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이제 어떡해요? 그 잘생긴 남자가 대놓고 설씨 일가 장로와 후계자를 죽였잖아요. 설씨 일가 사람들은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예요. 게다가 그 잘생긴 남자를 우리 백화궁 사람이라고 생각할지도 몰라요.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설씨 일가와 싸워야 할 거예요!”다른 똑똑한 여자가 말했다.“연희 말이 맞아. 지금 상황에서는 오해를 푸는 건 불가능할 것 같아. 그래서 난 당장 우리 백화궁 주인께 이 사실을 알릴 거야”인해민이 말했다.“그러면 저 잘생긴 남자는 어떡해요?”연희라고 불린 똑똑한 여자는 호텔 안 윤구주를 가리키며 물었다.인해민은 잠깐 고민했다.“너희 셋은 여기서 지켜보고 있어. 절대 그 사람의 심기를 건드려서는 안 돼. 가까이 가려고 하지도 마! 그 남자 아주 위험한 사람이야! 그것도 아주 위험해!”“네, 알겠어요!”인해민은 몇 번이고 당부한 뒤 연희 등 세 사람을 남겨두고 서둘러 떠났다.호텔에는 연희와 다른 두 명의 백화궁 여자가 남아 윤구주를 지켜봤다....서남.부지면적이 아주 큰 별장 입구에는 돌사자 두 개가 놓여 있었다.두 개의 돌사자 중간에는 붉은색의 오래된 거대한 문이 있었다.거대한 문 위, 큼직한 현판에는 설씨 일가라고 적혀 있었다.그곳은 군형 5대 가족 중 하나인 설씨 일가의 땅이었다.입구에는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서 있었다.설씨 저택 안쪽, 커다란 대전 안에서 분노에 찬 호통 소리가 들려왔다.“젠장! 백화궁 X들 미친 거야? 감히 우리 설씨 일가의 장로를 죽여? 심지어 일곱째의 아들까지 죽였어?”말을 한 사람은 검은색 옷을 입은 노인이었다.노인은 얼굴이 까무잡잡하고 말할 때 살기등등했다.“그러니까요!”“우리 5대 가족이 그동안 백화궁을 가만 놔뒀더니 천박한 여편네들이 먼저 우리를 공격했네요.”마른 노인 한 명이 벌떡 일어나면서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젠장, 백화궁 여편네들이 언제부터 그렇게 강해진 거죠? 단번에 우리 설씨 일가 귀선경지 후기의 장로를 죽이다뇨. 말도 안 되는 일이에요
설진석은 아래에 있는 장로들의 말을 듣더니 기괴하게 웃었다.“싸울 생각이라면 아주 싹을 잘라버려야지. 그리고 반드시 백화궁을 뿌리째 뽑아야 해. 하지만 백화궁의 연규비는 날 위해 남겨줘야 해. 소문에 따르면 그 여자는 경국지색의 미모의 소유자라고 해. 그리고 누군가는 그 여자가 과거 화진 왕의 정인이었다고 해. 그런 최상품은 내가 꼭 맛봐야겠어.”얼굴에 검버섯이 가득하고 몸에서 기괴하고 사악한 기운을 내뿜는 설진석은 그 말을 마치자마자 혀를 내밀어 입가를 핥았다.설씨 일가의 조상인 그에게는 두 가지 취미가 있었다.하나는 산 사람의 정기를 흡입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바로 여자였다.설진석은 100세의 고령이지만 그의 후궁과 처첩은 20여 명이라고 한다.게다가 그들 모두 묘령의 여자라고 한다.설진석의 말에 대전에 있던 십여 명의 설씨 일가 종친과 장로들은 일제히 말했다.“걱정하지 마십시오, 족장님! 저희는 반드시 백화궁을 도륙할 것이고 그 여자는 족장님을 위해 남겨둘 것입니다.”“그래야 할 거야.”설진석은 그 말을 듣더니 키득키득 웃었다.설진석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건장한 몸집의 장로가 살기등등하게 말했다.“지금부터 설씨 일족은 명령에 따라 백화궁을 처단한다. 절대 한 명도 살려둬서는 안 돼!”“네!”...설씨 일가에서 전쟁을 일으키기로 마음먹었다.서남 호텔에 있던 윤구주는 아직 그 사실을 몰랐다. 밤이 되고 갑자기 배가 고파진 백경재는 홀로 호텔 1층으로 내려와서 먹을 걸 찾았다.아래로 내려오자마자 그는 호텔 로비에 세 명의 아름다운 미녀가 서 있는 걸 보았다.“어라? 백화궁 여자들 아니야? 왜 여기 있는 거지?”백경재는 눈을 가늘게 뜨고 눈앞의 세 여자를 보았다.“설마 우리를 감시하려는 건 아니겠지?”백경재가 중얼거렸다.세 여자를 본 백경재는 다시 호텔 룸으로 돌아왔다.“저하! 아래층에 세 명의 백화궁 여자가 있습니다. 우리를 감시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백경재는 위층으로 올라온 뒤 곧바로 이 소식을 윤구주에게 알렸
싸움은 계속됐다.설씨 일가 20여 명의 부하들 중 6, 7명 정도 죽었고 남은 이들은 여전히 싸우고 있었다.“쓸모없는 것들, 겨우 계집애들도 상대하지 못해?”음산한 목소리가 갑자기 뒤에서 들려왔다.말한 사람은 아주 마른 몸에 머리가 아주 작고, 독사처럼 아주 차갑고 매서운 눈빛을 한 설씨 일가의 장로였다.그는 피를 갈망하는 표정으로 쓰러지는 설씨 일가 부하를 바라보다가 차갑게 코웃음 쳤다. 그는 이내 몸을 움직여 로비 안으로 들어섰다.로비 안에서 설씨 일가 부하들과 격전을 펼치고 있던 장연희 등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그의 등장에 놀랐다. 장연희가 가장 처음 말했다.“조심해!”그녀는 거꾸로 날아갔고 그녀가 들고 있던 비수에서 빛이 번뜩였다.검광이 설씨 일가 장로에게 가까워졌을 때 그 노인은 기괴하게 웃더니 다섯 손가락을 폈다. 곧이어 그의 손에서 녹색 은침이 촘촘히 발사되었다.장연희는 안색이 돌변하더니 빠르게 비수를 움직여서 막으려 했다.탕탕탕!아주 가는 은침이 그녀에게 가로막혔다.그러나 다른 여자는 그렇게 운이 좋지 못했다. 그녀의 가슴에 침이 두 개 꽂혀 들어갔고 곧 검은색 피를 토하더니 경련을 일으키며 바닥에 쓰러졌다.겨우 몇 초 사이 그녀는 비참하게 죽었다.“재경아!”동생의 죽음에 다른 여자가 화를 내며 소리를 지르더니 설씨 일가 장로에게 덤벼들었다.“죽으려고!”설씨 일가 장로는 기괴하게 웃더니 수인을 맺었고 곧 검은색 기운이 그 여자를 감쌌다.“아아아!”겨우 몇 초 사이 여자는 온몸이 썩어서 뼈만 남았다.두 동생이 순식간에 설씨 일가 장로에게 죽임당하자 장연희는 눈이 벌게졌다.그러나 그녀는 설씨 일가 부하들의 포위 공격에 스스로를 지키기도 어려운 상태라 두려움이 들었다.“너만 남았네! 이 XX아!”설씨 일가 장로는 비열하게 웃으며 홀로 남은 장연희를 바라보았다.“살고 싶어? 살고 싶다면 칼을 내려놓고 내 시중을 들어. 그러면 내가 마음이 바뀌어서 널 살려줄지도 모르잖아?”설씨 일가 장로는 그렇게 말하면서 장희
“너, 넌 누구야?”윤구주는 그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윤구주는 고개를 돌려 등 뒤의 장연희를 바라봤다.“이 사람 군형 5대 가족 맞아요?”장연희는 기계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네!”윤구주는 그 말을 듣더니 웅얼거리며 말했다.“5대 가족이라면 죽여야겠네.”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는 오른손으로 수인을 맺었다. 순간 광포한 기운이 거대한 검으로 변했다. 검이 나타나자마자 윤구주는 손가락으로 설씨 일가 장로를 가리켰다.“죽여!”죽이라는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검이 허공을 가르며 날아갔다.주위에 있던 십여 명의 설씨 일가 부하들은 미처 반응할 틈도 없이 윤구주의 검에 찔려서 비참하게 죽었다.“맙소사...”설씨 일가 장로는 윤구주가 아무렇게나 휘두르는 손에 십여 명의 부하들이 죽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겁을 먹은 그는 놀라서 소리를 지르더니 이내 손뼉을 쳤다. 녹색의 은침들이 윤구주를 향해 날아들었고 설씨 일가 장로는 곧 몸을 돌려 도망치려 했다.그러나 가장 강한 왕인 윤구주에게서 도망칠 수 있을 리가 없었다.윤구주는 다시 한번 검을 만졌고 그 검은 소리를 내면서 날아가 설씨 일가 장로의 독침들을 전부 막아냈을 뿐만 아니라, 검 끝은 도망치던 장로의 목을 꿰뚫었다.운이 나빴던 설씨 일가 장로는 피가 솟구치는 가슴을 움켜쥐고 눈을 부릅뜬 채로 피 바다 위에 쓰러졌다.눈 깜짝할 사이에 설씨 일가 사람들이 전부 윤구주에게 죽임당했다.그중에는 귀선경지의 장로도 있었다.그 광경에 겁을 먹은 장연희는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고 몸도 주체할 수 없이 떨렸다.어쩔 수 없었다.너무 두려웠으니 말이다.윤구주는 모두를 죽인 뒤 천천히 잘생긴 얼굴을 돌려 장연희를 바라봤다.장연희는 그의 시선에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윤구주를 마주 보고 있으니 자신이 마치 이 넓은 우주의 작은 먼지처럼 보잘것없는 존재로 느껴졌다.“넌 백화궁 사람이야?”윤구주가 천천히 물었다.“네... 네...”장연희가 대답했다.“날 감시했어?”윤구주가 다시 물었다.“전
윤구주가 그들을 죽여서 멸족시켜 버리겠다고 하자 장연희는 심장이 마구 뛰었다.그녀는 미친 사람을 보듯 윤구주를 바라보았다.“혼... 혼자서요? 설씨 일가를 멸족시키겠다고요?”“나 혼자면 충분해!”윤구주는 덤덤히 말했다.“이제 날 설씨 일가 본거지로 안내해 주겠어?”윤구주는 말을 마친 뒤 장연희를 바라보았다.설씨 일가를 멸족시키는 건 그에게 물을 마시는 것처럼 쉬운 일인 듯했다.장연희는 넋이 나갔다.그녀는 고개를 숙여 비참히 죽은 두 동생의 시체를 본 뒤 윤구주가 방금 했던 말을 떠올렸다.윤구주의 말대로 오늘 밤에는 피바람이 불 것이다.상황을 보니 설씨 일가는 백화궁과 싸울 생각인 듯했다.빨리 끝내지 않는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다치거나 죽을지 몰랐다.그런 생각이 들자 장연희는 결국 이를 악물고 말했다.“좋아요. 설씨 일가 본거지까지 안내할게요!”장연희가 승낙하자 윤구주는 미소를 지었다.“고마워. 그러면 지금 출발하지.”장연희는 잠깐 뜸을 들였다가 바닥에 떨어진 피 묻은 비수를 묵묵히 주워들어 가슴팍에 넣었다. 그러고는 윤구주를 데리고 설씨 일가 본거지로 향했다.설씨 일족은 서남의 교외에 있었다.군형 5대 가족 중 하나인 설씨 일가는 돈이 아주 많았고 수천 명의 사람을 두었다.그러나 오늘 백화궁을 상대하기 위해 그들은 반 이상을 출동시켰다.부지면적이 아주 큰 설씨 저택은 환히 밝혀져 있었다.그곳은 설씨 일족의 땅이자 금지 구역이었다.장연희는 윤구주를 설씨 일족 본거지에서 몇백 미터 떨어진 곳까지 안내한 뒤 불이 환히 밝혀진 그곳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곳이 바로 5대 가족 중 하나인 설씨 일족의 땅이자 그들의 본거지예요.”윤구주는 덤덤한 눈길로 그곳을 바라보며 말했다.“좋아. 여기까지 안내해 줘서 고마워. 인제 그만 가봐.”“네? 가보라고요?”장연희는 또 한 번 어이가 없었다.“그래! 이곳에 있어봤자 나한테 짐만 될 뿐이야. 아무런 도움도 안 돼!”윤구주가 간단명료하게 말했다.장연희는 자신의 미비한 실력은
“이 자식, 죽고 싶어? 감히 계속 다가오는 거야? 저 자식 죽여버려!”선두에 서 있던 설씨 일가 보초는 윤구주가 멈추지 않고 가까워지자 화를 내면서 소리를 질렀다. 두 명의 설씨 일가 부하들이 차가운 검을 뽑아 들며 윤구주를 덮쳤다.그러나 두 사람이 윤구주의 앞에 도착하기도 전에 엄청난 기운이 윤구주의 몸에서 느껴졌다.윤구주가 손가락을 튕기자 두 개의 지현이 허공을 가르며 튕겨 나갔다.펑, 펑!윤구주의 곁에 가지도 못한 두 사람은 그대로 몸이 터져버렸다.손가락을 튕기는 것으로 사람을 죽이다니, 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일인가?그 광경에 설씨 일가 부하들은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그러나 그들은 설씨 일가의 정예 부대였다.두 명이 죽자 그들은 모두 검을 빼 들었다.“습격이다! 습격이다! 전부 덤벼서 죽여!”선두에 선 사람이 명령을 내리자 20여 명의 사람들이 일제히 윤구주에게 달려들었다.20여 명의 사람들이 달려드는데도 윤구주는 마치 신처럼 꿈쩍하지 않았다.그는 그저 살짝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오늘 밤은 꽤 괜찮네. 사람을 죽이기에 적합하겠어.”말이 끝나기 무섭게 윤구주는 손가락을 살짝 움직였고 쉭 소리와 함께 주변의 현기가 순식간에 검으로 변했다.그 검은 금빛이었는데 휘황찬란하여 어두운 밤을 환히 밝혔다.금빛 검이 나타나자 윤구주는 검을 휘둘렀다.“베어라!”’무시무시한 금빛 칼이 반달 모양으로 움직이며 긴 거리를 휘저었고, 그것은 곧 설씨 일족들을 단칼에 베어버렸다.가엾게도 설씨 일족은 본인이 어떤 사람을 상대하고 있는지 몰랐다. 20여 명의 사람이 윤구주의 앞에 도착하기도 전에, 윤구주의 금빛 검이 그들의 몸을 베었다. 처참한 비명이 이어졌고 20여 명의 사람들은 전부 몸이 반토막 났다.심지어 어떤 이들은 반토막 난 몸이 꾸물대기도 했고 어떤 이들은 계속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코를 자극하는 피 냄새와 함께 설씨 저택 대문 앞이 빨갛게 물들여졌다.바닥은 반토막 난 시체들로 빽빽이 채워졌고 겉으로 흘러나온 내장들도
“습격이다! 습격이다!”윤구주가 설씨 저택의 대문을 베고 신처럼 쳐들어온 뒤 설씨 저택 전체에 날카로운 경고음이 울려 퍼졌다.같은 시각, 엄청난 부지면적을 소유한 설씨 저택의 이곳저곳에서 검은 옷을 입은 설씨 일족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그들은 전부 흉기를 들고 윤구주가 있는 방향으로 달려들었다.설씨 저택 가장 안쪽.가장 큰 침궁 안.70대로 보이는 노인이 웃통을 벗고 마른 몸으로 수정으로 만들어진 침대에 누워있었다.4m 너비의 수정 침대 위에는 5명의 나신의 미인들이 누워 그의 품에 기대어 있었다.여자들은 하나 같이 피부가 매끈하고 외모가 아름다웠다.그중 나이가 가장 많은 여자도 겨우 20대 초반으로 보였다.그들은 술잔을 든 채로 노인의 품 안에서 장난을 치며 노인의 시중을 들었다.이때 밖에서 갑자기 누군가 황급한 목소리로 말하며 안으로 달려 들어왔다.“족장님! 족장님! 누군가 저희를 습격했습니다!”황급한 목소리와 함께 설씨 일족의 부하 한 명이 빠르게 안으로 들어와 침대 앞에 무릎을 꿇었다.침대 위에 누워서 미인들의 시중을 받던 사람은 설씨 일족의 족장 설진석이었다. 그는 벌떡 일어나서 사악한 눈빛을 번뜩이면서 안으로 들어온 남자를 죽어라 노려보며 말했다.“이 자식, 지금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족장님, 사실입니다. 정말 저희를 공격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미 대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왔어요!”바닥에 무릎을 꿇은 남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젠장! 감히 우리 설씨 저택에 쳐들어와? 살기 싫은가 보지?”설진석은 그 말을 듣더니 호통을 쳤다.“족장님, 아직 그의 정체를 파악하지 못했는데... 젊은 청년인 것 같았습니다!”부하가 말을 이어갔다.“뭐라고? 젊은 놈이 우리 저택을 침범했다고?”설진석은 그 말을 듣더니 너무 화가 나서 펄쩍 뛸 뻔했다.“그렇습니다, 족장님! 지금 저택에 남아있는 자들이 다 그 청년을 상대하러 갔습니다... 그런데 역부족인 것 같습니다!”남자의 말에 설진석의 안색이 순식간에 흐려졌다.“쓸모
윤구주가 순식간에 설씨 일가 장로를 죽여버리자 다들 공포에 질렸다.다른 세 명의 장로는 감히 움직일 수 없었다.윤구주가 그들마저 전부 죽여버리려고 할 때, 검고 사악한 기운이 설씨 저택의 가장 안쪽에서 전해졌다.뒤이어 날카로운 고함이 어둠 속에서 들렸다.“이 자식, 감히 우리 설씨 일가의 영지에서 난동을 부려? 오늘 넌 이곳에서 살아서 나갈 수 없을 거야!”목소리가 들려옴과 동시에 주변의 기운이 음산하게 변했다.뒤이어 70대 노인이 바람을 타고 왔다.그는 설씨 일족의 족장인 설진석이었다.태허경지의 고수라서 그런지 그의 출현만으로도 주변 기운이 그의 몸에서 뿜어지는 기운으로 뒤덮였다.“족장님이다!”“족장님이 오셨어!”주위의 설씨 일족들은 설진석이 온 걸 보자 다들 흥분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윤구주는 설씨 일족의 족장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자 시선을 들어 싸늘한 눈길로 그를 힐끔 바라봤다.“당신이 바로 군형 5대 가족 중 하나인 설씨 일족의 족장이야?”설진석은 뱀 머리의 형상을 한 지팡이를 짚고 있었다. 주변이 설씨 일족의 시체로 뒤덮인 걸 본 그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그래, 나다! 이 자식, 넌 대체 뭐 하는 놈이야? 감히 설씨 일족의 영지에서 난동을 부리고 무고한 사람들을 죽여?”“하!”윤구주는 웃음을 터뜨렸다.“하, 노친네, 지금 나한테 무고한 사람들을 죽였다고 한 거야? 군형 5대 가족이 얼마나 많은 악행을 저질러왔는지 몰라서 그런 소리를 하는 거야?”설진석은 화를 내며 말했다.“너처럼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자식이 무슨 자격으로 우리 설씨 일족에 대해 왈가불가 떠드는 거야? 딱 하나만 묻지. 왜 오늘 밤 우리 설씨 일족의 영지에 쳐들어와서 우리 사람들을 죽인 거야?”“이유를 알고 싶다 이거지? 그래, 얘기해줄게! 군형 삼마 알지?”윤구주가 차가운 목소리로 군형 삼마의 이름을 얘기했다.군형 삼마라는 이름에 설씨 일족은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설씨 일족의 족장 설진석을 포함해서 말이다.군형 삼마는 군형에서 신과
‘헐, 대박.’진동왕이 하늘을 우러러보며 윤구주를 신처럼 떠받들었다.‘이게 진짜 신이지. 곤륜에 있는 그 자식들은 모두 가짜 신들이었어. 허위적이기 그지없지.’오늘 밤 그는 여러 강자의 싸움을 직접 목격하고 강자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문경우도 아주 강했지만 윤구주가 나타나자 문경우는 도망조차 제대로 치지 못하고 영혼마저 산산조각이 났다. 윤구주의 술법에 의해 영혼도 남기지 못하고 진정한 죽음을 맞이했다.승리는 결국 화진에게 돌아갔다. 화진을 무너뜨리려는 역적들은 모두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 것이다. 윤구주는 자신의 힘으로 화진의 막강한 실력을 전 세계에 알렸다.문경우를 처단한 윤구주는 즉시 임정설의 치료에 돌입했다.“짐은 별일 없으니 먼저 왕숙과 네 친구를 치료해줘라.”임정설이 임성진과 청해를 가리키며 말했다.청해는 이미 정신을 차렸다. 비록 상처가 심해 반쯤 죽은 상태였지만 화진 국주에게 인정받은 첫 순간이었다. 묘한 영예감이 그의 마음을 꽉 채우며 날아갈 듯 기뻤다.“이 두 사람 모두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은 아닙니다. 오히려 국주님이 더 위험하십니다. 경지를 무리하게 넘어서셨고 섭혼번 아래서 정기를 너무 많이 잃으셨습니다. 지금 국주님의 기운이 안정하지 않으니 제 도움이 없다면 폭주 할수도 있어요. 그때가 되면 저도 방법이 없습니다.”윤구주가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임정설은 결국 윤구주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그도 자신의 몸 상태를 알고 있었다. 윤구주의 치료를 거부한 이유는 목숨을 내던질 각오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황자급 경지에 오르긴 했지만 예전보다 죽음에 대한 집착이 강해져 있었다. 윤구주는 임정설에게 풀지 못한 원한이 있음을 눈치채고 치료를 해주며 화진으로 압박했다.“국주님께서 직접 해결해야 할 일이 남아있다는 걸 저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화진에게는 국주님이 필요합니다. 국주님은 30년 동안 화진을 지켜오셨잖아요. 지금 승부가 달린 이 중요한 시점에서 사적인 감정에 휘둘리시면 안 됩니다.”임정설
서울 삼천만 명의 목숨을 제물로 바치고 섭혼번이 작동되면 화진의 국운은 영원히 봉인될 것이다.“우리 문씨 가문은 예전부터 지금까지 쇠퇴하지 않았으니 마땅히 화진의 주인이다. 감히 누가 복종하지 않겠느냐?”문경우는 하늘을 향해 큰소리로 웃어댔다.이때 하늘에서 천둥이 울리며 공간이 갈라지더니 한 남자가 시체 한 구를 밟고 서울에 강림했다.“웃기고 있네. 문씨 가문이 화진의 주인이 되겠다고? 문씨 가문 따위가 어디 감히 그런 꿈을 꾸는 것이냐? 나 윤구주가 용납하지 않겠다.”우르릉.우렁찬 목소리가 사방으로 퍼지자 문경우의 표정이 그대로 굳어졌다. 윤구주의 기운이 섭혼번 아래에 나타나며 음의 기운을 찢어버렸다.거대한 섭혼번이 관통당하자 전법이 무너지고 문경우는 피를 토해냈다.고개를 돌리니 윤구주가 허공에 우뚝 서 있었고 그의 발아래에는 아사 신전의 신주 오딘의 시체가 보라색 번개에 휩싸여 있었다.“이게 무슨? 네가 신왕 오딘을 죽였다고?”문경우는 오딘의 시체를 바라보며 벌벌 떨었다.“이 개 같은 자들이 여러 번 화진을 범했으니 죽이는 게 당연하지. 나는 오딘뿐만 아니라 아사 신족 전체를 멸했다. 이제 곤륜에 아사 신족은 존재하지 않는다.”윤구주가 공중에 우뚝 서서 음양의 기를 손아귀에 감아쥐었다. 그의 머리 위 갈라진 공간 너머로 아사 신전의 폐허가 보였다. 수만 신령이 죽어 아사 신족이 멸족한다는 종말이 예언이 현실이 된 것이다.문경우의 눈에 비친 윤구주는 무적의 화신이었다. 그는 윤구주와 싸울 용기도 내지 못하고 뒤돌아 도망치려 했다.“너희들이 내가 없을 틈을 타 화진의 기운을 봉인하려 했다고? 문씨 가문은 정말 개수작만 부리는군. 예전에는 나를 죽이려 온갖 더러운 수작을 다 부렸잖아. 내가 없는 틈만 노리는 걸 보니 이젠 내가 무서웠나 보지?”“팔기지, 술자결.”윤구주가 손짓하자 삼천만 생령이 국운 속으로 모여들었다. 백성들은 새 국운에 각자의 고마운 마음을 담아 보냈고 모두의 영혼이 육체로 돌아가며 위기가 해소되었다.“팔기지, 어
태양으로 변한 그 부적은 사악하기 그지없었다. 독한 태양 빛이 대지를 지지며 수많은 건물을 녹여버렸고 그 안에 있던 평민들도 산 채로 타죽고 말았다.“그만해. 화진의 백성들을 건드리지 마라!”임정설이 분노에 차 외쳤다.“너와 나는 모두 화진의 절정 수련자인데 어찌 무고한 자들을 끌어들이느냐?”“하하! 무고하다니? 임정설, 현실을 직시하지. 이 하등한 것들은 개미나 다름없어. 한 무리를 죽여도 금방 다시 번식할 테니. 게다가 내가 여기에 온 목적은 삼천만 백성의 목숨으로 화진의 새 국운을 봉인하는 거라네. 우리 문씨 가문이 얻지 못하는 것은 부숴버려도 남에게 주지 않을 거야.”문경우가 이를 악물며 소리쳤다. 그는 윤구주가 문씨 가문의 뜻을 거역하는 것에 화가 났다.만약 윤구주가 그들에게 순종했다면 지금쯤 화진의 주인이 되었을 텐데 말이다. 천추만대가 지나도 윤구주는 여전히 화진 최고의 명군으로 남았을 것이다.“저 빌어먹을 윤구주. 역사는 승자가 쓴다는 걸 모르나? 역사를 조작한 왕조가 그렇게나 많은데 유독 그놈만 고집을 부리잖아. 화진의 재난은 모두 윤구주 때문이야. 명군이 되길 거부한다면 영원한 역적으로 만들 거야. 윤구주는 역사의 수치주에 못 박혀 천년만년을 욕먹을 것이다.”“닥치거라! 구주는 우리 화진의 영웅이다. 너 같은 쓰레기가 어찌 감히 구주를 함부로 논하는 것이냐?”그의 말에 단단히 열 받은 임정설은 양혼을 불살라 목숨을 걸려 했다. 그러나 문경우가 이미 임정설의 기를 봉쇄하고 제삼의 전법으로 그의 영혼까지 잠가버렸다.“임정설, 내 앞에서 자살조차 못 하는 주제에 어디서 목숨을 걸겠다고 떠드는 건가?”문경우는 기고만장했다. 임정설이 황자가 되면 뭐하나? 어차피 문씨 가문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하는데.“오늘이 바로 화진 황제의 멸망일이라네. 섭섭해하지 말게. 윤구주도 곧 자네 뒤를 따를 거니까. 하하!”그가 양손을 내리자 백 미터 크기의 사악한 검은 기발이 구름을 뚫고 서울 상공에 나타났다.“이, 이것은 섭혼번이군!”그 거대
말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더 이상 쓸모없는 대화는 필요 없었다.임정설은 황제의 의지를 칼로 삼았다. 황자의 기세가 모여 금빛 칼날을 형성하더니 국운을 상징하는 그 칼로 문경우를 향해 내리쳤다.우르르.음과 양이 맞부딪치며 터져 나온 충격파가 반경 수 킬로미터를 휩쓸었다. 사령부 빌딩과 인근 건물들의 유리가 모조리 산산조각이 났다.두 사람은 빌딩 꼭대기에서 결투를 시작했다. 칼 빛이 번뜩이며 천지의 영기를 뒤흔들었고 광풍과 폭우가 몰아쳤다. 산해가 울부짖으며 서울은 보라색 번개와 금빛 불길에 휩싸였다.그들은 각각 화진 최강의 무도를 대표하고 있었다. 이는 단순히 정의와 사악의 대결이 아니라 임씨 가문과 문씨 가문의 결전이었다.서울 상공에서는 용의 형상이 구름 사이를 휘저으며 흉수와 피 묻은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이게 바로 황자의 힘인가. 정말 굉장하군.”진동왕마저 넋을 잃은 채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이때 다른 도시의 지원병들이 서울에 도착해 진동왕과 연락을 취했고 이 소식을 해외에 있는 현모와 주작에게 즉시 전했다.“국주께서 문경우와 결전을 벌이고 계신다고?”“국주께서 황자급 경지에 오르셨다니.”이는 분명히 좋은 소식이었다. 비록 한 산에 두 호랑이가 살 수 없다는 말이 있었지만 윤구주와 임정설의 관계는 남달랐다. 임정설은 윤구주의 스승이자 아버지 같은 존재였다.“너무 기뻐하지 마라. 저 문경우는 보통 사람이 아니다. 곤륜에서 오랫동안 잠적하며 수많은 신전의 공법을 익혔어. 저놈이 서울로 온 목적은 바로 임정설을 죽이기 위함일 것이야.”옆에 있던 황보웅이 차가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주작과 현모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오직 화진이 무사하고 임정설이 문경우를 물리치길 기원할 수밖에 없었다.한창 싸우고 있던 두 강자는 공중에서 다시 한번 맞붙었다. 두 사람의 손짓 하나에 산이 뒤집히고 천지가 진동했으며 그들의 기세는 수백 리 밖까지 영향을 미쳤다.임정설은 기세를 최고조로 끌어올려 거침없이 공격을 퍼부었다. 임정설은 문경우가 극 신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전법이 발동되면 서울 수천만 사람들이 참혹한 죽음을 맞이할 것이야. 비록 이길 자신은 없지만 내 목숨을 걸어서라도 화진의 백성을 위해 싸우겠다. 구주군과 금위군의 여러 장수들은 듣거라. 짐이 전사하면 너희들이 나라를 지킬 책임을 지고 계속해서 적들을 섬멸하라.”임정설은 장군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나서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홀로 서울 사령부로 날아갔다.서울 사령부는 진동왕과 수비영이 도착하기 훨씬 전에 함락된 상태였다. 주둔지는 죽음의 적막에 휩싸여 있었고 눈에 들어오는 것은 말라붙은 백골들이 널브러진 참혹한 장면뿐이었다.당시 강적의 침입을 받은 주둔지의 병사들은 한 명도 물러서지 않고 전원이 전사할 때까지 적들과 맞서 싸웠을 것이다.이 생각에 임정설의 살기가 더욱 짙어졌다.“이곳에 있는 자들은 모두 우리 화진의 자랑이다. 저 요망한 것들이 화진을 어지럽힌 지 얼마나 되었느냐? 이 빚을 짐이 갚아 내지 못하더라도 화진 자손들이 반드시 값나낼 것이다.”그는 절대 화진의 혼란에 맞선 마지막 황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수많은 선인이 걸어온 길을 밟으며 그의 발걸음은 더욱 확고해졌다.이 순간 황운이 임정설의 몸에 서리더니 새로운 국운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순간부터 그는 특정된 누군가의 왕이 아닌 천하 만민이 우러러보는 황제가 되어 있었다.황도가 더해지자 임정설의 기세는 한층 더 강해졌다. 그는 사령부 빌딩 최상층에서 서울을 어지럽힌 장본인을 마주했다.검은 도포를 걸친 그 자는 사악한 부적으로 몸을 감싼 채 요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바로 그가 전법으로 서울을 뒤덮고 있었다.“참으로 예상치 못했어. 화진에 또 한 명의 황자가 나타나다니. 윤구주는 정말 신기하다니까. 자신의 기운으로 국운을 바꾸고 자네의 운명까지 바꿔놓았군. 하지만 내가 충고 하나 해주지. 임정설 자네가 황자가 된 이상 사흘을 넘기지 못할 것이야. 넌 사흘 안에 목숨을 거둘 것이란 말이지.”검은 도포를 입은 사람은 임정설이 죽음을 각오하고 온 것을 알아
국주 임정설은 해청현의 음기를 제거한 후, 그를 보호하던 기운까지 걷어내 양기로 해청현을 완전히 눌러 버렸다.이게 바로 미친 스님이 말했던 진정한 자제력이었다.“해청현은 수법만 닦고 수도는 하지 않았으며 몸만 수련할 뿐, 마음은 단련하지 않았지. 그러다 보니 결국 다 헛것이 되어버린 거야.”미친 스님은 고개를 저으며 탄식했다. 하느님은 누구에게나 공평했다. 그는 해청현에게 타고난 수도의 체질을 주었지만 그에 걸맞은 의지를 주지 않았다. 그렇게 해청현은 더는 감당하지 못하고 되려 휘말려버린 것이었다.임정설의 머리 위엔 성스러운 빛이 맴돌았고 온몸엔 천지를 뒤덮을 만큼의 정기가 흘러넘쳤다. 해청현은 결국 싸움에서 져버렸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자신도 임정설처럼 황자급 경지였다면 이겼을 거라고 생각했다. 정작 두 사람의 경지가 같았다 해도 여전히 자신이 완전히 압도당했을 거라는 걸 꿈에도 모른 채 말이다.임정설은 손바닥을 휙 내리치더니 끝까지 미련을 품던 해청현을 그 자리에서 즉사시켰다. 그는 영혼조차 남지 않은 채 완전히 소멸당했다. 이것이 바로 겉보기엔 수련했을지 몰라도 한 번도 진정한 수도의 길에 들어서지 않았다는 증거였다.“국주님이 이렇게까지 강했다고?”공수이는 멍하니 중얼거렸다.“그러게 말이야. 어떻게 이렇게까지 강해졌지?”진동왕은 부러움과 질투, 그리고 복잡한 감정을 동시에 느꼈다. 예전에는 그가 임정설보다 더 강했었고 임정설은 국운 덕에 간신히 그를 이길 정도였으니 말이다.하지만 이젠 내공 차이가 너무 벌어져서 더 이상 비교조차 할 수 없게 되었다.그제야 깨어난 백호는 조금 전 자신이 국주를 진왕으로 착각하고 있었다는 걸 알아차렸다.“백호, 널 속인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넌 내가 올 때까지 버티지 못했을 테니까...”임정설은 양기를 끌어내어 백호의 몸속에 주입했고 그의 정기를 빠르게 회복시켰다. 이렇게 되면 백호도 얼마 지나지 않아 완전히 회복할 것이었다.그 모습을 본 공수이와 진동왕은 또다시 멍해
“뭐? 저게 누구지? 지금 화진에 저런 강자가 또 있었다고? 설마... 저자가 바로 구주왕이란 말인가?”청현이 더는 버티지 못하고 당황스레 외쳤다.누가 알았겠는가, 이 결정적인 순간에 고수가 나타나다니!“젠장... 네가 누구든 상관없다!”“나는 반드시 백호를 죽인다!”청현은 더는 여유가 없었다.상대의 기세는 너무나도 강력했고, 이미 백호와 싸우면서 중상을 입은 상태에서 그와 맞붙는 건 목숨만 붙어 있을 뿐 이기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청현은 그저 백호부터 처리하려 했다.“이런 건방진 것! 우리 화진의 전쟁 신이 너 같은 흉수에게 쓰러질 수는 없다!”하늘에서 울려 퍼지는 활기찬 천 음 소리!금빛 실루엣이 구름을 뚫고 내려오더니 손바닥으로 청현을 튕겨냈다!눈앞의 인물을 본 청현은 잠시 얼어붙었다. 모르는 인물이다.하지만 이 압도적인 기운은 분명 고위자일 것이다.화진에서 구주왕 말고는 누가 이런 존재감을 뿜어낼 수 있겠는가?기절해 있던 진북왕은 익숙한 기운에 눈을 번쩍 떴다.그리고 그 실루엣을 본 순간 기절할 뻔했다.“이런! 임정설! 너 황자가 된 거야!”“흠? 왕숙께서 실망하셨나 보네요??”금빛 그림자가 사라지며 실체가 드러났고, 그 모습은 바로 용맥에 들어가 수련하던 화진의 현직 왕 임정설이었다.“폐하 만세!”구주군 장병들은 격동된 마음으로 일제히 무릎 꿇고 경례하며 외쳤다.자신들의 왕이 서울로 화진의 백성을 구하러 온 것이다!“임정설?! 그게 어떻게 가능해! 아무리 강해도 극한신경 정도일 텐데!”청현의 얼굴이 찌그러질 대로 찌그러졌다.극한신경과 황자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한다.황자 한 명이면 수십 명의 극한신경을 상대할 수 있다!서울에 황자가 주둔해 있다면, 곤륜영역조차 쉽게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이런 상황에서 설령 청현이 아무리 천재고 강하더라도 황자와의 싸움은 불가능했다.자칭 수요산 제일검이라던 청현은 위축됐다.그 모습을 본 임정설은 냉소하며 말했다.“이게 바로 검객이란 말인가? 검객의 마음은
진황은 외공만으로 도에 이른 황자였다.어떠한 술법도 수련하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백호가 중얼거리며 ‘진황신공!’을 외치고 있으니 이건 누가 봐도 미친 소리였다.“미쳐야 도를 이루는 법이다. 백호는 앞날이 창창하구먼.” 미친 스님이 아미타불을 외치며 말했다.“미쳤어, 미쳤어! 전부 다 미쳐버렸다고!” 진북왕이 고함을 지르다가 숨도 제대로 못 쉬고 기절해버렸다.그 사이 백호의 기세는 끝없이 치솟고 있었다!정신은 나갔지만, 힘은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다!청현은 문득 깨달았다. 백호가 저토록 광폭한 이유—바로 그놈의 몸속에 흐르는 성수의 피였다.“이 썩을 놈... 성수 피가 아니었으면 네가 뭔데 날 상대로 이러는 거냐!”청현은 음기를 뿜으며 맹렬하게 연속으로 공격을 퍼부었다.그 음산한 기세에도 불구하고 백호는 오히려 직선 돌진했다.공격은 완전 예측 불가였다.수요산 검종은 온갖 검술과 전법에 능했지만, 다음 공격이 뭔지도 모르는 미친놈을 상대로는 청현도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결국, 또 한바탕 두들겨 맞고 땅바닥을 굴러다니던 중 놀랍게도 백호가 자신의 음신사체를 흡수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내 음기를 집어삼키다니?! 이 괴물 같은 놈!”“음기여 무한하라! 흑검이여, 사악을 베어라!!!”시커먼 흑검이 다시 응집되자, 수백 개의 검날이 연속으로 쏟아졌다.백호의 온몸은 피투성이가 되어 검은 피를 흘렸지만——그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그대로 돌진했다!“개자식... 음기야! 나에게 힘을 줘!!”청현은 검을 땅속 깊숙이 꽂았다.지맥에서 미친 듯이 영기를 빨아들이자, 머리 위에 떠 오른 음기 마기의 형상은 산만큼 거대해졌다!그 압도적인 힘으로 청현은 백호를 단숨에 쓰러뜨렸다.이건 이미 백호가 감당할 수 없는 한계치를 훨씬 초과한 위력이었다.쿵!!백호는 그대로 땅에 쓰러졌지만, 그런데도 그는 의식을 잃지 않았다.다만 입에서 나오는 건 누가 들어도 미친 소리였다.“황이 온다... 황... 황이 온다....
“우리 스승 말이야, 진짜 고집쟁이에다 구닥다리야. 정의와 사악은 절대 함께할 수 없다고 믿고 목숨 걸고 몇백 년 동안 싸우고 피 흘렸지만 무슨 소용이 있어? 인마 좀 없앤 거 빼고는...?”“스승께서 날 산에서 내려가 속세의 삶을 보라고 하신 건, 결국 수련을 위한 경험이었겠지. 하지만 세상을 직접 겪고 나서야 똑똑히 알게 됐어. 이 세상은 결국, 강한 자가 무적이고 이긴 자가 왕이 되는 법이야...”“세상에는 애초에 정의와 악, 흑과 백 따윈 존재하지 않아. 선악의 기준이란 결국 입만 살은 자들이 지껄이는 헛소리일 뿐이지. 역사가 진실이라고 믿어? 예로부터 어느 왕조의 흥망이 피바다와 시체더미 없이 이루어진 적이 있었나?”“무릇 장수가 공을 세운다는 건, 수만의 백골 위에 선다는 뜻이지. 그 윤구주가 '구주왕'이라 불리는 것도, 결국은 피로 쟁취한 자리 아니겠어?”“주먹이 곧 진리다. 내가 황위에 오르는 날, 선악이든 흑백이든 모두 내 기준으로 정의된다!”“백호, 이제 죽어라.”청현이 공격하려던 찰나 하늘 위의 백호가 먼저 움직였다. 다시 성수인을 발동하더니, 성수의 허상이 실체로 변해 거대한 기운을 모은 주먹을 뻗었다.그 주먹은 하늘을 가르고 청현을 향해 날아갔다.그러나 청현은 당황하지 않았다. 차가운 음기와 사기 담은 손으로 그 주먹을 받아내고 동시에 백 자 길이의 흑검을 형성해 단칼에 성수의 허상을 두 토막 내버렸다.그 검이 날아간 자리에는 구름이 쪼개졌고, 서울 상공을 덮고 있던 먹구름은 그 검기의 파도에 휩쓸려 모두 흩어졌다.먹구름이 사라졌지만, 서울 상공에는 여전히 짙은 요기가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마치 태양조차 삼키려는 어둠의 장막처럼.“진법까지 있었어?! 대체 어느 놈이, 언제 이따위 대형 진법을 몰래 깔아놓은 거야?!”진북왕은 혈압이 오르다 못해 피까지 토할 지경이었다.이건 곧 청현이 최종 보스가 아니라는 뜻이다!백호가 청현을 이긴다 해도 그보다 더 강한 놈이 있다는 얘기다.하지만 지금 상황에선, 백호가 청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