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148화

Author: 잔영
“좋아, 이제 계획을 말하겠네. 이건 주식 양도 계약서네. 내가 회사를 되찾으면 자네들에게 돌려줄 거네. 난 회사를 통해 내 작은아들을 데려와야겠네.”

“그리고 자네들도 알다시피 내 큰아들은 나보다 훨씬 더 자인한 사람이라 따라간다고 해도 좋은 결과는 없을 것이네.”

그는 아들을 깎아내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들은 고개를 저었다.

“계약서에 서명하고 나머지는 나에게 맡기면 되네. 그가 회사를 인수했더라도 내가 주식을 가지고 있으니 어찌할 도리가 없을 걸세.”

탁자 위에 놓인 주식 양도 계약서를 바라보던 그들은 한숨을 쉬며 서명했다.

그들은 옛정을 생각해서, 설령 돌려받지 못하더라도 상관없다고 여겼다.

“고맙네.”

가주는 입으로는 감사하다고 했지만, 속으로는 이들을 원망하고 있었다.

모두 바람이 부는 대로 돛을 다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그가 회사를 되찾고 큰아들을 내치면, 그다음은 이들 차례였다.

집사는 그들을 배웅하면서 한편으론 걱정되었다. 그는 이 일이 잘 될 리 없다는 것을 너무도 명확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야말로 그 불효자가 어떻게 할지 보겠다. 이 패를 가지고 가서 호위무사들을 소집해놔.”

나명관은 집사의 손에 패를 건네주며 말했다.

집사의 눈을 희미하게 뜨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가 구하러 간다.”

그는 장난감을 들고 하늘을 바라보며 아들을 향한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것이야말로 아버지가 보여야 할 모습이었다.

같은 시각, 전화를 받은 나정한은 냉소를 지었다.

그는 자신의 아버지가 그래도 머리는 좋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음껏 해보라고 해.”

단 한마디로 가주의 지위를 결정지었다.

며칠 뒤, 나명관이 회사에 도착했다.

회사의 모든 사람은 회사의 주인이 바뀌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여전히 사장의 아버지였기에 모두가 조심스러웠다.

“사장을 만나야겠어.”

입구의 안내 데스크 직원은 난처해하며 속으로 생각했다.

‘별사람 다 보겠네, 진짜!’

하지만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차 한 잔을 따라 나명관의
Locked Chapter
Continue Reading on GoodNovel
Scan code to download App

Related chapters

  • 군신의 귀환   제1149화

    나명관이 여전히 자기 멋대로 하자, 나정한의 비서는 어쩔 수 없이 강경하게 나갔다.“허, 당신은 정말 나흐 가문의 충견이네요. 그러나 당신이 끼어들 자리는 없는 것 같은데요?”나명관은 비서를 쳐다보며 눈썹을 찌푸리고 그의 옆으로 다가가 손을 들어 올렸다.바로 그때 그의 손목이 누군가에게 잡히고 말았다.“여기는 회사예요, 당신이 함부로 할 수 있는 곳이 아니죠.”나정한이 분노에 차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이 망할 자식아, 당장 놔라.”나정한의 손에 점점 더 힘이 들어갔다. 오랫동안 호의호식한 나명관은 전혀 그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급기야 손목이 부서질 것 같아 나명관은 소리쳤다.“아버지, 이 회사는 이제 당신과 상관없다고 말했잖아요. 그런데도 와서 내 직원들을 괴롭히는 걸 보니 요즘 너무 편안한 모양이네요!”그를 잡았던 손을 손수건으로 닦고 있는 나정한은 얼굴에 혐오로 가득했다.“나정한, 내가 한 번 더 기회를 줄게. 오늘 무릎 꿇고 잘못을 인정하면, 너를 용서할 것이고 여전히 내 아들로 살아. 그렇지 않으면.....”자신의 손목을 쓰다듬던 그는 아들의 행동에 젊었을 때의 자신을 떠올렸다.“정말 역겹군요.”나정한은 대꾸하지 않았다. 그저 손수건을 땅에 던지며 얼굴에 혐오감을 드러냈다.“좋아, 호위무사, 이놈을 잡아!”고개를 끄덕이는 나명관은 입꼬리를 올리며 명패를 꺼내 높이 들었다. 곧이어 열 명이 넘는 검은 옷을 입은 사내들이 사무실에 나타났다. 다행히 나정한이 회사에 오기 전에 모든 직원들에게 반나절 휴가를 주었다. 그렇지 않았으면 모두 놀라서 기절했을 것이다.“이제, 물러날 때가 되었다.”포위된 나정한은 전혀 겁먹지 않았고 오히려 차분했다. 마치 모든 상황을 통제하고 있는 듯 보였다.“그래? 생각이 너무 단순하네.”문밖에서 소리가 들렸다. 무거운 무기를 든 병사들이 일사불란한 발걸음으로 회사를 둘러싸고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염구준이었다.“염구준, 네가 감히 여기에 오다니. 기다려라. 이 불효자를 처리하고

  • 군신의 귀환   제1150화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나정한은 확신이 있는 듯 보였다. 나명관은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그는 그저 그 자리에 벙졌다.“그래서 뭐? 나는 회사의 40%의 주식을 가지고 있어. 나는 이미 최대 주주로서 대표가 되어야 마땅해.”나명관은 주주들의 서명이 쓰인 계약서를 내밀며 자신만만하게 나정한을 바라보았다.“어차피 회사는 빈 껍데기일 뿐이니까 당신에게 줄게요.”그는 무심하게 손을 휘저으며 말했고, 동정의 눈빛으로 나명관을 바라보았다.“그게 무슨 뜻이야?”나명관은 이해하지 못했고,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이전에 네가 했던 지하 거래가 모두 중단되었고, 회사는 자금 유동이 끊겨 이미 빈 껍데기가 되었다는 뜻이야.”염구준은 옆에 서서 시가를 피우며 냉정하게 말했다. 그는 불쌍한 나명관을 전혀 동정하지 않았다.“그럴 리가 없어, 어떻게 그렇게 빨리. 그 사람들은 모두 내가 직접 키운 사람들인데.”나명관은 멍하니 그들을 바라보며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그 계약서에 쓰인 그들의 글씨를 봐.”너무 기뻤던 그는 계약서에 다시 확인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계획이 완벽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나명관은 서둘러 계약서를 펼쳤고, 마지막 페이지에 있는 서명은 모두 엉망이어서 전문 기관에서도 판독할 수 없었다.“너희들이 짜고 나를 속여?”계약서를 찢은 나명관은 얼굴이 시뻘게서 나정한을 손가락질하며 요설을 퍼부었다.“대표님, 이제 그만하세요. 도련님은 그래도 대표님께 최선을 다했습니다.”그때 달려온 집사가 나명관을 껴안고 눈물을 흘렸다.“네가 왜 여기 있느냐? 집을 지키라고 하지 않았냐! 오히려 잘 됐어, 이 불효자를 당장 죽여라.”나명관은 완전히 미쳐버렸다. 그는 집사의 손을 잡고 바닥에 주저앉아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대표님, 제발 그만하세요!”잠시 멈칫하던 나명관은 한참 후에야 정신을 차렸다.“너도 저쪽에 붙은 거야?”눈을 부라리는 나명관은 분노와 배신감에 치를 떨었다.“너는 나를 오랫동

  • 군신의 귀환   제1151화

    “가주님, 전 예전에 당신이 사랑했던 여자를 조사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녀는 결코 좋은 사람이 아닙니다. 술집 아가씨에다가 불륜… 밥 먹듯이 이런 추잡한 짓거리를 저지르고 다니는 여자입니다. 가주님을 찾아온 것도 불륜을 저지르다 임신한 거 들켜서 본처한테 쫓겨온 겁니다.”이 말을 들은 가주 나명관은 큰 충격에 빠졌다. 자신이 사랑하던 여자가 그런 사람일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다.“거짓말하지 마! 그녀는 날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야! 날 배신할 리 없어!”그가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집사의 멱살을 잡았다.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제가 왜 이런 것으로 가주님을 속이겠습니까? 저한테 무슨 이득이 있다고요?”하지만 집사는 전혀 물러날 기색이 없이 멱살이 잡힌 상황에서도 꿋꿋이 말했다. “가주님께서 믿지 않을 거라는 건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증거까지 준비했지만, 가주님께서 그 여자를 얼마나 아끼는지 알고 있었기에 지금까지 가만히 있었던 것뿐입니다.”그 말을 하면서 집사는 품에서 증거로 보이는 서류 봉투를 꺼냈다. 거기엔 나명관과 그의 작은 아들이 아무런 혈연관계가 아니라는 유전자 검사 결과서가 들어있었다.“이건 제가 직접 두 분의 DNA를 검사 의뢰해 받은 겁니다. 확인해보십시오.”나명관은 그제야 잡고 있던 집사의 멱살을 놔주며 덜덜 떨리는 손으로 내밀어진 서류 봉투를 열었다. 검사지엔 다양한 수치와 글자들이 적혀 있었지만, 그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한 문구, 혈연관계 아니라는 글뿐이었다.“어떻게 이럴 수가! 이건 말도 안 돼!”나명관이 넋을 잃은 듯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다가, 갑자기 몸을 돌려 밖으로 뛰쳐나갔다.“가주님!”집사는 곧바로 그를 따라가려 했지만, 이내 무언가 떠올랐는지 발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렸다.“큰 도련님, 원하시는 대로 진실도 밝혀졌고, 전도 이제 본분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이만하면 가주님한테도 충분히 벌이 되었을 테니, 부디 놓아주길 부탁드립니다.”나정한이 집사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고, 그제야 그는 안

  • 군신의 귀환   제1152화

    작은 소동이 있은 후, 사람들은 모두 침울한 분위기가 되어 식사를 멈추었다. 모두들 어색하게 술을 홀짝이던 중, 한 남자가 입을 열었다.“어찌되었든 일이 해결됐으면 좋은 거지, 뭐 저렇게 과민 반응할 것 까지야….”하지만 그는 말을 끝마칠 수 없었다.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집사가 엄숙한 목소리로 말을 잘랐기 때문이다.“말 조심하십시오!”남자는 집사가 끼어들자, 차마 반박하지 못하고 머쓱하니 코를 매만졌다. 하지만 속으로 앨리스에 대한 불만을 키워가고 있었다.“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십니까?”연회장을 나서자, 뒤따라오는 인기척에 앨리스가 뒤를 돌아보며 물었다. 거긴 방계 족장 중 가장 가장 나이가 많은 노인이 지팡이를 쥔 채 뒤따라오고 있었다.“이번 일에 대해 의문 되는 부분이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또 전주님이 손쓴 거죠?”그 말에 앨리스가 씁쓸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머리를 숙였다. 다시 한번 자신의 무능력함이 실감이 되었다.“그럴 줄 알았습니다. 나흐 가문을 그 정도로 몰아가려면 그 분 말고는 불가능 일이죠.”노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부끄러워할 필요 없습니다. 체면을 잃었다고 생각할 필요도 없고요. 염 선생님은 결코 당신이 아니었다면 도와주지 않았을 겁니다. 당신은 이 가문을 대표하며 이끌어가는 족장이자 가주입니다. 그만큼 능력도 중요하지만, 인맥도 못지 않게 중요합니다.”노인이 위로와 격려의 의미를 담아 앨리스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그제야 앨리스는 조금 풀린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감사합니다, 어르신.”그의 말 대로 이전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었다. 그녀가 아니었다면 염구준도 나서지 않았을 테니까. 앨리스는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그럼 언제 한번 전주님을 초대하십시오. 이번 일에 대한 감사 인사는 전해야지 않겠습니까?”노인이 문득 떠오른 듯 앨리스에게 말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하지마 와 주실 거란 보장은 못하겠습니다.”앨리스는 염구준이 얼마나 바쁜 사람인지 알고 있었다. 초

  • 군신의 귀환   제1153화

    그가 웃으며 손가을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됐거든? 내가 그 사람이랑 만날 일이 뭐 있겠어.”손가을이 입을 삐죽이며 응석을 부렸다. 하지만 속으로 내심 나정한이 궁금하긴 했다.“내가 굳이 왜 이번 일에 나섰을 것 같아? 하도 심심하다고 툴툴대서 내가 당신 일하러 가게 만들려고 그런 거잖아. 나정한한테 당신 사업 도와달라고 다 말해 놨어.”염구준은 나정한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부터 계획했던 것이었다.“나 때문에?”손가을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손가락으로 자기 자신을 가리켰다.“그럼 누굴 위해서 그랬겠어? 난 회사 일에 대해서는 잘 모르니까, 회사 세울 때 어려움이 있으면 물어볼 데가 있으라고 도와준 거야.”염구준이 무심한 듯 손을 내저었다. 하지만 속으로는 그녀의 반응이 기뻤다.“내가 무슨 회사를 세워. 그거 그냥 말한 거였어.”손가을은 그렇게 말했지만, 사실 속으론 내심 감동하고 있었다. 그 덕에 염구준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도 한층 더 부드러워졌다.“나정한한테서 잘 보고 배워. 나중엔 당신이 날 먹여 살려야지.”염구준은 장난스레 손가을의 코를 튕기며 말했다. 남에겐 가차없던 남자가 집에서 아내한텐 이런 사랑스러운 모습이라니, 다른 사람이 봤으면 경악했을 것이다.“알겠어.”그냥 던진 말이었지만, 염구준이 그것을 마음에 두고 이렇게까지 해줬으니, 손가을도 한번 도전해보기로 마음먹었다.한편, 나흐 가문.나정한은 그 뒤로 거의 온종일 소파에서 생각에 잠긴 채 보냈다. 마음이 여전히 좋지 않았다.“대표님, 이제 어두워졌습니다. 제가 모셔다드릴까요?”밖에서 기다리던 비서가 날이 어두워진 것을 보고 문을 두드리며 들어갔다.“너 먼저 가. 난 혼자 갈게.”나정한이 잠긴 목소리로 답했다. 그는 고통스러워하는 자신의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다.“대표님, 힘드신 거 알아요. 하지만 몸은 챙기셔야죠.”조수가 눈살을 찌푸리며 안타까운 눈빛을 보냈다. 지금 나정한이 이 자리에 있기까지, 모든 과정을 지켜본 사람이 바로

  • 군신의 귀환   제1154화

    오랜만에 보는 매서운 눈빛에 집사는 순간 나명관이 돌아온 줄 착각했지만, 아니었다. 그는 다시 흐리멍덩한 미친 사람으로 돌아갔다.“가주님, 저도 제가 지은 죄가 있다는 걸 압니다. 앞으로 계속 모실 테니, 함께 살아갑시다.”집사가 한숨을 내쉬며 숟가락으로 음식을 떠 나명관의 입가로 가져다 댔다. 한때 모든 이들의 위에서 당당히 군림하던 나흐 가문의 가주의 최후가 이럴 줄이야, 사람이란 모른다고, 정말 아무도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전주님, 저 앨리스예요. 가문의 어르신들이 전주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어 하는데, 혹시 시간 되시면 함께 식사 어떠실지 여쭈려 전화드렸어요.”앨리스가 최대한 공손한 말투로 물었다. 염구준은 그런 자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체면을 꺾고 싶지 않았기에 차마 대놓고 거절하지 못했다.“별거 아니었어요. 굳이 저 때문에 자리 안 만드셔도 됩니다.”염구준이 최대한 예의를 차려 돌려 말했다. 그는 정말로 가고 그런 형식적인 자리에 관심이 없었다.“전주님, 저도 전주님께서 이런 자리 꺼려하시는 거 알고 있어요. 정말 감사 인사만 드리려고 마련한 자리예요. 저희 가문에서 대표로 저와 가장 나이 많으신 족장 어르신 한 분만 참석할 거예요.”앨리스가 간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가 이렇게까지 말하지 염구준은 결국 생각 끝에 동의했다.“알겠어요. 그럼 갈게요.”앨리스는 지금의 자리까지 올린 것은 그였다. 만약 끝까지 이번 식사자리를 거절한다면 가문에서 그녀의 입지가 난감해질 것 같았다. “아, 그리고 앨리스 씨, 조언 하나만 할게요. 앞으로 비슷한 일이 또 생기면, 좀 더 현명하게 대처하길 바라요. 폐 끼치고 싶어하지 않는 마음은 알겠지만, 다음번에도 남들이 당신을 무시하고 공격하는데도 가만이 있다면, 저 정말 실망할 것 같아요.”염구준은 방어적이기만 한 앨리스의 태도가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에도 직접 나선 것이었다. “앞으로 같은 상황에 처하고 싶지 않았다면, 강해져야 해요. 하지만 당장은 어렵다는 걸

  • 군신의 귀환   제1155화

    청용은 내키지 않았지만, 티 내지 않고 최대한 덤덤히 염구준에게 말했다. “걱정하지 마. 넌 잘 할 거야. 사람은 때때로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해. 너만큼 이 일에 적합한 사람은 없어. 내가 원하는 건 앨리스 씨에게 압박감을 주는 것이 아닌, 그녀가 훌륭한 가문의 수장으로서 성장하는 거야.”염구준의 말을 들은 청용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야 그의 의도가 이해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실 아무리 내키지 않는다고 해도 그녀에게 거절한 명분은 없었다.“내일 저녁 식사 자리에 같이 가자. 대신 돌아올 때는 나 혼자 돌아오고, 넌 거기에 남아.”“알겠습니다.”청용의 대답을 들은 염구준은 그제야 만족스러운 미소를 띄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날 저녁, 염구준은 청용과 함께 앨리스 집 앞에 도착했다.“이따가 들어가면 최대한 말 아껴.”혹시라도 말 실수할까 걱정되었던 염구준이 청용에게 신신당부했다.그 말에 청용이 눈썹을 찡그리며 살짝 불편한 기색을 내보였다. 도대체 자신은 염구준 눈에 어떤 존재로 비쳐지는 것일까? 그녀는 그의 걱정이 이해되지 않았다.안으로 들어가보니, 약속대로 정말 앨리스과 나이 많은 족장 한 명만이 자리해 있었다.“전주님, 오셨네요. 어서 앉으세요.”염구준이 오자, 앨리스가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를 메인 자리로 안내했다.“아니에요. 괜찮아요. 전 오늘 손님으로 온 것뿐이니, 족장님이 거기에 앉으세요.”염구준이 손을 흔들며 오히려 앨리스에게 그 자리를 양보했다. 그런 다음 자신은 대충 아무 자리에나 앉았다.그가 이렇게 나오자, 앨리스는 어쩔 수 없이 자리에 착석했다. 하지만 옆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노인은 다시 한번 염구준의 태도에 만족스러운 눈빛을 띄었다.“전주님, 오늘 이 자리에 당신을 초대한 것은 이번에 엘 가문을 도와주신 것에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함입니다.”그 말과 함께 노인은 술을 염구준 컵에 따랐다. 그는 술을 마시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술잔을 들었다.“별일 아니었어요. 앨리스 씨가 그

  • 군신의 귀환   제1156화

    노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앨리스는 옆에서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이것으로 절 엘 가문과 완전히 묶어버리려는 거군요. 참으로 대단합니다.”이 말과 함께 염구준이 정색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좋은 마음으로 나온 자리인데, 이런 방식으로 절 엮으러 할 줄은 몰랐네요.”엘 가문의 지분은 그에게 큰 의미가 없었다. 그리고 염구준은 자신의 호의를 이용하려 드는 사람을 가장 혐오했다.“진정하세요. 이건 당신을 이용하려는 것이 아닌, 도움을 요청하는 것입니다.”염구준의 화난 모습에도 노인은 전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침착하게 말했다.“앞으로 제가 이 가문을 지킬 날이 얼마 남지 않았거든요. 가주님은 좋은 사람이지만, 아직 좋은 가주가 되기엔 부족해요. 마음이 너무 여려 도와줄 사람이 필요합니다.”노인이 웃으며 자신의 건강 검진 보고서를 테이블 위로 내밀었다. “이건 지난달 검사한 결과입니다. 의사가 저에게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확실하게 가주님을 지켜줄 분이 필요합니다.”보고서 위에 간암 말기라는 글자가 빨간 줄로 적혀 있었다.“어르신, 왜 이제야 말씀하시는 겁니까!”보고를 본 앨리스가 눈물을 흘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지금 가문에서 그녀에게 조언을 해줄 사람은 이 노인밖에 없었다. 노인은 방계 족장의 대표였고, 모두가 따르는 가문의 어른이었다. 그가 없어지면, 다른 족장들이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었다. “슬퍼할 거 없어요. 언젠가 올 날이었고, 다행히 미리 알아 이렇게 준비도 할 수 있지 않습니까?”노인이 웃으며 앨리스를 달랬다. 그런 다음 다시 염구준에게 시선을 주며 말했다. “전주님, 가주님은 원래부터 당신 사람이었잖아요. 앞으로도 당신 사람일 테니, 나쁜 거래는 아닐 겁니다. 부디 끝까지 책임져 주세요.”노인이 간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생명의 마지막 끝까지 오직 엘 가문만 생각하는 노인의 모습에 염구준의 마음도 움직였다. 그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전주님.”염구준이 동의하자

Latest chapter

  • 군신의 귀환   제2010화

    상황을 정리한 염구준은 계속 지켜봤다.개방의 이방주가 이면인을 보더니 사악하게 웃었다.“가주가 왔으니 우리 시비를 따져보자고. 오늘 아침에 그쪽 사람이 우리 애들을 때렸어. 그래서 치료비라도 챙기려고 왔는데 이게 과분한 처사 아니지?”수백 명이 되는 개방 무리가 돈을 갈취하기 위해 온 것이다.“누가 누굴 때렸어?”이면인이 나지막하게 물었다.“몰라. 때렸으니 치료비를 줘.”이방주가 어깨를 으쓱하며 억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돈을 뜯어내겠다는 뜻이다.이런 일은 너무 익숙하니 처음 있는 일도 아니었다.퍽!이면인은 말을 하지 않고 손에 들었던 가방을 던져주면서 물러났다.“이 돈이면 충분해?”“부족해. 여기 땅을 줘.”이방주는 쳐다보지 않고 낡은 별장 구역을 가리켰다.가방에 고작 몇 백만원밖에 들어있지 않지만 땅은 가치가 어마어마했다.“그건 안 된다. 여기는 우리 집이란 말이다.”이면인은 궁지에 몰리자 더는 양보하지 않았다.뒤에 있던 가족들이 분노로 가득차서 씩씩거렸다.용하에서 쫓겨나 이곳까지 왔는데 땅을 내준다면 또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했다.“그렇다면 상의할 필요도 없겠네.”이방주가 손을 흔들자 부하들이 우르르 쓸어서 진씨 가문을 공격했다.이 부지를 무조건 손에 넣어야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죽기 살기로 싸우자!”이면인도 악을 쓰면서 기운을 발사했다.전신 경지였다.“진씨 가문이 정말 몰락했네.”멀리서 지켜보던 염구준이 혀를 찼다.은세가문에서 아무리 약해도 반보천인 가주가 있어야 가문을 유지할 수 있었다.가문이란 그랬다.일어서면 몰락하는 흥망성쇠를 반복해서 겪었다.천 년을 이어온 가문들은 대부분 기반이 든든하기 때문이다.싸움이 시작되자마자 벌써 한쪽 실력이 기울어졌다.진씨 가문은 개방의 상대가 아니었다.가장 실력이 있는 이면인이 같은 경지인 개방의 이방주에게 눌려서 얻어맞고 있었다.망기술은 독특한 술법이지만 싸움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이렇게 내버려두다가 이면인이 곧 죽을 것 같았다.하지만 염구준은 아

  • 군신의 귀환   제2009화

    “사람 찾는 건 일도 아닙니다. 용하 화폐로 200만 원입니다.”귀울진은 용하와 접해 있기에 용하 화폐를 사용했다.“용하에서 건너온 진씨 가문을 찾아주세요. 돈은 얼마든지 드릴게요.”염구준이 통쾌하게 대답했다.지금은 사람을 찾는 것이 중요하니 돈은 얼마를 써도 상관없었다.“은세가문인가?”이면인의 안색이 굳어졌다.그 표정을 보니 진씨 가문의 소재를 아는 것 같았다.염구준이 그것을 눈치챘다.“알고 있으면 말씀하세요. 아니면 우려하는 거라도 있습니까?”“진씨 가문에서 돈을 주면서 그들의 정보를 말하지 말라고 했거든요.”이면인이 간사한 웃음을 지으며 염구준의 눈치를 살폈다.“그럼 얼마나 원합니까?”염구준은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았다.“1000만 원이요.”이면인은 열 손가락을 내밀며 말했다.“그렇게 많지 않아요. 갖고 온 돈은 전부 여기 있어요. 말하기 싫으면 그만두죠.”염구준은 가방을 앞으로 던져버렸다.그 말에 이면인은 가방을 들어 대충 훑어보았다.적어도 몇 백만 원은 들어 있는 것 같았다.“두 블록 가면 진씨네 국수집이 있는데 거기가 주둔지예요.”“거짓말은 아니겠죠?”염구준이 한마디 더 했다.“절대 거짓말이 아니에요. 제가 이 바닥에서 신용을 잘 지킨다고 소문이 났어요.”이면인은 가방을 챙기고 싱글벙글 웃더니 엄숙하게 대답했다.이 돈이면 3년을 문을 닫아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었다.“알았어요. 돈은 받으세요.”염구준은 돌아서 잡화점에서 나갔다.10분 뒤, 이면인은 도둑처럼 가방을 들고 잡화점을 나오더니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빠르게 한 방향으로 달려갔다.이 사람 역시 문제가 있었다.염구준은 숨어서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입꼬리를 올렸다.이렇게 쉽게 돈을 떼먹다니, 세상에 그렇게 좋은 일은 없다.옆에 진씨네 국수집은 이미 오기 전에 들러서 알고 있었다.모두 평범한 사람으로서 진씨 가문이 누군지조차 몰랐다.“마을 호텔에서 기다리세요. 처리하고 찾으러 갈게요.”염구준은 호주머니에 손을 넣더니

  • 군신의 귀환   제2008화

    귀울진은 외진 곳에 있는 마을이라 현지 정부에서 아예 관리하지 않아 자치 행정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그래서 죄를 지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피난하기 좋았다.점점 많은 범죄자들이 몰려들어 귀울진을 발전시킨 덕분에 마을 규모는 중등 도시 못지 않았다.하지만 법이 존재하지 않아 치안이 엉망이었다.“젊은이, 이곳에 별의별 놈들이 살아서 아주 위험한 곳이야. 백가, 개방, 목숨파를 조심해.”“네.”염구준은 고개를 끄덕일 뿐,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진씨 가문도 은세가문인데 어떻게 이곳으로 쫓겨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한 가지 가능성은 진씨 가문에서 몰래 잠복해 있다면 찾기가 더 어려워진다.그는 과일 가게를 지나갈 때 걸음을 멈추고 물었다.“사장님, 여쭤볼 게 있는데요.”“과일을 안 사면 아무것도 묻지 마.”사장님은 염구준을 쳐다보지도 않고 시큰둥하게 말했다.어쩔 수 없이 돈을 써야 했다.지폐 한 장을 건넸더니 사장님은 금세 미소를 지으며 공손하게 말했다.“손님, 저는 이 지역에서 유명한 소식통이에요.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얼마든지 물어보세요.”“진씨 가문이 어디에 있는지 아세요?”염구준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몰라요. 하지만 저기 구두가게 사장이 진씨입니다.”과일 가게 사장은 솔직하게 말했지만 쓸모 있는 정보는 하나도 없었다.“알겠습니다.”염구준은 머리가 아팠다.이곳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돈만 밝히고 허풍만 떨어서 믿을 만한 사람이 없었다.전에도 몇몇 사람에게 물었지만 모두 돈만 받고 아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그에 비하면 안내자 노인은 성실한 편이었다.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고대영이 조사한 정보가 이것밖에 안 되니까.진씨 가문이 귀울진에만 있다는 것만 알아내서 나머지는 염구준이 발품을 팔아야 했다.그때 노인이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젊은이, 내가 귀울진의 정보왕을 알고 있는데 원하는 가격이 너무 사악하고 별로 좋은 사람은 아니야.”만약 염구준이 빨리 처리한다면 다른 일에 연루되지 않고 빨리 돌아갈 수 있다.귀울진

  • 군신의 귀환   제2007화

    노인은 당황해하며 현금 몇 장을 더 놓았다.“전부 여기 두었어. 그러니까 보내줘.”오늘 변고가 생겨 톡톡히 손해를 보아 속으로 산적들에게 욕을 퍼부었다.하지만 산적은 고개를 가로 저으며 수레에 누운 염구준을 가리켰다.“저놈을 남기고 영감은 가면 돼. 소는 우리 형제들이 먹게 넘겨.”“안 돼. 우리도 소 덕에 먹고 사는데 넘기면 굶어 죽어.”노인은 애지중지하는 소를 끌고 되돌아가려고 했다.이 산적들은 강탈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피 말려 죽이려는 셈이다.예전에 길을 막던 산적들은 이 정도로 선을 넘지 않았다.그냥 돈만 조금 주면 알아서들 떠났다.만약 안내자를 전부 소멸하면 누구도 이 길을 지날 수 없고 그들은 산에서 굶어 죽어야 했다.“거기서. 죽고 싶어?”그들은 무기를 쳐들고 노인에게 돌진했다.우두머리는 손에 총까지 들고 있었다.‘젠장.’노인은 걸음을 멈추고 의기소침한 얼굴로 뒤를 힐끔 돌아보았다.오늘 여기서 도망치지 못하고 죽게 생겼다.“여기 개판이네. 벌건 대낮에 길을 막고 강탈하냐?”그때 염구준이 수레에서 내리며 바닥에 있는 자갈들을 발로 차서 뿌렸다.파팟!자갈은 빠른 속도로 튕겨 달려오는 무리들에게 하나씩 명중했다.그리고 핏방울을 튕기며 전부 바닥에 쓰러트렸다.순식간에 발생하여 상대방은 준비할 시간도 없이 전멸한 것이다.그래도 산적들은 죽어 마땅했다.“어르신, 뭐 하세요? 갑시다.”염구준은 얼떨떨해 서 있는 노인을 향해 소리쳤다.가는 길에 도운 것뿐이니 별일도 아니었다.“어, 그래.”그제야 노인은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끄덕였다.방금 일어난 일은 정말로 충격적이었다.바로 그때 노인이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조심해.”우두머리 산적이 죽지 않고 총을 들고 염구준을 향해 미친듯이 돌진하는 것이다.“개자식, 죽어라!”펑펑펑!산적은 방아쇠를 힘껏 당겨 총을 몇 발이나 쏘았다.노인은 너무 놀라 두 눈을 찔끔 감고 죽지 않기를 기도했다.그런데 모든 탄알을 사용했지만 염구준은 여전히 제 자리에 서 있었다

  • 군신의 귀환   제2006화

    “서커스단 일 때문이야?”손가을이 눈살을 찌푸렸다.청해에서 최고 여성 사업가 신분으로 며칠 전에 있었던 서커스단의 사건에 대해 꽤 많은 정보를 알고 있었다.“맞아. 서커스단과 연관이 있어. 제때에 처리하지 않으면 더 많은 사람들이 위험에 빠질 거야.”염구준이 인정했다.“그럼 빨리 다녀와. 난 희주를 지키면서 집에서 기다릴게.”손가을은 서운했지만 억지로 웃었다.남편이 하려는 일에 그만큼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아내로서 가정과 손씨 그룹을 지켜서 남편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지지나 다름없었다.하지만 다른 방면으로 말하면 아직 실력이 부족해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설명했다.“가을아, 넌 정말 최고야.”염구준은 다가가 아내를 와락 끌어안았다.손가을은 마음이 너그러워서 염구준은 항상 고마워하고 있었다.“다들 보고 있어. 집에 가서 안아줘.”손가을이 얼굴을 붉히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누가 보는데?”염구준이 뒤돌아보았더니 들어올 때 문을 닫지 않아서 직원들이 목을 길게 빼고 두 사람을 보고 있었다.다들 깨알 쏟아지는 장면을 보고 부러운 눈빛을 보냈다.“흠흠.”염구준이 헛기침을 하자 다들 아무것도 못 본 것처럼 눈길을 돌려버렸다.문을 닫는 습관을 길러야 할 것 같았다.염구준은 아내를 풀어주고 또 구경하러 몰려들까 봐 사무실 문을 닫으러 갔다.손가을은 이어서 업무를 보고 염구준은 옆에서 가끔 서류를 건네며 퇴근 시간까지 함께 있었다.부부는 학교에 들러 딸을 데리고 밖에서 저녁까지 먹고 집에 돌아왔다.이튿날 아침, 염구준은 미리 아침밥을 준비해 놓고 귀울진으로 향했다.빨리 처리하고 일찍 돌아올 생각이었다.용하와 접한 국경 도로에 소 수레 한 대가 여유 있게 가고 있다.수레에 앉은 사람이 바로 염구준이었다.귀울진은 외진 곳에 있어 도로는커녕 사람이 지날 수 있는 길조차 없었다.그는 안내원을 찾아 원시적인 교통 수단으로 이동하기로 했다.길에서 노인이 이곳의 풍습을 소개했다.하지만 진씨 가문을 들어본

  • 군신의 귀환   제2005화

    망기술의 역할을 알고 있는 염구준은 문제점을 말했다.“진씨 가문은 어디 있어? 거록이 혹시 거기에 있나?”고대영은 숨기지 않고 염구준의 질문에 바로 답했다.“진씨 가문은 해외로 쫓겨나서 국경에 있는 귀울진에 있어. 거록이 거기 있는지는 나도 몰라.”염구준은 용하의 은세가문이 왜 해외로 쫓겨났는지 알 수 없었다.이런 상황은 정말 흔치 않았다.“수고했어. 약속대로 내가 수고비는 보내줄게.”염구준이 예의를 갖추며 말했다.그가 원하는 정보는 이것밖에 없었다.“돈은 됐어. 우리 고씨 가문의 외가 가주 자리가…”고대영은 돈을 받는 대신 다른 말을 하려고 했는데 염구준이 끊어버렸다.“됐어. 이따가 계좌로 이체할게. 시간 되면 청해에 놀러와.”염구준은 상대방에게 말할 기회도 주지 않고 끊어버렸다.계속 통화를 했다면 고대영이 또 이 말을 꺼낼 게 뻔했다.“모두 같은 핏줄이니 네가 고씨 외가의 가주가 되어라.”비록 염구준의 생모 고유란이 고씨 외가의 가주였지만 지금 그와 관련이 없으니 이어받을 의무도 없었다.지금도 처리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많았다.염구준은 집으로 나가 주차장으로 갔다.손가을을 만나 자초지종을 말하고 귀울진에 갈 생각이었다.그런데 주자창에 갔을 때 살기를 느끼고 걸음을 멈추었다.“숨어 있지 말고 당장 나와.”아직 싸우기 전에 살기부터 흘리다니 정말 모자란 놈들이었다.스스슥!갑자기 나무 위, 관목 안, 하수도 뚜껑 아래서 그림자들이 뛰쳐나왔다.모두 복면을 써서 진짜 얼굴은 볼 수 없었다.“하, 실력이 제일 강한 놈이 정진왕자라니, 죽으러 왔어?”염구준이 그들을 훑어보았다.“거록 존주께서 말씀을 전달하라 하셨다. 청해에만 있어라. 밖으로 나가면 바로 죽는다!”일행은 먼저 협박 어린 말을 전달했다.“청해에서 나가겠다면 어떡할 건데?”염구준이 껄껄 웃으면서 되물었다.“그럼 죽인다!”한 사람이 싸늘하게 말하더니 일행이 동시에 염구준을 공격했다.아마도 그의 실력을 모르는 것 같았다.촤아악!염구준이 몸을 번쩍

  • 군신의 귀환   제2004화

    “필요 없어. 겁 먹고 외국에 도망친 너랑 달라. 정말 창피해. 우리 떠돌이 7인조의 명성에 먹칠했어. 염구준 따위가 감히 내 대업에 끼어들었으니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역시 자극을 받은 거록 존주는 흑풍을 경멸하면서 말했다.지금 흑풍은 그가 말한 것처럼 염구준이 무서워서 정면으로 맞서지 못했다.지난번 윤씨 가문에서 염구준과 맞붙었을 때 한 손을 잃어버려서 지금까지도 트라우마로 남았다.“넷째 형, 잘 생각해 봐. 그러다 훅 가는 수가 있어.”흑풍은 속으로 기뻤지만 겉으로 여전히 걱정하는 것처럼 말했다.“쓸데없는 소리 늘어놓지 마. 그보다 네가 준 사술법으로 천인 경지에 도달할 수 있냐?”지금 거록의 관심사는 염구준보다 사술법이었다.천인 경지는 꿈에서도 도달하고 싶은 것이라 매우 유혹적이었다.“물론이지. 심혈주를 만들어서 삼키면 바로 천인 경지에 도달할 수 있어.”흑풍은 더는 설득하지 않고 확실하게 대답했다.거록이 단호하게 나오니 오히려 안심이 되었다.“그렇다면 됐다. 내가 천인 경지를 돌파하면 너 대신 염구준 그놈을 죽여줄게.”거록은 자신있게 말했다.그 단계에 도달하는 순간, 그는 세상에서 최고 고수로 거듭나 누구도 막을 수 없게 될 것이다.“고마워, 형. 만약 기회가 된다면 염구준의 손에 있는 옥패 4개도 챙겨줘.”흑풍은 공수하며 인사를 올렸다.그의 목표는 지금도 옥패였으니 천인 경지에 도달하는 사술법에 관심이 없었다.어쩌면 다른 방법을 알기에 사술법을 사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걱정 마. 난 옥패에 관심이 없어. 만약 손에 넣으면 너한테 줄게.”거록도 승낙했다.옥패 8개에 심도 깊은 무학이 있어서 보물이라는 것은 다들 알지만 더 깊은 의미는 알지 못했다.“그럼 이만 끊을게.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해.”흑풍은 말을 끝내고 통화를 끊어버렸다.지금 그가 있는 곳은 어두운 지하였다.그곳에 허약한 몸의 사내가 견갑골을 입고 있었다.“젠장. 약속을 지키지 않았어. 사술법을 알려주면 날 풀어준다고 했잖아.”사내는

  • 군신의 귀환   제2003화

    염구준은 초상비 일행에게 철창에 갇힌 사람들을 구조해서 병원에 데려가라고 지시했다. 물론 치료비는 모두 그가 부담할 것이다.광대와 서커스단 관련자들은 경찰에 보내서 법으로 다스리도록 안배했다.서커스단의 동물들은 청해 동물원에 보내져서 적절하게 배치했다.그 바람에 동물원에서 땡잡았다.더는 허스키를 늑대라고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되고 사람이 호랑이로 분장할 필요도 없었다.모든 후사를 처리한 후, 염구준은 공연장에서 나와 모녀와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가서 스트레스를 풀었다.그날 저녁, 염구준에게 전화가 왔었다.“염구준 씨.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 서커스단은 원래 합법이었는데 단장이 살해된 후 나쁜 놈들이 그 자리를 대체하고 파렴치한 짓을 했더군요.”“이들 우두머리는 코브라라 부르고 거대한 조직의 일원으로서 유사한 패거리가 더 있는 걸로 추측합니다. 구제척인 것은 아직 자백받지 못했어요.”경찰 측에서 조사한 것을 모두 염구준에게 알려줬다.“알겠습니다. 수고 많으셨어요.”염구준이 대답했다.이 사람들을 어떻게 처리할지는 경찰에게 맡기면 되니 그가 나설 필요가 없었다.이어서 초상비에게서도 연락이 왔다.구출한 사람들이 모두 고비를 넘겼지만 치료비가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치료비는 염구준이 모두 낼 테니 이 일에 대한 모든 권한을 초상비에게 맡겨서 처리하게끔 안배했다.심혈을 뽑으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고 있었다.아무리 치료를 해도 수명이 최소한 10년은 줄어들 것이다.떠돌이 7인조에서 하는 짓들은 어느 하나 정당한 것이 없었다.이런 독종들은 반드시 제거해야 했다.염구준은 거록 존주의 소식을 얻지 못했지만 다른 방면으로 단서를 찾았다.망기술이라는 독특한 방법은 용하에서도 사용하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그는 은세가족의 윤대약, 고대영에게 연락해 단서를 찾아달라고 부탁했다.동시에 직접 얼음 인간 즉 봉유곡의 초상화를 그려 전신전에서 행방을 찾으라 지시했다.모든 일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거록 존주가 사람의 심혈을 뽑았던

  • 군신의 귀환   제2002화

    서커스단 공연은 염구준이 사라진 후로 잠시 중단되었다.손가을은 손씨 그룹에서 절반 넘는 경호원들을 불러 수색하기 시작했다.거기에 호찬, 초상비 등 고수들도 있고 신위무관의 원종과 정경림도 있었다.이 기세로 보아 은세가문과 전쟁을 치러도 충분할 것 같았다.용필은 신혼여행을 떠나서 연락하지 않았다.“당장 사람을 풀어줘!”손가을이 언성을 높이며 모처럼 화를 냈다.평소 그녀는 성격이 털털해서 어떤 일에 부딪쳐도 화를 내지 않았다.하지만 남편이 눈앞에서 사라졌으니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아무리 남편의 실력이 대단해도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여사님, 저희 계약서까지 작성했어요.”광대가 계약서를 내밀며 말했다.촤아악!“부끄럽지 않아서 이런 불법 계약서를 꺼내?”손가을은 빼앗아와서 바로 찢어버리고 바닥에 내팽개쳤다.오늘 염구준을 찾지 못한다면 무슨 말을 해도 듣지 않을 것이다.“근데 마술사가 사라져서 저희도 찾을 수 없어요.”광대가 어깨를 으쓱하며 마음대로 하라는 식으로 시큰둥하게 말했다.“땅을 파서라도 찾아내세요!”손가을이 뒤에 있는 경호원에게 지시했다.“아빠 예전처럼 사라지는 거예요?”깜짝 놀란 염희주가 울면서 물었다.지난 일은 어린 가슴속에 응어리가 되어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아팠다.이번 일로 인해 아마 평생 서커스단에 트라우마가 생길 것 같았다.“아니야. 아빠는 우리랑 숨박꼭질하는 거야.”손가을은 애써 웃으면서 딸을 진정시켰다.지시를 받은 손씨 그룹 경호원은 이미 굴착기까지 불러서 땅을 팔 기세였다.서커스 경호원들은 아무리 말려도 역부족이었다.관중들은 그 장면을 보고 혹시나 불똥이 튈까 봐 뿔뿔이 사라졌다.“가자. 대표님 화 나셨어. 보통 일이 아니야.”“손 대표님 사람이 얼마나 좋은데, 부디 남편을 찾길 바라.”“이제 보니 서커스가 문제 있네. 방금 무대에 나가지 않아서 다행이야.”떠들썩하던 관중석은 텅텅 비어서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펑!경호원이 굴착기를 작동해 땅을 파려고 할 때 굉장한 소리가 들리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