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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9화

작가: 김원호
독고명이 구류족 경비원들을 학살하고 있을 때, 구류족 정중앙에 있는 거대한 원형 궁전 안에는 흉악하기 짝이 없는 큼지막한 신상이 있었다.

그 신상은 군형에서 제일 유명한 흑무신이었다.

커다란 흑무신은 두 눈을 부릅뜨고 한 손에는 어둠의 삼지창을, 다른 한 손에는 피범벅이 된 시체를 들고 있었다.

소문에 따르면 군형의 흑무신은 무족의 기원이라고 한다.

수천 년 전의 화진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었다.

이때 음산한 대전 안에는 구류족 장로들이 앉아 있었다.

가장 중앙에는 온몸에 요기가 서린 노인이 서 있었다.

노인은 눈이 먼 것처럼 눈알이 하얬고, 얼마나 오래 살았는지 머리카락도 뻣뻣했다.

그는 에메랄드가 두 개 박힌 뼈로 된 지팡이를 짚고 있었다.

그가 바로 구류족의 족장이었다.

그는 5대 가족 중에서 유일하게 요법을 이용해 신급 경지에 다다른 강자였다.

“어르신, 4대 가족은 모두 연합하여 그 외부인을 상대한다고 합니다. 어르신, 이번만큼은 저 방지형을 한 번만 도와주세요. 그 외부인을 죽인다면 저 방지형, 앞으로 구류족에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동시에 어르신께 큰 상을 내려야 한다고 서울에 있는 여왕에게 말씀드리겠습니다!”

군형 삼마 중 유일하게 살아있는 방지형이 말했다.

그는 4대 가족을 떠난 뒤 구류족 족장을 설득하러 왔다.

방지형은 윤구주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신급 강자가 나서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군형 5대 가족 중 유일하게 윤구주와 싸울 수 있는 사람은 아마도 구류족 족장이 유일할 것이다.

방지형의 말을 들은, 신급 경지에 다다른 노인은 킥킥대며 괴상하게 웃었다.

“외부인의 실력이 그렇게 강하다고? 4대 가족도 상대하지 못할 정도로?”

방지형이 말했다.

“네, 그게 아니었으면 제가 직접 어르신을 찾아오지 않았을 겁니다..”

“재밌군!”

구류족 족장은 그렇게 말한 뒤 잠깐 뜸을 들였다.

“내가 그 외부인을 죽여줄 수는 있어. 하지만 전제 조건이 있어. 내가 그 외부인을 죽인다면 서울에 있는 그 여자는 앞으로 서남의 모든 권력을 우리 구류족에 맡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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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가 칼날을 적셨다. 국방부가 종문을 공격할 줄은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각 종문의 서울에 있는 분문도 은용위의 공격을 받았다.은용위에게 내려진 명령은 한 명도 살려두지 말라는 것이었다.자운각과 칠수방 분문은 겨우 거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었는데 칠수방의 분문 밖에는 윤구주 휘하의 한 장수가 수문장처럼 칠수방을 지키고 있었다.평화로운 칠수방과 달리 거리 너머 맞은편에 있는 자운각 분문의 상황은 처참했다.그곳에서는 학살이 일어나고 있었고 핏물이 빗물과 섞여 거리로 쓸려 나갔다.“은용위? 왕실에서 우리 종문을 공격하는 건가?”차비연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거리 너머 자운각에서 끊임없이 들려오는 처절한 비명을 들으면서 말했다.다른 칠수방의 제자들도 안색이 좋지 않았다. 다행히 그들은 구주왕과 사이가 좋았고 그 덕분에 구주왕의 사람이 그들을 지켜주고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칠수방 또한 자운각과 같은 처지가 됐을 것이다.칠수방 사람들이 왕실이 왜 갑자기 이러는 것인지 그 의도를 짐작해 보고 있을 때 자운각 쪽이 조용해졌다.벼락은 계속 쳤고 비도 여전히 쏟아졌다.자운각 위로 벼락이 떨어졌을 때 그 불빛 때문에 자운각 마당의 모습이 언뜻 보였다.산더미처럼 쌓인 시체와 피바다를 보았을 때 적지 않은 칠수방의 제자들이 겁을 먹고 비명을 질렀다.“자운각 서울 분문은 끝장났어요.”“은용위가 나섰으니 살아남은 사람은 없을 거예요.”칠수방은 비록 다른 종문들과 줄곧 사이가 좋지 않았지만 자운각의 결말을 보니 조금 안타까웠다.바로 이때, 차들이 줄지어 도착했고 사람들이 차에서 줄줄이 내려왔다. 그중 한 명은 차비연이 아주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암부의 3대 지휘사 중 한 명인 늑대 천현수! 저들이 왜 이곳에 온 거지?”차비연이 의아해하고 있을 때 종문 사람들의 피를 뒤집어쓴 은용위가 밖으로 나와 천현수를 향해 예를 갖추었다.차비연은 그 순간 이건 왕실의 뜻이 아니라 구주왕이 종문과 전면전을 벌이려는 것임을 깨달았다. 천현수는 구주왕을 대표하여

  • 구주, 왕의 귀환   제1748화

    예전에 은용위는 윤구주의 휘하가 아니었고 국주의 사람이었기에 윤구주는 국주의 체면을 살려줘야 했다.그러나 은용위의 군권이 윤구주의 손에 들어왔고 이제 그들은 구주왕의 부하가 되었으니 반드시 윤구주의 규칙을 따라야 했다.앞으로도 당연히 규칙을 지켜야 했고 예전에 저질렀던 짓들의 벌까지 받아야 했다.‘세상에!’옆에 있던 육도진은 깜짝 놀랐다. 은용위가 했던 짓들을 그는 당연히 알고 있었다. 그들에게 벌을 준다면 목을 베는 것으로는 부족했다.은용위는 이제 막 윤구주의 휘하가 되었는데 윤구주는 바로 은용위를 처벌하려고 했다.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저하, 그건...”“내가 내 사람을 교육하는 건데 우상은 끼어들지 마.”‘윽.’육도진은 입을 다물었다. 윤구주는 한 입으로 두말하는 사람이 아니었기에 말을 더 보탰다가는 그에게 불똥이 튈지도 몰랐다.“견배영, 기회를 줄게. 앞으로 잘해 봐. 만약 너희들이 사람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면 가볍게 처벌해 줄 수도 있어.”윤구주가 입을 열었다.견배영은 감히 대꾸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는 서둘러 윤구주를 향해 무릎을 꿇으면서 감사 인사를 했다.육도진은 어이가 없었다. 죄가 있는지 없는지는 윤구주의 말 한마디에 달려 있었다. 윤구주는 단지 은용위를 이용하여 위상을 세우는 것뿐이었다.생각해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지금은 다른 때와 달랐고 대전을 코앞에 두고 있었기에 절대 방심할 수가 없었다.갑자기 국방부를 손에 넣게 되었으니 누군가는 다른 마음을 품을지도 몰랐다.국주의 사람까지 전부 윤구주 앞에 납작 엎드리는데 다른 사람들이 어찌 감히 다른 생각을 하겠는가?윤구주는 사람들을 쭉 둘러보다가 손을 움직여 그들이 일어나게끔 했다.“그대들 중에는 우리가 왜 종문 동맹과 싸워야 하는지 그 이유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 거야. 심지어 종문 동맹에 대해서 알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어. 상황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우리 화진의 국방부가 무도를 홀로 이끌어가려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 오늘 똑똑히 설명할 테니

  • 구주, 왕의 귀환   제1747화

    진동왕의 기세도 엄청났지만 눈앞의 사람에게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구주는 정말 놀라울 정도로 강해. 나로서는 꿈도 꿀 수 없는 정도야.”진동왕이 감탄했다.“임성진 아저씨.”윤구주는 진동왕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진동왕과 곤륜에서 알게 되었고 그와의 인연 덕분에 죽음의 바다에서 살아남은 뒤에도 여전히 국주를 신뢰했다.그렇지 않으면 당시 그 사건 때문에 윤구주는 국주까지 적으로 돌렸을 것이다.“진동왕을 뵙습니다.”윤구주의 부하들이 일제히 예를 갖추었다. 그들은 열정 가득한 눈빛으로 진동왕을 바라보았다. 진동왕을 향한 그들의 선망은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였다.구주왕 휘하의 장군들은 모두 흥분했다.그들의 왕이 드디어 돌아왔고 또다시 그와 함께 싸울 수 있었다.착, 착.국방부의 다른 장수들은 서둘러 예를 갖추었다. 구주왕 휘하의 흥분한 장수들과 달리 그들은 두려움만 가득했다.그들이 무슨 짓을 했었는지는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문아름이 새로운 왕으로 등극하면서 그들은 문씨 일가에 잘 보이려고 애를 썼었다.켕기는 게 많아서 감히 구주왕의 눈을 바라볼 수가 없었던 그들은 바닥에 납작 엎드려서 감히 숨조차 크게 쉬지 못했다.윤구주의 옆에 있던 육도진이 말했다.“문벌, 세가, 종문, 국방부가 화진의 무도를 이루었죠. 문벌은 쇠퇴하고 세가도 물러나고 종문도 세력이 많이 약해졌습니다. 현재 진국왕 군대가 대권을 움켜쥐고 있기에 우리 화진의 질서를 다시 바로잡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육도진은 그렇게 말하면서 비단함을 열어 용부를 꺼냈다.“진국왕, 국주님의 명령입니다. 종문 동맹은 우리 화진을 삼천 년 동안 혼란스럽게 했어요. 종문 동맹 때문에 그동안 백성들은 많이 힘들었습니다. 진국왕은 하늘의 뜻을 받들고 민심을 보살폈기에 국주님께서는 진국왕께 용부를 하사했습니다. 진국왕께서는 이 용부로 세상을 어지럽히는 자들에 대항하고 종문 동맹을 처단하여 우리 화진의 평화를 이루도록 하세요.”“헉!”장수들은 모두 넋이 나갔다. 심지어

  • 구주, 왕의 귀환   제1746화

    세 사람의 모습이 진동왕의 눈에 담겼다. 하지만 후배들이니 굳이 따지고 싶지 않았다.이때 진동왕이 말했다.“음, 두 가지 이유가 있어. 계획에 따르면 나는 종문 동맹과의 전쟁을 책임져야 했지만 당시 윤신우가 날 위해서 시간을 마련해 주었지. 그리고 내가 더 높은 경지로 나아가는 중요한 시기에 구주왕이 나타났어. 덕분에 나는 더 높은 경지에 다다를 수 있었지. 윤씨 일가가 아니라면 나는 구오 지존이 될 수 없었을 거야.”진동왕의 말에는 큰 의의가 있었다. 한 나라의 우상인 육도진은 곤륜에 관한 소문을 조금 알고 있었다.소문에 따르면 진동왕은 윤구주 덕분에 곤륜에서 진정한 강자의 가르침을 받게 되었고 그 덕분에 경지를 돌파할 수 있었다고 한다.육도진은 민규현 등 세 사람을 힐끗 바라보면서 말했다.“구주왕의 부하가 된 것은 여러분들에게 복입니다.”“당연한 말을 쓸데없이 하시네요.”정태웅은 입을 비죽이면서 말했다.진동왕은 선배라서 존경했지만 육도진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예전에 그는 암부를 상대로 적지 않은 일을 했었고 그 때문에 정태웅은 그를 아니꼽게 여겼다.육도진은 고개를 저었다. 소양 없는 사람을 상대할 땐 그도 어쩔 수가 없었다.육도진은 비단함을 들고 계속해 앞으로 걸어갔다. 진동왕을 지나치고 윤씨 일가 조당 계단을 올라 조당 문 앞에 도착하고 나서야 그는 멈춰 섰다. 곧이어 그는 몸을 돌려 장수들을 마주 보고 섰다.그곳에 있는 사람들 중 아무리 멍청한 사람이라도 그가 국주 대신 왔다는 걸 알았다.다들 비단함 안에 대체 뭐가 들어있는지 궁금해했다.바로 이때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정원에 도착했다.그들은 전 사람들과 달리 날아서 들어왔다.십여 명의 사람들 모두 검은색 갑옷에 검은색 가면을 쓰고 있었고 눈빛이 섬뜩했으며 허리춤에 황제가 하사한 금패를 차고 있었다.그들이 도착하자마자 사람들은 미간을 찌푸렸다. 수많은 이들이 그들에게 엄청난 적대감을 지니고 있었고 적지 않은 장수들이 욕지거리를 했다.그곳에 도착한 사람들은 왕실을 위해

  • 구주, 왕의 귀환   제1745화

    윤씨 일가 저택에는 고급 장교들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들고 있었다.여기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각 지역에서 이름을 떨친 거물급 인사들이었다.한 노장과 젊은 장교가 도착했다.노장은 서울을 수비하는 어느 군단의 군단장이었고, 30대 초반의 젊은 장교는 이제 막 승진한 동승 사령관이었다.둘 다 높은 지위에 있었지만, 입구에서 본인들 지위보다 더 높은 거물들에게 길을 비켜주며 예의를 차려야 했다.서울 사령부에서 근무한 적이 있었던지라 서로 지내던 사이었던 노장과 젊은 장군은 낮은 소리로 속삭였다.“어르신, 여기 온 사람들은 모두 화진의 각 지역을 지키는 책임자들이에요. 대부분이 구주왕의 부하들이죠.”“그렇네. 안 사령관, 저 중장은 예전에 흑봉군의 군단장이었어. 구주왕 휘하의 장군이었지. 하지만 구주왕이 바다에서 사고를 당한 직후에 그가 새 왕에게 숙청당했다고 들었는데 왜 멀쩡해 보이지?”“그러게 말이에요. 전해진 소식에 따르면 새 왕이 구주왕의 부하들을 숙청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처형했다던데 다들 멀쩡하네요. 귀신이 곡할 노릇이 아니고서야 어찌 이런 일이…”도착한 변방의 수장 중에는 예전 윤구주의 부하들이 많았다.반역을 저지르고 처형당했다고 군부가 공표까지 했는데 역시 멀쩡히 살아있었다.자신들이 누구인지를 세상에 알리려는 듯 그들은 당당한 기세를 풍기고 있었다.장교들이 구름처럼 모여들고 있을 때 원수도 몇 명 도착했다.원수들이 도착하자, 모든 사람이 일제히 경례했다.구주왕 휘하의 장교들은 미리 소식을 들었던 터라 별 반응이 없었지만, 윤구주와 연관이 없는 사람들은 넋을 놓고 있었다.화진의 군부 원로급 인사들이 도착한 것이었다.나이가 들어 제대로 서 있기 힘든 사람들은 휠체어를 타고 왔다.“이 원로님이 도착했어요.”그때, 왕실 차 한 대가 도착하자, 화진의 봉왕이 차에서 내렸다.90세 가까운 노인이었지만 여전히 팔팔했다.“이분은 전 국방부 부장인 진동왕이 아니신가요? 국주의 친삼촌이 맞으시죠?”이 노인이 윤씨 일가에 도

  • 구주, 왕의 귀환   제1744화

    윤구주를 조롱하고 있는데 육도진 이상한 표정을 지으며 다가오더니 낮은 소리로 물었다.“국주님, 윤구주가 살기 가득한 눈빛을 하고 떠나던데 혹시 소통이 순조롭지 않았나요?”“아니야. 구주의 살기 가득한 눈빛은 종문 동맹 때문이야. 곧 그가 행동을 취할 것이니 넌 나를 대신해 조서를 내려.”국주가 미리 준비해 둔 금색 함을 꺼내 육도진에게 건네자, 함에 감겨있던 오조금룡을 본 육도진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이건 용부가 아닌가요?”“그래. 이 용부를 가진 자는 군사를 동원할 수 있어.”국주가 고개를 끄덕였다.“저… 국주님, 화진의 병권을 모두 내놓으시려고요? 이건 우리 이조에 있었던 적이 없는데.”역대 왕조를 놓고 봐도 병권을 외인에게 넘기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었다.“나가봐. 은용위 쪽은 이미 움직였겠지? 그리고 문제는 왕실 내부가 아니라 구주 휘하 네 명의 군신이야. 문씨 가문이 경계를 늦추려 하지 않을 것이니 상황 봐서 안 되면 구주에게 도움을 청해. 어차피 자기 사람을 구하는 일이니 기꺼이 나설 거야.”“빨리 가! 내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아서 서둘러야 해. 이조의 후계자가 없으면 안 되지.”한편, 왕궁을 떠난 윤구주는 곧장 윤씨 일가로 돌아갔다.한때 화려했으나 이제 텅텅 비어 있던 윤씨 일가의 뜰을 걷고 있으니, 지난날의 기억들이 하나둘씩 떠올랐다.그 아픔은 오직 윤구주만의 몫이었다.자신이 윤씨 일가란 사실을 그는 한 번도 의심해 본 적이 없었다.“아버지, 당시 부득이하게 어머니와 저를 내쫓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어요. 그렇지만 너무 잔인한 거 아닌가요? 문제가 어머니에게 있다고 해도 아버지를 위해서 사망했으니, 아버지는 이에 대한 책임을 지셔야 해요. 저 또한 마음의 장벽을 넘지 못하겠으나 이 모든 것의 근원은 종문 동맹에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요. 어머니를 위해서라도 종문 동맹을 반드시 없애버릴 거예요.”말을 마치고 윤구주는 뒤에 있던 몇 명의 흑영들을 향해 눈짓을 보냈다.“전투가 곧 시작되니 사람들을 모두 이곳으로

  • 구주, 왕의 귀환   제1743화

    ‘이거야!’국주가 원한 것은 윤구주의 이 말이었다.“너도 암부를 통해 알다시피 우리 화진의 가장 큰 적은 종문이야. 더 정확히 말한다면 진짜 적은 종문 위에 있는 종문 동맹이지. 이를 논의하고자 너를 부른 것이야.”윤구주는 눈을 가늘게 떴다.종문 동맹은 서요산 검종, 현문, 만불종, 칠수방, 천도궁, 자운각 등 6대 종문으로 구성되었다.화진의 정세가 불안정할 때였던 3천 년 전에 종문 동맹이 설립되었다.화진은 당시 오랑캐에게 땅이 점령당했고 백성들이 많은 죽임을 당했다.이 때문에 종문은 나라를 보호하고 외구를 몰아내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동맹을 설립하였다.애초에는 그 의도가 나쁘진 않았으나 이내 변질되고 말았다.“국주님, 제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종문 동맹은 음지에서 분열을 일으키려 하고 있어요. 조사해 보니 역대 왕조의 쇠락과 멸망을 종문 동맹은 늘 관여했더군요. 심지어 그들은 국주에게 압력을 가해 도를 닦거나 부처님을 모시게 하였지요.”윤구주가 말했다.“맞아. 이 때문에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은 역대 왕조들이 종문 동맹의 영향력을 약화하기 위해 불교를 없앤 사건도 몇 번 있긴 했지. 하지만 어찌 됐든 역대 왕조는 종문 동맹의 꼭두각시 노릇을 한 거나 다름없어. 종문 동맹이 3천 년 동안 화진 무술을 책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국주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비록 역대 왕조들이 나름 노력은 했으나 종문 동맹의 세력을 제압하지 못했다는 것을 윤구주는 알아챘다.“종문 동맹이 왜 우리 화진에 큰 위험이 되는지 알아? 그들은 돈과 권력만 추구한 것이 아니라 화진을 여러 개로 쪼개서 자신들의 나라를 세우려고 하기 때문이지. 역대 왕조들은 화진의 분열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했는데 만약 우리가 종문 동맹의 야욕을 두고만 본다면 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이야. 종문들은 각자의 신념을 가지고 있어서 나라를 세운다면 화진이 완전히 분열되는 것은 물론 다시는 통일되지 못할 거야.”3천 년 동안 수많은 왕조가 해결하지 못했던 이 중대한 문제를 국주가 털어놓

  • 구주, 왕의 귀환   제1742화

    국주를 만났을 때는 자정이 훌쩍 넘은 뒤였다.입궁하자마자 익숙한 목소리가 윤구주의 귀에 들려왔다.“채은? 그가 언제 왔지?”윤구주는 의아했다.“저하, 아직도 모르겠어요? 국주가 비록 천하의 호걸이라고는 하나 마음만 먹는다면 국주를 죽이는 건 일도 아니에요. 백만대군이 지킨다 한들 아무 소용이 없어요. 이 경비원들은 모두 채은 아가씨를 위해 경비를 서는 것이니 국주가 채은 아가씨의 경호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하하!”옆에 있던 육도진이 웃으며 말했다.국주가 자신을 부른 이유가 안전 때문이란 사실을 윤구주는 그제야 알았다.이들이 궁전에 들어섰을 때 국주는 소채은에게 차를 끓여주며 윤구주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고 있었다.소채은이 넋을 잃고 듣고 있었지만, 그녀가 궁전을 좋아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국주를 대하는 태도도 매우 어색하다는 것을 윤구주는 알아챘다.윤구주를 보고서야 소채은의 긴장이 풀렸다.“구주… 저하를 뵙니다.”윤구주에게 다가가려 했던 소채은은 갑자기 무언가를 깨닫고 서둘러 윤구주에 대한 호칭을 바꾸었다.그 모습을 보고 윤구주는 미간을 찌푸렸다.당연히 국주도 눈치챘다.“국주님, 두 사람이 얘기 나눌 수 있게 자리를 피해줄까요?”육도진이 다가와 낮은 소리로 속삭였다.“그럴 필요 없다. 그녀가 구주에 대한 사랑이 진심이란 사실을 온 천하가 다 알아. 이런 여자는 다른 사람의 시선을 전혀 신경 쓰지 않지.”국주는 고개를 가로젓더니 육도진에게 차를 권했다.“채은아…”“국주님과 중요한 일을 상의하러 오신 것 같으니, 국사에 전념하도록 하세요. 저는 무탈해요. 저 때문에 계획에 차질이 생기지 말아야죠.”소채은은 차분하게 말하며 애써 괜찮은 척했지만 사실 하나도 안 괜찮았다.“이쪽으로 와서 나와 이야기하자꾸나. 나랏일이든 집안일이든 나에게 물어보렴.”이때, 국주가 윤구주에게 손짓하며 말했다.마음이 혼란스러웠던 소채은은 하지 말아야 할 말이 불쑥 튀어나와 윤구주의 정신이 분산될까 봐 그가 대답하기도 전에 서둘러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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