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륜 구역은 정통적인 수련 장소이며, 그곳에서 나온 자들은 수련자라 불릴 수 있다. 화진을 포함한 인간계의 수련자들은 무도에 속하는 자들로 무인이라 불릴 뿐이다. 같은 경지라 해도 천지의 영력을 흡수하는 성인이 무인을 압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이 성인이 윤구주를 인간계의 황제라 부르는 것이다.“이 말을 내가 수도 없이 반복했지만, 너희들은 신이 아니다. 단지 신인 척하는 가짜이고 굳이 칭호를 붙이자면 그냥 수련자일 뿐이지.”“결국 너희들은 인간이다. 인간이라면 규칙을 지켜야 한다.”“설령 이 세상에 진짜 신이 존재한다 해도 나, 이 윤구주의 규칙을 따라야 한다.”신을 마주했음에도 윤구주는 조금의 두려움도 없었다. 오히려 약간의 경멸이 담겨있음을 빙신전의 황자는 느꼈다.이건 엄청난 모독이었다.“좋다.” “네가 그렇게도 분수를 모른다면 빙황인 내가 널 죽여주지.” “그 덕에 신계의 다른 신전들이 이득을 보게 되는 것이 아깝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너를 죽여 빙신전의 위엄을 세우겠다. 세상 사람들에게 신의 위엄을 거스르는 자가 어떤 최후를 맞이하는지 보여주마!”빙황이 발동하자 뼛속까지 스며드는 한기가 퍼졌다. 백호조차 견딜 수 없을 정도였다.현모는 자신들의 역할을 알고 있었다.그들이 해야 할 일은 돕는 것이 아니라 윤구주에게 불필요한 짐을 지우지 않는 것이었다.그래서 억지로 백호를 끌고 지하 궁전의 가장 높은 층으로 돌아갔다. 비록 거리가 멀어졌음에도 그 한기는 여전히 견디기 어려웠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두 황자의 대결에서 누가 더 우위에 설지 궁금해졌다.“스승님!”“하하하! 윤구주, 내 스승님께서 직접 나서셨으니, 죽을 각오는 되었겠지?”목신이 크게 웃었다.그가 보기에는 고작 인간계의 왕일 뿐인 윤구주가 신계의 황자를 상대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윤구주는 반드시 처참하게 패배할 것이었다.“죽을 각오? 그 각오를 해야 할 자는 너다.”“똑똑히 봐라. 황자 사이에도 격차가 존재한다. 그 격차는 네 스승이 평생 넘을 수 없는
"거기서 멍하니 뭐 하는 거냐? 황자 빙황, 설마 네가 할 수 있는 게 고작 이 정도냐?" 빙황이 더 이상 공격하지 않자, 윤구주는 오히려 그를 재촉했다. "정말 너무하군! 윤구주, 받아라!" 쿵쿵! 한 마리의 빙룡이 다시 응집되었다. 목신의 장난감 같은 수준의 그것에 비해 이 빙룡은 생생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규모든 기세든 윤구주의 금룡과 견줄 만했다. "가짜 신은 역시 가짜 신일 뿐이다. 아직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도 모르면서, 신을 흉내 내는 것만은 있어 보이게 하는군." 윤구주는 냉소하며 몸을 솟구쳐서 날아오르며 부적술을 펼쳐 빙룡을 제압했다.불기운이 응집되며 지하의 영맥을 끌어올렸다. 윤구주의 조종 아래 치솟은 거대한 불기둥은 화염의 사슬로 변해 빙룡을 단단히 속박했다. "빙황! 네가 가진 수단이 더 없나? 내 앞에서 화형술 같은 건 소용없다고." 빙룡을 제압한 채로 윤구주는 다시금 빙황을 재촉했다. 빙황의 얼굴은 똥이라도 씹은 듯 일그러졌다. 윤구주는 분명히 손쉽게 그의 술법을 깰 수 있었다. 하지만 굳이 힘을 낭비하며 그의 빙룡을 구속했다.이건 명백한 모욕이었다! "윤구주! 이 건방진 것아! 네가 대체 뭐라고 생각하는 거냐? 인간계에는 황자가 없다. 설령 왕자라 해도 우리 곤륜 구역이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다! 너 역시 마찬가지다." "너는 신일 수는 있어. 하지만 우리 곤륜 구역은 결코 너를 왕으로 인정한 적 없다!" 빙황은 으르렁대며 외쳤다. "웃기는군. 애당초 내가 왕으로 책봉된 곳이 바로 곤륜 구역이었다. 그것도 너희 3도와 6신전이 함께 내린 칭호였는데. 이제 얼마나 지났다고 벌써 잊어버렸단 말인가?" 윤구주는 눈을 가늘게 뜨고 비웃으며 말했다. 빙황의 동공이 급격히 수축했다. 그는 한 가지 끔찍한 사실을 떠올렸다! 과거 윤구주가 왕으로 책봉됐을 때, 확실히 곤륜 구역에서 먼저 이루어진 일이었다. 그의 왕호조차 곤륜 구역이 내려준 것이었다! 그
이게 무슨 조건인가? 빙황은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생각했다."윤구주! 나는 신들의 황제다. 감히 네가 신령을 모독하다니. 하늘조차 너를 용서치 않을 것이다!"수차례의 자극에 빙황은 마침내 전력을 다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정원을 속박된 빙룡에게 주입하자 기세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좋다! 나와 결전을 벌이겠다는 거냐? 죽고 싶다면 소원을 들어주마!"윤구주가 구양진룡결을 운용하자 아홉 마리의 신룡이 일제히 모습을 드러냈다.아홉 마리의 용이 산을 압도했다. 빙황의 빙룡은 힘을 발휘하기도 전에 용의 기운에 소멸되었다. 빙황의 얼음 영역은 녹아내렸고, 비할 데 없는 용의 기운에 빙황의 몸은 속절없이 짓눌렸다."아아아! 윤구주, 네가 나를 죽일 수 있을 것 같으냐!""빌어먹을 놈! 죽어라!"빙황은 필사적인 일격을 가했다. 자신의 음혼을 대가로 삼아 죽을 각오로 싸움에 뛰어들었다.그의 저항은 필연적으로 헛된 몸부림이었다. 아홉 마리의 용의 순수한 양기는 그의 음혼을 억눌렀다. 혼백을 바쳐서 사용한 금지된 술법은 용의 기운조차 뚫지 못했다."팔기지: 이화금안."동력이 발동하자, 금빛 불꽃이 나타났다. 이 불꽃은 만물을 태우고 멸한다. 음령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빙황의 음혼은 금빛 불꽃에 불태워졌다. 그 모습은 마치 불붙은 백지 같았다. 그가 저항할수록 타는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그렇게 목신의 눈앞에서 빙황은 산 채로 조금씩 타들어 가며 죽었다.마지막 남은 잔념마저 불타 사라질 때까지.빙황은 추락했다. 신계에서 황제로 책봉될 정도로 강력했던 황자가 결국에는 털끝 하나 남지 않고 불태워졌다.목신은 이제야 윤구주가 얼마나 끔찍한 존재인지 깨달았다!그에게 맞섰다가는 이런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니! 윤구주는 다시 목신 곁으로 돌아왔다.그저 눈빛을 마주친 것만으로도 목신은 똥오줌을 지릴 정도로 지레 겁을 먹었다.지난번에는 앙심을 품고 거짓으로 용서를 빌어 훗날 복수를 노렸다면, 이번에는 목신이 진심으로 겁에 질렸다.이
“내가 남해에서 그 일로 고생하는 동안에 너는 동북 쪽으로 냅다 튀어서는 감히 날 구하러 왔다고 입을 놀려?” 윤구주가 곁으로 다가가자 무모한 백호는 씩 웃더니 고개를 돌려 냅다 도망쳤다.“어딜 도망가!”“으악!”태백산이 진동했다. 백호의 처절한 비명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휙!빙황의 위압감이 사라지자 주작은 재빨리 태백산 내부로 들어섰다. 원래는 왕을 지원하고 백호가 살아있는지나 볼 겸 왔다. 그런데 백호가 앞에서 도망가고 윤구주가 구름을 타고 뒤쫓으며 때때로 금빛 번개를 불러내어 공격하는 모습이 보였다.“이... 쯧! 백호 녀석, 내공이 이렇게 높았나? 이미 최고급 경지에 이르렀잖아!” 주작이 놀라며 말했다. 주작은 백호의 내공에 놀랐지만, 윤구주에게 호되게 얻어맞는 것에는 놀라지 않았다. 분명 윤구주가 그를 혼내는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닌 듯했다.“백호, 정말 ‘어리석은 자에게 복이 있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군. 게다가 저 녀석은 목숨까지 아끼지 않으니, 두 가지를 모두 갖췄어. 정말 명줄이 긴 녀석이야.” 현무가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역시 백호니까 저러고도 사는 것이라 생각했다. 현무나 주작이었다면 벌써 팔백 번은 죽고도 남았을 것이다.윤구주는 백호를 실컷 두들겨 패고 완전히 굴복시킨 후에야 세 사람을 데리고 태백산을 떠났다. 아까 거의 죽을 뻔했던 백호는 윤구주가 부르자 언제 그랬냐는 듯 벌떡 일어나더니, 덤으로 아직 기절해 있는 남궁서준을 등에 업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일행은 분계선의 최전선에 도착했다. 삼만 명의 흥주군이 이곳에 집결하여 대기하고 있었다. 윤구주가 도착하자 그동안의 긴장된 분위기는 순식간에 폭발적으로 타올랐다. 삼만 명의 병사들은 한껏 흥분해서 불타오르는 열정으로 구주왕의 이름을 우렁차게 외쳤다.설령 눈앞이 지옥이라 할지라도 윤구주가 명령만 내리면 이 삼만 명은 목숨을 걸고 맹렬히 돌진할 것이었다. 구주왕이 강림함과 동시에 세 명의 대군신이 함께하니, 이 싸움을 어떻게 질 수 있겠는가.분계선 문
「애도하라! 애도하라!」화진의 모든 서버는 묵념하며 구주왕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강성시의 한 해변가.비키니를 입고 완벽한 몸매를 드러낸 소채은이 미간을 찌푸리고 핸드폰으로 묵념하는 장면을 쳐다보고 있었다.“갑자기 뭐야?”“벌건 대낮부터 무슨 애도람?”“서버 전체가 묵념하고 애도한다고?”“아, 미치겠네. 어떤 사람이 죽었길래 다들 이렇게 난리인 거지?”핸드폰 화면을 5분동안 뚫어져라 지켜보고나서야 소채은은 헤드 메세지를 클릭했다.빨간색으로 적힌 몇글자가 소채은의 눈에 들어왔다. 대형 사이트의 홈페이지마다 헤드라인으로 걸려 있었다.「구주 군신이 어제 10개 나라에서 온 강자의 연합공세로 죽음의 바다에서 전사했습니다.」「이 전쟁으로 파란 바다가 핏빛으로 물들었고 망망대해에 시체가 떠올랐습니다.」「이 전쟁은 한 사람이 한 군을 이끌고 10개 나라의 백만 군사를 온힘을 다해 격파한 전쟁이었습니다.」각 대형 사이트의 헤드라인을 보며 소채은의 앵두같은 입술이 동그랗게 오무려졌다.‘구주 군신? 할아버지가 자주 말씀하시던 무패의 전설 아니었나? 그런데 전사했다니.’“그래서 서버 전체가 묵념하고 있구나. 이 무패의 전설이 죽은 거였어?”이 “구주 군신”의 사망 소식을 조금 더 검색해보다가 소채은은 핸드폰을 내려놓았다.구주왕은 진짜 대단한 사람이었고 화진의 레전드 히어로가 맞았다.하지만 소채은과 같은 사람에게는 너무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게다가 지금 자신에게 벌어진 시끄러운 일도 아직 다 해결하지 못했다.소채은은 바닷가에 누워 집안 일을 고민했다. 그러자 절세의 미모에 걱정이 차오르기 시작했다.“따르릉!”그때 그녀의 전화가 울렸다. 소채은은 화면에 뜬 이름을 확인했다. 친구였다.“여보세요?”전화를 받았다.수화기 너머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친애하는 소채은 아가씨, 도대체 요즘 어디를 싸돌아 다니길래 연락이 안되는 거야?”“란이야, 왜? 나 지금 옛 본가에서 휴가 중인데.”소채은이 음료수를 마시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이 남자가 죽었는지 살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파도에 휩쓸리면서 그저 둥둥 떠 있을 뿐이었다.착한 소채은은 이 모습을 보고 깊이 생각하지 않고 바로 사람을 구하려 했다.다행히 수영을 꽤 잘하는 편이라 소채은은 생사를 알 수 없는 검은 옷 남자를 끌고 바닷가로 힘껏 헤엄쳐 갔다. 젖 먹던 힘까지 다 써서야 소채은은 그 남자를 바닷가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다.소채은은 크게 숨을 내쉬고는 얼른 남자의 생사를 확인했다.맥을 짚어보니 뛰고 있긴 했지만, 너무 미세했다. 그래도 살아있었다.소채은은 다시 고개를 숙여 눈앞의 남자를 바라봤다. 남자는 몸을 웅크린 채 누워 있었고 옷은 이미 바닷물에 푹 절여져 있었다.소채은은 남자를 반듯하게 눕히고 나서야 남자의 얼굴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뚜렷한 이목구비에 잘생긴 얼굴을 가진 절세 미남이 따로 없었다.하지만 아쉽게도 바닷물에 너무 오래 떠 있어서 얼굴이 창백하고 핏기가 없었다.“너무... 잘생겼잖아!”소채은은 남자를 보며 자기도 모르게 심박수가 빨라졌다. 하지만 소채은은 얼빠가 아니었다.심호흡을 하고는 남자에게 심폐소생술을 시전했다. 몇십 번 정도 시전하니 남자의 맥박이 돌아왔다. 남자를 살려낸 것이었다.“와, 드디어 살렸네!”소채은은 그제야 한시름 놓았다.“근데 이 사람 누구지? 왜 바다에 버려진 거지? 이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이렇게 사람 하나 없는 외진 곳에 버려뒀다가 밀물이라도 들어오면 죽게 놔두는 거나 다름없잖아.”한바탕 고민한 끝에 소채은은 이 생판 모르는 남자를 잠시 옛 본가에 데려가기로 했다.옛 본가에 도착해 소채은은 남자를 자기의 침대에 눕혔다.온몸에 모래가 묻은 소채은은 쓰러진 남자를 보고 먼저 샤워를 한 뒤에 병원에 데려가려 했다.한편, 굽이진 산길에 3대의 벤츠가 달리고 있었다.“채은이 이 계집애 진짜 너무 막 나가는 거 아니야?”“지금 때가 어느 때인데 혼자 옛 본가에 휴가를 와?”“채은이 친구가 제때 알려주지 않았으면 이 계집애를 어디서 찾아?”
“아빠, 큰아버지, 여기는 어쩐 일로 오셨어요?”소채은은 안으로 들어온 사람을 보고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채은아, 지금 뭐 하는 거야?”“이 남자는 또 누구야?”소청하가 호통을 쳤다.특히 소채은이 샤워 가운을 두른 채 벌거벗은 남자와 침대에 있는 걸 보니 뇌출혈이라도 올 것만 같았다.소채은은 그제야 이상함을 감지하고 서둘러 침대에서 일어나 해명하기 시작했다.“아빠, 오해하지 마요. 이 남자 모르는 사람이에요.”“뭐? 모르는 사이라고?”“이 계집애야! 미쳤어? 모르는 사이에 잠자리를 가져?”소청하가 포효하다시피 했다.“아빠 일단 내 말 좀 들어봐요. 진짜 모르는 사람이예요. 그냥...”소채은이 해명하려는데 큰아버지 소천홍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둘째야, 진짜 대단하다.”“딸을 참 훌륭하게 키웠어. 모르는 남자와 잠자리까지 다 들고.”“곧 중해 그룹과 정략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이 계집애 어떻게 처리할지 좀 말해봐.”소청하는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온몸을 부르르 떨었고 눈동자마저 빨개졌다.“망할 계집애, 우리 소씨 가문이 뭘 잘못해서 너 같은 불효녀를 낳은 거야?”“차라리 때려죽이고 말지.”말이 끝나기 바쁘게 소청하는 손을 들어 소채은의 뺨을 때리려 했다.소청하의 손이 소채은의 어여쁜 얼굴에 거의 닿으려는데 갑자기 누군가의 차가운 손이 소청하의 팔목을 움켜잡았고 소채은을 자기 뒤로 숨기기까지 했다.소채은은 순간 멍해졌고 고개를 들어보니 건장하기 그지없는 뒷모습과 등 뒤에 새겨진 용의 머리가 보였다.‘이 남자 깨어난 거야?’소청하는 건장한 체구를 가진 남자에 의해 단번에 손목을 잡혔고 팔이 부러질 것처럼 아파 언성을 높였다.“너... 너... 뭐하자는 거야?”남자는 거기 선 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가운 눈빛으로 군주처럼 소청하를 내려다봤다.“놔, 이거 놓으라고!”소청하가 고함을 질렀다.하지만 남자의 손은 마치 무쇠처럼 전혀 풀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이봐라, 이 새끼 처리해.”소청하의 분노가 끝내는 터지고
소채은은 옷을 갈아입고 멍해서 쓰러진 남자 곁을 지켰다.이 남자는 진짜 잘생겨도 너무 잘생겼다. 게다가 온몸으로 군주의 아우라를 뿜어내고 있었다. 쓰러져 있지만 않으면 남신이 분명했다.“이 사람 도대체 누구지?”“왜 바다에 떠 있었던 거지?”“그리고 왜 간단한 손놀림만으로 소씨 가문 보디가드를 쓰러뜨릴 수 있는 거지?”무수히 많은 의문이 소채은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호기심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원인인지 소채은은 이 남자를 더 알아가고 싶었다.얼마나 지났을까, 소채은은 침대맡에 누워 잠이 들었다.그때 소채은은 작은 움직임을 느꼈다.비몽사몽인 상태로 눈을 떴다가 이내 “악!”하고 비명을 질렀다.어느새 기절했던 남자가 깨어 있었다.그리고 아주 올곧은 자세로 그녀 앞에 서 있었다.이 광경을 보고 소채은 놀라서 뒷걸음질 쳤고 경계 태세로 물었다.“당... 당신... 뭐하자는 거예요?”남자는 막연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는 주변을 빙 둘러보더니 멍한 눈빛으로 다시 소채은을 쳐다봤다.“당신은... 누구고... 여긴 어디죠?”매력 있는 목소리였지만 의문으로 가득 찬 말투였다.소채은이 얼른 대답했다.“저는 소채은이라고 해요. 제가 바다에서 당신을 구한 거예요.”“바다요?”남자가 다시 막연한 표정을 지었다.“맞아요. 바다에 떠 있었던 거 기억 안 나요?”소채은이 귀띔했다.남자는 바다라는 말을 듣더니 멈칫했다.갑자기 머릿속에 수많은 죽음을 외치는 목소리가 들렸고 셀 수도 없는 시체들이 핏빛 바다에 둥둥 떠 있는 장면이 보였다.매캐한 연기와 군함이 불바다 속에서 망가지고 있었고 많은 사람이 불구덩이에서 목 놓아 부르고 있었다.마지막으로 그는 사방에서 까맣게 몰려오는 강자들이 그를 향해 달려오던 걸 떠올렸다.최후의 최후에 그는 사람들이 그를 향해 “구주왕... 구주왕...”이라고 외쳐대는 걸 들었다.“쿵”하는 소리와 함께 남자는 머리가 깨질 듯한 고통을 느꼈다. 마치 칼로 가르고 침으로 찌르는 듯한 아픔이었다.
“내가 남해에서 그 일로 고생하는 동안에 너는 동북 쪽으로 냅다 튀어서는 감히 날 구하러 왔다고 입을 놀려?” 윤구주가 곁으로 다가가자 무모한 백호는 씩 웃더니 고개를 돌려 냅다 도망쳤다.“어딜 도망가!”“으악!”태백산이 진동했다. 백호의 처절한 비명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휙!빙황의 위압감이 사라지자 주작은 재빨리 태백산 내부로 들어섰다. 원래는 왕을 지원하고 백호가 살아있는지나 볼 겸 왔다. 그런데 백호가 앞에서 도망가고 윤구주가 구름을 타고 뒤쫓으며 때때로 금빛 번개를 불러내어 공격하는 모습이 보였다.“이... 쯧! 백호 녀석, 내공이 이렇게 높았나? 이미 최고급 경지에 이르렀잖아!” 주작이 놀라며 말했다. 주작은 백호의 내공에 놀랐지만, 윤구주에게 호되게 얻어맞는 것에는 놀라지 않았다. 분명 윤구주가 그를 혼내는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닌 듯했다.“백호, 정말 ‘어리석은 자에게 복이 있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군. 게다가 저 녀석은 목숨까지 아끼지 않으니, 두 가지를 모두 갖췄어. 정말 명줄이 긴 녀석이야.” 현무가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역시 백호니까 저러고도 사는 것이라 생각했다. 현무나 주작이었다면 벌써 팔백 번은 죽고도 남았을 것이다.윤구주는 백호를 실컷 두들겨 패고 완전히 굴복시킨 후에야 세 사람을 데리고 태백산을 떠났다. 아까 거의 죽을 뻔했던 백호는 윤구주가 부르자 언제 그랬냐는 듯 벌떡 일어나더니, 덤으로 아직 기절해 있는 남궁서준을 등에 업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일행은 분계선의 최전선에 도착했다. 삼만 명의 흥주군이 이곳에 집결하여 대기하고 있었다. 윤구주가 도착하자 그동안의 긴장된 분위기는 순식간에 폭발적으로 타올랐다. 삼만 명의 병사들은 한껏 흥분해서 불타오르는 열정으로 구주왕의 이름을 우렁차게 외쳤다.설령 눈앞이 지옥이라 할지라도 윤구주가 명령만 내리면 이 삼만 명은 목숨을 걸고 맹렬히 돌진할 것이었다. 구주왕이 강림함과 동시에 세 명의 대군신이 함께하니, 이 싸움을 어떻게 질 수 있겠는가.분계선 문
이게 무슨 조건인가? 빙황은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생각했다."윤구주! 나는 신들의 황제다. 감히 네가 신령을 모독하다니. 하늘조차 너를 용서치 않을 것이다!"수차례의 자극에 빙황은 마침내 전력을 다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정원을 속박된 빙룡에게 주입하자 기세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좋다! 나와 결전을 벌이겠다는 거냐? 죽고 싶다면 소원을 들어주마!"윤구주가 구양진룡결을 운용하자 아홉 마리의 신룡이 일제히 모습을 드러냈다.아홉 마리의 용이 산을 압도했다. 빙황의 빙룡은 힘을 발휘하기도 전에 용의 기운에 소멸되었다. 빙황의 얼음 영역은 녹아내렸고, 비할 데 없는 용의 기운에 빙황의 몸은 속절없이 짓눌렸다."아아아! 윤구주, 네가 나를 죽일 수 있을 것 같으냐!""빌어먹을 놈! 죽어라!"빙황은 필사적인 일격을 가했다. 자신의 음혼을 대가로 삼아 죽을 각오로 싸움에 뛰어들었다.그의 저항은 필연적으로 헛된 몸부림이었다. 아홉 마리의 용의 순수한 양기는 그의 음혼을 억눌렀다. 혼백을 바쳐서 사용한 금지된 술법은 용의 기운조차 뚫지 못했다."팔기지: 이화금안."동력이 발동하자, 금빛 불꽃이 나타났다. 이 불꽃은 만물을 태우고 멸한다. 음령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빙황의 음혼은 금빛 불꽃에 불태워졌다. 그 모습은 마치 불붙은 백지 같았다. 그가 저항할수록 타는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그렇게 목신의 눈앞에서 빙황은 산 채로 조금씩 타들어 가며 죽었다.마지막 남은 잔념마저 불타 사라질 때까지.빙황은 추락했다. 신계에서 황제로 책봉될 정도로 강력했던 황자가 결국에는 털끝 하나 남지 않고 불태워졌다.목신은 이제야 윤구주가 얼마나 끔찍한 존재인지 깨달았다!그에게 맞섰다가는 이런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니! 윤구주는 다시 목신 곁으로 돌아왔다.그저 눈빛을 마주친 것만으로도 목신은 똥오줌을 지릴 정도로 지레 겁을 먹었다.지난번에는 앙심을 품고 거짓으로 용서를 빌어 훗날 복수를 노렸다면, 이번에는 목신이 진심으로 겁에 질렸다.이
"거기서 멍하니 뭐 하는 거냐? 황자 빙황, 설마 네가 할 수 있는 게 고작 이 정도냐?" 빙황이 더 이상 공격하지 않자, 윤구주는 오히려 그를 재촉했다. "정말 너무하군! 윤구주, 받아라!" 쿵쿵! 한 마리의 빙룡이 다시 응집되었다. 목신의 장난감 같은 수준의 그것에 비해 이 빙룡은 생생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규모든 기세든 윤구주의 금룡과 견줄 만했다. "가짜 신은 역시 가짜 신일 뿐이다. 아직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도 모르면서, 신을 흉내 내는 것만은 있어 보이게 하는군." 윤구주는 냉소하며 몸을 솟구쳐서 날아오르며 부적술을 펼쳐 빙룡을 제압했다.불기운이 응집되며 지하의 영맥을 끌어올렸다. 윤구주의 조종 아래 치솟은 거대한 불기둥은 화염의 사슬로 변해 빙룡을 단단히 속박했다. "빙황! 네가 가진 수단이 더 없나? 내 앞에서 화형술 같은 건 소용없다고." 빙룡을 제압한 채로 윤구주는 다시금 빙황을 재촉했다. 빙황의 얼굴은 똥이라도 씹은 듯 일그러졌다. 윤구주는 분명히 손쉽게 그의 술법을 깰 수 있었다. 하지만 굳이 힘을 낭비하며 그의 빙룡을 구속했다.이건 명백한 모욕이었다! "윤구주! 이 건방진 것아! 네가 대체 뭐라고 생각하는 거냐? 인간계에는 황자가 없다. 설령 왕자라 해도 우리 곤륜 구역이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다! 너 역시 마찬가지다." "너는 신일 수는 있어. 하지만 우리 곤륜 구역은 결코 너를 왕으로 인정한 적 없다!" 빙황은 으르렁대며 외쳤다. "웃기는군. 애당초 내가 왕으로 책봉된 곳이 바로 곤륜 구역이었다. 그것도 너희 3도와 6신전이 함께 내린 칭호였는데. 이제 얼마나 지났다고 벌써 잊어버렸단 말인가?" 윤구주는 눈을 가늘게 뜨고 비웃으며 말했다. 빙황의 동공이 급격히 수축했다. 그는 한 가지 끔찍한 사실을 떠올렸다! 과거 윤구주가 왕으로 책봉됐을 때, 확실히 곤륜 구역에서 먼저 이루어진 일이었다. 그의 왕호조차 곤륜 구역이 내려준 것이었다! 그
곤륜 구역은 정통적인 수련 장소이며, 그곳에서 나온 자들은 수련자라 불릴 수 있다. 화진을 포함한 인간계의 수련자들은 무도에 속하는 자들로 무인이라 불릴 뿐이다. 같은 경지라 해도 천지의 영력을 흡수하는 성인이 무인을 압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이 성인이 윤구주를 인간계의 황제라 부르는 것이다.“이 말을 내가 수도 없이 반복했지만, 너희들은 신이 아니다. 단지 신인 척하는 가짜이고 굳이 칭호를 붙이자면 그냥 수련자일 뿐이지.”“결국 너희들은 인간이다. 인간이라면 규칙을 지켜야 한다.”“설령 이 세상에 진짜 신이 존재한다 해도 나, 이 윤구주의 규칙을 따라야 한다.”신을 마주했음에도 윤구주는 조금의 두려움도 없었다. 오히려 약간의 경멸이 담겨있음을 빙신전의 황자는 느꼈다.이건 엄청난 모독이었다.“좋다.” “네가 그렇게도 분수를 모른다면 빙황인 내가 널 죽여주지.” “그 덕에 신계의 다른 신전들이 이득을 보게 되는 것이 아깝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너를 죽여 빙신전의 위엄을 세우겠다. 세상 사람들에게 신의 위엄을 거스르는 자가 어떤 최후를 맞이하는지 보여주마!”빙황이 발동하자 뼛속까지 스며드는 한기가 퍼졌다. 백호조차 견딜 수 없을 정도였다.현모는 자신들의 역할을 알고 있었다.그들이 해야 할 일은 돕는 것이 아니라 윤구주에게 불필요한 짐을 지우지 않는 것이었다.그래서 억지로 백호를 끌고 지하 궁전의 가장 높은 층으로 돌아갔다. 비록 거리가 멀어졌음에도 그 한기는 여전히 견디기 어려웠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두 황자의 대결에서 누가 더 우위에 설지 궁금해졌다.“스승님!”“하하하! 윤구주, 내 스승님께서 직접 나서셨으니, 죽을 각오는 되었겠지?”목신이 크게 웃었다.그가 보기에는 고작 인간계의 왕일 뿐인 윤구주가 신계의 황자를 상대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윤구주는 반드시 처참하게 패배할 것이었다.“죽을 각오? 그 각오를 해야 할 자는 너다.”“똑똑히 봐라. 황자 사이에도 격차가 존재한다. 그 격차는 네 스승이 평생 넘을 수 없는
죽음의 기운이 천지를 휘감았다. 윤구주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어디선가 나타난 쇠사슬이 네 호법의 몸을 휘감아 육체를 산산이 부수어 재로 만들어버렸다. 이제 그들은 영혼 상태로 윤구주와 맞서야 했다.웅!술법이 발동되자 네 호법의 영혼에서 혼력이 조금씩 빠져나가기 시작했다.이를 느낀 네 호법은 진정으로 목숨을 걸고 영혼을 불태워 윤구주의 금술을 깨부수려 했다.“그래, 이제야 제대로 목숨을 거는구나. 너희들이 힘을 합치면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고? 웃기고 있네. 탕혼인!”윤구주가 인법을 펼치고 손짓을 하자 죽음의 인결이 네 호법에게 내려졌고 그들은 즉시 영혼마저 산산조각이 났다.이것이 바로 구주왕인가?한 번의 손짓으로 네 명의 극 신급 강자의 영혼을 멸하다니.이 네 호법이 힘을 합쳐서 목신을 상대한다면 그는 반드시 목숨을 잃을 것이다.현모도 네 호법 중 가장 약한 한 명을 상대할 수 있을 뿐이다. 백호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지만 기껏해서 두 명의 호법과 생사를 건 싸움을 벌일 수 있고 그들이 함께 덤벼든다면 백호도 방법이 없다.이 장면은 어릴 적부터 신은 무적이라는 교육을 받아온 목신의 인식을 완전히 붕괴시켰다.인간은 하찮은 존재일 뿐이고 신은 무적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구주왕이 어떻게 신을 저리 쉽게 죽이는가?“이제 네 차례다. 네 스승이 나와서 널 구해주길 빌어라. 그렇지 않으면 네 목숨은 여기서 끝이다.”윤구주가 목신을 바라보며 죽음의 인결을 모았다.이렇게 오랫동안 말을 늘어놓은 이유는 목신의 스승인 황자를 끌어내기 위함이었다. 그의 스승이 곤륜에 숨어서 나오지 않는다면 윤구주도 그를 어찌할 수 없었기에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게 해야 했다.하지만 윤구주는 더는 참을 수 없었다. 네 호법을 처단하고 이제 목신을 처단할 차례였다.“스승님, 살려주십시오!”생사의 순간, 목신은 목이 터지라 울부짖었다.웅!신계로 향하는 문에서 눈 부신 빛이 터져 나왔다.신계로 향하는 문 속에서 누군가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가 천천히 걸어 나
목신은 감히 윤구주의 눈을 바라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그 눈빛은 너무나도 무서워서 한 번 더 마주치기만 하면 윤구주가 묻지 않아도 스스로 모든 비밀을 털어놓을 것만 같았다.“네가 말하지 않겠다면 내가 말하마. 난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있지만 널 풀어줄 수는 있다. 하지만 내가 전에 말했듯이 내가 너를 용서해도 하늘은 너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그 말을 들은 목신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윤구주, 무슨 뜻이냐? 약속을 어기려는 거냐? 너와 나는 원수도 아닌데 왜 나한테 집착하는 거니? 설마 윤구주가 그런 소인배냐?”윤구주는 목신의 질문에 웃음을 지었다.“참 우습군. 네가 무슨 근거로 나와 원수가 아니라고 하는 거냐? 백호는 나의 부하이자 형제와도 같은 존재다. 네가 내 형제의 정혈을 빼앗으려 했으니 우리 사이에 어찌 원한이 없다고 할 수 있었겠냐?”목신은 어찌할 바를 몰라 버벅거렸다.“하지만 백호는 무사하잖아. 오히려 화를 면하고 극 신급 절정을 돌파했는데.”“화를 면했다고? 뭐 맞는 말이긴 하지. 하지만 그건 네 덕분이 아니야. 백호의 목숨은 백호 스스로 지켜낸 것이다. 그래도 말했듯이 나는 널 풀어줄 수는 있다. 너 같은 인물은 백 년이 지나도 천 년이 지나도 여전히 쓰레기일 뿐이니까. 너 같은 쓰레기는 내가 죽일 가치도 없어. 널 풀어줄 수는 있지만, 네가 다른 나라를 부추겨서 화진을 침략한 일은 어떻게 할 거냐?”목신이 급히 외쳤다.“내가 언제 화진을 침략했다는 거야?”“그 입 닥쳐. 너도 내가 화진의 왕이라는 걸 알잖아. 내가 군부를 장악하고 있다는 걸 모를 리 없지. 네 계획이 내 눈을 속일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니? 너는 우리 화진의 영토를 분열시키려 했고, 흥주 땅에 나라를 세우려 했지. 네가 내 땅을 빼앗으려 했는데 내가 널 놓아줄 수 있겠느냐? 게다가, 천자가 하늘에 명을 청하고 천하를 다스리던 시대는 지났다. 나는 옛날의 황제가 아니다. 그저 능력이 있는 화진의 한 사람일 뿐이다. 네가 내 집을 침략하고 두 나라 사
타고난 재능이니 배경이니, 그딴 것들은 주먹 앞에서 무용지물이다.실력이 모든 진리를 압도한다. 힘만 충분하다면 어떤 세력도 강자의 의지를 거스를 수 없다.“널 살려달라고 그러는 거야? 그렇다면 구걸을 해 봐라.”윤구주의 기세가 다시 치솟았다. 살벌한 살기가 내리치자 목신은 생각할 여유도 없이 울부짖으며 애걸했다.그가 용서를 빌자 천지가 갑자기 고요해졌다. 아까까지 생생하게 천지를 휘어잡던 신용도 흔적 없이 사라졌다. 목숨을 위협하던 긴장감이 사라지자 목신은 비로소 숨을 내쉬며 털썩 주저앉았다.윤구주가 허공을 밟으며 목신 앞으로 다가왔다.지금이 윤구주를 기습할 절호의 찬스였지만 목신은 땅에 엎드린 채 부들부들 떨 뿐 감히 윤구주와 저항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화진 사람들이 천하다고 했지? 내 눈에는 네가 더 추잡해 보이는데. 기회 줄게. 어디 한번 덤벼 봐라. 반격하지 않을 테니까.”윤구주가 기운으로 그를 들어 올리더니 영기를 주입해 그의 실력을 회복시켰다. 하지만 윤구주가 손을 떼자마자 그는 다시 땅에 처박혔다.빙신전의 네 호법은 이 장면을 보고 충격에 빠졌다.그들은 목신의 도심이 산산조각 났다는 것을 눈치챘다. 지금부터 목신은 윤구주에게 짓눌려 더는 일어설 수 없게 될 것이다.도심이 무너진 자는 다시 일어서기 힘들었다. 도심을 되찾으려면 강한 의지력을 가지고 있어야 했다.“참으로 한심하군. 허세만 가득한 쓸모없는 놈. 내 일격도 못 버티더니. 생존을 위한 투지조차 없단 말인가? 이것이 너희 빙신전의 후계자냐?”윤구주의 비웃음 소리가 산속에 울려 퍼졌다.목신은 아무 대답 없이 땅에 얼굴을 파묻은 채 엎드려 있다가 한참 뒤에 간신히 입을 열었다.“구주왕님, 약속을 지켜 주십시오.”“저하! 저자들의 말에 귀 기울이지 마십시오.”백호가 참지 못하고 외쳤다. 무도니 예의니 그런 건 신과의 싸움에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백호, 닥쳐라. 왕께서 네 놈과 같으시다고 생각하느냐?”현모가 그를 뒤로 끌어당겼다.윤구주는
목신이 술법을 펼치자 얼음의 용이 불길을 뿜어내며 윤구주를 향해 돌진했다.“목신님, 대단하십니다. 음양의 도를 깨달으셨군요. 이 도를 깨달으면 그 어떤 술법에도 밀리지 않을 것입니다. 같은 경지에서는 목신님이 무적이십니다.”대호법들이 감탄하며 말했다.역시 미래 빙신전의 주인다웠다. 인간 세상의 왕이 어떻게 신계의 천재와 견줄 수 있겠는가.빙신전의 도련님은 태어날 때부터 신이었다. 인간이 아무리 강해도 신과 빛을 다툴 수는 없을 것이다.목신의 자신만만한 일격을 마주한 윤구주의 얼굴에는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신? 이미 말했지만 너희는 그저 가짜 신일 뿐이다. 음양의 비술을 깨달았다고? 천지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이 천지를 주장하겠다고? 웃기지 마. 진짜 신이라 해도 나 윤구주의 규칙을 따라야 한다. 이제 너희에게 진짜 용이 무엇인지 보여주겠다.”“용어무극, 진용현신.”웅!용의 포효가 천지를 진동했고 용의 울음소리에 만물이 굴복했다.빙신전의 대호법들은 반응할 틈도 없이 용의 기세에 제압당해 스스로 무릎을 꿇었다.이 장면을 본 현모는 감격의 눈물을 흘렸고 백호는 이를 갈며 울부짖었다.한 마리 금룡이 태백산에 나타났고 그 용의 비늘 하나하나가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듯했다. 진정한 용이 인간 세상에 강림한 듯했다. 이에 비하면 목신의 얼음의 용은 장난감처럼 초라해 보였다.불길이 윤구주의 몸에 닿기도 전에 얼음의 용이 스스로 사라졌다. 목신이 펼친 얼음의 영역도 빠르게 녹아내리며 무너졌다.진용의 위엄에 얼음의 용은 그 자리에서 무너졌고 용의 위압에 목신은 땅에 눌려 일어날 수조차 없었다.하늘에 떠 있는 윤구주는 태양처럼 눈 부셨고 그가 바로 이 천지의 유일한 신인 듯했다.“어떻게 이럴수가. 윤구주가 이렇게 강할 리 없어.”목신은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의 인식 속에서 윤구주는 백호보다 약간 뛰어날 정도였다. 방금 백호가 극 신급 정정에 올랐으니 현재 백호의 경지가 윤구주를 뛰어넘어섰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백
빙신전에서 온 네 대호법은 목신 스승의 명령을 받들어 찾아왔기에 쉬이 나서서 목신을 도와주지 않을 것이다.방금까지 큰소리 치던 목신이 갑자기 입을 다물자 윤구주는 그의 속셈을 즉시 눈치챘다.“넌 현모와 백호를 두려워하는구나? 둘 다 듣거라. 이제 싸움을 시작하면 설령 목신이 나를 죽인다 해도 너희는 절대 나서지 마라.”윤구주가 현모와 백호를 바라보며 말하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눈빛으로 대화했다.‘진심이야? 저하께서 일대일로 결투를 하시겠다고? 저하께서 이런 식으로 현모와 놀아주다니.’반응이 빨랐던 현모가 백호를 끌어당겨 한쪽으로 물러났다.“백호, 넌 좀 가만히 있어. 저하의 계획을 망치지 마.”현모는 온갖 좋은 말로 불만으로 가득 찬 백호를 겨우 말렸다.이를 본 목신은 여전히 윤구주를 믿지 못하는 듯했다.“안심해, 나 윤구주는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야. 너 설마 겁쟁이였냐? 신계의 천재가 이 정도 기백도 없어? 인간 세상의 왕인 나보다도 못하구나.”윤구주가 비웃으며 말했다.“그래 좋아. 이건 네가 스스로 죽음을 자초한 것이다. 지금 바로 너의 소원을 들어주마.”목신은 결심을 내렸다. 설령 함정이었다 해도 세 사람이 힘을 모아서 목신을 공격하면 네 대호법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다.함께 싸워도 여전히 자신에게 유리할 것이다.“윤구주, 네가 검술의 고수일뿐만 아니라 술법에도 천부가 있다는 걸 안다. 그러니 우리 둘의 대결에는 어떤 수단도 제한하지 않는다. 이번 싸움에서 우리는 승패를 가릴 뿐만 아니라 생사를 결정짓는다. 어떠냐?”목신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윤구주를 바라보며 이미 신술을 준비하고 있었다.“문제없어. 지금 여기서는 네가 주인이야. 내가 너에게 그 권리를 주겠다.”윤구주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 말을 들은 목신은 이를 악물었다.‘정말 오만방자한 놈이로군. 나는 신이다. 인간이 나에게 권리를 준다고?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야.’지금 이 상황이 너무나 이상했기에 네 대호법은 은밀하게 눈짓으로 의사를 교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