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습니다. 대장님, 그냥 돌아가죠?”숲에서 모기들이 하도 물어서 짜증이 났다. 한 사람이 시작하자 나머지 부하들도 잇달아 맞장구를 쳤다.귀신도 나타나지 않는 곳에 누가 있고 싶겠는가?“이것들이 죽고 싶어? 그만 불평해. 차질이 생기면 모가지 날아가는 거 몰라?”대장이 언성을 높이더니 몰래 기운을 끌어올리며 모두의 불평을 억눌렀다.누가 또 불평하면 바로 죽이겠다는 뜻이었다.대장의 살기를 느낀 부하들은 죽을까 봐 모두 입을 꾹 닫았다.그들 모두 악당이라 도리보다 주먹을 먼저 따졌다.그제야 대장은 만족하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작은 소리로 명령을 내렸다.“뒤에 가서 미끼를 봐. 죽으면 안 돼.”“네.”먼저 불평을 늘어놓은 부하가 대답하더니 조금씩 뒤로 물러섰다.왠지 공을 세워 속죄하려는 분위기였다.갑자기 대장의 열 감지 안경이 반응했다.“제자리에 숨어. 움직이지 마!”부하들은 그게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숨조차 쉬지 않고 조용히 어둠속에 숨어 있었다.전방에 나타난 사람은 바로 염구준이었다.“웃기는 녀석들이네. 발각되었는데도 숨는다고? 귀신이나 속여라.”염구준은 중얼거리며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방금 그들의 말다툼 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염구준의 예민한 감각은 피하지 못했다.그가 전에 전쟁을 치렀던 곳으로 발을 들였을 때 은은한 피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싸움이 끝난 지 몇 시간밖에 지나지 않아서 피 냄새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직접 확인하지 않아도 생사를 걸고 치열한 싸움을 치른 것 같았다.브레인의 실력으로 여기서 죽기 살기로 싸운다면 승부할 수 있겠지만 도망쳐버렸다.어둠 속에서 염구준은 계속 앞으로 전진하면서 상대방이 습격하기를 기다렸다.수십 미터 걸어갔을 때 드디어 독가스를 맡았다.독성은 보통이었다.그는 독성이 강하지 않은 것을 판단하고 대범하게 숨을 들이마셨다.“한 놈이다. 죽여라!”갑자기 누군가 고함을 지르더니 수백 명이 산비탈에서 우르르 쓸어왔다.그렇게 염구준은 무리에 포위당했다.“아주 그냥 쓸어왔네.”
”푸업!”그때 누군가 무서워서 도망치다가 대장의 손에 죽었다.“철수하면 바로 죽이겠다! 나를 중심으로 가까이 와라!”군심이 흔들리자 대장은 부하들을 진정시키며 현장을 지휘했다.하지만 대장은 말을 하자마자 참살을 당했다.쿵!리더가 죽자 나머지 부하들은 갈팡질팡하다가 살려고 사방으로 뿔뿔이 도망쳤다.염구준은 유령처럼 어둠속을 누비면서 기운을 따라가 매정하게 살해했다.주먹을 휘두를 때마다 적들이 한방에 쓰러졌지만 전혀 미안하지 않았다.거록 조직의 부하들을 이렇게 죽인 것도 봐준 것이다.그들이 흩어져서 도망쳤지만 염구준의 속도가 더 빨랐다.아주 쉽게 따라가서 적들을 살해했다.“아, 날 죽이지 마!”갑자기 염구준이 나타나서 누군가 깜짝 놀랐다.“네가 마지막이야. 죽어도 외롭지 않을 거다.”염구준은 한 줄기 기운을 발사하여 적의 몸을 관통시켰다.이것으로 매복한 놈들을 전부 제거했다.그가 먼저 와서 다행이었다.붉은 장미 일행이 이곳에 먼저 도착했다면 꽤 손해볼 것이다.바로 그때 양쪽 산봉우리에서 누군가 외침 소리가 들렸다.“왼쪽으로 한 명도 남기지 말고 죽여라!”“오른쪽으로 돌진한다. 무작위로 죽여라!”그들은 거록 조직에 대해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하지만 산중턱에 도착했을 때 시체만 즐비하게 널려 있고 산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전부 죽은 것을 보니 염구준의 작품이라 추측했다.“염 선생님, 괜찮으세요?”합류한 후, 붉은 장미가 경악을 금지 못하고 물었다.혼자 힘으로 적들을 전멸시킨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괜찮아요. 잡것들만 남고 우두머리들은 없어요.”염구준이 대답했다.만약 네 명의 뱀을 살해했다면 거록 존주는 심복을 전부 잃게 된다.그러면 어쩔 수 없게 혼자 움직여야 해서 더 쉽게 잡을 수 있다.“괜찮으면 됐어요. 방금 비탈길을 내려갈 때 중도에서 임시 거주지를 발견하고 메시지를 보낸 무술인을 구했어요.”붉은 장미는 손을 저으며 그 사람을 불러오라고 일렀다.들것에 누운 남자는 중상을 입어서 겨우 숨을 쉬고 있었다.
붉은 장미는 마치 바람 빠진 공처럼 맥이 풀렸다.반보천인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니 청해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었다.그 사이 염구준은 벌써 두 산봉우리를 지나 적들의 흔적을 발견했다.피 비린 냄새를 또 발견한 것이다.놈들이 부상자를 데리고 가지 않았다면 발견되지도 않았을 것이다.일단 부상자를 데리고 다니면 상처에서 흐르는 피가 흔적을 남기기 때문이다.염구준이 누군가, 전신전에서 추적 고수로 유명했다.확실한 방향을 정한 후, 그는 전속으로 쫓아갔다.한 그림자가 숲을 누비면서 지나갔다.속도가 너무 빨라서 상대방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전방 5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청산재라는 마을이 있었다.여기 사람들은 과수나무를 재배하면서 생계를 유지했다.비록 부유한 마을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살만했다.게다가 큰 산과 연결되어 있어 교통이 불편하기에 청산재의 주민들은 외부와 교류하지 않고 여전히 순수한 풍습을 유지하고 있었다.그런데 오늘 외부인이 들이닥친 바람에 모든 것이 파괴되었다.날이 어슴푸레 밝아지자 네 명의 뱀은 사오십 명 되는 부하와 열 명 넘는 인질을 이끌고 청산재에 들어갔다.둥! 둥!마을 입구의 종이 울리자 마을 사람들은 옷을 챙겨 입고 입구로 향했다.족장은 낯선 이들이 종을 치자 앞으로 나서서 따졌다.왜냐면 오직 급한 용무가 있을 때만 종을 쳤기 때문이다.“멈추게. 당신들은…”하지만 족장은 말을 다하기 전에 날카로운 무기에 가슴을 찔려 피바다에 쓰러지고 말았다.뭐라고 따지기 전에 사람을 죽여서 마을 사람들은 경악을 금지 못했다.“할아버지!”스무 살쯤 되는 소녀가 인파에서 뛰어나와 노인을 부둥켜안고 통곡했다.“곱상하게 생겼네. 오늘 재미를 좀 보겠는데.”놈들 무리에서 대머리 남자가 걸어 나왔다.바로 4대 뱀 중 한 명, 흑만파였다.그가 옹졸한 눈빛으로 소녀를 쳐다봤다.“썩을 놈아. 너희들 무슨 짓이냐?”한 주민이 상황이 심각한 것을 보고 앞으로 나서서 말렸다.쿵!흑만파는 바로 손을 들어 기운으로 그 주민을 참살했다.
청산재와 멀지 않은 산봉우리에 한 그림자가 나타나더니 전방을 주시했다.바로 염구준이었다.“여기 마을이 있네. 제발 무사하길 바란다.”염구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전속으로 질주했다.오랜 시간을 최고속으로 달렸더니 목구멍에서 불이 나올 것 같았지만 지금 이런 것을 고려할 때가 아니었다.“휴, 소리를 들으니까 시끌벅적한 것이 주민들은 무사한 거 같구나.”염구준은 마을 밖에서 소리를 듣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목소리가 갈라지고 타는 것 같아 물을 마시고 싶었다.“거기 서, 넌 누구야?”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두 그림자가 관목에 올라가더니 염구준의 앞을 가로막았다.보초병이었다.“산골짜기에서 싸움이 벌어졌던데 너희들 4대 뱀의 부하들이야? 내가 보고할 것이 있어.”염구준이 나서서 말을 걸었다.“멍청한 놈, 자기 편도 알아보지 못해?”“맞아. 네 분을 부를 때 님까지 붙여.”두 놈은 염구준을 책망했다.필경 네 뱀을 따라 철수했으니 심복이나 다름없었다.“하, 알았어.”염구준이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스스슥!곧이어 염구준은 오른손에 검을 들고 두 줄기 검기를 발사하여 상대방을 죽였다.신분을 알았으니 살려둘 필요가 없었다.펑!그런데 관목 위에 보초병이 더 있었다.놈이 신호를 보내려고 할 때 염구준이 먼저 돌진하여 살해했다.보초병이 있다는 것을 진작에 눈치챘던 것이다.이어서 마을에 들어간 그는 거록 조직의 부하들을 만나는 즉시 참살했다.한편, 거하게 취한 흑만파가 또 화를 내면서 소란을 피웠다.“빨리 음식을 올려!”소녀는 옆에 앉아 억지로 술을 대접했다.선을 넘지 않으면 마을 사람들도 최대한 참고 반발하지 않을 것이다.“이거면 충분해?”그때 싸늘한 목소리가 들리는 동시에 한 그림자가 식탁 위로 던져지며 피를 사방에 튀겼다.“아아악!”깜짝 놀란 소녀는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다.“야, 이 새끼야, 우리 애들을 죽였어?”분노한 흑만파는 마을 사람들이 반항하는 줄 알았다.그런데 고개를 돌린 순간 술이 확 깼다.염구준이었다.“네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면 그만이야? 네놈들이 한 짓을 봐. 이게 사람이 할 짓이야?”염구준이 엄숙하게 물었다.“흑흑, 저기요. 저 대신 복수해줄 수 있어요? 저놈들이 우리 할아버지를 죽였어요.”소녀는 한 패가 아닌 것을 알고 울면서 애원했다.“죽어라!”분노한 염구준은 한마디 외치면서 놀라울 정도로 기운을 폭발시켰다.아나콘다 일행을 절대 용서하지 않을 기세로 돌진했다.이것이 바로 거록 조직을 처단하려는 이유였다.짐승보다 못한 놈들은 사람을 해치는 일도 서슴없이 하기 때문이다.이런 놈들을 남기면 재앙을 불러올 것이다.“신호를 보내서 모두 이쪽으로 불러!”아나콘다가 명을 내리고 혼자서 염구준을 상대하려 했다.그는 여섯 뱀의 수장으로서 거록 존주에 비해 실력이 뒤처지지 않았다.어떻게 보면 두 사람은 주종 관계가 아니라 협력 관계라고 말할 수 있었다.쿵!눈 깜짝할 사이에 두 사람은 거의 백 초식을 겨루었다.결국은 아나콘다가 뒤로 밀려났다.이미 단단히 화난 염구준은 그렇게 쉽게 상대할 수 없었다.“여기서 잘 살고 있는 사람들을 왜 죽였어?”염구준의 공세는 줄어들지 않고 계속 놈을 향해 돌진했다.슝!그때 신호탄이 하늘로 날아올랐다.그런데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어디 갔어?”아나콘다가 포효했다.위험한 상황에서 한 명이 더 많으면 이길 가능성이 높았다.“찾지 마. 너희들은 곧 지옥에서 만날 거야.”염구준은 대답하고 계속 공격을 퍼부었다.다른 놈들은 그가 마을에 들어올 때 이미 제거했다.“전력으로 싸운다. 목숨을 걸고 싸워야 살아남을 수 있다.”사태의 심각성을 알아챈 아나콘다가 언성을 높였다.염구준의 실력이 강하다는 것은 소문으로만 들었지 직접 보지는 못했다.이 정도로 강한 반보천인 고수는 처음 보았다.쿵!놈들은 합세하며 각종 초식을 펼쳤다.독약이며 석회 가루며 비열한 수법을 남김없이 보여줬다.이기기 위해서 온갖 수단을 동원한 것이다.하지만 염구준에게 어떤 수법도 통하지 않았다.얼마지나지 않아 네 명의 뱀을
쾅쾅!염구준은 연속으로 주먹을 날리며 두 사람을 물리쳤다.실력이 약한 흑만파는 뒤로 날아가며 연신 피를 토했다.염구준이 갑작스럽게 폭발할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살모사, 얼룩뱀. 철수해!”가슴을 공격당한 아나콘다는 염구준을 막지 못하자 언성을 높여 주의를 주었다.하지만 아쉽게도 염구준의 속도가 더 빨랐다.“안 돼!”살모사, 얼룩뱀 두 형제는 공포에 질려서 동공을 크게 떴다.곧 죽게 생겼는데 인질을 잡을 겨를이 없었다.억울한 고함 소리와 함께 두 놈은 피바다에 쓰러졌다.염구준은 그들을 처리한 후, 입가에 묻은 피를 닦으며 아나콘다와 흑만파를 노려봤다.연달아 강력한 주먹을 날렸지만 놈들에게 치명상을 입히지 못했다.“하하하, 네 몸은 강철로 만든 줄 알았는데 상처가 생기긴 하는구나!”아나콘다가 미친듯이 웃으면서 기뻐했다.염구준이 다쳐야 그들이 살아남을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하, 조금 다친 걸로 뭘 그렇게 좋아해?”염구준은 말하면서 상의를 벗어 던졌다.그의 몸에 온통 흉터들이 남아 있었다.근육이 팽팽하지 않아서 작은 상처로 보였을 뿐이었다.“너… 넌 생사를 건 싸움을 몇 번이나 해봤어?”아나콘다는 마른 침을 꼴깍 삼키면서 말을 더듬었다.이런 부류의 인간은 틀림없이 시체와 피바다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다.“기억나지 않아.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너희들은 오늘 죽는다는 것만 기억해. 거록 존주는 어디 있어? 말하면 통쾌하게 보내줄게.”염구준은 다쳤지만 몸에 기운은 더 강렬하여 충분히 치명상을 날릴 수 있었다.자연계에서 어떤 맹수들은 다칠수록 더 맹렬해지지 않던가.“하하하, 나도 말하고 싶어. 그런데 존주님의 행적이 묘연해서 나도 어디 있는지 몰라. 다음 달에 바위성에 마술쇼가 있는데 존주님이 그때 입국하실 거야.”아나콘다의 입에서 정보가 술술 나오니 협박할 필요가 없었다.만약 오늘 죽는다면 거록 존주가 대신 복수해 줄 테니 이것도 보이지 않는 장기판과 흡사했다.“알았어. 고통 없이 죽여 줄게.”염구준이 앞
비록 자신의 주먹에 염구준이 부상을 조금 입었지만 터무니없이 강했다.“주, 죽이지 마.”아직 숨이 붙어 있는 흑만파가 살려달라고 애원했다.“죽여요. 저놈이 우리 할아버지를 살해했어요!”소녀는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지르더니 빗자루를 들고 흑만파에게 돌진했다.“조심해!”염구준이 쏜살같이 나아가 강력한 기운으로 소녀를 감싸며 앞으로 가지 못하게 막았다.반보천인인 흑만파의 실력이라면 중상을 입어도 평범한 사람을 죽이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저 나쁜 놈한테 복수할 거예요! 우리 할아버지는 아무 죄도 없는데 저놈의 손에 죽었어요! 흑흑!”소녀는 실성하며 통곡했다.너무 비통해서 숨도 올라오지 않았다.이것이 바로 뜻밖의 재난이었다.쿵!그 말을 들은 염구준은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흑만파에게 강력한 기운을 발사했다.이어서 놈의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리는 동시에 단전까지 파괴했다.흑만파는 완전히 피투성이가 되었다.“으으윽!”아직 한 가닥 숨이 붙어 있는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를 힘마저 없었다.툭!염구준은 기운을 거두고 소녀의 앞에 비수를 던지면서 말했다.“원한에는 원수가 있고 빚에는 빚쟁이가 있어. 복수하고 다시 새로운 인생을 살아.”원한을 품고 사는 인생은 매우 괴롭기 때문이었다.물론 지금 흑만파 상태로 보아 소녀가 굳이 나서지 않아도 오래 살지 못할 것이다.“아아악!”소녀는 할아버지가 비참하게 살해당한 모습과 자신이 겁탈당할 뻔한 기억을 떠올리며 미친듯이 달려가서 비수를 찔렀다.흑만파는 본인이 어떻게 죽을지 수없이 생각해 봤지만 일반인의 손에 죽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염구준이 앞으로 다가가 비수를 거두며 탄식했다.“에휴, 할아버지는 유감이다. 하지만 살아남은 사람은 살아야 해. 얼른 정신을 차려!”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이미 다 했다.소녀는 바닥에 주저 앉아 눈물을 펑펑 흘렸다.한참 뒤, 염구준은 전신전에 연락하여 뒷수습을 부탁했다.마침 근처에서 임무를 수행하던 주작이 빠른 걸음으로 청산재에 도착했다.여러 번이나 수색하
주작이 활짝 웃으면서 소녀를 부축했다.“앞으로 넌 내 부하야. 내가 말하는 것이 명령이니까 반드시 따라야 해. 참, 이름이 뭐야?”전신전은 노닥거리는 병사들을 키우는 곳이 아니니, 일단 조직에 가입하면 무조건적으로 명령에 복종해야 했다.“조영미라고 해요. 할아버지가 지어준 이름이에요.”소녀는 이름을 말하면서 슬픈 표정을 지었다.“내가 별호를 지어줄게. 앞으로 넌 ‘환생한 유령’이야.”주작이 별호를 말한 것은 정식으로 제자로 받았다는 것을 뜻했다.사건을 마무리한 뒤, 염구준은 차를 타고 청해로 돌아갔다.다시는 제 발로 달려가고 싶지 않았다.소녀는 사라지는 차의 뒷모습을 보며 나지막하게 물었다.“저분은 누구세요? 우리랑 돌아가지 않나요?”“쓸데없는 질문은 하지 마. 네가 실력이 강해지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거야.”주작은 엄숙한 목소리로 부하를 대하는 태도로 말했다.일단 전신전에 가입하면 앞으로 생사의 갈림길에 놓이게 되니 더는 제멋대로 해서는 안 되었다.이로서 거록 조직의 여섯 뱀은 모두 염구준의 손에 전멸했다.이제 거록 존주는 유력한 심복이 없으니 앞으로 행동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어쩌면 직접 나서서 해결해야 할 지도 모른다.해외 어느 외딴 마을에서 이 소식을 들은 거록 존주는 화가 나서 펄쩍 뛰었다.쿵!“멍청한 놈, 그러게 멋대로 일을 벌여서 용하의 내 정예병들을 절반이나 죽였어. 아나콘다, 넌 죽어 마땅해!”화난 모습을 보니 시체라도 끌어내서 토막을 내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았다.주변의 벽은 공격으로 인해 구멍이 뚫리고 바람이 새어서 언제든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았다.거록 존주는 완전히 미치광이가 되어버렸다.집안에 있던 부하들은 모두 땅에 엎드려 고개를 들지 못했다.한 사람이라도 실수를 하는 날에 바로 목이 날아갈 것이다.“말해. 다들 벙어리가 되었어?”거록 존주는 손을 들어 무자비하게 살해했다.“존주님, 제발 진정하세요!”부하들은 다른 말은 하지 못했다.쓸데없이 말했다가 오히려 단체로 죽을 수도 있었다.거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각 세력들은 세라와 관계가 좋았지만 지금은 그녀가 스텔라성과 엮여서 믿을 수가 없었다.베르가 말한 동맹도 결국은 이익을 기초로 하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었다.“염병할 놈!”베르는 염구준이 사라진 곳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에취!”한편, 바다의 동굴을 지나던 염구준이 재치기를 하더니 귓구멍을 파며 중얼거렸다.“또 어떤 놈이 뒤에서 나를 욕하는 거야?”그는 이미 수백 미터 안으로 들어가면서 동굴을 살펴보았다.오래전에 인공으로 만들어진 동굴로서 지하수도로 사용했거나 육지에서 지각이 변화하여 이곳에 가라앉을 가능성도 있었다.이제 동굴 내부에 완전히 적응되어서 속도를 낼 때가 되었다슝!위험도 없고 갈림길도 없으니 팔다리를 빨리 저으며 앞으로 전진했다.동굴 끝에 무엇이 있는지 참 기대가 되었다.그것이 고대 옥패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말이다.푸!가는 도중에 갑자기 장어 같은 바다 동물의 습격을 받았지만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았다.‘누가 있어.’얼마나 헤엄쳤는지 모르겠지만 눈앞에서 어두운 그림자가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염구준은 그 사람의 생사를 알 수 없어 한 줄기 검기를 발사했다.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것을 보고 죽은 사람이라 생각했다.가까이 다가가 보니 잠수복을 입은 시체는 부패되지도 않고 마치 자는 것처럼 보였다.그 옆에 커다란 가방이 있었는데, 열어보니 황금, 비취. 진주 등 값나가는 보물들이 잔뜩 들어 있었다.“진짜 보물이 있었네. 고대 옥패도 있을까?”그는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며 보물이 가득한 가방은 뒤로 한 채 계속 안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시체들이 점점 더 많이 나타났다.염구준은 궁금했다.왜 시체들이 하나 같이 상처도 입지 않고 평온한 표정으로 죽었는지 말이다.이상한 상황으로 하여금 점점 주변을 경계하게 만들었다.앞으로 더 나아갔을 때, 동굴은 사라지고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이곳이 바로 목적지인 것 같았다.그리고 내부를 살펴보려고 수십 발의 불꽃을 발사하던 염구준
찾겠다고 약속했던 보물이며 고대 옥패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그때 누군가 가슴이 벅차오르는 소식을 전했다.“절벽 위에 동굴이 있어요!”“여기에도 있어요. 불덩어리를 던졌는데 끝이 보이지 않아요!”“동굴에서 100그람되는 금덩어리를 발견했어요!”드디어 보물이 나타났다는 말에 다들 동료를 잃은 슬픔에서 금세 벗어났다.“일단 경거망동하지 말고 우리 대책부터 세웁시다.”중요한 순간에 베르가 나서서 대국을 주재하려 했다.염구준을 고립시키고는 각 세력들을 이용해 더 많은 것을 차지하려는 수작이었다.“부성주님,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합리적인 대안이라면 지시를 따를게요.”메노스가 환심을 사려고 스텔라성의 편에서 말했다.염구준의 실력이 너무 강해서 맞설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저들의 도움이 필요했다.나머지 가주들은 드디어 줄을 서야 하는 때가 온 것을 알고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줄을 서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선택 문제였다.만약 잘못 선택하면 아무런 이득은 보지 않고 끝없는 재앙만 맞이할 것이다.…그 외에 무술인들은 가주들이 중요한 일을 논의하는 것을 알고 조용히 대기하고 있었다.몇몇 사람들이 토론한 결과로 대다수 사람들의 생사를 결정할 것이다.“염 선생은 대책이 있습니까?”노신기가 긴장이 흐르는 분위기를 깨고 떠보듯 물었다.지금 염구준은 혼자서도 스텔라성를 상대하기 충분했다.다들 대답을 기다리고 있을 때 염구준이 한 동굴 입구에 서서 말했다.“상의할 게 뭐가 있어요? 보물이 보이면 능력에 따라서 챙기면 되죠. 실력이 있으면 많이 챙기고 없으면 바닷물이나 마시다 가면 되죠.”그 말 뜻은 물질적이지만 현실적이기도 했다.지금 각 세력들이 꿍꿍이를 세우고 있으니 아무리 상의를 해도 진심이 아닐 것이다.어차피 나중에 사이가 틀어질 텐데, 지금 이 자리에서 분명하게 말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염구준의 말을 들은 베르는 각 세력들의 마음이 돌아설까 봐 바로 안색이 어두워졌다.“염구준, 지금 분열을 일으키는 거야? 절대 용납할 수 없어.
어떤 무술인들은 적대 관계이고 위에서 아무런 태도도 드러내지 않았지만 감사의 눈길을 보냈다.베르 일행은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은 것처럼 침묵하고 있으니 염구준을 칭찬하는 것은 더 불가능했다.“이곳은 위험해서 항상 조심하세요. 그렇다고 매번 도와줄 수 없어요.”염구준은 무덤덤하게 말했다.어차피 이번만 도와줄 거라 뻔뻔하게 구는 사람이 있어도 마음에 두지 않았다.그때 통신기에서 당황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저기 모래벌레 무리가 오고 있어요!”그 말에 다들 다시 안절부절했다.염구준이 재빨리 통신기에 대고 모두를 진정시켰다.“당황하지 마세요. 대부분 바닥으로 들어가고 몇 마리만 뒤를 따라왔을 겁니다.”땅으로 돌아가지 않은 모래벌레들은 전부 그의 검에 잘렸기 때문이었다.다들 안심하고 싸울 준비를 할 때, 꽃무늬 셔츠를 입은 젊은이가 공을 들고 앞에 나섰다.이곳까지 오면서 나약한 실력 때문에 항상 타인의 보호를 받았는데, 왜 이제야 나서는지 다들 알지 못했다.“썩을 놈의 벌레야! 첨단 과학기술의 위력을 보여 줄게!”젊은이가 건방지게 말하며 손에 든 공을 힘껏 던져버렸다.“안 돼!”메노스가 나서서 말렸지만 공을 이미 던져서 늦어버렸다.갑작스러운 행동에 다들 무슨 영문인지 몰랐다.“방어!”염구준이 고함을 지르며 기운으로 호체 기운을 끌어냈다.반보천인인 염구준마저 긴장하게 만들다니, 모두 젊은이가 던진 공은 틀림없이 대단한 물건이라고 생각했다.펑!공이 수십 미터 떨어진 곳으로 흘러서 올라간 순간,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하면서 마침 달려오는 모래벌레들을 순식간에 폭발시켰다.물속에서도 이 정도로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다니, 보기만 해도 감탄이 흘렀다.“악!”그런데 에너지가 빠른 속도로 물속에서 퍼지더니 사람들의 몸에 부딪치며 오장육부에 침투되었다.순식간에 거대한 생물체를 몇 마리나 제거했으니 사람에 미치는 영향도 치명적이었다.실력이 약한 무술인들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바로 죽었다.퍽!가장 먼저 공격받은 젊은이는 충격에 한참이나
“알겠습니다.”“네.”두 사람은 대답하자마자 각자 맡은 20명이 넘는 부하들을 이끌고 심해 모래벌레가 드문 변두리 지역으로 향했다.실력이 뛰어난 무술인 두 명이 앞장서서 길을 터주고 있으니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가장 중요한 것은 이로서 부하들의 사기가 다시 돌아왔다는 것이다.그 장면을 본 남은 세력들도 벗어날 방법을 생각했는지 부하들에게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살고 싶으면 빨리 천기문의 뒤를 따라가!”지금 염구준이 뒤를 맡고 있었기에 그들도 벗어나기 훨씬 수월했다.베르가 떠날 때는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염구준의 뒤를 노려보면서 저렇게 싸우다 콱 죽으라고 저주까지 했다.결국은 살려고 바삐 피신하느라 누구도 염구준을 도와주지 않았다.혼자 남은 그는 결국 심해의 모래벌레에게 포위되었다.“에휴, 저럴 줄 알았어. 그동안 도와준 걸 봐서라도 우리도 도와줍시다.”염구준은 자신이 한 결정에 후회하지 않고 계속 검을 휘둘러 벌레를 살해했다.각 세력의 무술인들이 이미 멀리 떨어졌으니 지금은 이 무리를 뚫고 나가야 했다.촤아악!순식간에 수많은 검기가 주변에 발사하며 바다 밑을 들쑤시는 바람에 모래와 진흙이 시야를 가렸다.어렴풋이 보이는 것은 덩치가 큰 물체들이 하나둘씩 쓰러지는 것이었다.아무리 바다가 모래벌레의 구역이라 해도 염구준의 검을 막지 못했다.검망이 닿는 곳은 그들 시체로 널렸다.염구준이 뛰쳐나오려고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을 때 도망친 각 세력들은 균열 변두리에서 편하게 쉬고 있었다.“염 선생이 우리를 위해 혼자 희생하는데 우리도 소수 정예병을 조직해서 도와줍시다!”그레이가 통신기에 대호 한마디 제안했다.흔쾌히 나설 사람은 없겠지만 일단 말은 해봐야 알 수 있으니까.“하, 대단한 것처럼 건방지게 굴더니, 저런 놈은 죽어도 싸.”“그러게요. 저 악마의 생사는 우리랑 상관없어요.”베르와 세라가 시큰둥하게 자신들의 태도를 표명했다.“당신들…”그레이가 나서서 비판하려고 할 때 그들과 싸워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더는 말을 잇지 않
염구준이 수압의 영향을 받지 않고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보고 베르는 당황했다.이제 손에 무기도 없어서 어떻게 막아야 할지 막막했다.“멈춰!”“당장 공격을 멈춰!”“부성주님, 조심하세요!”그 장면을 보던 반보천인 세 명은 막을 겨를도 없이 소리를 질렀다.바로 그때, 이상한 기운을 감지한 염구준은 공격을 멈추고 지하를 내려다보았다.푸!두 사람 사이에 있는 두터운 진흙 속에서 갑자기 무엇인가 모래를 사방에 뿌리면서 올라오는 것이었다.염구준이 재빨리 진흙의 가운데를 잘라버리자 생물체가 죽었는지 바닥에 툭 하고 떨어졌다.마침 검기도 기운을 소진하여 공격을 멈추고 돌아서서 살펴보았다.“젠장, 그냥 지하에 처박혀 있을 것이지, 뭐 하러 죽으러 나왔어?”염구준이 불청객에게 짜증을 부렸다.만약 생물체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이 검에 죽을 사람은 베르였다.진흙과 모래가 가라앉자 다들 생물의 정체를 주시했다.굵기가 2미터나 되고 꼭대기에 날카로운 이빨이 수두룩하게 생긴 심해의 모래벌레였다.이 벌레는 성체가 되면 길이가 30미터에 달하고 풍부한 광물을 함유한 화산암을 먹고 살기에 이 구역에서 텃세가 특히 강했다.그리고 공격성은 형태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방어해! 이것들이 떼로 공격할 거야!”염구준은 통신기에 주의를 주고 잠시 베르를 살해하는 것을 뒤로 미루기로 했다.위험한 상황에 닥쳤으니 자기들끼리 싸운다면 사기를 떨어트리기 때문이었다.푸푸!말이 채 끝나기 전에 수많은 모래벌레들이 땅속에서 나와 무차별한 공격을 퍼부었다.일반 무술인이 한 입에 먹힌다면 바로 두 동강이 났다.반보천인 무술인들은 잠수 장비가 망가지면 심해의 수압을 견뎌야 하기에 역시 방심할 수 없었다.그러니 아무도 죽음을 무릅쓰고 공격하지 않았다.심해 모래벌레들이 신출귀몰하며 공격하자, 다들 혼란에 빠져 허둥지둥했다.그들에 비해 염구준은 다가오는 놈들을 가볍게 잘라냈다.이 벌레들은 사납지 않은데 갑자기 땅속에서 튀어나올 때 당황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염구준은 감지
싸움은 잠시 한 단락 끝났다.베르가 씩씩거리며 통신기에 대고 고막이 터질 듯 소리를 질렀다. “염구준, 왜 우릴 도와주지 않아?!”“당신들도 날 도와주지 않았잖아요.”염구준은 어처구니없는 가스라이팅을 무시하고 반문했다.베르는 이런 말로서 염구준을 각 세력의 반대편에 세워 고립시키려는 수작이었다.이제 막 대군을 지휘할 수 있는 임시 사령관을 담당하게 되었으니 위세를 떨칠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웃기지 마. 우리는 반보천인 무술인이라 다른 무술인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어. 그런데 넌 한심하게 지켜만 보고 있었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아?”베르는 정의로운 척 그의 영혼까지 고문하며 계속 나무랐다.눈치가 없는 무술인들은 정말 베르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하하하. 방금 수십 명이 넘게 살려달라고 비명을 질렀는데도 당신은 구하러 가지 않고 도망가느라 바쁘던데요? 그 말을 하고도 양심에 찔리지 않습니까?”염구준은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이기적인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이래라저래라 간섭하는지,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또 염구준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이렇게 분석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말에 휘둘리기 십상이었다.“흥, 따박따박 말대꾸는. 누가 너 같은 놈을 낳았는지 그 어미가 궁금하다.”베르는 솔선수범하지 않으면서 말로도 밀리게 되자 인신공격을 하기 시작했다.“죽고 싶어?”그러자 염구준이 버럭 화를 내며 베르에게 검을 겨주었다.상대방이 시비를 건다면 원하는 대로 한바탕 싸워줄 기세였다.“내가 무서워할 줄 알아?”베르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커다란 방패를 들고 맞섰다.이번 행차에 스텔라성에서 실력이 있는 반보천인 네 명을 파견했기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다.쿵!염구준의 검이 방패에 닿은 순간 둔탁한 소리가 나며 베르가 뒤로 몇 발치 물러갔다.“물에서 방패를 쓰다니, 죽으려고 작정했군.”물속에서 방패의 부력이 커서 오히려 싸움에 방해가 되었다.그는 계속 검으로 공격하며 가볍게 제압했고, 뒤로
그 생물의 정체는 대왕 오징어였다.이 생물은 빛을 두려워해서 항상 심연에 숨어 있기에 과학자들은 파도에 밀려온 시체들만 주워서 연구했었다.대왕 오징어는 가장 긴 것은 40미터 이상에 달했다.염구준은 지금 상황을 보고 속으로 탄성이 흘러나왔다.“젠장, 오징어 소굴을 건드렸나?”심지어 그중에서 덩치가 큰 오징어는 전신 경지에 도달했다.마침 수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와서 다행이지, 염구준이 혼자 싸운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염 선생님, 이제 어떡해요?”통신기에서 초조한 노신기의 목소리가 들렸다.그 말 뜻은 그가 나서서 천기문의 부하들을 지켜달라는 의미였다.솔직히 그들 실력으로 이렇게 많은 대왕 오징어를 상대하기 버거웠다.“살아남아서 바다 밑 끝까지 오세요.”염구준은 한마디만 남기고 검을 휘두르며 계속 아래로 내려갔다.지금은 사방이 어두워서 대체 누가 누구인지 구분하는 것조차 어려웠고, 모두 자원해서 온 거라 그들을 책임질 의무가 없었다.“다들 최선을 다해 바다 밑으로 내려가자!”노신기는 목숨을 걸 각오로 모두에게 용기를 북돋아주었다.순식간에 각 세력은 대왕 오징어와 무차별적인 싸움을 벌였다.하지만 캄캄한 물속은 대왕 오징어들에게 유리한 곳이라 인간들은 1대1 싸움에서 얼마 버티지 못하고 참담한 희생을 치러야 했다.위기가 닥치자 베르가 긴급 공공 통신 채널을 열고 이런 제안을 했다.“이러다 다 죽습니다. 우리 모두 협력하여 살길을 열어야 합니다. 바다 밑에 도착하면 지금처럼 힘들지 않을 겁니다.”솔직히 베르도 염구준처럼 대놓고 아래로 내려가고 싶었지만 그런 실력이 되지 못했다.“찬성합니다.”“협공합시다!”각자 싸우다가 자칫하면 전멸할 수 있으니 다른 세력들도 이 제안에 동의했다.“반보천인이 앞장서고 전신 경지, 전신지상 무술인이 그 다음, 나머지는 뒤를 따라갑니다!”베르는 정예병을 살리고 나머지는 죽든 살든 상관하지 않을 생각으로 배치하기 시작했다.“공격합시다!”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다른 사람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모두가 슬픔과 공포에 빠져 있을 때 염구준이 두터운 잠수복을 입고 바닷속으로 들어갔다.간밤에 가볍게 생물을 절단하면서 그의 단전은 이미 기운으로 꽉 찼다.“염 선생이 바다에 들어갔어요.”모든 사람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고 있으니 작은 동작이라도 이내 알아챘다.그가 갑작스럽게 뛰어드는 바람에 노신기 일행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대체 왜 저러는 거야?”“내가 앞장 설게요. 촉각이 있는 생물일 뿐, 두렵지 않습니다.”일부 반보천인은 더는 기다리지 못하고 서둘러 잠수복을 입고 바다에 뛰어들었다.염구준의 손에 완벽한 해도가 있으니 그가 정보를 어느 정도 장악하고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그래서 먼저 보물을 찾아낼까 봐 조바심이 났던 것이다.어떤 사람들은 말로는 보물을 찾으러 왔다고 하지만 솔직히 고대 옥패를 노리고 왔다.일단 옥패에 있는 무공을 연마하면 자신의 실력을 제고할 수 있으니 나중에 재물을 손에 넣어도 늦지 않거니와 그때는 더 쉬울 거라 생각했다.염구준은 바다 밑에 있는 균열을 향해 가다가 가끔씩 방향을 조절했다.아직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니 가장 힘이 덜 드는 방법을 사용했다.깊은 곳으로 들어갈수록 물고기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고 점점 어두워져 앞이 보이지 않았다.염구준은 길이가 석 자가 되는 청봉을 잡고는 언제든 적을 무찌를 준비를 했다.방금 잘린 촉각의 길이를 볼 때, 본체에 비해 너무 짧아서 치명상을 입히지 못했다.만약 덩치가 어마어마한 팔조괴물이라면 아직도 어두운 곳에 숨어 있는 게 틀림없다.촤아아! 촤아아!그때 물살이 바뀌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더니 수백 개의 검은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었다.각 세력의 정예병이 움직인 것이다.어떤 무술인은 일정한 거리에 도착한 후 빠르지도 늦지도 않는 속도로 염구준의 뒤를 따랐다.그가 앞장서서 길을 터달라는 뜻이었다.염구준은 그들을 신경 쓰지 않고 아래 균열이 빨아들이는 대로 끌려갔다.‘얼마든지 따라와 봐.’지금 상황으로 말하자면 누가 누구의 총받이가 될지
선박 위의 사람들이 절박하게 울부짖었지만 아무도 응답하지 않자 각 세력들이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했다.분위기를 보아 곧 위험이 닥칠 것 같았다.촤아아악!“엄청난 것이 몰려오고 있어! 빨리 위로 올라가!”나중에 물에 들어간 무술인들이 제일 먼저 해수면으로 올라와 보고했다.이어서 대다수 무술인들은 통신기에 비명소리만 남기고 사라졌다.각 세력이 어쩔 바를 몰라 혼란에 빠졌을 때, 노신기는 염구준의 옆얼굴을 보며 속으로 감탄했다.그의 말이 옳았다.“다들 맞서서 싸웁시다!”염구준은 어마어마한 기운이 몰려오는 것을 감지하고 우렁차게 소리쳤다.그게 무엇이든 이미 상대방을 건드린 이상 맞서서 싸워야 했다.정신을 차린 각 세력들은 갑자기 조상들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떠올라,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무기를 집어 들었다.촤아아!다시 몇몇 사람이 수면위로 올라오더니 놀라운 속도로 선박을 행해 헤엄쳤다.“저게 다 뭐야?”누군가 겁에 질려 비명소리를 질렀다.“나도 몰… 악!”같이 헤엄치던 일행이 말하다 바다 밑에 있는 물건에 잡혀 끌려가고 말았다.그리고 밧줄처럼 생긴 것들이 수면 위로 올라와 선박에 있는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악!”“살려줘!”순식간에 비명소리와 경악 소리가 섞여서 현장이 아수라장이 되었다.정체를 알 수 없는 생물체에 다들 지레 겁을 먹었다.윙!그때 누군가 열 줄기 검기를 발사해 밧줄처럼 생긴 생물을 잘라버렸다.“저건 또 뭐야? 엄청 단단하네.”제일 처음으로 공격한 사람은 역시 염구준이었다.“끼익!”바다 밑에서 공격을 당한 생물은 날카로운 이명소리를 내며 위로 올라왔다.생각보다 쉽게 잘리자 각 세력들은 용기를 내서 공격을 퍼부었다.“별거 아니네. 단번에 잘려지잖아.”자신감이 생긴 그들은 필사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본래 각 세력의 실력으로 쉽게 생물을 잘라낼 수 있는데, 이 생물이 모두가 혼란에 빠진 틈을 이용해 습격할까 봐 진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물론 염구준도 모든 사람을 책임질 의무가 없으니 주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