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방부, 이황전.음산한 이황전에 경국지색의 한 여인이 아름다운 한복을 입고 눈앞에 있는 달력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달력 위 수자 8위에는 빨간 X자 그려져 있었다. 이날은 바로 윤구주와 소채은의 결혼식 날이다.8일까지 3일밖에 남지 않은 것을 보고 그녀의 눈에는 악의와 살기가 가득했다.“3일! 윤구주, 고작 이렇게 평범한 여자와 결혼하려고...”그녀는 달갑지 않은 듯 혼자 중얼중얼 말했다.쿵!그러더니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쳤다. 순간 책상은 두 동강이 되었다.“독고명! 군형 삼마는 지금 어디까지 왔어요?”그녀는 화를 내며 물었다. 그러자 그녀 뒤에 서 있던 고목처럼 생기고 사악한 표정으로 칼을 손에 쥔 남자가 걸어 나왔다.“저하, 이미 강성에 들어섰습니다.”“좋아요!”군형 삼마가 강성에 들어왔다는 소식을 듣자 문아름은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삼마에게 내 명을 전하세요. 그 여자를 죽이지는 말라고. 죽여달라고 빌게 만들면 됩니다. 윤구주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고통을 느끼게 해줄 테니.”문아름은 차갑게 말을 내뱉었다.“네!”독고명이 물러간 뒤 문아름은 그제야 지독한 눈동자를 치켜들고 먼 곳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말했다.“윤구주, 반드시 그 여자와 결혼한 걸 후회하게 할 거야!”강성 교외에는 태평촌이라는 작은 마을이 있다.고요한 마을에 아침부터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졌다. 멀리서 바라보니 경찰차 7, 8대가 마을을 돌아다니며 순찰하는 것 같았다. 마치 큰일이 생긴 듯 말이다.주민이 만 명도 안 되는되는 작은 마을에 이렇게 많은 경찰이 있을 수는 없다. 그런데 오늘은 참 이상했다.알고 보니 태평촌은 요 며칠 동안 조금도 태형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7, 8명의 어린이가 이유 없이 실종됐기 때문이다. 이들 중 가장 큰 아이가 겨우 14살이고 막내는 4~5세이다. 그들의 갑작스러운 실종에 관해서 경찰 측은 어떤 단서도 찾아내지 못했다. 그러자 마을 주민들은 불안하기 그지없었다.경찰 측도 사건을 해결하기 위하여 인력
“정말 그 괴물이 아이들을 잡아갔다고요! 형사님, 제발 불쌍한 아이들을 어서 구해주세요.”마을 동쪽에 사는 장씨 노인이 취기가 오른 상태로 경찰들에게 말했다. 하지만 경찰들은 그를 취한 사람 취급하고 대꾸하지 않았다. 게다가 현대 사회에서 누가 뱀파이어 혹은 도깨비의 존재를 믿을 수 있겠는가? 이건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일이 아닌가.경찰들이 자기 말을 믿지 않은 것을 보고 장씨는 욕을 퍼부으면서 직접 불쌍한 아이들을 찾아갈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술을 두 잔 더 마신 후 정말 도끼를 메고 아이들을 찾으러 갔다. 그는 길을 따라 마을 외곽을 향해 수색했다. 이곳은 철거 예정지여서 멀쩡한 집이 없었고 황페하기 그지없었다. 무성한 잡초 외에는 생기를 찾을 수 있는 거라곤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오직 성안사라는 사찰 한 채가 덩그러니 있었다. 성안사는 크지 않았지만 찾는 사람이 많았다. 명절 때가 되면 마을 사람들이 이곳에 와서 향을 피우고 부처님께 절을 했다. 하지만 실종 사건이 발생한 후로는 아무도 감히 오지 못했다.이때 휘청거리는 실루엣이 성안사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바로 술에 취한 장씨였다. 그는 걸으면서 중얼중얼 말했다.“왜 내 말을 믿지 않는 거야?”그는 곧 성안사 대문 앞에 도착했다. 이때의 성안사는 음산한 기운으로 맴돌았다. 만약 수법 달인이 이곳에 있었다면 사찰 주위에 살기가 가득 차 있는 것을 틀림없이 볼 수 있을 것이다.살기가 하도 짙어 하늘마저 핏빛으로 변한 것 같았다. 하지만 장씨는 그저 평범한 사람이기에 이를 눈치채지 못했다.그는 도착하자마자 문을 찍 열고 안으로 들어가면서 중얼거렸다.“부처님, 간곡한 부탁이 있어서 왔습니다. 현명하신 부처님께서 제발 불쌍한 우리 아이들을 구해주세요!”그는 말하면서 대전으로 걸어들어갔다. 대전에 들어서자마자 그는 비명을 지르고 눈이 휘둥그레져서 마치 귀신이라도 본 듯 성안사 안을 바라봤다.그 안에는 이미 말라버린 어린이 시신 7, 8명이 대전 중앙에 차례로 놓여 있었다
얼굴에 기괴한 문신을 새기고 검은 두루마기를 입은 이 남자는 장씨를 죽인 후 시체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몸을 가볍게 움직이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다시 성안사 대전으로 들어갔다.대전에는 어린이 시신 8구가 놓아져 있었다. 다만 그 시체들은 이미 피와 정기를 빨린 상태였다. 그리고 시체 양쪽에는 시커먼 관 2구가 놓여 있었다.“비슷하게 마무리된 것 같아.”괴이한 남자는 허스키한 목소리로 이상한 말을 했다.“그래. 이미 다 된 것 같아. 서울에서 벌써 재촉하기 시작했어.”마찬가지로 귀에 거슬리는 소리가 관에서 흘러나왔다. 그 소리가 들리자 우르릉 우르릉 소리가 두 번 들리더니 검은 관 두 개가 동시에 폭발했다. 그리고 비슷한 생김새의 괴물 같은 사람 두 명이 나타났다.이 세 사람은 모두 얼굴에 이상한 문신을 새기고 있었고 검은 두루마기를 입었다. 그리고 하늘을 찌르는 듯한 사악하고 음산한 기운을 지녔다.그들은 바로 악행으로 유명한 군형 삼마이다. 이 세 악마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유명했다. 화진 수배록중 10위안에 드는 범인이었다.화진 수배록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한곳을 뒤흔들었던 악랄한 캐릭터들이다. 그들은 온갖 악행을 저지르고 수많은 사람을 죽였을 뿐만 아니라 모두 대가 이상의 실력을 갖춘 자들이다.그러기에 화진 수배록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다. 게다가 군형 삼마는 실력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그들의 배후에는 서남 군형 5대 가족이 있었다.5대 가족은 군형의 기둥이다. 그들은 독을 잘 만들었고 오랫동안 전해지지 않은 무서운 주술에 능했다.서남 군형에서 그들의 이름만 들어도 사람들은 겁에 질려 벌벌 떨었다. 소문에 의하면 군형 가문은 사람이 적었지만 매우 단결했다. 특히 군형 5대 가족은 자기편을 무지하게 아꼈다.군형 삼마는 바로 군형 5대 가족의 사람이기에 오랜 시간 동안 수배당하고 있었지만 여전히 잘살고 있다.“서울에 있는 그 여자가 전보로 재촉했어요?”얼굴에 이상한 문신을 새긴 군형 삼마 둘째 방지찬이 방언으로
“어떤 원한이 있던 우리가 신경 쓸 바가 아니야. 임무가 내려졌으니 최선을 다하자.”방지형이 말했다.“네. 형님!”“그래. 떠나자.”방지형의 말이 끝나자 그는 갑자기 피안개로 변하더니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방지찬과 방지헌도 방지형이 떠난 것을 보자 몸 주위에 점차 기괴한 피안개가 피어올랐고 눈 깜짝할 사이에 그들은 서서히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성안사에서 사라졌다....또 하루가 지났다.윤구주와 소채은의 결혼식은 이제 2날 남았다.소씨 저택.요 며칠 동안 많은 먼 친척들이 소씨 저택으로 왔다. 소청하가 일일이 그들에게 소식을 전했다. 그는 강성 모든 시민이 자기 딸의 결혼식에 참석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는 자기 딸이 어떤 대단한 인물과 결혼할 건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소씨 저택 대문 앞.아침 일찍 먼 친척 몇 명이 도착했다. 그중 한 명은 소채은의 먼 삼촌인 것 같고 다른 두 사람은 그녀의 사촌 오빠와 그의 가족인 것 같았다. 소청하는 소채은을 데리고 서둘러 마중을 나갔다.대문 앞에는 민규혁과 암부 부원들이 최선을 다해 소씨 일가의 안전을 지키고 있다. 윤구주가 무조건 소씨 일가의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이다.이때 거리 건너편에서 갑자기 검은 두루마기를 입은 사람이 구석에 나타났다. 그는 몸뿐만 아니라 머리까지 검은색 천으로 덮었고 유일하게 보이는 건 눈동자였다. 하지만 그의 섬뜩한 눈동자는 보는 이들이 오싹하게 만들었다.그는 소채은을 뚫어져라 바라보더니 괴이한 미소를 지었다.“쟤야? 꽤 이쁘네.”그는 바로 군형 삼마 셋째 방지헌이였다.“뭐지? 이 강한 기운은.”방지헌은 갑자기 강한 기운이 소채은 곁에 맴돌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펴보더니 그의 눈빛은 갑자기 차갑게 변했다.“서울 암부 3대 지휘사, 호존 민규혁! 저 사람이 왜 여기 있지?”민규혁을 발견하자 그의 눈빛은 점점 더 사악해졌다.“하하, 참 재밌네. 이거! 서울 3대 지휘사 중 한 명이 여기에 있을
강성.방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다.“뭐? 암부의 민도살이 여기에 있다고?”군형 삼마 둘째 방지찬이 물었다. 웬일인지 방지찬은 민규혁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얼굴이 일그러지면서 화가 치밀어 오른 것 같았다.“네. 제가 직접 봤어요. 틀림없이 민규혁입니다.”셋째 방지헌이 대답했다. 그러자 첫째 방지형이 차갑게 웃기 시작했다.“어쩐지 서울의 그 여자가 우리 삼형제를 보냈더라니, 알고 보니 대가 경지 9급인 암부 미친개가 이곳을 지키고 있었군.”“빌어먹을 민도살. 여기서 그를 만나다니! 3년, 꼬박 3년입니다. 이 피맺힌 원한을 이번에 끝냅시다.”방지찬이 화를 내며 말했다.“둘째야, 흥분하지 마! 민도살은 보통 사람이 아니야. 대가 경지 9급이면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실력이야.”방지형이 말했다.“하지만 형님, 제 원수는 갚지 않으시겠어요?”방지찬은 노호하며 입고 있던 검은 가운을 찢었다. 그러자 빼곡한 문신 사이로 섬뜩한 칼자국이 보였다. 알고 보니 당시 방지찬이 암부 사람들에게 행방을 들키자 민규혁이 직접 그를 체포했다. 서울역에서 그는 민규혁과 맞서게 되었다. 해가 뜰 때까지 겨루며 온 힘을 다했지만 그는 민규혁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결국 그는 민규혁의 칼에 가슴을 찔리고 오장육부가 터지는 듯한 상처를 입었다. 방치찬은 살기 위해 군형에서 가장 독한 시체 주술을 사용했고 그 독은 순식간에 서울역 전체에 퍼졌다. 민규혁은 결국 무고한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그를 풀어주었다.그런데 지금 강성에서 예전의 원수를 만나게 될 줄이야!“둘째야, 네 원수는 우리가 반드시 갚을 거야. 하지만 지금은 더 급하고 중요한 일을 먼저 처리해야 해. 네가 많이 이해해 줘. 너도 알다시피 지금 우리 군형 5대 가족의 생사는 모두 서울 그 여자의 손에 달려 있어.”방지형은 흥분한 방지찬을 타이르면서 말했다.“맞습니다. 형님. 형님의 원수는 우리가 반드시 갚을 거예요. 하지만 암부 제일의 미치광이가 여기에 있으니 우리는 반드시 조심해야 합니다. 민규혁
저녁 20시, 소채은은 천희수를 따라 밖으로 나왔다. 원피스를 입은 소채은은 옅은 붉은색 코트를 걸치고 흰색 운동화를 신고 청순하면서도 화사한 분위기를 연출했다.소채은이 외출하려는 듯 하자 대문을 지키던 민규현은 재빨리 달려왔다.“형수님, 늦음 밤에 어딜 가려는지요?”소채은은 웃으면서 대답했다.“어머니를 모시고 기차역에 가서 친척 마중을 하려고요.”“하지만 너무 늦어서 이렇게 외출하는 것은 안전하지 않습니다.”민규현이 걱정스레 말했다. 그는 윤구주의 명을 받아 그녀의 안전을 지켜야 하니 불안하기 마련이었다.“괜찮아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이제 8시인데요. 게다가 기차역은 차로 30분 거리에 있으니 괜찮습니다.”소채은의 말을 듣자 민규현은 고민에 빠졌다. 어두컴컴한 길거리를 살피더니 마침내 민규현은 입을 열었다.“형수님이 굳이 마중 나가시겠다면 제가 사람을 데리고 함께 가시죠.”“네? 함께요?”천희수가 말했다.“네!”민규현은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이었다. 그러자 천희수는 어이가 없어 소채은을 바라보았다. 소채은도 민규현이 윤구주의 명을 받아 선의로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이를 받아들였다.“엄마, 그럼 함께 가요.”천희수는 뭔가 찜찜했지만 결국 고개를 끄덕이었다. 그렇게 민규현은 두 사람과 함께 기차역으로 마중을 나갔다. 8명의 암부 부하를 데리고 밴에 탑승했다. 소채은와 천희수는 미니 쿠퍼에 타고 민규현은 8명의 암부 부하를 데리고 밴에 탑승했다.민규현의 차는 소채은 차 뒤에 있었고 앞뒤로 강성역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채은아, 하루 종일 우리 집 앞에만 있는 저 덩치 큰 놈은 대체 누구야?”천희수가 마침내 참지 못하고 물었다.“엄마, 저 사람들은 윤구주의 친구들이에요.”소채은이 웃으면서 대답했다.“친구? 분명 기억을 잃었다고 하지 않았어? 그런데 왜 친구가 이렇게 많아? 게다가 저 사람은 분명 높은 직위에 있는 군부대 사람인 것 같은데. 그때 소룡이가 그랬잖아. 자기 상사라고. 기억을 잃은 구주에게 이
민규현은 직접 소채은의 안전을 지키기로 했다. 소채은과 천희수는 대낮에 위험할 것이 뭐가 있냐는 듯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래서 두 사람은 민규현에게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기차역 출구에서 대략 10여 분을 기다린 후 KTX 한 대가 도착했다. 안내방송으로 도착 소식을 들은 천희수는 격동되는 어조로 말했다.“왔네! 채은아, 고모할머니를 본지 오래되지 않았어? 그거 알아? 어릴 때 고모할머니가 너를 엄청나게 이뻐해 주셨어. 너를 시골에 자주 데려가 미꾸라지도 잡고 그랬었는데...”천희수는 소채은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말했다.그러자 소채은은 웃으면서 대답했다.“그럼요. 기억하죠. 고모할머니 집에 연못도 있었잖아요. 제가 어렸을 때 한 번 떨어진 기억도 있는데. 고모할머니가 저를 구해주셨어요.”“하하. 기억하는구나!”두 사람이 잡담을 나누고 있을 때 승객들은 캐리어를 끌고 출구에서 계속 나오고 있었다. 소채은과 천희수는 까치발을 하고 기대에 찬 눈빛으로 출구에서 몇 년 동안 만나지 못했던 고모할머니를 찾고 있었다.이순자는 이미 70여 세의 고령이었다. 일 년 내내 시골에 있었기 때문에 피부는 거칠고 까무잡잡했다. 곁에는 6~ 7세의 어린 여자아이가 함께 있었다. 어린 여자아이의 머리는 오랫동안 씻지 않은 것처럼 지저분했지만 눈은 맑고 또렷했다.“채은아, 고모할머니 나오신다!”천희수는 멀리서 두 사람의 모습을 본 후 소채은에게 말했다. 소채은도 얼른 반갑게 손을 흔들며 큰 소리로 말했다.“고모할머니!”출구에서 나오던 고모할머니는 소채은의 목소리를 듣자 활짝 웃었다.“아이고. 우리 채은아!”이순자는 사투리로 반갑게 소채은을 부르고 여자아이를 데리고 빠른 걸음으로 달려왔다. 소채은도 얼른 가서 마중하며 몇 년 동안 만나지 못했던 이순자를 꼭 껴안고 기뻐하며 말했다.“고모할머니, 드디어 오셨군요! 거의 10년 동안 고모할머니를 보지 못했어요. 너무 보고 싶었어요!”“그래, 그래. 나도 우리 채은이가 엄청 그리웠어.”고모할머니는 너무 기쁜
꾀죄죄한 소녀가 자신에게 갑자기 돈봉투를 건네는 것을 보자 소채은은 가슴이 뭉클해졌다. 소채은은 소라를 덥석 껴안고 그녀의 통통한 볼에 뽀뽀했다.“아이, 착해라! 너무 고맙지만 이모는 소라의 돈은 받을 수 없어.”그러자 소라가 말했다.“하지만 할머니가 그랬어요. 이모가 이걸 꼭 받아야 한다고. 이모 결혼식이니깐요.”소채은은 무슨 말을 하고 싶었지만 이순자는 봉투를 다시 그녀의 손에 쥐여주었다.“채은아, 얼른 넣어 둬. 할매가 비록 돈은 별로 없지만 이 정도는 해줄 수 있어!”소채은은 손에 든 봉투를 보며 마음이 울컥했다. 그녀는 소라를 안으며 말했다.“그래! 그럼 이모가 감사히 받을게. 고마워, 소라야! 소라가 놀라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이모한테 말해. 아니면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이모랑 함께 놀고먹고 신나게 즐겨보자!”그러자 소라는 쭈뼛쭈뼛하며 말했다.“저... 저는... 자동차를 타고 싶어요. 하늘로 막 올라가는 그런 자동차요...”응?“롤러코스터?”소채은이 웃으면서 말했다.“맞아, 롤러코스터. 소라가 TV에서 롤러코스터를 보고 나서부터 타고 싶다고 난리야. 그래서 대도시 구경도 시킬 겸 데리고 왔지 뭐야.”이순자는 웃으면서 말했다.소채은은 이순자의 말을 듣자 소라의 볼을 꼬집으며 사랑스럽게 바라봤다.“그럼 이모랑 내일 롤러코스터 타러 가자! 이모가 하루 종일 함께 놀아줄게.”“고마워요. 이모.”소라는 퐁퐁 뛰며 좋아했다.옆에 서있던 민규현은 그들의 대화를 듣고 집생각이 났는지 마음이 울컥했다. 그들은 출구에서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눈 후에야 차를 타고 떠날 준비를 했다.주차장에 도착해서 이순자와 소라는 소채은의 차에 탑승했다.그리고 민규현과 암부 부원들은 밴에 탑승했다.집으로 가는 길 내내 소채은은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이순자와 즐겁게 이야기하고 있었다.날은 갈수록 어두워졌다.기차역을 나온 후, 그들은 오래된 상가가 가득한 거리를 지나야 했다. 이곳은 아직 재개발되지 않아 거리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