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과 발이 맞부딪히며 정면으로 충돌했다!두 사람의 주먹과 발을 중심으로, 육안으로 보이는 하얀 기류가 폭발하듯 퍼져나갔다. 마치 작은 폭발이 일으킨 충격파처럼, 그 파장은 사방으로 40~50미터나 확산되었다!덩덩덩...두 사람이 충돌한 후, 이장공은 중심을 잃고 연달아 일곱 걸음 뒤로 물러났다. 가슴 속 기운이 소용돌이치며 얼굴이 푸르스름해졌다가 다시 하얗게 변했다. 무려 열 번 정도 숨을 쉬고 나서야 호흡을 가다듬을 수 있었고 마침내 정상으로 돌아왔다.반면, 왕루는 단 세 걸음만 뒤로 물러났고, 곧바로 호흡을 조절하여 다섯 번 숨을 쉬지 않아도 본래 상태로 회복했다.두 사람의 정면 대결에서 이장공이 분명 열세에 놓였다!“좋아!”“왕루 정말 잘했다!”“역시 채곤규의 제자다워! 미래의 촉각문 문주답게 발차기가 예술이야!”“저 녀석 아까 그렇게 오만하더니, 만약 무도인으로서 친구를 사귀는 것이 아니었다면 방금 발차기로 저 녀석을 무대 아래로 차버릴 수도 있었을 거야!”“이장공이 졌다!”졌다는 것을, 무림의 고수들은 바로 알아차렸다. 속도와 힘, 그리고 인품과 풍도, 심지어 무대 아래 무림 고수들의 태도까지 포함하여...은거세가의 셋째 도련님, 이장공은 완전히 패배했다!“내가 졌다니...”이장공이 두 주먹을 꽉 쥐자, 팔에 전해지는 은은한 통증이 느껴졌다. 참을 수 없는 수치와 분노, 자신이 졌다는 것을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왜 졌지, 어떻게 질 수 있지?!’어떻게 이렇게 보잘것없는 작은 문파, 심지어 들어본 적도 없는 촉각문에게 질 수 있는가?!“왕루의 실력은 모두가 인정할 만해.”무대 가장자리에서 원종은 이장공의 굳은 표정을 보며 손을 들어 크게 외쳤다.“무도 대회의 첫 번째 승자는 촉각문의 왕루다!”“만약 누구든 왕루에게 도전하고 싶다면 언제든 무대로 올라가라. 모두가 지켜볼 것이다!”원종의 이 말로 인해, 결과는 이미 확정되었다. 왕루가 더욱 뛰어나며, 이장공은 완전히 탈락하여 신무옥패를 관찰할 자격을 잃었다!“인
태극권의 이무극......아미파의 제자 곽태풍......무당파의 수제자 장운천......이름 높은 무림의 걸출한 후배들이 연달아 도전했다. 비록 그들의 무도 실력은 눈에 띄었지만, 예외 없이 모두 왕루에게 패배했다!그 기술은 모두를 놀라게 했다!수많은 강자가 모인 이번 대회에서, 강 건너 불구경하는 염구준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무명의 촉각문 제자가 모든 영웅을 제치고 오늘의 우승자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더 이상 도전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서산응조문 큰형이 패배하자, 원종은 무대 아래 큰 충격을 받은 무림 인사들을 바라본 후 귀빈석에 있는 엽구주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오늘의 우승자는 이미 확정되었다!참가자는 많았지만, 유명한 무림 인사들을 제외한 젊은 무도인들은 이미 모두 도전에 나섰고, 다시 무지한 자가 도전한다고 해도 아무런 변수가 없을 것이다.그가 바로 촉각문의 유일한 제자인 왕루, 오늘 이 무도 대회에서 가장 눈부시게 빛났다.1분, 2분, 3분......10분이 지나도록 아무도 왕루에게 도전하지 못했고, 원종은 마침내 웃음을 띠며 다시 무대 중앙으로 올라섰다.“내가 선언하노니, 오늘 무도 대회의 최종 승자는...... 촉각문의 왕루다!”짝- 짝- 짝-온 회장이 박수갈채로 가득 찼다!무림의 자녀들은 기백이 넘쳐난다. 비록 승자가 자신이 아니더라도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물론 대부분은 부러움이었다.왜냐하면......이번 대회 규칙에 따라 최종 우승자는 세 개의 신무옥패를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염 선생님.”왕루는 무대에서 내려와 천천히 VIP석으로 걸어가 염구준에게 손을 모아 인사하며 눈을 반짝였다.“염 선생님께서 약속을 지켜 주시기 바랍니다. 신무옥패를 꺼내 보여주십시오!”이 말이 나오자, 주변의 무림 인사들이 속으로 깜짝 놀랐다!그들은 염구준의 진정한 실력을 모르지만, 세 개의 신무옥패를 가진 인물이 평범할 리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적어도 단전의 무성일 것이다!왕루는 비록
“염 선생님은 무도의 실력이 고도로 깊으시니 제 철없는 제자의 무례를 너그러이 봐주십시오.”채곤규는 손을 모아 염구준에게 사과하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왕륜을 보며 낮은 목소리로 나무랐다.“왕루, 어서 염 선생님께 사과드려라!”눈썹을 치켜세우던 왕루는 사부의 명을 어기지 않기 위해 염구준에게 약간 고개를 숙였다. 그러고는 담담하게 말했다.“사부님의 명령이니 따르지 않을 수 없지만, 제가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천하의 영웅은 많고,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도 많습니다. 염구준 선생님이 약속을 지키고 신무옥패를 정말 보여주실지 누가 알겠습니까?”“약속을 어기는 것은 모두의 비난을 받는 일입니다. 염구준 선생님, 왕루의 말이 틀린가요?”염구준은 웃었다.‘왕루... 흥미롭군!’“염구준은 말한 것은 반드시 지킵니다. 당신이 사용한 이 도발법은 나를 너무 과소평가했네요!”그는 손을 주머니에 넣어 세 개의 신무옥패를 꺼내어 왕루에게 던지며 가볍게 웃었다.“받아라!”휙!세 개의 신무옥패가 손에서 떨어져 나와, 그리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가볍게 왕루의 손에 떨어졌다.“감사합니다!”왕루는 마음속으로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옥패를 잡으려고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나 손가락이 닿기 직전, 옥패는 갑자기 강력한 기운을 폭발시켰다. 절정의 패왕인 왕루는 전혀 저항할 수 없었고, 20미터 이상 튕겨 나갔다.착지한 후 몇 걸음을 비틀거린던 그는 공중에 떠 있는 신무옥패를 바라보다 다시 미소를 짓고 있는 염구준를 보고는 얼굴이 붉어졌다.진정한 강자는 누구인가?염구준의 힘을 다루는 기술이 기가 막힐 정도로 정교하고 신묘해서 결코 패왕 따위가 상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염구준 선생님.”왕루는 다시 염구준 앞에 돌아와 몸을 깊이 숙이며, 아주 허심한 태도를 취했다.“인정합니다!”인정할 뿐만 아니라, 진심으로 존경한다!염구준이 손을 쓰기 전까지는 약간 우려했다. 무림 인사들이 많아 염구준이 신무옥패를 꺼내면 어떤 소인이 그것
그는 20대에 절정의 패왕 경지에 이르렀으니 당연히 매우 똑똑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무옥패의 비밀을 깨닫지 못했다.이것이 전설의 천하 무학 총강? 과연 범상치 않다!“아무래도...... 힘들겠군.”염구준는 왕루의 얼굴에 드리워진 그늘을 보며 마음속으로 고개를 저었다.이 무도 대회를 연 가장 큰 이유는 당연히 다른 신무옥패의 행방을 찾기 위한 것이었다.또한 무술을 널리 알리고, 용하국의 고대 무학을 다시 한번 발전시키며, 젊은 후배들을 격려하여 더 많은 무도인이 언론 매체 앞에서 두각을 나타내게 하기 위함이었다.그러나 지금까지 무도 대회가 거의 끝나갈 때까지 다른 신무옥패에 대한 어떠한 실마리도 잡지 못했다. 젊은 세대의 대표자인 왕루는 깨달음에 있어 다소 미흡함을 보였다.그렇다면......“여러분.”염구준는 왕루의 손에서 세 개의 신무옥패를 가볍게 다시 잡아들고, 주위를 둘러보며 담담하게 웃었다.“여러분이 멀리에서 여기까지 온 것은 아마도 신무옥패를 보기 위함이죠. 그렇다면, 어찌 이를 성사시키지 않겠습니까?”“무관에 특별히 옥패 전시 구역을 마련할 것입니다. 무림의 동료들이 관심이 있다면 언제든지 무관에 와서 관람하고 깨달음을 얻으십시오. 누구든 환영합니다!”염구준의 말이 끝나자마자, 온 회장은 즉시 소란스러워졌다!수많은 무림 인사들 중 무대에 오를 자격이 있는 사람은 불과 몇십 명에 불과했고, 신무옥패를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었던 사람은 오직 왕루뿐이었다!그런데 이렇게 관대하게 신무옥패를 공개 전시한다고?용하국 무림에 있어서 그 의미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분명 단기간 내에 전통 무술을 크게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염구준......”도전에서 패배한 이후로, 계속 사람들 사이에 서서 고상한 품격을 지닌 염구준를 바라보던 이장공의 눈빛이 점점 더욱 빛났다.이것이 진정한 강자의 풍모, 진정한 통솔자이며, 명성을 떨친 전신전주이다!그, 이장공은 도저히 미치지 못한다!“가문을 떠난 지 두 달이 넘었는데, 신무옥패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앨리스가 직접 이루어낸 것이었다!그런데도 엘 가문 내에서 그녀의 위치는 상위 세 명 안에도 들지 못했고, 오늘의 가문 회의에서는 말석에 자리할 수밖에 없었다!“최근, 봉황성에 격변이 일어났습니다. 먼저 청방이 몰락했고, 이어서 화련이 무너졌습니다. 이 모든 것이 손씨 그룹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다들 알고 있을 것입니다.”서른 살이 넘어 보이는 금발의 남자는 먼저 앨리스를 한번 흘겨본 후, 사람들을 둘러보며 천천히 말했다.“우리 엘 가문은 많은 이익을 얻었지만, 화련회가 유명무실해진 것도 사실입니다. 이 모든 것은 신셰그룹 덕분입니다.”“그리고 나의 사촌 동생 앨리스가 이런 민감한 시기에 손씨 그룹의 경호팀 부장, 염구준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습니다!”“앨리스, 내 말 맞지?”‘부적절한 관계? 앨리스와 염구준이?!’한순간, 모든 시선이 앨리스의 얼굴로 쏠렸다.앨리스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폴의 말이 사실인가?”엘 가문의 당대 족장이자 앨리스의 아버지인 반디엘은 앨리스의 창백한 얼굴을 바라보며 매우 무거운 목소리로 물었다.“너와 염구준이 무슨 사이냐? 너희가......”갑자기 그가 말을 멈췄다!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눈썹을 찡그린 미혼 앨리스는 얼굴에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입을 막고 구토하는 동작을 했다!임신, 임신한 것인가?!가족회의에서 모두가 깜짝 놀랐고, 특히 막말한 금발 남자, 앨리스의 사촌 폴은 숨길 수 없는 기쁨을 드러냈다.엘 가문은 비록 식구가 많았지만, 실제로 엘 가문의 후계자는 폴과 앨리스 두 중에서 이어받게 돼있다.다만, 앨리스가 여성이라 불리했고, 가문 내에서 그녀를 지지하는 자들이 폴에 비해 훨씬 적었다.자신의 지분을 늘리기 위해, 앨리스는 용하국으로 가서 오샤나지그룹을 세웠고 성과를 내어 가문의 지지를 얻으려 했다.그러나 누구도 예상치 못한 건 용하국에서 완전히 철수하게 되었고, 앨리스는 어쩔 수 없이 용하국 여정을 마무리 짓고 홀로 봉황성으로 돌
“내가 네 배 속 아이의 아버지를 모를 줄 알았어? 그가 바로 손씨 그룹의 대표 손가을의 남편, 염구준이잖아!”“네가 지난번 용하국에서 돌아온 이후, 계속 그와 연락하며 심지어 손을 잡고 화련회를 무너뜨렸어...... 앨리스, 이 일을 어떻게 설명할 거니?!”이 말에 엘 가문의 식구들은 웅성거렸다.최근 봉황성에서 염구준의 이름이 거론되면 모두가 공포에 떨었다.화련회가 무너진 후 엘 가문이 많은 이익을 얻었지만, 화련의 붕괴와 함께 엘 가문의 해외 무역도 큰 타격을 입었다.장기적으로 보면...... 손씨 그룹이 엘 가문의 미래를 끊어버린 셈이었다!“미래를 끊는 것은 부모를 죽이는 것과 같아.”폴은 앨리스를 차갑게 노려보며 점점 더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다른 남자의 아이라면, 우리 엘 가문은 너를 용서했을지도 모른다.”“그러나 네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이 바로 염구준의 침대로 기어오른 것이다!”망할!앨리스는 분노를 억누르며 얇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폴, 함부로 떠들지 마. 나와 염구준은 아무런 관계도 없어, 네가 생각하는 그런 더러운 관계가 절대 아니라고!”“임신도 아니야. 단지 몸이 좀 안 좋을 뿐이야...... 아빠, 먼저 가서 쉴게요.”말을 마친 앨리스는 폴의 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지지자들을 뒤로한채 자리를 떠나려 했다.“잠깐!”뒤에서 폴이 갑자기 비웃었다. 그는 주머니에서 십여 장의 사진을 꺼내 회의장 테이블 위에 던지며 비아냥거렸다.“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으려면, 이런 짓은 하지 말아야지!”“동생아, 이게 뭐지?”이것은......엘 가문의 모두가 테이블 위의 사진을 주시했고 점점 표정이 굳어졌다.사진은 앨리스와 염구준이 단둘이 약속을 잡은 날, 취한 그녀를 염구준이 식당에서 데리고 나가는 장면이었다. 사진은 꽤 먼 거리에서 찍힌 것으로, 몰래 찍은 것이 분명했다.그리고 마지막 사진은 앨리스가 혼자 봉황 호텔을 떠나는 모습이었고, 그것은 다음 날 아침이었다.즉......앨리스는 술에 취한
엘 가문에서 반디엘은 오랫동안 가주 자리를 지켰고, 그의 위엄을 감히 거스를 자는 없었다. 그러나 그의 유일한 약점은 그에게 앨리스라는 딸밖에 없다는 것이었다!아버지로서 그는 앨리스를 사랑하고 아끼는 것은 당연했다. 그녀가 어릴 때부터 가르치며, 언젠가 앨리스가 자신의 후계자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이제 앨리스가 염구준의 아이를 임신한 상태였고, 염구준은 하필이면 엘 가문의 적수이며 손가을의 남편이었다......만약 이 소식이 퍼진다면, 엘 가문의 명예는 완전히 망가질 것이다!“폴, 너는 거짓말로 헛소문을 퍼뜨리고 나를 모함하고 있어!”앨리스는 눈물을 흘리며 분노했다.“나와 염구준은 전혀 그런 남녀 관계가 아니야, 우리는......”말을 하다 만 앨리스는 다시 한번 토할 것 같은 동작을 했고, 그로 인해 혼전 임신 상태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었다!“하하하하!”폴은 크게 웃으며, 그의 얼굴에 비열함이 더해졌다.“모두 소경인 줄 알아? 임신 안 했다고? 차라리 귀신을 속여! 내가 다시 한번 말하는데 너는 이제 자격이 없어......”“그만!”폴이 말을 끝내기 전에, 반디엘이 책상을 치며 일어섰다!엘 가문의 가주이자 앨리스의 아버지인 그는 더 이상 분노를 억제할 수 없었다.“모두 입 다물어! 앨리스는 방으로 돌아가 반성하고 내가 허락하기 전까지 방에서 한 발자국도 나오지 마라!”홀은 조용해졌다.반디엘은 비록 나이가 들었지만, 그의 위엄은 여전히 막강했다. 가주가 분노하자, 홀은 즉시 조용해졌고, 폴도 그저 냉소를 짓고는 천천히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하지만 앨리스를 바라보는 그의 눈에는 여전히 조롱으로 가득했다.승부는 이미 갈렸다!비록 반디엘이 앨리스의 아버지라도 상황을 되돌릴 수 없었다. 앨리스를 지지하는 자는 원래 적었고, 이번에 큰 스캔들이 터지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그러면 폴은, 반드시 엘 가문의 다음 가주가 될 것이며,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것이다!“아버지......”반디엘을 바라보던 앨리
아이도 없는데 어떻게 낙태합니까, 아버지. 설마 제가 폴한테 연기하고 있다는 걸 모르시는 건가요?앨리스는 아랫배를 감싸고 얼굴에 모성애의 빛을 띠며 반디엘을 향해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때로는 침묵이 말보다 강하다.앨리스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반디엘은 딸의 뜻을 이미 이해했다. 목숨을 걸고서라도 배 속의 아이를 절대 낙태시키지 않겠다는 것이다.“너......”반디엘은 갑자기 손을 들어 딸의 따귀를 때리려 했으나, 결국 이을 악물며 억눌렀다.“너는 포기하지 않겠다는 거지? 좋아!”“그럼 내가 너를 포기하게 만들어주마. 나는 손씨 그룹을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만들 것이다!”말을 마친 그는 방문을 세게 닫고 나갔다.반디엘의 발소리가 완전히 사라지고......“사진 잘 찍었네.”앨리스는 아랫배에서 손을 떼고 휴대전화를 꺼내 전화번호부에 없는 번호로 전화를 걸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돈은 이미 계좌로 송금했어, 10억이고 한 푼도 빠짐없을 거야.”“기억해, 이 일은 너와 나만 아는 거야. 영원히 제삼자가 알아서는 안 돼...... 아니, 이 소식을 용하국에 퍼뜨려야 해. 모든 사람이 내가 염구준의 아이를 임신했다고 믿게 만들어야 하니까!”전화기 너머로 낮은 웃음소리가 들렸고 전화는 이내 끊어졌다.나이스!앨리스는 휴대폰을 치우고 창가로 걸어가 멀리 용하국 방향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임신은 거짓이지만, 사진은 진짜였다. 그녀는 일부러 사람을 시켜 몰래 찍게 하고, 그 사진을 폴에게 전달하게 했다.왜냐하면......염구준이 이 소식을 들으면, 사실을 밝히기 위해서든 자신이 퍼뜨린 소문에 책임을 묻기 위해서든 반드시 다시 봉황성에 올 것이다.오직 그의 힘을 빌려야만 자신이 폴을 이기고, 엘 가문의 최고 권력을 잡을 수 있다!앨리스의 예상대로, 소식은 곧 용하국에 전달되었다.충격적인 뉴스!청해의 무관의 왕, 염구준이 엘 가문의 아가씨를 임신시켰다니!갑작스러운 뉴스는 순식간에 용하국 상업계를 뒤흔들었다!오샤나지그룹은 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각 세력들은 세라와 관계가 좋았지만 지금은 그녀가 스텔라성과 엮여서 믿을 수가 없었다.베르가 말한 동맹도 결국은 이익을 기초로 하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었다.“염병할 놈!”베르는 염구준이 사라진 곳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에취!”한편, 바다의 동굴을 지나던 염구준이 재치기를 하더니 귓구멍을 파며 중얼거렸다.“또 어떤 놈이 뒤에서 나를 욕하는 거야?”그는 이미 수백 미터 안으로 들어가면서 동굴을 살펴보았다.오래전에 인공으로 만들어진 동굴로서 지하수도로 사용했거나 육지에서 지각이 변화하여 이곳에 가라앉을 가능성도 있었다.이제 동굴 내부에 완전히 적응되어서 속도를 낼 때가 되었다슝!위험도 없고 갈림길도 없으니 팔다리를 빨리 저으며 앞으로 전진했다.동굴 끝에 무엇이 있는지 참 기대가 되었다.그것이 고대 옥패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말이다.푸!가는 도중에 갑자기 장어 같은 바다 동물의 습격을 받았지만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았다.‘누가 있어.’얼마나 헤엄쳤는지 모르겠지만 눈앞에서 어두운 그림자가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염구준은 그 사람의 생사를 알 수 없어 한 줄기 검기를 발사했다.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것을 보고 죽은 사람이라 생각했다.가까이 다가가 보니 잠수복을 입은 시체는 부패되지도 않고 마치 자는 것처럼 보였다.그 옆에 커다란 가방이 있었는데, 열어보니 황금, 비취. 진주 등 값나가는 보물들이 잔뜩 들어 있었다.“진짜 보물이 있었네. 고대 옥패도 있을까?”그는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며 보물이 가득한 가방은 뒤로 한 채 계속 안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시체들이 점점 더 많이 나타났다.염구준은 궁금했다.왜 시체들이 하나 같이 상처도 입지 않고 평온한 표정으로 죽었는지 말이다.이상한 상황으로 하여금 점점 주변을 경계하게 만들었다.앞으로 더 나아갔을 때, 동굴은 사라지고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이곳이 바로 목적지인 것 같았다.그리고 내부를 살펴보려고 수십 발의 불꽃을 발사하던 염구준
찾겠다고 약속했던 보물이며 고대 옥패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그때 누군가 가슴이 벅차오르는 소식을 전했다.“절벽 위에 동굴이 있어요!”“여기에도 있어요. 불덩어리를 던졌는데 끝이 보이지 않아요!”“동굴에서 100그람되는 금덩어리를 발견했어요!”드디어 보물이 나타났다는 말에 다들 동료를 잃은 슬픔에서 금세 벗어났다.“일단 경거망동하지 말고 우리 대책부터 세웁시다.”중요한 순간에 베르가 나서서 대국을 주재하려 했다.염구준을 고립시키고는 각 세력들을 이용해 더 많은 것을 차지하려는 수작이었다.“부성주님,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합리적인 대안이라면 지시를 따를게요.”메노스가 환심을 사려고 스텔라성의 편에서 말했다.염구준의 실력이 너무 강해서 맞설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저들의 도움이 필요했다.나머지 가주들은 드디어 줄을 서야 하는 때가 온 것을 알고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줄을 서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선택 문제였다.만약 잘못 선택하면 아무런 이득은 보지 않고 끝없는 재앙만 맞이할 것이다.…그 외에 무술인들은 가주들이 중요한 일을 논의하는 것을 알고 조용히 대기하고 있었다.몇몇 사람들이 토론한 결과로 대다수 사람들의 생사를 결정할 것이다.“염 선생은 대책이 있습니까?”노신기가 긴장이 흐르는 분위기를 깨고 떠보듯 물었다.지금 염구준은 혼자서도 스텔라성를 상대하기 충분했다.다들 대답을 기다리고 있을 때 염구준이 한 동굴 입구에 서서 말했다.“상의할 게 뭐가 있어요? 보물이 보이면 능력에 따라서 챙기면 되죠. 실력이 있으면 많이 챙기고 없으면 바닷물이나 마시다 가면 되죠.”그 말 뜻은 물질적이지만 현실적이기도 했다.지금 각 세력들이 꿍꿍이를 세우고 있으니 아무리 상의를 해도 진심이 아닐 것이다.어차피 나중에 사이가 틀어질 텐데, 지금 이 자리에서 분명하게 말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염구준의 말을 들은 베르는 각 세력들의 마음이 돌아설까 봐 바로 안색이 어두워졌다.“염구준, 지금 분열을 일으키는 거야? 절대 용납할 수 없어.
어떤 무술인들은 적대 관계이고 위에서 아무런 태도도 드러내지 않았지만 감사의 눈길을 보냈다.베르 일행은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은 것처럼 침묵하고 있으니 염구준을 칭찬하는 것은 더 불가능했다.“이곳은 위험해서 항상 조심하세요. 그렇다고 매번 도와줄 수 없어요.”염구준은 무덤덤하게 말했다.어차피 이번만 도와줄 거라 뻔뻔하게 구는 사람이 있어도 마음에 두지 않았다.그때 통신기에서 당황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저기 모래벌레 무리가 오고 있어요!”그 말에 다들 다시 안절부절했다.염구준이 재빨리 통신기에 대고 모두를 진정시켰다.“당황하지 마세요. 대부분 바닥으로 들어가고 몇 마리만 뒤를 따라왔을 겁니다.”땅으로 돌아가지 않은 모래벌레들은 전부 그의 검에 잘렸기 때문이었다.다들 안심하고 싸울 준비를 할 때, 꽃무늬 셔츠를 입은 젊은이가 공을 들고 앞에 나섰다.이곳까지 오면서 나약한 실력 때문에 항상 타인의 보호를 받았는데, 왜 이제야 나서는지 다들 알지 못했다.“썩을 놈의 벌레야! 첨단 과학기술의 위력을 보여 줄게!”젊은이가 건방지게 말하며 손에 든 공을 힘껏 던져버렸다.“안 돼!”메노스가 나서서 말렸지만 공을 이미 던져서 늦어버렸다.갑작스러운 행동에 다들 무슨 영문인지 몰랐다.“방어!”염구준이 고함을 지르며 기운으로 호체 기운을 끌어냈다.반보천인인 염구준마저 긴장하게 만들다니, 모두 젊은이가 던진 공은 틀림없이 대단한 물건이라고 생각했다.펑!공이 수십 미터 떨어진 곳으로 흘러서 올라간 순간,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하면서 마침 달려오는 모래벌레들을 순식간에 폭발시켰다.물속에서도 이 정도로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다니, 보기만 해도 감탄이 흘렀다.“악!”그런데 에너지가 빠른 속도로 물속에서 퍼지더니 사람들의 몸에 부딪치며 오장육부에 침투되었다.순식간에 거대한 생물체를 몇 마리나 제거했으니 사람에 미치는 영향도 치명적이었다.실력이 약한 무술인들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바로 죽었다.퍽!가장 먼저 공격받은 젊은이는 충격에 한참이나
“알겠습니다.”“네.”두 사람은 대답하자마자 각자 맡은 20명이 넘는 부하들을 이끌고 심해 모래벌레가 드문 변두리 지역으로 향했다.실력이 뛰어난 무술인 두 명이 앞장서서 길을 터주고 있으니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가장 중요한 것은 이로서 부하들의 사기가 다시 돌아왔다는 것이다.그 장면을 본 남은 세력들도 벗어날 방법을 생각했는지 부하들에게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살고 싶으면 빨리 천기문의 뒤를 따라가!”지금 염구준이 뒤를 맡고 있었기에 그들도 벗어나기 훨씬 수월했다.베르가 떠날 때는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염구준의 뒤를 노려보면서 저렇게 싸우다 콱 죽으라고 저주까지 했다.결국은 살려고 바삐 피신하느라 누구도 염구준을 도와주지 않았다.혼자 남은 그는 결국 심해의 모래벌레에게 포위되었다.“에휴, 저럴 줄 알았어. 그동안 도와준 걸 봐서라도 우리도 도와줍시다.”염구준은 자신이 한 결정에 후회하지 않고 계속 검을 휘둘러 벌레를 살해했다.각 세력의 무술인들이 이미 멀리 떨어졌으니 지금은 이 무리를 뚫고 나가야 했다.촤아악!순식간에 수많은 검기가 주변에 발사하며 바다 밑을 들쑤시는 바람에 모래와 진흙이 시야를 가렸다.어렴풋이 보이는 것은 덩치가 큰 물체들이 하나둘씩 쓰러지는 것이었다.아무리 바다가 모래벌레의 구역이라 해도 염구준의 검을 막지 못했다.검망이 닿는 곳은 그들 시체로 널렸다.염구준이 뛰쳐나오려고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을 때 도망친 각 세력들은 균열 변두리에서 편하게 쉬고 있었다.“염 선생이 우리를 위해 혼자 희생하는데 우리도 소수 정예병을 조직해서 도와줍시다!”그레이가 통신기에 대호 한마디 제안했다.흔쾌히 나설 사람은 없겠지만 일단 말은 해봐야 알 수 있으니까.“하, 대단한 것처럼 건방지게 굴더니, 저런 놈은 죽어도 싸.”“그러게요. 저 악마의 생사는 우리랑 상관없어요.”베르와 세라가 시큰둥하게 자신들의 태도를 표명했다.“당신들…”그레이가 나서서 비판하려고 할 때 그들과 싸워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더는 말을 잇지 않
염구준이 수압의 영향을 받지 않고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보고 베르는 당황했다.이제 손에 무기도 없어서 어떻게 막아야 할지 막막했다.“멈춰!”“당장 공격을 멈춰!”“부성주님, 조심하세요!”그 장면을 보던 반보천인 세 명은 막을 겨를도 없이 소리를 질렀다.바로 그때, 이상한 기운을 감지한 염구준은 공격을 멈추고 지하를 내려다보았다.푸!두 사람 사이에 있는 두터운 진흙 속에서 갑자기 무엇인가 모래를 사방에 뿌리면서 올라오는 것이었다.염구준이 재빨리 진흙의 가운데를 잘라버리자 생물체가 죽었는지 바닥에 툭 하고 떨어졌다.마침 검기도 기운을 소진하여 공격을 멈추고 돌아서서 살펴보았다.“젠장, 그냥 지하에 처박혀 있을 것이지, 뭐 하러 죽으러 나왔어?”염구준이 불청객에게 짜증을 부렸다.만약 생물체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이 검에 죽을 사람은 베르였다.진흙과 모래가 가라앉자 다들 생물의 정체를 주시했다.굵기가 2미터나 되고 꼭대기에 날카로운 이빨이 수두룩하게 생긴 심해의 모래벌레였다.이 벌레는 성체가 되면 길이가 30미터에 달하고 풍부한 광물을 함유한 화산암을 먹고 살기에 이 구역에서 텃세가 특히 강했다.그리고 공격성은 형태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방어해! 이것들이 떼로 공격할 거야!”염구준은 통신기에 주의를 주고 잠시 베르를 살해하는 것을 뒤로 미루기로 했다.위험한 상황에 닥쳤으니 자기들끼리 싸운다면 사기를 떨어트리기 때문이었다.푸푸!말이 채 끝나기 전에 수많은 모래벌레들이 땅속에서 나와 무차별한 공격을 퍼부었다.일반 무술인이 한 입에 먹힌다면 바로 두 동강이 났다.반보천인 무술인들은 잠수 장비가 망가지면 심해의 수압을 견뎌야 하기에 역시 방심할 수 없었다.그러니 아무도 죽음을 무릅쓰고 공격하지 않았다.심해 모래벌레들이 신출귀몰하며 공격하자, 다들 혼란에 빠져 허둥지둥했다.그들에 비해 염구준은 다가오는 놈들을 가볍게 잘라냈다.이 벌레들은 사납지 않은데 갑자기 땅속에서 튀어나올 때 당황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염구준은 감지
싸움은 잠시 한 단락 끝났다.베르가 씩씩거리며 통신기에 대고 고막이 터질 듯 소리를 질렀다. “염구준, 왜 우릴 도와주지 않아?!”“당신들도 날 도와주지 않았잖아요.”염구준은 어처구니없는 가스라이팅을 무시하고 반문했다.베르는 이런 말로서 염구준을 각 세력의 반대편에 세워 고립시키려는 수작이었다.이제 막 대군을 지휘할 수 있는 임시 사령관을 담당하게 되었으니 위세를 떨칠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웃기지 마. 우리는 반보천인 무술인이라 다른 무술인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어. 그런데 넌 한심하게 지켜만 보고 있었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아?”베르는 정의로운 척 그의 영혼까지 고문하며 계속 나무랐다.눈치가 없는 무술인들은 정말 베르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하하하. 방금 수십 명이 넘게 살려달라고 비명을 질렀는데도 당신은 구하러 가지 않고 도망가느라 바쁘던데요? 그 말을 하고도 양심에 찔리지 않습니까?”염구준은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이기적인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이래라저래라 간섭하는지,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또 염구준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이렇게 분석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말에 휘둘리기 십상이었다.“흥, 따박따박 말대꾸는. 누가 너 같은 놈을 낳았는지 그 어미가 궁금하다.”베르는 솔선수범하지 않으면서 말로도 밀리게 되자 인신공격을 하기 시작했다.“죽고 싶어?”그러자 염구준이 버럭 화를 내며 베르에게 검을 겨주었다.상대방이 시비를 건다면 원하는 대로 한바탕 싸워줄 기세였다.“내가 무서워할 줄 알아?”베르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커다란 방패를 들고 맞섰다.이번 행차에 스텔라성에서 실력이 있는 반보천인 네 명을 파견했기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다.쿵!염구준의 검이 방패에 닿은 순간 둔탁한 소리가 나며 베르가 뒤로 몇 발치 물러갔다.“물에서 방패를 쓰다니, 죽으려고 작정했군.”물속에서 방패의 부력이 커서 오히려 싸움에 방해가 되었다.그는 계속 검으로 공격하며 가볍게 제압했고, 뒤로
그 생물의 정체는 대왕 오징어였다.이 생물은 빛을 두려워해서 항상 심연에 숨어 있기에 과학자들은 파도에 밀려온 시체들만 주워서 연구했었다.대왕 오징어는 가장 긴 것은 40미터 이상에 달했다.염구준은 지금 상황을 보고 속으로 탄성이 흘러나왔다.“젠장, 오징어 소굴을 건드렸나?”심지어 그중에서 덩치가 큰 오징어는 전신 경지에 도달했다.마침 수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와서 다행이지, 염구준이 혼자 싸운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염 선생님, 이제 어떡해요?”통신기에서 초조한 노신기의 목소리가 들렸다.그 말 뜻은 그가 나서서 천기문의 부하들을 지켜달라는 의미였다.솔직히 그들 실력으로 이렇게 많은 대왕 오징어를 상대하기 버거웠다.“살아남아서 바다 밑 끝까지 오세요.”염구준은 한마디만 남기고 검을 휘두르며 계속 아래로 내려갔다.지금은 사방이 어두워서 대체 누가 누구인지 구분하는 것조차 어려웠고, 모두 자원해서 온 거라 그들을 책임질 의무가 없었다.“다들 최선을 다해 바다 밑으로 내려가자!”노신기는 목숨을 걸 각오로 모두에게 용기를 북돋아주었다.순식간에 각 세력은 대왕 오징어와 무차별적인 싸움을 벌였다.하지만 캄캄한 물속은 대왕 오징어들에게 유리한 곳이라 인간들은 1대1 싸움에서 얼마 버티지 못하고 참담한 희생을 치러야 했다.위기가 닥치자 베르가 긴급 공공 통신 채널을 열고 이런 제안을 했다.“이러다 다 죽습니다. 우리 모두 협력하여 살길을 열어야 합니다. 바다 밑에 도착하면 지금처럼 힘들지 않을 겁니다.”솔직히 베르도 염구준처럼 대놓고 아래로 내려가고 싶었지만 그런 실력이 되지 못했다.“찬성합니다.”“협공합시다!”각자 싸우다가 자칫하면 전멸할 수 있으니 다른 세력들도 이 제안에 동의했다.“반보천인이 앞장서고 전신 경지, 전신지상 무술인이 그 다음, 나머지는 뒤를 따라갑니다!”베르는 정예병을 살리고 나머지는 죽든 살든 상관하지 않을 생각으로 배치하기 시작했다.“공격합시다!”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다른 사람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모두가 슬픔과 공포에 빠져 있을 때 염구준이 두터운 잠수복을 입고 바닷속으로 들어갔다.간밤에 가볍게 생물을 절단하면서 그의 단전은 이미 기운으로 꽉 찼다.“염 선생이 바다에 들어갔어요.”모든 사람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고 있으니 작은 동작이라도 이내 알아챘다.그가 갑작스럽게 뛰어드는 바람에 노신기 일행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대체 왜 저러는 거야?”“내가 앞장 설게요. 촉각이 있는 생물일 뿐, 두렵지 않습니다.”일부 반보천인은 더는 기다리지 못하고 서둘러 잠수복을 입고 바다에 뛰어들었다.염구준의 손에 완벽한 해도가 있으니 그가 정보를 어느 정도 장악하고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그래서 먼저 보물을 찾아낼까 봐 조바심이 났던 것이다.어떤 사람들은 말로는 보물을 찾으러 왔다고 하지만 솔직히 고대 옥패를 노리고 왔다.일단 옥패에 있는 무공을 연마하면 자신의 실력을 제고할 수 있으니 나중에 재물을 손에 넣어도 늦지 않거니와 그때는 더 쉬울 거라 생각했다.염구준은 바다 밑에 있는 균열을 향해 가다가 가끔씩 방향을 조절했다.아직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니 가장 힘이 덜 드는 방법을 사용했다.깊은 곳으로 들어갈수록 물고기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고 점점 어두워져 앞이 보이지 않았다.염구준은 길이가 석 자가 되는 청봉을 잡고는 언제든 적을 무찌를 준비를 했다.방금 잘린 촉각의 길이를 볼 때, 본체에 비해 너무 짧아서 치명상을 입히지 못했다.만약 덩치가 어마어마한 팔조괴물이라면 아직도 어두운 곳에 숨어 있는 게 틀림없다.촤아아! 촤아아!그때 물살이 바뀌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더니 수백 개의 검은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었다.각 세력의 정예병이 움직인 것이다.어떤 무술인은 일정한 거리에 도착한 후 빠르지도 늦지도 않는 속도로 염구준의 뒤를 따랐다.그가 앞장서서 길을 터달라는 뜻이었다.염구준은 그들을 신경 쓰지 않고 아래 균열이 빨아들이는 대로 끌려갔다.‘얼마든지 따라와 봐.’지금 상황으로 말하자면 누가 누구의 총받이가 될지
선박 위의 사람들이 절박하게 울부짖었지만 아무도 응답하지 않자 각 세력들이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했다.분위기를 보아 곧 위험이 닥칠 것 같았다.촤아아악!“엄청난 것이 몰려오고 있어! 빨리 위로 올라가!”나중에 물에 들어간 무술인들이 제일 먼저 해수면으로 올라와 보고했다.이어서 대다수 무술인들은 통신기에 비명소리만 남기고 사라졌다.각 세력이 어쩔 바를 몰라 혼란에 빠졌을 때, 노신기는 염구준의 옆얼굴을 보며 속으로 감탄했다.그의 말이 옳았다.“다들 맞서서 싸웁시다!”염구준은 어마어마한 기운이 몰려오는 것을 감지하고 우렁차게 소리쳤다.그게 무엇이든 이미 상대방을 건드린 이상 맞서서 싸워야 했다.정신을 차린 각 세력들은 갑자기 조상들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떠올라,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무기를 집어 들었다.촤아아!다시 몇몇 사람이 수면위로 올라오더니 놀라운 속도로 선박을 행해 헤엄쳤다.“저게 다 뭐야?”누군가 겁에 질려 비명소리를 질렀다.“나도 몰… 악!”같이 헤엄치던 일행이 말하다 바다 밑에 있는 물건에 잡혀 끌려가고 말았다.그리고 밧줄처럼 생긴 것들이 수면 위로 올라와 선박에 있는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악!”“살려줘!”순식간에 비명소리와 경악 소리가 섞여서 현장이 아수라장이 되었다.정체를 알 수 없는 생물체에 다들 지레 겁을 먹었다.윙!그때 누군가 열 줄기 검기를 발사해 밧줄처럼 생긴 생물을 잘라버렸다.“저건 또 뭐야? 엄청 단단하네.”제일 처음으로 공격한 사람은 역시 염구준이었다.“끼익!”바다 밑에서 공격을 당한 생물은 날카로운 이명소리를 내며 위로 올라왔다.생각보다 쉽게 잘리자 각 세력들은 용기를 내서 공격을 퍼부었다.“별거 아니네. 단번에 잘려지잖아.”자신감이 생긴 그들은 필사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본래 각 세력의 실력으로 쉽게 생물을 잘라낼 수 있는데, 이 생물이 모두가 혼란에 빠진 틈을 이용해 습격할까 봐 진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물론 염구준도 모든 사람을 책임질 의무가 없으니 주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