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신은 이 말 한마디를 남기고 유유히 떠났다.빙신전의 네 대호법도 윤구주를 한 번씩 살펴보았는데 그 의미는 말하지 않아도 눈치챌 수 있었다.이들이 떠나려는 순간 윤구주가 환하게 웃었다.쓩!윤구주는 천 미터 거리를 한걸음에 뛰어넘어 그 다섯 사람을 신계로 통하는 문 앞에서 가로막았다.“윤구주, 이게 무슨 뜻이야?”대호법들이 윤구주를 경계하며 물었다.목신은 화를 내며 소리쳤다.“윤구주! 너무 심한 거 아니야!”“내가 심하다고? 방금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한 건 너잖아. 나는 너희 같은 하찮은 존재들과 시간을 너무 많이 낭비하고 싶지 않거든. 네가 원한다면 지금 바로 결산하자.”슉!백호와 현모도 윤구주를 뒤따라 내려왔다. 그들의 눈빛은 분명하게 말하고 있었다. 오늘 온 자는 하나도 빠짐없이 못 간다고 말이다.“윤구주, 너무 방자하구나. 우리는 신이고 너는 인간일 뿐이다.”상황이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은 네 대호법이 소리쳤다.“신? 웃기고 있네. 너희 같은 가짜 신들은 말할 것도 없고 이 세상에 진짜 신이 있다 해도 그들은 내 윤구주의 규칙을 따라야 한다. 너희가 곤륜에서 소란을 피우는 건 넘어갈 수 있더라도 우리 화진에 와서 이렇게 큰 소란을 일으켰는데 너희 마음대로 왔다 갈 수 있다고 생각해?”말을 마친 윤구주는 손을 가볍게 들어 뒤에 있는 신계로 통하는 문을 겨냥했다.이 장면을 본 네 대호법은 소스라치게 놀라 윤구주를 막으려 했다.윤구주가 문을 부수면 그들은 신계로 돌아갈 수 없게 된다.“윤구주, 도대체 무슨 목적이냐. 우리에게 무슨 불만이 있다면 얼른 말해.”네 사람이 동시에 윤구주를 향해 소리쳤다.기세는 여전히 강했지만 의미가 달라졌다. 이제는 윤구주에게 굴복하며 조건을 말하라는 뜻이었다.목신은 그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의 빙신전은 곤륜에서 손꼽히는 세력인데 어찌 이 하찮은 인간 세상의 왕을 두려워하는가?이전에는 인간 세상의 왕도 곤륜에서 봉해져야만 진정한 왕이 될 수 있었다. 근대에 들어서 왕이 더는 한 나라를 완전
빙신전에서 온 네 대호법은 목신 스승의 명령을 받들어 찾아왔기에 쉬이 나서서 목신을 도와주지 않을 것이다.방금까지 큰소리 치던 목신이 갑자기 입을 다물자 윤구주는 그의 속셈을 즉시 눈치챘다.“넌 현모와 백호를 두려워하는구나? 둘 다 듣거라. 이제 싸움을 시작하면 설령 목신이 나를 죽인다 해도 너희는 절대 나서지 마라.”윤구주가 현모와 백호를 바라보며 말하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눈빛으로 대화했다.‘진심이야? 저하께서 일대일로 결투를 하시겠다고? 저하께서 이런 식으로 현모와 놀아주다니.’반응이 빨랐던 현모가 백호를 끌어당겨 한쪽으로 물러났다.“백호, 넌 좀 가만히 있어. 저하의 계획을 망치지 마.”현모는 온갖 좋은 말로 불만으로 가득 찬 백호를 겨우 말렸다.이를 본 목신은 여전히 윤구주를 믿지 못하는 듯했다.“안심해, 나 윤구주는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야. 너 설마 겁쟁이였냐? 신계의 천재가 이 정도 기백도 없어? 인간 세상의 왕인 나보다도 못하구나.”윤구주가 비웃으며 말했다.“그래 좋아. 이건 네가 스스로 죽음을 자초한 것이다. 지금 바로 너의 소원을 들어주마.”목신은 결심을 내렸다. 설령 함정이었다 해도 세 사람이 힘을 모아서 목신을 공격하면 네 대호법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다.함께 싸워도 여전히 자신에게 유리할 것이다.“윤구주, 네가 검술의 고수일뿐만 아니라 술법에도 천부가 있다는 걸 안다. 그러니 우리 둘의 대결에는 어떤 수단도 제한하지 않는다. 이번 싸움에서 우리는 승패를 가릴 뿐만 아니라 생사를 결정짓는다. 어떠냐?”목신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윤구주를 바라보며 이미 신술을 준비하고 있었다.“문제없어. 지금 여기서는 네가 주인이야. 내가 너에게 그 권리를 주겠다.”윤구주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 말을 들은 목신은 이를 악물었다.‘정말 오만방자한 놈이로군. 나는 신이다. 인간이 나에게 권리를 준다고?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야.’지금 이 상황이 너무나 이상했기에 네 대호법은 은밀하게 눈짓으로 의사를 교환
목신이 술법을 펼치자 얼음의 용이 불길을 뿜어내며 윤구주를 향해 돌진했다.“목신님, 대단하십니다. 음양의 도를 깨달으셨군요. 이 도를 깨달으면 그 어떤 술법에도 밀리지 않을 것입니다. 같은 경지에서는 목신님이 무적이십니다.”대호법들이 감탄하며 말했다.역시 미래 빙신전의 주인다웠다. 인간 세상의 왕이 어떻게 신계의 천재와 견줄 수 있겠는가.빙신전의 도련님은 태어날 때부터 신이었다. 인간이 아무리 강해도 신과 빛을 다툴 수는 없을 것이다.목신의 자신만만한 일격을 마주한 윤구주의 얼굴에는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신? 이미 말했지만 너희는 그저 가짜 신일 뿐이다. 음양의 비술을 깨달았다고? 천지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이 천지를 주장하겠다고? 웃기지 마. 진짜 신이라 해도 나 윤구주의 규칙을 따라야 한다. 이제 너희에게 진짜 용이 무엇인지 보여주겠다.”“용어무극, 진용현신.”웅!용의 포효가 천지를 진동했고 용의 울음소리에 만물이 굴복했다.빙신전의 대호법들은 반응할 틈도 없이 용의 기세에 제압당해 스스로 무릎을 꿇었다.이 장면을 본 현모는 감격의 눈물을 흘렸고 백호는 이를 갈며 울부짖었다.한 마리 금룡이 태백산에 나타났고 그 용의 비늘 하나하나가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듯했다. 진정한 용이 인간 세상에 강림한 듯했다. 이에 비하면 목신의 얼음의 용은 장난감처럼 초라해 보였다.불길이 윤구주의 몸에 닿기도 전에 얼음의 용이 스스로 사라졌다. 목신이 펼친 얼음의 영역도 빠르게 녹아내리며 무너졌다.진용의 위엄에 얼음의 용은 그 자리에서 무너졌고 용의 위압에 목신은 땅에 눌려 일어날 수조차 없었다.하늘에 떠 있는 윤구주는 태양처럼 눈 부셨고 그가 바로 이 천지의 유일한 신인 듯했다.“어떻게 이럴수가. 윤구주가 이렇게 강할 리 없어.”목신은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의 인식 속에서 윤구주는 백호보다 약간 뛰어날 정도였다. 방금 백호가 극 신급 정정에 올랐으니 현재 백호의 경지가 윤구주를 뛰어넘어섰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백
타고난 재능이니 배경이니, 그딴 것들은 주먹 앞에서 무용지물이다.실력이 모든 진리를 압도한다. 힘만 충분하다면 어떤 세력도 강자의 의지를 거스를 수 없다.“널 살려달라고 그러는 거야? 그렇다면 구걸을 해 봐라.”윤구주의 기세가 다시 치솟았다. 살벌한 살기가 내리치자 목신은 생각할 여유도 없이 울부짖으며 애걸했다.그가 용서를 빌자 천지가 갑자기 고요해졌다. 아까까지 생생하게 천지를 휘어잡던 신용도 흔적 없이 사라졌다. 목숨을 위협하던 긴장감이 사라지자 목신은 비로소 숨을 내쉬며 털썩 주저앉았다.윤구주가 허공을 밟으며 목신 앞으로 다가왔다.지금이 윤구주를 기습할 절호의 찬스였지만 목신은 땅에 엎드린 채 부들부들 떨 뿐 감히 윤구주와 저항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화진 사람들이 천하다고 했지? 내 눈에는 네가 더 추잡해 보이는데. 기회 줄게. 어디 한번 덤벼 봐라. 반격하지 않을 테니까.”윤구주가 기운으로 그를 들어 올리더니 영기를 주입해 그의 실력을 회복시켰다. 하지만 윤구주가 손을 떼자마자 그는 다시 땅에 처박혔다.빙신전의 네 호법은 이 장면을 보고 충격에 빠졌다.그들은 목신의 도심이 산산조각 났다는 것을 눈치챘다. 지금부터 목신은 윤구주에게 짓눌려 더는 일어설 수 없게 될 것이다.도심이 무너진 자는 다시 일어서기 힘들었다. 도심을 되찾으려면 강한 의지력을 가지고 있어야 했다.“참으로 한심하군. 허세만 가득한 쓸모없는 놈. 내 일격도 못 버티더니. 생존을 위한 투지조차 없단 말인가? 이것이 너희 빙신전의 후계자냐?”윤구주의 비웃음 소리가 산속에 울려 퍼졌다.목신은 아무 대답 없이 땅에 얼굴을 파묻은 채 엎드려 있다가 한참 뒤에 간신히 입을 열었다.“구주왕님, 약속을 지켜 주십시오.”“저하! 저자들의 말에 귀 기울이지 마십시오.”백호가 참지 못하고 외쳤다. 무도니 예의니 그런 건 신과의 싸움에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백호, 닥쳐라. 왕께서 네 놈과 같으시다고 생각하느냐?”현모가 그를 뒤로 끌어당겼다.윤구주는
목신은 감히 윤구주의 눈을 바라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그 눈빛은 너무나도 무서워서 한 번 더 마주치기만 하면 윤구주가 묻지 않아도 스스로 모든 비밀을 털어놓을 것만 같았다.“네가 말하지 않겠다면 내가 말하마. 난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있지만 널 풀어줄 수는 있다. 하지만 내가 전에 말했듯이 내가 너를 용서해도 하늘은 너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그 말을 들은 목신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윤구주, 무슨 뜻이냐? 약속을 어기려는 거냐? 너와 나는 원수도 아닌데 왜 나한테 집착하는 거니? 설마 윤구주가 그런 소인배냐?”윤구주는 목신의 질문에 웃음을 지었다.“참 우습군. 네가 무슨 근거로 나와 원수가 아니라고 하는 거냐? 백호는 나의 부하이자 형제와도 같은 존재다. 네가 내 형제의 정혈을 빼앗으려 했으니 우리 사이에 어찌 원한이 없다고 할 수 있었겠냐?”목신은 어찌할 바를 몰라 버벅거렸다.“하지만 백호는 무사하잖아. 오히려 화를 면하고 극 신급 절정을 돌파했는데.”“화를 면했다고? 뭐 맞는 말이긴 하지. 하지만 그건 네 덕분이 아니야. 백호의 목숨은 백호 스스로 지켜낸 것이다. 그래도 말했듯이 나는 널 풀어줄 수는 있다. 너 같은 인물은 백 년이 지나도 천 년이 지나도 여전히 쓰레기일 뿐이니까. 너 같은 쓰레기는 내가 죽일 가치도 없어. 널 풀어줄 수는 있지만, 네가 다른 나라를 부추겨서 화진을 침략한 일은 어떻게 할 거냐?”목신이 급히 외쳤다.“내가 언제 화진을 침략했다는 거야?”“그 입 닥쳐. 너도 내가 화진의 왕이라는 걸 알잖아. 내가 군부를 장악하고 있다는 걸 모를 리 없지. 네 계획이 내 눈을 속일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니? 너는 우리 화진의 영토를 분열시키려 했고, 흥주 땅에 나라를 세우려 했지. 네가 내 땅을 빼앗으려 했는데 내가 널 놓아줄 수 있겠느냐? 게다가, 천자가 하늘에 명을 청하고 천하를 다스리던 시대는 지났다. 나는 옛날의 황제가 아니다. 그저 능력이 있는 화진의 한 사람일 뿐이다. 네가 내 집을 침략하고 두 나라 사
죽음의 기운이 천지를 휘감았다. 윤구주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어디선가 나타난 쇠사슬이 네 호법의 몸을 휘감아 육체를 산산이 부수어 재로 만들어버렸다. 이제 그들은 영혼 상태로 윤구주와 맞서야 했다.웅!술법이 발동되자 네 호법의 영혼에서 혼력이 조금씩 빠져나가기 시작했다.이를 느낀 네 호법은 진정으로 목숨을 걸고 영혼을 불태워 윤구주의 금술을 깨부수려 했다.“그래, 이제야 제대로 목숨을 거는구나. 너희들이 힘을 합치면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고? 웃기고 있네. 탕혼인!”윤구주가 인법을 펼치고 손짓을 하자 죽음의 인결이 네 호법에게 내려졌고 그들은 즉시 영혼마저 산산조각이 났다.이것이 바로 구주왕인가?한 번의 손짓으로 네 명의 극 신급 강자의 영혼을 멸하다니.이 네 호법이 힘을 합쳐서 목신을 상대한다면 그는 반드시 목숨을 잃을 것이다.현모도 네 호법 중 가장 약한 한 명을 상대할 수 있을 뿐이다. 백호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지만 기껏해서 두 명의 호법과 생사를 건 싸움을 벌일 수 있고 그들이 함께 덤벼든다면 백호도 방법이 없다.이 장면은 어릴 적부터 신은 무적이라는 교육을 받아온 목신의 인식을 완전히 붕괴시켰다.인간은 하찮은 존재일 뿐이고 신은 무적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구주왕이 어떻게 신을 저리 쉽게 죽이는가?“이제 네 차례다. 네 스승이 나와서 널 구해주길 빌어라. 그렇지 않으면 네 목숨은 여기서 끝이다.”윤구주가 목신을 바라보며 죽음의 인결을 모았다.이렇게 오랫동안 말을 늘어놓은 이유는 목신의 스승인 황자를 끌어내기 위함이었다. 그의 스승이 곤륜에 숨어서 나오지 않는다면 윤구주도 그를 어찌할 수 없었기에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게 해야 했다.하지만 윤구주는 더는 참을 수 없었다. 네 호법을 처단하고 이제 목신을 처단할 차례였다.“스승님, 살려주십시오!”생사의 순간, 목신은 목이 터지라 울부짖었다.웅!신계로 향하는 문에서 눈 부신 빛이 터져 나왔다.신계로 향하는 문 속에서 누군가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가 천천히 걸어 나
곤륜 구역은 정통적인 수련 장소이며, 그곳에서 나온 자들은 수련자라 불릴 수 있다. 화진을 포함한 인간계의 수련자들은 무도에 속하는 자들로 무인이라 불릴 뿐이다. 같은 경지라 해도 천지의 영력을 흡수하는 성인이 무인을 압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이 성인이 윤구주를 인간계의 황제라 부르는 것이다.“이 말을 내가 수도 없이 반복했지만, 너희들은 신이 아니다. 단지 신인 척하는 가짜이고 굳이 칭호를 붙이자면 그냥 수련자일 뿐이지.”“결국 너희들은 인간이다. 인간이라면 규칙을 지켜야 한다.”“설령 이 세상에 진짜 신이 존재한다 해도 나, 이 윤구주의 규칙을 따라야 한다.”신을 마주했음에도 윤구주는 조금의 두려움도 없었다. 오히려 약간의 경멸이 담겨있음을 빙신전의 황자는 느꼈다.이건 엄청난 모독이었다.“좋다.” “네가 그렇게도 분수를 모른다면 빙황인 내가 널 죽여주지.” “그 덕에 신계의 다른 신전들이 이득을 보게 되는 것이 아깝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너를 죽여 빙신전의 위엄을 세우겠다. 세상 사람들에게 신의 위엄을 거스르는 자가 어떤 최후를 맞이하는지 보여주마!”빙황이 발동하자 뼛속까지 스며드는 한기가 퍼졌다. 백호조차 견딜 수 없을 정도였다.현모는 자신들의 역할을 알고 있었다.그들이 해야 할 일은 돕는 것이 아니라 윤구주에게 불필요한 짐을 지우지 않는 것이었다.그래서 억지로 백호를 끌고 지하 궁전의 가장 높은 층으로 돌아갔다. 비록 거리가 멀어졌음에도 그 한기는 여전히 견디기 어려웠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두 황자의 대결에서 누가 더 우위에 설지 궁금해졌다.“스승님!”“하하하! 윤구주, 내 스승님께서 직접 나서셨으니, 죽을 각오는 되었겠지?”목신이 크게 웃었다.그가 보기에는 고작 인간계의 왕일 뿐인 윤구주가 신계의 황자를 상대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윤구주는 반드시 처참하게 패배할 것이었다.“죽을 각오? 그 각오를 해야 할 자는 너다.”“똑똑히 봐라. 황자 사이에도 격차가 존재한다. 그 격차는 네 스승이 평생 넘을 수 없는
"거기서 멍하니 뭐 하는 거냐? 황자 빙황, 설마 네가 할 수 있는 게 고작 이 정도냐?" 빙황이 더 이상 공격하지 않자, 윤구주는 오히려 그를 재촉했다. "정말 너무하군! 윤구주, 받아라!" 쿵쿵! 한 마리의 빙룡이 다시 응집되었다. 목신의 장난감 같은 수준의 그것에 비해 이 빙룡은 생생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규모든 기세든 윤구주의 금룡과 견줄 만했다. "가짜 신은 역시 가짜 신일 뿐이다. 아직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도 모르면서, 신을 흉내 내는 것만은 있어 보이게 하는군." 윤구주는 냉소하며 몸을 솟구쳐서 날아오르며 부적술을 펼쳐 빙룡을 제압했다.불기운이 응집되며 지하의 영맥을 끌어올렸다. 윤구주의 조종 아래 치솟은 거대한 불기둥은 화염의 사슬로 변해 빙룡을 단단히 속박했다. "빙황! 네가 가진 수단이 더 없나? 내 앞에서 화형술 같은 건 소용없다고." 빙룡을 제압한 채로 윤구주는 다시금 빙황을 재촉했다. 빙황의 얼굴은 똥이라도 씹은 듯 일그러졌다. 윤구주는 분명히 손쉽게 그의 술법을 깰 수 있었다. 하지만 굳이 힘을 낭비하며 그의 빙룡을 구속했다.이건 명백한 모욕이었다! "윤구주! 이 건방진 것아! 네가 대체 뭐라고 생각하는 거냐? 인간계에는 황자가 없다. 설령 왕자라 해도 우리 곤륜 구역이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다! 너 역시 마찬가지다." "너는 신일 수는 있어. 하지만 우리 곤륜 구역은 결코 너를 왕으로 인정한 적 없다!" 빙황은 으르렁대며 외쳤다. "웃기는군. 애당초 내가 왕으로 책봉된 곳이 바로 곤륜 구역이었다. 그것도 너희 3도와 6신전이 함께 내린 칭호였는데. 이제 얼마나 지났다고 벌써 잊어버렸단 말인가?" 윤구주는 눈을 가늘게 뜨고 비웃으며 말했다. 빙황의 동공이 급격히 수축했다. 그는 한 가지 끔찍한 사실을 떠올렸다! 과거 윤구주가 왕으로 책봉됐을 때, 확실히 곤륜 구역에서 먼저 이루어진 일이었다. 그의 왕호조차 곤륜 구역이 내려준 것이었다! 그
‘헐, 대박.’진동왕이 하늘을 우러러보며 윤구주를 신처럼 떠받들었다.‘이게 진짜 신이지. 곤륜에 있는 그 자식들은 모두 가짜 신들이었어. 허위적이기 그지없지.’오늘 밤 그는 여러 강자의 싸움을 직접 목격하고 강자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문경우도 아주 강했지만 윤구주가 나타나자 문경우는 도망조차 제대로 치지 못하고 영혼마저 산산조각이 났다. 윤구주의 술법에 의해 영혼도 남기지 못하고 진정한 죽음을 맞이했다.승리는 결국 화진에게 돌아갔다. 화진을 무너뜨리려는 역적들은 모두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 것이다. 윤구주는 자신의 힘으로 화진의 막강한 실력을 전 세계에 알렸다.문경우를 처단한 윤구주는 즉시 임정설의 치료에 돌입했다.“짐은 별일 없으니 먼저 왕숙과 네 친구를 치료해줘라.”임정설이 임성진과 청해를 가리키며 말했다.청해는 이미 정신을 차렸다. 비록 상처가 심해 반쯤 죽은 상태였지만 화진 국주에게 인정받은 첫 순간이었다. 묘한 영예감이 그의 마음을 꽉 채우며 날아갈 듯 기뻤다.“이 두 사람 모두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은 아닙니다. 오히려 국주님이 더 위험하십니다. 경지를 무리하게 넘어서셨고 섭혼번 아래서 정기를 너무 많이 잃으셨습니다. 지금 국주님의 기운이 안정하지 않으니 제 도움이 없다면 폭주 할수도 있어요. 그때가 되면 저도 방법이 없습니다.”윤구주가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임정설은 결국 윤구주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그도 자신의 몸 상태를 알고 있었다. 윤구주의 치료를 거부한 이유는 목숨을 내던질 각오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황자급 경지에 오르긴 했지만 예전보다 죽음에 대한 집착이 강해져 있었다. 윤구주는 임정설에게 풀지 못한 원한이 있음을 눈치채고 치료를 해주며 화진으로 압박했다.“국주님께서 직접 해결해야 할 일이 남아있다는 걸 저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화진에게는 국주님이 필요합니다. 국주님은 30년 동안 화진을 지켜오셨잖아요. 지금 승부가 달린 이 중요한 시점에서 사적인 감정에 휘둘리시면 안 됩니다.”임정설
서울 삼천만 명의 목숨을 제물로 바치고 섭혼번이 작동되면 화진의 국운은 영원히 봉인될 것이다.“우리 문씨 가문은 예전부터 지금까지 쇠퇴하지 않았으니 마땅히 화진의 주인이다. 감히 누가 복종하지 않겠느냐?”문경우는 하늘을 향해 큰소리로 웃어댔다.이때 하늘에서 천둥이 울리며 공간이 갈라지더니 한 남자가 시체 한 구를 밟고 서울에 강림했다.“웃기고 있네. 문씨 가문이 화진의 주인이 되겠다고? 문씨 가문 따위가 어디 감히 그런 꿈을 꾸는 것이냐? 나 윤구주가 용납하지 않겠다.”우르릉.우렁찬 목소리가 사방으로 퍼지자 문경우의 표정이 그대로 굳어졌다. 윤구주의 기운이 섭혼번 아래에 나타나며 음의 기운을 찢어버렸다.거대한 섭혼번이 관통당하자 전법이 무너지고 문경우는 피를 토해냈다.고개를 돌리니 윤구주가 허공에 우뚝 서 있었고 그의 발아래에는 아사 신전의 신주 오딘의 시체가 보라색 번개에 휩싸여 있었다.“이게 무슨? 네가 신왕 오딘을 죽였다고?”문경우는 오딘의 시체를 바라보며 벌벌 떨었다.“이 개 같은 자들이 여러 번 화진을 범했으니 죽이는 게 당연하지. 나는 오딘뿐만 아니라 아사 신족 전체를 멸했다. 이제 곤륜에 아사 신족은 존재하지 않는다.”윤구주가 공중에 우뚝 서서 음양의 기를 손아귀에 감아쥐었다. 그의 머리 위 갈라진 공간 너머로 아사 신전의 폐허가 보였다. 수만 신령이 죽어 아사 신족이 멸족한다는 종말이 예언이 현실이 된 것이다.문경우의 눈에 비친 윤구주는 무적의 화신이었다. 그는 윤구주와 싸울 용기도 내지 못하고 뒤돌아 도망치려 했다.“너희들이 내가 없을 틈을 타 화진의 기운을 봉인하려 했다고? 문씨 가문은 정말 개수작만 부리는군. 예전에는 나를 죽이려 온갖 더러운 수작을 다 부렸잖아. 내가 없는 틈만 노리는 걸 보니 이젠 내가 무서웠나 보지?”“팔기지, 술자결.”윤구주가 손짓하자 삼천만 생령이 국운 속으로 모여들었다. 백성들은 새 국운에 각자의 고마운 마음을 담아 보냈고 모두의 영혼이 육체로 돌아가며 위기가 해소되었다.“팔기지, 어
태양으로 변한 그 부적은 사악하기 그지없었다. 독한 태양 빛이 대지를 지지며 수많은 건물을 녹여버렸고 그 안에 있던 평민들도 산 채로 타죽고 말았다.“그만해. 화진의 백성들을 건드리지 마라!”임정설이 분노에 차 외쳤다.“너와 나는 모두 화진의 절정 수련자인데 어찌 무고한 자들을 끌어들이느냐?”“하하! 무고하다니? 임정설, 현실을 직시하지. 이 하등한 것들은 개미나 다름없어. 한 무리를 죽여도 금방 다시 번식할 테니. 게다가 내가 여기에 온 목적은 삼천만 백성의 목숨으로 화진의 새 국운을 봉인하는 거라네. 우리 문씨 가문이 얻지 못하는 것은 부숴버려도 남에게 주지 않을 거야.”문경우가 이를 악물며 소리쳤다. 그는 윤구주가 문씨 가문의 뜻을 거역하는 것에 화가 났다.만약 윤구주가 그들에게 순종했다면 지금쯤 화진의 주인이 되었을 텐데 말이다. 천추만대가 지나도 윤구주는 여전히 화진 최고의 명군으로 남았을 것이다.“저 빌어먹을 윤구주. 역사는 승자가 쓴다는 걸 모르나? 역사를 조작한 왕조가 그렇게나 많은데 유독 그놈만 고집을 부리잖아. 화진의 재난은 모두 윤구주 때문이야. 명군이 되길 거부한다면 영원한 역적으로 만들 거야. 윤구주는 역사의 수치주에 못 박혀 천년만년을 욕먹을 것이다.”“닥치거라! 구주는 우리 화진의 영웅이다. 너 같은 쓰레기가 어찌 감히 구주를 함부로 논하는 것이냐?”그의 말에 단단히 열 받은 임정설은 양혼을 불살라 목숨을 걸려 했다. 그러나 문경우가 이미 임정설의 기를 봉쇄하고 제삼의 전법으로 그의 영혼까지 잠가버렸다.“임정설, 내 앞에서 자살조차 못 하는 주제에 어디서 목숨을 걸겠다고 떠드는 건가?”문경우는 기고만장했다. 임정설이 황자가 되면 뭐하나? 어차피 문씨 가문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하는데.“오늘이 바로 화진 황제의 멸망일이라네. 섭섭해하지 말게. 윤구주도 곧 자네 뒤를 따를 거니까. 하하!”그가 양손을 내리자 백 미터 크기의 사악한 검은 기발이 구름을 뚫고 서울 상공에 나타났다.“이, 이것은 섭혼번이군!”그 거대
말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더 이상 쓸모없는 대화는 필요 없었다.임정설은 황제의 의지를 칼로 삼았다. 황자의 기세가 모여 금빛 칼날을 형성하더니 국운을 상징하는 그 칼로 문경우를 향해 내리쳤다.우르르.음과 양이 맞부딪치며 터져 나온 충격파가 반경 수 킬로미터를 휩쓸었다. 사령부 빌딩과 인근 건물들의 유리가 모조리 산산조각이 났다.두 사람은 빌딩 꼭대기에서 결투를 시작했다. 칼 빛이 번뜩이며 천지의 영기를 뒤흔들었고 광풍과 폭우가 몰아쳤다. 산해가 울부짖으며 서울은 보라색 번개와 금빛 불길에 휩싸였다.그들은 각각 화진 최강의 무도를 대표하고 있었다. 이는 단순히 정의와 사악의 대결이 아니라 임씨 가문과 문씨 가문의 결전이었다.서울 상공에서는 용의 형상이 구름 사이를 휘저으며 흉수와 피 묻은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이게 바로 황자의 힘인가. 정말 굉장하군.”진동왕마저 넋을 잃은 채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이때 다른 도시의 지원병들이 서울에 도착해 진동왕과 연락을 취했고 이 소식을 해외에 있는 현모와 주작에게 즉시 전했다.“국주께서 문경우와 결전을 벌이고 계신다고?”“국주께서 황자급 경지에 오르셨다니.”이는 분명히 좋은 소식이었다. 비록 한 산에 두 호랑이가 살 수 없다는 말이 있었지만 윤구주와 임정설의 관계는 남달랐다. 임정설은 윤구주의 스승이자 아버지 같은 존재였다.“너무 기뻐하지 마라. 저 문경우는 보통 사람이 아니다. 곤륜에서 오랫동안 잠적하며 수많은 신전의 공법을 익혔어. 저놈이 서울로 온 목적은 바로 임정설을 죽이기 위함일 것이야.”옆에 있던 황보웅이 차가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주작과 현모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오직 화진이 무사하고 임정설이 문경우를 물리치길 기원할 수밖에 없었다.한창 싸우고 있던 두 강자는 공중에서 다시 한번 맞붙었다. 두 사람의 손짓 하나에 산이 뒤집히고 천지가 진동했으며 그들의 기세는 수백 리 밖까지 영향을 미쳤다.임정설은 기세를 최고조로 끌어올려 거침없이 공격을 퍼부었다. 임정설은 문경우가 극 신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전법이 발동되면 서울 수천만 사람들이 참혹한 죽음을 맞이할 것이야. 비록 이길 자신은 없지만 내 목숨을 걸어서라도 화진의 백성을 위해 싸우겠다. 구주군과 금위군의 여러 장수들은 듣거라. 짐이 전사하면 너희들이 나라를 지킬 책임을 지고 계속해서 적들을 섬멸하라.”임정설은 장군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나서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홀로 서울 사령부로 날아갔다.서울 사령부는 진동왕과 수비영이 도착하기 훨씬 전에 함락된 상태였다. 주둔지는 죽음의 적막에 휩싸여 있었고 눈에 들어오는 것은 말라붙은 백골들이 널브러진 참혹한 장면뿐이었다.당시 강적의 침입을 받은 주둔지의 병사들은 한 명도 물러서지 않고 전원이 전사할 때까지 적들과 맞서 싸웠을 것이다.이 생각에 임정설의 살기가 더욱 짙어졌다.“이곳에 있는 자들은 모두 우리 화진의 자랑이다. 저 요망한 것들이 화진을 어지럽힌 지 얼마나 되었느냐? 이 빚을 짐이 갚아 내지 못하더라도 화진 자손들이 반드시 값나낼 것이다.”그는 절대 화진의 혼란에 맞선 마지막 황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수많은 선인이 걸어온 길을 밟으며 그의 발걸음은 더욱 확고해졌다.이 순간 황운이 임정설의 몸에 서리더니 새로운 국운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순간부터 그는 특정된 누군가의 왕이 아닌 천하 만민이 우러러보는 황제가 되어 있었다.황도가 더해지자 임정설의 기세는 한층 더 강해졌다. 그는 사령부 빌딩 최상층에서 서울을 어지럽힌 장본인을 마주했다.검은 도포를 걸친 그 자는 사악한 부적으로 몸을 감싼 채 요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바로 그가 전법으로 서울을 뒤덮고 있었다.“참으로 예상치 못했어. 화진에 또 한 명의 황자가 나타나다니. 윤구주는 정말 신기하다니까. 자신의 기운으로 국운을 바꾸고 자네의 운명까지 바꿔놓았군. 하지만 내가 충고 하나 해주지. 임정설 자네가 황자가 된 이상 사흘을 넘기지 못할 것이야. 넌 사흘 안에 목숨을 거둘 것이란 말이지.”검은 도포를 입은 사람은 임정설이 죽음을 각오하고 온 것을 알아
국주 임정설은 해청현의 음기를 제거한 후, 그를 보호하던 기운까지 걷어내 양기로 해청현을 완전히 눌러 버렸다.이게 바로 미친 스님이 말했던 진정한 자제력이었다.“해청현은 수법만 닦고 수도는 하지 않았으며 몸만 수련할 뿐, 마음은 단련하지 않았지. 그러다 보니 결국 다 헛것이 되어버린 거야.”미친 스님은 고개를 저으며 탄식했다. 하느님은 누구에게나 공평했다. 그는 해청현에게 타고난 수도의 체질을 주었지만 그에 걸맞은 의지를 주지 않았다. 그렇게 해청현은 더는 감당하지 못하고 되려 휘말려버린 것이었다.임정설의 머리 위엔 성스러운 빛이 맴돌았고 온몸엔 천지를 뒤덮을 만큼의 정기가 흘러넘쳤다. 해청현은 결국 싸움에서 져버렸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자신도 임정설처럼 황자급 경지였다면 이겼을 거라고 생각했다. 정작 두 사람의 경지가 같았다 해도 여전히 자신이 완전히 압도당했을 거라는 걸 꿈에도 모른 채 말이다.임정설은 손바닥을 휙 내리치더니 끝까지 미련을 품던 해청현을 그 자리에서 즉사시켰다. 그는 영혼조차 남지 않은 채 완전히 소멸당했다. 이것이 바로 겉보기엔 수련했을지 몰라도 한 번도 진정한 수도의 길에 들어서지 않았다는 증거였다.“국주님이 이렇게까지 강했다고?”공수이는 멍하니 중얼거렸다.“그러게 말이야. 어떻게 이렇게까지 강해졌지?”진동왕은 부러움과 질투, 그리고 복잡한 감정을 동시에 느꼈다. 예전에는 그가 임정설보다 더 강했었고 임정설은 국운 덕에 간신히 그를 이길 정도였으니 말이다.하지만 이젠 내공 차이가 너무 벌어져서 더 이상 비교조차 할 수 없게 되었다.그제야 깨어난 백호는 조금 전 자신이 국주를 진왕으로 착각하고 있었다는 걸 알아차렸다.“백호, 널 속인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넌 내가 올 때까지 버티지 못했을 테니까...”임정설은 양기를 끌어내어 백호의 몸속에 주입했고 그의 정기를 빠르게 회복시켰다. 이렇게 되면 백호도 얼마 지나지 않아 완전히 회복할 것이었다.그 모습을 본 공수이와 진동왕은 또다시 멍해
“뭐? 저게 누구지? 지금 화진에 저런 강자가 또 있었다고? 설마... 저자가 바로 구주왕이란 말인가?”청현이 더는 버티지 못하고 당황스레 외쳤다.누가 알았겠는가, 이 결정적인 순간에 고수가 나타나다니!“젠장... 네가 누구든 상관없다!”“나는 반드시 백호를 죽인다!”청현은 더는 여유가 없었다.상대의 기세는 너무나도 강력했고, 이미 백호와 싸우면서 중상을 입은 상태에서 그와 맞붙는 건 목숨만 붙어 있을 뿐 이기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청현은 그저 백호부터 처리하려 했다.“이런 건방진 것! 우리 화진의 전쟁 신이 너 같은 흉수에게 쓰러질 수는 없다!”하늘에서 울려 퍼지는 활기찬 천 음 소리!금빛 실루엣이 구름을 뚫고 내려오더니 손바닥으로 청현을 튕겨냈다!눈앞의 인물을 본 청현은 잠시 얼어붙었다. 모르는 인물이다.하지만 이 압도적인 기운은 분명 고위자일 것이다.화진에서 구주왕 말고는 누가 이런 존재감을 뿜어낼 수 있겠는가?기절해 있던 진북왕은 익숙한 기운에 눈을 번쩍 떴다.그리고 그 실루엣을 본 순간 기절할 뻔했다.“이런! 임정설! 너 황자가 된 거야!”“흠? 왕숙께서 실망하셨나 보네요??”금빛 그림자가 사라지며 실체가 드러났고, 그 모습은 바로 용맥에 들어가 수련하던 화진의 현직 왕 임정설이었다.“폐하 만세!”구주군 장병들은 격동된 마음으로 일제히 무릎 꿇고 경례하며 외쳤다.자신들의 왕이 서울로 화진의 백성을 구하러 온 것이다!“임정설?! 그게 어떻게 가능해! 아무리 강해도 극한신경 정도일 텐데!”청현의 얼굴이 찌그러질 대로 찌그러졌다.극한신경과 황자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한다.황자 한 명이면 수십 명의 극한신경을 상대할 수 있다!서울에 황자가 주둔해 있다면, 곤륜영역조차 쉽게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이런 상황에서 설령 청현이 아무리 천재고 강하더라도 황자와의 싸움은 불가능했다.자칭 수요산 제일검이라던 청현은 위축됐다.그 모습을 본 임정설은 냉소하며 말했다.“이게 바로 검객이란 말인가? 검객의 마음은
진황은 외공만으로 도에 이른 황자였다.어떠한 술법도 수련하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백호가 중얼거리며 ‘진황신공!’을 외치고 있으니 이건 누가 봐도 미친 소리였다.“미쳐야 도를 이루는 법이다. 백호는 앞날이 창창하구먼.” 미친 스님이 아미타불을 외치며 말했다.“미쳤어, 미쳤어! 전부 다 미쳐버렸다고!” 진북왕이 고함을 지르다가 숨도 제대로 못 쉬고 기절해버렸다.그 사이 백호의 기세는 끝없이 치솟고 있었다!정신은 나갔지만, 힘은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다!청현은 문득 깨달았다. 백호가 저토록 광폭한 이유—바로 그놈의 몸속에 흐르는 성수의 피였다.“이 썩을 놈... 성수 피가 아니었으면 네가 뭔데 날 상대로 이러는 거냐!”청현은 음기를 뿜으며 맹렬하게 연속으로 공격을 퍼부었다.그 음산한 기세에도 불구하고 백호는 오히려 직선 돌진했다.공격은 완전 예측 불가였다.수요산 검종은 온갖 검술과 전법에 능했지만, 다음 공격이 뭔지도 모르는 미친놈을 상대로는 청현도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결국, 또 한바탕 두들겨 맞고 땅바닥을 굴러다니던 중 놀랍게도 백호가 자신의 음신사체를 흡수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내 음기를 집어삼키다니?! 이 괴물 같은 놈!”“음기여 무한하라! 흑검이여, 사악을 베어라!!!”시커먼 흑검이 다시 응집되자, 수백 개의 검날이 연속으로 쏟아졌다.백호의 온몸은 피투성이가 되어 검은 피를 흘렸지만——그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그대로 돌진했다!“개자식... 음기야! 나에게 힘을 줘!!”청현은 검을 땅속 깊숙이 꽂았다.지맥에서 미친 듯이 영기를 빨아들이자, 머리 위에 떠 오른 음기 마기의 형상은 산만큼 거대해졌다!그 압도적인 힘으로 청현은 백호를 단숨에 쓰러뜨렸다.이건 이미 백호가 감당할 수 없는 한계치를 훨씬 초과한 위력이었다.쿵!!백호는 그대로 땅에 쓰러졌지만, 그런데도 그는 의식을 잃지 않았다.다만 입에서 나오는 건 누가 들어도 미친 소리였다.“황이 온다... 황... 황이 온다....
“우리 스승 말이야, 진짜 고집쟁이에다 구닥다리야. 정의와 사악은 절대 함께할 수 없다고 믿고 목숨 걸고 몇백 년 동안 싸우고 피 흘렸지만 무슨 소용이 있어? 인마 좀 없앤 거 빼고는...?”“스승께서 날 산에서 내려가 속세의 삶을 보라고 하신 건, 결국 수련을 위한 경험이었겠지. 하지만 세상을 직접 겪고 나서야 똑똑히 알게 됐어. 이 세상은 결국, 강한 자가 무적이고 이긴 자가 왕이 되는 법이야...”“세상에는 애초에 정의와 악, 흑과 백 따윈 존재하지 않아. 선악의 기준이란 결국 입만 살은 자들이 지껄이는 헛소리일 뿐이지. 역사가 진실이라고 믿어? 예로부터 어느 왕조의 흥망이 피바다와 시체더미 없이 이루어진 적이 있었나?”“무릇 장수가 공을 세운다는 건, 수만의 백골 위에 선다는 뜻이지. 그 윤구주가 '구주왕'이라 불리는 것도, 결국은 피로 쟁취한 자리 아니겠어?”“주먹이 곧 진리다. 내가 황위에 오르는 날, 선악이든 흑백이든 모두 내 기준으로 정의된다!”“백호, 이제 죽어라.”청현이 공격하려던 찰나 하늘 위의 백호가 먼저 움직였다. 다시 성수인을 발동하더니, 성수의 허상이 실체로 변해 거대한 기운을 모은 주먹을 뻗었다.그 주먹은 하늘을 가르고 청현을 향해 날아갔다.그러나 청현은 당황하지 않았다. 차가운 음기와 사기 담은 손으로 그 주먹을 받아내고 동시에 백 자 길이의 흑검을 형성해 단칼에 성수의 허상을 두 토막 내버렸다.그 검이 날아간 자리에는 구름이 쪼개졌고, 서울 상공을 덮고 있던 먹구름은 그 검기의 파도에 휩쓸려 모두 흩어졌다.먹구름이 사라졌지만, 서울 상공에는 여전히 짙은 요기가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마치 태양조차 삼키려는 어둠의 장막처럼.“진법까지 있었어?! 대체 어느 놈이, 언제 이따위 대형 진법을 몰래 깔아놓은 거야?!”진북왕은 혈압이 오르다 못해 피까지 토할 지경이었다.이건 곧 청현이 최종 보스가 아니라는 뜻이다!백호가 청현을 이긴다 해도 그보다 더 강한 놈이 있다는 얘기다.하지만 지금 상황에선, 백호가 청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