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또 만능 전당포네.”염구준은 깊이 숨을 들이마시며 나지막히 중얼거렸다.이 세력은 철저히 중립적이었다. 돈만 있다면 누구든 의뢰를 올릴 수 있으니까 말이다.그냥 돈만 있으면 뭐든 할 수 있는 전형적인 시스템이었다.그리고 의뢰인의 정보는 철저히 비밀로 유지되며, 돈만 지불하면 다른 이가 알아서 문제를 해결해주니 아무런 위험도 없었다.과거 염구준도 이들을 조사하고, 용하국에 있는 지부를 박살낸 적이 있었으나 근본적으로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했다.“이제, 가도 될까요?”배주현은 염구준이 반응하지 않자 조심스럽게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이미 일이 탄로 난 이상, 더 이상 현상금을 기대할 수는 없었다. 살아서 돌아갈 수만 있어도 다행이었다.“해독제 내놔.”염구준은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진지한 표정으로 손을 뻗어 해독제를 요구했다.배주현의 몸에서 풍겨 나오던 향기는 강력한 환각제를 포함하고 있어 장시간 흡입하면 뇌에 손상을 입힐 수 있었다.즉, 그녀가 남자들을 유혹할 수 있었던 것은 약물과 매혹술이 결합된 결과라는 것이다.“무슨 해독제요?”배주현은 순진한 표정을 지으며 그가 자신을 오해했다는 듯 억울함을 토로했으나 그녀의 눈빛에는 두려움이 서려 있었다.그녀가 사용한 환각제는 일반적인 향수와 같은 냄새를 풍겼고, 자연스럽게 들이마시게끔 설계되어 있었다. ‘그런데도 간파할 줄이야.’쾅!염구준은 다시 한번 기운을 내뿜어 그녀를 강하게 밀어붙였고, 이에 배주현은 뒤로 튕겨 나가 벽에 세게 부딪쳤다.바로 이 한 방에 그녀는 치명상을 입었다.“커헉!”강한 충격에 그녀는 얼굴이 창백해진 채로 피를 토했으나 계속 해명했다. “그건 독이 아니에요, 사람을 해치지 않는다고요! 정말로 해독제 같은 건 없어요!”저벅, 저벅, 저벅.염구준은 말없이 그녀에게 다가갔다.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묵직한 소리가 울렸다.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에 배주현은 온몸이 얼어붙는 듯한 공포를 느꼈다.그녀의 심장은 염구준이 다가올수록 점점 더 빠르게 뛰었고,
염구준은 그녀의 대답에 만족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문 쪽으로 걸어가 분부했다.“호찬, 저 여자 가둬두고 네가 직접 감시해. 죽지 않도록 신경 쓰고.”“예!”호찬은 공손히 답한 뒤, 그녀를 데리고 병원으로 향했다. 이 장면을 본 직원들은 의아했지만, 감히 물어볼 생각은 하지 못했다.남녀 단둘이서 한 방에 있으면 대부분이 가슴 떨리는 일을 하지 않나? 하지만 모두의 예상과는 달리 그들은 피 튀기는 싸움을 했다.염구준은 로비로 걸어가 기운을 내뿜어 공간에 남아 있던 환각제의 향기를 걷어냈고, 그가 향기를 없애자 사람들의 정신이 점차 맑아지기 시작했다.상대방의 수법을 알기만 하면 해결하는 건 쉬운 일이었다.직원들은 제정신이 돌아오면서 전에 했던 행동들을 떠올리고 경악했다.“망했다. 어제 그 여자 때문에 와이프랑 싸웠어. 휴, 오늘 집 가면 무릎 꿇어야겠네.”“젠장, 아침에 플래티넘 목걸이 선물했는데, 당장 가서 돌려받아야겠어.”“내가 미쳤었나? 왜 그 여자를 감싸고 돌았지?”그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고, 방금 전까지의 행동이 마치 꿈속 일처럼 느껴졌다.염구준은 직원들이 제정신을 차린 것을 확인하고는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다들 뭐하는 거예요? 일 안 하면 이번 달 개근상 없습니다.”“네! 바로 일하러 가겠습니다, 염 선생님!”직원들은 서둘러 자리로 돌아가 업무를 시작했다. 다만, 이 며칠간의 혼란스러운 시간을 차츰 회복하며 이해해 나갈 수밖에 없었다.그 후, 휴게실에 들어간 염구준은 강제로 의자에 묶여 있는 손태석을 발견했다. “네가 감히 나한테 이럴 수가...”그러나 염구준은 그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기운을 뿜어 손태석을 강제로 정신 차리게 했다.“이제 괜찮으세요?”손태석은 정신이 돌아오면서 지난 며칠간의 일이 기억나 두 눈을 크게 뜨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에휴.”“내가 이 나이에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체면이 말이 아니네.”표정에도, 말에도 깊은 죄책감이 어려있었다. 집 앞.염구준과 손태석은 문 앞에
“너무 잘 됐다!”염희주는 이 광경을 보자마자 소파 위에서 두 팔을 휘저으며 기뻐했다. 그녀의 얼굴에는 장난기 가득한 미소가 걸려있었다.그녀는 많이 알지 못하지만 가족이 싸우고 사이가 틀어지는 건 원하지 않았다.손가을은 남편을 바라보며 엄지를 치켜세우고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그만 있으면, 어떤 어려운 일도 해결될 거라는 걸 알고 있어서였다.그룹 내에서 몇몇 직원이 염구준과 배주현이 보안실에서 단둘이 있었다는 보고를 해왔지만, 그녀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염구준은 가족도 전부 모였고, 일도 전부 해결되었으니 훈훈하게 마무리 할 생각을 하며 입을 열었다. “시간도 늦었으니, 다 같이 외식이나 하러 갈까요?”이에 다른 사람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에 동의했다.그들은 차를 타지 않고, 가까운 곳에 있는 한 샤브샤브 가게까지 걸어갔다.불편한 일이 사라지자, 길을 걷는 동안 모두 즐겁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손 대표님, 지금 자리가 없어서 다음 자리가 나오는 대로 바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카운터 앞에서, 홀 매니저가 긴 대기 줄을 바라보며 공손하게 말했다.눈앞의 여자는 청해시 비지니스계의 여왕이라 그가 감히 건들지 못하는 대상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특혜를 이용해 그녀가 새치기 하도록 도와주려고 했다.예정에 없던 일정인지라 염구준도 사전 예약을 하지 않은 상태였다.하지만 주변에 줄을 서 있는 손님들은 그 말을 듣고도 감히 대놓고 불평할 수 없어 못 들은 척 했다.청해시에서 손가을을 모르는 사람은 두 부류뿐이었는데, 하나는 관광객이고, 다른 하나는 오랫동안 고향을 떠나 있던 사람들이었다.그러나 손가을은 새치기를 하지 않고, 정중하게 답했다.“괜찮아요. 번호표 주세요. 저희도 줄 서서 기다릴게요.”이런 작은 특혜는 그녀에게 아무 의미도 없었다.“네, 대표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홀 매니저는 속으로 안도했다. 그렇게 되면 자신도 미운털이 박힐 일을 하지 않아도 됐기 때문이다.그 후 손가을은 번호표를 받아 가족들과 함께 입구의
“이제 앉자!”밥을 먹는 동안은 온 가족이 웃음꽃을 피우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즐겼으나 식사가 끝난 후에는, 손태석이 얼굴이 갑자기 창백해지더니 고통스러운 기색을 보였다.“왜 그러세요?”염구준은 예리한 감각으로 손태석의 이상을 가장 먼저 감지하고 다급히 물었다.“끄아아악...”그러자 손태석이 갑자기 가슴이 찢어지게 비명을 지르며 양손을 허공에 마구 휘둘렀다.눈앞에는 팔팔 끓는 샤브샤브 국물이 있었기에, 상황은 매우 위험했다.“다들 조심해!”염구준은 가족들에게 경고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기운을 내보내 손태석을 제압했다.그 덕분에 손태석은 움직임을 멈췄지만, 여전히 알 수 없는 고통에 시달리며 얼굴은 땀범벅이 되었고 표정은 일그러졌다.이 광경을 본 주변 손님들은 깜짝 놀라며 하나둘씩 멀찍이 물러서서 지켜보았다.“여보, 당신 왜 그래요?”진숙영은 제압 당한 손태석을 안으며 눈물을 흘렸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사태에 모두가 당황했다.손가을 역시 얼굴이 하얗게 질려 다급히 외쳤다.“구준 씨, 아빠 왜 이러는 거야?”청해시 비지니스계의 여왕으로 불리는 손가을도, 아버지가 위급한 상황에는 완전히 동요하고 말았다.“급성 위장염인 것 같아. 병원 가자.”염구준은 가족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일단 선의의 거짓말을 하고는 빠르게 손태석의 몇몇 혈자리를 눌러 막아놨다.지금으로서는 근본적인 치료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 그저 손태석의 고통을 덜어줄 수밖에 없었다. ‘급성 위장염이라고?’손가을은 염구준의 말이 의심스러웠지만, 논쟁할 시간이 없어 손태석을 우선 병원으로 옮기려고 했다.염구준은 곧장 손태석을 안아 들고 빠르게 식당을 빠져나갔다.이 모습을 구경하던 손님들은 웅성거리며 작은 소리로 말들을 주고받았다.“비명을 저렇게 지르는 거 보니 위암 말기인가 보네.”“딸이 저렇게 대단한 사업가인데 벌써부터 아프다니. 돈도 못 쓰고 가게 생겼어.”“좋은 사람이었는데, 안타깝네...”그들의 말은 지나치게 비관적이었지만 그만큼 손태석의 끔찍한 비명소리에 놀
의사는 바쁘게 움직이면서 각종 검사를 진행했지만 결국 병을 일으킨 원인을 찾아내지 못했다.염구준이 예상했던 결과와 비슷하게 이 병은 일반적인 의술로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했다.강호에서 만들어진 환각제는 강호의 특제 약으로만 해독할 수 있었다.고통스러워하는 장인어른의 모습을 보니 더는 참지 못하고 병실에서 나갔다.그때 손가을의 휴대폰이 불이라도 난 듯 직원 가족들에게서 연락이 왔다.그들도 똑같이 두통과 참을 수 없는 고통으로 구급차를 불러 병원에 이송 중이라고 했다.이 사람들도 배주현의 ‘추구자’임이 틀림없었다.탕!한 병실의 문이 누군가의 발에 차여 종이 짝처럼 부서졌다.부서진 문 뒤에 선 사람은 저승사자처럼 무시무시한 살기를 뿜었다.“염 선생님!”마침 보초를 서던 호찬이 그를 보고 공손하게 인사했다.그 옆에 미이라처럼 온몸에 붕대를 감은 배주현이 꽁꽁 묶여서 병상에 누워 있었다.저승사자의 정체를 알아본 그녀는 깜짝 놀라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본인이 무슨 짓을 했는지 찔리는 모양이었다.염구준은 폭발할 것 같은 분노를 반복하여 억눌렀다.“환각제를 흡수한 사람들이 머리가 깨질 것처럼 아프다는데 대체 무슨 상황이야?”지금 해독약도 받지 못했고 이제마도 청해에 도착하지 않아서 당장 죽일 수도 없었다.“금단현상이라 생명에 위험은 없어요. 우리 언니들이 갖고 온 해독약을 먹으면 바로 나아요.”배주현은 자신이 살아남을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빠르고 정확하게 설명했다.“당장 전화해서 오라고 해!”염구준은 이를 악물며 으르렁거렸다.‘해독약도 없으면서 뭐 하러 환각제를 사용해?’당장이라도 배주현을 죽일 기세였다.“구준 씨, 아빠 병실에 여자 두 명이 왔어. 벌레를 아빠한테 먹여서 치료하겠다는데 빨리 가서 봐.”그때 손가을이 허둥지둥 달려서 병실로 들어왔다.“치료? 가 보자.”그는 아내를 데리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배주현의 언니가 왔다는 것을 눈치채고 왠지 걱정이 되었다.지금 손태석의 병실에 키가 훤칠하고 면사포를 쓴 두 여자가 침
“환각제를 섭심백이라고도 불러요. 애벌레의 체액을 추출하여 만든 거라 본체가 바로 해독약이에요.”간단하게 설명을 끝낸 배아현은 서슴없이 벌레를 자기 입에 넣고 삼켜버렸다.이것으로 벌레를 먹어도 문제없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었다.상대방이 이 정도로 나오니 염구준은 고민하지 않고 동의했다.“좋아. 일단 믿어보지. 하지만 수작 부리지 않는 게 좋을 거야.”일단 그가 나서서 결정하면 가족들도 믿고 따를 것이다.“안심하세요.”배아현은 고개를 끄떡이며 앞으로 다가가더니 벌레를 손태석의 입에 넣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손태석은 거짓말처럼 안색이 좋아지고 호흡도 안정되었다.염구준이 손을 뻗어 그의 맥을 짚어보았다.별다른 이상이 없는 걸 확인하고서야 배씨네 자매를 쳐다보았다.“얼마면 깨어날 수 있어?”“길어서 한 시간 내로 깨어날 수 있어요. 이제 넷째를 만나러 가도 됩니까?”“배주현이라면 무사해. 먼저 다른 사람들도 해독해.”“그러죠.”쌍방은 아주 짧은 대화로 조건을 주고받았지만 속으로 여전히 서로를 경계했다.겉보기에 평온해도 암암리에 싸늘한 바람이 부는 것이 언제든 싸울 것 같았다.이어서 배씨네 두 자매는 다른 사람들도 해독해주고 염구준을 따라 배주현을 만나러 병실에 들어왔다.병실에 들어온 순간, 미이라처럼 붕대를 감은 여동생을 보고 배추현이 충격을 먹었다.갑자기 기운을 폭발시켜 일장을 펼치더니 염구준에게 돌진했다.“나쁜 새끼! 내 동생한테 무슨 짓을 했어?”보통 평범한 반보천인 수준에 이르러야 이렇게 강력한 기운을 발사할 수 있었다.쿵!하지만 미리 대비한 염구준은 똑같이 장법을 취하며 상대방의 일장을 가볍게 막아냈다.아직 상대방의 실력을 잘 알지 못해 전력을 사용했다.두 손바닥이 부딪치는 순간, 기운이 사나운 파도처럼 사방으로 퍼져 복도까지 흘러 나갔다.“윽!”순수한 염구준의 기운을 감당하지 못한 배추현이 입가에 피를 흘리며 뒤로 물러섰다.단 한 초식에 가벼운 내상을 입고 말았다.“염 선생님, 잠깐만요. 저희는 싸우러 온
염구준이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여동생을 데려가도 되지만 두 가지 조건이 있어.”갑자기 데려가도 된다는 말에 두 자매는 깜짝 놀라며 서로 눈을 마주쳤다.생각보다 일이 쉽게 해결해서 의아했던 모양이다.배아현이 기회를 놓칠 세라 다급히 물었다.“무엇을 원하는지 얼마든지 말씀하세요.”염구준이 시원시원하게 나오니 그녀도 인색하게 굴지 않았다.이번 일만큼은 피를 보지 않고 일을 해결하는 것을 바랐다.“첫째, 내게 기운을 숨기는 방법을 알려주고 둘째, 나 대신 소식을 퍼트려줘.”그는 간략하게 조건을 제시하고 상대방이 대답하길 기다렸다.만약 받아들이면 여기서 끝내고 아니면 바로 싸우면 그만이었다.염구준의 사전에 흥정하는 것은 절대 존재하지 않았다.“어림도 없는 소리, 기운을 숨기는 방법은 우리 가문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비법이에요.”배추현이 어림도 없다는 듯 눈을 희번득거리며 퉁명스럽게 말했다.하지만 그녀의 말에 누구도 대꾸하지 않았다.솔직히 염구준의 눈에 드는 물건들은 모두 범상치 않았다.일단 이 비법을 배우면 기운을 폭발시켜도 상대방이 실력을 알아차릴 수 없게 된다.“알았어요. 그렇게 하죠.”배아현은 오래 고민하지 않고 바로 대답하더니 두루마기를 꺼내 건넸다.“대신 부탁이 있습니다. 염 선생님과 대결하고 싶은데 받아줄 수 있나요?”“가벼운 대결이라면 가능해.”염구준은 말하면서 두루마기를 힐끗 쳐다보았다.‘익기법.’그는 꽤 마음에 들었는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소식을 퍼트리는 것은 그렇게 급하지 않으니 이 물건이 먼저 손에 들어온 것만으로도 안심할 수 있었다.배아현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계속 질문했다.“여기 오래 머물 수가 없어서 언제면 가능할까요?”그녀는 이번 행차의 목적인 배주현을 구했으니 하루 빨리 이곳을 떠나고 싶었다.가문에서 반보천인 고수 2명이 갑자기 자리를 비우면 적들에게 약점이 되기 십상이었다.“소봉산에서 기다려. 먼저 볼일 처리하고 갈게.”어쨌든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을 테니 염구
대머리 남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염구준을 무시했다.그 이유는 옷차림이 평범하고 어느 정도 무술을 배운 무술인으로만 여겼기 때문이었다.그래서 전에 받았던 굴욕을 백 배로 갚을 작정이었다.“그래. 너희들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을 불렀는지 참 기대돼.”염구준은 네 사람을 둘러보며 콧방귀를 꼈다.멍청한 놈들에게 주먹을 휘두를 가치도 느끼지 못했다.말이 끝나기 바쁘게 차 대열이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저들도 양반은 못 되겠어.’놈들이 부른 거물이 온 것 같았다.“삼촌, 저놈이 내 여친을 희롱하고 나를 때렸어요.”대머리 남자는 자신의 뒷배가 나타나자 닭 똥 같은 눈물을 흘리면서 억울함을 호소했다.자신이 유익한 쪽으로 거짓말을 하는 것이 정말 역겨웠다.대머리 남자의 삼촌이라는 사람이 앞으로 다가와 염구준을 힐끗 보더니 나지막하게 물었다.“나를 불러서 어쩌라는 거야?”“저 자식을 내 앞에 무릎을 꿇기면 내가 뺨을 열 대, 아니 백 대를 때려서 갚을 거예요.”든든한 뒷배가 있으니 대머리 남자는 점점 흥분하면서 머릿속에 염구준의 뺨을 신나게 치는 모습까지 상상했었다.촤아악!그런데 믿었던 삼촌이 갑자기 손을 들어 그의 뺨을 치더니 염구준에게 고개를 숙이는 것이었다.“용준영, 형님을 뵙겠습니다.”워낙 잘 아는 사이라 염구준은 대충 손을 휘저었다.“용준아, 어쩌다 이런 놈을 알게 된 거야? 재수없게.”“파트너사인 우 대표가 아들이 청해에서 괴롭힘을 당했다면서 부탁하더라고요. 그런데 형님한테 무례하게 굴 줄은 생각도 못했어요.”용준영은 이 일로 염구준과 사이가 틀어질까 봐 속으로 불안했다.사적으로 사이가 좋은데 외부인 때문에 틀어진다면 너무 속상할 것이다.“괜찮아. 형제끼리 무슨.”염구준은 그의 속내를 알고 따지지 않았다.그제야 한 대 맞은 대머리는 구세주가 상대방과 아는 사이란 걸 알아챘다.순간 희망이 절망으로 변해버렸다.은발 남자는 상황이 심상치 않은 것을 눈치채고는 눈에 띄지 않으려고 재빨리 구석 쪽으로 처박혀 있었다.전혀 의리가
바라해 자사, 옥상 비행기 착륙장.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중년 남자가 직원들을 이끌고 착륙장에서 대기하고 있었다.남자의 이름은 제임스, 바라해 현지인이고 자사 총책임자였다.멀리서 전투기 굉음이 울리면서 그쪽으로 향하고 있었다.전투기를 탄 사람은 바로 염구준이었다.그는 전투기를 조종하여 착륙장 위에 도착한 후 수직으로 착륙했다.“염 선생님, 어서 오세요. 먼 길 오시느라 고생했어요.”염구준이 문을 열고 내리자 다들 이구동성으로 맞이했다.상황을 보니 손가을이 미리 연락하여 전력으로 협조하라고 부탁한 것 같았다.“바쁘신 와중에 감사합니다.”염구준은 인사치레로 한마디하고 제임스를 바라봤다.“다들 볼일 보시고 제임스 부대표님은 나랑 얘기하시죠.”솔직히 그는 이러한 환대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그러시죠.”제임스는 직원들에게 업무를 맡기고는 빠른 걸음으로 염구준의 뒤를 따랐다.본부에서 손 대표님의 남편이 왔으니 조심스럽게 모셔야 했다.인적이 드문 외진 곳에 이르자 염구준이 용건을 말하기 시작했다.“부대표님은 어려서부터 바라해에서 살았죠. 혹시 황계웅이라는 사람에 대해 알고 있습니까?”오기 전에 이미 수집한 자료를 보았는데 황계웅이 떠돌이 7인조의 일원이라는 사실을 알고 조금 의아했었다.흑풍과 편을 먹을 때부터 한통속이라는 것을 진작에 알았어야 했었다.“바라해를 다 안다고 말할 수 없지만 대부분 세력은 알고 있어요. 그런 사람은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제임스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이상하리만큼 확신했다.정말 바라해에 그런 사람이 없는 것처럼 말이다.염구준이 침울한 표정을 짓더니 스스로에게 물었다.‘내 판단이 틀렸나?’하지만 그런 생각도 잠시일 뿐이었다.이곳에 온 이상 한 사람의 말만 듣지 않고 확실하게 조사할 것이다.“알았어요. 그럼 숙소로 안내해주세요.”염구준은 더는 물어보지 않고 투숙할 곳을 요구했다.안전하게 착륙했으니 아내에게 안부도 전해야 했다.“이미 준비해 두었습니다. 가시죠.”제임스는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옆으
그는 라도스탄의 최고 권력자이자 발언권이 있는 남자였다.하지만 그런 분이 염구준의 앞에서 겸손하게 고개를 숙이는 것이었다.“염 선생, 오랜만입니다. 제 도움이 필요합니까?”“…”국왕의 태도에 무릎을 꿇은 군사들은 물론 현장을 통제하러 온 총사령관마저도 어리둥절했다.그리고 옆에 있던 손씨 그룹의 직원들은 무슨 말로 표현할지 몰랐다.염구준이 얼마나 대단하면 타국의 국왕이 고개를 숙여서 인사를 할까, 직접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그 와중에 염구준은 검을 거두고 지시하는 말투로 말했다.“이 사람 병원에 이송하고 최고 의료진에게 치료받게 해주세요.”그런데 주변 사람들이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자, 라도 8세가 잔뜩 목소리를 억누르며 말했다.“뭣들 해? 어서 저 분을 병원에 이송하지 않고!”“네, 바로 이송하겠습니다.”국왕이 대노하니 아랫것들은 감히 지체하지 못하고 서 부대표를 받들러 가기 바빴다.팔 한 쪽을 잃은 총사령관은 누구도 챙겨주지 않았다.이 일은 그로 인해 발생한 것이니 여기서 끝낼 수는 없었다.“염 선생님, 더 도울 일이 있을까요?”라도 8세는 가증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자세를 낮추어 말했다.라도스탄처럼 작은 나라에 군사력이 만 명도 초과하지 않았다.어쩌면 전국에서 라도 8세만 염구준의 존재를 알 고 있을 것이다.염구준은 상대방이 모른 척을 하자 전혀 사정을 봐주지 않고 오늘 일을 끝까지 따지려고 마음먹었다.“방금 당신의 사람들이 용병과 결탁하여 내 회사를 습격하고 날 죽이려고 했어요.”“뭐라고요?”라도 8세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감히 어떤 놈이 염구준을 죽이려 하는지 알 수 없었다.심지어 이것은 나라를 말아먹는 큰일이었다.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아챈 총사령관이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반박했다.“당신… 함부로 모욕하지 마세요. 내가 언제 용병들과 결탁했어요?”이런 무뢰한의 말은 손씨 그룹의 직원들도 차마 들어줄 수가 없었다.“확실해. 용병들이 내 직원들을 죽이려고 할 때 오지 않더니 일이 다 끝난 후에 나타났
밖으로 나온 후, 염구준은 원격 제어 장치로 전투기를 옥상에 세우고 나중에 찾으러 오려고 생각했다.타닥타닥!쿵!그때 경쾌한 발자국 소리가 들리더니 자동차가 달리는 소리가 들렸다.도로 양측에 장갑차와 무장한 군사들이 나타나 도로를 차단하고 있는 것이었다.그들은 라도스탄의 방위군이었다.방금 사무실이 폭격을 당하고 직원들이 도움을 요청할 때 그림자도 안 보이다가, 모든 일을 처리하니 수백 명이나 나타났다.“저 전투기, 그쪽 거야?”염구준이 말하기 전에 총사령관이 배를 내밀며 옥상을 가리켰다.‘시비 걸러 왔구나.’상대방의 언행으로 대략 상황을 판단한 염구준이 나지막하게 말했다.“맞습니다. 지금 급하게 병원에 가야 해서 길을 내주세요. 사람이 죽는다면 책임을 져야 할 겁니다.”지금 서 부대표의 다리는 더는 시간을 지체하면 안 되었다.나머지 직원들은 겁에 질려 얼굴이 창백해졌다.속으로 오늘따라 재수없는 일만 겪는다며 한탄했다.방위군은 방금 습격한 놈들보다 머릿수도 많고 위험했다.“하하하. 지금 장난해?”총사령관은 고개를 뒤로 젖히며 크게 웃었다.무장한 군사들을 끌고 와서 쉽게 염구준을 제압할 수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3일 전에 막 총사령관에 부임해서 조금 건방진 것은 사실이었다.“라도 8세를 만나게 해줘요”염구준은 그와 쓸데없는 실랑이를 벌이지 않고 조건을 제시했다.“…”그 말에 현장이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외국 사람이 자신의 국왕을 직접 만나게 해달라고 할 줄은 생각도 못했던 모양이다.왜냐면 그들도 일 년에 국왕을 만날 기회가 몇 번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흥, 감히 국왕의 존함을 부르다니 겁대가리를 상실했구나!”총사령관은 버력 화를 내며 부하들에게 체포하라 지시했다.탁!그러자 염구준은 서 부대표를 직원들에게 넘기고 검갑을 바닥에 꽂았다.언제든 싸울 준비를 취하고 있었다.“마지막 기회를 줄게요. 죽고 싶지 않으면 떠보지 마세요.”염구준은 상대방이 텃세를 부려도 전혀 두려움이 없었다.총사령관과 방금 죽은
죽어도 남자답게 영광스럽게 죽고 싶었다.“서 부대표님!”그때 직원들이 앞을 막으며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하하하.”노란 수염을 기른 남자가 걸음을 멈추더니 새빨간 혀로 입술을 핥았다.“나 결정했어. 너희들 앞에서 여자들을 강간할 거야.”정말 미친 놈이 따로 없었다.“짐승보다 못한 새끼!”“누가 우리를 도와줘요!”겁을 먹은 여직원들은 뒤로 물러나며 도와달라고 소리를 질렀다.지사 직원들은 단지 여기 월급이 높다고 해서 온 것인데 이런 봉변을 당할 줄은 몰랐다.“도와달라고? 여기 군사들도 오지 않았어. 이제 무슨 상황인지 판단되지?”남자는 광기를 뿜으며 여직원들에게 다가갔다.옆에서 지켜보던 남자 직원들은 자신들을 구해줄 사람이 없다는 생각에 절망하고 말았다.쿵!그때 굉음이 울리면서 사무실 벽에 커다란 구멍이 뚫리더니 뽀얀 먼지 뒤로 사람의 실루엣이 보였다.위에 ‘구주’라는 글자가 새겨진 전투기가 세워져 있는 것을 보니 하늘에서 바로 착지한 것 같았다.“염구준!”노란 수염을 기른 남자는 상대방의 정체를 알고 당황했는지 잔뜩 긴장해 있었다.예전에 우연한 기회에 멀리서 그가 용병을 도륙하는 장면을 봤는데 지금도 잊히지 않았다.그 후로 염구준에게 용병 킬러라는 별명까지 붙여주었다.스스슥!염구준은 순식간에 주변의 용병들을 쓰러트리고 남자의 앞에 나타났다.“정진 왕자 주제에 감히 여기서 행패를 부려?”무술인도 아닌 용병들은 그의 평범한 주먹도 당해내지 못하고 죽고 말았다.가엽게도 죽기 전까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몰랐다.“용서해 주십시오! 이 회사가 당신과 관련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노란 수염을 기른 남자는 삼릉칼을 멀리 던져버리고 무릎을 꿇더니 비굴하게 살려달라 애원했다.염구준의 앞에서 전혀 반항할 용기조차 없었다.쿵!하지만 염구준은 한 줄기 기운으로 그를 벽에 밀어붙이며 싸늘하게 물었다.“누가 지시했어? 네가 알고 있는 거 다 불어.”남자는 입과 코에서 피가 흐르고 다리는 이미 힘이 풀렸는지 일어서지도 못했다.
“에휴, 그쪽으로 가서 협상이라도 하자. 좋게 해결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손가을은 한숨을 쉬며 양보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뜻밖에 해외 지사가 습격을 당해서 청해의 본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그녀는 아직 협상의 여지가 전혀 없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내가 갈게. 귀찮은 일은 내 전문이잖아.”염구준은 아내의 걱정을 덜어주려고 직접 먼 길을 떠나려고 결정했다.황계웅은 능구렁이라 흑풍 못지 않게 위험한 인물이었다.동시에 손씨 그룹의 해외 지사들을 습격했다는 것은 수법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었다.“하던 대로 내가 청해에서 가족들 지키고 있을게. 당신은 안전에 주의하고 빨리 돌아와.”손가을은 남편을 꼭 안아주는 것으로 동의했다.솔직히 그녀도 가고 싶었지만 부모와 딸을 지켜야 하고 회사도 장기간 자리를 비우기 힘들어서 남기로 했다.“그래. 알았어.”염구준도 아내를 꼭 안아주며 작별 인사로 이마에 가볍게 입술을 댔다.이번은 긴급 상황이라 직접 구주호 전투기를 조종하며 바라해로 향했다.5배 속으로 날아간다면 만리라도 몇 시간에 도착할 수 있었다.목적지까지 천 킬로미터 남았을 때, 단톡방에서 아내의 메시지를 받았다.[라도스탄 지부가 공격당함. 근처에 있는 자사에서 당장 지원 요청 바람.] 염구준은 디스플레이 장치를 보고는 바로 답장을 보냈다.[내가 갈게. 10분 후 도착 가능.]전투기가 갑자기 속도를 내더니 하늘을 가르며 두 줄기 배기가스를 발사했다.대체 어떤 놈들이 소란을 피우는지 직접 만나보고 싶었다.현재 라도스탄 국도, 손씨 그룹의 자사 사무실.“쳐들어가서 돈이 되는 물건과 여자들을 전부 납치해!”사무실 밖에 서른 명 되는 무리가 대문을 부수도 들어가고 있었다.“힘 더 써! 밥 안 먹고 왔어?”백인 무술인과 노란 수염을 기른 남자가 뒤를 보며 욕설을 퍼부었다.그들 피부색을 보아 전부 해외에서 고용한 용병이었다.쿵! 쿵!두터운 철문은 충격을 받을 때마다 묵직한 소리를 내더니 기둥에서 모래가 떨어지기 시작했
손가을은 황계웅 존주님이라는 호칭을 듣고 인상을 찌푸렸다.이런 인물에 대해 들어본 적도 없는데 언제 잘못 찍혔는지 너무 어이가 없었다.어떤 일은 염구준도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내가 처리할게.”염구준은 아내가 난처해하는 것을 보고 그녀의 손에서 부드럽게 휴대폰을 가져왔다.남편의 다정한 말에 그녀는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난 염구준이다. 할 말이 있으면 나한테 해.”휴대폰을 받은 염구준은 이를 악물고 한 글자씩 또박또박 끊어서 말했다.멀리 떨어져 있어도 상대방은 압박감을 느꼈다.“염, 염구준? 우리 존주님이 노하셨다. 손씨 그룹은 이제 망했어!”상대방이 당황하더니 이내 언성을 높이며 도전장을 내밀었다.그런데 염구준은 아랑곳하지 않고 불난 집에 부채질을 했다.“그래요? 거기 북유럽 지사죠? 내가 거기 간 적이 있어요.”“뚜뚜뚜…”갑자기 전화를 끊는 것을 보니 살려고 도망친 것 같았다.놈은 이렇게 끝난 줄 알겠지만 염구준이 이미 그쪽에 사람을 보냈다는 것을 모를 것이다.이어서 수많은 전화가 걸려왔다.“저희 지사가 공격을 받았는데 이미 적들을 물리쳤습니다.”“7지사가 파산했습니다. 오늘 물건을 가져가면서 돈은 전부 빼앗긴 걸 발견했습니다.”“손 대표님, 저희 공격을 받고 있어요. 빨리 지원해 주세요.”순식간에 손씨 그룹의 해외 지사 대다수가 공격을 받아 참담한 손실을 입었다.현지 세력들은 손씨 그룹의 지사들이 망하길 기다렸는지 아무도 지원하러 가지 않았다.“구준 씨, 이제 어떡해!”손가을은 자신의 피와 땀으로 세운 해외 지사가 전부 공격을 당하자 마음이 초조하기 그지없었다.“실력이 안 되니까 대놓고 횡포하네.”염구준은 세계 지도를 둘러보며 전화 한 통을 받을 때마다 그곳에 표식을 했다.수십 통의 전화가 걸려 오다니 상대방이 분신술이라도 펼치는 것 같았다.대표 사무실에서 손가을은 불안한 마음에 왔다갔다만 반복했다.아무리 생각해도 마땅한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았다.그러다 남편이 진지하게 지도에 표시하는 것을 보고 괜
쿵!황계웅의 산장 내부에서 한 사람이 대청 밖으로 내쫓겨졌다.입가에 피를 흘리고 가슴에 큰 발자국이 있는 것을 보니 누군가에게 발로 차인 것 같았다.안에서 천둥번개 같은 포효 소리가 울렸다.“우호법! 이것이 너의 계획이냐? 남의 손을 빌려 죽인다고? 씨알도 먹히지 않았어!”만능 전당포의 규칙에 의하면 누군가 임무를 맡으면 완성 여부와 상관없이 30% 커미션을 제공해야 했다.그런데 황계웅은 우호법의 계획을 믿고 수많은 임무를 발표해서 총 커미션이 20조에 달했다.결국 놈의 그림자도 보지 못하고 이 돈을 날리게 생겼다.심지어 며칠 전에 천맹그룹에서 투자한 프로젝트는 막대한 손해를 입게 되었다.“존주님, 노여움을 푸세요.”우호법은 가까스로 일어나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푹 숙였다.최강 반보천인 무술인이라 이 정도 부상을 안중에 두지도 않았다.“들어와!”한참 뒤, 황계웅의 화가 조금 풀렸는지 밖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오늘 휘하에 두었던 몇몇 측근들이 참담하게 죽고 지금 우호법만 남아서 죽이지는 않을 것이다.“네.”우호법은 우렁차게 대답하며 빠른 걸음으로 대청으로 들어갔다.그는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감히 황계웅을 쳐다보지 못했다.어렵게 생각해 낸 계획은 본인이 봐도 정말 엉망진창이었다.황계웅이 일어서더니 말없이 왔다갔다하면서 생각에 잠겼다.그러다 갑자기 멈추고는 우호법을 보며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지금부터 손씨 그룹 해외 지사에 전면적으로 전쟁을 선포한다. 네가 책임지고 해결해. 이번에는 절대 차질이 없어야 한다!”염구준과 두 번을 싸우면서 그는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이젠 옥패를 빼앗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손씨 그룹까지 삼켜서 그동안 잃어버린 자금을 메꿀 생각이었다.우호법은 뭔가 이해되지 않아 작은 소리로 질문했다.“그럼 비즈니스 수단을 동원할까요?”퍽!“멍청한 놈! 이런 상황에서 무슨 비즈니스 수단이야! 바로 무력을 행사해!”황계웅은 그 질문에 가라앉은 화가 다시 솟구쳐 얼굴에 경련까지 일으켰다.가끔은 이런
염구준은 말하면서 편지 두 통을 건넸다.그에게 강호에도 친구들이 있었다.이번에 두 자매가 도와줬다는 이유로 무술인들에게 쫓기는 걸 바라지 않았다.“알겠어요.”배아현은 편지를 받고 바로 돌아섰다.그러다 먼 발치에서 멈추더니 뒤를 돌아보며 그에게 주의를 주었다.“염 선생님, 항상 조심하세요. 은세가문이 평화롭지 못해요.”그녀도 배씨 가문을 생각해야 하니 이 정도밖에 말하지 못했다.‘조심하라고?’염구준은 대답하지 않았다.어차피 그를 노리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서 상대방이 누구라도 상관없었다.다만 만능 전당포에서 임무를 맡은 쥐 새끼들을 전부 유인해서 한 번에 해결해야 했다.지금 그와 가족들에게 위협이 되지 않지만 몰래 뒤에서 수작을 부리는 것이 눈에 거슬렸다.배주현을 가장 좋은 예로 뽑을 수 있었다.대결이 끝나자 염구준은 차에서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었다.차에서 누군가 안절부절하는 소리가 들렸다.“와이프한테서 부재중 전화 엄청 왔네. 이 야심한 밤에 어디에 갔냐고 따지고 있어.”“나도 똑같아. 돌아가서 어떻게 해명해야 할지 모르겠어.”지금 용필과 초상비는 가정이 있는 사람이라 예전과 같지 않았다.평소 두 사람에게 솔로라고 놀림을 받던 호찬은 약을 올리는 건지 휘파람을 불며 여유를 부렸다.“그래서 오지 말라고 했는데 왜 따라왔어요?”염구준이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싸우는 게 뭐가 재미있다고 우르르 따라왔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병원으로 돌아간 그는 아내에게 간단하게 상황을 보고하고 중환자실에 입원했다.“구준 씨, 어디 아파?”손가을은 아무리 검사 기록을 봐도 각 항목이 정상인데 왜 입원하는지 이해되지 않았다.“아픈 데 없어. 그냥 요 며칠 정신없이 지냈더니 너무 피곤해서, 몸조리할 겸 푹 쉬려고.”염구준은 아내를 위로하면서 자신의 계획을 말하지 않았다.그의 입장에서 사소한 일이라 혼자 처리하면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그래. 피곤하면 쉬어야지. 내가 남아서 돌봐줄게.”손가을은 방금 껍질을 깎은 사과를 건네며
“비켜요!”배씨 자매는 당황했는지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공격을 거두고 싶었지만 이미 늦어버렸다.“염 선생님!”“염구준! 위험해!”관전하던 호찬과 초상비도 깜짝 놀라 염구준 대신 치명적인 공격을 막으려고 뛰어들었다.자매의 공격이 얼마나 강한지 그들도 알고 있었다.쿵!하지만 공격 속도가 워낙 빨라서 순식간에 염구준의 육신에 꽂히고 말았다.“젠장. 대결이라면서 사람을 죽일 셈이야?”언제 왔는지 용필이 짧은 막대기를 들고 자매를 노려보았다.호찬과 초상비도 기운을 끌어올려 언제든 공격할 자세를 취했다.방금 전 격렬한 싸움 때문에 염구준과 두 자매가 어떤 대화를 나누었는지 전혀 듣지 못했다.“나서지 마세요. 당신들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에요.”배아현이 그들을 경계하며 해명했다.방금 염구준의 행동이 너무 갑작스러워서 그녀조차도 이해되지 않았다.더 상세하게 설명하고 싶었지만 자신도 믿지 못하는 것을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여겼다.“콜록콜록! 시끄러워. 나 괜찮아.”양측의 분위기가 팽팽할 때 염구준이 연신 기침을 하며 모습을 드러냈다.그는 위에 옷이 다 찢기고 몸에 찰과상을 입었다.무식하게 덤빈 탓에 약간의 부상을 입었다.염구준은 피가 흐르는 입꼬리를 슬쩍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이제야 자신의 육신이 얼마나 단단하지 알게 되었다.아쉽게도 극한 반보천인에 비해 방어력이 턱없이 부족했다.멀리서 그의 상태를 본 배아현이 원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염 선생님, 오늘 무슨 일이 나게 되면 여기 피바다가 되었을 거예요.”염구준도 자신의 행동에 해명했다.“육신의 강도를 시험하기 위해서 나도 모험했어. 전력으로 임해줘서 다행이야.”어떤 것들은 실전에서 시험하기에 위험하니 대결하는 와중에 완성해야 했다.“저희가 졌어요.”배씨네 자매도 최선을 다해서 미련이 없는지 바로 패배를 인정했다.두 여자가 가장 강력한 초식을 사용했는데 염구준은 오로지 몸으로 막아냈다.이것만 보아도 쌍방 실력이 차이가 엄청나다는 것을 설명했다.이 상태로 계속 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