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몇 분도 안 돼서 서남 무도 연맹 4대 문파가 전부 윤구주에게 살해당했다.여기저기 널린 시체들을 본 백화궁의 여자들은 아름다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구주야, 이것 봐, 고씨 일가의 그 제멋대로인 셋째 아가씨가 이미 널 노리고 있어.”이때 연규비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윤구주는 덤덤히 웃었다.“괜찮아. 안 그래도 기분이 꿀꿀해서 마침 화풀이 상대가 필요했는데 고씨 일가의 그 아가씨부터 손봐야겠어.”...서남빌딩.흰 다리를 내놓는 드레스를 입은 고씨 일가 셋째 딸은 홀에서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그녀는 무도 연맹 네 개의 문파에서 연락이 오기를 기다렸다.고씨 일가에서 가장 오만한 셋째 딸인 고시연은 금수저였다.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이기적이고 제멋대로였고 고씨 일가 어르신은 그녀를 가장 아꼈었다.그래서 무도 연맹이든 고씨 일가든 다 그녀를 두려워했다.그런데 이번에 이곳에 와서 거만이 극에 달하는 그녀가 윤구주 때문에 무릎을 꿇을 줄 누가 알았을까?윤구주를 떠올린 고시연은 화가 나서 이가 갈렸다.“제기랄, 너는 내가 꼭 내 두 손으로 죽일 거야!”그렇게 화를 내며 말하던 고시연은 시선을 들어 매섭게 말했다.“정훈 아저씨, 4대 문파 간 지 꽤 됐는데 설마 아직도 소식이 없는 거예요?”“아가씨, 아직은 소식이 없습니다.”옆에 서 있던 다른 노인이 말했다.“쓸모없는 놈들. 역시 다들 쓸모없어!”고시연이 참지 못하고 말했다.바로 이때 밖의 복도에서 갑자기 앓는 소리가 들려왔다.그 소리를 듣는 순간 고시연의 안색이 달라졌다.“무슨 소리지?”옆에 있던 두 명의 종사 경지의 노인도 그 소리를 들었다. 정훈이 먼저 말했다.“제가 나가보겠습니다!”그가 입구 쪽으로 가자마자 폭발음이 들려오면서 거대한 문이 부서졌고, 곧 거인이 한 명 나타났다. 거인은 피 칠갑이 된 시체를 한 구 들고 고씨 일가 사람들 앞에 나타났다.그 거인은 동산이었다.그 시괴는 윤구주를 따라다닌 뒤부터 윤구주 곁의 가장 충
고시연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정말 미안하지만 이미 다 내 손에 죽었어.”윤구주는 그대로 다가가서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뭐라고?’“4대 문파 사람들을... 전부 죽였다고요?”그 말을 들은 고시연은 깜짝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그래! 그들이 죽음을 자초하는 데 내가 뭘 어쩌겠어?”윤구주는 그렇게 말한 뒤 시선을 들어 고시연을 바라보았다.“이젠 네 차례야.”그 말을 들은 고시연은 저도 모르게 등골이 오싹했다. 그녀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윤구주를 바라보며 말했다.“뭐, 뭘 하려는 거예요?”윤구주는 고개를 들어 눈앞의 고시연을 바라보았다.“뭘 하려는 거냐고? 맞춰 봐.”윤구주가 가까워지자 고시연은 겁을 먹고 뒤로 물러나면서 말했다.“감히 날 건드리려는 건 아니겠죠? 난 고씨 일가 셋째 딸이에요. 우리 할아버지는 무도 연맹 맹주고요! 감히 내게 손을 댄다면 우리 고씨 일가에서 천 배 만 배로 되갚아줄 거예요!”“그래? 하지만 안타깝게도 오늘 네 할아버지가 온다고 해도 넌 죽어야 해!”윤구주는 그렇게 말하면서 고시연에게 다가갔다.윤구주가 자신을 향해 다가오자 두 사람이 갑자기 윤구주의 앞을 막아섰다.그 두 사람은 고시연 곁의 두 명의 종사 경지의 노인이었다.“부디 저희 셋째 아가씨를 용서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앞으로는 절대 당신에게 시비를 걸지 않을 거라고 맹세할게요.”“오늘 저희 남릉 고씨 일가의 체면을 봐서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윤구주의 공격에 다쳤었던 무도 노인은 눈앞의 윤구주가 두려워서 그에게 용서를 빌었다.그러나 윤구주는 덤덤히 말했다.“이제 와서 용서를 구하는 건 너무 늦었어요.”“설마 정말로 저희 고씨 일가를 적으로 돌리시려고요? 저희 어르신께서는 셋째 아가씨를 제일 아낍니다. 만약 셋째 아가씨가 잘못된다면 어떻게 될지, 결과를 생각해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다른 노인이 서둘러 말했다.“결과? 그렇다면 당신들은 날 건드린 결과가 무엇인지 생각해 본 적이 있나요?”윤구주가 눈을 번뜩였
죽었다. 그것도 전부.자기를 지키던 두 명의 종사 경지의 노인이 다 윤구주에게 죽임을 당하자 도망치고 있던 고시연은 순간 겁을 먹고 바닥에 풀썩 주저앉았다.꽃 같던 얼굴이 지나친 두려움으로 인해 일그러졌다.그녀는 온몸을 떨면서 눈물을 뚝뚝 떨구었다.“이젠 네 차례야!”윤구주는 두 명의 노인을 죽인 뒤 드디어 고시연을 바라봤다.“죽이지 말아주세요... 제발 죽이지 말아주세요... 절 죽인다면 우리 할아버지가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서남 무도 연맹 전체가 당신을 죽이려고 들 거예요!”죽기 직전이 되자 고시연은 그제야 겁이 났다.그녀는 눈물을 흘리면서 윤구주에게 애원했다.그러나 윤구주는 이렇게 말했다.“내가 말했지. 오늘 네 할아버지가 이곳에 있다고 해도 넌 죽을 거라고.”“제발 부탁이에요. 절 죽이지 말아주세요. 제가 소가 되고 말이 될게요. 제발 부탁드려요...”고씨 일가의 셋째 딸인 그녀는 살기 위해서 윤구주의 발치에 무릎을 털썩 꿇었다.그러나 윤구주는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았다.아무리 고시연이 고씨 일가의 셋째 딸이고 뛰어난 외모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녀가 건드린 사람은 무려 윤구주였다.“이젠 네 차례야.”그렇게 말한 뒤 윤구주는 손을 들어 고씨 일가 셋째 딸인 고시연을 죽이려고 준비했다.그런데 윤구주의 손가락이 고시연에게 가까이 다가갈 때쯤 익숙한 한기가 그녀의 가슴 쪽에서 퍼져나갔다.뼈가 시릴 정도의 엄청난 한기였다.그 한기를 느낀 순간 윤구주의 눈동자가 반짝였다.“엄청난 한기네. 이 정도 기운이면 천년초랑 비슷한데?”윤구주는 문씨 일가의 기린화독에 당한 뒤로 언제나 체내의 화독을 제거하여 자신의 가장 강했던 상태로 돌아가길 원했다. 그리고 그로써 소채은 체내의 고독을 치료하고 싶었다.그러나 지금까지 윤구주에게는 천년 빙설화 하나뿐이었다.다른 두 개의 천년초는 지금까지 찾지 못했다.그런데 지금 갑자기 고시연의 몸에서 엄청난 한기가 느껴지자 윤구주는 놀랍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다.그 한기는 천년초
신분이 귀한 이유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그녀의 약혼자가 화진 4대 가문 중 하나인 남궁 세가 사람이었기 때문이다.그래서 윤구주가 옷을 벗으라고 하자 고시연은 윤구주가 자신에게 흑심을 품은 줄로 알았다.“저... 저한테 무슨 짓을 하려는 거예요?”고시연은 가슴을 가리면서 두려운 얼굴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쓸데없는 말은 하지 마. 벗으라면 벗어!”윤구주는 그녀에게 설명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고시연은 더 말할 수 없었다.윤구주는 사람을 죽일 때 눈 한 번 깜빡이지 않았다. 고시연은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눈을 꾹 감고 떨리는 손을 옷깃으로 가져간 뒤 자신의 치마를 벗기 시작했다.곧 단추가 하나하나 풀렸고 그녀의 흰 피부가 윤구주의 눈에 들어왔다.희고 큰 가슴 또한 다 보였다.검은색 레이스 속옷이 그녀의 가슴을 꽉 감쌌다.게다가 그녀에게서는 옅은 체향이 나서 보고 있으면 아주 사랑스러웠다.그러나 윤구주는 그런 걸 신경 쓸 마음이 없었다.그의 시선은 그녀가 착용한 목걸이의 검은색 구슬을 향해 있었다.천년초와 비슷한 수준의 엄청난 한기를 띠고 있는 것이 바로 그녀의 목걸이에 있는 구슬이었기 때문이다.“이건 봉안보리구슬?”윤구주는 신념술을 이용해 단번에 그것을 꿰뚫어 보았다.보리구슬은 불가의 보물이었다.그것은 용안과 봉안으로 나뉘는데 용안은 양이고 봉안은 음이다.음양이 공존하여 그것은 용봉음양구슬이라고 불리기도 했다.고시연이 봉안보리구슬을 하고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러나 아쉽게도 한 알뿐이었다.몇 알 더 있었다면 이 봉안보리구슬의 한기가 천년초 하나와 비슷했을 것이다.하지만 그럼에도 윤구주는 흥분되었다.첫 번째가 있다면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도 있을 테니 말이다.봉안보리구슬을 충분히 많이 모은 뒤 그 속에서 한기를 추출한다면 그 한기가 천년초 하나와 비슷할 것이다.윤구주가 들뜬 얼굴로 고시연이 목에 차고 있는 봉안보리구슬을 바라보고 있을 때, 고시연은 윤구주가 뭘 하려는 건지 몰라서 어리둥절했다.
고시연은 윤구주가 자신의 미모와 몸을 탐내는 줄 알았다. 그러나 뜻밖에도 윤구주는 그녀가 하고 있던 목걸이의 봉안보리구슬을 잡아 뜯었다.이때 고시연은 의문이 들기는 했지만 감히 찍소리도 할 수 없었다.윤구주는 봉안보리구슬을 들고 이리저리 살피더니 눈빛이 점점 더 불타올랐다.“역시 아주 귀한 봉안보리구슬이 맞네!”윤구주는 그렇게 말하더니 갑자기 고개를 홱 들어 고시연을 바라보았다.“말해. 이 구슬 어디서 났어?”고시연은 그의 질문에 솔직히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할아버지가 준 거예요.”“네 할아버지? 고진용?”“네.”“이 구슬 몇 개나 더 있어?”윤구주가 계속해 물었다.현재 이 봉안보리구슬 하나로는 한기가 너무 적어서 천년초와 비교할 수가 없었다.천년초 하나와 비슷한 수준의 한기라면 이 봉안보리구슬이 적어도 여러 개, 심지어 십여 개는 필요했다.“이 구슬은... 우리 고씨 일가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보물이에요. 우리 할아버지가 이 구슬로 된 팔찌를 하고 있다는 것만 알고 있어요. 다른 건 몰라요.”고시연은 윤구주가 따져 묻자 솔직히 대답했다.윤구주는 고진용에게 이 구슬로 된 팔찌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눈을 반작였다.눈앞의 이 봉안보리구슬은 손톱만큼 컸다.만약 이걸로 된 팔찌가 있다면 알이 적어도 십여 개는 될 것이다.그건 고진용의 봉안보리구슬 팔찌가 천년초 하나와 엇비슷하다는 뜻이었다.그런 생각이 들자 윤구주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좋아. 드디어 천년초와 비슷한 보물을 찾게 되었네.”말을 마친 뒤 윤구주는 고개를 돌려 날카로운 눈빛으로 고시연을 바라보았다.고시연의 옷깃은 여전히 벌어져 있어서 가슴이 다 보였다.그녀는 윤구주가 고개를 돌리자 서둘러 뒷걸음질 치면서 말했다.“말해야 할 건 다 말했어요. 절... 죽이지는 말아요!”“넌 죽어야 마땅했지만 순순히 얘기해줬으니 목숨만은 살려주지.”그 말을 들은 고시연은 기뻤다.“절 죽이지 않을 거란 말인가요?”윤구주가 대꾸했다.“그래. 목숨은 살려주겠지만 벌은
옷을 다 입은 뒤 고시연은 고개를 숙이고 얌전히 윤구주의 곁에 섰다.예전의 거만하던 고씨 일가 셋째 아가씨는 지금 윤구주의 앞에서 종과 다름없었다.“고씨 일가가 어디 있는지 얘기해 봐.”윤구주가 물었다.“고씨 일가는 남릉에 있습니다.”고시연은 솔직히 대답했다.“좋아. 남릉에 한 번 가야겠어.”...백화궁.윤구주가 고시연을 상대하러 갔을 때 연규비와 백경재 등은 룸살롱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세 명의 사람이 백화궁 입구에 모습을 드러냈다.남자는 훤칠했고 여자는 아름다웠다.그러나 안타깝게도 아름다운 여자의 얼굴은 초췌했다. 그녀는 마치 종처럼 묵묵히 남자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두 사람은 다름 아닌 윤구주와 고시연이었다.그리고 두 사람의 뒤에는 그들을 뒤따르고 있는 시괴거인 동산이 있었다.세 사람이 돌아오자 입구에 있던 연규비와 백경재 등 사람들은 서둘러 그들을 맞이하러 갔다.“구주야, 드디어 돌아왔네? 응? 이 미녀는 누구야?”연규비는 윤구주의 뒤에 고시연이 있는 걸 발견하고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백경재와 다른 백화궁 여자들은 고시연을 보고 살짝 당황했다. 다들 그녀에게로 시선을 옮겼다.“이쪽은 고씨 일가 셋째 딸이야.”윤구주가 덤덤히 말했다.‘뭐라고? 고씨 일가 셋째 딸?’연규비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다시 고시연을 자세히 살피다가 그제야 그녀를 알아보았다.“정말 고씨 일가 셋째 아가씨네! 구주야, 고씨 일가 셋째 아가씨는 왜 데려온 거야?”윤구주가 대답했다.“이젠 내 종이거든!”종이라는 말에 연규비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고개를 들자 항상 거만하던 고시연이 고개를 숙이고 마치 진짜 종처럼 윤구주의 곁에 서 있는 게 보였다.“역시 저하는 대단하십니다! 이렇게 빨리 고씨 일가 셋째 아가씨를 굴복시킬 줄은 몰랐어요!”옆에 있던 백경재가 웃으면서 말했다.“됐고 규비야, 이 여자는 일단 너한테 맡길게. 난 채은이를 보러 가야 해서 말이야.”윤구주는 말을 마친 뒤 고시연을 신경 쓰지 않고 곧장 백
‘어?’“외출하려고? 어디 가는데?”소채은이 서둘러 물었다.“남릉!”윤구주가 대답했다.남릉은 서남에서 가장 큰 공업화 도시였다.서남의 다섯 개 도 중, 남릉은 서남의 가장 중요한 도시이자 서남의 경제 중심이기도 했다.그런데 윤구주가 남릉에 간다고 하자 소채은은 서둘러 물었다.“구주야, 왜 갑자기 남릉에 간다는 거야?”“처리해야 할 일이 하나 있거든.”윤구주는 소채은을 걱정시키지 않기 위해서 간단히 대답했다.“그런데 가서 얼마나 오래 있을 거야? 언제 돌아올 거야?”소채은은 미련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걱정하지 마. 일 금방 끝날 거야. 일 끝나면 바로 돌아와서 너랑 같이 있을게.”윤구주는 소채은의 손을 잡았다.소채은은 비록 미련이 가득했지만 윤구주에게 볼일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말했다.“알겠어. 어쨌든 빨리 돌아와야 해.”“응, 걱정하지 마.”윤구주는 말을 마친 뒤 소채은을 품에 꼭 안았다.윤구주는 남릉 고씨 일가로 가보기로 마음먹고 그 일을 연규비와 백경재에게 알렸다.연규비는 남릉 고씨 일가에 봉안보리구슬이라는 귀한 보물이 있다는 걸 알고는 참지 못하고 말했다.“구주야, 그 봉안보리구슬이 정말 천년초 하나와 맞먹을 수 있는 거야?”“응! 봉안보리구슬은 음기와 한기를 타고난 보물이야. 비록 한 개로는 천년초만큼의 한기는 없지만 숫자가 많아지면 천년초 하나와 맞먹을 수 있어.”윤구주가 말했다.“정말 잘됐네! 네 말대로 고씨 일가에서 봉안보리구슬을 얻을 수 있다면 천년초 두 개를 가진 셈이잖아?”연규비가 말했다.윤구주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녀의 말대로였다. 만약 고씨 일가의 봉안보리구슬을 팔찌를 얻는다면, 천년초 하나만 더 얻으면 실력이 전성기일 때로 돌아갈 수 있었다.실력이 전성기일 때로 돌아간다면 윤구주는 체내의 기린화독을 제거하고 소채은의 고독을 치료해 줄 수 있었다.“그렇다면 지금 당장 출발해서 고씨 일가를 찾아가자.”연규비가 흥분해서 말했다.그런데 윤구주가 갑자기 말했다.“규비야, 이번에 너랑 백
윤구주는 시괴 거인 동산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데려가지 않았다.이곳에서 남릉까지 가려면 적어도 몇백 킬로미터는 가야 했다.그래서 윤구주는 KTX로 갈 생각이었다.연규비는 그를 위해 차를 준비해 줄 생각이었는데 윤구주가 필요 없다고 했다.KTX가 더 빠르고 편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윤구주는 고시연과 동산을 데리고 역으로 향했다.역에 도착한 뒤 신분증이 없는 시괴 동산을 위해 윤구주는 손을 써서 동산이 사람들 사이로 섞여 들어갈 수 있게 해줬다.그와 고시연은 따로 티켓을 두 장 샀다.백 년 무도 세가인 고씨 일가의 셋째 아가씨로서 고시연은 어디로 가든 항상 비싼 차를 탔었다.그래서 KTX를 타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그녀는 비록 불만스러웠지만 윤구주가 두려워서 뭐라고 할 수는 없었다.티켓을 사고 역 안으로 들어가서 차를 기다렸다.남릉으로 향하는 KTX가 도착한 뒤 윤구주와 고시연은 차에 탔다.그들은 비즈니스석 제일 앞줄 티켓을 샀다.그들이 차에 오르고 난 뒤 차가 출발했다.KTX는 아주 빨랐다. 이곳에서부터 남릉에 도착하기까지 한 시간 정도 걸렸다.그래서 윤구주는 차에 앉은 뒤 봉안보리구슬을 꺼내서 손에 쥐고 놀았다.고시연은 처음부터 끝까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묵묵히 옆에 앉아서 이따금 고개를 들어 윤구주를 몰래 살필 뿐이었다.윤구주의 잘생긴 얼굴을 본 순간, 고시연은 저도 모르게 살짝 가슴이 설렜다.그것은 그를 난 뒤로 고시연이 처음으로 윤구주의 얼굴을 자세히 살피는 것이었다.단정한 눈썹과 반짝이는 눈, 그리고 잘생긴 이목구비까지.게다가 왕의 기세까지 느껴지니 고시연은 저도 모르게 마음속으로 잘생겼다며 감탄했다.‘그런데 왜 우리 할아버지가 준 내 봉안보리구슬을 가지려는 거지? 설마 이 구슬이 그에게 무슨 효과가 있는 걸까?’고시연은 속으로 짐작했다.KTX는 빠르게 달렸다.그동안 윤구주는 고시연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고시연은 자신의 미모라면 그 어떤 남자라도 충분히 유혹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뜻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