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목소리가 마당에 울려 퍼지자 대련하고 있던 재이와 은설아는 순간 멈췄다.정태웅, 천현수, 민규현 등 사람들은 익숙한 목소리를 들었고 정태웅은 가장 처음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세상에, 저하가 돌아오셨나 봐!”사람들은 곧바로 마당 밖으로 달려갔다.그런데 바로 이때 공수이가 번쩍거리는 대머리를 하고 즐거운 얼굴로 걸어 들어왔다.“하하하! 전 일부러 밤에도 쉬지 않고 돌아왔어요. 다들 제가 보고 싶었나요?”공수이의 장난기 가득한 모습을 본 정태웅은 가장 처음 달려가서 공수이의 어깨를 끌어안았다.“그럼! 당연히 보고 싶었지! 응? 그런데 왜 혼자 왔어? 저하는?”정태웅은 공수이가 혼자 들어오자 궁금한 듯 물었다.다른 사람들은 공수이가 윤구주 없이 혼자 돌아오자 다들 의아한 눈빛으로 공수이를 바라보았다.특히 은설아가 그랬다.“형님은 기산에 계세요! 저한테 먼저 돌아가 보라고 했어요!”공수이는 그렇게 말하면서 마당 안으로 들어섰다.“뭐? 저하께서 아직도 기산에 계신다고?”정태웅은 순간 의아했다.공수이는 마당 안으로 들어가더니 의자에 털썩 앉았다.“네!”“무슨 상황이야? 저하가 왜 아직 기산에 남아 계신 거야? 마씨 일가의 빌어먹을 놈들을 죽이러 간 거 아니었어?”정태웅이 다시 물었다.공수이는 긴장한 사람들의 표정을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그렇게 긴장하지 않아도 돼요. 마씨 일가 놈들은 이미 전부 형님의 손에 죽었어요. 마씨 일가의 수백 년을 산 늙은 괴물들 세 명도 전부 형님의 손에 죽었답니다! 지금 마씨 일가에는 살아있는 사람이 한 명도 없어요.”공수이가 마씨 일가의 멸망을 얘기하자 사람들은 그제야 마음이 편해졌다.그러나 곧 천현수가 물었다.“마씨 일가를 전부 처단했다면 저하께서는 왜 아직도 기산에 있는 거야?”다른 사람들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공수아를 바라보았다.“알려줄게요. 형님은 엄청 대단하세요. 지금 형님께서는 신공을 수련하고 계세요!”신공을 수련한다고?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맞아요!
공수이는 그렇게 말하더니 수인을 맺은 뒤 백보 가방을 가리켰다. 빛 한 줄기가 순간 백보 가방 안으로 들어갔고 곧 공수이는 백보 가방을 들어서 물건들을 쏟았다.보석이나 골동품, 그림, 진주, 비취 등 온갖 것들이 백보 가방 안에서 와르르 쏟아졌다.산더미처럼 쌓인 보물들과 각종 진귀한 보물들을 본 순간 사람들은 전부 넋이 나갔다.심지어 연예인 은설아와 재이도 놀랐다.반짝반짝 빛나는 보석들은 마치 트럭 한 대만큼 양이 많았다.게다가 보석들을 제외하고 골동품이나 그림, 진주, 비취 같은 것들도 있었다.바닥에 가득한 보물을 본 정태웅은 그 자리에서 펄쩍 뛰었다.“미쳤네! 수이 동생, 대체 어디서 이렇게 많은 보석들을 구한 거야? 정말 놀랍네!”다른 사람들은 모두 눈이 휘둥그레져서 놀란 표정으로 공수이를 바라보았다.아무도 공수이가 이렇게 많은 보석들을 쏟을 줄은 몰랐다.“헤헤, 다 제가 마씨 일가 보물 창고에서 쓸어온 거예요!”공수이는 씩 웃으면서 말했다.“마씨 일가? 보물 창고?”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물론이죠! 생각해 봐요. 마씨 일가는 제자백가 중에서도 큰 가문이에요. 천 년 넘는 역사가 있으니 돈도 당연히 많겠죠. 그런데 형님께서 그 빌어먹을 놈들을 전부 죽였으니 이 보물들은 당연히 제가 대신 써줘야죠. 그렇지 않으면 낭비잖아요. 그렇지 않아요?”공수이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전부 얼이 빠졌다.“일리 있네. 수이 동생의 말은 정말 일리가 있어!”정태웅은 흥분한 얼굴로 말하면서 서둘러 보석을 잡았다.바닥에는 금은보화와 진주, 비취 같은 것들이 가득해서 아주 화려했다.이 순간, 한때 연예계에서 일하며 많은 재부를 누렸던 은설아도 깜짝 놀랐다.이 정도 양이라면 그 가치가 어마어마할 것이다.거기 있는 진주 목걸이 하나만으로도 보석 업계가 떠들썩해질 수 있을 정도였기 때문이다.그런데 공수이는 거의 한 트럭 정도 될 양을 가지고 왔다.가치가 얼마나 될까?몇백억? 몇천억? 몇조? 몇백조?이루 형언할 수가 없었다.“
서울.공수이가 돌아온 뒤 윤씨 일가의 환하고 넓은 대전 안에 호탕한 웃음소리가 밖에서부터 전해졌다.“형님, 좋은 소식입니다!”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려옴과 동시에 둘째 윤창현과 셋째 윤정석이 밖에서 빠르게 달려 들어왔다.두 사람은 뭔가 좋은 일이라도 있는 건지 얼굴이 환했다.대전 안에서 한 손에 고서를 들고 보고 있던 윤신우는 두 형제가 들어온 걸 보고는 천천히 들고 있던 고서를 내려놓았다.“기산 쪽에서 소식이 온 것이냐?”“형님 예상이 맞았습니다. 우리 조카는 마씨 일가를 멸문시켰고 심지어 마씨 일가의 세 조상도 우리 조카의 손에 죽었어요!”윤창현은 잔뜩 들뜬 얼굴로 말했다.그 말을 들은 윤신우는 덤덤하게 대꾸할 뿐, 그들이 예상처럼 아주 기뻐하지는 않았다.윤신우가 별로 흥분하지 않자 윤창현은 의아해하며 말했다.“형님, 왜 구주를 위해 기뻐하지 않는 겁니까? 구주는 홀로 천 년의 역사가 있는 세가를 무너뜨리고 마씨 일가의 세 명의 조상까지 죽였습니다. 화진 전체를 아울러봐도 이 정도 실력을 갖춘 사람은 없을 겁니다!”윤신우는 덤덤히 웃었다.“모두 내가 예상한 대로거든.”그 말을 들은 윤창현은 중얼거리면서 말했다.“그래도 구주를 위해 기뻐해야죠. 얼마나 대단한 명예입니까?”그러나 윤신우는 그다지 기뻐하지는 않고 그저 덤덤히 말했다.“마씨 일가가 멸문당했는데 다른 제자백가에서는 아무런 움직임도 없는 거야?”아버지로서 윤신우는 항상 나중을 걱정했기에 그에게 물었다.“형님, 제가 파견한 스파이들은 아직 다른 제자백가들의 이상한 움직임을 포착하지 못했습니다. 반씨 일가에서 긴급하게 가족회의를 소집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배씨 가문과 어씨 가문도요! 아직은 다들 크게 움직이지는 않아서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습니다.”윤창현의 대답을 들은 윤신우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고개를 들어 먼 곳을 바라보며 말했다.“방심해서는 안 돼. 어찌 됐든 마씨 일가는 제자백가 중 하나야. 우리 아들은 마씨 일가를 멸문시켰고 그로 인해 제자백가에서는 분명 뭔가
윤창현의 말을 들은 윤신우는 손을 저었다.“둘째야, 그건 섣부른 판단이다. 잊지 마. 종문은 3대 서열 중 가장 강해. 심지어 우리 윤씨 일가조차 종문을 얕볼 수 없어.”윤창현은 윤신우의 말을 듣고는 인정할 수 없다는 듯 대꾸했다.“뭘 또 그렇게까지 말씀하십니까? 우리 조카가 곤륜에서 왕이 되었을 때 종문에서는 아무도 감히 나서지 못했잖아요.”“아니, 그때랑은 달라.”윤신우가 갑자기 말했다.“6년 전 그때 내 아들은 10국과 싸우면서 전쟁터를 누비며 엄청난 공을 세웠어. 종문에서 그 공을 무시한다면 그들은 종문의 자격이 없는 거야. 그러나 지금은 달라. 문씨 일가에서 내 아들의 왕위를 대신하고 있는 지금, 종문에서 대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나는 모르겠어.”윤신우는 유유히 말했다.“형님 말씀이 맞아요. 그건 제가 항상 걱정하던 일이에요.”윤정석이 말했다.“형님, 정석아, 난 두 사람이 괜한 생각을 하는 거로 생각해요. 우리 조카가 이렇게 패기 넘치게 돌아왔는데 종문이 나서지 않는다면 잘된 일 아닌가요?”무신경한 윤창현은 호탕하게 말했다.윤신우는 당연히 윤창현의 말에 그렇게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그는 잠깐 고민한 뒤 윤정석을 향해 말했다.“정석아, 지금부터 사람을 시켜 종문을 감시하도록 해. 혹시라도 뭔가 이상한 점이 있다면 반드시 바로 나한테 얘기해야 한다.”“네!”윤정석은 명령에 따랐다.윤정석에게 분부한 뒤 윤신우는 윤창현에게로 시선을 돌렸다.“창현아, 구주는 이미 서울로 돌아왔지?”윤창현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뇨, 아직 돌아오지 않았어요.”“뭐? 시간이 많이 흘렀는데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다고? 어떻게 된 거야?”윤신우의 안색이 순간 어두워졌다.따지고 보면 기산에서 서울까지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다.그런데 윤구주가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다고 하니 윤신우는 조금 궁금해졌다.“형님, 저희가 심어둔 스파이가 말하길 구주는 지금 기산의 마궁에 있대요. 대체 뭘 하는 건지는 모르겠다고 했어요. 그 궁전에 감히 가
윤신우가 갑자기 황성에 간다고 하자 윤창현과 윤정석은 깜짝 놀랐다.“형님, 어찌하여 갑자기 황성으로 가시는 겁니까?”윤창현은 몹시 궁금해하며 물었다.윤정석도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사실, 16년 전 윤신우는 황성의 단골손님이나 다름없었다. 그는 현 국주께서 친히 황성 내 자유로운 출입을 허락한 유일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그러다가...16년 전 그 사건 이후로 윤신우는 다시는 황성에 발을 들여놓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윤신우가 갑자기 황성에 가겠다고 하니 윤창현과 윤정석은 그 영문을 알 수 없었다.윤신우는 천천히 깊은 눈을 들어 말했다.“어떤 일은 반드시 그분께 직접 여쭤봐야 하기 때문이다!”그분은 의심할 여지 없이 현 국주였다.윤신우의 말에 윤창현이 말했다.“형님, 국주님과는 오랫동안 만나지 않으셨는데 과연 형님을 만나주실까요?”“걱정하지 마라. 만나줄 것이다.”윤신우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그 말에 윤창현과 윤정석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윤신우가 결정한 일은 누구도 말릴 수 없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서울, 황성.위엄 있는 금란 대전 안에서 곤룡포를 두른 위풍당당한 남자가 상소문을 읽고 있었다.그가 바로 화진의 현 국주였다. 그의 곁에는 황성 최고의 내시 한진모가 서 있었다. 황성 제일의 고수로 불리는 이 늙은 내시는 허리를 굽힌 채 시종일관 국주 곁을 공손히 지키고 있었다.“진모야, 이 상소문들은 모두 내각에서 올라온 것이냐?”국주의 차가운 목소리가 울렸다.붉은 관복을 입은 한진모는 황급히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전하, 그러하옵니다.”“내각의 늙다리들이 죄다 헛소리만 지껄이는군.”화진 국주의 차가운 목소리와 함께 산더미처럼 쌓인 상소문이 대전 안에 와르르 쏟아졌다.“전하, 부디 진정하시옵소서!”국주가 노하는 것을 보고 한진모는 황급히 앞으로 나아가 말했다. “짐은 노한 것이 아니다! 짐은 단지 내각의 저 아둔한 자들이 왜 하필 이때 구주를 몰아세우려 드는지 이해할 수 없구
“구주가 기산으로 갔으니 마씨 가문은 정리됐겠지?”국주는 나직이 물었다.“예, 전하. 구주왕께서 마씨 가문을 뿌리 뽑으셨습니다. 한 놈도 남기지 않고 말이옵니다!”한진모가 웃으며 아뢰었다.“잘했군!”“그럼 다른 제자백가들은 어떤가? 움직임이 있나?”국주가 다시 물었다.“아직 별다른 동향은 없습니다.”“하하하! 과연 구주는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어!”국주는 통쾌하게 웃음을 터뜨렸다.“다만, 짐이 가장 우려하는 건...”국주는 말끝을 흐렸다.오랜 세월 국주를 섬겨온 한진모가 어찌 국주의 걱정을 모르겠는가. 그가 입을 열었다.“혹시 전하께서는 지금껏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종문 서열을 염려하시는 겁니까?”“그래!”국주는 말을 마치고 건장한 몸을 일으켰다.“너도 알다시피, 화진의 무도 3대 서열 중 종문이 으뜸이요, 세가와 문벌은 그저 말류에 불과하지 않느냐! 우리 화진은 무로써 나라를 세우고 육합을 정벌하였거늘, 이제 문벌과 세가가 들고 일어나니 구주가 홀로 그들을 억누르고 있지 않느냐! 그래서 짐은 종문에서 누군가 나설까 봐 심히 우려스럽다!”한진모는 고개를 조아리며 아뢰었다.“전하께서 염려하시는바, 옳은 말씀이옵니다. 허나 노복은 구주왕을 믿사옵니다! 더욱이 그 뒤에 있는 곤륜 구역을 믿사옵니다! 하옵건대, 우리 구주왕께서는 곤륜 구역의...”여기까지 아뢰던 한진모는 말을 멈추었다. 이 비밀은 지금까지 아는 자가 극히 드물었기 때문이다.국주는 이 말을 듣고 모처럼 웃음을 보였다.“네 말이 맞다. 그 녀석은 과연 짐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비범하구나... 에휴! 십육 년 전에 저지른 과오가 아니었다면, 지금처럼 그 녀석과 사이가 멀어지지는 않았을 텐데...”한진모가 아뢰었다.“전하, 너무 마음 쓰지 마십시오! 노복은 구주왕께서 전하를 결코 원망치 않으시리라 믿사옵니다!”“그러길 바라야지...”국주는 길게 한숨을 내쉬셨다.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한진모는 금란 대전 바깥에서 엄청난 기운이 몰려오는 것을 감지하였다.
“윤씨 일가 윤신우, 전하께 배알 드리옵니다!”윤신우는 금란 대전에 이르러 한쪽 무릎을 꿇고 예를 올렸다.“신우야, 어찌 이리 격식을 차리는 게냐! 짐이 전에도 말하지 않았느냐, 너와 짐은 형제와 같으니 이런 큰 예는 필요 없다. 어서 일어나거라!”아무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국주는 용상에서 내려와 직접 윤신우를 부축하려 했다.그러나 국주가 윤신우에게 손을 내미는 순간, 윤신우는 몸을 뒤로 물러섰다.“국주님, 이러시면 안 됩니다. 저는 미천한 백성일 뿐, 국주님의 은혜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냉정한 말투에 국주는 내밀었던 손을 거두었다.차가운 표정의 윤신우를 보며 국주는 씁쓸하게 웃었다. 그리고는 몸을 일으켜 세웠다.“십육 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짐을 용서하지 않았구나!”윤신우가 말했다.“감히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전하께서는 천자이시온데 소인이 어찌 감히 전하를 원망하겠습니까?”윤신우의 말에 국주는 다시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그는 이내 한숨을 내쉬며 한진모에게 말했다.“잠시 물러가 있거라. 신우와 단둘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구나.”한진모는 놀란 눈으로 윤신우를 흘끗 보며 무언가 말하려 했다.하지만 국주는 손을 내저었다.“물러나라.”한진모는 어명을 거스를 수 없었다.“그럼 노복은 이만 물러가겠습니다.”말을 마치고 한진모는 금란 대전을 나섰다.넓은 대전 안에는 이제 국주와 윤신우만 남았다. 한진모가 나가자 곤룡포를 입은 국주는 윤신우를 바라보며 말했다.“십육 년이란 시간이 흘렀어! 시간이 참 빠르구나!”감회에 젖은 국주는 금란 대전 계단에 털썩 주저앉았다.그리고 윤신우에게 옆자리를 가리켰다.윤신우도 별다른 생각 없이 다가가 국주 옆에 나란히 앉았다.“신우야, 기억하는가? 짐이 아직 태자였을 때 우리는 이렇게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장난도 치고 천하 대사를 논하기도 했었지...”국주는 옛 추억을 떠올리며 모처럼 밝은 미소를 지었다.“기억하고 있사옵니다.”윤신우가 조용히 대답했다.“어휴, 세월이 쏜살같구나. 어느새
세상 어느 아비가 자식의 행복과 평안을 바라지 않겠는가?윤신우 또한 그랬다.그래서 그는 윤구주가 더 이상 조정의 암투에 휘말리는 것을 원치 않았고 지금 눈앞에 있는 국주의 손아귀에 칼이 되는 것도 바라지 않았다.이미 윤구주는 문벌과 세가를 억누르고 있었다.만약 앞으로 종문까지 나선다면 윤신우는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수천 년 동안 이어져 온 화진 무도의 정점에 있는 종문이었으니 제자백가나 문벌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존재였기 때문이다.윤신우의 말을 들은 국주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신우야, 지나치게 염려하는 것이 아니냐? 너와 짐은 막역한 사이가 아니더냐. 네 아들은 곧 과인의 아들이기도 하다. 그러니 과인이 어찌 구주를 해칠 수 있겠느냐?”윤신우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되물었다.“정말입니까?”이 말에 국주는 순간 어색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한숨을 쉬었다.“짐이 어찌 모르겠느냐. 네가 십육 년 전 일을 아직도 마음에 담아두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실은 짐 또한 그 일을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메인다. 허나 구주를 향한 짐의 마음은 네가 익히 알고 있을 터. 이번 3대 서열의 난에 이 나라를 바로 세울 자는 구주뿐이니라! 그러하매 짐이 구주에게 제왕검을 내린 것이다. 신우야, 짐의 깊은 뜻을 헤아려 주길 바란다.”그의 말에 윤신우가 말했다.“소인이 어찌 모르겠습니까. 전하의 뜻은 결국 소자에게 팔방을 정벌하고 천하를 평정하여 전하를 대신해 화진을 지키라는 것이 아니겠습니까!”국주는 멋쩍게 웃었으나 반박하지는 않았다.윤신우는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다.“전하께서 이미 결정하셨다면 소인 또한 전하께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소자는 화진을 위해, 백성을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습니다. 목숨까지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허나 한 가지, 누구든 감히 소자를 해하려 한다면 소인 윤신우는 이 목숨을 걸고, 윤씨 일가의 모든 것을 걸고서라도 반드시 그 원통함을 풀어줄 것입니다.”차갑게 말을 마친 윤신우는 국주에게 공손히
수옥인은 음령을 제압하는 부적으로 기습공격을 했다.“감히 기습을 해? 내가 널 못 본 줄 알았나? 겨우 구오 초경의 실력으로 진동왕보다도 못한 것이 누가 너에게 그런 배짱을 줬냐!”호천신은 귀기로 수옥인의 부적을 깨뜨리고 그를 쓰러뜨렸다. 수옥인은 반쯤 얼어붙은 상태로 바닥에 쓰러져 온몸에서 한기를 내뿜고 있었다.수옥인을 처리한 호천신은 즉시 윤구주를 향해 돌진했다!“윤구주, 죽어!”으스스한 바람이 크게 일며 사신이 윤구주의 목숨을 노렸다.지금 이 자리에서 윤구주를 죽인다면 빙신전의 가장 큰 적을 해결하는 것이니 호천신은 천하에 이름을 떨칠 수 있을 것이다.윤구주 영혼의 기운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워진 순간 윤구주가 갑자기 눈을 떴다.“팔기지, 이화금안.”금안이 발동되자 공간을 왜곡되는 듯하더니 혈홍색 연꽃이 피어나며 호천신의 영혼을 불태웠다.그로 인해 귀신족의 귀기는 순식간에 타버렸고 호천신의 영혼은 진법 안에서 허우적댔다. 처절한 비명소리가 울리자 정신을 차린 수옥인도 함께 울부짖었다.호천신의 영혼은 1분도 버티지 못하고 천천히 사라졌다. 호천신이 사라졌는데도 수옥인은 계속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시끄러워. 내가 저놈 태우는데 너는 왜 비명을 지르는 거야?”귀청을 찌르는 비명에 짜증이 난 윤구주는 금안으로 수옥인을 기절시켜 버렸다.호천신이 죽자마자 또 다른 형체가 진법 안에 나타났다.그 투명체는 천지의 힘을 빌리지 않고 스스로 형체를 이룬 것인데 이는 극 신급 절정만이 가능한 일이다.“빙신전의 대 제사장께서 직접 오다니. 하지만 아무 소용 없다는 걸 그쪽도 알고 있을 텐데.”윤구주가 웃으며 말하자 그 형체의 표정이 굳어졌다.윤구주의 말은 그를 이곳으로 유인해 죽이려는 것 같게 들렸다.“윤구주, 너무 건방지게 굴지 마라! 우리가 바보로 보이나? 우리가 섣불리 나서면 우리 사람이 죽고 다른 신전이 이득을 보겠지. 그런 좋은 일이 어디 있나.”형체가 냉소하며 말했다.이 말을 들은 윤구주는 어이가 없어서 욕설을 퍼부었다.
“하왕결, 천하무쌍!”현모가 기법을 바꾸어 화진 임씨의 금술을 펼쳤다.금술과 함께 왕의 기운이 넘쳐흘렀다. 어두운 금색의 기세가 천하를 흔들며 호천신의 얼음의 왕좌를 순식간에 산산조각냈다.호천신이 반응할 겨를이 없을 정도로 빠르게 상황이 뒤바뀌었다.“뭐야! 이게 뭐야! 현모가 화진 임씨의 금술을 익혔다고? 젠장! 임씨가 저자를 왕실로 삼은 거야?”뭔가 깨지는 소리가 나더니 호천신의 금창이 부서졌다.법기와 전법이 연이어 파괴되며 그 부작용으로 호천신은 반쯤 죽은 목숨이 되었다.“하우, 왕은 무적이다.”현모가 다시 금술을 펼치자 구름 속에서 금빛 신검이 내려와 호천신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꿰뚫었다.이 일격으로 호천신은 몸이 갈기갈기 찢겨 더는 몸을 일으킬 수 없게 되었다. 그는 내공으로 간신히 목숨을 부지하고 있었다.“이런 쓸모없는 놈! 곤륜 대원만이 구오 후기를 이기지 못하다니. 너는 우리 신계의 수치야!”구름 위로부터 욕설을 퍼붓는 소리가 들려왔다.호천신이 윤구주의 목숨을 거두겠다고 큰소리를 쳤기에 호천신과 윤구주의 대결을 기대했는데 윤구주의 얼굴도 못 보고 그의 수하인 현모에게 목숨을 빼앗길 뻔하다니 참 망신이로다.연이은 금술로 현모도 힘이 빠져 더는 술법을 펼칠 수 없었고 간신히 신수인으로 국운을 지킬 뿐이었다.“저희 계획에 현모는 없었잖아요. 저는 현모가 이렇게 강할 줄은 몰랐다고.”호천신이 간신히 숨을 내쉬며 구름 위에 있는 상신에게 구원을 요청했다.“육신이 망가진 네가 무슨 쓸모가 있지? 그래도 마지막 기회를 주마. 내가 너에게 귀신족의 귀기를 주겠다. 네 영혼을 움직여 윤구주를 죽여라.”신의 말을 들은 호천신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지금 이 지경이 된 나더러 윤구주를 죽이라고? 현모도 못 이겼는데 어떻게 윤구주를 죽이란 말이지? 게다가 나는 내공이 부족해 강제로 영혼을 내보냈다가 귀기가 사라지면 죽을 거야.’“일을 완수하면 네 잔혼을 거둬주겠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 바로 네 혼을 흩어버릴 것이야.”신의 목소리가 다
“성수인, 진압!”현모의 몸에 새겨진 녹색 문양이 다시 강렬한 빛을 발하며 번쩍였다.네 개의 돌기둥에서 그물 모양의 에너지가 쏟아져 나와 영역을 형성하며 귀산을 봉쇄했다. 이 영역은 십만 대군 위에 떠 있는 국운을 보호하고 있었다.하지만 호천신은 갑작스러운 에너지파에 신경 쓰지 않고 그대로 영역을 향해 돌진했다. 영역을 들이받는 순간 강한 힘에 의해 몸이 산산조각이 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이게 부적인가 전법인가? 대체 뭐야? 당장 깨져라!”호천신은 신술을 발동해 영역을 마구 두들겼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멍청한 놈! 이건 성수인이야. 구주왕 휘하 네 명의 군신이 사용하는 필살기지! 이런 망할 놈 같으니라고! 윤구주가 성수전의 봉인된 술법을 부하들에게 전수했단 말인가!”상공의 검은 구멍에서 분노와 질투로 가득 찬 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윤구주가 그런 귀한 술법을 얻었으면서도 그것을 네 명의 평범한 부하에게 전수했다는 것이었다.필살기라니!필살기라는 말에 소스라치게 놀란 호천신은 눈이 휘둥그레졌다.신이 그렇게 말했다면 현모의 이 술법이 그의 목숨을 빼앗을 수도 있다는 뜻이 아닌가!“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나? 현모가 다루는 성수인은 사람을 죽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방어를 위한 것이다. 네 눈은 장식품인 것이냐?”호천신은 신의 말을 듣고 고개를 들었다. 상공에는 신귀수의 허상이 떠올라 있었다. 이것이 바로 성수였다.“헉! 성경이다!”호천신의 이마에 차가운 땀이 맺히기 시작했다.사방의 네 개 돌기둥을 바라보니 돌기둥은 실체로 존재했고 그 위에 부적과 토템이 가득 새겨져 있었다.이 정보들로 호천신은 현모의 능력을 대략 알아챌 수 있었다.“성수의 허상은 주로 날짐승과 들짐승을 제압하는 데 사용되며 인간이나 신에게는 효과가 미약할 것이야. 그뿐만 아니라 현모 내공의 제한을 받아 이 전법의 위력은 그리 크지 않아.”“하지만 이건 성수전의 천술입니다. 저 혼자서는 깨기 어려워요.”곤륜 출신의 호천신은 마음을
진정한 대전이 일촉즉발의 순간에 이르렀다. 호천신은 ‘신술'을 사용하지 않고 순전히 체질에만 의존하여 현모와 격투를 벌였다. 두 사람은 맨주먹으로 싸움을 벌였는데 속도에서는 호천신이 현모보다 한 수 위였고 힘에서도 약간 우세하여 전세는 현모가 불리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아래쪽 귀산 전장에서는 십만 대군이 귀신족을 완전히 압도하고 있었다. 중상을 입은 진동왕은 도망치는 귀왕을 추격했다. 그는 왕도의 기세로 귀왕을 압도했으며 귀왕이 패배하고 참수당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천옥 대진에서는 수옥인이 전장 상황을 윤구주에게 보고했다. “조상님, 그 호천은 빙신전 출신으로 신전 술법을 사용하지 않고도 조상님의 부하인 현모를 압도하고 있어. 만약 신기를 사용한다면 현모가 이기기 어려울 거야. 하지만 현모가 이기기를 바란 것은 아니니까. 그저 호천을 묶어두기만 하면 되는 거지. 결국 당신들의 임무는 귀신족을 섬멸하는 것이니까. 귀신족을 제거하면 당신들의 계획은 성공한 거야.” 수옥인이 말했다. “그런가? 곤륜 구역의 수단이 고작 이 정도인가? 아니면 그 문씨 가문이 나를 천옥으로 끌어들인 것은 나를 도우려는 착한 마음에서였던가?” 윤구주는 눈을 뜨며 차갑게 비웃었다. 수옥인은 당황했다. ‘무슨 뜻이지?’ “문씨 가문은 이미 계획을 세웠고 나를 이 판에 끌어들였어. 나는 문아름에 대해 잘 알고 있어. 문아름은 곤륜 구역의 세력이 나를 도우리라는 것을 이미 예측했을 거야. 내 부하인 현모 하나가 곤륜 구역의 사람을 막아내고 있는데 문아름이 이렇게까지 계획을 세운 이유가 무엇이겠어?” 이 말을 듣고 수옥인은 무언가를 깨달은 듯했다. “당신의 말은 아직 고수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거지!” “그래, 기다려 보자.” “현모쪽은 뭐, 현모는 나의 부하고 군신이라는 이름은 허세가 아니야. 나는 현모를 굉장히 믿고 있어.” 이렇게 말하며 윤구주는 전법을 완전히 굳혔다. ‘전법은 이미 마지막 단계에 이르렀어. 시간이 더 주어지고 내가 손을 뗄 수만 있다면 누가
바로 그때, 검은 그림자가 움직였다. “이제야 반응했나? 늦었어. 완전히 죽진 않더라도 반쯤은 죽을 거야.” 호천신은 크게 웃으며 말했다. ‘쿵!’ 검은 그림자는 별다른 고급 기술을 사용하지 않았다. 한 걸음 내디디며 얼음을 깨뜨리고 주먹으로 얼음을 강타했다. 전성기의 진동왕도 죽일 수 있는 술법이 그의 주먹 한 방에 산산조각이 났다. ‘뭐?’ 호천신의 눈알은 툭 튀어나올 뻔했다. ‘단순히 체질과 괴력으로 내 신술을 깨뜨렸다고? 이 자식의 몸이 도대체 얼마나 강한 거야.’ 검은 그림자는 얼음을 깨뜨린 후 세 걸음으로 산을 넘어 십만 대군의 눈앞에서 마치 순간이동이라도 한 듯 눈 깜짝할 사이에 공간을 가로질러 호천신 앞에 나타났다. 후자의 등장이 너무 갑작스러워 호천신조차도 압도당했다. 그는 본능적으로 뒤로 날아가며 거리를 벌렸다. ‘휙!’ 검은 그림자는 바로 뒤따라갔고 이번에는 거의 호천신과 얼굴을 맞대고 마주 보았다. “네가 가짜 신이라고 한 건 바로 그 때문이야! 하류의 잡것이 감히 우리 왕에게 실례를 범하다니.’ 검은 그림자는 한 발의 정통 발차기로 호천신의 복부를 강하게 찼다. 이 한 방에 호천신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는 뒤로 날아가 땅에 처박히며 먼지를 일으켰다. 이때 십만 대군이 그 검은 그림자를 알아보았다. 그는 바로 화진 남부를 지키는 총사령관이자 구주왕 통솔하에 있는 4대 군신 중 한 명인 현모였다. “현모 장군!” 십만 전사들은 극도로 흥분했다. 그들은 현모가 있는 방향을 향해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현모 장군을 뵙습니다!” ‘쿵!’ 십만 대군의 진기가 더욱 짙어졌다. 새로 탄생한 국운도 순식간에 한 단계 올라갔다. 그에게 무릎을 꿇은 십만 전사들을 향해 현모는 냉담하게 반응했다.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너희 모두 귀가 먹었나? 진동왕이 방금 너희에게 군령을 내렸다. 귀신족 하나라도 놓치면 군법으로 처벌한다.” 이 광경을 다른 사람이 보면 이놈의 현모는 너무 냉정하고 무정하다고 할 것이다
“이 전투는 위태롭구나!” “곤륜 구역의 수련자들은 원래 구주 오방의 무인들보다 한 수 위인데 지금 이 자식의 수련이 나보다 훨씬 높으니 내가 열 번의 공격을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어.” 아직 싸우지도 않았는데 진동왕 임성진은 벌써 기가 죽어 있었다. 기세에서 완전히 패배한 상태였다. “음? 임성진, 보아하니 너는 전혀 각오가 되어 있지 않구나. 하지만 상관없지. 각오가 있든 없든 너는 내 상대가 되지 못해. 세 번, 세 번의 공격 안에 너를 죽이지 못하면 난 신이라 부를 자격이 없다!” 호천신은 두 손가락을 세우고 금빛 번개와 붉은 불꽃 두 가지 술법을 하나로 합쳐 아래의 진동왕을 향해 날렸다. “왔다!” 진동왕은 크게 외치며 임씨 가문의 기술을 펼치는 동시에 몸에 지닌 모든 법기를 꺼냈다. 진동왕이 방어를 마친 순간, 호천신의 술법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무서운 위력이 사방을 압도했다. 진동왕은 그 기세에 거의 무너질 뻔했다. “막아내!” 진동왕은 필사적으로 외치며 온 힘을 다해 막아냈다. ‘쿵!’ 눈 부신 빛이 천옥의 모든 색을 압도하며 하늘의 절반을 환하게 비추었다. 번개가 미친 듯이 내리치고 붉은 불꽃은 거센 파도처럼 휘몰아쳤다. 산이 흔들리고 땅이 진동하며 폭발음이 사방을 울렸다. 이 천지를 뒤흔드는 소리는 마치 세상을 멸망시키려는 듯했다. 평정을 되찾은 후, 진동왕이 원래 있던 자리는 완전히 초토화되었다. 발 아래 수백 미터의 땅이 유리처럼 녹아 있었다. 몸이 찢어지고 심한 화상을 입은 진동왕은 비틀거리며 거의 쓰러질 뻔했다. 단 한 방에 진동왕은 중상을 입었고 법기는 모두 부서졌다. 법기가 없었다면 그는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음, 법기를 이용해 내 일격을 막아냈구나. 너의 실력은 인간계의 다른 구오 지존들보다는 한 수 위지만 그뿐이야. 다음 공격으로 너의 목숨을 거두겠다.” 호천신은 허공을 움켜잡았고 천지의 영기가 그의 손바닥으로 모여들었다. 영기가 실체화되어 얼음으로 변했다. 아래의 진동왕은
“소자, 그 말은 잘못되었네. 너희 신들도 결국 사람이잖아? 단지 수련 기술이 좀 더 높을 뿐이지. 게다가 내가 곤륜 구역의 힘으로 구오 지존에 올랐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야. 구주왕이 나를 도와 정상에 오르게 한 거야. 곤륜 구역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 그리고 곤륜 구역을 공격했다고? 나에게 함부로 죄를 뒤집어씌우지 마! 세상 사람들 모두 알고 있듯이 천옥은 이미 곤륜 구역에서 제명되었어. 우리가 여기에 온 목적은 너희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할 문제야. 너희는 우리 선대 국주와 약속을 했었지. 귀신족은 너희가 직접 처리해야 해. 지금 너희가 움직이지 않으니 우리가 대신 그 약속을 이행하려는 거야.” 진동왕의 말은 모두 일리가 있었지만 천신의 귀에는 단지 웃음거리로 들릴 뿐이었다. “말주변이 좋군. 말은 잘하지만 소용없다. 신도는 죄가 없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야.” 호천신은 냉랭하게 말했다. 진동왕은 욕하고 싶었다. 신도는 죄가 없다. 그것은 봉신방 이후에 정해진 첫 번째 신규였다. 쉽게 말해 모든 해석권은 신계에 있다는 것이다. 신계가 무슨 일을 하든 다른 사람은 간섭할 권리가 없다. 한 마디로 신을 거역하는 자는 용서 없이 죽인다. “임성진, 널 난처하게 하지 않을게. 너희는 귀신족을 죽일 수 없어. 약속에 관해서는 임세현을 불러와. 그의 체면을 봐서라도 나는 그에게 이유를 만들어줄 수 있어. 하지만 너는 그럴 자격이 없어. 너는 육체를 버리고 나를 따라 신계로 돌아가. 표현이 좋다면 전주께서 너의 목숨을 살려줄지도 모르지. 그리고 이 십만 명은 말이지, 하늘은 생명을 소중히 여겨. 벌레의 목숨도 목숨이니까. 하지만 신규가 있으니 신이 규칙을 어기면 벌을 받아야 하고 인간은 더욱 천지 신도를 지켜야 해! 십만 명은 너희 스스로 처리해. 마지막으로 죽는 만 명은 천옥을 떠날 수 있어. 물론 너희는 거절할 권리가 있어. 거절의 결과는 내가 더 설명할 필요가 없겠지?” 호천신은 조용히 아래의 십만 명을 바라보았다. 십만 명이 놀라움에서
‘쿵!’ 현모는 천옥을 뚫고 나와 산을 들이받으며 전장으로 향했다. 천옥 전법 안에서 수옥인이 분노했다. “구주왕! 저 자식이 감히 나를 협박한 거야?” 윤구주는 놀랐다. ‘이 겁쟁이에게도 성격이 있네?’ “오! 진흙으로 만든 사람도 화를 낸다더니, 하물며 당신 같은 ‘신'은 말할 것도 없겠지!” 윤구주는 놀리듯 말했다. “뭐? 무슨 소리야.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당신 부하인 그 전신이 한 손가락만 까딱해도 나를 죽일 수 있다는 거야. 그런데 그가 나보고 당신을 보호하라고 하다니? 당신이 문제 생기면 나를 죽이겠다니?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이건 사람 잡는 짓이야! 당신이 나 대신 결정을 내려야 해!” 수옥인은 화를 내며 말했다. ‘젠장!’ 윤구주는 어이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수옥인은 더욱 기세를 올렸다. “조상님! 당신 부하 머리에 구멍이 뚫린 거 아니야? 그들이 진짜 당신을 죽일 수 있다면 내가 무사할 수 있을까? 말하기 전에 머리 좀 쓰지!” 수옥인은 억울하다는 듯이 말했다. “저리 가! 나한테 말 걸지 마!” 윤구주는 이 쓰레기 같은 놈을 상대하기 싫었다. 귀산에는 검은 안개가 자욱하고 검은 연기가 대지를 뒤덮었다. 번개가 치고 천둥이 울리는 가운데 하나의 신의 형상이 나타났다. 그 형상은 번개 빛에 의해 무한히 길게 늘어져 땅에 비친 그림자가 산보다 더 높았다. 십만 전사들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무슨 요괴나 귀신이 오든 간에 그저 죽이면 그만이었다. 진동왕의 표정이 변했다. 그의 얼굴은 심각해졌다. 무지한 자는 두려움이 없다. 전사들을 무지하다고 표현하는 것은 듣기 좋지 않지만 현재 상황에서 전사들이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이번에 온 ‘신'이 얼마나 강한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이 기운은 이미 절정에 달했어. 안 되겠어. 이번에 온 건 구오 지존 대원만의 신경이야!” “이 한 걸음을 넘어서면 그는 극전 신경이 될 거야!” 진동왕은 얼마 전에야 구오 지존 신경에 진급했다. 그것도 윤
희미한 노인의 모습이 투영되었다. “윤구주, 시간이 없으니 간단히 말하겠다! 내가 누군지 묻지 마. 너는 단지 곤륜 구역의 한 대신전에서 구오 지존 대원만 경지의 천신을 보내 너를 막으려 한다는 것만 알면 돼. 그의 목적은 너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단지 상황을 어지럽히려는 것이야. 어떻게 결정할지는 네가 정해. 우리 쪽에서는 이미 너를 위해 많은 것을 얻어냈다. 그렇지 않으면 온 것이 구오 경지가 아니었을 거야.” 투영은 급하게 왔다가 수옥인이 인사할 틈도 없이 빠르게 사라졌다. “신전이 너의 계획을 방해하려 해. 이것은 이미 누군가가 너를 위해 얻어낸 결과야. 원래 그들은 너를 죽이려 했었어. 아마 오려는 자는 극전 신경, 황자였을 거야.” 수옥인은 또다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윤구주의 반응은 평범했다. 그는 수옥인의 겁에 질린 모습을 보며 경멸하는 듯 말했다. “고작 신전 하나에 겁먹었어? 너도 여섯 신전 중 하나에서 나왔다는 걸 잊지 마! 또한, 극전 신경은 하나의 경계고 황자는 또 다른 경계야. 모든 극전 신경이 황자라 불릴 수 있는 것은 아니야.” 이 둘의 관계는 진동왕이 왕이지만 왕이라 불릴 만한 자격이 충분하지 않은 것과 같다. 화전에서 현재 인정받는 왕은 윤구주 단 한 명뿐이다. 국주 임정설은 무계에서의 영향력이 부족해 겨우 절반 정도로 간주된다. “비록 그렇다고 해도 상대는 기세가 등등하니 가볍게 볼 수 없어. 내가 그 사람이었으면 너를 찾지 않고 네 부하 전사들을 노렸을 거야.” 수옥인은 분석했다. 윤구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옥인이 비록 겁이 많지만 머리는 좋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내가 지금 너를 도와 전법을 안정시키고 있다는 것까지 계산했어. 그 천술이 아직 사라지지 않았고 곤륜 구역의 그 자식이 여길 계속 주시하고 있어. 내가 나가면 그 사람은 전법을 조작할 거야. 그들이 현모가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계산했는지는 모르겠네.” 윤구주는 눈을 가늘게 뜨고 서 있는 현모를 바라보았다. 말이 이 정도까지 나왔는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