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에 육도진은 말문이 막혔다. 그리고 그의 곁에 있던 여섯째 공주 이홍연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세상에... 설국 국주가 죽었다고요? 이게 무슨 상황이죠?”이홍연은 이때 입을 뻐끔거리면서 말했다. 그녀는 심지어 참지 못하고 욕을 내뱉을 뻔했다.바로 이때 국주가 큰소리로 웃기 시작했다.“구주가 설국의 그 젊은 국주를 정말로 베었나 보구나.”그 말에 이홍연이 가장 먼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아버지, 윤구주가 설국 국주를 죽였다는 말씀이세요?”화진 국주는 눈을 가늘게 뜨면서 말했다.“이 세상에 그 정도 능력과 배짱을 가진 사람이 윤구주 말고 또 있겠느냐?”“하지만... 하지만 윤구주는 설국에 간 지 며칠밖에 되지 않았는걸요!”이홍연은 도저히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구주가 설국의 국주를 죽여본 적 없는 것도 아니고. 잊지 말거라. 6년 전, 설국의 전 국주 역시 구주가 죽였었다.”꿀꺽.국주의 말을 들은 이홍연은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자신의 남자가 설국 국주를 두 명이나 죽였다는 생각에 이홍연은 크게 놀랐다.“구주는 지금 어디 있느냐? 대답해 보거라.”국주의 질문에 신하가 대답했다.“국주님, 그쪽에서 전해온 전보에 따르면 구주왕께서는 지금도 설국 수도에 있을 거로 예상됩니다.”“아직도?”국주는 조금 의아했다.“그렇습니다. 전보에 따르면 설국 금전이 빛에 완전히 뒤덮였고 설국 백성들은 구주왕이 자줏빛 기운을 빨아들이는 걸 보았다고 합니다.”자줏빛 기운?그 말을 들은 국주는 눈을 가늘게 떴다.“이 망할 놈, 설국 국주를 죽였을 뿐만 아니라 설국의 국운까지 흡수하려는 것이구나.”비록 그렇게 말했지만 국주의 얼굴에는 흐뭇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아버지,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설국 국주를 죽였으면 바로 돌아와야 하는 거 아닌가요? 거기에 남아서 무슨 자줏빛 기운을 흡수한단 말이에요? 뭘 위해서요?”이홍연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국주는 웃으며 대답했다.“네가 몰라서 그래. 자줏빛 기운이랑 한 나라의
“정말요? 아버지, 윤구주를 진국왕으로 책봉하실 생각이세요?”이홍연은 예쁜 눈을 크게 뜨고 들뜬 얼굴로 국주를 바라보며 물었다.국주는 천천히 말했다.“6년 전 그때 난 구주를 이미 진북왕으로 책봉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조정의 모든 신하들이, 종문과 세가에서 날 방해했지. 그러나 이번에 감히 날 막아서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자를 적으로 돌릴 것이다. 조정 전체를, 무도 천하를 적으로 돌리게 되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국주가 패기 넘치는 말투로 얘기하자 육도진은 흥분하며 말했다.“국주님, 대단하십니다. 국주님, 만세!”국주는 싱긋 웃더니 옆에 있는 이홍연을 바라보았다.“게다가 구주는 앞으로 우리 화진의 진국왕일 뿐만 아니라 우리 화진의 부마가 될 것이니 말이다.”부마라는 말에 경국지색의 미모를 가진 화진의 여섯째 공주는 순간 목까지 붉어졌다.“아버지...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이홍연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왜? 내 말이 틀리더냐?”국주가 말했다.이홍연의 얼굴은 더욱 빨개졌다.“전, 전, 전 구주와 결혼하지 않을 거예요!”비록 이홍연을 그렇게 말했지만 사실은 꿀을 먹은 것보다도 달콤한 기분이 들었다.국주는 딸의 모습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그래. 네가 싫다고 하니 기회를 봐서 구주를 위해 다른 배필을 찾아봐 줘야겠구나. 어차피 구주는 지금 연인이 없고 우리 화진에는 여자들이 많으니 말이다.”“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구주는 제 거예요. 아무도 저에게서 구주를 빼앗을 수 있어요.”아버지가 윤구주를 다른 여자와 결혼시키겠다고 하자 이홍연은 버럭 화를 냈다.국주는 큰 소리로 웃었다.“그래. 장난은 그만할게. 육도진 우상, 구주가 승리를 거머쥐고 돌아온다면 나는 태산에서 친히 구주를 진국왕으로 책봉할 것이다.”육도진은 서둘러 대답했다.“네!”...설국.윤구주가 설태현을 머리를 벤 뒤 설국 전체가 설태현을 위해 애도했다.설국의 국주가 숨을 거두었다는 사실을 모두 알고 있었다.수도 금전.윤구주의 부적대진
예전에 세나미는 윤구주가 자신의 실력을 전부 보여줬고, 그래서 설국을 이 정도로 파괴할 수 있었던 거로 생각했다.그러나 윤구주의 등 뒤에 나타난 거대한 코끼리의 형상을 본 순간 세나미는 그를 증오할 용기 또한 없었다.그녀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건 기도뿐이었다.윤구주가 더는 설국 사람들을 죽이지 않기를 말이다.시간은 1분 1초 흘렀다.설국의 국운은 마치 강물처럼 윤구주의 체내로 천천히 흘러들었다.같은 시각, 설국에서 100여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곳에 사람 세 명이 나타났다.그 세 사람은 모두 서양인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선두에 선 사람은 금발 머리카락의 남자였다.남자는 흰색 정장을 입고 있었고 일거수일투족이 매우 우아했다.그의 두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짙은 사악한 기운이 그를 매우 음산한 사람으로 보이게 했다.그의 곁에는 남자 한 명과 여자 한 명이 있었다.남자는 건장한 체구를 가지고 있었고 여자는 요염하고 관능적이었다.세 사람이 나타나자 그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강한 기운에 눈보라가 순식간에 사방으로 흩어졌다.그들은 모두 절정 강자였다.게다가 선두에 있는 금발의 남자는 칠살 급의 초극 준절정 강자였다.다른 남자 한 명과 여자 한 명 역시 오악 이상의 절정 강자였다.이 순간 설국에 이 세 사람이 나타날 줄은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아나스, 곧 설국이죠?”유럽 악센트가 강한 금발의 남자가 눈보라를 바라보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네. 곧 도착할 겁니다.”아나스라고 불린 건장한 남자가 대답했다.“설국이 우리 국제중재기구에 연락해서 나서달라고 했다니, 이번에 설국이 정말로 화진을 제대로 건드렸나 봐요.”금발의 남자는 그 말을 할 때 입가에 기묘한 미소를 띠었다.“흥! 설국이 자초한 일이죠. 왜 하필 화진을 건드린 건지. 설마 6년 전 10개국 간의 전쟁에서 얼마나 처참히 실패했는지를 잊은 걸까요?”아나스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하하, 아나스. 그렇게 얘기하면 안 돼요. 비록 화진은 세계 최강의 무도 강국이지만 그럴
“맞아요. 만약 화진의 구주왕이 살아있다면 우리 국제중재기구는 조금 두려워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는 이미 죽었잖아요...”레이라고 불린 가장 앞에 서 있던 금발의 남자는 윤구주의 얘기가 나오자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레이 님, 제가 아는 바에 의하면 당시 10국 간의 전쟁에서 레이 님께서는 구주왕을 직접 본 적이 계시죠? 소문이 사실인지 궁금합니다. 당시 우리 10국의 강자들이 함께 연합해도 그의 상대가 되지 못했나요?”건장한 체구의 아나스가 호기심 어린 얼굴로 금발의 남자를 바라보았다.금발의 남자는 잠깐 침묵하더니 고개를 들어 흩날리는 눈보라를 바라보았다.갑자기 그의 머릿속에 6년 전 전쟁 때가 떠올랐다.그 전투에서 피는 바다를 이루었고 시체는 쌓여 산더미를 이루었다.당시 그 전투에서 레이는 구주왕의 실력을 본인의 두 눈으로 직접 보았었다.그는 그 전투에서 12명의 신급 절정 강자가 윤구주와 고전을 치렀던 걸 똑똑히 기억했다.그리고 안타깝게도 그중 반이 죽었다.최후에 10국이 투항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그날 10국의 강자들은 전부 윤구주의 손에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그 장면을 떠올리자 국제중재기구 출신이며 칠살 급인 레이는 눈가가 심하게 떨렸다.그는 한참 뒤에야 말했다.“그 남자는 인간이 아니에요. 그는... 악마예요!”악마라는 말에 아나스도, 파란 머리카락을 가진 여자도 침묵했다.“하지만 그럼에도 결국엔 죽었죠.”레이는 갑자기 길게 숨을 내쉬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갑시다. 일단은 설국으로 가야죠.”그는 그렇게 말한 뒤 설국 방향으로 빠르게 움직였다.아나스와 파란 머리카락의 여자는 그를 뒤따랐다....낙일성은 설국 수도로 가려면 반드시 지나야 하는 곳이었다.이 시각, 낙일성 30km 밖에서는 화진 군대가 진지를 확고히 정비하고 적을 기다리고 있었다.수십만 명에 달하는 병사들은 기세가 남달랐다.선두에 선 장수는 화진 북방군의 총사령관 박천후와 황성 금위군 통령 염수천이었다.예전에 윤구주는 신념을 이용하여 염수천에
“걱정하지 마. 우리 저하께서 설국 수도에 남아있는 건 분명 중요한 볼일이 있어서 그런 걸 테니까 말이야. 우리는 그냥 여기서 느긋하게 기다리면 돼. 조급해할 이유가 없어.”염수천의 말을 듣자 박천후는 그제야 입을 다물고 더 질문하지 않았다.시간은 1분 1초 흘러갔다.몰아치는 눈보라 속에서 세 명의 강한 절정 기운이 갑자기 박천후의 신해 속에 나타났다.똑같이 절정 강자인 박천후는 허공에서 나타난 절정 강자들의 기운에 안색이 급격히 달라졌다.“강자가 왔어. 다들 경계해!”박천후가 큰 목소리로 외쳤다. 수많은 병사들이 곧바로 경계 태세를 취했다.박천후의 옆, 눈밭에서 앉아 있던 염수천은 이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무홍의 기운을 온몸에서 내뿜었다.하늘에서 세 명의 사람이 아주 빠른 속도로 설국의 낙일성 방향으로 날아가고 있었다.세 사람을 본 순간 염수천은 표정이 굳어지더니 싸늘한 살기를 드러내며 말했다.“준절정 세 명이야.”“세 사람의 실력은 아마 우리보다 약하진 않을 거야.”염수천은 차가운 얼굴로 하늘을 바라보았다.“어떡하지? 설국에서 부른 지원군일 것 같은데 지금 바로 저 세 명을 공격할까?”박천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는 세 사람이 얼마나 강한지는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그에게 있어 윤구주를 해치려는 사람은 전부 죽어 마땅했다.“조급해하지 마. 저 세 사람은 설국인이 아닌 것 같아. 게다가 저하께서는 출발하기 전 우리에게 멋대로 전쟁을 일으키면 안 된다고 명령을 내리셨어.”염수천이 말했다.그 말을 들은 박천후는 주먹을 움켜쥐며 말했다.“그러면 저 빌어먹을 놈들이 우리 저하를 상대하는 걸 그냥 지켜봐야만 해?”“그들에게 그럴 실력이 있겠어?”염수천은 비웃었다.말을 마친 뒤 그는 박천후의 어깨를 토닥였다.“박천후, 걱정하지 마. 우리 저하께서 홀로 설국으로 가서 그들을 공격한 이유는 다른 나라들에게 겁을 주기 위해서니까. 그러니 오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든, 감히 우리 저하를 공격하려고 한다면 모두 죽게 될 거야
부적 대진의 중앙에서 윤구주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그의 몸은 자줏빛 기운을 흡수하자 온몸의 피와 살, 뼈가 완전히 환골탈태했다.심지어 외모도 예전보다 훨씬 더 잘생겨졌다.우우!갑자기 코끼리의 울음소리가 그의 체내에서 전해졌고 곧이어 무시무시한 코끼리의 형상이 그의 등 뒤에서 나타났다.총 9마리였다.코끼리가 9마리가 나타나자 하늘과 땅도 그 엄청난 위엄을 느낀 듯했다.윤구주가 9마리의 코끼리를 나타나게 하자 설국 금전의 바닥이 갈라지면서 금전 전체가 아래로 내려앉았다.“무슨 상황이지? 저 악마... 대체 뭘 하는 거야?”금전에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 같자 금전 안에 있던 세나미는 겁을 먹고 소리를 질렀다.금전이 뒤흔들렸고 수많은 집들이 무너지고 파괴되었다.심지어 금전 상공에서도 붕괴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윤구주의 등 뒤에 코끼리 9마리의 형상이 나타나는 순간, 용의 울음소리 또한 들려왔다.곧이어 9마리의 금빛 용이 윤구주의 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용과 코끼리가 동시에 나타나다니.물에서는 용이 최고며, 육지에서는 코끼리가 최고라고 한다.그런데 윤구주는 용과 코끼리를 동시에 불러냈다.“드디어 성공했어!”윤구주는 그렇게 말하는 순간 두 눈을 번쩍 뜨며 눈빛을 번뜩였다.쿵!그 순간 하늘과 땅이 흔들렸다.구음만상결의 수련에 드디어 성공했다.윤구주가 구음만상결을 성공한 찰나, 그의 입가에 갑자기 차가운 미소가 걸렸다.“왔나? 잘 됐어. 너희를 이용해서 시험해 봐야겠어.”윤구주는 도도하게 말한 뒤 다시금 눈을 감았다.먼 곳, 윤구주가 구음만상결을 수련할 때 세 명의 사람이 설국 수도에 도착했다.“엄청 강한 기운이에요!”건장한 체구의 아나스가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그의 푸른 눈동자는 금전 쪽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다들 저길 봐요. 저게 뭐죠?”아나스가 가리킨 곳을 바라보니 설국 금전 쪽에 아주 거대한 부적 대진이 설국 금전을 완전히 뒤덮고 있었다.“부적? 저건 화진의 술법이에요!”파란색 머리카락의 요염한
국제중재기구에서 왔다는 그의 말이 널리 울려 퍼졌다.바닥에 주저앉아 있던 붉은 머리카락의 세나미는 국제중재기구란 말을 듣는 순간 몸을 흠칫 떨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국제중재기구? 드디어 왔어!”세나미는 어두운 밤 중에 등대를 발견한 사람처럼 흥분해서 금전 바깥쪽으로 달려갔다.그런데 얼마 달리지 않아 쾅 소리와 함께 부적대진의 엄청난 힘이 그녀를 튕겨냈다.세나미는 아픈 듯 앓는 소리를 내면서 바닥에서 일어났다.그녀는 분노 어린 눈빛으로 금전 위쪽에 있는 윤구주를 죽어라 노려보며 말했다.“구주왕! 당신이 얼마나 강하든 오늘 국제중재기구가 이곳에 온 이상 당신은 반드시 우리 설국을 공격한 대가를 치러야 할 거야!”세계 각국은 국제중재기구의 힘을 믿었다.국제중재기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몇몇 제국이 연합해서 만든 기구였기 때문이다.국제중재기구가 나선다면 그 어떤 나라라도 감히 그들을 푸대접할 수 없었다.그런데 지금 세계 평화를 수호한다고 하는 국제중재기구가 드디어 도착한 것이다.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레이가 국제중재기구에서 왔다고 하는 순간, 64개의 부적으로 이루어진 부적대진 안에서 갑자기 목소리 하나가 들려왔다.“국제중재기구? 난 당신들을 오랫동안 기다렸어.”비록 덤덤한 목소리였지만 엄청난 위압감이 느껴졌다.특히 레이, 아나스, 파란 머리카락의 여자는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온몸의 피가 들끓는 기분이 들었다.“젠장. 이 사람 엄청 강해요!”건장한 체구의 아나스가 가장 처음 겁에 질린 목소리로 말했다.“맞아요. 게다가 우리가 올 거라는 걸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파란색 머리카락의 여자가 이때 입을 열어 말했다.오직 레이만이 어두워진 표정으로 부적대진을 노려보고 있었다.“우리가 국제중재기구 사람이란 걸 아시면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겁니까?”그렇게 말하자 광기 어린 쩌렁쩌렁한 웃음소리가 부적대진 안에서 들려왔다.“겨우 세 명이 국제중재기구를 대표하려고 하다니, 그러기엔 자격이 부족한 것 같은데.”그 말을 들은 순간 파
윤구주가 모습을 드러낸 순간 가장 처음 놀란 것은 레이였다.금발에 파란 눈을 가진 칠살 절정 강자인 레이는 화들짝 놀라서 외쳤다.“어떻게... 어떻게 당신일 수가... 당신은 분명... 죽었는데?”레이는 마치 귀신이라도 본 사람처럼 눈이 휘둥그레져서 온몸을 떨기 시작했다.“레이 님, 왜 그러세요?”건장한 체구의 아나스는 레이의 모습을 보고 서둘러 물었다.옆에 있던 팔이 잘린 밀라나는 궁금증이 생겼다.“저 사람은... 화진의 구주왕이에요. 6년 전 홀로 10국과 싸웠던 그자 말이에요!”레이는 윤구주의 신분을 얘기했다.‘뭐라고?’그 말에 아나스와 밀라나 모두 넋이 나갔다.구주왕?화진의 왕?윤구주를 본 아나스는 몸과 영혼 다 윤구주의 기운에 억눌린 것만 같았다.윤구주로 인해 팔이 잘린 밀라나는 안색이 종잇장처럼 창백했다.“화진의 구주왕이라고요? 이미 죽은 거 아니었나요? 설마 화국이 우리 10국을, 전 세계를 속인 건가요?”아나스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윤구주를 본 순간, 그들의 몸에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윤구주는 온몸이 흰빛으로 둘러싸였다.조각된 듯한 이목구비를 가진 윤구주는 마치 신처럼 성큼성큼 걸어 나왔다.“국제중재기구에 날 아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는데.”윤구주의 목소리에 경멸이 어려 있었다.마치 국제중재기구가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말이다.“구주왕, 조금 전에는 저희가 무례했습니다. 그 점에 있어서 저희 국제중재기구는 진심으로 사과드리겠습니다.”칠살 절정인 레이는 윤구주를 본 순간 서둘러 허리를 숙이며 예를 갖췄다.옆에 있던 아나스와 팔이 잘린 밀라나는 레이가 윤구주를 향해 정중하게 예를 갖추자 완전히 넋이 나갔다.윤구주는 그들에게 시선을 주지 않고 계속해 말했다.“국제중재기구는 아마도 설국 일 때문에 온 거겠지?”“...네.”레이는 비록 인정하고 싶었지만 이렇게 된 이상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국제중재기구가 왔으니 얘기해줄게. 설태현의 목은 내가 잘랐어. 설국의 백 년 국운 또한
‘헐, 대박.’진동왕이 하늘을 우러러보며 윤구주를 신처럼 떠받들었다.‘이게 진짜 신이지. 곤륜에 있는 그 자식들은 모두 가짜 신들이었어. 허위적이기 그지없지.’오늘 밤 그는 여러 강자의 싸움을 직접 목격하고 강자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문경우도 아주 강했지만 윤구주가 나타나자 문경우는 도망조차 제대로 치지 못하고 영혼마저 산산조각이 났다. 윤구주의 술법에 의해 영혼도 남기지 못하고 진정한 죽음을 맞이했다.승리는 결국 화진에게 돌아갔다. 화진을 무너뜨리려는 역적들은 모두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 것이다. 윤구주는 자신의 힘으로 화진의 막강한 실력을 전 세계에 알렸다.문경우를 처단한 윤구주는 즉시 임정설의 치료에 돌입했다.“짐은 별일 없으니 먼저 왕숙과 네 친구를 치료해줘라.”임정설이 임성진과 청해를 가리키며 말했다.청해는 이미 정신을 차렸다. 비록 상처가 심해 반쯤 죽은 상태였지만 화진 국주에게 인정받은 첫 순간이었다. 묘한 영예감이 그의 마음을 꽉 채우며 날아갈 듯 기뻤다.“이 두 사람 모두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은 아닙니다. 오히려 국주님이 더 위험하십니다. 경지를 무리하게 넘어서셨고 섭혼번 아래서 정기를 너무 많이 잃으셨습니다. 지금 국주님의 기운이 안정하지 않으니 제 도움이 없다면 폭주 할수도 있어요. 그때가 되면 저도 방법이 없습니다.”윤구주가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임정설은 결국 윤구주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그도 자신의 몸 상태를 알고 있었다. 윤구주의 치료를 거부한 이유는 목숨을 내던질 각오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황자급 경지에 오르긴 했지만 예전보다 죽음에 대한 집착이 강해져 있었다. 윤구주는 임정설에게 풀지 못한 원한이 있음을 눈치채고 치료를 해주며 화진으로 압박했다.“국주님께서 직접 해결해야 할 일이 남아있다는 걸 저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화진에게는 국주님이 필요합니다. 국주님은 30년 동안 화진을 지켜오셨잖아요. 지금 승부가 달린 이 중요한 시점에서 사적인 감정에 휘둘리시면 안 됩니다.”임정설
서울 삼천만 명의 목숨을 제물로 바치고 섭혼번이 작동되면 화진의 국운은 영원히 봉인될 것이다.“우리 문씨 가문은 예전부터 지금까지 쇠퇴하지 않았으니 마땅히 화진의 주인이다. 감히 누가 복종하지 않겠느냐?”문경우는 하늘을 향해 큰소리로 웃어댔다.이때 하늘에서 천둥이 울리며 공간이 갈라지더니 한 남자가 시체 한 구를 밟고 서울에 강림했다.“웃기고 있네. 문씨 가문이 화진의 주인이 되겠다고? 문씨 가문 따위가 어디 감히 그런 꿈을 꾸는 것이냐? 나 윤구주가 용납하지 않겠다.”우르릉.우렁찬 목소리가 사방으로 퍼지자 문경우의 표정이 그대로 굳어졌다. 윤구주의 기운이 섭혼번 아래에 나타나며 음의 기운을 찢어버렸다.거대한 섭혼번이 관통당하자 전법이 무너지고 문경우는 피를 토해냈다.고개를 돌리니 윤구주가 허공에 우뚝 서 있었고 그의 발아래에는 아사 신전의 신주 오딘의 시체가 보라색 번개에 휩싸여 있었다.“이게 무슨? 네가 신왕 오딘을 죽였다고?”문경우는 오딘의 시체를 바라보며 벌벌 떨었다.“이 개 같은 자들이 여러 번 화진을 범했으니 죽이는 게 당연하지. 나는 오딘뿐만 아니라 아사 신족 전체를 멸했다. 이제 곤륜에 아사 신족은 존재하지 않는다.”윤구주가 공중에 우뚝 서서 음양의 기를 손아귀에 감아쥐었다. 그의 머리 위 갈라진 공간 너머로 아사 신전의 폐허가 보였다. 수만 신령이 죽어 아사 신족이 멸족한다는 종말이 예언이 현실이 된 것이다.문경우의 눈에 비친 윤구주는 무적의 화신이었다. 그는 윤구주와 싸울 용기도 내지 못하고 뒤돌아 도망치려 했다.“너희들이 내가 없을 틈을 타 화진의 기운을 봉인하려 했다고? 문씨 가문은 정말 개수작만 부리는군. 예전에는 나를 죽이려 온갖 더러운 수작을 다 부렸잖아. 내가 없는 틈만 노리는 걸 보니 이젠 내가 무서웠나 보지?”“팔기지, 술자결.”윤구주가 손짓하자 삼천만 생령이 국운 속으로 모여들었다. 백성들은 새 국운에 각자의 고마운 마음을 담아 보냈고 모두의 영혼이 육체로 돌아가며 위기가 해소되었다.“팔기지, 어
태양으로 변한 그 부적은 사악하기 그지없었다. 독한 태양 빛이 대지를 지지며 수많은 건물을 녹여버렸고 그 안에 있던 평민들도 산 채로 타죽고 말았다.“그만해. 화진의 백성들을 건드리지 마라!”임정설이 분노에 차 외쳤다.“너와 나는 모두 화진의 절정 수련자인데 어찌 무고한 자들을 끌어들이느냐?”“하하! 무고하다니? 임정설, 현실을 직시하지. 이 하등한 것들은 개미나 다름없어. 한 무리를 죽여도 금방 다시 번식할 테니. 게다가 내가 여기에 온 목적은 삼천만 백성의 목숨으로 화진의 새 국운을 봉인하는 거라네. 우리 문씨 가문이 얻지 못하는 것은 부숴버려도 남에게 주지 않을 거야.”문경우가 이를 악물며 소리쳤다. 그는 윤구주가 문씨 가문의 뜻을 거역하는 것에 화가 났다.만약 윤구주가 그들에게 순종했다면 지금쯤 화진의 주인이 되었을 텐데 말이다. 천추만대가 지나도 윤구주는 여전히 화진 최고의 명군으로 남았을 것이다.“저 빌어먹을 윤구주. 역사는 승자가 쓴다는 걸 모르나? 역사를 조작한 왕조가 그렇게나 많은데 유독 그놈만 고집을 부리잖아. 화진의 재난은 모두 윤구주 때문이야. 명군이 되길 거부한다면 영원한 역적으로 만들 거야. 윤구주는 역사의 수치주에 못 박혀 천년만년을 욕먹을 것이다.”“닥치거라! 구주는 우리 화진의 영웅이다. 너 같은 쓰레기가 어찌 감히 구주를 함부로 논하는 것이냐?”그의 말에 단단히 열 받은 임정설은 양혼을 불살라 목숨을 걸려 했다. 그러나 문경우가 이미 임정설의 기를 봉쇄하고 제삼의 전법으로 그의 영혼까지 잠가버렸다.“임정설, 내 앞에서 자살조차 못 하는 주제에 어디서 목숨을 걸겠다고 떠드는 건가?”문경우는 기고만장했다. 임정설이 황자가 되면 뭐하나? 어차피 문씨 가문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하는데.“오늘이 바로 화진 황제의 멸망일이라네. 섭섭해하지 말게. 윤구주도 곧 자네 뒤를 따를 거니까. 하하!”그가 양손을 내리자 백 미터 크기의 사악한 검은 기발이 구름을 뚫고 서울 상공에 나타났다.“이, 이것은 섭혼번이군!”그 거대
말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더 이상 쓸모없는 대화는 필요 없었다.임정설은 황제의 의지를 칼로 삼았다. 황자의 기세가 모여 금빛 칼날을 형성하더니 국운을 상징하는 그 칼로 문경우를 향해 내리쳤다.우르르.음과 양이 맞부딪치며 터져 나온 충격파가 반경 수 킬로미터를 휩쓸었다. 사령부 빌딩과 인근 건물들의 유리가 모조리 산산조각이 났다.두 사람은 빌딩 꼭대기에서 결투를 시작했다. 칼 빛이 번뜩이며 천지의 영기를 뒤흔들었고 광풍과 폭우가 몰아쳤다. 산해가 울부짖으며 서울은 보라색 번개와 금빛 불길에 휩싸였다.그들은 각각 화진 최강의 무도를 대표하고 있었다. 이는 단순히 정의와 사악의 대결이 아니라 임씨 가문과 문씨 가문의 결전이었다.서울 상공에서는 용의 형상이 구름 사이를 휘저으며 흉수와 피 묻은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이게 바로 황자의 힘인가. 정말 굉장하군.”진동왕마저 넋을 잃은 채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이때 다른 도시의 지원병들이 서울에 도착해 진동왕과 연락을 취했고 이 소식을 해외에 있는 현모와 주작에게 즉시 전했다.“국주께서 문경우와 결전을 벌이고 계신다고?”“국주께서 황자급 경지에 오르셨다니.”이는 분명히 좋은 소식이었다. 비록 한 산에 두 호랑이가 살 수 없다는 말이 있었지만 윤구주와 임정설의 관계는 남달랐다. 임정설은 윤구주의 스승이자 아버지 같은 존재였다.“너무 기뻐하지 마라. 저 문경우는 보통 사람이 아니다. 곤륜에서 오랫동안 잠적하며 수많은 신전의 공법을 익혔어. 저놈이 서울로 온 목적은 바로 임정설을 죽이기 위함일 것이야.”옆에 있던 황보웅이 차가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주작과 현모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오직 화진이 무사하고 임정설이 문경우를 물리치길 기원할 수밖에 없었다.한창 싸우고 있던 두 강자는 공중에서 다시 한번 맞붙었다. 두 사람의 손짓 하나에 산이 뒤집히고 천지가 진동했으며 그들의 기세는 수백 리 밖까지 영향을 미쳤다.임정설은 기세를 최고조로 끌어올려 거침없이 공격을 퍼부었다. 임정설은 문경우가 극 신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전법이 발동되면 서울 수천만 사람들이 참혹한 죽음을 맞이할 것이야. 비록 이길 자신은 없지만 내 목숨을 걸어서라도 화진의 백성을 위해 싸우겠다. 구주군과 금위군의 여러 장수들은 듣거라. 짐이 전사하면 너희들이 나라를 지킬 책임을 지고 계속해서 적들을 섬멸하라.”임정설은 장군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나서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홀로 서울 사령부로 날아갔다.서울 사령부는 진동왕과 수비영이 도착하기 훨씬 전에 함락된 상태였다. 주둔지는 죽음의 적막에 휩싸여 있었고 눈에 들어오는 것은 말라붙은 백골들이 널브러진 참혹한 장면뿐이었다.당시 강적의 침입을 받은 주둔지의 병사들은 한 명도 물러서지 않고 전원이 전사할 때까지 적들과 맞서 싸웠을 것이다.이 생각에 임정설의 살기가 더욱 짙어졌다.“이곳에 있는 자들은 모두 우리 화진의 자랑이다. 저 요망한 것들이 화진을 어지럽힌 지 얼마나 되었느냐? 이 빚을 짐이 갚아 내지 못하더라도 화진 자손들이 반드시 값나낼 것이다.”그는 절대 화진의 혼란에 맞선 마지막 황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수많은 선인이 걸어온 길을 밟으며 그의 발걸음은 더욱 확고해졌다.이 순간 황운이 임정설의 몸에 서리더니 새로운 국운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순간부터 그는 특정된 누군가의 왕이 아닌 천하 만민이 우러러보는 황제가 되어 있었다.황도가 더해지자 임정설의 기세는 한층 더 강해졌다. 그는 사령부 빌딩 최상층에서 서울을 어지럽힌 장본인을 마주했다.검은 도포를 걸친 그 자는 사악한 부적으로 몸을 감싼 채 요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바로 그가 전법으로 서울을 뒤덮고 있었다.“참으로 예상치 못했어. 화진에 또 한 명의 황자가 나타나다니. 윤구주는 정말 신기하다니까. 자신의 기운으로 국운을 바꾸고 자네의 운명까지 바꿔놓았군. 하지만 내가 충고 하나 해주지. 임정설 자네가 황자가 된 이상 사흘을 넘기지 못할 것이야. 넌 사흘 안에 목숨을 거둘 것이란 말이지.”검은 도포를 입은 사람은 임정설이 죽음을 각오하고 온 것을 알아
국주 임정설은 해청현의 음기를 제거한 후, 그를 보호하던 기운까지 걷어내 양기로 해청현을 완전히 눌러 버렸다.이게 바로 미친 스님이 말했던 진정한 자제력이었다.“해청현은 수법만 닦고 수도는 하지 않았으며 몸만 수련할 뿐, 마음은 단련하지 않았지. 그러다 보니 결국 다 헛것이 되어버린 거야.”미친 스님은 고개를 저으며 탄식했다. 하느님은 누구에게나 공평했다. 그는 해청현에게 타고난 수도의 체질을 주었지만 그에 걸맞은 의지를 주지 않았다. 그렇게 해청현은 더는 감당하지 못하고 되려 휘말려버린 것이었다.임정설의 머리 위엔 성스러운 빛이 맴돌았고 온몸엔 천지를 뒤덮을 만큼의 정기가 흘러넘쳤다. 해청현은 결국 싸움에서 져버렸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자신도 임정설처럼 황자급 경지였다면 이겼을 거라고 생각했다. 정작 두 사람의 경지가 같았다 해도 여전히 자신이 완전히 압도당했을 거라는 걸 꿈에도 모른 채 말이다.임정설은 손바닥을 휙 내리치더니 끝까지 미련을 품던 해청현을 그 자리에서 즉사시켰다. 그는 영혼조차 남지 않은 채 완전히 소멸당했다. 이것이 바로 겉보기엔 수련했을지 몰라도 한 번도 진정한 수도의 길에 들어서지 않았다는 증거였다.“국주님이 이렇게까지 강했다고?”공수이는 멍하니 중얼거렸다.“그러게 말이야. 어떻게 이렇게까지 강해졌지?”진동왕은 부러움과 질투, 그리고 복잡한 감정을 동시에 느꼈다. 예전에는 그가 임정설보다 더 강했었고 임정설은 국운 덕에 간신히 그를 이길 정도였으니 말이다.하지만 이젠 내공 차이가 너무 벌어져서 더 이상 비교조차 할 수 없게 되었다.그제야 깨어난 백호는 조금 전 자신이 국주를 진왕으로 착각하고 있었다는 걸 알아차렸다.“백호, 널 속인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넌 내가 올 때까지 버티지 못했을 테니까...”임정설은 양기를 끌어내어 백호의 몸속에 주입했고 그의 정기를 빠르게 회복시켰다. 이렇게 되면 백호도 얼마 지나지 않아 완전히 회복할 것이었다.그 모습을 본 공수이와 진동왕은 또다시 멍해
“뭐? 저게 누구지? 지금 화진에 저런 강자가 또 있었다고? 설마... 저자가 바로 구주왕이란 말인가?”청현이 더는 버티지 못하고 당황스레 외쳤다.누가 알았겠는가, 이 결정적인 순간에 고수가 나타나다니!“젠장... 네가 누구든 상관없다!”“나는 반드시 백호를 죽인다!”청현은 더는 여유가 없었다.상대의 기세는 너무나도 강력했고, 이미 백호와 싸우면서 중상을 입은 상태에서 그와 맞붙는 건 목숨만 붙어 있을 뿐 이기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청현은 그저 백호부터 처리하려 했다.“이런 건방진 것! 우리 화진의 전쟁 신이 너 같은 흉수에게 쓰러질 수는 없다!”하늘에서 울려 퍼지는 활기찬 천 음 소리!금빛 실루엣이 구름을 뚫고 내려오더니 손바닥으로 청현을 튕겨냈다!눈앞의 인물을 본 청현은 잠시 얼어붙었다. 모르는 인물이다.하지만 이 압도적인 기운은 분명 고위자일 것이다.화진에서 구주왕 말고는 누가 이런 존재감을 뿜어낼 수 있겠는가?기절해 있던 진북왕은 익숙한 기운에 눈을 번쩍 떴다.그리고 그 실루엣을 본 순간 기절할 뻔했다.“이런! 임정설! 너 황자가 된 거야!”“흠? 왕숙께서 실망하셨나 보네요??”금빛 그림자가 사라지며 실체가 드러났고, 그 모습은 바로 용맥에 들어가 수련하던 화진의 현직 왕 임정설이었다.“폐하 만세!”구주군 장병들은 격동된 마음으로 일제히 무릎 꿇고 경례하며 외쳤다.자신들의 왕이 서울로 화진의 백성을 구하러 온 것이다!“임정설?! 그게 어떻게 가능해! 아무리 강해도 극한신경 정도일 텐데!”청현의 얼굴이 찌그러질 대로 찌그러졌다.극한신경과 황자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한다.황자 한 명이면 수십 명의 극한신경을 상대할 수 있다!서울에 황자가 주둔해 있다면, 곤륜영역조차 쉽게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이런 상황에서 설령 청현이 아무리 천재고 강하더라도 황자와의 싸움은 불가능했다.자칭 수요산 제일검이라던 청현은 위축됐다.그 모습을 본 임정설은 냉소하며 말했다.“이게 바로 검객이란 말인가? 검객의 마음은
진황은 외공만으로 도에 이른 황자였다.어떠한 술법도 수련하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백호가 중얼거리며 ‘진황신공!’을 외치고 있으니 이건 누가 봐도 미친 소리였다.“미쳐야 도를 이루는 법이다. 백호는 앞날이 창창하구먼.” 미친 스님이 아미타불을 외치며 말했다.“미쳤어, 미쳤어! 전부 다 미쳐버렸다고!” 진북왕이 고함을 지르다가 숨도 제대로 못 쉬고 기절해버렸다.그 사이 백호의 기세는 끝없이 치솟고 있었다!정신은 나갔지만, 힘은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다!청현은 문득 깨달았다. 백호가 저토록 광폭한 이유—바로 그놈의 몸속에 흐르는 성수의 피였다.“이 썩을 놈... 성수 피가 아니었으면 네가 뭔데 날 상대로 이러는 거냐!”청현은 음기를 뿜으며 맹렬하게 연속으로 공격을 퍼부었다.그 음산한 기세에도 불구하고 백호는 오히려 직선 돌진했다.공격은 완전 예측 불가였다.수요산 검종은 온갖 검술과 전법에 능했지만, 다음 공격이 뭔지도 모르는 미친놈을 상대로는 청현도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결국, 또 한바탕 두들겨 맞고 땅바닥을 굴러다니던 중 놀랍게도 백호가 자신의 음신사체를 흡수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내 음기를 집어삼키다니?! 이 괴물 같은 놈!”“음기여 무한하라! 흑검이여, 사악을 베어라!!!”시커먼 흑검이 다시 응집되자, 수백 개의 검날이 연속으로 쏟아졌다.백호의 온몸은 피투성이가 되어 검은 피를 흘렸지만——그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그대로 돌진했다!“개자식... 음기야! 나에게 힘을 줘!!”청현은 검을 땅속 깊숙이 꽂았다.지맥에서 미친 듯이 영기를 빨아들이자, 머리 위에 떠 오른 음기 마기의 형상은 산만큼 거대해졌다!그 압도적인 힘으로 청현은 백호를 단숨에 쓰러뜨렸다.이건 이미 백호가 감당할 수 없는 한계치를 훨씬 초과한 위력이었다.쿵!!백호는 그대로 땅에 쓰러졌지만, 그런데도 그는 의식을 잃지 않았다.다만 입에서 나오는 건 누가 들어도 미친 소리였다.“황이 온다... 황... 황이 온다....
“우리 스승 말이야, 진짜 고집쟁이에다 구닥다리야. 정의와 사악은 절대 함께할 수 없다고 믿고 목숨 걸고 몇백 년 동안 싸우고 피 흘렸지만 무슨 소용이 있어? 인마 좀 없앤 거 빼고는...?”“스승께서 날 산에서 내려가 속세의 삶을 보라고 하신 건, 결국 수련을 위한 경험이었겠지. 하지만 세상을 직접 겪고 나서야 똑똑히 알게 됐어. 이 세상은 결국, 강한 자가 무적이고 이긴 자가 왕이 되는 법이야...”“세상에는 애초에 정의와 악, 흑과 백 따윈 존재하지 않아. 선악의 기준이란 결국 입만 살은 자들이 지껄이는 헛소리일 뿐이지. 역사가 진실이라고 믿어? 예로부터 어느 왕조의 흥망이 피바다와 시체더미 없이 이루어진 적이 있었나?”“무릇 장수가 공을 세운다는 건, 수만의 백골 위에 선다는 뜻이지. 그 윤구주가 '구주왕'이라 불리는 것도, 결국은 피로 쟁취한 자리 아니겠어?”“주먹이 곧 진리다. 내가 황위에 오르는 날, 선악이든 흑백이든 모두 내 기준으로 정의된다!”“백호, 이제 죽어라.”청현이 공격하려던 찰나 하늘 위의 백호가 먼저 움직였다. 다시 성수인을 발동하더니, 성수의 허상이 실체로 변해 거대한 기운을 모은 주먹을 뻗었다.그 주먹은 하늘을 가르고 청현을 향해 날아갔다.그러나 청현은 당황하지 않았다. 차가운 음기와 사기 담은 손으로 그 주먹을 받아내고 동시에 백 자 길이의 흑검을 형성해 단칼에 성수의 허상을 두 토막 내버렸다.그 검이 날아간 자리에는 구름이 쪼개졌고, 서울 상공을 덮고 있던 먹구름은 그 검기의 파도에 휩쓸려 모두 흩어졌다.먹구름이 사라졌지만, 서울 상공에는 여전히 짙은 요기가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마치 태양조차 삼키려는 어둠의 장막처럼.“진법까지 있었어?! 대체 어느 놈이, 언제 이따위 대형 진법을 몰래 깔아놓은 거야?!”진북왕은 혈압이 오르다 못해 피까지 토할 지경이었다.이건 곧 청현이 최종 보스가 아니라는 뜻이다!백호가 청현을 이긴다 해도 그보다 더 강한 놈이 있다는 얘기다.하지만 지금 상황에선, 백호가 청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