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 없었다. 너무 강했다.그들이 상상한 범위를 벗어날 정도로 말이다.그래도 그들은 여씨 일가 제자였다.게다가 그들이 수도 많았다.한 대무사 경지의 여씨 일가 노인은 다들 물러나자 이를 악물며 고함을 질렀다.“다들 두려워하지 말아요! 우리가 같이 덤빈다면 저 빌어먹을 외부인을 죽일 수 있을 거예요! 저놈을 죽이자고요!”죽이자는 말과 함께 노인은 검을 들고 윤구주를 향해 달려갔다.뒤에 있던 백여 명의 여씨 일가 사람들은 노인이 달려들자 전부 같이 덤볐다.여씨 일가 제자들 백여 명이 윤구주를 향해 달려들 때, 여자의 목소리가 갑자기 뒤에서 들려왔다.“개미만도 못한 것들이 감히 우리 구주를 공격하려고 들어? 죽으려고!”그 말과 함께 흰옷을 입은 여자가 독사처럼 날았다.연규비가 드디어 나선 것이다.백화궁 궁주이자 한때 화진 최강의 여자였으며, 화진 무도 천방 10위권이던 연규비가, 순식간에 나섰다. 가장 앞에 있던 십여 명의 여씨 일가 제자들은 윤구주에게 가까워지기도 전에 전부 연규비에게 죽었다.그들이 죽은 후에는 뒤에 있던 백여 명의 여씨 일가 제자들이 계속해 몰려들었다.연규비는 허공으로 날아올랐고 두 개의 흰 능단이 하늘을 희게 물들였다.흰 능단이 하늘에서 내려올 때 처참한 비명이 울려 퍼졌고, 눈 깜빡할 사이에 스무여 명의 여씨 일가 자제들이 연규비에게 죽임당했다.연규비가 나선 뒤 윤구주는 뒷짐을 지고 꼼짝하지 않고 서 있었다.연규비가 말한 대로 개미만도 못한 그들을 상대하기 위해 윤구주가 직접 나설 가치가 없었다.“죽여!”흰 치마를 입은 연규비는 여신과도 같은 모습으로 사람들을 죽여 피로 물든 길을 냈다. 그녀의 손에는 현기를 주입한 능단 두 개가 들려 있었고 아무도 그녀를 막을 수 없었다. 능단이 닿는 곳마다 사람들의 몸이 잘려 나갔다.앓는 소리와 비명이 끊이질 않았다.곧 여씨 일가 대문을 지키고 있던 백여 명의 자제들 대부분이 죽었다.여씨 일가로 향하는 유일한 길에 시체가 즐비했다.“침입자다!”“침입자다!”“
여씨 일가 대문 입구, 흰 치마를 입은 연규비는 마치 신과 같은 모습으로 내려와서 사람들을 쓸어버렸다. 두 개의 흰색 능단이 춤을 추는 사이 여씨 일가 구성원들이 그녀의 앞에 쓰러졌다.시체들이 여기저기 쌓였고 피가 바닥을 빨갛게 물들였다.이때 수십 명의 3대 가족 장로들이 일제히 모습을 드러냈다.3대 가족 장로들이 우르르 몰려들자 윤구주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피어올랐다.“드디어 왔네!”곧 수십 명의 귀선경지 장로들이 날아왔다. 여씨 일가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죽고 다친 걸 본 그들은 곧바로 분노에 가득 차서 고함을 질렀다.“어떤 놈이 감히 우리 여씨 일가 자제들을 이렇게나 많이 죽인 거지? 죽어!”고함과 함께 선두에 서 있던 여씨 일가 장로 세 명이 먼저 공격했다.그중 두 명은 수인을 맺었다.삽시에 두 개의 팔뚝만 한 굵기의 검은색 기운이 독사처럼 연규비를 향해 날아들었다.다른 한 명은 세 개의 검은색 부적을 던졌다.귀선경지의 여씨 일가 장로들을 마주한 연규비는 차갑게 코웃음 치더니 갑자기 오른손을 뻗었다. 그 순간 희고 고운 그녀의 손바닥에 청색 현기가 나타났다. 그 현기가 타나고 연규비가 손을 움직이자 커다란 청색 손바닥이 여씨 일가 장로 세 명의 술법 위로 내려앉았다.쿵, 쿵. 쿵!귀청을 찢는 듯한 굉음이 주변에 울려 퍼졌다.연규비의 청색 손바닥은 귀선경지인 연씨 일가 장로 세 명뿐만 아니라 뒤에 있던 집 한 채까지 날렸다.어마어마한 기세와 힘이었다.손바닥이 내려앉는 순간, 날아 오던 4대 가족 장로들은 일제히 안색이 돌변하며 매서운 눈빛으로 연규비를 노려보았다.“당신은... 백화궁의 연 궁주?”드디어 전씨 일가 장로 한 명이 연규비의 정체를 알아챘다.연규비는 흰옷을 살랑거리면서 냉소했다.“야만적인 놈들이 날 알고 있을 줄이야.”“연 궁주, 우리 여씨 일가는 연 궁주와 아무런 원한도 없어. 그런데 왜 우리 여씨 일가 사람들을 죽이는 거지?”한 여씨 일가 장로가 외쳤다.연규비는 흰 치마에 묻은 피를 털어내면서 덤덤
이때 사람들 사이에서 여씨 일가 대장로가 나오며 물었다.그 노인은 온몸에서 짙은 요기를 내뿜고 있었다.사악한 기운이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그는 검은색 방울을 들고 있었고 왼팔에는 괴이한 뼈로 된 팔찌를 하고 있었다. 그는 앞으로 나온 뒤 음산한 눈빛으로 윤구주를 노려보았다.“나라면 어쩔 건데?”윤구주는 덤덤히 말했다.“건방진 놈! 감히 우리 5대 가족 앞에서 건방을 떨어? 우리 군형 5대 가족은 수백 년의 역사가 있어. 너처럼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놈은 절대 우리를 뒤흔들 수 없다고!”여씨 일가 노인은 고함을 지르더니 매서운 눈빛으로 연규비를 노려보았다.“그리고 연씨 성을 가진 너! 그동안 백화궁이 서남에서 뿌리를 내렸다고 해서 우리 5대 가족과 맞서 싸울 수 있을 거로 생각하지는 마. 우리 5대 가족이 연맹을 맺으면 백화궁 따위는 순식간에 서남에서 자취를 감추게 될 거야!”여씨 일가 대장로의 말을 들은 연규비는 크게 웃었다.“감히 우리 백화궁을 없애려고? 어디 한 번 해봐!”연규비는 그렇게 말한 뒤 무지막지한 현기를 내뿜었다.연규비가 싸우려고 준비하고 있을 때 윤구주가 갑자기 말했다.“규비야, 넌 물러나. 이 개미 같은 놈들은 내가 죽이면 되니까.”연규비는 그 말을 듣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윤구주의 뒤로 물러났다.연규비가 물러나자 윤구주가 앞으로 나왔다.“오늘 다시 한번 말할게. 군형 삼마 중 살아남은 그놈을 내놔. 그렇다면 모두 살려줄지도 몰라. 그렇지 않으면 군형 5대 가족은 오늘부로 서남에서 사라질 거야.”윤구주의 말을 듣자 여씨 일가 대장로는 크게 웃었다.“아주 건방진 놈이군! 오늘 네가 우리 4대 가족을 섬멸할 수 있을지 한 번 지켜보겠어. 여봐라! 저 자식을 죽여!”여씨 일가 대장로가 외치자 4대 가족 장로들은 결국 참지 못했다.군형 5대 가족은 수백 년 동안 존재해 와서 뿌리가 깊었다.그런데 윤구주 같은 외부인이 그들을 협박하니 당연히 용납할 수 없었다.고함과 함께 제일 앞에 있던 귀선경지의 장로 몇 명
형용할 수 없는 눈부신 금빛이 여섯 장로의 몸에 닿는 순간, 폭발 소리가 이어졌다.조금 전까지 멀쩡히 살아있던 귀선경지의 여섯 장로는 눈 깜짝할 사이에 윤구주의 손짓에 몸이 전부 터졌다.공격 한 방에 죽은 것이다.“세상에! 인간 맞아?”“이럴 수가... 어떻게 우리 장로급의 고수들을 단숨에 죽일 수가 있는 거지?”4대 가족 구성원들과, 이곳에 도착한 4대 가족 고수들은 윤구주가 손짓 하나로 사람을 죽이자 전부 겁에 질렸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거만하던 여씨 일가 대장로의 얼굴이 순간 심하게 일그러졌다.“아니, 말도 안 돼! 다들 두려워하지 마! 우리 쪽수가 많은데 저놈 하나 상대하지 못하겠어? 다들 한데 모여서 진법을 만들어!”여씨 일가 대장로가 고함을 지르면서 먼저 손가락 끝을 깨물어 피를 냈다.피 한 방울이 흐르자 그는 빠르게 피로 허공에 세 개의 부문을 연달아 그렸다.세 개의 부문이 나타나자 그는 두 손을 마주대고 분노에 차서 고함을 질렀다.“요술, 백귀야행. 나와라!”그 순간, 그를 중심으로 엄청난 기운이 하늘을 향해 치솟았다.같은 시각, 현장에 있던 수십 명의 3대 가족 장로들도 전부 진법을 만들기 시작했다.하늘로 치솟는 기운들로 인해 화창하던 하늘이 순식간에 어둡게 변했다.어둠 속에서도 하늘을 가득 메운 귀신들이 보였다. 그것들은 어두운 기운 속에서 떠다니고 있었다.“이 빌어먹을 자식, 네가 우리 군형의 백귀야행 진법을 파괴할 수 있겠어?”귀선경지 장로 수십 명이 함께 만든 진법이라 만만치 않았다.특히 그들이 시전한 요술 진법은 그들의 정기를 이용하고 본인을 희생하는 것을 대가로 해서 시전하는 것이었다.수십 명이 함께 만든 진법은 태허경지 최고 수준의 고수보다도 더 강했다. 심지어 신급 강자와 엇비슷한 수준이었다.“이 자식, 죽어!”“진법 발동, 백귀여, 가라!”여씨 일가 대장로가 괴성을 질렀다. 그는 입을 벌리더니 다시 한번 정혈을 뿜어 진법에 주입했다. 쿵 소리와 함께 하늘을 가득 메운 검은색 안개 속에서 무
그는 다시 한번 입에서 정혈 두 모금을 뱉은 뒤 수인을 맺었다.“백귀야행, 응집!”그가 다시 공격을 시전하자 다른 장로들도 전부 크게 외쳤다.“응집!”쿵!윤구주의 금빛 검에 갈라졌던 귀신들이 갑자기 사면팔방에서 모여들어 응집되더니 아주 거대한 검은 갑옷을 입은 해골이 되었다.그 해골은 키가 아주 컸고 손에는 불타오르는 거대한 도끼를 들고 있었다. 그것이 나타날 때 하늘과 땅이 진동했다. 마치 마신이 세상에 등장한 것처럼 말이다.갑자기 나타난 마신을 본 윤구주는 피식 웃었다.“하, 재밌네. 정혈을 대가로 군형 무신의 환영을 소환한 거야? 하지만 안타깝게도 진짜 무신이 강림했었다고 해도 오늘 당신들은 전부 죽을 거야.”윤구주는 차갑게 말했다. 그의 몸에서 금빛이 점차 흩어졌고, 곧 천둥소리가 갑자기 사방에서 들려왔다.천둥?엄청난 천둥소리가 들려오자 장로들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심지어 뒤에 있던 수백 명의 사람들도 전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어두운 기운으로 뒤덮였던 하늘에 별안간 눈부신 자색 천둥이 하늘을 가르며 나타났다.무시무시한 천둥은 어두운 기운을 꿰뚫으며 허공에 나타났다.곧이어 수많은 천둥이 잇달아 나타났다.그 순간, 온 하늘에서 천둥이 번쩍번쩍 댔다. 마치 하늘 전체가 천둥에 뒤덮일 듯했다.“세상에... 이건 대체 무슨 기술이지? 어떻게 하늘이 천둥으로 뒤덮일 수 있지?”한 장로가 겁을 먹고 저도 모르게 되쳤다.여씨 일가 대장로를 포함한 다른 4대 가족 사람들도 넋이 나갔다.그들은 윤구주가 대체 무슨 공격을 발동한 건지 알지 못했다.그리고 그들이 마주하고 있는 윤구주가 어떤 사람인지도 몰랐다.하늘을 뒤덮은 천둥이 나타남과 동시에 윤구주는 갑자기 하늘 위로 날아올라 천둥의 중심에 섰다.그의 두 눈도 천둥 같았다. 그는 차갑게 아래에 있는 3대 가족 장로들과 사람들을 바라보았다.“이게 뭔지 알고 싶은 거지? 좋아, 내가 알려주지. 이건 봉왕팔기 뇌왕멸시야. 전부 죽여!”윤구주는 그렇게
모든 것이 소멸하고 파괴되었다.조금 전까지 수백 명의 사람을 거느리고 있던 4대 가족 무리는 순식간에 잿더미가 되었다.사방의 마을과 대지까지 전부 윤구주의 천둥으로 인해 폐허가 되어 초토화되었다.그곳은 아수라장이 되었다.눈앞의 학살당한 4대 가족 구성원들과 수십 명의 장로들을 본 연규비는 큰 충격을 받았다.그녀는 시선을 들어 하늘에서 내려오는 윤구주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윤구주의 눈동자에서 분노의 불길과, 차가운 살육의 빛을 보았다.이 순간, 그녀는 정신을 잃은 채 침대 위에 누워있는 소채은이라는 여자가 윤구주에게 대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달았다.탓하려면 윤구주를 건드린 4대 가족을, 고독으로 그가 가장 사랑하는 여자를 해친 그들을 탓해야 했다.윤구주는 봉왕팔기 중 하나인 뇌왕인을 시전한 뒤 천천히 허공에서 내려왔다.그의 표정은 차가웠다. 잘생긴 그의 얼굴은 죽음의 신처럼 변해 있었다.그는 폐허 위에 서서 갑자기 차갑게 말했다.“당신들 사람은 거의 다 죽었어. 그런데 당신 셋은 아직도 나오지 않는 거야?”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주변에서 갑자기 광풍이 몰아치면서 검은 안개가 뭉게뭉게 나타났고 곧 항아리만큼 굵은 검은 뱀이 모습을 드러냈다.모습을 드러낸 거대한 검은 뱀의 머리 위에는 책상다리를 하고 앉은 백발의 뱀할매가 앉아 있었다.하지만 뱀할매는 안색이 무척 좋지 않았다.뱀할매가 모습을 드러내자 다른 쪽에서 여씨 일가 족장이 날아왔다.그는 손에 오래된 나침반을 들고 있었고 왼손에는 검은색의 강마봉이 들려 있었다. 강마봉에서는 짙고 사악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쿵 소리와 함께 마지막에 등장한 건 호랑이 가죽을 뒤집어쓰고 온몸에 검은색 주술이 가득 적힌 전씨 일가 족장이었다.그의 곁에는 거인이 한 명 있었다.거인은 어두운 피부색에 키는 2미터쯤 돼 보였으며 두 눈은 생기 없는 회색빛이었다.그리고 그것의 몸에서는 짙은 시체 냄새가 났다.그것은 전씨 일가에서 가장 유명한 연시 거인이었다.3대 족장은 모습을 드러낸 뒤 먼
뱀할매는 어릴 적부터 자신과 함께 수련했던 검은 뱀이 눈 깜짝할 사이에 윤구주의 손에 죽을 줄은 몰랐다.그 뱀은 무려 대가 경지에 다다른 사황이었다.검은 뱀이 죽자 뱀할매는 비명을 질렀다. 백발을 휘날리던 그녀의 두 손에 갑자기 뼈로 만들어진 흰색 피리가 나타났다.“내 사황을 죽이다니, 오늘 내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꼭 네 놈과 동귀어진 할 것이다!”뱀할매의 눈빛이 섬뜩하게 빛났다.곧이어 그녀는 피리를 불기 시작했다.그 피리는 군형에서 오랫동안 전해져 내려온 보물이었다.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피리 소리가 울려 퍼졌다. 주변에서 검고 사악한 기운이 윤구주를 향해 날아드는 것이 느껴졌다.“법기인가?”윤구주는 덤덤한 눈길로 뱀할매가 들고 있는 피리를 보았다.피리 소리가 들리자 주변의 풀과 꽃들이 빠르게 시들어갔다. 절멸하듯 말이다.“무시무시한 법기네!”뒤에 있던 연규비는 그 광경을 바라보다가 서둘러 그 피리 소리의 범위 밖으로 물러났다.그러나 오직 윤구주만이 움직이지 않았다. 피리 소리가 그의 귓가를 파고들었는데도 윤구주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이럴 리가 없는데. 내 피리 소리를 들은 사람이라면 6품 대가조차도 피리 소리에 조종당하는데 왜 저자는 멀쩡한 거지?”뱀할매는 꼼짝하지 않고 서 있는, 아무런 정신적인 영향도 받지 않는 윤구주를 보자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흥! 겨우 같잖은 중급 무기로 내 앞에서 건방을 떨어? 우습군!”윤구주는 차갑게 코웃음 치더니 주먹을 쥐었다. 그 순간 주변 현기가 순식간에 그의 주먹에 모여들었다.쿵!윤구주가 주먹을 휘둘렀다.그 주먹은 힘이 엄청났다.무시무시한 힘을 가진 주먹이 휘둘러지자 주위에 먼지가 일었다.피리를 불고 있던 뱀할매는 주먹의 위력을 막을 수가 없었다. 그녀가 들고 있던, 몇 대에 걸쳐 내려온 피리는 부러졌고 뱀할매는 충격으로 피를 몇 번이나 내뱉으면서 십여 미터 멀리 날아갔다.길씨 일가의 뱀할매가 윤구주의 상대가 되지 않자 여씨 일가 족장과 전씨 일가 족장의 안색이 달라졌다.
그건 아주 사악하고 잔인한 요술이었다.전해지는 데 따르면 산 사람을 이용해 만든다고 한다.그리고 마지막에는 구리를 녹인 물을 오장육부와 전신에 부어서 총칼이 들어가지 않는 난공불락의 경지에 이르게 만든다고 한다.거인이 완전히 깨어난 순간, 전씨 일가 족장이 윤구주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자식을 죽여!”거인은 곧바로 쿵쾅대면서 윤구주를 향해 미친 듯이 달렸다.두 개의 굵은 구리 팔이 광풍처럼 윤구주를 향해 매섭게 날아들었고 윤구주는 허공으로 뛰어 올라서 두 손바닥을 내밀었다.팍팍!대가 경지의 강자를 단숨에 죽일 수 있는 무시무시한 공격이었지만, 눈앞의 거인은 몸에 깊은 손바닥 자국만 두 개만 남았다. 거인은 뒤로 십여 걸음 물러날 뿐 쓰러지지는 않았고 다시 윤구주를 향해 돌진했다.“음? 재밌네!”윤구주는 눈을 살짝 가늘게 떴다. 그는 이 거인에 조금 흥미가 생겼다.전씨 일가 족장이 공격하고 있을 때, 여씨 일가 족장도 손을 썼다.그의 왼손에는 검은색 방울이 있었고 오른손에는 강마봉이 들려있었다.그는 소리 없이 주술을 읊었고 그가 들고 있던 검은색 방울이 갑자기 허공에 떠 올랐다.“환혼영음!”여씨 일가 족장이 크게 소리치자 검은색 방울이 허공에서 기괴한 소리를 냈다. 그 소리가 나자마자 주변 공간이 순식간에 검은색 안개로 둘러싸인 공간으로 변했다.같은 시각, 중상을 입은 뱀할매도 악다구니를 쓰면서 달려들었다.3대 족장, 3대 태허경지의 강자들이 전부 손을 썼다.3대 족장이 힘을 합치자 확실히 무시무시했다.상대가 신급 강자라고 해도 싸울만했다.그러나 윤구주는 여전히 무표정이었다.마치 눈앞에 태허경지 강자가 세 명 있든 열 명 있든 상관없다는 듯이 말이다.그들의 모습이 마구 뒤섞였다.쾅쾅!눈 깜짝할 사이 네 사람은 허공에서 열 번 넘게 공격을 주고받았다.옆에 있던 연규비는 윤구주가 3대 족장에게 공격당하자 차갑게 코웃음 치면서 말했다.“구주야, 내가 도와줄게!”연규비가 나서려는데 윤구주가 갑자기 그녀의 앞에 나타났다.
‘헐, 대박.’진동왕이 하늘을 우러러보며 윤구주를 신처럼 떠받들었다.‘이게 진짜 신이지. 곤륜에 있는 그 자식들은 모두 가짜 신들이었어. 허위적이기 그지없지.’오늘 밤 그는 여러 강자의 싸움을 직접 목격하고 강자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문경우도 아주 강했지만 윤구주가 나타나자 문경우는 도망조차 제대로 치지 못하고 영혼마저 산산조각이 났다. 윤구주의 술법에 의해 영혼도 남기지 못하고 진정한 죽음을 맞이했다.승리는 결국 화진에게 돌아갔다. 화진을 무너뜨리려는 역적들은 모두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 것이다. 윤구주는 자신의 힘으로 화진의 막강한 실력을 전 세계에 알렸다.문경우를 처단한 윤구주는 즉시 임정설의 치료에 돌입했다.“짐은 별일 없으니 먼저 왕숙과 네 친구를 치료해줘라.”임정설이 임성진과 청해를 가리키며 말했다.청해는 이미 정신을 차렸다. 비록 상처가 심해 반쯤 죽은 상태였지만 화진 국주에게 인정받은 첫 순간이었다. 묘한 영예감이 그의 마음을 꽉 채우며 날아갈 듯 기뻤다.“이 두 사람 모두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은 아닙니다. 오히려 국주님이 더 위험하십니다. 경지를 무리하게 넘어서셨고 섭혼번 아래서 정기를 너무 많이 잃으셨습니다. 지금 국주님의 기운이 안정하지 않으니 제 도움이 없다면 폭주 할수도 있어요. 그때가 되면 저도 방법이 없습니다.”윤구주가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임정설은 결국 윤구주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그도 자신의 몸 상태를 알고 있었다. 윤구주의 치료를 거부한 이유는 목숨을 내던질 각오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황자급 경지에 오르긴 했지만 예전보다 죽음에 대한 집착이 강해져 있었다. 윤구주는 임정설에게 풀지 못한 원한이 있음을 눈치채고 치료를 해주며 화진으로 압박했다.“국주님께서 직접 해결해야 할 일이 남아있다는 걸 저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화진에게는 국주님이 필요합니다. 국주님은 30년 동안 화진을 지켜오셨잖아요. 지금 승부가 달린 이 중요한 시점에서 사적인 감정에 휘둘리시면 안 됩니다.”임정설
서울 삼천만 명의 목숨을 제물로 바치고 섭혼번이 작동되면 화진의 국운은 영원히 봉인될 것이다.“우리 문씨 가문은 예전부터 지금까지 쇠퇴하지 않았으니 마땅히 화진의 주인이다. 감히 누가 복종하지 않겠느냐?”문경우는 하늘을 향해 큰소리로 웃어댔다.이때 하늘에서 천둥이 울리며 공간이 갈라지더니 한 남자가 시체 한 구를 밟고 서울에 강림했다.“웃기고 있네. 문씨 가문이 화진의 주인이 되겠다고? 문씨 가문 따위가 어디 감히 그런 꿈을 꾸는 것이냐? 나 윤구주가 용납하지 않겠다.”우르릉.우렁찬 목소리가 사방으로 퍼지자 문경우의 표정이 그대로 굳어졌다. 윤구주의 기운이 섭혼번 아래에 나타나며 음의 기운을 찢어버렸다.거대한 섭혼번이 관통당하자 전법이 무너지고 문경우는 피를 토해냈다.고개를 돌리니 윤구주가 허공에 우뚝 서 있었고 그의 발아래에는 아사 신전의 신주 오딘의 시체가 보라색 번개에 휩싸여 있었다.“이게 무슨? 네가 신왕 오딘을 죽였다고?”문경우는 오딘의 시체를 바라보며 벌벌 떨었다.“이 개 같은 자들이 여러 번 화진을 범했으니 죽이는 게 당연하지. 나는 오딘뿐만 아니라 아사 신족 전체를 멸했다. 이제 곤륜에 아사 신족은 존재하지 않는다.”윤구주가 공중에 우뚝 서서 음양의 기를 손아귀에 감아쥐었다. 그의 머리 위 갈라진 공간 너머로 아사 신전의 폐허가 보였다. 수만 신령이 죽어 아사 신족이 멸족한다는 종말이 예언이 현실이 된 것이다.문경우의 눈에 비친 윤구주는 무적의 화신이었다. 그는 윤구주와 싸울 용기도 내지 못하고 뒤돌아 도망치려 했다.“너희들이 내가 없을 틈을 타 화진의 기운을 봉인하려 했다고? 문씨 가문은 정말 개수작만 부리는군. 예전에는 나를 죽이려 온갖 더러운 수작을 다 부렸잖아. 내가 없는 틈만 노리는 걸 보니 이젠 내가 무서웠나 보지?”“팔기지, 술자결.”윤구주가 손짓하자 삼천만 생령이 국운 속으로 모여들었다. 백성들은 새 국운에 각자의 고마운 마음을 담아 보냈고 모두의 영혼이 육체로 돌아가며 위기가 해소되었다.“팔기지, 어
태양으로 변한 그 부적은 사악하기 그지없었다. 독한 태양 빛이 대지를 지지며 수많은 건물을 녹여버렸고 그 안에 있던 평민들도 산 채로 타죽고 말았다.“그만해. 화진의 백성들을 건드리지 마라!”임정설이 분노에 차 외쳤다.“너와 나는 모두 화진의 절정 수련자인데 어찌 무고한 자들을 끌어들이느냐?”“하하! 무고하다니? 임정설, 현실을 직시하지. 이 하등한 것들은 개미나 다름없어. 한 무리를 죽여도 금방 다시 번식할 테니. 게다가 내가 여기에 온 목적은 삼천만 백성의 목숨으로 화진의 새 국운을 봉인하는 거라네. 우리 문씨 가문이 얻지 못하는 것은 부숴버려도 남에게 주지 않을 거야.”문경우가 이를 악물며 소리쳤다. 그는 윤구주가 문씨 가문의 뜻을 거역하는 것에 화가 났다.만약 윤구주가 그들에게 순종했다면 지금쯤 화진의 주인이 되었을 텐데 말이다. 천추만대가 지나도 윤구주는 여전히 화진 최고의 명군으로 남았을 것이다.“저 빌어먹을 윤구주. 역사는 승자가 쓴다는 걸 모르나? 역사를 조작한 왕조가 그렇게나 많은데 유독 그놈만 고집을 부리잖아. 화진의 재난은 모두 윤구주 때문이야. 명군이 되길 거부한다면 영원한 역적으로 만들 거야. 윤구주는 역사의 수치주에 못 박혀 천년만년을 욕먹을 것이다.”“닥치거라! 구주는 우리 화진의 영웅이다. 너 같은 쓰레기가 어찌 감히 구주를 함부로 논하는 것이냐?”그의 말에 단단히 열 받은 임정설은 양혼을 불살라 목숨을 걸려 했다. 그러나 문경우가 이미 임정설의 기를 봉쇄하고 제삼의 전법으로 그의 영혼까지 잠가버렸다.“임정설, 내 앞에서 자살조차 못 하는 주제에 어디서 목숨을 걸겠다고 떠드는 건가?”문경우는 기고만장했다. 임정설이 황자가 되면 뭐하나? 어차피 문씨 가문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하는데.“오늘이 바로 화진 황제의 멸망일이라네. 섭섭해하지 말게. 윤구주도 곧 자네 뒤를 따를 거니까. 하하!”그가 양손을 내리자 백 미터 크기의 사악한 검은 기발이 구름을 뚫고 서울 상공에 나타났다.“이, 이것은 섭혼번이군!”그 거대
말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더 이상 쓸모없는 대화는 필요 없었다.임정설은 황제의 의지를 칼로 삼았다. 황자의 기세가 모여 금빛 칼날을 형성하더니 국운을 상징하는 그 칼로 문경우를 향해 내리쳤다.우르르.음과 양이 맞부딪치며 터져 나온 충격파가 반경 수 킬로미터를 휩쓸었다. 사령부 빌딩과 인근 건물들의 유리가 모조리 산산조각이 났다.두 사람은 빌딩 꼭대기에서 결투를 시작했다. 칼 빛이 번뜩이며 천지의 영기를 뒤흔들었고 광풍과 폭우가 몰아쳤다. 산해가 울부짖으며 서울은 보라색 번개와 금빛 불길에 휩싸였다.그들은 각각 화진 최강의 무도를 대표하고 있었다. 이는 단순히 정의와 사악의 대결이 아니라 임씨 가문과 문씨 가문의 결전이었다.서울 상공에서는 용의 형상이 구름 사이를 휘저으며 흉수와 피 묻은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이게 바로 황자의 힘인가. 정말 굉장하군.”진동왕마저 넋을 잃은 채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이때 다른 도시의 지원병들이 서울에 도착해 진동왕과 연락을 취했고 이 소식을 해외에 있는 현모와 주작에게 즉시 전했다.“국주께서 문경우와 결전을 벌이고 계신다고?”“국주께서 황자급 경지에 오르셨다니.”이는 분명히 좋은 소식이었다. 비록 한 산에 두 호랑이가 살 수 없다는 말이 있었지만 윤구주와 임정설의 관계는 남달랐다. 임정설은 윤구주의 스승이자 아버지 같은 존재였다.“너무 기뻐하지 마라. 저 문경우는 보통 사람이 아니다. 곤륜에서 오랫동안 잠적하며 수많은 신전의 공법을 익혔어. 저놈이 서울로 온 목적은 바로 임정설을 죽이기 위함일 것이야.”옆에 있던 황보웅이 차가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주작과 현모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오직 화진이 무사하고 임정설이 문경우를 물리치길 기원할 수밖에 없었다.한창 싸우고 있던 두 강자는 공중에서 다시 한번 맞붙었다. 두 사람의 손짓 하나에 산이 뒤집히고 천지가 진동했으며 그들의 기세는 수백 리 밖까지 영향을 미쳤다.임정설은 기세를 최고조로 끌어올려 거침없이 공격을 퍼부었다. 임정설은 문경우가 극 신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전법이 발동되면 서울 수천만 사람들이 참혹한 죽음을 맞이할 것이야. 비록 이길 자신은 없지만 내 목숨을 걸어서라도 화진의 백성을 위해 싸우겠다. 구주군과 금위군의 여러 장수들은 듣거라. 짐이 전사하면 너희들이 나라를 지킬 책임을 지고 계속해서 적들을 섬멸하라.”임정설은 장군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나서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홀로 서울 사령부로 날아갔다.서울 사령부는 진동왕과 수비영이 도착하기 훨씬 전에 함락된 상태였다. 주둔지는 죽음의 적막에 휩싸여 있었고 눈에 들어오는 것은 말라붙은 백골들이 널브러진 참혹한 장면뿐이었다.당시 강적의 침입을 받은 주둔지의 병사들은 한 명도 물러서지 않고 전원이 전사할 때까지 적들과 맞서 싸웠을 것이다.이 생각에 임정설의 살기가 더욱 짙어졌다.“이곳에 있는 자들은 모두 우리 화진의 자랑이다. 저 요망한 것들이 화진을 어지럽힌 지 얼마나 되었느냐? 이 빚을 짐이 갚아 내지 못하더라도 화진 자손들이 반드시 값나낼 것이다.”그는 절대 화진의 혼란에 맞선 마지막 황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수많은 선인이 걸어온 길을 밟으며 그의 발걸음은 더욱 확고해졌다.이 순간 황운이 임정설의 몸에 서리더니 새로운 국운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순간부터 그는 특정된 누군가의 왕이 아닌 천하 만민이 우러러보는 황제가 되어 있었다.황도가 더해지자 임정설의 기세는 한층 더 강해졌다. 그는 사령부 빌딩 최상층에서 서울을 어지럽힌 장본인을 마주했다.검은 도포를 걸친 그 자는 사악한 부적으로 몸을 감싼 채 요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바로 그가 전법으로 서울을 뒤덮고 있었다.“참으로 예상치 못했어. 화진에 또 한 명의 황자가 나타나다니. 윤구주는 정말 신기하다니까. 자신의 기운으로 국운을 바꾸고 자네의 운명까지 바꿔놓았군. 하지만 내가 충고 하나 해주지. 임정설 자네가 황자가 된 이상 사흘을 넘기지 못할 것이야. 넌 사흘 안에 목숨을 거둘 것이란 말이지.”검은 도포를 입은 사람은 임정설이 죽음을 각오하고 온 것을 알아
국주 임정설은 해청현의 음기를 제거한 후, 그를 보호하던 기운까지 걷어내 양기로 해청현을 완전히 눌러 버렸다.이게 바로 미친 스님이 말했던 진정한 자제력이었다.“해청현은 수법만 닦고 수도는 하지 않았으며 몸만 수련할 뿐, 마음은 단련하지 않았지. 그러다 보니 결국 다 헛것이 되어버린 거야.”미친 스님은 고개를 저으며 탄식했다. 하느님은 누구에게나 공평했다. 그는 해청현에게 타고난 수도의 체질을 주었지만 그에 걸맞은 의지를 주지 않았다. 그렇게 해청현은 더는 감당하지 못하고 되려 휘말려버린 것이었다.임정설의 머리 위엔 성스러운 빛이 맴돌았고 온몸엔 천지를 뒤덮을 만큼의 정기가 흘러넘쳤다. 해청현은 결국 싸움에서 져버렸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자신도 임정설처럼 황자급 경지였다면 이겼을 거라고 생각했다. 정작 두 사람의 경지가 같았다 해도 여전히 자신이 완전히 압도당했을 거라는 걸 꿈에도 모른 채 말이다.임정설은 손바닥을 휙 내리치더니 끝까지 미련을 품던 해청현을 그 자리에서 즉사시켰다. 그는 영혼조차 남지 않은 채 완전히 소멸당했다. 이것이 바로 겉보기엔 수련했을지 몰라도 한 번도 진정한 수도의 길에 들어서지 않았다는 증거였다.“국주님이 이렇게까지 강했다고?”공수이는 멍하니 중얼거렸다.“그러게 말이야. 어떻게 이렇게까지 강해졌지?”진동왕은 부러움과 질투, 그리고 복잡한 감정을 동시에 느꼈다. 예전에는 그가 임정설보다 더 강했었고 임정설은 국운 덕에 간신히 그를 이길 정도였으니 말이다.하지만 이젠 내공 차이가 너무 벌어져서 더 이상 비교조차 할 수 없게 되었다.그제야 깨어난 백호는 조금 전 자신이 국주를 진왕으로 착각하고 있었다는 걸 알아차렸다.“백호, 널 속인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넌 내가 올 때까지 버티지 못했을 테니까...”임정설은 양기를 끌어내어 백호의 몸속에 주입했고 그의 정기를 빠르게 회복시켰다. 이렇게 되면 백호도 얼마 지나지 않아 완전히 회복할 것이었다.그 모습을 본 공수이와 진동왕은 또다시 멍해
“뭐? 저게 누구지? 지금 화진에 저런 강자가 또 있었다고? 설마... 저자가 바로 구주왕이란 말인가?”청현이 더는 버티지 못하고 당황스레 외쳤다.누가 알았겠는가, 이 결정적인 순간에 고수가 나타나다니!“젠장... 네가 누구든 상관없다!”“나는 반드시 백호를 죽인다!”청현은 더는 여유가 없었다.상대의 기세는 너무나도 강력했고, 이미 백호와 싸우면서 중상을 입은 상태에서 그와 맞붙는 건 목숨만 붙어 있을 뿐 이기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청현은 그저 백호부터 처리하려 했다.“이런 건방진 것! 우리 화진의 전쟁 신이 너 같은 흉수에게 쓰러질 수는 없다!”하늘에서 울려 퍼지는 활기찬 천 음 소리!금빛 실루엣이 구름을 뚫고 내려오더니 손바닥으로 청현을 튕겨냈다!눈앞의 인물을 본 청현은 잠시 얼어붙었다. 모르는 인물이다.하지만 이 압도적인 기운은 분명 고위자일 것이다.화진에서 구주왕 말고는 누가 이런 존재감을 뿜어낼 수 있겠는가?기절해 있던 진북왕은 익숙한 기운에 눈을 번쩍 떴다.그리고 그 실루엣을 본 순간 기절할 뻔했다.“이런! 임정설! 너 황자가 된 거야!”“흠? 왕숙께서 실망하셨나 보네요??”금빛 그림자가 사라지며 실체가 드러났고, 그 모습은 바로 용맥에 들어가 수련하던 화진의 현직 왕 임정설이었다.“폐하 만세!”구주군 장병들은 격동된 마음으로 일제히 무릎 꿇고 경례하며 외쳤다.자신들의 왕이 서울로 화진의 백성을 구하러 온 것이다!“임정설?! 그게 어떻게 가능해! 아무리 강해도 극한신경 정도일 텐데!”청현의 얼굴이 찌그러질 대로 찌그러졌다.극한신경과 황자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한다.황자 한 명이면 수십 명의 극한신경을 상대할 수 있다!서울에 황자가 주둔해 있다면, 곤륜영역조차 쉽게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이런 상황에서 설령 청현이 아무리 천재고 강하더라도 황자와의 싸움은 불가능했다.자칭 수요산 제일검이라던 청현은 위축됐다.그 모습을 본 임정설은 냉소하며 말했다.“이게 바로 검객이란 말인가? 검객의 마음은
진황은 외공만으로 도에 이른 황자였다.어떠한 술법도 수련하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백호가 중얼거리며 ‘진황신공!’을 외치고 있으니 이건 누가 봐도 미친 소리였다.“미쳐야 도를 이루는 법이다. 백호는 앞날이 창창하구먼.” 미친 스님이 아미타불을 외치며 말했다.“미쳤어, 미쳤어! 전부 다 미쳐버렸다고!” 진북왕이 고함을 지르다가 숨도 제대로 못 쉬고 기절해버렸다.그 사이 백호의 기세는 끝없이 치솟고 있었다!정신은 나갔지만, 힘은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다!청현은 문득 깨달았다. 백호가 저토록 광폭한 이유—바로 그놈의 몸속에 흐르는 성수의 피였다.“이 썩을 놈... 성수 피가 아니었으면 네가 뭔데 날 상대로 이러는 거냐!”청현은 음기를 뿜으며 맹렬하게 연속으로 공격을 퍼부었다.그 음산한 기세에도 불구하고 백호는 오히려 직선 돌진했다.공격은 완전 예측 불가였다.수요산 검종은 온갖 검술과 전법에 능했지만, 다음 공격이 뭔지도 모르는 미친놈을 상대로는 청현도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결국, 또 한바탕 두들겨 맞고 땅바닥을 굴러다니던 중 놀랍게도 백호가 자신의 음신사체를 흡수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내 음기를 집어삼키다니?! 이 괴물 같은 놈!”“음기여 무한하라! 흑검이여, 사악을 베어라!!!”시커먼 흑검이 다시 응집되자, 수백 개의 검날이 연속으로 쏟아졌다.백호의 온몸은 피투성이가 되어 검은 피를 흘렸지만——그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그대로 돌진했다!“개자식... 음기야! 나에게 힘을 줘!!”청현은 검을 땅속 깊숙이 꽂았다.지맥에서 미친 듯이 영기를 빨아들이자, 머리 위에 떠 오른 음기 마기의 형상은 산만큼 거대해졌다!그 압도적인 힘으로 청현은 백호를 단숨에 쓰러뜨렸다.이건 이미 백호가 감당할 수 없는 한계치를 훨씬 초과한 위력이었다.쿵!!백호는 그대로 땅에 쓰러졌지만, 그런데도 그는 의식을 잃지 않았다.다만 입에서 나오는 건 누가 들어도 미친 소리였다.“황이 온다... 황... 황이 온다....
“우리 스승 말이야, 진짜 고집쟁이에다 구닥다리야. 정의와 사악은 절대 함께할 수 없다고 믿고 목숨 걸고 몇백 년 동안 싸우고 피 흘렸지만 무슨 소용이 있어? 인마 좀 없앤 거 빼고는...?”“스승께서 날 산에서 내려가 속세의 삶을 보라고 하신 건, 결국 수련을 위한 경험이었겠지. 하지만 세상을 직접 겪고 나서야 똑똑히 알게 됐어. 이 세상은 결국, 강한 자가 무적이고 이긴 자가 왕이 되는 법이야...”“세상에는 애초에 정의와 악, 흑과 백 따윈 존재하지 않아. 선악의 기준이란 결국 입만 살은 자들이 지껄이는 헛소리일 뿐이지. 역사가 진실이라고 믿어? 예로부터 어느 왕조의 흥망이 피바다와 시체더미 없이 이루어진 적이 있었나?”“무릇 장수가 공을 세운다는 건, 수만의 백골 위에 선다는 뜻이지. 그 윤구주가 '구주왕'이라 불리는 것도, 결국은 피로 쟁취한 자리 아니겠어?”“주먹이 곧 진리다. 내가 황위에 오르는 날, 선악이든 흑백이든 모두 내 기준으로 정의된다!”“백호, 이제 죽어라.”청현이 공격하려던 찰나 하늘 위의 백호가 먼저 움직였다. 다시 성수인을 발동하더니, 성수의 허상이 실체로 변해 거대한 기운을 모은 주먹을 뻗었다.그 주먹은 하늘을 가르고 청현을 향해 날아갔다.그러나 청현은 당황하지 않았다. 차가운 음기와 사기 담은 손으로 그 주먹을 받아내고 동시에 백 자 길이의 흑검을 형성해 단칼에 성수의 허상을 두 토막 내버렸다.그 검이 날아간 자리에는 구름이 쪼개졌고, 서울 상공을 덮고 있던 먹구름은 그 검기의 파도에 휩쓸려 모두 흩어졌다.먹구름이 사라졌지만, 서울 상공에는 여전히 짙은 요기가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마치 태양조차 삼키려는 어둠의 장막처럼.“진법까지 있었어?! 대체 어느 놈이, 언제 이따위 대형 진법을 몰래 깔아놓은 거야?!”진북왕은 혈압이 오르다 못해 피까지 토할 지경이었다.이건 곧 청현이 최종 보스가 아니라는 뜻이다!백호가 청현을 이긴다 해도 그보다 더 강한 놈이 있다는 얘기다.하지만 지금 상황에선, 백호가 청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