다면 제일 먼저 죽는 건 나였을지도 모르겠어.’그는 속으로 생각하며 감탄했다.“X발, 숫자 채우기만 하면 된다더니! 튀어!”난입자들은 예상과 다른 상황에 공포를 느끼며 급히 후퇴하기 시작했다.그들은 겨우 20만원씩 받기로 하고 온 사람들이었다. 겨우 그 정도의 돈 때문에 목숨을 내놓을 필요는 없었다.염구준은 재빨리 한 명을 붙잡고 캐물었다.“누가 시켰지? 말해!”“모... 모르겠습니다! 만능 전당포에서 받은 의뢰일 뿐입니다…”이에 붙잡힌 사람은 혼이 반쯤 나간 채로 벌벌 떨며 목소리를 간신히 내뱉었다. ‘만능 전당포라고?’상대방의 대답을 듣자마자
네카일은 벨 앞에 다가가 몇 마디 속삭인 뒤, 염구준을 향해 걸어갔다.“염 선생, 에드로 친왕께서는 확실히 돌아가셨어. 벨 왕자님도 상심이 크셔서...”염구준은 상대방이 벨을 변호하려고 한다는 걸 알아차리고는 손을 들어 말을 끊었다.“시간이 부족하니 핵심만 말해.”“그러지.”네카일은 대답하고는 더 이상 질질 끌지 않고 사실을 털어놓았다. “오늘 아침 7시에 에드로 친왕께서 평소처럼 아침 운동을 하지 않는 걸 이상하게 여긴 하인이 방에 들어가 확인해봤더니 목이 잘린 채로 침대에 놓여있는 친왕의 시체를 발견했어.”“왕실 의사는 친왕의 사망 시간을 새벽 3시쯤으로 추정했고, 돌아가시기 전에 극심한 고문을 당했다는 판단을 내렸지.”“그리고 현장에 이런 게 있었어.”말을 마친 네카일은 휴대폰을 꺼내 사진 한 장을 염구준에게 보여주었다.사진 속의 하얀 벽에는 붉은 피로 쓴 큰 글씨가 있었는데, 그 내용은 염구준이 살인범이라는 거였다.이 글이 바로 그들이 염구준을 잡으려는 이유였고, 그들이 주장하는 증거였다.“허, 너라면 니가 남의 개를 훔치고 니가 도둑이라고 말할 거야?” 염구준은 고개를 저으며 반문했다.이 말에 모두가 누군가가 염구준에게 죄를 덮어씌우기 위해 이런 글을 남겼다는 걸 깨달았으나 이건 현장에 유일하게 남겨진 증거였기에 섣불리 판단을 내릴 수가 없었다. “그래, 그건 나도 알고 있어. 벨 왕자님도 의심하고 있고. 하지만 적지 않은 귀족들이 염 선생이 죽였다고 의심을 하는 바람에 처리하기가 힘들어.” 네카일은 진심을 담아 말했다.“처리하기가 어렵다고 해도 그게 날 잡을 이유는 아닐 텐데?”“그리고 너희들의 친왕이 죽은 게 나랑 무슨 상관이지?”염구준은 상대방의 말을 들을 수록 점점 화가 나기 시작했다. 범인을 잡지 못해 모든 걸 자신에게 덮어씌우려는 것처럼 느껴져서였다.풀썩.이때, 네카일이 갑자기 무릎을 꿇더니 충혈된 두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애원하기 시작했다. “이 일이 완전히 밝혀질 때까지 머물러 줄래? 안 그러면 수
호위대를 지휘한 사람은 바로 네카일이었다.차림새를 보아 직위를 회복한 것 같았다.“염구준, 에휴.”그는 진심으로 염구준과 적이 되고 싶지 않았다.염구준도 말뜻을 알아차리고 나지막하게 물었다.“날 잡으러 왔어? 니체르 대신 복수할 거야?”그는 말을 끝내자마자 작은 소리로 지시했다.“주작은 제이든, 호찬은 손중석을 보호해. 기회를 찾아 인파를 뚫고 나가.”상대는 병기로 무장한 수만 명의 황실 호위대다.그들과 치열한 싸움을 벌이기 전에 뒤에 있는 사람부터 보호해야 했다.“알겠습니다.”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고 보호 대상을 찾아갔다.지금 상황에서 염구준은 누굴 돌볼 겨를이 없었다.그때 손가을이 그의 팔을 잡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구준 씨, 당신이 도망칠 확률이 더 커. 우리 딸과 부모님을 잘 챙겨줘.”그녀는 전력이 약하지만 위급한 상황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살리고 싶었다.“바보야, 그런 말 하지 마. 내가 곁에 있으면 누구도 당신을 해치지 못해.”염구준은 기운을 끌어내 두 사람을 감쌌다.한편, 구경하던 각 나라 대표들은 눈치 빠르게 옆으로 달려가며 외쳤다.“우린 염구준을 모르고 친하지도 않아요. 복수하려면 염구준을 찾아가세요!”현장에 긴장감이 상승하고 한 쪽이 움직여도 바로 맞붙을 기세였다.일단 상대방이 움직이면 염구준은 일행을 데리고 호위대를 뚫고 나갈 생각이었다.그런데 황실 호위대는 공격하지 않고 양쪽으로 갈라서며 길을 내는 것이었다.가운데로 체격이 건장한 중년 남자가 터벅터벅 걸어 나왔다.“염구준, 내 아버지 에드로 친왕은 당신을 존경했는데 왜 잔인하게 살해했어?”이 남자의 이름은 알렉스 벨, 친왕의 첫 번째 계승자였다.‘이건 모함이야.”염구준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이었다.니체르는 그의 손으로 참살했지만 뒤에 흑풍 존주가 숨어 있었다.“난 죽이지 않았어.”염구준은 모든 사람이 들을 수 있게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다.“내 아버지는 오늘 새벽 3시에 죽었다. 네가 아니란 걸 증명할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