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시연은 연정훈을 아프게 할 생각은 없었다. 그저 멈추라고 하고 싶었을 뿐이다.하지만 생각보다 힘이 많이 들어간 바람에 비릿한 피 맛을 느끼게 되었다.약간의 신음을 흘린 연정훈이 안시연을 놓아주었다.안시연의 입술에 닿는 그의 호흡은 여전히 뜨거웠다.정신을 차린 안시연은 연정훈의 입술 위의 붉은 자국을 보고 깜짝 놀랐다. 자기 옷차림도 신경 쓰지 못한 안시연은 손을 뻗어 그의 상처를 보려고 했다.연정훈은 몸을 약간 세워 그녀의 손을 피했다.안시연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뭐라고 해명하고 싶었지만 어디부터 해명해야 할지 몰랐다.연정훈은 그녀를 보더니 아무 표정도 짓지 않았다. 여전히 감정을 알 수 없는 눈이었다.차 안에는 숨 막히는 정적이 흘렀다.얼마 지나지 않아 남자는 여유롭게 몸을 일으켜 안시연이 아까 앉았던 곳에 앉았다.벨소리는 꺼진 지 오랬다. 연정훈은 핸드폰을 옆자리에 놓았다.안시연은 머뭇거리다가 손을 뻗어 핸드폰을 받아서 들었다. 누가 전화를 건 것인지 확인할 여유는 없었다.“교수님, 죄송합니다.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내가 오늘 술을 좀 많이 마셨어.”연정훈이 담담하게 얘기했다.안시연은 그대로 굳었다.그녀는 핸드폰을 꽉 움켜쥐었다.그러니까, 술을 많이 마시지 않았다면 이런 짓을 하지 않았을 거라는 걸 알려주는 건가?안시연은 마음속이 꽤 복잡해졌다.자기는 빚은 진 사람이니까, 연정훈이 자기를 원하는 건 당연한 줄 알았다.하지만 연정훈은 그냥 취했을 때만 그녀를 떠올린다는 것이었다.안시연은 시선을 내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연정훈은 눈을 감고 담담하게 얘기했다.“시간이 늦었으니 돌아가 봐.”차가운 그의 말투는 처음 그녀와 밤을 보냈을 때보다 더욱 멀게 느껴졌다. 아까의 일은 그저 취해서 일어난 일이라는 걸 더욱 확실하게 알려주는 기분이었다.안시연은 목이 바짝 말라 들어가 겨우 입을 열었다.“교수님도 일찍 들어가세요.”말을 마친 그녀가 차 문을 열려고 손을 뻗었다.하지만 아까의 일 때문에 놀란 건지
안시연의 표정을 보면서 주지혁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그때의 주지혁은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안시연은 그와 동고동락하면서 그 시절을 버텨주었다.주지혁은 앞으로 안시연에게 가장 좋은 것만 주겠다고 생각했었다.하지만 안시연이 행복하지 않으니 그도 마음이 아팠다.조이현을 집에 데려다준 후, 그는 참지 못하고 안시연의 집으로 왔다.“시연아, 널 보러 왔어.”그는 여전히 안시연을 사랑하는 사람처럼 얘기했다. 안시연은 주지혁이 정신분열증에 걸린 게 아닌가 생각할 정도였다.그녀는 바로 돌아섰다.“시연아!”주지혁은 빠르게 그녀를 따라잡았다. 안시연은 주지혁이 따라잡기 전에 뒤로 물러나 얘기했다.“계속 나한테 집착하면 경찰을 부를 거야. 그때가 되면 조이현 씨가 널 데리러 오겠지!”주지혁의 눈빛이 약간 차가워졌다.안시연의 거절에 그는 불쾌했다. 하지만 안시연도 비슷한 것을 겪었으니 화를 내는 건 정상이라고 생각했다.이성을 되찾은 주지혁은 그녀를 타이르며 얘기했다.“오늘 밤, 너를 도와주지 못한 건 내가 미안해.”안시연은 입꼬리를 끌어올려 그를 비웃었다.주지혁은 계속 얘기했다.“저번에 얘기했지. 연정훈을 가까이해서 좋을 거 없다고. 오늘 밤의 일은 차 대표의 탓 같지만 사실은 임유정이 널 괴롭히려고 한 거야.”안시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주지혁은 안시연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계속 얘기했다.“임씨 가문은 경인시에서 권력이 센 가문이야. 연정훈이 널 진심으로 지켜주려는 게 아니면 넌 임유정 때문에 경인에서 살아남지 못할 거야. 시연아, 연정훈 같은 남자는 그냥 널 갖고 놀려는 거야. 지금도 널 지켜주지 못하잖아, 안 그래?”안시연은 주지혁 때문에 토가 나올 것만 같았다. 이미 그의 밑바닥을 봤었기에 안시연은 더 이상 가슴이 아프지 않았다.하지만 주지혁이 연정훈을 얘기하자 안시연은 저도 모르게 아까의 키스를 떠올렸다.그녀는 연정훈을 다치게 했다.연정훈은 아마 화가 났을 것이다.주지혁은 연정훈이 그녀를
얼마 전, 안시연은 주지혁과 생리에 관한 얘기를 했었다. 하지만 주지혁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게다가 안시연은 그저 그를 붙잡기 위해 말한 것이라고 했으니 주지혁도 그 말을 믿었다.하지만 안시연의 행동을 보면서, 주지혁은 안시연이 임신했다는 것을 거의 확신했다.그 생각에 주지혁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그는 손도 대지 않은 여자가, 다른 남자의 아이를 가졌다니.”주지혁은 순간 미쳐버릴 것 같았다.“안시연!”애증이 가득한 그 이름이 주지혁의 입에서 뱉어져 나왔다. 안시연은 요즘 위가 좋지 않았다. 게다가 저녁에 술까지 마셨으니 토를 할 법도 했다.몸을 일으킨 안시연은 주지혁의 표정이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더는 신경 쓰고 싶지 않아 차갑게 얘기했다.“꿈꾸지 마. 난 해외로 나가지 않을 거야. 경인은 내가 어릴 때부터 살아온 곳이야. 난 어디도 가지 않을 거야.”말을 마친 안시연이 그대로 돌아섰다.주지혁은 따라가지 않았다.그는 멀어져가는 안시연을 보면서 붉어진 눈으로 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미친 것처럼 핸들을 쾅쾅 내리쳤다. 고막을 찢을 듯한 클랙슨 소리는 꽤 듣기 싫었다.지나가던 사람이 창문을 두드려 도움이 필요한지 물었다.주지혁은 크게 고함을 질렀다.“꺼져!”행인은 깜짝 놀라 미친놈이라고 욕하면서 지나갔다.주지혁은 분노를 뿜어내다가 맥이 풀려 조수석에 누웠다.그는 차 천장을 보면서 안시연과 함께했던 나날들을 떠올렸다.떠올릴수록 더욱 그리워졌다.안시연... 그의 안시연...그래, 안시연은 주지혁의 것이다.임신을 했어도, 더러워졌어도 안시연은 주지혁의 여자다.안시연의 날개를 꺾고 발을 묶어 주지혁 밖에 볼 수 없도록 하면 된다.그때가 되면 주지혁은 낙태 수술을 시킬 것이다.안시연은 주지혁의 아이만 임신해야 한다! 안시연은 주지혁의 여자니까!그렇게 생각한 주지혁은 얼른 이성을 찾고 조이현에게 전화를 걸었다.조이현은 매우 기뻤다. 금방 그녀를 바래다준 후 또 전화까지 해서 안부를 전하다니, 얼마나 다정한
“대표님, 저 찾으셨나요?”안시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임유정이 정신을 차렸다. 어젯밤 조이현과 한 통화를 최대한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임유정은 서류를 꺼내며 담담하게 말했다.“이 서류 차 대표님 사무실로 보내요. 차 대표님 사인이 필요해요.”임유정은 건네받으며 내용을 힐끔 스캔했다.아주 일반적인 의향서였다.일반적으로는 온라인으로 결제하는 서류에 해당하였다.하지만 어젯밤 일로 안시연은 임유정에게 경각심을 더 세웠지만 티 내지 않고 서류를 잘 챙겼다.“언제까지 제출하면 될까요?”임유정이 말했다.“오늘 퇴근 전이요.”“네.”안시연이 공손하게 대답하더니 몸을 돌려 사무실에서 나왔다.그때 임유정이 갑자기 그녀를 불러세웠다.안시연이 다시 몸을 돌렸다.“다른 지시 사항 있으신가요?”임유정이 조용히 그녀를 쳐다보더니 입꼬리가 슥 올라갔다.“그냥요. 안색이 안 좋아 보이길래. 혹시 어디 아파요?”안시연은 가식적인 임유정의 태도에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아닙니다. 저는 괜찮습니다. 관심 감사합니다.”“다행이네요.”둘은 서로 미소를 주고받았다.안시연은 그제야 문을 열고 나왔다.안시연이 나가자마자 임유정은 얼굴이 굳어졌다.솔직히 말해서 임유정은 연정훈이 그렇게 쉽게 여자를 임신시킬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안시연의 여우 같은 얼굴을 확인하니 그럴 법하다고 생각했다.원래는 바로 연정훈의 어머니 김세연에게 알리려 했지만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것 같아 고민 끝에 먼저 시험해 보기로 했다.그 시험에 이용하기 좋은 사람이 바로 차시훈이었다. -안시연은 임유정과 차시훈을 똑같이 경계했다.같은 여자지만 안시연에게 차시훈이나 임유정이나 별반 다를 바 없었다.안시연은 차시훈과 같은 공간에 있는 게 싫었기에 LC그룹으로 가기 전에 차시훈에게 연락했다.“지금 바쁘신가요?”“괜찮아요. 회사 로비에 있는 커피숍에서 기다릴게요. 커피도 한잔 같이할 겸요.”“네, 그럼.”전화를 끊고 나서야 안시연은 한숨 돌릴 수 있었다.커피
안시연이 걸음을 멈췄다.“뭐라고요?”주효진은 진작에 조이현에게서 들어서 알고 있었다. 안시연이 연정훈을 꼬셨다고 말이다. 하지만 주효진은 믿지 않았다. 하지만 아까 올라온 사진을 보자마자 바로 안시연이 생각나 순간 화를 참지 못했다.주효진은 심호흡을 하더니 도발적인 미소를 지으며 안시연에게 말했다.“발랑 까진 여자가 많다고요.”안시연의 입꼬리가 올라갔다.안시연은 오늘 화장에 조금 힘을 주었기에 평소와 다르게 청초함보다는 여성미가 더 돋보였고 눈동자가 매우 매혹적이었다.주효진이 이렇게 나올 거라는 걸 예상한 안시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부드럽게 말했다.“맞아요. 참 발랑 까진 여자가 많아요.”안시연은 이렇게 말하더니 주효진을 아래위로 훑으며 눈으로 욕했다.주효진은 안시연이 자기를 비웃을 줄은 몰랐기에 순간 눈동자가 커졌다.하지만 주효진이 화를 내기도 전에 안시연은 오만하게 고개를 살짝 들어 올리며 그녀를 지나쳤다.주변에 사람이 많았고 입사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기에 주효진은 일을 크게 벌일 엄두가 나지 않아 안시연을 그냥 보내줄 수밖에 없었다.일단 입씨름에서라도 이겼으니 안시연은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하지만 그래도 살 도리는 해야 했다.약속 시간에 맞춰 LC그룹 로비에 있는 카페에서 차시훈을 기다렸다.밥때가 거의 되었기에 차시훈은 자리에 앉자마자 일보다는 안시연에게 밥을 사겠다고 했다.안시연은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대표님, 죄송합니다. 요즘 다이어트 중이라 점심에는 샐러드만 먹습니다.”말이 끝나기 바쁘게 안시연은 커피숍의 메뉴를 가리켰다.“괜찮으시면 제가 사겠습니다.”차시훈은 웃더니 장난기 섞인 눈빛으로 말했다.“안시연 씨는 전혀 틈을 안 주네요.”안시연은 대꾸하지 않았다.메뉴가 나오기 전에 안시연은 서류를 꺼냈다.안시연은 대수롭지 않게 사인했지만 딱히 서류를 돌려주지는 않고 오히려 그녀와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그 사이에 메뉴가 전부 나왔다.차시훈은 포크와 나이프를 가지다가 실수로 커피를 건드려 절반쯤 흘러나왔다.
병원.안시연은 의자에 기대 의사의 진료를 기다렸다.테이블에 놓인 각종 보고서는 모두 아까 진행한 검사 결과였다.이승우가 옆에서 여유롭게 다리를 꼬고는 의사의 판단도 듣기 전에 맞은편에 앉은 부부에게 물었다.“거기 두 분, 제 친구가 심각한 부상을 당했는데 뭐라고 말씀 좀 해보세요.”이씨 가문 일곱째라는 신분이 있는데 누가 감히 그의 말에 반박할 수 있을까.차시훈의 ‘와이프’는 성질을 내려 했지만 차시훈이 이를 억지로 잡아 눌렀다.“이승우 씨,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차시훈이 난처하게 웃으며 말했다.이승우는 안시연 옆으로 다가가더니 말했다.“여신님, 배상은 얼마나 받으면 될까요?”안시연은 어안이 벙벙했다.하지만 약값을 생각해 그나마 합리한 금액을 말했다.“육...(십만 원)”이승우가 손가락을 튕기며 말했다.“육천만 원이요.”안시연은 화들짝 놀랐다.차시훈은 금액을 듣고 많이 쓰리긴 했지만 그래도 한시름 놓았다.돈으로 다른 수모를 막을 수만 있다면 좋은 일이다. 만약 안시연이 이승우와 썸씽이 있다는 걸 미리 알았으면 안시연을 어떻게 해보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젊은 여자가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는지 더 난리를 피우려 했지만 차시훈은 아예 욕설을 퍼부으며 쫓아내 버렸다. 그러더니 그 자리에서 안시연에게 수표를 건네주었다.한번 당한 걸로 6,000만 원을 번 안시연은 멍해졌다.돈을 받은 걸 확인한 이승우는 손을 저으며 그 두 ‘부부’에게 꺼지라고 했다.검사실이 다시 조용해졌다.안시연은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그녀는 이승우를 바라보며 말했다.“이승우 씨, 감사합니다.”“이게 뭐라고, 별말씀을요.”이승우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의사에게 자세한 상황을 확인했다.“뼈는 문제없어요. 근데 멍은 좀 들 것 같네요. 약 잘 먹고 파스 잘 붙여요.”“별문제 없다니 다행이네요.”이승우는 사람을 시켜 약을 가져오라고 하고는 안시연의 퇴원을 도왔다.주차장으로 가는 길 내내 안시연은 연신 감사 인사를 전했다.이승우가 물었다.“
차는 한 개인 별장 앞에서 멈췄다. 이승우는 물을 한 모금 마시더니 말을 이어갔다.“외국으로 연수 가라고 했는데 거절했다면서요?”“네...”“그럼 기대해요. 앞으로 많은 일이 일어날 거예요.”이승우는 안전벨트를 풀더니 편한 자세로 고쳐 앉고는 선글라스를 낀 채 나른하게 안시연을 바라보며 말했다.“어떻게 대처할 거예요?”안시연이 말했다.“닥치는 대로 해결해야죠 뭐.”이승우가 고개를 저었다.“그런 생각으로 응하면 안 돼요. 내가 방법 알려줄게요. 단번에 해결할 방법.”안시연은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을 기다렸다.“방법이라면 오늘 밤 바로 정훈이랑 잠자리를 가지는 거예요.”안시연은 말문이 막혔다.안시연의 어이없다는 표정을 확인한 이승우는 계속 그녀를 부추겼다.“임유정이 당신을 괴롭히면 당신은 임유정이 좋아하는 남자를 괴롭히는 거예요. 말 되죠?”안시연은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임유정이 안시연 씨를 그렇게 괴롭히는 데 그냥 참고만 있을 거예요?”“사람이 참고만 살면 안 돼요. 다혈질로 살 필요도 있다니까요.”“내가 안시연 씨면 지금 당장 정훈이를 찾아서 잠자리를 가질 거예요. 그것도 모르는 사람이 없게, 엄청 시끌벅적하게요. 다른 건 몰라도 임유정에게 크게 한 방 먹일 수 있으니까요.”이 말에 안시연이 풉하고 웃음을 터트렸다.이승우는 어여쁜 그녀의 얼굴을 보며 자기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내 말 틀려요?”“모르겠어요. 근데 자꾸만 나쁜 짓 하게 부추기는 것 같아요.”“그럴 리가요. 저는 다 시연 씨를 위해서 그러는 거죠.”창밖에서 누군가 지나가더니 도어를 두드렸다.이승우가 도어를 열더니 그 사람과 몇 마디 너스레를 떨었다.“그래. 먼저 들어가. 금방 갈게.”이승우는 이렇게 말하더니 안시연을 돌아봤다.“내려서 같이 밥이나 먹을래요?”안시연은 차시훈을 얼버무리기 위해 점심에 대강 샐러드만 먹었더니 지금 배고파 현기증이 날 지경이었다.“저는 다시 회사로 들어가 봐야 해요...”“다시 들어가기는, 지각하든 안 하든 임
안시연은 아직 벙찐 상태였다. 하지만 이승우는 그녀를 끌고 사람들 앞으로 다가갔다.그녀는 심장이 덜컹했다.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연정훈의 시선을 피했다.연정훈 옆에 선 젠틀해 보이는 남자가 웃으며 농담을 던졌다.“정훈 씨가 자기라고 부르는 사람이 한둘이어야지. 처음 보는 이분은 누구세요?”이승우는 연정훈을 한번 쓱 훑더니 일부러 안시연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안시연은 숨을 들이마시더니 놀란 토끼 눈으로 이승우를 쳐다봤다.하지만 이승우는 이를 무시한 채 오버하며 말했다.“자기 중에서도 제일 아끼는 자기죠. 일반적인 장소에는 아까워서 부르지도 않아요.”질문을 던진 남자는 분칠하지 않아도 빼어난 안시연의 미모를 보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럴만하네요.”“그렇죠?”이승우는 입을 샐쭉거리더니 연정훈을 향해 턱을 빼 들며 말했다.“연 대표는 어떻게 생각해?”연정훈은 와인잔을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안시연에게는 아예 시선도 주지 않았다. 그러고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괜찮네.”사람들이 놀랐다.연정훈이 여자를 칭찬하는 건 드물었기 때문이다.이승우는 속으로 그런 연정훈에게 콧방귀를 뀌었다.‘괜찮네? 좋아 죽으면서.’이승우가 입을 열려는데 연정훈이 그를 쳐다보며 유유히 입을 열었다.“너랑 있기엔 아깝다.”연정훈의 허를 찌르는 공격에 이승우는 잠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사람들이 웃음을 터트렸다.화제의 중심에 있는 안시연은 말할 틈이 없었다.이 자리가 너무 불편해 살짝 몸을 돌려 이승우에게서 벗어나려 했다.그때 위층에서 소리가 들려왔다.“무슨 말 하는데 이렇게 즐거워요?”여자 목소리였다.그 소리를 들은 안시연은 순간 얼굴이 굳었다.여느 사람들처럼 위로 시선을 돌리니 아니나 다를까 임유정이 2층에 서있었다.임유정도 안시연을 보고 멈칫하더니 이내 긴장한 듯한 기색이 스쳤다.안시연은 당하지 않아도 될 변을 당한 걸 생각하니 속에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이승우가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지금이에요. 한 방 제대로 먹어야죠.
“생각해 봤는데 고작 야식은 조금 억울한 것 같아.”“이 손 놓고 말해!”“대화는 여기까지. 말로는 내가 너한테 상대도 되지 못하잖아.”“오빠 정말... 읍!”부승희는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소파 뒤의 사람들은 두 사람의 움직임에 집중하느라 모두 조용해졌다.양혁수는 고개를 돌려 고양이처럼 두 눈을 반짝이는 변여름을 바라봤다.그리고 몰래 혀를 쯧쯧 하며 말했다.“여름아?”변여름은 빠르게 고개를 돌렸고 양혁수는 변여름을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그 의미를 알아차린 변여름은 빠르게 고개를 숙이고 두 손으로 헤드셋을 움켜쥐었다.‘아무것도 안 들린다... 아무것도 안 들려...”“...”이어서 또 찰싹 손을 내리치는 소리가 들려왔다.‘세상에 너무 아프겠다.’부승원은 미간을 꾹꾹 누르다가 말했다.“이승우.”소파에서 입을 맞추던 두 사람은 드디어 행동을 멈췄다. 부승희는 이승우의 품에 안겨 꼼짝도 하지 못했고 두 손도 잡혀 아예 움직이지 못했다.부승원의 경고에 이승우는 하던 행동을 멈추고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두 사람의 거친 호흡 소리가 들려오고 부승희는 시선으로 사람을 잡아먹을 것처럼 이승우를 노려보았다.이승우는 침을 꿀꺽 삼키면서 입술을 매만졌다.지금 쿵쿵 뛰는 심장 소리만 들려왔고 입술 끝엔 옅은 알코올 향이 남아 있었다. 이승우는 평소에 위스키도 단맛만 골라 마셨고 부승희는 그 단 향이 사라지지 않아 여러 번 침을 삼켜도 여운이 남았다.‘젠장! 감히 어떻게 나한테!’부승희가 자리에서 일어서려고 버둥거리자 이승우는 아예 부승희를 소파에 눕혀 버렸다.부승희는 깜짝 놀라 손을 빼내 이승우의 가슴을 밀쳤다.‘정말 미친 거 아니야?’이승우는 양손으로 지탱한 채로 부승희를 내려다보았고 턱을 살짝 세우더니 부승희더러 제 입술을 보라고 시늉했다.“네가 물어뜯었나 봐 너무 아파.”부승희는 두 눈을 꼭 감고 속으로 욕을 읊조렸다.“오빠가 자초한 거잖아.”이승우는 술기운이 확 올라왔고 방금 상황을 떠올리며 점점 더 용기가 생겼다.
이승우가 말을 마치자마자 부승희는 손을 휙 빼냈고 손등으로 이승우의 뺨을 찰싹 때렸다.쨕!너무 높지 않은 소리였지만 주변 모든 사람이 그 소리를 들었다.한우빈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뭐야, 왜 손찌검까지 하는 거야?”“손찌검인지 다른 건지는 모르지.”양혁수가 농담 섞인 목소리가 들려오자, 부승희는 이를 꽉 깨물고 소파 등받이에 몸을 푹 기대 얼굴이 보이지 않게 가렸다.이승우도 이런 부승희를 따라 추욱 몸을 늘어뜨리더니 부승희의 옆으로 찰싹 달라붙었다.부승희는 이승우를 아니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옆으로 살짝 움직였다.그러자 이승우도 그 옆으로 움직였다.부승희는 차가운 시선으로 경고를 날렸지만 이승우는 당황하지도 않고 얼굴을 들이밀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술을 많이 마셔서 그런가 손놀림이 예전 같지 않네?”“오빠 정말 내 손에 죽어볼래?”‘정말 물에 빠져도 입만 동동 뜰 사람이야.’이승우는 웃음을 터뜨렸다. 소파 쿠션으로 둘 사이를 갈라놓은 부승희는 애써 꾹꾹 참으며 말했다.“할 일이 남아 이만 가볼게. 함부로 그 입 놀리면 알지?”그리고 부승희는 자리에서 일어섰다.이승우는 두 눈을 감고 있었지만 정확하게 부승희의 손목을 잡아당겼다.다시 원위치로 돌아온 부승희는 짜증 섞인 말투로 말했다.“뭐 하자는 거야?”“널 위해 거짓말하는 거면 나도 이득이 있어야 하지 않겠어?”“이득은 무슨.”‘양심이라는 게 있긴 한 건가?’이승우는 고개를 돌려 부승희와 시선을 마주했다.“내가 너한테 호감이 있다고 해서 이렇게 함부로 대하는 건 아니지. 나도 한성격 하는 사람인데 결국 참지 못하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네 체면 구기면 어떡해?”“그러기만 해봐.”“나도 그러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괜히 오기 부리지 말고 우리 좋게 말로 하자.”부승희는 이승우에게 잡힌 손목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얼굴이 시뻘게진 이승우를 보며 술을 적지 않게 마셨다는 게 떠올랐다.그러니 술주정뱅이한테 무슨 말을 하겠는가? 양시연 무리만 있었으면 몰라도 다른
양시연은 노지혜가 카드를 나누는 모습을 보며 부승희에게 눈빛으로 신호를 주려 했지만 부승희가 너무 술을 마셔서 경계심이 떨어져 그녀의 눈빛을 놓쳤다.결국 마지막 판에서 부승희가 걸렸고 이승우가 카드를 던졌을 때 부승희는 순간 멍해졌다.노지혜는 왕으로서 웃으며 종이 한 장을 뽑더니 원래 3겹으로 되어 있던 종이를 풀어 얇은 한 장을 꺼냈다. 그리고 그들에게 종이로 입맞춤하라고 했지만 종이는 절대로 찢어지면 안 된다고 요구했다.그 종이는 나비의 날개처럼 얇아서 조금만 다쳐도 찢어질 정도였다.노지혜가 말했다.“입맞춤해서 종이가 찢어지면 그때는 두 번 입맞춤하고 종이가 찢어지지 않을 때까지 해야 해요.”그녀는 세 장의 나비 날개처럼 얇은 종이를 펼쳐 보이며 부승희에게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신뢰를 주려 했다.부승희는 침을 삼켰고 술기운이 확 사라졌다.모두가 그녀와 이승우를 주목했고 이승우는 무덤덤하게 술잔을 내려놓고 손으로 머리를 받치며 고개를 들고 그녀를 바라봤다.‘어떻게 해야 하지?’‘뭘 어떻게 하긴.’부승희는 그를 한 대 때리고 싶은 마음이었다.‘정말 재수 없네. 마지막 판에서 이렇게 걸리다니.’부승희가 말했다.“우리 진 거니까 고마 주스를 마시며 벌칙을 받을게요.”변여름은 이번엔 직접 주스를 주지 않고 게임 규칙을 읽기 시작했다.“언니, 게임 시작할 때 혁수 형이 말했잖아요. 결혼한 사람을 제외하고 다른 사람은 벌칙을 자진해서 요청할 수 없다고.”부승희는 어이없었다.“...”‘뭐야. 양혁수는 너의 조상이라도 돼? 양혁수의 말을 다 기억하고 있네.’부승희는 입만 뻐끔거렸고 그때 노지혜가 말을 이었다.“언니, 혹시 게임을 할 엄두가 없는 거예요?”‘엄두가 없다고? 내 사전에는 그런 단어가 있을 리가 없어. 그건 불가능해.’부승희는 발이 묶인 듯한 상황에서 더 이상 빠져나갈 수 없었다. 그녀는 이승우와 불편한 상황이 되지 않으려 했고 어쩔 수 없이 새로운 친구인 변백호에게 눈길을 보냈다.변백호는 부승희와 노래를 부른 뒤 그녀
게임이 계속되는 동안 몇 차례 실패를 거듭하자 양혁수는 졸음이 싹 달아나더니 결국 포기한 듯 변백호의 허리를 단단히 감싸 안았다.“가만히 있어요. 내가 할게요.”변백호는 당황하며 욕설을 내뱉었다.“양혁수 씨, 대체 어디를 만지는 거예요?”“내가 어디를 만질 수 있겠어요?”양시연과 주변 사람들은 폭소를 터뜨렸고 남자들은 차마 그 장면을 직시할 수 없었다.우여곡절 끝에 탁구공을 배까지 운반하자 반우희가 가장 먼저 박수를 쳤다.“와 두 분 생각보다 잘 어울리는데요?”부승희도 맞장구치며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두 분 다 훈훈하니까 보기 좋아요.”그 순간 부승원의 시선이 반우희에게 잠시 머물렀다.양시연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사실 나 예전부터 변백호 씨가 양혁수를 짝사랑하는 게 아닌지 의심했어요. 뭔 일만 있으면 도와주잖아요?”양혁수는 능글맞게 웃으며 변백호를 바라봤다.“방금 나랑 그렇게 오랫동안 붙어 있었는데 아주 좋았겠네요?”변백호는 질색하며 단호하게 말했다.“꺼져요.”‘진짜 뻔뻔하네.’양혁수와 변백호의 티격태격하는 모습에 방 안은 다시 웃음으로 가득 찼다.다음 라운드에서 양시연이 왕을 뽑았다. 혹시라도 자신이 걸릴까 봐 조마조마했던 그녀는 비교적 쉬운 벌칙을 정했다.“2번과 4번이 듀엣으로 러브송을 부르기!”뜻밖에도 2번과 4번은 변백호와 부승희였고 별로 어려운 미션도 아니라 두 사람은 가볍게 자리에서 일어나 노래를 골랐다.부승희는 편곡된 ‘사랑’이라는 곡을 선택했는데 뜻밖에도 변백호도 그 노래를 알고 있었다.“서로가 함께 잠이 들고 나비처럼 함께 날아가네. 온 정원에 봄빛 내려 우릴 감싸안았지. 가만히 스님에게 여인이 예쁜지 물어보았네.”두 사람의 목소리는 모두 듣기 좋았고 함께 부르니 더 매력적이었다.방 안에는 부드러운 분위기가 감돌았고 사람들은 노래를 들으며 조용히 대화를 나눴다.그중에서도 노지혜만이 턱을 괴고 보석처럼 반짝이는 눈으로 변백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나쁜 놈. 지난번
부승원은 체면을 중요시하는 사람이라 공개적인 자리에서는 그런 행동을 하지 않겠지만 만약 그가 공개된 자리에서 규칙을 어기라고 한다면, 그것 역시 따르지 않을 것이다.모두가 연정훈이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해하며 지켜보고 있었고 이승우는 계속해서 그를 압박했다.부승원이 조용히 술을 마시며 움직이지 않자 반우희는 손을 들었다.부승희가 물었다.“우희 씨, 무슨 일이에요?”반우희가 대답했다.“부승원 씨에게 강제로 입맞춤을 신청할게요.”모두가 침묵했다.“...”방 안은 웃음소리로 가득 찼고 부승원은 잠시 침묵했다. 그의 정직한 표정이 잠시 억지로 유지되는 듯했다.‘순진하구나.’반우희는 한우빈에게 물었다.“한우빈 씨, 저 해도 될까요?”한우빈은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안 돼요.”“네?”한우빈은 반우희를 놀리듯 말했다.“우희 씨, 규칙을 어기려고 하는 거죠? 내가 동의하려면 먼저 세 잔의 고마 주스를 마셔야 해요.”“너무 잔인하네요.”노지혜는 어깨를 떨며 그 기회를 틈타 변백호의 품에 파고들었다.변여름은 입술을 삐죽이며 생각했다.‘애교쟁이.’양혁수는 거의 잠이 들었지만 그녀의 행동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곧 눈을 가려야 할 거야.”결국 반우희는 머뭇거리며 대답했다.“좋아요. 마실게요.”변여름은 그녀에게 고마 주스를 건넸고 반우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빨대 3개를 달라고 했다. 한 번에 다 마실 생각이었다.모두가 속으로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3 2...’반우희가 빨대를 입에 물려는 순간 옆에 앉아 있던 사람이 갑자기 그녀를 끌어당겼다.그녀는 반응할 새도 없이 큰 손이 반우희의 얼굴을 돌려 따뜻한 입술이 그녀의 입술에 닿았다.반우희는 눈을 크게 뜨며 놀랐다.그 순간 부승원은 진심으로 사람들의 예상과 달리 입술을 반우희에게 완전히 맞췄다. 단순히 살짝 닿은 것이 아니라 진지하고 깊은 키스였다.연정훈은 잠시 양시연을 바라보았고 양시연은 그의 품에 기대어 평온을 가장했다.부승희와 이승우는 가까이 가서 구경하며 플래시가 계속
반우희는 고민할 것도 없이 말했다.“임신이에요.”모두가 일제히 양시연을 바라보자 그녀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때 변여름이 차분한 목소리로 끼어들었다. 그녀의 말투는 마치 백과사전을 읊는 듯했다.“인간의 임신과 동물의 출산 후 회복 기간은 많이 다르니까 그렇게 쉽게 임신할 수 없어요.”순간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이 침묵했다.“...”반우희는 어색하게 웃음을 지었다.모두가 알다시피 부승희는 술에 취한 척하면서도 속에 품은 의도가 뻔히 보였다. 그녀는 변여름에게 이어폰을 끼우게 하더니 다시 장난스러운 눈빛으로 말했다.“우린 당연히 시연 씨가 임신이 아니라는 걸 알죠. 사실 내가 물어보려던 건... 흠...”부승희는 턱을 괴고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연정훈을 바라보았다.“연정훈 오빠, 벌써 100일이 지났는데... 두 사람 다시 관계를 가졌어?”양시연은 순간 멈칫했다.‘다시...관계를 가졌냐고?’얼굴이 순식간에 달아올랐다.“뭐라는 거예요.”부승희는 손뼉을 치며 웃었다.“이 정도 질문은 괜찮잖아?”양시연은 얼굴을 돌리며 투덜거렸다.“누가 그런 걸 알고 싶어 하겠어요.”그러나 사람들은 누구도 대답하지 않았고 그저 웃을 뿐이었다.그런 분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부승희는 다시 연정훈에게 시선을 돌렸다.“오빠, 말해 봐.”연정훈은 짧지만 단호하게 답했다.“없어.”양시연은 고개를 돌렸지만 얼굴은 점점 더 붉어졌다.주변 사람들은 다소 놀란 기색이었다. 그녀가 전에 큰 부상을 당했지만 이 정도 시간이 지나면 이미 괜찮아졌을 거로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때 부승희가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연정훈에게 다가가 물었다.“오빠 누구 문제인 거야?”연정훈은 여유롭게 대답했다.“이건 다음 벌칙에서 물어볼 질문이야.”부승희는 혀를 차더니 박수를 치며 말했다.“두고 보자고.”그러면서 다시 게임을 진행했고 반대편에서 한우빈이 불만스럽게 오늘에 게임이 재미없다며 중얼거렸다.“자리에 있는 여자는 제수씨 아니면 형수잖아요.”“괜찮아요. 남자
변여름은 고개를 저었다.“여기서 보면 안 돼요?”부승희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했다.“여름아, 이건 어른들이 하는 게임이야.”“알아요. 만약 키스하거나 더 과격한 행동을 한다면 저는 눈을 가릴게요.”부승희는 침묵했다.“...”‘됐어. 뭔가 이 아이는 귀엽고 장난기 있는 느낌이랄까.’부승희는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알았어. 그럼 여름이를 데리고 같이 놀자.”그녀는 가정부에게 시켜서 변여름에게 안대와 마스크를 가져다주었다. 변여름은 순순히 받아 들고 자세를 바르게 앉았다.게임에 참여한 사람은 이미 열 명이었고 부승희는 아직 참여할 사람이 적다고 느껴 더 많은 사람을 불러야 한다고 급히 말했다. 한우빈에게 여자를 데려오라고 했지만 한우빈은 여자가 어디 있겠냐며 아무 여자나 불러야 했다.“내가 부르는 거보다 우리 이 도련님이 부르면 얼마든지 올 수 있을 텐데.”“헛소리하지 마.”이승우가 한우빈의 말을 끊었다.“난 언제나 조용하고 정직한 사람이야. 어떻게 그렇게 많은 사람을 부를 수 있겠어?”모두가 웃었고 부승희는 이승우를 째려보았다.양시연이 말했다.“사람도 많고 이제 시작해도 돼요.”부승희는 양시연에게 윙크를 하며 말했다.“시연 씨 되게 기대하는 눈치네요.”양시연은 손을 흔들며 말았다.“저는 그저 여러분이 나중에 과하게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여름이도 있으니까요.”변여름은 현장에서 장비를 착용했다.양시연은 침묵했다.“...”부승희는 어깨를 으쓱했다.연정훈 부부와 부승원 외에는 모두 게임에 능숙한 사람들이었고 반우희는 예외였다. 그녀는 흥분한 생태였고 또한 모르는 사람은 죄가 없는 법이었다.예전에 양주 첫 번째 모임에서 그녀는 당당히 노래를 불렀고 그때부터 그녀의 뻔뻔한 정도가 얼마인지를 알 수 있다.게임이 시작되기 전에 부승희는 일부 벌칙을 준비시키라고 했다.“고마 주스, 고등어 국물, 불닭 과자, 감자.”반우희는 호기심에 가득 차 물었다.“감자도 벌칙이에요?”부승희는 말했다.“우희 씨, 세 번 연
다음 날 태양의 백일잔치가 강남시티에서 열렸다. 규모는 컸지만 연씨와 양씨 두 집안의 신분을 고려해 양시연은 호텔에서 요란하게 진행하는 대신 집에서 열기로 했다.어차피 집이 아주 넓어 손님을 맞이하는 데 전혀 부족함이 없었고 아침부터 축하 선물을 보내오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았다.태양은 할머니 품에 안겨 아래층에서 손님들을 맞이했는데 내내 얌전하게 있었고 한 번도 울지 않았다.가족 간의 복잡한 관계 외에도 양시연과 연정훈의 친구들까지 모두 참석해 집 안은 북적였다.반우희는 이른 아침부터 세 아이를 데리고 왔는데 특히 정성을 들여 동생들과 함께 백 개의 장수 만두를 빚었다.장수를 기원하는 의미가 담긴 이 만두를 본 표세연은 더욱 흐뭇해하며 만나는 사람마다 내 딸이라며 자랑을 늘어놓았다.온 집안이 축제 분위기로 들뜬 가운데 오랜만에 부승희가 모습을 드러냈다. 양시연은 그녀를 정말 오랜만에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부승희는 살짝 그은 피부를 하고 있었는데 요즘 햇볕을 많이 쬐었는지 얼굴에 건강한 윤기가 돌았다.높게 묶은 포니테일은 가느다란 세 갈래 땋기로 여러 가닥 나뉘어 있었고 작은 큐빅 장식이 박혀 있어 그녀는 한층 더 활기차 보였다.문을 들어서자마자 그녀는 태양부터 보겠다며 부산을 떨었고 양시연이 직접 안아 보여주자 부승희는 혀를 차며 말했다.“생각보다 영리하게 생겼어요. 연정훈 오빠의 장점은 물려받지 않은 것 같아요.”양시연은 그녀의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이승우 등도 도착했다.연정훈은 태양을 안아 들고 자연스럽게 솔로인 친구들 무리에 들어가 그들에게”아들이라는 새로운 생물”을 소개했다.부승희는 양시연 옆에 앉아 한숨을 쉬며 말했다.“시연 씨가 이렇게 잘 사는 거 보니까 나도 결혼하고 싶어져요.”양시연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하면 되죠. 부승희 씨한테 결혼하자고 매달리는 사람도 있잖아요?”부승희는 눈을 굴리며 남자들 쪽을 힐끗 쳐다봤다. 그러다 이승우가 태양을 안고 있는 걸 발견하고는 깜짝 놀라며 말
변백호 남매가 온 이유는 한편으로 백일잔치에 참석하기 위해서였고 다른 한편으로는 중요한 일을 처리하기 위해서였다.식사 후 태양은 양지원에게 맡기고 양시연과 다른 사람들은 서재에 모였다.변백호가 말했다.“양민아 씨는 100% 성형을 해서 얼굴을 바꿨어요. 당신들은 절대로 찾을 수 없을 겁니다.”양혁수는 책상 끝에 기대어 라이터를 가지고 장난을 치고 있었고 불꽃이 튀어 오르며 그의 얼굴을 비췄는데 그 표정은 조금 음침해 보였다.옆에서 연정훈과 양시연은 소파에 앉아 있었고 양시연은 생각에 잠겨 있었으며 연정훈은 조용히 차를 따라 양시연 앞에 있는 정교한 도자기 컵에 부었다.양시연은 정신을 차리고 뜨거운 연기 속에서 그를 한 번 쳐다보며 표정을 풀고는 차를 들었다.양혁수는 모일 것을 눈으로 살피며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역시. 두 사람 부부 아니라고 할까 봐.’연정훈이 말했다.“양민아는 남지국에 있어. 아마 작은 도시 하나일 거야.”“어떻게 알았어요?”“양민아는 임신했어. 조재민 씨는 한편으로 양민아가 체포되어 문제가 생길까 봐 걱정하고 또 한편으로는 그 아이를 신경 쓰고 있어. 양민아를 보내는 경로는 네 구간으로 나뉘어져 있고 각각 독립적으로 정교하게 계획되어 있어. 얼마 전 임성원이 그 사람의 사람들을 통해서 정보를 얻었지.”“조재민 씨를 아직 두고 있어요?”양혁수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연정훈 씨에게 해를 끼치려면 어떻게 하려는 거죠? 당신 아버지가 이번에 이긴 것뿐이지 왕위에 오른 것도 아니고 당신을 주시하는 사람은 많아요. 당신이 혼자 자초해서 일이 생긴 거라면 상관없지만.”양혁수는 양시연을 바라보며 말했다.“내 동생과 조카를 끌어들이지 마세요.”양시연은 잠시 말문을 열지 못했다.“…”그녀는 목을 가다듬고 연정훈을 대신해 설명했다.“정훈 씨는 이미 처리하려 했어요. 그런데 얼마 전 아빠가 찾아와서 사람을 다른 곳으로 옮겼어요. 우리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했죠. 시간이 지나면 그 사람을 처리하거나 다시 우리에게 넘겨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