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이는 그렇게 말하더니 수인을 맺은 뒤 백보 가방을 가리켰다. 빛 한 줄기가 순간 백보 가방 안으로 들어갔고 곧 공수이는 백보 가방을 들어서 물건들을 쏟았다.보석이나 골동품, 그림, 진주, 비취 등 온갖 것들이 백보 가방 안에서 와르르 쏟아졌다.산더미처럼 쌓인 보물들과 각종 진귀한 보물들을 본 순간 사람들은 전부 넋이 나갔다.심지어 연예인 은설아와 재이도 놀랐다.반짝반짝 빛나는 보석들은 마치 트럭 한 대만큼 양이 많았다.게다가 보석들을 제외하고 골동품이나 그림, 진주, 비취 같은 것들도 있었다.바닥에 가득한 보물을 본 정태웅은 그 자리에서 펄쩍 뛰었다.“미쳤네! 수이 동생, 대체 어디서 이렇게 많은 보석들을 구한 거야? 정말 놀랍네!”다른 사람들은 모두 눈이 휘둥그레져서 놀란 표정으로 공수이를 바라보았다.아무도 공수이가 이렇게 많은 보석들을 쏟을 줄은 몰랐다.“헤헤, 다 제가 마씨 일가 보물 창고에서 쓸어온 거예요!”공수이는 씩 웃으면서 말했다.“마씨 일가? 보물 창고?”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물론이죠! 생각해 봐요. 마씨 일가는 제자백가 중에서도 큰 가문이에요. 천 년 넘는 역사가 있으니 돈도 당연히 많겠죠. 그런데 형님께서 그 빌어먹을 놈들을 전부 죽였으니 이 보물들은 당연히 제가 대신 써줘야죠. 그렇지 않으면 낭비잖아요. 그렇지 않아요?”공수이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전부 얼이 빠졌다.“일리 있네. 수이 동생의 말은 정말 일리가 있어!”정태웅은 흥분한 얼굴로 말하면서 서둘러 보석을 잡았다.바닥에는 금은보화와 진주, 비취 같은 것들이 가득해서 아주 화려했다.이 순간, 한때 연예계에서 일하며 많은 재부를 누렸던 은설아도 깜짝 놀랐다.이 정도 양이라면 그 가치가 어마어마할 것이다.거기 있는 진주 목걸이 하나만으로도 보석 업계가 떠들썩해질 수 있을 정도였기 때문이다.그런데 공수이는 거의 한 트럭 정도 될 양을 가지고 왔다.가치가 얼마나 될까?몇백억? 몇천억? 몇조? 몇백조?이루 형언할 수가 없었다.“
서울.공수이가 돌아온 뒤 윤씨 일가의 환하고 넓은 대전 안에 호탕한 웃음소리가 밖에서부터 전해졌다.“형님, 좋은 소식입니다!”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려옴과 동시에 둘째 윤창현과 셋째 윤정석이 밖에서 빠르게 달려 들어왔다.두 사람은 뭔가 좋은 일이라도 있는 건지 얼굴이 환했다.대전 안에서 한 손에 고서를 들고 보고 있던 윤신우는 두 형제가 들어온 걸 보고는 천천히 들고 있던 고서를 내려놓았다.“기산 쪽에서 소식이 온 것이냐?”“형님 예상이 맞았습니다. 우리 조카는 마씨 일가를 멸문시켰고 심지어 마씨 일가의 세 조상도 우리 조카의 손에 죽었어요!”윤창현은 잔뜩 들뜬 얼굴로 말했다.그 말을 들은 윤신우는 덤덤하게 대꾸할 뿐, 그들이 예상처럼 아주 기뻐하지는 않았다.윤신우가 별로 흥분하지 않자 윤창현은 의아해하며 말했다.“형님, 왜 구주를 위해 기뻐하지 않는 겁니까? 구주는 홀로 천 년의 역사가 있는 세가를 무너뜨리고 마씨 일가의 세 명의 조상까지 죽였습니다. 화진 전체를 아울러봐도 이 정도 실력을 갖춘 사람은 없을 겁니다!”윤신우는 덤덤히 웃었다.“모두 내가 예상한 대로거든.”그 말을 들은 윤창현은 중얼거리면서 말했다.“그래도 구주를 위해 기뻐해야죠. 얼마나 대단한 명예입니까?”그러나 윤신우는 그다지 기뻐하지는 않고 그저 덤덤히 말했다.“마씨 일가가 멸문당했는데 다른 제자백가에서는 아무런 움직임도 없는 거야?”아버지로서 윤신우는 항상 나중을 걱정했기에 그에게 물었다.“형님, 제가 파견한 스파이들은 아직 다른 제자백가들의 이상한 움직임을 포착하지 못했습니다. 반씨 일가에서 긴급하게 가족회의를 소집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배씨 가문과 어씨 가문도요! 아직은 다들 크게 움직이지는 않아서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습니다.”윤창현의 대답을 들은 윤신우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고개를 들어 먼 곳을 바라보며 말했다.“방심해서는 안 돼. 어찌 됐든 마씨 일가는 제자백가 중 하나야. 우리 아들은 마씨 일가를 멸문시켰고 그로 인해 제자백가에서는 분명 뭔가
윤창현의 말을 들은 윤신우는 손을 저었다.“둘째야, 그건 섣부른 판단이다. 잊지 마. 종문은 3대 서열 중 가장 강해. 심지어 우리 윤씨 일가조차 종문을 얕볼 수 없어.”윤창현은 윤신우의 말을 듣고는 인정할 수 없다는 듯 대꾸했다.“뭘 또 그렇게까지 말씀하십니까? 우리 조카가 곤륜에서 왕이 되었을 때 종문에서는 아무도 감히 나서지 못했잖아요.”“아니, 그때랑은 달라.”윤신우가 갑자기 말했다.“6년 전 그때 내 아들은 10국과 싸우면서 전쟁터를 누비며 엄청난 공을 세웠어. 종문에서 그 공을 무시한다면 그들은 종문의 자격이 없는 거야. 그러나 지금은 달라. 문씨 일가에서 내 아들의 왕위를 대신하고 있는 지금, 종문에서 대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나는 모르겠어.”윤신우는 유유히 말했다.“형님 말씀이 맞아요. 그건 제가 항상 걱정하던 일이에요.”윤정석이 말했다.“형님, 정석아, 난 두 사람이 괜한 생각을 하는 거로 생각해요. 우리 조카가 이렇게 패기 넘치게 돌아왔는데 종문이 나서지 않는다면 잘된 일 아닌가요?”무신경한 윤창현은 호탕하게 말했다.윤신우는 당연히 윤창현의 말에 그렇게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그는 잠깐 고민한 뒤 윤정석을 향해 말했다.“정석아, 지금부터 사람을 시켜 종문을 감시하도록 해. 혹시라도 뭔가 이상한 점이 있다면 반드시 바로 나한테 얘기해야 한다.”“네!”윤정석은 명령에 따랐다.윤정석에게 분부한 뒤 윤신우는 윤창현에게로 시선을 돌렸다.“창현아, 구주는 이미 서울로 돌아왔지?”윤창현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뇨, 아직 돌아오지 않았어요.”“뭐? 시간이 많이 흘렀는데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다고? 어떻게 된 거야?”윤신우의 안색이 순간 어두워졌다.따지고 보면 기산에서 서울까지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다.그런데 윤구주가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다고 하니 윤신우는 조금 궁금해졌다.“형님, 저희가 심어둔 스파이가 말하길 구주는 지금 기산의 마궁에 있대요. 대체 뭘 하는 건지는 모르겠다고 했어요. 그 궁전에 감히 가
윤신우가 갑자기 황성에 간다고 하자 윤창현과 윤정석은 깜짝 놀랐다.“형님, 어찌하여 갑자기 황성으로 가시는 겁니까?”윤창현은 몹시 궁금해하며 물었다.윤정석도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사실, 16년 전 윤신우는 황성의 단골손님이나 다름없었다. 그는 현 국주께서 친히 황성 내 자유로운 출입을 허락한 유일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그러다가...16년 전 그 사건 이후로 윤신우는 다시는 황성에 발을 들여놓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윤신우가 갑자기 황성에 가겠다고 하니 윤창현과 윤정석은 그 영문을 알 수 없었다.윤신우는 천천히 깊은 눈을 들어 말했다.“어떤 일은 반드시 그분께 직접 여쭤봐야 하기 때문이다!”그분은 의심할 여지 없이 현 국주였다.윤신우의 말에 윤창현이 말했다.“형님, 국주님과는 오랫동안 만나지 않으셨는데 과연 형님을 만나주실까요?”“걱정하지 마라. 만나줄 것이다.”윤신우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그 말에 윤창현과 윤정석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윤신우가 결정한 일은 누구도 말릴 수 없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서울, 황성.위엄 있는 금란 대전 안에서 곤룡포를 두른 위풍당당한 남자가 상소문을 읽고 있었다.그가 바로 화진의 현 국주였다. 그의 곁에는 황성 최고의 내시 한진모가 서 있었다. 황성 제일의 고수로 불리는 이 늙은 내시는 허리를 굽힌 채 시종일관 국주 곁을 공손히 지키고 있었다.“진모야, 이 상소문들은 모두 내각에서 올라온 것이냐?”국주의 차가운 목소리가 울렸다.붉은 관복을 입은 한진모는 황급히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전하, 그러하옵니다.”“내각의 늙다리들이 죄다 헛소리만 지껄이는군.”화진 국주의 차가운 목소리와 함께 산더미처럼 쌓인 상소문이 대전 안에 와르르 쏟아졌다.“전하, 부디 진정하시옵소서!”국주가 노하는 것을 보고 한진모는 황급히 앞으로 나아가 말했다. “짐은 노한 것이 아니다! 짐은 단지 내각의 저 아둔한 자들이 왜 하필 이때 구주를 몰아세우려 드는지 이해할 수 없구
“구주가 기산으로 갔으니 마씨 가문은 정리됐겠지?”국주는 나직이 물었다.“예, 전하. 구주왕께서 마씨 가문을 뿌리 뽑으셨습니다. 한 놈도 남기지 않고 말이옵니다!”한진모가 웃으며 아뢰었다.“잘했군!”“그럼 다른 제자백가들은 어떤가? 움직임이 있나?”국주가 다시 물었다.“아직 별다른 동향은 없습니다.”“하하하! 과연 구주는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어!”국주는 통쾌하게 웃음을 터뜨렸다.“다만, 짐이 가장 우려하는 건...”국주는 말끝을 흐렸다.오랜 세월 국주를 섬겨온 한진모가 어찌 국주의 걱정을 모르겠는가. 그가 입을 열었다.“혹시 전하께서는 지금껏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종문 서열을 염려하시는 겁니까?”“그래!”국주는 말을 마치고 건장한 몸을 일으켰다.“너도 알다시피, 화진의 무도 3대 서열 중 종문이 으뜸이요, 세가와 문벌은 그저 말류에 불과하지 않느냐! 우리 화진은 무로써 나라를 세우고 육합을 정벌하였거늘, 이제 문벌과 세가가 들고 일어나니 구주가 홀로 그들을 억누르고 있지 않느냐! 그래서 짐은 종문에서 누군가 나설까 봐 심히 우려스럽다!”한진모는 고개를 조아리며 아뢰었다.“전하께서 염려하시는바, 옳은 말씀이옵니다. 허나 노복은 구주왕을 믿사옵니다! 더욱이 그 뒤에 있는 곤륜 구역을 믿사옵니다! 하옵건대, 우리 구주왕께서는 곤륜 구역의...”여기까지 아뢰던 한진모는 말을 멈추었다. 이 비밀은 지금까지 아는 자가 극히 드물었기 때문이다.국주는 이 말을 듣고 모처럼 웃음을 보였다.“네 말이 맞다. 그 녀석은 과연 짐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비범하구나... 에휴! 십육 년 전에 저지른 과오가 아니었다면, 지금처럼 그 녀석과 사이가 멀어지지는 않았을 텐데...”한진모가 아뢰었다.“전하, 너무 마음 쓰지 마십시오! 노복은 구주왕께서 전하를 결코 원망치 않으시리라 믿사옵니다!”“그러길 바라야지...”국주는 길게 한숨을 내쉬셨다.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한진모는 금란 대전 바깥에서 엄청난 기운이 몰려오는 것을 감지하였다.
“윤씨 일가 윤신우, 전하께 배알 드리옵니다!”윤신우는 금란 대전에 이르러 한쪽 무릎을 꿇고 예를 올렸다.“신우야, 어찌 이리 격식을 차리는 게냐! 짐이 전에도 말하지 않았느냐, 너와 짐은 형제와 같으니 이런 큰 예는 필요 없다. 어서 일어나거라!”아무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국주는 용상에서 내려와 직접 윤신우를 부축하려 했다.그러나 국주가 윤신우에게 손을 내미는 순간, 윤신우는 몸을 뒤로 물러섰다.“국주님, 이러시면 안 됩니다. 저는 미천한 백성일 뿐, 국주님의 은혜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냉정한 말투에 국주는 내밀었던 손을 거두었다.차가운 표정의 윤신우를 보며 국주는 씁쓸하게 웃었다. 그리고는 몸을 일으켜 세웠다.“십육 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짐을 용서하지 않았구나!”윤신우가 말했다.“감히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전하께서는 천자이시온데 소인이 어찌 감히 전하를 원망하겠습니까?”윤신우의 말에 국주는 다시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그는 이내 한숨을 내쉬며 한진모에게 말했다.“잠시 물러가 있거라. 신우와 단둘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구나.”한진모는 놀란 눈으로 윤신우를 흘끗 보며 무언가 말하려 했다.하지만 국주는 손을 내저었다.“물러나라.”한진모는 어명을 거스를 수 없었다.“그럼 노복은 이만 물러가겠습니다.”말을 마치고 한진모는 금란 대전을 나섰다.넓은 대전 안에는 이제 국주와 윤신우만 남았다. 한진모가 나가자 곤룡포를 입은 국주는 윤신우를 바라보며 말했다.“십육 년이란 시간이 흘렀어! 시간이 참 빠르구나!”감회에 젖은 국주는 금란 대전 계단에 털썩 주저앉았다.그리고 윤신우에게 옆자리를 가리켰다.윤신우도 별다른 생각 없이 다가가 국주 옆에 나란히 앉았다.“신우야, 기억하는가? 짐이 아직 태자였을 때 우리는 이렇게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장난도 치고 천하 대사를 논하기도 했었지...”국주는 옛 추억을 떠올리며 모처럼 밝은 미소를 지었다.“기억하고 있사옵니다.”윤신우가 조용히 대답했다.“어휴, 세월이 쏜살같구나. 어느새
세상 어느 아비가 자식의 행복과 평안을 바라지 않겠는가?윤신우 또한 그랬다.그래서 그는 윤구주가 더 이상 조정의 암투에 휘말리는 것을 원치 않았고 지금 눈앞에 있는 국주의 손아귀에 칼이 되는 것도 바라지 않았다.이미 윤구주는 문벌과 세가를 억누르고 있었다.만약 앞으로 종문까지 나선다면 윤신우는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수천 년 동안 이어져 온 화진 무도의 정점에 있는 종문이었으니 제자백가나 문벌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존재였기 때문이다.윤신우의 말을 들은 국주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신우야, 지나치게 염려하는 것이 아니냐? 너와 짐은 막역한 사이가 아니더냐. 네 아들은 곧 과인의 아들이기도 하다. 그러니 과인이 어찌 구주를 해칠 수 있겠느냐?”윤신우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되물었다.“정말입니까?”이 말에 국주는 순간 어색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한숨을 쉬었다.“짐이 어찌 모르겠느냐. 네가 십육 년 전 일을 아직도 마음에 담아두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실은 짐 또한 그 일을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메인다. 허나 구주를 향한 짐의 마음은 네가 익히 알고 있을 터. 이번 3대 서열의 난에 이 나라를 바로 세울 자는 구주뿐이니라! 그러하매 짐이 구주에게 제왕검을 내린 것이다. 신우야, 짐의 깊은 뜻을 헤아려 주길 바란다.”그의 말에 윤신우가 말했다.“소인이 어찌 모르겠습니까. 전하의 뜻은 결국 소자에게 팔방을 정벌하고 천하를 평정하여 전하를 대신해 화진을 지키라는 것이 아니겠습니까!”국주는 멋쩍게 웃었으나 반박하지는 않았다.윤신우는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다.“전하께서 이미 결정하셨다면 소인 또한 전하께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소자는 화진을 위해, 백성을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습니다. 목숨까지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허나 한 가지, 누구든 감히 소자를 해하려 한다면 소인 윤신우는 이 목숨을 걸고, 윤씨 일가의 모든 것을 걸고서라도 반드시 그 원통함을 풀어줄 것입니다.”차갑게 말을 마친 윤신우는 국주에게 공손히
“신우 삼촌, 오늘 황성에는 무슨 일로 오셨어요? 제 기억엔 삼촌은 황성에 오신 지 정말 오래되신 것 같은데!”이홍연은 예쁜 눈을 깜빡이며 윤신우를 쳐다보며 물었다.윤신우는 이홍연을 친자식처럼 아꼈기에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오늘 전하를 뵈러 왔습니다.”“아, 그러셨군요.”“공주 전하, 소인은 이만 가봐야겠습니다.”윤신우가 말했다.그가 자리를 뜨려 하자, 이홍연이 급히 말했다.“삼촌, 잠시만요!”윤신우는 뒤돌아보며 물었다 “공주 전하, 더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십니까?”이홍연은 치맛자락을 만지작거리며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삼촌, 그 사람은...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그 사람이라는 말에 윤신우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윤씨 일가의 가주인 그가 화진의 공주가 자기 아들을 묻는다는 것을 모를 리 없었다.“구주 말씀이신지요?”이홍연은 얼굴이 발그레해져서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았다.“구주는 먼 길을 떠났는데 아직 서울로 돌아오지 않았어요.”윤신우는 솔직하게 말했다.“어? 어디 갔는데요? 왜 내게 말 안 했어요?”이홍연이 서둘러 물었다.노룡산에서의 싸움 이후, 이홍연은 윤구주를 다시 보지 못했다.마씨 가문과 손잡았던 일은 이미 사과했지만 윤구주가 그 유명 배우 은설아와 껴안고 있던 장면이 자꾸만 눈에 밟혀 마음이 편치 않았다.그래서 이홍연은 황성에 머물며 윤구주가 찾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그런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윤구주는 나타나지 않았다.그러니 윤구주가 서울을 떠난 지 며칠이나 됐다는 말에 이홍연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솔직히 공주 전하, 구주는 지금 기산에 있습니다.”기산?이홍연은 깜짝 놀라며 물었다.“기산엔 왜 갔는데요?”“죄송하지만 공주 전하. 지금은 이유를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안심하세요. 구주는 곧 돌아올 겁니다.”윤신우가 말했다.윤구주가 기산에 간 이유를 말해주지 않자 이홍연은 잠시 생각한 뒤 말했다.“그래요. 그럼 돌아오면 삼촌께서 꼭 알려주세요.”“알겠습니다.”
부진이 가동되었고 윤구주가 금전 전체를 뒤덮었다.하늘을 가득 메운 부적 진법에 붉은 머리카락을 가진 세나미는 완전히 넋이 나갔다.“이, 이 악마. 뭘 하려는 거야?”윤구주는 피식 웃더니 시선을 들어 상공의 부적 진법을 보았다.“오늘 나는 설국의 백 년 국운을 파괴할 것이다.”국운이란 무엇인가?바로 한 나라의 운세였다.그런데 윤구주는 혼자의 힘으로 설국의 백 년 국운을 파괴할 거라고 했다.과연 그것이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일까?우렁찬 목소리로 말한 뒤 윤구주는 훌쩍 뛰어올라 설국 금전의 가장 높은 곳에 섰다.그의 온몸에서 기운이 넘실댔다.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적선기가 그를 신처럼 보이게 했다.윤구주는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그가 두 손으로 수인을 맺는 순간, 하늘과 땅이 윤구주를 중심으로 거대한 빛줄기를 형성했다.빛줄기 아래, 윤구주는 오른손을 들어 하늘을 가리켰다.“부진, 가동!”쿵쿵쿵.금전 전체를 뒤덮었던 거대한 부적 진법이 가동됨과 동시에 진법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이때 64개의 금빛 부적이 64개의 금빛이 되어 설국 금전 위로 내려앉았다.그 뒤로 금전 아래쪽에서 엄청난 굉음이 들려왔다.그리고 곧이어 파멸적인 기세의 자줏빛 기운이 윤구주에게 흡수되어 금전의 땅 밑에서부터 올라왔다.자줏빛 기운은 상서로운 기운이었다.설국 수도에서 이 금전은 역대 설국 황실이 거주하던 곳이자 설국의 수많은 신하들이 경배하는 곳이었다.그곳에는 용의 기운도, 상서로운 기운도 있었다.이 순간, 수많은 설국 국민들이 살고 있는 이 신성한 곳의 기운을 윤구주가 조금씩 흡수하기 시작했다.그 광경에 세나미는 얼이 빠졌다.“이... 이... 이 악마! 우리 설국 황실의 기운을 흡수하는 거야?”세나미는 그제야 상황을 파악했다.윤구주가 만약 설국의 기운을 빨아들인다면 설국은 당연하게도 쇠락할 것이다.심지어 심각할 경우 재앙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이 모든 건 설국이 자초한 일이야.”윤구주는 세나미를 무시하고 미친 듯이 설국의 국운을 흡수했다.
더 나아가 설국 수도에까지 울려 퍼졌다.굉장히 낮고 귀에 거슬리는 종소리가 들려오자 설국 수도 시민들은 전부 넋이 나갔다.다들 그 종소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종이 울리다니... 세상에. 국주님께서 돌아가셨나 봐.”“국주님이?”거리 양쪽에 있던 수많은 설국 백성들은 종소리를 듣고 목 놓아 엉엉 울기 시작했다.심지어 밖에 주둔하고 있던 설국 병사들까지 종소리가 들리는 순간 모두 애도하기 시작했다.낙일성에서 30km 정도 떨어진 곳.엄청난 수의 병사들이 먹구름처럼 낙일성으로부터 30km 정도 떨어진 곳에서 몰려오고 있었다.수십만 명의 대군을 이끄는 사람은 다름 아닌 염수천과 박천후였다. 두 사람은 화진의 군대를 이끌고 있었다.이때 설국에서 종소리가 울려 퍼짐과 동시에 낙일성의 종소리 또한 울리기 시작했다.“총사령관님, 얼른 들어보세요. 낙일성 쪽에서 종소리가 들려오고 있습니다.”한 장수가 빠르게 박천후의 곁으로 다가가 말했다.군복을 입은 박천후는 귀를 기울였고, 종소리를 듣는 순간 크게 웃기 시작했다.“설국은 끝났어. 설국의 국주가 죽었거든.”박천후의 옆에서 그 말을 들은 장수가 서둘러 물었다.“소문에 따르면 설국 국주는 아주 젊다고 하던데요? 갑자기 죽었을 리가 없지 않나요?”“멍청하긴! 당연히 우리 저하께서 죽인거겠지!”박천후는 자랑스럽게 말했다.‘뭐라고?’“구주왕께서 죽였다고요?”주변 장수들은 전부 깜짝 놀랐다.“당연하지. 이 세상에 우리 저하를 제외하고 누가 설국 국주를 죽일 수 있겠어?”그 자리에 있던 장수들은 모두 말을 잇지 못했다.그들은 전부 눈이 휘둥그레져서 설국 쪽을 바라보았다.설국의 국주가 설국 수도의 금전에서 윤구주의 손에 죽을 줄은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기 때문이다....설국 금전.피 칠갑이 된 사람의 머리통은 여전히 바닥에 있었다.그것은 당연하게도 설국 국주의 머리였다.설국 대신들은 전부 겁을 먹고 사방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금전에는 오직 윤구주와 일찌감치 몸에
금전을 가득 채운 마의 기운은 윤구주가 대신관을 처리하자 서서히 흩어지기 시작했다.금전에는 윤구주와 그의 머리 위에서 맴돌고 있는 금빛 용 두 마리뿐이었다.금빛 용은 마치 정말 살아있는 것처럼 울음소리를 냈다.윤구주가 머리 위 금빛 용을 바라보다가, 설국 대신들과 설국의 젊은 국주 모두 겁을 먹었다.윤구주는 마지막 대신관을 죽인 뒤 천천히 고개를 돌려 설국 국주 설태현을 바라보았다.“이젠 당신 차례야!”윤구주의 말에 설국 국주는 겁을 먹고 연신 뒷걸음질 쳤다.어쩔 수 없었다.더는 설태현을 지킬 사람이 없으니 말이다.심지어 설국에서 가장 강하다고 여겨지는 대신관마저 윤구주의 손에 죽었는데 누가 그를 지키겠는가?“뭘, 뭘, 뭘 하려는 거야?”설태현이 덜덜 떨면서 윤구주를 바라보며 물었다.“난 얘기했어. 오늘 네 머리를 치겠다고.”윤구주의 목소리는 매정했다.“감히 내 목을 치겠다고?”“어서, 어서 국주님을 보호해야 해!”주위에 있던 대신들이 달려들려고 했다.그런데 바로 이때 용의 울음소리가 금전에 울려 퍼지면서 윤구주의 머리 위를 맴돌고 있던 금빛 용이 설국 대신 여러 명을 한입에 집어삼켰다.금빛 용이 지나간 자리에는 시체마저 남지 않았다.그 광경에 남은 설국 대신들은 전부 겁을 먹었다.아무도 감히 나서지 못했다.“정말로 날 죽일 생각인 거냐... 너도 알다시피 날 죽인다면 설국은 화진과 필사적으로 싸울 거야. 심지어 국제중재기구의 다른 나라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설태현은 살기등등하게 윤구주를 바라보며 용기를 북돋웠다.설태현의 말은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당시 10국은 연맹을 맺었고 전 세계에 국제중재기구를 창립했다.소문에 따르면 중재기구는 세력이 엄청날 뿐만 아니라 세계에 얼마 되지 않는 몇몇 제국들의 지원을 받고 있고 심지어 진정한 초극 절정 강자가 있다고 한다.6년 전, 10개국 간의 전쟁에서 국제중재기구는 팔부 절정 강자를 한 명 출동시켰다.그러나 그팔부 절정은 그저 잠깐 모습만 드러냈을 뿐 윤구주와 진짜
윤구주가 8기를 쓰는 순간, 그의 손에 있던 용혼한위총에서 용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용혼한위총이 한 줄기 은빛이 되는 순간, 설국 금전은 창의에 완전히 뒤덮였다.창은 공기를 가르며 설국 어둠의 신의 팔로 향했다.창이 내려앉는 순간, 검은색 마기를 내뿜던 팔이 베어졌다.그 팔은 어둠의 신 세스의 것이었다.“아악!”어둠의 신 세스의 입에서 분노에 찬 포효가 터져 나왔다.설국 국민들이 신앙하는 신 세스가 격노했다.“인간이여, 난 널 집어삼킬 것이다.”광기에 빠진 어둠의 신이 한 걸음 내디뎠다. 쿵쿵 소리와 함께 설국의 금전이 마치 지진이라도 난 듯 흔들렸다.곧이어 그의 다섯 개의 팔이 무시무시한 기세로 윤구주를 향해 덮쳐들었다. 마치 윤구주를 산 채로 집어삼킬 듯한 모습이었다.윤구주는 빠르게 움직여 피했고 그 때문에 어둠의 신의 다섯 팔은 윤구주의 뒤에 있던 설국 대신들에게로 향하게 되었다.“끄아악!”처절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십여 명의 설국 대신은 어둠의 신에 의해 고깃덩이가 되어 버렸다.어둠의 신은 실패하자 다시 한번 다섯 팔을 마구 휘둘렀다.넘실대는 마의 기운이 설국 금전을 지옥으로 만들어버렸다.이번에 윤구주는 피하지 않았다.그는 고개를 들더니 싸늘한 시선으로 거대한 체구를 가진 어둠의 신을 바라보았다.“신이라고? 그러면 오늘 신이라고 불리는 당신을 죽여주지.”윤구주가 갑자기 공중으로 훌쩍 뛰어올랐다.적선기가 맴돌기 시작하자 윤구주는 합장하였고 굉장히 쩌렁쩌렁한 용의 울음소리가 그의 체내에서 전해졌다.용의 울음소리가 설국 수도에 널리 퍼졌다.설국 수도.수많은 백성들이 귀청을 찢을 듯한 용의 울음소리를 들었다.심지어 일부 간 큰 설국 백성들은 거리로 나와서 휘둥그레진 눈으로 금전 쪽을 바라보았다.“세상에, 우리 수도의 금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왜 저렇게 무시무시한 소리가 들려오는 거야?”“용이야!”“저길 봐! 금전 상공에 용이 나타났어!”수많은 설국 백성들이 설국 수도 금전 상공에서 금빛 용을
윤구주가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바닥에는 깊은 구덩이가 생겼다.“혼자서 설국과 대항하려는 건 아니겠지? 구주왕도 잘 알다시피 우리 설국에는 수억 명의 백성들이 있어. 네가 이 많은 사람들을 다 죽일 수 생각하니?”살기 어린 눈빛으로 윤구주를 바라보던 대신관의 눈빛에는 분노가 가득 찼다.윤구주의 손에 쥐어져 있던 용혼한위총이 ‘쾅!’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박혔다.윤구주는 마치 신마처럼 당당히 선 채 거만한 목소리로 외쳤다.“6년 전, 10개국 간의 전쟁에서 내가 말한 적이 있지. 화진을 괴롭히려는 외적은 반드시 내 손으로 죽이겠다고 말이야. 설국의 오랑캐가 내가 죽은 줄 알고 전쟁을 다시 일으키려 하는데 내 어찌 가만히 앉아서 당하고만 있을까!”대신관이 화내며 말했다.“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지껄이고 있네.”“내가 헛소리하는지 아닌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오늘 이후로 설국은 도탄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 중요하지.”차가운 말과 함께 윤구주의 온몸에서 불멸의 빛과도 같은 광채가 뿜어져 나왔다.손에 창을 들고 있던 윤구주의 머리카락이 휘날렸다.적선기가 그의 손에 든 용혼한위총을 신성한 무기로 바꾸자, 윤구주는 또다시 은창을 휘두르며 대신관을 향해 달려갔다.그 모습을 본 대신관은 분노를 참지 못했다.“아주 미쳐 날뛰는구나.”대신관은 포효하며 오른손을 움켜쥔 후 이마에 갖다 댔다.“이오지심, 무신 나와!”‘쾅!’하는 소리와 함께 대신관의 몸에서 검은 기운이 뿜어져 나오자, 밝았던 금전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어둠 속에서, 수 미터 높이의 신명이 대신관에 의해 소환되었다.이 신명은 팔이 여섯 개나 있었다.그중 두 손에는 각각 피범벅이 된 거대한 도끼와 해골이 쥐어져 있었다.세스의 신이라고 불리는 이 신명은 설국에서 가장 유명한 어둠의 신인지라 설국의 모든 사람이 떠받들고 있었다.그런 신이 대신관에 의해 소환된 것이었다.“신…”“맙소사! 대신관께서 어둠의 신을 소환했다고?”조정에 있던 설국의 문무 대신들은 어둠의 신을 본 순간, 모두
설태현의 말에 검붉은 옷차림을 한 대신관의 시선이 윤구주에게 향하는 순간 한줄기의 붉은 빛이 대신관의 눈에서 뿜어져 나왔다.그것은 그가 수련한 신혼의 힘이었다.대신관이 신혼의 힘을 발사하자, 윤구주도 재빨리 고개를 들었다.찌릿찌릿!순식간에 차가운 기운이 감돌더니 보이지 않는 살벌한 기운이 두 사람의 몸을 휘감았다.우르르!금전에 있던 테이블과 의자가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주변의 수정유리도 찌지직거리는 소리가 나면서 금이 가기 시작했다.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몰랐던 설국의 문무백관들은 두려움에 아연실색하였다.이 상황이 2분 동안이나 지속되었다.그때, 검붉은 옷을 입고 있던 대신관이 갑자기 몸을 휘청이더니 오른발을 반 발짝 뒤로 물렸다.그는 숨을 한번 크게 들이쉬더니 굳어진 얼굴로 말했다.“역시 화진 최고의 인왕답게 명불허전이네!”대신관의 말에 윤구주도 한마디 내뱉었다.“50% 신념의 힘을 막아냈으니, 너도 나쁘지 않아!”대신관은 얼굴을 찡그렸지만 이내 평정심을 유지했다.“구주왕의 칭찬을 받게 되어 영광이네. 다만 우리 설국은 너에게 원한이 없는데 왜 설국 사람들의 도륙을 서슴지 않는 것이야? 게다가 나의 제자까지 인질로 잡아두고?”제자라고 말할 때 그의 시선은 세나미에게로 향했다.“이제 보니 네가 광명 신전의 대신관이구나.”윤구주가 말했다.“그래 내가 대신관이다.”대신관이 말했다.“잘됐네. 너를 찾고 싶었는데 마침, 내 앞에 나타났구나! 어떻게 죽여 줄까?”윤구주는 말을 마치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대신관을 쳐다봤다.그 말에 금전 안에 있던 설국의 모든 문무백관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제정신이 아니구나. 여기는 설국의 금전이야. 대신관은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에 있는 사람인데 대놓고 죽이겠다며 윽박지르다니.’“화진의 구주왕이 미쳐도 한참 미쳤구나. 수천 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광명 신전 내에서는 누구나 다 평범한 인간이야. 네가 화진의 왕이라 할지라도 설국에서는 평범한 인간에 불과하단 말이야.”대신관이 낮은
설국의 국주와 대신관의 시선은 윤구주에게 쏠렸다.“태현아, 아직도 나를 기억하느냐?”금전에 발을 딛는 순간, 윤구주의 시선도 설국의 젊은 국주에게로 향했다.“뭐? 정말 너야?”윤구주의 얼굴을 똑똑히 본 설태현은 충격에 빠졌다.6년 전, 윤구주가 전임 국주를 참수했을 때 설태현은 겨우 열여섯 살이었다.당시 그는 아버지가 윤구주의 칼에 죽는 모습을 지켜보며 대성통곡했었다.그 이후로 윤구주가 날마다 꿈에 나타난 탓에 그의 모습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6년 만에 금전에서 윤구주를 다시 보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정말 구주왕이 맞네! 용케도 살아남았구나.”윤구주를 바라보던 젊은 국주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나기 시작했다.“날 죽이고 싶어? 날 죽일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몇 안 될걸?”그의 말에 설태현은 침묵에 빠졌다.그 당시에 10개국의 많은 절정이 윤구주의 손에 죽었었다.‘10개국의 잔인한 대군들조차도 윤구주를 죽이지 못했으니 그를 죽일 사람은 세상천지 어디에도 없겠지.’다시 윤구주를 바라보던 설태현은 갑자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우리 설국 대군이 화진 사람 하나 못 막아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그 사람이 명성이 자자한 구주왕이였네!”설태현은 자조적인 웃음을 지으며 말을 내뱉은 후, 고개를 들어 윤구주를 바라보았다.“구주왕이 갑자기 설국을 방문한 목적이 무엇인지 궁금하군.”설태현이 차분하게 말했다.20대에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의 온몸에서는 군왕의 기가 넘쳐났다.“네 모가지 따러 왔다!”윤구주의 목소리도 차분했다.다만 윤구주가 이 말을 하는 순간 금전 내의 분위기가 썰렁해졌다.“빌어먹을 자식 같으니라고!”“설국 국주의 면전에서 이 무슨 무례한 짓이야!”꾸짖는 소리가 주변에 있던 문무백관들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그들 앞에서 설국 국주의 모가지를 따겠다고 말했으니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은 윤구주가 미쳤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윤구주의 말에 설태현은 코웃음을 쳤다.“6 년 전, 네
눈보라는 계속 휘몰아치고 있었다.설국의 초극 절정을 죽인 후, 윤구주는 시체들을 쳐다보지도 않고 설국 도성 방향으로 걸어갔다.아버지를 포함하여 너무나 많은 죽음을 목격했던 세나미는 이제 무감각해졌다.그녀는 마치 윤구주에게 조종당하는 좀비와 같았다.설국 도성 앞에는 설국의 고대 건축물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었다.그중 가장 높고 큰 건축물이 바로 설국 도성의 궁전이었다.그곳은 설국의 국주가 살고 있는 곳이자 설국의 문무 대신들이 국정을 논의하는 곳이기도 했다.이 순간, 하얀 망토를 두른 윤구주가 세나미를 데리고 거대한 도성 앞에 도착했다.길게 뻗든 궁전 복도의 바닥에는 붉은 카펫이 덮여있었다.하지만 텅 빈 복도에는 아무도 없어서 분위기가 매우 침울했다.윤구주가 고개를 들어 우뚝 솟은 성문을 바라보자, 마치 자신을 막으려는 듯 성문은 굳게 닫혀있었다.하지만 그 무엇도 윤구주를 막을 수 없었다.그가 팔을 휘두르니 ‘쾅쾅쾅!’하는 소리와 함께 수백 년 된 설국의 성문이 산산조각이 났다.나무 조각들이 흩날리는 가운데 윤구주가 갑자기 큰 소리로 외쳤다.“화진의 윤구주가 왔다!”우렁찬 목소리가 설국 도성 전체에 퍼졌다.설국 도성의 대전에는 설태현이 안색이 어두운 채로 용상에 앉아 있었다.윤구주의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 설국의 젊은 국주는 몸을 벌떡 일으켰다.“젠장! 결국에는 올 것이 왔구나!”말을 마친 그가 고개를 돌려 광명 신전의 대신관을 바라보자, 오랜 세월을 살아온 대신관도 그 순간에는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초극 절정들조차도 이를 막지 못했다고? 제가 이 화진 사람을 과소평가한 것 같네요.”대신관이 말하자마자 옆에 있던 대신이 갑자기 말을 꺼냈다.“국주, 방금 그 사람이 왜 자신을 윤구주라고 부르는 것인가요? 윤구주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요?”주변의 다른 대신들도 어리둥절했다.“자네들 잊었는가? 6년 전에 화진 인왕의 이름이 윤구주였어!”늙은 대신이 말했다.“뭐라고요? 화진의 인왕? 구주왕 말인가요?”“맞아요! 바로 그 사
설국을 지키는 두 초극 절정은 윤구주의 위력에 깜짝 놀랐지만, 그들 뒤에는 설국 도성이라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었다.이들조차 윤구주를 막지 못한다면 설국에는 분명 재앙이 닥칠 것이 분명했다.“화진 꼬마야, 너 완전히 미쳤구나!”이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육도 절정인 두 초극 절정이 공격을 개시했다.이들이 만약 사상 절정에 도달한다면 자신만의 진역 결계를 형성할 수 있었다.두 초극 절정이 힘을 합친 순간, 반경 100미터 안에 회색의 천수 구역과 갈색의 난쟁이 사자 구역이 형성되었다.두 구역 안의 생명체가 공중으로 날아오르더니 한 줌의 재로 변했다.“천수 부도!”가장 먼저 공격한 쪽은 검은 옷을 입은 천수였다.그가 종횡무진하다가 손바닥을 위로 번쩍 들어 올리자, 하늘에서 손바닥 그림자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육도의 위엄이 담겨있는 이 어마어마한 정법은 신급 강자를 박살 낼 수 있었다.천수가 공격을 펼치려고 할 때 옆에 있던 난쟁이 사자도 함께 움직였다.난쟁이 사자가 포효하더니 몸에서 적갈색의 절정기가 뿜어져 나오며 흉악한 사자의 그림자가 몸에서 나왔다.사자의 그림자가 나타나더니 난쟁이 사자가 주먹을 허공에 휘둘렀다.매서운 권의는 거대한 사자 그림자와 함께 허공을 가로지르며 윤구주를 향해 돌진했다.두 육도 절정이 동시에 공격한 탓에 윤구주는 혼자서 둘의 공격을 막아내야 했다.그 순간, 옆에 서 있던 세나미도 그들의 기세에 눌려 재빨리 뒤로 몇 발짝 후퇴했다.두 육도 절정이 함께 공격하는 모습을 본 윤구주의 입가에는 경멸의 미소가 번졌다.“겨우 이 정도야?”윤구주가 한 발짝 내딛자, 도성의 바닥이 심하게 흔들렸다.온몸에 적선기를 가득한 윤구주가 손에 쥐고 있던 용혼한위총을 휘두르자, 10미터 길이의 창 그림이 허공에 나타났다.윤구주가 손으로 법인을 눌렀다.“천둥! 오너라!”쾅쾅!온 하늘에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가운데 갑자기 보라색 번개가 치더니 벼락이 용혼한위총에 떨어졌다.그러자 긴 창이 순식간에 번개 창으로 변했다.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