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69화

Author: 라오
연정훈은 그 검은색 머리끈을 버리지 않고 호주머니에 넣었다.

안시연은 하루 종일 머리를 매고 있다가 풀어헤쳤다. 보지 않아도 머리가 헝클어졌을 것이 분명했다.

연정훈에게 그런 모습을 보인다고 생각하니 괜히 어색해져서 안시연은 저도 모르게 머리카락을 계속 만졌다.

그 행동은 은은한 달빛 아래에서 더욱 여성스럽게 느껴졌다.

연정훈은 안시연의 손을 잡고 자연스럽게 그녀의 허리를 안아 자리에서 일으켜 자기 몸 위로 안시연을 앉혔다.

안시연은 순간 손을 어디다 놔야 할지를 몰랐다.

시선을 들자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얼굴이 약간 붉어진 안시연이 아랫입술을 핥았다.

원래는 감사 인사를 하려고 했다. 그러면 이 어색한 분위기가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 해서.

하지만 시선이 부딪힌 그 순간, 연정훈은 그녀의 턱을 잡고 입술을 머금었다.

“읏...”

자물쇠와 열쇠처럼.

입술이 닿는 순간, 안시연은 자연스럽게 연정훈의 목을 그러안았다.

연정훈은 섬세하게 안시연의 입술을 훑었다. 그리고 약간 힘을 주어 그녀의 턱을 잡았다.

안시연은 입을 살짝 벌려 연정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뜨거운 숨결이 섞이고 거친 호흡을 내뱉고 다시금 입술을 머금는다.

차 안에서는 야릇한 소리가 더욱 커졌다.

안시연의 얼굴은 아예 새빨갛게 되었다.

“교수님...”

어느새 연정훈 밑에 깔린 안시연은 살짝 떨리는 동공으로 그를 불렀다.

차 안의 공간은 그리 크지 않았기에 연정훈이 팔로 받치고 있다고 해도 안시연과의 거리는 매우 가까웠다. 거의 가슴과 가슴이 닿을 거리였다.

연정훈의 눈은 감정을 알 수 없이 깊었다. 그래서 안시연은 그의 기분을 종잡을 수 없었다.

고개를 숙인 그는 오피스 룩을 입은 그녀의 몸을 훑었다. 적당한 핏이 그녀의 가슴을 감싸고 있었다.

연정훈은 손을 뻗어 천천히 단추를 풀어갔다.

안시연은 손을 들어 자신의 눈을 가렸다.

서늘한 감각이 안으로 들어오는 게 느껴졌다. 연정훈의 손가락은 우연히 그녀의 피부를 훑으며 지나갔다.

손으로 눈을 막은 안시연은 아무것도 볼 수가 없었다.

그저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70화

    안시연은 연정훈을 아프게 할 생각은 없었다. 그저 멈추라고 하고 싶었을 뿐이다.하지만 생각보다 힘이 많이 들어간 바람에 비릿한 피 맛을 느끼게 되었다.약간의 신음을 흘린 연정훈이 안시연을 놓아주었다.안시연의 입술에 닿는 그의 호흡은 여전히 뜨거웠다.정신을 차린 안시연은 연정훈의 입술 위의 붉은 자국을 보고 깜짝 놀랐다. 자기 옷차림도 신경 쓰지 못한 안시연은 손을 뻗어 그의 상처를 보려고 했다.연정훈은 몸을 약간 세워 그녀의 손을 피했다.안시연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뭐라고 해명하고 싶었지만 어디부터 해명해야 할지 몰랐다.연정훈은 그녀를 보더니 아무 표정도 짓지 않았다. 여전히 감정을 알 수 없는 눈이었다.차 안에는 숨 막히는 정적이 흘렀다.얼마 지나지 않아 남자는 여유롭게 몸을 일으켜 안시연이 아까 앉았던 곳에 앉았다.벨소리는 꺼진 지 오랬다. 연정훈은 핸드폰을 옆자리에 놓았다.안시연은 머뭇거리다가 손을 뻗어 핸드폰을 받아서 들었다. 누가 전화를 건 것인지 확인할 여유는 없었다.“교수님, 죄송합니다.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내가 오늘 술을 좀 많이 마셨어.”연정훈이 담담하게 얘기했다.안시연은 그대로 굳었다.그녀는 핸드폰을 꽉 움켜쥐었다.그러니까, 술을 많이 마시지 않았다면 이런 짓을 하지 않았을 거라는 걸 알려주는 건가?안시연은 마음속이 꽤 복잡해졌다.자기는 빚은 진 사람이니까, 연정훈이 자기를 원하는 건 당연한 줄 알았다.하지만 연정훈은 그냥 취했을 때만 그녀를 떠올린다는 것이었다.안시연은 시선을 내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연정훈은 눈을 감고 담담하게 얘기했다.“시간이 늦었으니 돌아가 봐.”차가운 그의 말투는 처음 그녀와 밤을 보냈을 때보다 더욱 멀게 느껴졌다. 아까의 일은 그저 취해서 일어난 일이라는 걸 더욱 확실하게 알려주는 기분이었다.안시연은 목이 바짝 말라 들어가 겨우 입을 열었다.“교수님도 일찍 들어가세요.”말을 마친 그녀가 차 문을 열려고 손을 뻗었다.하지만 아까의 일 때문에 놀란 건지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71화

    안시연의 표정을 보면서 주지혁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그때의 주지혁은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안시연은 그와 동고동락하면서 그 시절을 버텨주었다.주지혁은 앞으로 안시연에게 가장 좋은 것만 주겠다고 생각했었다.하지만 안시연이 행복하지 않으니 그도 마음이 아팠다.조이현을 집에 데려다준 후, 그는 참지 못하고 안시연의 집으로 왔다.“시연아, 널 보러 왔어.”그는 여전히 안시연을 사랑하는 사람처럼 얘기했다. 안시연은 주지혁이 정신분열증에 걸린 게 아닌가 생각할 정도였다.그녀는 바로 돌아섰다.“시연아!”주지혁은 빠르게 그녀를 따라잡았다. 안시연은 주지혁이 따라잡기 전에 뒤로 물러나 얘기했다.“계속 나한테 집착하면 경찰을 부를 거야. 그때가 되면 조이현 씨가 널 데리러 오겠지!”주지혁의 눈빛이 약간 차가워졌다.안시연의 거절에 그는 불쾌했다. 하지만 안시연도 비슷한 것을 겪었으니 화를 내는 건 정상이라고 생각했다.이성을 되찾은 주지혁은 그녀를 타이르며 얘기했다.“오늘 밤, 너를 도와주지 못한 건 내가 미안해.”안시연은 입꼬리를 끌어올려 그를 비웃었다.주지혁은 계속 얘기했다.“저번에 얘기했지. 연정훈을 가까이해서 좋을 거 없다고. 오늘 밤의 일은 차 대표의 탓 같지만 사실은 임유정이 널 괴롭히려고 한 거야.”안시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주지혁은 안시연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계속 얘기했다.“임씨 가문은 경인시에서 권력이 센 가문이야. 연정훈이 널 진심으로 지켜주려는 게 아니면 넌 임유정 때문에 경인에서 살아남지 못할 거야. 시연아, 연정훈 같은 남자는 그냥 널 갖고 놀려는 거야. 지금도 널 지켜주지 못하잖아, 안 그래?”안시연은 주지혁 때문에 토가 나올 것만 같았다. 이미 그의 밑바닥을 봤었기에 안시연은 더 이상 가슴이 아프지 않았다.하지만 주지혁이 연정훈을 얘기하자 안시연은 저도 모르게 아까의 키스를 떠올렸다.그녀는 연정훈을 다치게 했다.연정훈은 아마 화가 났을 것이다.주지혁은 연정훈이 그녀를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72화

    얼마 전, 안시연은 주지혁과 생리에 관한 얘기를 했었다. 하지만 주지혁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게다가 안시연은 그저 그를 붙잡기 위해 말한 것이라고 했으니 주지혁도 그 말을 믿었다.하지만 안시연의 행동을 보면서, 주지혁은 안시연이 임신했다는 것을 거의 확신했다.그 생각에 주지혁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그는 손도 대지 않은 여자가, 다른 남자의 아이를 가졌다니.”주지혁은 순간 미쳐버릴 것 같았다.“안시연!”애증이 가득한 그 이름이 주지혁의 입에서 뱉어져 나왔다. 안시연은 요즘 위가 좋지 않았다. 게다가 저녁에 술까지 마셨으니 토를 할 법도 했다.몸을 일으킨 안시연은 주지혁의 표정이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더는 신경 쓰고 싶지 않아 차갑게 얘기했다.“꿈꾸지 마. 난 해외로 나가지 않을 거야. 경인은 내가 어릴 때부터 살아온 곳이야. 난 어디도 가지 않을 거야.”말을 마친 안시연이 그대로 돌아섰다.주지혁은 따라가지 않았다.그는 멀어져가는 안시연을 보면서 붉어진 눈으로 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미친 것처럼 핸들을 쾅쾅 내리쳤다. 고막을 찢을 듯한 클랙슨 소리는 꽤 듣기 싫었다.지나가던 사람이 창문을 두드려 도움이 필요한지 물었다.주지혁은 크게 고함을 질렀다.“꺼져!”행인은 깜짝 놀라 미친놈이라고 욕하면서 지나갔다.주지혁은 분노를 뿜어내다가 맥이 풀려 조수석에 누웠다.그는 차 천장을 보면서 안시연과 함께했던 나날들을 떠올렸다.떠올릴수록 더욱 그리워졌다.안시연... 그의 안시연...그래, 안시연은 주지혁의 것이다.임신을 했어도, 더러워졌어도 안시연은 주지혁의 여자다.안시연의 날개를 꺾고 발을 묶어 주지혁 밖에 볼 수 없도록 하면 된다.그때가 되면 주지혁은 낙태 수술을 시킬 것이다.안시연은 주지혁의 아이만 임신해야 한다! 안시연은 주지혁의 여자니까!그렇게 생각한 주지혁은 얼른 이성을 찾고 조이현에게 전화를 걸었다.조이현은 매우 기뻤다. 금방 그녀를 바래다준 후 또 전화까지 해서 안부를 전하다니, 얼마나 다정한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73화

    “대표님, 저 찾으셨나요?”안시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임유정이 정신을 차렸다. 어젯밤 조이현과 한 통화를 최대한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임유정은 서류를 꺼내며 담담하게 말했다.“이 서류 차 대표님 사무실로 보내요. 차 대표님 사인이 필요해요.”임유정은 건네받으며 내용을 힐끔 스캔했다.아주 일반적인 의향서였다.일반적으로는 온라인으로 결제하는 서류에 해당하였다.하지만 어젯밤 일로 안시연은 임유정에게 경각심을 더 세웠지만 티 내지 않고 서류를 잘 챙겼다.“언제까지 제출하면 될까요?”임유정이 말했다.“오늘 퇴근 전이요.”“네.”안시연이 공손하게 대답하더니 몸을 돌려 사무실에서 나왔다.그때 임유정이 갑자기 그녀를 불러세웠다.안시연이 다시 몸을 돌렸다.“다른 지시 사항 있으신가요?”임유정이 조용히 그녀를 쳐다보더니 입꼬리가 슥 올라갔다.“그냥요. 안색이 안 좋아 보이길래. 혹시 어디 아파요?”안시연은 가식적인 임유정의 태도에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아닙니다. 저는 괜찮습니다. 관심 감사합니다.”“다행이네요.”둘은 서로 미소를 주고받았다.안시연은 그제야 문을 열고 나왔다.안시연이 나가자마자 임유정은 얼굴이 굳어졌다.솔직히 말해서 임유정은 연정훈이 그렇게 쉽게 여자를 임신시킬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안시연의 여우 같은 얼굴을 확인하니 그럴 법하다고 생각했다.원래는 바로 연정훈의 어머니 김세연에게 알리려 했지만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것 같아 고민 끝에 먼저 시험해 보기로 했다.그 시험에 이용하기 좋은 사람이 바로 차시훈이었다. -안시연은 임유정과 차시훈을 똑같이 경계했다.같은 여자지만 안시연에게 차시훈이나 임유정이나 별반 다를 바 없었다.안시연은 차시훈과 같은 공간에 있는 게 싫었기에 LC그룹으로 가기 전에 차시훈에게 연락했다.“지금 바쁘신가요?”“괜찮아요. 회사 로비에 있는 커피숍에서 기다릴게요. 커피도 한잔 같이할 겸요.”“네, 그럼.”전화를 끊고 나서야 안시연은 한숨 돌릴 수 있었다.커피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74화

    안시연이 걸음을 멈췄다.“뭐라고요?”주효진은 진작에 조이현에게서 들어서 알고 있었다. 안시연이 연정훈을 꼬셨다고 말이다. 하지만 주효진은 믿지 않았다. 하지만 아까 올라온 사진을 보자마자 바로 안시연이 생각나 순간 화를 참지 못했다.주효진은 심호흡을 하더니 도발적인 미소를 지으며 안시연에게 말했다.“발랑 까진 여자가 많다고요.”안시연의 입꼬리가 올라갔다.안시연은 오늘 화장에 조금 힘을 주었기에 평소와 다르게 청초함보다는 여성미가 더 돋보였고 눈동자가 매우 매혹적이었다.주효진이 이렇게 나올 거라는 걸 예상한 안시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부드럽게 말했다.“맞아요. 참 발랑 까진 여자가 많아요.”안시연은 이렇게 말하더니 주효진을 아래위로 훑으며 눈으로 욕했다.주효진은 안시연이 자기를 비웃을 줄은 몰랐기에 순간 눈동자가 커졌다.하지만 주효진이 화를 내기도 전에 안시연은 오만하게 고개를 살짝 들어 올리며 그녀를 지나쳤다.주변에 사람이 많았고 입사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기에 주효진은 일을 크게 벌일 엄두가 나지 않아 안시연을 그냥 보내줄 수밖에 없었다.일단 입씨름에서라도 이겼으니 안시연은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하지만 그래도 살 도리는 해야 했다.약속 시간에 맞춰 LC그룹 로비에 있는 카페에서 차시훈을 기다렸다.밥때가 거의 되었기에 차시훈은 자리에 앉자마자 일보다는 안시연에게 밥을 사겠다고 했다.안시연은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대표님, 죄송합니다. 요즘 다이어트 중이라 점심에는 샐러드만 먹습니다.”말이 끝나기 바쁘게 안시연은 커피숍의 메뉴를 가리켰다.“괜찮으시면 제가 사겠습니다.”차시훈은 웃더니 장난기 섞인 눈빛으로 말했다.“안시연 씨는 전혀 틈을 안 주네요.”안시연은 대꾸하지 않았다.메뉴가 나오기 전에 안시연은 서류를 꺼냈다.안시연은 대수롭지 않게 사인했지만 딱히 서류를 돌려주지는 않고 오히려 그녀와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그 사이에 메뉴가 전부 나왔다.차시훈은 포크와 나이프를 가지다가 실수로 커피를 건드려 절반쯤 흘러나왔다.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75화

    병원.안시연은 의자에 기대 의사의 진료를 기다렸다.테이블에 놓인 각종 보고서는 모두 아까 진행한 검사 결과였다.이승우가 옆에서 여유롭게 다리를 꼬고는 의사의 판단도 듣기 전에 맞은편에 앉은 부부에게 물었다.“거기 두 분, 제 친구가 심각한 부상을 당했는데 뭐라고 말씀 좀 해보세요.”이씨 가문 일곱째라는 신분이 있는데 누가 감히 그의 말에 반박할 수 있을까.차시훈의 ‘와이프’는 성질을 내려 했지만 차시훈이 이를 억지로 잡아 눌렀다.“이승우 씨,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차시훈이 난처하게 웃으며 말했다.이승우는 안시연 옆으로 다가가더니 말했다.“여신님, 배상은 얼마나 받으면 될까요?”안시연은 어안이 벙벙했다.하지만 약값을 생각해 그나마 합리한 금액을 말했다.“육...(십만 원)”이승우가 손가락을 튕기며 말했다.“육천만 원이요.”안시연은 화들짝 놀랐다.차시훈은 금액을 듣고 많이 쓰리긴 했지만 그래도 한시름 놓았다.돈으로 다른 수모를 막을 수만 있다면 좋은 일이다. 만약 안시연이 이승우와 썸씽이 있다는 걸 미리 알았으면 안시연을 어떻게 해보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젊은 여자가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는지 더 난리를 피우려 했지만 차시훈은 아예 욕설을 퍼부으며 쫓아내 버렸다. 그러더니 그 자리에서 안시연에게 수표를 건네주었다.한번 당한 걸로 6,000만 원을 번 안시연은 멍해졌다.돈을 받은 걸 확인한 이승우는 손을 저으며 그 두 ‘부부’에게 꺼지라고 했다.검사실이 다시 조용해졌다.안시연은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그녀는 이승우를 바라보며 말했다.“이승우 씨, 감사합니다.”“이게 뭐라고, 별말씀을요.”이승우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의사에게 자세한 상황을 확인했다.“뼈는 문제없어요. 근데 멍은 좀 들 것 같네요. 약 잘 먹고 파스 잘 붙여요.”“별문제 없다니 다행이네요.”이승우는 사람을 시켜 약을 가져오라고 하고는 안시연의 퇴원을 도왔다.주차장으로 가는 길 내내 안시연은 연신 감사 인사를 전했다.이승우가 물었다.“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76화

    차는 한 개인 별장 앞에서 멈췄다. 이승우는 물을 한 모금 마시더니 말을 이어갔다.“외국으로 연수 가라고 했는데 거절했다면서요?”“네...”“그럼 기대해요. 앞으로 많은 일이 일어날 거예요.”이승우는 안전벨트를 풀더니 편한 자세로 고쳐 앉고는 선글라스를 낀 채 나른하게 안시연을 바라보며 말했다.“어떻게 대처할 거예요?”안시연이 말했다.“닥치는 대로 해결해야죠 뭐.”이승우가 고개를 저었다.“그런 생각으로 응하면 안 돼요. 내가 방법 알려줄게요. 단번에 해결할 방법.”안시연은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을 기다렸다.“방법이라면 오늘 밤 바로 정훈이랑 잠자리를 가지는 거예요.”안시연은 말문이 막혔다.안시연의 어이없다는 표정을 확인한 이승우는 계속 그녀를 부추겼다.“임유정이 당신을 괴롭히면 당신은 임유정이 좋아하는 남자를 괴롭히는 거예요. 말 되죠?”안시연은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임유정이 안시연 씨를 그렇게 괴롭히는 데 그냥 참고만 있을 거예요?”“사람이 참고만 살면 안 돼요. 다혈질로 살 필요도 있다니까요.”“내가 안시연 씨면 지금 당장 정훈이를 찾아서 잠자리를 가질 거예요. 그것도 모르는 사람이 없게, 엄청 시끌벅적하게요. 다른 건 몰라도 임유정에게 크게 한 방 먹일 수 있으니까요.”이 말에 안시연이 풉하고 웃음을 터트렸다.이승우는 어여쁜 그녀의 얼굴을 보며 자기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내 말 틀려요?”“모르겠어요. 근데 자꾸만 나쁜 짓 하게 부추기는 것 같아요.”“그럴 리가요. 저는 다 시연 씨를 위해서 그러는 거죠.”창밖에서 누군가 지나가더니 도어를 두드렸다.이승우가 도어를 열더니 그 사람과 몇 마디 너스레를 떨었다.“그래. 먼저 들어가. 금방 갈게.”이승우는 이렇게 말하더니 안시연을 돌아봤다.“내려서 같이 밥이나 먹을래요?”안시연은 차시훈을 얼버무리기 위해 점심에 대강 샐러드만 먹었더니 지금 배고파 현기증이 날 지경이었다.“저는 다시 회사로 들어가 봐야 해요...”“다시 들어가기는, 지각하든 안 하든 임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77화

    안시연은 아직 벙찐 상태였다. 하지만 이승우는 그녀를 끌고 사람들 앞으로 다가갔다.그녀는 심장이 덜컹했다.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연정훈의 시선을 피했다.연정훈 옆에 선 젠틀해 보이는 남자가 웃으며 농담을 던졌다.“정훈 씨가 자기라고 부르는 사람이 한둘이어야지. 처음 보는 이분은 누구세요?”이승우는 연정훈을 한번 쓱 훑더니 일부러 안시연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안시연은 숨을 들이마시더니 놀란 토끼 눈으로 이승우를 쳐다봤다.하지만 이승우는 이를 무시한 채 오버하며 말했다.“자기 중에서도 제일 아끼는 자기죠. 일반적인 장소에는 아까워서 부르지도 않아요.”질문을 던진 남자는 분칠하지 않아도 빼어난 안시연의 미모를 보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럴만하네요.”“그렇죠?”이승우는 입을 샐쭉거리더니 연정훈을 향해 턱을 빼 들며 말했다.“연 대표는 어떻게 생각해?”연정훈은 와인잔을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안시연에게는 아예 시선도 주지 않았다. 그러고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괜찮네.”사람들이 놀랐다.연정훈이 여자를 칭찬하는 건 드물었기 때문이다.이승우는 속으로 그런 연정훈에게 콧방귀를 뀌었다.‘괜찮네? 좋아 죽으면서.’이승우가 입을 열려는데 연정훈이 그를 쳐다보며 유유히 입을 열었다.“너랑 있기엔 아깝다.”연정훈의 허를 찌르는 공격에 이승우는 잠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사람들이 웃음을 터트렸다.화제의 중심에 있는 안시연은 말할 틈이 없었다.이 자리가 너무 불편해 살짝 몸을 돌려 이승우에게서 벗어나려 했다.그때 위층에서 소리가 들려왔다.“무슨 말 하는데 이렇게 즐거워요?”여자 목소리였다.그 소리를 들은 안시연은 순간 얼굴이 굳었다.여느 사람들처럼 위로 시선을 돌리니 아니나 다를까 임유정이 2층에 서있었다.임유정도 안시연을 보고 멈칫하더니 이내 긴장한 듯한 기색이 스쳤다.안시연은 당하지 않아도 될 변을 당한 걸 생각하니 속에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이승우가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지금이에요. 한 방 제대로 먹어야죠.

Latest chapter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176화

    양혁수는 그녀가 갑자기 대담해진 것에 깜짝 놀랐다.그는 낮은 목소리로 꾸짖었다.“변여름, 내려가.”변여름은 말을 듣지 않고 두 손으로 그의 얼굴을 살며시 쓸어 내렸다. 그리고 천천히 아래로 내려가 그의 어깨를 감쌌다.그녀가 고집을 부리는 모습을 보고 양혁수는 어지러운 머리를 억지로 참고 그녀를 몸에서 밀어내려 했지만 손이 그녀의 몸에 닿자 손바닥이 부드러운 감촉에 젖어들었다.그는 마치 번개에 맞은 듯 머리가 하얘졌다. 손에 힘이 빠졌다.‘젠장. 이 꼬맹이 속옷도 안 입었어.’양혁수는 변여름이 꽁꽁 싸맨 옷차림을 보고 적어도 선을 지킬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녀는 허세를 부린 것이었다.목을 감싼 변여름은 이미 그의 반응을 예상한 듯 조급해하지 않고 마치 요정처럼 그에게 더 가까이 다가갔다.양혁수는 변여름의 팔을 잡고 얼굴을 찡그리며 진짜 화가 난 척 말했다.“계속 선을 넘으면 나 진짜로 화 낼 거야.”그 말을 듣고 변여름은 고개를 숙였다. 그의 목을 감싼 손이 약간 풀렸다.양혁수는 속으로 안도하며 변여름을 제압할 수 있다는 생각에 조금이나마 마음이 놓였다.그는 그녀의 팔을 떼어내고 그녀를 완전히 떼어내려고 했지만 변여름은 갑자기 그를 공격하며 손을 꽉 잡고 그의 입술에 키스했다.‘!’양혁수는 멍해졌다.마치 머리가 텅 빈 것처럼 그는 한 손으로 그녀의 팔을 잡고 다른 손으로 몸을 뒤로 짚으며 눈을 크게 떴다.변여름은 그에게 강제로 키스할 뿐만 아니라 양혁수의 입술에 닿는 순간 능숙하게 두 입술로 그의 아랫입술을 감싸 안았다. 양혁수가 놀란 틈을 타서 그녀의 입술이 그의 입안으로 깊숙이 들어갔다.전례 없는 경험에 양혁수는 숨이 가빠지고 두피가 저릿저릿했다.변여름에게서 나는 은은한 향기가 코를 찔렀고 마치 마법에 걸린 듯 정신이 몽롱해졌다. 온몸이 굳어 버렸지만 저항할 힘이 없었다.양혁수는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돌려 그녀의 키스를 피하면서 손에 힘을 주어 변여름을 밀어내려고 했다.변여름은 양혁수가 자신에게 주먹을 쓰지 않을 것을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175화

    양혁수가 말했다.“네가 날 좋아하는 건 내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서야. 그러면 나중에 더 좋은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도 좋아하게 될 거야.”양혁수는 마침내 변여름의 논리적 허점을 찾아내 정확하게 반박했다.변여름은 고개를 저었다.“전에는 그렇게 생각했어요. 하지만 나중에 노지혜 씨가 그러더라고요. 내가 오빠를 좋아하기 때문에 오빠가 좋은 사람으로 보이는 거라고요. 노지혜 씨는 오빠를 좋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오직 저의 오빠만 좋아하죠. 그래서 저는 다른 사람이 오빠보다 더 좋을 수 없어요. 왜냐하면 저는 오빠만 바라보니까요. 다른 사람이 아무리 좋아도 제 눈에는 오빠밖에 안 보여요.”양혁수는 침묵했다.“...”‘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또다시 변여름의 고백 타임이 되어버렸네.’그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내일 무사히 떠날 수 있을지도 확신할 수 없었다.침묵 속에서 변여름이 그에게 물었다. “오빠, 오늘 오빠 옆에서 잠들어도 돼요? 내일이면 떠나잖아요. 오빠가 절 데려가지 않을 거라는 것도 알아요. 제가 또 붙잡으면 오빠가 화낼 테니까 그냥 조용히 옆에 있을게요. 내일 아침 꼭 웃으며 오빠를 보내드릴게요.”양혁수는 그녀를 바라보며 그녀의 말이 왠지 믿음직스럽지 않다고 느꼈다.변여름은 살짝 입꼬리를 올렸지만 눈에는 실망이 스며들어 있었다.“우리가 이렇게 오랫동안 함께했는데도 오빠는 나를 단 한 번도 좋아한 적 없는 것 같아요. 떠날 땐 아무렇지도 않게 떠나겠죠. 전에 했던 건방진 말들은 모두 허세였어요. 나도 사람이에요. 아무리 기다려도 답을 받지 못하면 슬퍼질 수밖에 없어요. 오빠가 화내는 것도 정말 싫어하는 것도 다 싫어요. 그리고 이번엔 오빠를 붙잡을 자신이 없어요. 오빠, 에든베러로 가는 거죠? 거기에는 오빠와 양시연 언니의 추억이 있잖아요.”말을 마치자 그녀는 한순간에 기운이 빠진 듯 축 처졌고 머리 위에는 걷히지 않는 먹구름이 드리워진 듯했다.양혁수는 사랑을 얻지 못하는 아픔을 알았기에 그녀의 감정을 외면할 수 없었다.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174화

    변여름은 항상 양혁수에게 변백호를 놀리는 농담을 했지만 사실 그 농담 속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단지 그녀가 처음 그에게 관심을 가진 이유는 그가 변백호에게 미친 영향 때문이라는 것을 양혁수는 알지 못했다.변백호는 그녀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이었고 그녀의 많은 행동은 변백호의 묵인 아래 이루어졌다.분명 전에는 모두 ‘비정상’이었는데 변백호가 한 번 외출하고 오더니 정상적인 사람을 만나고 나서 갑자기 그녀에게 싫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변여름은 그걸 참을 수 없었다.양혁수는 변씨 가문의 가풍에 싫증을 느꼈는지 다음 날 떠난 것을 변여름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아침 일찍 양혁수는 가방을 메고 혼자 외출했고 그 흰 고양이도 데려갔다.변여름이 맨발로 방에서 뛰쳐나왔을 때 복도는 희미한 빛으로 가득 차 있었고 변백호는 혼자 창가에 서서 아래층을 깊게 응시하고 있었다.그녀는 변백호의 소매를 잡아당겼지만 변백호는 그녀를 쳐다보지 않았다.변여름은 조용히 작은 발판을 옮겨 놓고 그 위에 올라섰다. 변백호를 안고 변백호처럼 아래층을 내려다보았다.그의 모습이 마당에서 사라지는 마지막 순간 그녀는 봤다. 흰 고양이가 그의 어깨에 앉아 있었고 부드러웠다.그녀는 변백호에게 물었다.“다시 올 거예요?”그들의 모국어는 라틴어였고 평소 집에서 대화할 때도 라틴어를 썼다.변백호는 그녀에게 대답했지만 한국어로 말했다.“왜 돌아와? 네가 고양이를 괴롭히는 걸 보려고?”변여름은 의문스러웠다.???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야 그녀는 변백호의 심정을 이해했다. 친구가 없던 기묘한 소년이 친구를 데려왔는데 결국 그 친구가 자기 가족이 모두 비정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는 창피했을 것이다.다행히 양혁수는 나중에 변백호와 여전히 친하게 지냈다.추억에서 벗어나 변여름은 양혁수에게 물었다.“그 흰 고양이는 어떻게 됐어요?”양혁수는 말했다.“내가 집으로 데려가서 집사에게 맡겼어. 재작년에도 잘 지내고 있었어.”“다행이네요.”그녀가 안도하는 것을 듣고 양혁수는 그녀를 여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173화

    변여름은 잠깐만 있겠다고 했지만 결국 커다란 베개를 양혁수 옆에 두고 몸을 기대었다. 그녀는 얼굴을 베개에 살짝 묻은 채 마치 아기 고양이처럼 조용히 눈을 반짝이며 그를 바라보았다.그녀가 곁에서 잠든 모습을 본 게 한두 번이 아니었기에 양혁수는 이미 익숙했다. 그는 자연스럽게 몸을 눕히고 눈을 감은 채 그녀의 말을 들었다.“오빠, 우리 처음 만났을 때 기억해요?”양혁수는 잠시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응...”그는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때 네가 여덟이나 아홉 살쯤 되었겠지.”“아니에요.”변여름은 그의 말을 부정했다.그는 눈을 뜨고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아니라고? 내가 변백호랑 뉴성에 놀러 갔을 때 변백호가 널 데리고 왔잖아.”“저희 오빠랑 혁수 오빠가 처음 만나고 오빠를 집에 데려다줄 때 우리가 만났어요.”변여름이 바로잡았다.양혁수는 기억이 났다.놀란 표정으로 손을 베개 삼아 머리를 기대고 진지하게 되물었다.“그때 네... 네 살?”“거의 그렇죠.”‘정말 대단해. 그때 일을 다 기억하다니.’양혁수는 깊이 회상했다.그해 갓 성인이 된 그는 양지원과 함께 뉴성에서 열린 한국 상회의 파티에 참석했다. 그 자리에서 변백호와 불편한 일이 있었다.두 사람의 첫 만남은 서로를 싫어하는 사이였다.하지만 그날 밤 숙소로 돌아와 잠자리에 들려던 순간 마당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밖으로 나가 확인했을 때 그는 피투성이가 된 변백호를 발견했고 변백호는 누군가의 습격을 받아 목숨이 위태로운 상태였다.열여덟 살의 소년은 정의감이 넘쳐흘렀고 모른 척할 수 없었다.양혁수는 변백호를 구한 뒤 그의 집까지 데려다주었다.그리고 그곳에서 처음으로 변여름을 보았다.그는 변씨 가문에 머물렀고 변씨 가문의 사람들은 변백호를 구해준 것에 감사하며 귀빈으로 대접했다.해가 질 무렵 그는 뒷정원을 거닐다가 정교한 인형 같은 아이를 발견했다. 그는 변여름은 너무 귀여워서 마치 꿈속에서 그리던 여동생 같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가까이 가서 보니 그녀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172화

    집으로 돌아오니 저택은 조용했다.양혁수는 간단하게 샤워하고 내일 떠날 준비를 하려고 전화를 걸려 했는데 노크 소리가 들렸다.그는 문을 열었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가래떡 베개였다. 하얀색 베개가 변여름의 품에 안겨 있었고 크기는 거의 그녀의 키와 같았다.변여름은 고개를 살짝 들어 먼저 눈을 보였다.“오빠.”그녀는 긴 원피스 잠옷을 입고 겉옷은 작은 재킷을 입어서 긴 소매로 몸을 꽁꽁 싸맸다.양혁수는 술을 마셔서 머리가 띵했지만 그녀에게서 풍겨오는 달콤한 향기를 맡자 오장육부가 맑아지는 듯했으며 꽤 기분이 좋았다.그는 이마를 눌렀고 물었다.“무슨 일이야?”“오빠랑 잠깐 얘기 좀 할 수 있어요?”시간이 늦었고 양혁수는 그녀를 경계하며 입을 열어 거절하려 했지만 변여름이 말했다.“잠깐만요. 오빠는 내일 떠나잖아요. 오빠랑 얘기 좀 하고 싶어요.”그녀는 품에 안은 베개를 꽉 껴안았고 양혁수는 베개가 눌린 주름을 보며 그녀의 마음속 갈등을 느꼈다.그녀를 달래지 않으면 내일 그는 떠날 수 없을 것 같았다.양혁수는 그렇게 생각하며 몸을 옆으로 돌려 변여름에게 자리를 비켜주었다.그녀의 눈빛이 반짝였고 기분이 좋아진 것 같았다.어색함을 피하기 위해 양혁수는 가정부에게 야식을 만들어 달라고 했고, 그녀에게 영화를 틀어주었다. 음식은 따로따로 들어왔고 그로 인해 오랫동안 단둘이 있는 시간이 끊어졌다.침대 끝 쪽 카펫에 앉아 그는 변여름과 나란히 앉았다. 앞에는 음식이 가득했고 맞은편에는 변여름이 선택한 추리 영화가 나왔다.처음에는 그는 변여름과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려고 했다. 그는 계속 멕하든에 머물며 변여름과 함께 어리석은 짓을 할 수 없었다.하지만 영화를 보기 위해 방 안의 조명이 어두워지고 졸음이 쏟아졌다. 그는 언제 잠이 들었는지 모르게 잠시 졸았다.짧은 잠 동안 그는 꿈꾸었고 꿈속에는 피뿐이었다.한을 품고 죽은 사람처럼 한 쌍의 눈이 그를 응시하고 있었다.양혁수는 식은땀을 흘리며 혼란스러운 어둠 속에서 변여름의 연이은 부름을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171화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마치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것처럼 쏟아졌다.변여름은 먹던 것을 멈추고 편의점 직원에게 우산을 빌려 길 건너 차 쪽으로 향했다.“내가 운전할게.”양혁수가 말했다.변여름은 그를 거절했다.“오빠는 그냥 앉아 있어요.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눈에 물이 들어가면 안 좋아요.”“눈은 이제 괜찮아.”“그래도 술 마셨잖아요. 음주 운전 하면 안 되죠.”‘고작 백 미터 정도밖에 안 되는데.’양혁수가 말을 멈추는 사이 변여름은 이미 우산을 펼쳐 문을 열고 빗속으로 들어갔다.문이 열리자 비바람이 맹렬하게 방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변여름의 작은 몸은 역풍을 맞으며 비바람 속에서 무기력해 보였다. 마치 바람이 세게 불면 바로 날아갈 것 같았다.우산이 거추장스러워지자 중간쯤 왔을 때 그녀는 우산을 접고 재빨리 차 쪽으로 뛰어갔다.그녀가 차에 오르자 양혁수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뒤에서 직원이 외국어로 한참을 부르지만 양혁수는 반응하지 않았고 직원은 어설픈 영어로 다시 소리쳐서 문을 닫으라고 했다.마침내 변여름은 차를 편의점 문 앞에 대었다.그녀가 다시 내려서 그를 데려오려는 것을 보고 양혁수는 먹지 않은 음식들을 모두 포장해 들고 나왔다.변여름은 그가 나오는 것을 보고 재빨리 자신의 차 문을 닫고 그에게 차 문을 열어주었다.꽤 복잡한 과정을 거쳐 마침내 두 사람은 모두 차에 탔다.구운 바나나와 구운 고구마의 달콤한 냄새가 좁은 공간을 빠르게 채웠다.양혁수는 변여름이 꽤 많이 먹는 것 같다고 생각하며 자리에 앉자마자 음식을 뒷좌석에 놓았다.“돌아가서 따뜻하게 데워 먹어.”그가 말을 마치자마자 변여름은 그에게 기대며 진지한 표정으로 그의 안경을 벗고 얼굴에 묻은 물을 닦아주었다.“조금만 더 기다리면 돼요. 내가 데리러 갈게요.”변여름은 한숨을 쉬며 마치 양혁수가 뭔가 잘못한 일을 한 것처럼 말했다.양혁수는 태연하게 말했다.“고작 물 몇 방울뿐이야.”변여름은 대답하지 않고 미간을 찌푸리며 조심스럽게 그를 닦아주었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170화

    양혁수는 술을 조금 마신 탓에 졸음이 밀려왔다.몽롱한 가운데 그는 마치 경인처럼 눈이 내리는 어느 도시를 떠올렸다. 한때 홀로 그곳을 여행했던 기억이 스쳐 지나갔고 용산 거리의 눈 내린 풍경은 언제나 그의 마음속에 남아 있었다.변여름이 갑자기 그를 불렀고 졸음은 한순간에 흩어졌다.“구운 바나나?”“네. 달콤해요.”양혁수는 그녀가 열정적으로 추천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사자.”“그럼 제가 사러 갈게요.”변여름은 기분 좋게 웃으며 재빨리 안전벨트를 풀었다.양혁수는 귀찮아 차에서 내리지 않으려 했지만 그녀가 차 앞을 돌아 지나가는 순간 마주 오는 건장한 남자 둘을 보고는 망설임 없이 차 문을 열고 그녀를 따라 걸었다.편의점은 길 건너편에 있었고 길이 넓어 변여름은 거의 반대편까지 다다랐다. 돌아서서 그가 다가오는 것을 보자 그녀는 살짝 놀랐다.양혁수는 코트를 여미며 그녀 옆을 지나쳤다.“멍하니 뭐 해? 더 늦으면 네 구운 바나나 다 팔릴지도 몰라.”“괜찮아요.”변여름은 그를 따라잡으며 기분 좋게 웃었다.“저긴 늦게까지 구워요.”편의점 안으로 들어가지 않아도 밖에서는 이미 달콤한 향이 퍼지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구운 고구마도 팔았는데 꿀 시럽 같은 것을 곁들여 양혁수에게는 다소 낯선 맛이었다.하지만 졸음은 어느새 사라졌고 변여름과 함께 유리창 앞에 앉아 있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변여름은 드물게 어린 소녀 같은 모습을 보이며 높은 의자에 앉아 발을 가볍게 흔들었다. 한 입씩 맛보며 천천히 음식을 나눠 주었다.“앞에 식당이 하나 더 있어요. 오빠랑 노지혜 씨랑 자주 가는 곳인데 다음엔 오빠도 같이 가요.”변여름이 양혁수를 바라보며 말했다.양혁수는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그는 변여름의 집착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그녀가 꽤 괜찮다고 생각했다.양혁수는 손을 뻗어 힘주어 그녀의 머리를 쓸어 넘겼다.“나를 데려간다고? 네가 나를 데려갈 필요 있어? 이 도시는 십 년 전에 네 오빠랑 다 돌아다녔어.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169화

    “실험하다 실수로 손을 살짝 베었어요.”변여름이 말했다.양혁수는 속으로 그녀가 요 며칠 내내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실험에서 다친 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과일은 더 자르지 않아도 돼. 굳이 나를 위해 요리할 필요 없어.”그가 차분히 말하자 변여름은 잠시 멈칫했다.그의 차가운 말투를 듣자 그녀는 또다시 그가 거절하는 것으로 생각했다.변여름의 마음은 때론 강철처럼 단단했지만 가끔은 무너질 때도 있었다.실망감이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과일을 입에 넣으며 평소처럼 혼자 감정을 추스르려 했다.양혁수는 그녀 곁에서 일어나 주머니에 손을 넣고 저택 쪽으로 걸어갔다.“일단 손에 난 상처부터 낫게 해. 네가 해준 밥 몇 끼쯤 안 먹어도 괜찮으니까.”변여름은 의아했다.‘응?’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았던 그녀는 정신을 가다듬고 천천히 눈을 떴다. 그 순간 퍼지는 빛이 시야를 가득 채웠다.고개를 돌리니 그는 이미 멀어지고 있었다.변여름은 손에 쥔 것을 내려놓고 양혁수를 따라 뛰어갔다....멕하든의 겨울은 비교적 따뜻했다.양시연이 첫눈 사진을 공유했을 때 양혁수는 이미 한 달 넘게 변씨 가문에 머물고 있었다.두 번만 더 치료받으면 눈 위의 흉터를 완전히 지울 수 있을 터였다.밤이 되자 변여름은 이미 차를 준비해 두었고 밖에서 뛰어 들어와 그에게 말했다.“오빠, 이제 출발할까요?”양혁수는 소파에서 일어나 변여름이 건네준 겉옷을 받아 들고 함께 밖으로 나갔다.양혁수는 눈을 보호하기 위해 요즘 블루라이트 차단 안경을 자주 착용했다.시간이 흐르면서 예전의 거침없고 활기찬 모습은 많이 사라졌고 안경을 쓰니 더욱 편안하고 자유로운 옷차림을 했다. 마치 느긋한 귀공자처럼 보였다.변여름은 그에게 말을 걸려고 했지만 그의 표정이 좋지 않아 보였다.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생각에 잠겼고 원인을 찾으려 애썼다.차에 타자 오랫동안 아무 말 없이 조용했다.찰리의 개인 병원은 규모가 크지 않았고 낮에는 꽤 바빴지만 요즘 밤에는 양혁수만을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168화

    양지원이 양혁수의 전화를 받았을 때 그는 양혁수의 어이없고 짜증 섞인 불평을 듣고 한참을 웃다가 멈췄다.“백호 한 말도 틀리지 않아. 네가 꼬시는 능력은 있는데 차버리는 건 못하겠어?”양혁수는 할 말을 잃었다.그는 온갖 생각을 해봤지만 도대체 자신이 어떤 점에서 변여름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것을 고치고 싶은 마음이었다.“됐어요.”양지원이 말했다.“그냥 휴가라고 생각하고 좀 있어. 요 몇 년 동안 너무 심심하게 살았잖아. 이참에 좀 짜릿한 일을 겪어봐.”“차라리 심심한 게 나아요.”양지원은 속으로 혀를 찼다.양지원과 양혁수는 전화를 끊었고 양혁수는 대나무 의자에 기대어 앉아 계속 머리를 앓았다.그는 벌써 사흘 더 있었지만 변여름은 마치 껌딱지처럼 그를 따라다녔다.이때 그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목이 마른 것 같아 무의식적으로 옆에 있는 물을 찾았다. 손으로 컵을 만지려는 순간 컵이 이미 그의 손 아래로 밀려왔다.고민할 것도 없이 그는 변여름이 돌아왔음을 직감했다.그는 미간을 찌푸리고 컵을 들어 익숙하게 빨대를 물고 한 모금 마셨다.이 엉터리 컵도 변여름이 그를 괴롭히려고 만든 것이었다. 분홍색 큰 개구리 모양이었고 버튼을 누르면 뚜껑이 항상 ‘탁’하고 튀어나왔다.변여름은 그의 눈이 불편하니까 이 컵을 쓰면 물을 쏟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오빠, 나는 이미 찰리 선생님과 약속을 잡았어요. 우리는 저녁 6시에 가요.”변여름이 말했다.그의 눈은 다친 곳이 나아서 더 이상 붕대를 감을 필요는 없었지만 흉터가 남아 있어서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했다.양혁수는 말했다.“저녁에 갈 필요 없어. 오후에 갈 거야.”변여름은 고개를 숙이고 과일을 깎으며 자연스럽게 말했다.“오빠는 셋째 오빠와 오후에 골프 치기로 했잖아요? 골프 치고 샤워하면 시간이 늦어질 거예요.”양혁수는 침묵했다.‘잊고 있었다.’그는 고개를 숙이고 이마를 눌렀다.양혁수가 편히 쉴 수 있도록 양지원은 특별히 지시해 일로 그를 귀찮게 하지 않았다. 그는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