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이 입에서 나온 자신의 형님을 건드렸다는 소리를 들은 마황은 순식간에 얼굴이 굳어버렸다.“방금 뭐라고 한 것이냐, 우리 마가가 누구를 건드렸다고?”공수이는 윤구주를 가리키며 말했다.“당연히 우리 형님을 건드린 것이지! 그렇지 않으면 내가 이런 괴상한 곳에 올 일이 뭐가 있겠어?”마황은 눈동자를 굴려 허공에 떠 있는 윤구주를 바라보았다.그는 윤구주의 잘생긴 얼굴과 패기 넘치는 모습을 보고는 저도 모르게 몸을 떨어대기 시작했다.“너... 너... 넌 구주왕? 그 윤 인왕?”제자백가 중 마가의 가주 마황은 당시 곤륜에서 왕을 봉할 때 마침 곤륜산에 있었다.그래서 마황은 윤구주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었고 윤구주임을 확인한 뒤에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윤 인왕?”“세상에, 저 사람이 바로 화진 제일의 구주왕이야?”이때 마가의 모든 장로를 하나같이 눈이 휘둥그레져서 믿기 힘들다는 얼굴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비록 그들은 모두 구주왕의 명성을 잘 알고 있었지만 윤구주의 실물을 본 사람은 극히 드물었기 때문이다.그리고 마황이 윤구주의 이름을 뱉은 지금,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은 놀라서 얼어붙어 버렸다.“윤구주!”“구주왕!”윤구주는 이름이 불리는 것을 듣고 나서야 천천히 몸을 돌렸다.“본왕을 알고 있다니!”그 순간 마황은 물고기 가시가 목에 걸린 사람처럼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는데 그 모습은 봐주기 힘들 정도로 엉망이었다.마황은 그 누구보다 윤구주의 실력을 잘 알고 있었다.특히나 그해 곤륜산에서의 결전은 마황에 있어서 잊기 힘든 무서운 기억이었다.그리고 지금 이 순간, 이 신왕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이 늙은이... 감히 윤 왕을 만나 뵙게 되어...”마황은 그 순간 하는 수 없이 윤구주를 향해 굽실거리며 절을 했다.마황이 윤구주에게 절을 올리는 것을 본 마효순은 제일 처음으로 튀어나와 말했다.“아버지! 저 사람이 바로 우리 동한이를 죽인 사람인데 왜 원수에게 절을 하시는 겁니까?”“입 다물 거라!”아들이 그렇게 말하
공수이가 말을 마치자마자 등에 멘 가방에서 피범벅이 된 머리를 휙 던졌다.데굴데굴! 그 머리가 땅에 떨어지자 마가의 모든 사람이 멍해졌다.머리라고? 피가 뚝뚝 떨어지는 그 머리를 보고 순간 모두가 얼어붙었다가, 이내 자세히 살폈다. 마가의 주인 마황은 그만 혼이 쏙 빠져나갔다. “어르신님...”그의 입에서 처절한 울음이 터져 나왔다. “말도 안 돼!”“어르신님???” 마효순이가 황급히 달려가 보더니, 피투성이 머리가 마가의 3대 어르신님이란 걸 알아보고는 그만 “으악!” 하고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나머지 마가 장로들도 모두 할 말을 잃고 얼빠진 표정이었다. “설마 이게 3대 어르신의 머리라고요?” “저자가 저자가...감히 3대 어르신님을 죽이다니?” 장로들이 벌벌 떨며 소리쳤다! 공수이가 조롱하듯 말했다.“아이고 이제야 좀 알아보시네! 그래! 너희들이 떠받들던 그 늙은이를 우리 형님이 싹둑 잘라버렸어! 이제 보이냐?”이 말을 듣자마자 그 자리의 마가 제자들과 최고위 장로들 모두가 완전히 붕괴되고 말았다! 윤구주와 맞설 희망이었던 3대 선조님이...이게 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3대 어르신님의 목이 이렇게 던져지다니?“네 네놈이... 감히 우리 마가의 3대 어르신님을...” 마효순이가 치 떨리는 손가락으로 윤구주를 가리키며 울분을 터뜨렸다. “나쁜 짓이나 일삼던 늙은이 하나 처리했을 뿐인데, 뭐가 문제지?” 윤구주의 이 말에 마효순의 이성이 완전히 날아가 버렸다.“네 이 살인마! 내 자식 목숨 내놔라!” 그가 미친 듯이 윤구주에게 달려들려 했다! “효순아... 제발 안 돼!” 마황은 자살 행위나 다름없는 아들의 행동에 절규하며 말렸다.하지만 윤구주가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윤구주의 손가락이 허공을 가르자, 평온하던 공기를 찢고 무형의 칼날이 마효순을 덮쳤다.슉! 하늘의 심판처럼 내려온 검기가 마효순을 관통했다! 그 순간! 마효순의 몸이 공중에서 두 동강이 났다! 핏물이 공중에 흩날리며, 시신이 두 조각으로
마가의 우두머리는 미쳐버린 듯 소름 끼치는 웃음을 터뜨렸다.그러다 갑자기 핏발 선 눈으로 야수처럼 윤구주를 노려보며 내뱉었다. “윤구주, 네가 아무리 천하를 쥐고 있다고 해도 네가 아무리 무적이라 해도 넌 결국 인간일 뿐이다. 잘 기억해 둬라. 오늘 네가 우리 마가에 저지른 짓 언젠가는 네 차례가 올 것이다. 오늘 우리 마가가 망한다 해도, 반드시 너를 지옥으로 끌고 가겠다.”처절한 외침을 마치고 마황이 광기어린 목소리로 외쳤다. “마가의 모든 제자들아, 윤구주를 죽여라! 오늘 우리가 전멸할지라도 그자를 반드시 함께 끌고 가리라.” 마지막 순간에, 마가의 우두머리는 결사 항전을 결심했다.그는 깨달았다, 윤구주가 결코 마가를 살려두지 않으리란 것을. 아마도. 죽음을 건 싸움만이 그들의 마지막 희망일 것이다.마황의 명령에 모든 마가 제자들이 일제히 무기를 뽑아 들었다. 마황 곁의 십여 명 최강 장로들도 전신의 기운을 모으며 결사항전을 준비했다. 대격돌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오늘의 싸움은 마가의 존망을 결정할 싸움.그들은 반드시 피를 흘려야만 했다. 그런데!그들은 마지막까지 윤구주의 힘을 너무나 모르고 있었다. 윤구주가 현장의 모든 마가인들을 차갑게 둘러보자, 그의 몸에서 무형의 살기가 뿜어져 나와 모든 마가 제자들을 뒤덮었다. “오늘 이후로 마가란 이름은 영원히 사라질 것이다.” 천하를 호령하는 듯한 말이 그의 입에서 나오는 순간, 그가 한 걸음을 내디뎠다. 그 발걸음이 내려앉는 순간 온 천지가 울리며 흔들렸다.무서운 걸음의 위력이 떨어지자 하늘을 놀라게 할 위압의 힘이 순간적으로 밀려왔다.이 위압감은 산맥의 힘을 넘어섰다. 절정의 힘마저 넘어섰다.한 걸음으로 모든 게 끝났다.쾅! 윤구주의 발길 한 번에 마가의 건물이 순식간에 날아갔다. 어마무시한 기운에 마가의 약한 제자들이 그 자리에서 즉사해버렸다. “죽여!”윤구주의 살기가 폭발하자, 마황이 제일 먼저 울부짖으며 달려들었다. 온몸의 힘을 끌어올리자, 그의 배후로
윤구주는 마가의 우두머리가 비참하게 외치는 소리를 전혀 개의치 않고 큰 손바닥으로 진역 결계를 눌렀다.“속박.” 쾅! 셀 수 없는 금색 빛줄기가 긴 뱀처럼 진역 결계 안에서 터져 나와 감금된 마가의 제자들과 장로들을 덮쳤다. 대학살의 현장. 지금 마가의 제자들은 윤구주 앞에서 그저 도살될 운명의 어린 양들이었다. 오늘 윤구주의 선언대로, 마가를 멸족시키겠다면 단 한 생명도 남기지 않을 것이다. 살육은 끝없이 이어졌다. 절망적인 비명이 마가 제자들의 입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왔다.마가는 문가와 손잡고 화진을 위험에 빠뜨렸으니 죽어도 아까울 것 없는 자들이었다. 그래서 윤구주는 어떤 자비도 베풀 생각이 없었다. 마황은 마가 제자들이 차례로 비참하게 죽어가는 모습을 보며 눈에서는 피눈물이 흘렀고 두 다리로 땅을 꿇은 채였다. 인제야 그는 윤구주를 적으로 만든 것을 처절히 후회했다.더욱 가슴이 찢어졌다. 자신이 부하들을 보내 윤구주를 암살하려 했던 것이. 그리고 지금 그 대가를 치를 시간이 왔다. 윤구주가 마가의 제자들을 차례로 처형하고 있을 때, 뒷산의 어느 절벽에서 쾅, 하는 진동이 불현듯 울려 퍼졌다. 그 소리가 하늘을 흔들었다.곧이어, 절벽 가운데에서 공중에 떠 있는 두 개의 오래된 관이 보였고 그중 하나에서 거친 포효가 울려 퍼졌다. “어떤 자가 감히 우리 마가의 영역에서 이런 대학살을 저지르느냐?” 이 말이 끝나는 순간, 쾅 하는 폭발음과 함께 한 관이 산산조각났다. 그리고 허연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온몸이 진한 마기로 둘러싸인 노마가 갑자기 눈앞에 나타났다.이 노인의 사악한 기운이 하늘까지 치솟았다. 그가 나타나자마자, 하늘의 정기가 물줄기처럼 그의 몸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의 눈동자에서는 섬뜩한 광채가 번쩍였고 , 특히 왼쪽 눈에는 신비로운 안개가 맴돌았다. 수천 년의 전통을 지닌 마가에는 세 명의 강력한 시조가 있었다. 그리고 지금 등장한 이가 바로 마가의 제2대 시조였다.이 제2대 시조가 모습을 드러낼 때,‘아
백 년 넘게 종적을 감췄던 마구음이 나타나더니, 음산한 눈빛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며 혼잣말했다. ‘백 년이 넘었나...시간 참 빠르구나!’그 말을 끝으로 눈을 살며시 감고 깊게 한숨을 들이켰다.천지의 신령스러운 기운이 큰 파도처럼 사방에서 그의 몸으로 쏟아져 들어왔다.옆에 있던 제2대 시조는 존경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만 볼 뿐이었다.긴 시간이 흐르고, 마구음이 갑자기 눈을 번쩍 떴다.“백여 년 만에 나왔더니, 이런 미친놈들이 감히 우리 마가 땅에서 살육을? 그것도 괜찮아! 어차피 나온 김에, 그때 그 빚도 깔끔하게 정리해야지!” 말을 끝내고 그의 눈에서 살기가 서려 나오며 북쪽을 응시했다.“곤륜 구역! 그때는 날 막아섰지! 어디 보자, 백 년이 지난 지금도 감히 날 막을 수 있을지?” 포효가 초대 시조의 입에서 울부짖듯 터져 나왔다.그가 번개처럼 고개를 휙 돌려 마궁을 노려봤다.어마어마한 정신력이 화살처럼 쏘아져 나갔다.정신력이 마궁을 파고들자, 마가 초대 시조의 얼굴이 순간 일그러졌다. ‘이런 제길! 어째서 여기서 곤륜 구역 뇌왕인의 기운이 느껴지지? 이건 도이의 신통력이 아닌가?'’깜짝 놀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형님, 무슨 일이십니까?”제2대 시조는 마구음의 표정이 순식간에 험악해지자, 서둘러 다가와 물었다. 마구음은 말 한마디 없이, 점점 더 시커멓게 변한 얼굴로 마궁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분명 뇌왕인의 기운이다! 혹시, 곤륜 구역 놈들이 우리 영토에 발을 들였나?”옆에 있던 마가 제2대 시조는 마구음의 말을 듣자마자 표정이 험악하게 변했다. 그는 이 형님의 기질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게다가 그때 곤륜 구역이 형님을 거절했던 그 쓰라린 기억도! 백여 년 전, 곤륜 구역이 한 번 문을 열었을 때였다.그때 마구음은 마가 시조의 명성과 자신의 실력만 믿고, 무림의 성지 곤륜 구역에 당연히 들어갈 수 있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예상 밖으로 곤륜 구역은 그를 무참히 거절해 버렸다. 그 치욕적인 사건으로 마구음은 깊은
‘마침내 나타났군?’ 윤구주의 입꼬리가 비웃듯 올라갔다. 저 두 줄기의 강력한 기운의 주인공을, 윤구주는 벌써 예상하고 있었다. “어느 놈이 감히 우리 마가에 침입하여 이런 학살을 저지르느냐.” 바로 그때, 포효하는 소리가 저 멀리서 들려왔다.천둥 같은 소리와 함께 마궁 뒤쪽 하늘이 순식간에 칠흑으로 변했고, 곧이어 두 그림자가 마궁 위에 나타났다. 윤구주의 진역 결계에 갇혀 있던 마황과 겨우 살아남은 십여 명의 최고위 장로들은 그 모습을 보자마자 희망에 들떴다. “두 시조님이 나오셨다, 이제 우리 마가는 구원받을 수 있다.”마황이 감격에 찬 말을 마치고 가장 먼저 땅에 엎드렸다. “마가의 마황, 두 시조님의 귀환을 삼가 맞이하옵니다.” “시조님들의 귀환을 맞이합니다.” 남은 마가의 최고위 장로들도 일제히 두 그림자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러자 마가의 두 시조는 나타나자마자 싸늘한 눈으로 전장을 살폈다.수많은 마가 제자들이 처참하게 죽어 나가고 마가 건물들까지 대부분 박살 난 것을 보자, 마가의 제2대 시조가 폭발하듯 고함을 질렀다. “누가 감히 우리 마가에서 이런 학살을? 당장 앞에 나와봐라.”누가 봐도 느낄 수 있었다. 제2대 시조는 언제든 폭발할 것 같은 화약고였다.“시조님, 저놈들입니다.”이 윤씨란 자가 우리 제자들을 살해했을 뿐만 아니라 우리 마가를 화진에서 영원히 사라지게 하겠다고 위협했습니다. “시조님, 꼭 우리의 원한을 풀어주십시오.” 마황은 격분된 목소리로 윤구주와 공수이를 가리켰다. 마황의 말에 제2대 시조는 순간 살벌한 눈빛으로 윤구주와 공수이를 응시했다. “건방진 놈들, 우리 마가가 어떤 문파인지나 알고 있느냐? 너희 같은 풋내기들이 감히 우리 마가에서 날뛰어?”공수이는 비웃음을 지으며 마가의 제2대 시조는 완전히 무시한 채, 윤구주에게 말을 건넸다. “형님, 저 두 늙은이가 마가의 시조들인가 봐요.”그러고는. 공수이는 도도하게 고개를 들어 마가 제2대 시조를 향해 조롱했다. “이봐요, 늙은 거
“둘째야, 잠깐만.” 마운해가 달려들려는 찰나, 큰형 마구음이 그를 막아서며 말했다. 저지당한 마운해의 눈이 피처럼 붉어지며, 억울함에 차서 마구음에게 외쳤다. “형님. 이 악당들이 셋째를 죽였다고요.” “알고 있다.” 마구음이 싸늘하게 대답했다. 마운해는 이 순간 극도의 분노와 슬픔에 휩싸였지만...하지만 마구음의 한마디에, 그는 결국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때, 그의 눈빛은 사람을 잡아먹을 듯한 살기로 가득 차서, 차갑게 공수이와 윤구주를 응시했다. “이 죽일 놈들 잘 들어라! 맹세하건대 오늘 너희를 산송장으로 만들어서, 내 형제의 원한을 풀어주마.” 공수이는“흥흥” 하며 코웃음을 쳤다.“이 도련님이 기다리고 있겠소.” 마운해가 저지당한 후 마구음이 드디어 전면에 나섰다. 그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절정의 기혈은 이미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경지에 달했다! 이 늙은 마물은 먼저 공수이를 쓱 둘러보더니 공수이의 수련 정도가 고작 육도 초급인 것을 보고는 그의 눈빛에 조롱이 번졌다.그러다 시선을 돌려, 마침내 윤구주에게 초점을 맞췄다. 윤구주가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모습을 보는 순간 그의 눈이 순식간에 수축했다. 공포스럽고 절대적인 기운이 갑자기 윤구주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이런 압도적인 기운은 이삼백 년을 산 그러한 노 괴물마저도 두려움에 전율하게 만들었다.‘이런 망할 놈을. 이 녀석은 도대체 어떤 괴물인가? 어떻게 이렇게 무시무시한 압도적인 기운을 가지고 있지?' 마구음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의 삼백 년 수련의 힘이 한 몸에 모여 이미 천하무적이라 자부했었는데.하지만 이상하게도, 윤구주를 대면하자 이 노 괴물의 심장이 두려움과 공포로 쿵쾅거렸다. 환각인가? 아니면 현실인가? 마구음은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다.깊은숨을 들이마시자, 그의 눈에서 갑자기 소름 끼치는 빛이 번뜩였고, 그 빛줄기들이 독침처럼 그의 눈동자에서 튀어나와 윤구주를 향해 날아갔다. 이는 마구음이 수련한 신혼비술, 경신자였다
그중에 만물을 불태워 없애고 천하를 화염으로 덮는다던 늙은 괴물이 바로 이 연꽃 도화를 썼던 것이다. 바로 그가 화공 두타였다. “당신 같은 속인의 눈으로 내 비법을 파악하려 하다니?” 윤구주가 싸늘하게 냉소했다. 이 말 한마디에, 마구음의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윤구주는 한 치의 거짓도 없는 말을 했다. 그의 화련금안은 화공 노마의 연꽃 도화와는 근본부터 완전히 달랐으니까! 하지만 눈앞의 마구음이 어떻게 이런 충격적인 사실을 믿을 수 있겠는가?“당, 당신은 정말로 곤륜 구역에서 오신 겁니까? 감히 존함을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마구음이 두려움에 떨며 윤구주를 바라보며 물었다. 이 순간, 그의 어투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주변의 마가 최고위 장로들과 마황은, 그들의 제일 시조가 윤구주를 이렇게 공경스럽게 대하는 것을 보고 모두 어안이 벙벙했다. “시조님! 저 도적은 윤 씨라는 자입니다! 그자가 우리 마가 제자들을 학살하고, 게다가 우리를 멸문시키겠다고 협박했습니다! 시조님, 제발 우리의 원한을 풀어주시고, 저 악당을 처단해 주십시오!”이때 마가의 한 검은 얼굴의 최고위 장로가 서둘러 마구음에게 말했다. 하지만 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마구음이 번개같이 오른손을 휘둘렀다. 슉! 무시무시한 검은 기운이 말하던 장로의 몸을 순식간에 갈랐다.순식간에 그 장로의 목이 날아가 버렸고, 그 자리에서 즉사해 버렸다. 이 충격적인 광경을 본 현장의 살아남은 모든 마가의 사람들은 완전히 얼이 빠져버렸다.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초대 시조가 자기 문파의 사람을 죽이리라고는?정신이 나간 것인가? 모든 마가 제자들이 충격으로 굳어있을 때, 마구음은 극도로 공손하게 한 걸음 나아가, 두 손을 모아 윤구주에게 깊이 절했다. “어르신, 너무 노여워하지 마십시오! 방금 우리 마가의 무례한 행동에 대해, 제가 이미 마가를 대표하여 응징했습니다!”마구음의 이 말에, 그 자리의 모든 사람은 더욱 혼란에 빠졌다. 심지어 마운해조차도 어리둥절했다
‘헐, 대박.’진동왕이 하늘을 우러러보며 윤구주를 신처럼 떠받들었다.‘이게 진짜 신이지. 곤륜에 있는 그 자식들은 모두 가짜 신들이었어. 허위적이기 그지없지.’오늘 밤 그는 여러 강자의 싸움을 직접 목격하고 강자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문경우도 아주 강했지만 윤구주가 나타나자 문경우는 도망조차 제대로 치지 못하고 영혼마저 산산조각이 났다. 윤구주의 술법에 의해 영혼도 남기지 못하고 진정한 죽음을 맞이했다.승리는 결국 화진에게 돌아갔다. 화진을 무너뜨리려는 역적들은 모두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 것이다. 윤구주는 자신의 힘으로 화진의 막강한 실력을 전 세계에 알렸다.문경우를 처단한 윤구주는 즉시 임정설의 치료에 돌입했다.“짐은 별일 없으니 먼저 왕숙과 네 친구를 치료해줘라.”임정설이 임성진과 청해를 가리키며 말했다.청해는 이미 정신을 차렸다. 비록 상처가 심해 반쯤 죽은 상태였지만 화진 국주에게 인정받은 첫 순간이었다. 묘한 영예감이 그의 마음을 꽉 채우며 날아갈 듯 기뻤다.“이 두 사람 모두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은 아닙니다. 오히려 국주님이 더 위험하십니다. 경지를 무리하게 넘어서셨고 섭혼번 아래서 정기를 너무 많이 잃으셨습니다. 지금 국주님의 기운이 안정하지 않으니 제 도움이 없다면 폭주 할수도 있어요. 그때가 되면 저도 방법이 없습니다.”윤구주가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임정설은 결국 윤구주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그도 자신의 몸 상태를 알고 있었다. 윤구주의 치료를 거부한 이유는 목숨을 내던질 각오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황자급 경지에 오르긴 했지만 예전보다 죽음에 대한 집착이 강해져 있었다. 윤구주는 임정설에게 풀지 못한 원한이 있음을 눈치채고 치료를 해주며 화진으로 압박했다.“국주님께서 직접 해결해야 할 일이 남아있다는 걸 저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화진에게는 국주님이 필요합니다. 국주님은 30년 동안 화진을 지켜오셨잖아요. 지금 승부가 달린 이 중요한 시점에서 사적인 감정에 휘둘리시면 안 됩니다.”임정설
서울 삼천만 명의 목숨을 제물로 바치고 섭혼번이 작동되면 화진의 국운은 영원히 봉인될 것이다.“우리 문씨 가문은 예전부터 지금까지 쇠퇴하지 않았으니 마땅히 화진의 주인이다. 감히 누가 복종하지 않겠느냐?”문경우는 하늘을 향해 큰소리로 웃어댔다.이때 하늘에서 천둥이 울리며 공간이 갈라지더니 한 남자가 시체 한 구를 밟고 서울에 강림했다.“웃기고 있네. 문씨 가문이 화진의 주인이 되겠다고? 문씨 가문 따위가 어디 감히 그런 꿈을 꾸는 것이냐? 나 윤구주가 용납하지 않겠다.”우르릉.우렁찬 목소리가 사방으로 퍼지자 문경우의 표정이 그대로 굳어졌다. 윤구주의 기운이 섭혼번 아래에 나타나며 음의 기운을 찢어버렸다.거대한 섭혼번이 관통당하자 전법이 무너지고 문경우는 피를 토해냈다.고개를 돌리니 윤구주가 허공에 우뚝 서 있었고 그의 발아래에는 아사 신전의 신주 오딘의 시체가 보라색 번개에 휩싸여 있었다.“이게 무슨? 네가 신왕 오딘을 죽였다고?”문경우는 오딘의 시체를 바라보며 벌벌 떨었다.“이 개 같은 자들이 여러 번 화진을 범했으니 죽이는 게 당연하지. 나는 오딘뿐만 아니라 아사 신족 전체를 멸했다. 이제 곤륜에 아사 신족은 존재하지 않는다.”윤구주가 공중에 우뚝 서서 음양의 기를 손아귀에 감아쥐었다. 그의 머리 위 갈라진 공간 너머로 아사 신전의 폐허가 보였다. 수만 신령이 죽어 아사 신족이 멸족한다는 종말이 예언이 현실이 된 것이다.문경우의 눈에 비친 윤구주는 무적의 화신이었다. 그는 윤구주와 싸울 용기도 내지 못하고 뒤돌아 도망치려 했다.“너희들이 내가 없을 틈을 타 화진의 기운을 봉인하려 했다고? 문씨 가문은 정말 개수작만 부리는군. 예전에는 나를 죽이려 온갖 더러운 수작을 다 부렸잖아. 내가 없는 틈만 노리는 걸 보니 이젠 내가 무서웠나 보지?”“팔기지, 술자결.”윤구주가 손짓하자 삼천만 생령이 국운 속으로 모여들었다. 백성들은 새 국운에 각자의 고마운 마음을 담아 보냈고 모두의 영혼이 육체로 돌아가며 위기가 해소되었다.“팔기지, 어
태양으로 변한 그 부적은 사악하기 그지없었다. 독한 태양 빛이 대지를 지지며 수많은 건물을 녹여버렸고 그 안에 있던 평민들도 산 채로 타죽고 말았다.“그만해. 화진의 백성들을 건드리지 마라!”임정설이 분노에 차 외쳤다.“너와 나는 모두 화진의 절정 수련자인데 어찌 무고한 자들을 끌어들이느냐?”“하하! 무고하다니? 임정설, 현실을 직시하지. 이 하등한 것들은 개미나 다름없어. 한 무리를 죽여도 금방 다시 번식할 테니. 게다가 내가 여기에 온 목적은 삼천만 백성의 목숨으로 화진의 새 국운을 봉인하는 거라네. 우리 문씨 가문이 얻지 못하는 것은 부숴버려도 남에게 주지 않을 거야.”문경우가 이를 악물며 소리쳤다. 그는 윤구주가 문씨 가문의 뜻을 거역하는 것에 화가 났다.만약 윤구주가 그들에게 순종했다면 지금쯤 화진의 주인이 되었을 텐데 말이다. 천추만대가 지나도 윤구주는 여전히 화진 최고의 명군으로 남았을 것이다.“저 빌어먹을 윤구주. 역사는 승자가 쓴다는 걸 모르나? 역사를 조작한 왕조가 그렇게나 많은데 유독 그놈만 고집을 부리잖아. 화진의 재난은 모두 윤구주 때문이야. 명군이 되길 거부한다면 영원한 역적으로 만들 거야. 윤구주는 역사의 수치주에 못 박혀 천년만년을 욕먹을 것이다.”“닥치거라! 구주는 우리 화진의 영웅이다. 너 같은 쓰레기가 어찌 감히 구주를 함부로 논하는 것이냐?”그의 말에 단단히 열 받은 임정설은 양혼을 불살라 목숨을 걸려 했다. 그러나 문경우가 이미 임정설의 기를 봉쇄하고 제삼의 전법으로 그의 영혼까지 잠가버렸다.“임정설, 내 앞에서 자살조차 못 하는 주제에 어디서 목숨을 걸겠다고 떠드는 건가?”문경우는 기고만장했다. 임정설이 황자가 되면 뭐하나? 어차피 문씨 가문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하는데.“오늘이 바로 화진 황제의 멸망일이라네. 섭섭해하지 말게. 윤구주도 곧 자네 뒤를 따를 거니까. 하하!”그가 양손을 내리자 백 미터 크기의 사악한 검은 기발이 구름을 뚫고 서울 상공에 나타났다.“이, 이것은 섭혼번이군!”그 거대
말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더 이상 쓸모없는 대화는 필요 없었다.임정설은 황제의 의지를 칼로 삼았다. 황자의 기세가 모여 금빛 칼날을 형성하더니 국운을 상징하는 그 칼로 문경우를 향해 내리쳤다.우르르.음과 양이 맞부딪치며 터져 나온 충격파가 반경 수 킬로미터를 휩쓸었다. 사령부 빌딩과 인근 건물들의 유리가 모조리 산산조각이 났다.두 사람은 빌딩 꼭대기에서 결투를 시작했다. 칼 빛이 번뜩이며 천지의 영기를 뒤흔들었고 광풍과 폭우가 몰아쳤다. 산해가 울부짖으며 서울은 보라색 번개와 금빛 불길에 휩싸였다.그들은 각각 화진 최강의 무도를 대표하고 있었다. 이는 단순히 정의와 사악의 대결이 아니라 임씨 가문과 문씨 가문의 결전이었다.서울 상공에서는 용의 형상이 구름 사이를 휘저으며 흉수와 피 묻은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이게 바로 황자의 힘인가. 정말 굉장하군.”진동왕마저 넋을 잃은 채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이때 다른 도시의 지원병들이 서울에 도착해 진동왕과 연락을 취했고 이 소식을 해외에 있는 현모와 주작에게 즉시 전했다.“국주께서 문경우와 결전을 벌이고 계신다고?”“국주께서 황자급 경지에 오르셨다니.”이는 분명히 좋은 소식이었다. 비록 한 산에 두 호랑이가 살 수 없다는 말이 있었지만 윤구주와 임정설의 관계는 남달랐다. 임정설은 윤구주의 스승이자 아버지 같은 존재였다.“너무 기뻐하지 마라. 저 문경우는 보통 사람이 아니다. 곤륜에서 오랫동안 잠적하며 수많은 신전의 공법을 익혔어. 저놈이 서울로 온 목적은 바로 임정설을 죽이기 위함일 것이야.”옆에 있던 황보웅이 차가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주작과 현모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오직 화진이 무사하고 임정설이 문경우를 물리치길 기원할 수밖에 없었다.한창 싸우고 있던 두 강자는 공중에서 다시 한번 맞붙었다. 두 사람의 손짓 하나에 산이 뒤집히고 천지가 진동했으며 그들의 기세는 수백 리 밖까지 영향을 미쳤다.임정설은 기세를 최고조로 끌어올려 거침없이 공격을 퍼부었다. 임정설은 문경우가 극 신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전법이 발동되면 서울 수천만 사람들이 참혹한 죽음을 맞이할 것이야. 비록 이길 자신은 없지만 내 목숨을 걸어서라도 화진의 백성을 위해 싸우겠다. 구주군과 금위군의 여러 장수들은 듣거라. 짐이 전사하면 너희들이 나라를 지킬 책임을 지고 계속해서 적들을 섬멸하라.”임정설은 장군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나서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홀로 서울 사령부로 날아갔다.서울 사령부는 진동왕과 수비영이 도착하기 훨씬 전에 함락된 상태였다. 주둔지는 죽음의 적막에 휩싸여 있었고 눈에 들어오는 것은 말라붙은 백골들이 널브러진 참혹한 장면뿐이었다.당시 강적의 침입을 받은 주둔지의 병사들은 한 명도 물러서지 않고 전원이 전사할 때까지 적들과 맞서 싸웠을 것이다.이 생각에 임정설의 살기가 더욱 짙어졌다.“이곳에 있는 자들은 모두 우리 화진의 자랑이다. 저 요망한 것들이 화진을 어지럽힌 지 얼마나 되었느냐? 이 빚을 짐이 갚아 내지 못하더라도 화진 자손들이 반드시 값나낼 것이다.”그는 절대 화진의 혼란에 맞선 마지막 황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수많은 선인이 걸어온 길을 밟으며 그의 발걸음은 더욱 확고해졌다.이 순간 황운이 임정설의 몸에 서리더니 새로운 국운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순간부터 그는 특정된 누군가의 왕이 아닌 천하 만민이 우러러보는 황제가 되어 있었다.황도가 더해지자 임정설의 기세는 한층 더 강해졌다. 그는 사령부 빌딩 최상층에서 서울을 어지럽힌 장본인을 마주했다.검은 도포를 걸친 그 자는 사악한 부적으로 몸을 감싼 채 요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바로 그가 전법으로 서울을 뒤덮고 있었다.“참으로 예상치 못했어. 화진에 또 한 명의 황자가 나타나다니. 윤구주는 정말 신기하다니까. 자신의 기운으로 국운을 바꾸고 자네의 운명까지 바꿔놓았군. 하지만 내가 충고 하나 해주지. 임정설 자네가 황자가 된 이상 사흘을 넘기지 못할 것이야. 넌 사흘 안에 목숨을 거둘 것이란 말이지.”검은 도포를 입은 사람은 임정설이 죽음을 각오하고 온 것을 알아
국주 임정설은 해청현의 음기를 제거한 후, 그를 보호하던 기운까지 걷어내 양기로 해청현을 완전히 눌러 버렸다.이게 바로 미친 스님이 말했던 진정한 자제력이었다.“해청현은 수법만 닦고 수도는 하지 않았으며 몸만 수련할 뿐, 마음은 단련하지 않았지. 그러다 보니 결국 다 헛것이 되어버린 거야.”미친 스님은 고개를 저으며 탄식했다. 하느님은 누구에게나 공평했다. 그는 해청현에게 타고난 수도의 체질을 주었지만 그에 걸맞은 의지를 주지 않았다. 그렇게 해청현은 더는 감당하지 못하고 되려 휘말려버린 것이었다.임정설의 머리 위엔 성스러운 빛이 맴돌았고 온몸엔 천지를 뒤덮을 만큼의 정기가 흘러넘쳤다. 해청현은 결국 싸움에서 져버렸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자신도 임정설처럼 황자급 경지였다면 이겼을 거라고 생각했다. 정작 두 사람의 경지가 같았다 해도 여전히 자신이 완전히 압도당했을 거라는 걸 꿈에도 모른 채 말이다.임정설은 손바닥을 휙 내리치더니 끝까지 미련을 품던 해청현을 그 자리에서 즉사시켰다. 그는 영혼조차 남지 않은 채 완전히 소멸당했다. 이것이 바로 겉보기엔 수련했을지 몰라도 한 번도 진정한 수도의 길에 들어서지 않았다는 증거였다.“국주님이 이렇게까지 강했다고?”공수이는 멍하니 중얼거렸다.“그러게 말이야. 어떻게 이렇게까지 강해졌지?”진동왕은 부러움과 질투, 그리고 복잡한 감정을 동시에 느꼈다. 예전에는 그가 임정설보다 더 강했었고 임정설은 국운 덕에 간신히 그를 이길 정도였으니 말이다.하지만 이젠 내공 차이가 너무 벌어져서 더 이상 비교조차 할 수 없게 되었다.그제야 깨어난 백호는 조금 전 자신이 국주를 진왕으로 착각하고 있었다는 걸 알아차렸다.“백호, 널 속인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넌 내가 올 때까지 버티지 못했을 테니까...”임정설은 양기를 끌어내어 백호의 몸속에 주입했고 그의 정기를 빠르게 회복시켰다. 이렇게 되면 백호도 얼마 지나지 않아 완전히 회복할 것이었다.그 모습을 본 공수이와 진동왕은 또다시 멍해
“뭐? 저게 누구지? 지금 화진에 저런 강자가 또 있었다고? 설마... 저자가 바로 구주왕이란 말인가?”청현이 더는 버티지 못하고 당황스레 외쳤다.누가 알았겠는가, 이 결정적인 순간에 고수가 나타나다니!“젠장... 네가 누구든 상관없다!”“나는 반드시 백호를 죽인다!”청현은 더는 여유가 없었다.상대의 기세는 너무나도 강력했고, 이미 백호와 싸우면서 중상을 입은 상태에서 그와 맞붙는 건 목숨만 붙어 있을 뿐 이기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청현은 그저 백호부터 처리하려 했다.“이런 건방진 것! 우리 화진의 전쟁 신이 너 같은 흉수에게 쓰러질 수는 없다!”하늘에서 울려 퍼지는 활기찬 천 음 소리!금빛 실루엣이 구름을 뚫고 내려오더니 손바닥으로 청현을 튕겨냈다!눈앞의 인물을 본 청현은 잠시 얼어붙었다. 모르는 인물이다.하지만 이 압도적인 기운은 분명 고위자일 것이다.화진에서 구주왕 말고는 누가 이런 존재감을 뿜어낼 수 있겠는가?기절해 있던 진북왕은 익숙한 기운에 눈을 번쩍 떴다.그리고 그 실루엣을 본 순간 기절할 뻔했다.“이런! 임정설! 너 황자가 된 거야!”“흠? 왕숙께서 실망하셨나 보네요??”금빛 그림자가 사라지며 실체가 드러났고, 그 모습은 바로 용맥에 들어가 수련하던 화진의 현직 왕 임정설이었다.“폐하 만세!”구주군 장병들은 격동된 마음으로 일제히 무릎 꿇고 경례하며 외쳤다.자신들의 왕이 서울로 화진의 백성을 구하러 온 것이다!“임정설?! 그게 어떻게 가능해! 아무리 강해도 극한신경 정도일 텐데!”청현의 얼굴이 찌그러질 대로 찌그러졌다.극한신경과 황자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한다.황자 한 명이면 수십 명의 극한신경을 상대할 수 있다!서울에 황자가 주둔해 있다면, 곤륜영역조차 쉽게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이런 상황에서 설령 청현이 아무리 천재고 강하더라도 황자와의 싸움은 불가능했다.자칭 수요산 제일검이라던 청현은 위축됐다.그 모습을 본 임정설은 냉소하며 말했다.“이게 바로 검객이란 말인가? 검객의 마음은
진황은 외공만으로 도에 이른 황자였다.어떠한 술법도 수련하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백호가 중얼거리며 ‘진황신공!’을 외치고 있으니 이건 누가 봐도 미친 소리였다.“미쳐야 도를 이루는 법이다. 백호는 앞날이 창창하구먼.” 미친 스님이 아미타불을 외치며 말했다.“미쳤어, 미쳤어! 전부 다 미쳐버렸다고!” 진북왕이 고함을 지르다가 숨도 제대로 못 쉬고 기절해버렸다.그 사이 백호의 기세는 끝없이 치솟고 있었다!정신은 나갔지만, 힘은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다!청현은 문득 깨달았다. 백호가 저토록 광폭한 이유—바로 그놈의 몸속에 흐르는 성수의 피였다.“이 썩을 놈... 성수 피가 아니었으면 네가 뭔데 날 상대로 이러는 거냐!”청현은 음기를 뿜으며 맹렬하게 연속으로 공격을 퍼부었다.그 음산한 기세에도 불구하고 백호는 오히려 직선 돌진했다.공격은 완전 예측 불가였다.수요산 검종은 온갖 검술과 전법에 능했지만, 다음 공격이 뭔지도 모르는 미친놈을 상대로는 청현도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결국, 또 한바탕 두들겨 맞고 땅바닥을 굴러다니던 중 놀랍게도 백호가 자신의 음신사체를 흡수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내 음기를 집어삼키다니?! 이 괴물 같은 놈!”“음기여 무한하라! 흑검이여, 사악을 베어라!!!”시커먼 흑검이 다시 응집되자, 수백 개의 검날이 연속으로 쏟아졌다.백호의 온몸은 피투성이가 되어 검은 피를 흘렸지만——그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그대로 돌진했다!“개자식... 음기야! 나에게 힘을 줘!!”청현은 검을 땅속 깊숙이 꽂았다.지맥에서 미친 듯이 영기를 빨아들이자, 머리 위에 떠 오른 음기 마기의 형상은 산만큼 거대해졌다!그 압도적인 힘으로 청현은 백호를 단숨에 쓰러뜨렸다.이건 이미 백호가 감당할 수 없는 한계치를 훨씬 초과한 위력이었다.쿵!!백호는 그대로 땅에 쓰러졌지만, 그런데도 그는 의식을 잃지 않았다.다만 입에서 나오는 건 누가 들어도 미친 소리였다.“황이 온다... 황... 황이 온다....
“우리 스승 말이야, 진짜 고집쟁이에다 구닥다리야. 정의와 사악은 절대 함께할 수 없다고 믿고 목숨 걸고 몇백 년 동안 싸우고 피 흘렸지만 무슨 소용이 있어? 인마 좀 없앤 거 빼고는...?”“스승께서 날 산에서 내려가 속세의 삶을 보라고 하신 건, 결국 수련을 위한 경험이었겠지. 하지만 세상을 직접 겪고 나서야 똑똑히 알게 됐어. 이 세상은 결국, 강한 자가 무적이고 이긴 자가 왕이 되는 법이야...”“세상에는 애초에 정의와 악, 흑과 백 따윈 존재하지 않아. 선악의 기준이란 결국 입만 살은 자들이 지껄이는 헛소리일 뿐이지. 역사가 진실이라고 믿어? 예로부터 어느 왕조의 흥망이 피바다와 시체더미 없이 이루어진 적이 있었나?”“무릇 장수가 공을 세운다는 건, 수만의 백골 위에 선다는 뜻이지. 그 윤구주가 '구주왕'이라 불리는 것도, 결국은 피로 쟁취한 자리 아니겠어?”“주먹이 곧 진리다. 내가 황위에 오르는 날, 선악이든 흑백이든 모두 내 기준으로 정의된다!”“백호, 이제 죽어라.”청현이 공격하려던 찰나 하늘 위의 백호가 먼저 움직였다. 다시 성수인을 발동하더니, 성수의 허상이 실체로 변해 거대한 기운을 모은 주먹을 뻗었다.그 주먹은 하늘을 가르고 청현을 향해 날아갔다.그러나 청현은 당황하지 않았다. 차가운 음기와 사기 담은 손으로 그 주먹을 받아내고 동시에 백 자 길이의 흑검을 형성해 단칼에 성수의 허상을 두 토막 내버렸다.그 검이 날아간 자리에는 구름이 쪼개졌고, 서울 상공을 덮고 있던 먹구름은 그 검기의 파도에 휩쓸려 모두 흩어졌다.먹구름이 사라졌지만, 서울 상공에는 여전히 짙은 요기가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마치 태양조차 삼키려는 어둠의 장막처럼.“진법까지 있었어?! 대체 어느 놈이, 언제 이따위 대형 진법을 몰래 깔아놓은 거야?!”진북왕은 혈압이 오르다 못해 피까지 토할 지경이었다.이건 곧 청현이 최종 보스가 아니라는 뜻이다!백호가 청현을 이긴다 해도 그보다 더 강한 놈이 있다는 얘기다.하지만 지금 상황에선, 백호가 청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