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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1화

Author: 라오
연정훈은 양시연을 안아 들고 가장 가까운 방으로 향했다.

“슬리퍼 달라고 할까?”

양시연은 왠지 기분이 이상했다.

‘언제 내 발목까지 본 거야?’

잠시 고민하던 양시연이 말했다.

“도우미에게 대신 말해줘요.”

연정훈은 말없이 방을 나서더니 2분 뒤 퍼 슬리퍼를 챙겨 돌아왔다.

양시연은 허리를 숙여 하이힐을 벗으려 했다.

그러나 연정훈이 한 발 더 빨랐으며 먼저 양시연의 발목을 잡았다.

하이힐이 벗겨지고 연정훈의 손 온도가 느껴지자 양시연은 저도 모르게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양시연은 천천히 퍼 슬리퍼로 갈아신었다. 한 여름이지만 시원한 에어컨이 틀어진 방에서 퍼 슬리퍼가 아주 편안하게 느껴졌다.

연정훈이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씻으러 화장실로 향했다.

화장실에서 돌아오기 전 양시연은 빠르게 방을 떠나려 했다.

그런데 연정훈이 도망치려는 양시연의 목덜미를 살짝 잡으며 말했다.

“승주한테 갈 거야?”

“상황... 보고요.”

“아이가 직접 초대를 했는데 안 가면 되겠어?”

양시연은 고개를 돌리지 않고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발버둥 쳤다.

“승주 생일 파티에 가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 연정훈 씨 만나고 싶지 않아서 그런 거예요.”

“...”

연정훈은 양시연의 뒤에 서서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손을 뻗어 머리를 두어 번 쓸어내렸다.

양시연은 깜짝 놀라 빠르게 뒷걸음질하며 연정훈을 노려보았다.

그러자 연정훈은 덤덤하게 손을 주머니에 꽂아 넣었다.

진이 빠진 양시연은 곧장 몸을 돌려 밖으로 향했다.

하지만 연정훈은 그 자리에 남아서 조용히 물었다.

“진짜 남자 친구인 건 아니지?”

양시연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 사람이 내 남자 친구가 맞든 아니든 그쪽은 이미 제 전 남자 친구이잖아요.”

“남자 친구가 아니라면 내가 하고 있는 건 정상적인 대시일 테고 남자 친구라면 그 사이에 끼어드는 거잖아.”

“...”

“나도 도덕이 뭔지는 아는 사람이야.”

양시연은 눈을 흘겼다.

그리고 다시 몸을 돌리며 말했다.

“얼굴에 난 상처는 아직 채 낫지 않았죠?”

‘그 주제에 무슨 도덕을 논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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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562화

    양시연이 몇 초간 제자리에 얼어붙었다.변백호는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내 말이 맞지?”“허튼소리 하지 말라고 했잖아.”양시연은 변백호를 흘겨보다가 그 뒤에 선 사람을 보며 말했다.“너나 잘해. 다른 사람 연애사에 관심 가지지 말고.”변백호가 말했다.“정곡을 찌른 사람들은 강한 부정을 한다는 대량의 데이터가 있어.”“...”양시연은 팔짱을 척 끼며 당당하게 말했다.“내가 무슨 정곡이 찔렸다고 그래? 양혁수가 뭐 이상한 사람도 아니고 만나는 게 잘못된 일도 아니잖아.”“그래서 만났어?”“맞춰봐.”변백호는 김이 빠진 듯 벽에 몸을 기댔다.“그 연 대표님이란 사람이 귀찮으면 가짜 남자 친구 찾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 알려줄게. 그냥 그 사람한테 양혁수랑 사귀었었다고 해. 그러면 포기할걸.”양시연은 잠자코 듣고 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너 참 스승이네. 이거 나쁘지 않은데?”그러나 양시연은 바로 표정을 바꾸고 몸을 돌렸다.“먼저 네 사랑하는 제자나 챙겨. 낯선 곳에서 상처받지 않게.”“...”승주와 약속을 했으니 양시연은 승주의 집을 다녀와야 했다.양지원의 생일 연회는 저녁 만찬이 가장 성대했고 곧 양석진도 도착할 것이다.양시연은 다시 양지원을 찾아갔는데 양지원은 다른 유명 인사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편하게 놀다가 일찍 집에 돌아와.”양시연은 마지막으로 양지원을 안아 주고 볼에 뽀뽀했다.모녀 사이가 아주 가까워 보이자 사람들은 속으로 많은 생각을 했다. 아무리 양지원의 친딸이라 해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으니 친딸인지 양딸인지 알 길이 없었다. 상황을 보아하니 양지원은 양민아보다 양시연을 훨씬 더 아꼈다.사람들은 여러 가지 추측을 했지만 양시연이 양지원과 양석진 사이에서 태어난 딸인 것은 감히 상상도 하지 못했다.그 자리에서 벗어난 양시연은 바로 승주를 찾으러 떠나려 했다. 그런데 반우희가 먼저 전화를 걸어와 주차장에서 만나기로 했다.“승주가 차도 구했어요?”“네. 이승우 씨한테 빌렸어요.”양시연은 의아해했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563화

    차량은 천천히 양씨 저택을 떠났다.반우희는 양시연의 옆에 찰싹 붙어 몰래 물었다.“언니, 변백호 씨가 정말 언니 남자 친구 아니죠?”양시연은 잠시 고민하다가 솔직하게 말했다.“아니에요.”반우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우리 시연 언니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데 아무나 만나겠어?’‘이제 안심이야.’반우희는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편히 눈을 감았다.그 모습에 양시연도 한결 기분이 가벼워졌고 입꼬리가 올라갔다.그때, 차량이 멈춰 섰다.승주는 빠르게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익숙하게 손님을 맞았다.양시연은 경고음이 귓가에 울렸다.이어 승주가 아부를 하는 목소리가 들렸다.“형부, 볼일 마치셨어요?”“그래.”연정훈의 차가운 목소리가 이어졌다.양시연은 바로 눈을 흘겼다.‘연정훈이 왜 갑자기 애들 장단에 맞춰주고 난리야?’‘오늘 할 일 없어?’승주는 미리 양시연의 옆자리를 비워두고 연정훈을 기다리고 있었다.옅은 재스민 향이 풍겨오고 양시연은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작은 재스민 꽃이 연정훈의 어깨에서 톡 떨어지는 게 보이고 연정훈에게서 좋은 향이 느껴졌다.연정훈의 차량은 밖에 세워져 있었는데 아마 다른 일을 처리하고 대문 앞에서 기다릴 때 재스민이 어깨 위로 떨어진 것 같았다.차 문이 닫히고 차 안 가득 향이 풍겼다.반우희는 코를 살짝 찡그리며 말했다.“향이 엄청 좋네요.”양시연도 눈을 감고 몰래 향을 느꼈다.향이 오래 지속될수록 연정훈의 존재감은 커졌다.재스민 향은 연정훈에게서 비롯되었고 자꾸 향을 느낄수록 왠지 연정훈의 품에 안겨 향을 맡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최대한 향을 모른 척 외면했다.예전 동네 근처에 오자 재스민 향은 줄어들고 치자나무 향이 물씬 풍겼다.여름이 오면 동네는 치자나무의 향기로 물들었다.그러자 양시연은 외할머니가 치자나무를 참 좋아했던 게 떠올랐다. 치자나무 꽃을 따서 양시연의 머리에 꽂아주기도 했다.외할머니와의 추억에 양시연은 코끝이 시큰거렸다.외할머니가 떠난 것도 벌써 몇 해 전의 일이 되었다.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564화

    “이 사람은 장서진이고 저와 어릴 때부터 함께 큰 친구예요!”반우희는 사람들에게 장서진을 소개했다.장서진은 밝은 사람이었고 활짝 웃는 모습이 반우희와 많이 닮았다.노지혜가 턱을 괴고 눈을 반짝였다.“남자 친구예요?”“당연히 아니죠.”“그럼 저 사람이 남자 친구예요?”노지혜는 부승원을 가리켰다.반우희는 더 세차게 고개를 저었고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제 사장이거든요!”“아 그렇군요...”노지혜는 또 말꼬리를 늘렸다.반우희는 양팔을 쓸어내리며 장서진을 이끌고 주방으로 향했다.소파에 앉은 부승원은 여전히 무표정이었다.오늘 이 자리에 변백호와 노지혜가 참석하는 건 의외가 아니었다. 두 사람은 척 보아도 정상의 범주는 아니었으나 부승원이 여길 온 건 연정훈보다도 더 의아한 일이었다.승주도 같은 생각인 건지 오늘따라 유난히 부승원에게 친절하게 물을 따라주며 챙겼다.양시연은 방안을 빙 둘러보다가 창가에 자리 잡고 창밖을 구경했다. 그리고 반우희에게 주변 상가의 변화를 물었다.“다 비슷해요. 몇 년 동안 큰 변화는 없어요.”반우희의 말에 양시연이 고개를 끄덕였다.같은 공간에 있었지만 사람들은 각자 떠들었다.승주는 부승원과 연정훈이 무리에 어울리지 못할까 봐 바둑을 가져왔다.“자, 마음껏 해요!”두 사람은 할 말을 잃었다.무뚝뚝한 성격의 두 사람은 숨겨진 바둑 고수의 느낌이 있었다.그때 반우희 동생 중 가장 어린 동준이 두 사람 앞으로 다가와 진지한 얼굴로 게임을 지켜봤다.“지금 마음대로 두는 거예요?”“...”“누가 먼저 지나 내기하는 거죠?”그 소리에 희주가 다가와 부승원과 연정훈에게 말했다.“바둑은 마음을 비우고 신중하게 둬야 해요.”“그래. 알겠어.”아이들이 떠나고 부승원은 재차 그 말을 반복했다.“마음을 비우고 신중하게.”“난 마음이 어지러운 게 아니라 보고 싶은 사람이 있어서 그런데 넌 왜 그래?”부승원은 표정 변화 없이 대답했다.“네 생각하느라.”“...”양시연은 여전히 창가에서 멍하니 밖을 바라보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565화

    거실에서.양시연은 소파에 앉아 눈앞의 차를 보며 한참 침묵했다.이건 연정훈이 수납장에서 꺼낸 차로 직접 우린 것이었다.“한번 와봤는데 집이 너무 텅 빈 것 같아서 채워 넣었어.”양시연은 기분이 착잡해졌다. 그래서 차를 한 모금 마시고 아래로 내려갔다.연정훈은 계속 양시연의 뒤를 따랐다.늦은 밤이 되자 밖은 꽤 시원했다.동네의 낡은 주차장을 떠나 어두운 구역까지 걸어가자 오랜 세월 고장 난 가로등 아래에서 한 커플이 키스하고 있는 게 보였다.양시연은 그 사람이 누구인지 한눈에 알아보았다.변백호...소녀는 변백호의 목에 팔을 걸고 품으로 파고들었다. 변백호는 그 손길을 두어 번 피하더니 곧 가만히 노지혜의 손길을 받아들였다.연정훈도 가만히 그 상황을 지켜보았다.양시연이 연정훈을 향해 고개를 돌리자 연정훈도 양시연을 바라보았다.이제 굳이 해명할 필요가 없었다.양시연은 말을 꺼내기도 귀찮아 몸을 돌려 다른 곳으로 향했다.길가에는 연정훈의 차량이 세워져 있었다.“차에 타. 할 말 있어.”양시연이 걸음을 멈췄다.‘그래. 이번엔 확실하게 끝내는 거야.’양시연이 좌수석 손잡이를 당겨 안으로 앉았다.문이 닫히고 밀폐된 공간에는 두 사람만 남겨졌다.연정훈은 외투를 벗어 뒷자리에 두었다. 그리고 셔츠 단추를 두어 개 풀고 편하게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양시연은 차창을 내렸다.두 사람은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담배라도 피울 줄 알았는데 연정훈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그 사람이랑 무슨 사이야?”“말했잖아요. 연인 사이라고.”양시연은 될 대로 되라는 심산이었다.연정훈은 이에 화를 내지도 않고 침착하게 변백호의 신상을 읊었다.“멕하든의 최고 권력 가문인 변씨 가문. 무기 장사로 일떠선 가문이지. 지금도 티후아엔에서 가장 큰 검은 세력이고 변백호는 3년 사이 4번의 암살 위협을 받았어. 변백호의 주변 사람들이 생명의 위협을 받는 건 당연한 일이지.”양시연이 인상을 찌푸렸다.“그렇게 위험한 사람을 왜 굳이 조사한 거예요?”“여기는 경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566화

    “거절할게요.”차 안에서 양시연은 미소를 지으며 한 글자씩 또박또박 말했다.연정훈은 무표정한 얼굴로 이미 예상이라도 한 듯 덤덤했다.지금 연정훈은 유독 담배가 당겼지만, 손에는 담배가 없었다.양시연이 턱을 치켜들며 말했다.“문 열어줘요.”연정훈은 미동조차 없었다.양시연 역시 당황하지 않았다.“정훈 씨가 재결합을 부탁해서 거절했어요. 저를 못 가게 막는 건 정말로 끝까지 매달리겠다는 뜻인가요?”말이 끝나기 무섭게 연정훈은 버튼을 눌러 양시연 쪽 창문을 닫았다.양시연은 어이없었다.“...”연정훈의 행동은 갈수록 이해할 수 없었다.예전엔 자존심이 강해서 무모한 행동은 하지 않을 거라 믿었지만, 강남시티 사건에서 이미 그 믿음은 깨졌다.양시연은 연정훈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마침내 연정훈이 입을 열었다.“재결합을 거절하는 이유를 말해줘.”양시연은 연정훈의 자존심을 잘 알기에 망설임 없이 직설적으로 말했다.“이유는 없어요. 이제 당신을 찾고 싶지 않거든요. 당신에게 권력과 지위가 있어도 나에겐 이제 아무 의미 없어요. 어느 가문이든 그런 정도는 있잖아요? 연애할 거라면 당연히 젊고 활기찬 사람을 찾아야 하지 않나요? 왜 하필 당신이어야 하죠?”연정훈은 침묵했다.“...”양시연은 연정훈의 입꼬리가 살짝 내려가는 걸 보고 연정훈의 아픈 곳을 찔린 걸 눈치챘다.연정훈이 그녀를 한 번 쳐다봤고 양시연은 그 시선에 물러서지 않고 똑바로 맞섰다.오래도록 팽팽한 침묵이 흘렀다.연정훈은 여전히 차 문을 열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양시연은 더 이상 숨기지 않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연정훈 씨, 이렇게 굴면 정말 품위가 떨어지는 거 아시죠? 이렇게까지 매달리면 내가 당신을 가지고 놀까 봐 걱정 안 되세요?”“걱정 안 해.”양시연은 어이없었다.???연정훈은 양시연을 바라보며 깊고 어두운 눈빛을 띠고 미소를 지은 채 입을 열었다.“나는 네가 나를 가지고 놀기를 바라고 있어. 어떻게 가지고 놀거야?”양시연은 어이없었다.“...”‘역시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567화

    양시연은 자신의 청각에 문제가 생겼거나 아니면 연정훈이 미쳤다고 생각했다.‘뭐라고? 정인 그룹을 나에게 준다고?’양시연의 관심은 오로지 정인 그룹에 쏠려 있었지만, 연정훈의 관심은‘결혼’에 맞춰져 있었다.양시연이 얼떨떨해하는 모습을 보며 연정훈이 덧붙였다.“이번 주 내로 하자. 결혼 전에 계약서를 작성하고 모든 절차를 마치면 정인 그룹은 네 것이 될 거야.”양시연은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그래. 내 청각엔 이상이 없어. 연정훈 씨가 미쳤어.’양시연은 연정훈이 절대 동의하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다. 주도권을 쥐고 연정훈을 조롱할 생각이었지만, 그가 이렇게 모든 걸 뒤집는 결정을 내리리라곤 상상도 못 했다.“난 필요 없어요!”양시연은 한쪽 발을 차 밖으로 내밀며 미간을 찌푸렸다.“나는 돈이 부족하지 않아요. 돈 때문에 결혼할 일은 없어요.”연정훈은 한 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살짝 눌렀다.양시연은 순간 당황했다.???연정훈이 말했다.“네가 먼저 요구했잖아. 내가 동의했는데 이제 와서 번복하려고?”“번복하면 어쩔 건데요?”양시연은 당당하게 말했다.“아까 경고했잖아요. 너무 매달리면 결국 내가 당신을 가지고 놀 거라고요. 연정훈 씨, 너무 방심 하신 거 아니에요?”“...”연정훈은 양시연을 차갑게 내려다보며 한참 동안 응시했다.양시연은 좌석에 기대어 옆으로 앉아 있었다. 가늘고 긴 다리를 가지런히 모은 채 섬세한 힐을 신고 하얀 손목으로 머리를 받치며 도전적인 미소로 연정훈을 바라보았다.연정훈은 양시연을 보며 이가 갈릴 듯했다. 그녀를 품에 안아 단단히 제압하고 싶었다.긴 대치 끝에 갑자기 멀리서 강한 불빛이 그들을 향해 비춰왔다.둘은 무의식적으로 얼굴을 돌려 눈이 부신 빛을 피했다.양시연은 손을 들어 눈을 가리며 몇 번 깜빡인 후 손가락 틈 사이로 빛의 방향을 살폈다.검은색 SUV가 가까운 곳에 멈춰 섰고 차 문이 열리며 젊은 남자가 내렸다.그는 검은 반소매 티셔츠에 부드러운 소재의 캐주얼 바지를 입고 밤인데도 검은 야구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568화

    양시연은 묵묵히 양혁수의 뒤를 따랐다.뒤에서 연정훈은 운전석에 느긋이 앉아 그들을 조용히 응시하고 있었다.양시연은 슬쩍 고개를 돌려 연정훈을 힐끗 바라보았다.양시연은 확신할 수 있었다.연정훈의 교활한 여우 같은 성격을 떠올리며 그는 분명 다른 계획을 세우고 있을 거로 생각했다. 적어도 자존심 상할 일을 연정훈이 가만히 넘기진 않을 터였다.양시연이 마음을 정리할 새도 없이 양혁수가 그녀의 손을 잡고는 투덜댔다.“왜 그렇게 쳐다봐? 이미 가져봤던 남자면서 아직도 신선한 느낌이라도 들어?”양시연은 어처구니가 없었다.“...”양혁수는 양시연의 손을 꼭 쥐고 주차된 차 쪽으로 걸어갔다.양시연은 양혁수의 걸음에 맞춰 다소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차에 오르고 나서야 양시연은 백미러를 통해 겨우 연정훈의 차를 확인할 수 있었다.양혁수는 거울을 닫아버렸다.양시연은 어이없었다.“...”쾅!차 문이 닫히자 양혁수는 재빨리 시동을 걸어 양시연을 데리고 멀리 사라졌다.뒤에서는 연정훈도 주저하지 않고 차를 돌려 연씨 가문 저택으로 향했다.가는 내내 차 안은 고요했고 양시연은 양혁수를 몇 번 슬쩍 쳐다봤다.양혁수는 예전보다 한층 성숙해 보였다. 자유롭고 거침없는 매력이 더해져 있었다.갑자기 양혁수가 고개를 휙 돌려 양시연을 바라보았다.양시연은 딱 걸린 듯 입꼬리를 씰룩거렸다.양혁수는 입가에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보려면 두 눈으로 실컷 보라고 나처럼 젊고 생동감 넘치는 얼굴을 많이 보면 네 안목도 높아지지 않겠어? 연정훈 씨 같은 늙은이 그만 포기해.”양시연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양시연은 좌석에 기대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다행이었다.양혁수는 여전히 예전 그 모습 그대로였고 느낌도 예전과 변하지 않았다.그에게 진 빚을 조금이라도 덜 갚을 수 있어서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뒤를 돌아보니 차에 가득 실린 꽃과 선물들 그리고 커다란 케이크가 눈에 들어왔다.“너 원래부터 올 계획이었구나?”“방금 비행기에서 내렸어. 이 물건들은 미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569화

    “그냥 소소한 물건일 뿐이에요.”양석진이 무심하게 대답했다.양홍두는 노안경을 밀어 올리며 피식 웃었다.이 부자는 본래 말수가 적어 함께 있으면 서로 말없이 눈빛만 주고받는 사이였다.그때 마당에서 들려오는 말소리에 둘은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먼저 양지원이 들어왔다. 오늘 그녀는 자연스러운 볼륨이 살아 있는 웨이브 머리로 우아함을 더했다.환한 미소가 양지원의 얼굴에 평온하고 온화한 아름다움을 더해 주었다.양지원은 양석진을 보자 반가운 기색이 얼굴에 가득 번졌다.양시연도 잠시 뒤 따라 들어와 뜻밖의 모습에 놀란 듯 입을 살짝 벌렸다.양혁수는 여유롭게 그들 앞을 지나가 소파에 털썩 앉으며 농담을 던졌다.“외삼촌, 몇 년 만에 뵙는데 우리 집 여자들 앞에서는 여전히 최고 인기남이시네요.”양석진이 가볍게 받아쳤다.“너보다는 조금 나은가 보네.”“조금은 아니죠. 우리 집 큰아씨가 삼촌을 보는 눈빛이 정말 특별하던데요.”양지원은 당황했다.!!!“이 녀석,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양시연은 웃음을 터뜨렸고 양혁수는 소파에 기대어 장난스러운 눈빛으로 양시연을 바라보며 말했다.“제가 과장한 건지 시연한테 물어보세요. 아마 맞는 말일 겁니다.”“집에 돌아오자마자 쓸데없는 소리만 하는구나.”“네.”양혁수는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억양을 늘리며 대답했다.“제가 헛소리하는 게 아니고 누군가를 좀 보세요.”양지원은 어이없었다.“...”양홍두가 가볍게 헛기침했다.이를 본 양혁수가 일부러 놀리듯 말했다.“아이고. 할아버지도 여기 계셨군요.”양홍두는 아무 말 없이 미소를 지었다.“...”사실 큰손자가 친손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처음 들었을 때 양홍두는 이를 받아들이기 어려웠다.하지만 지금은 이미 많은 것들을 내려놓은 듯했다.양홍두는 읽고 있던 책을 내려놓고 말을 꺼냈다.“이제는 결혼할 사람을 찾아서 너도 좀 잡아놔야겠구나. 그렇게 오래 밖에 나가 있다가 우리 얼굴 보러 올 생각도 안 하고.”“아직 부족하신 거예요? 보물 같은 손녀가 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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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939화

    위층 병실에는 양옆으로 각종 의료 기기가 늘어서 있었고 간간이 울리는 기계음은 마치 폭탄의 카운트다운처럼 들렸다.연정훈은 단 한 순간도 양시연의 곁을 떠나지 않았고 하룻밤 사이에 초췌해진 얼굴은 창백하게 질려 마치 피 한 방울 없는 듯했다.연정훈은 양시연의 손을 꼭 잡고 싶었지만 혹여나 의료 기기에 닿을까 조심스러워 손끝에 힘조차 줄 수 없었다.그녀의 얼굴에는 상처 하나 없었지만 입술은 창백하게 변해 생명의 온기가 느껴지지 않았다.폭발 응급처치 그리고 혼수상태까지 모든 일이 눈 깜짝할 사이에 휘몰아친 듯했다.마치 오래전 그날처럼 갑작스레 울린 전화 한 통이 생각났다. 삼촌이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으로 긴급 이송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허겁지겁 달려갔지만 그는 이미 마지막 순간을 놓쳐버린 뒤였다.그때와 똑같이 반복되는 비극이였다. 또다시 교통사고가 났고 이번에는 연정훈의 아내와 아이가 그 중심에 있었다.연정훈은 양시연을 병원으로 이송하는 동안 팽팽한 긴장 속에서도 냉정하게 일을 처리했다. 밤을 꼬박 새운 지금 그는 그녀를 바라보며 끊임없이 그 순간의 수많은 가능성을 떠올렸고 온몸을 휘감는 공포에 휩싸였다.‘시연, 시연.’연정훈은 쉰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중얼거렸다. 시간을 되짚어가며 그녀가 조금이라도 더 빨리 깨어나길 간절히 바랐다.양시연이 괜찮은 모습을 보여야만 가슴속에 박혀 있던 돌덩이를 비로소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았다.그때 똑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연정훈은 원래 아무런 대꾸도 할 생각이 없었지만, 양지원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간신히 자리에서 일어났다.방 문이 열리자 그는 입을 열었고 그의 목소리는 놀라울 정도로 쉬어 있었다.“어머님...”양지원은 급히 달려왔고, 경인에 막 도착했을 때쯤 양시연은 가까스로 위기에서 벗어나 있었다. 그녀는 오는 내내 가슴을 졸였고 급한 마음에 뛰다가 그만 넘어져 발목까지 삐고 말았다.그녀는 초췌한 연정훈을 훑어보며 조용히 말했다.“이제 곧 아침이야. 밤새 한숨도 못 잤을 텐데 뭐라도 좀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938화

    [오늘 저녁 6시경 가로수길 중부에서 차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사고 직후 한 대의 마이바흐가 갑자기 폭발했으며 폭발의 여파는 상당히 컸습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습니다.]“...”구타이 국제공항에서 선글라스를 쓴 한 여성이 뉴스를 바라보며 얼굴을 굳혔다.‘생각보다 일이 너무 빨리 터졌다. 탁승호 그 무능한 놈.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내가 그렇게 공을 들였는데.’연정훈도 양시연도 끝내 살아남았다.그녀는 이를 악물며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억눌렀다. 그러나 방송을 듣는 순간 더 이상 머뭇거릴 수 없었다. 일이 터진 이상 지금 당장 떠나야만 했다. 망설이면 다음 차례는 그녀가 될 것이었다. ‘인생은 길어. 너희들 끝까지 지켜보겠어.’병원에서.근처 병원에서 치료받았기에 개인 병원과는 달리 병실은 그렇게 호화롭지 않았다.반우희와 승주는 나란히 누울 수 있는 2인실에 배정되었다. 폭발의 충격을 받았지만 다행히 큰 부상은 없었고 단지 깊은 기절 상태에 빠져 있었다.새벽 4시에 부승원은 두 아이와 함께 병실을 지키고 있었다.밤새 뜬눈으로 지새운 그들의 얼굴엔 피로가 가득했지만 누구도 잠들지 못했다.복도 넘어 다른 병실에서도 여전히 사람들이 초조하게 머물고 있었다.부승원은 소파에 몸을 기댄 채 병상에 누워 있는 이들을 바라보았다. 심장은 여전히 빠르게 뛰었고 가라앉지 않는 긴장감이 온몸을 조였다.‘교통사고’와 ‘폭발’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스칠 때마다 그의 온몸이 떨렸다.‘몇 초만 늦었어도...’“우희 언니, 왜 아직도 안 깨나?”“곧 깨어날 거야...”“승주 형도 아직 안 깨어났어.”두 꼬마는 각각 한 명씩 침대 옆에 앉아 얼굴을 마주 보며 대화를 나누었다. 어느새 입술이 삐죽해지고 커다란 눈물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감정을 참지 못하고 결국 함께 울음을 터뜨렸다.“우희 언니...”“승주 형...”부승원은 침묵했다.“...”부승원은 이마를 눌러보며 어찌할 바를 몰라 하는 표정을 지었다.이것은 이미 세 번째 생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937화

    어두운 저녁 거센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넓은 가로수길 양옆으로 거대한 나무들이 우뚝 서 있었고 그 사이로 한 대의 마이바흐가 갑자기 차선을 바꾸더니 커다란 굉음과 함께 두 그루의 나무 사이로 돌진했다.띠 띠디. 따르릉.폭탄을 연상케 하는 소리와 함께 경고음 휴대폰 벨 소리가 뒤섞여 울려 퍼졌다. 그러나 그 모든 소음은 순식간에 터진 에어백에 묻혀버렸다.양시연은 차가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귓가에 울리는 진동과 멈추지 않는 타이어 소리가 여전히 차가 공중에 떠 있거나 어딘가에 걸려 있음을 암시하고 있었다.코끝을 찌르는 지독한 냄새 점점 뜨거워지는 공기가 그녀에게 서서히 다가오는 죽음을 예고했다.아직 몇 분도 지나지 않았고 어쩌면 1분 내로 연정훈이 도착할 수도 있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 이 차 안에 탄 사람들의 운명은 단 몇 초 안에 결정될 터였다.결국 그녀가 가장 두려워했던 일이 현실이 되었다. 몸은 움직일 수 없었고 곳곳에서 타는 듯한 통증이 밀려왔다.무언가가 몸 밖으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양수뿐만이 아니라 피도 섞여 있을 것 같았다.그제야 생명이 이렇게도 연약하다는 걸 깨달았다.양시연은 의식이 흐려지기 시작했고 마음속에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아쉬움이 밀려왔다. 부모님 연정훈 모두 마지막으로 보지 못했고 가장 지키고 싶었던 배 속의 아이마저 이제는 지킬 수 없게 되었다.“아!”그 순간 귓가에 힘찬 소년의 외침이 들려왔고 곧이어 덜컹거리는 거친 소리가 났다.그것은 발로 차 문을 거세게 걷어차는 소리였고 이어서 차 안으로 빗물이 쏟아져 들어왔다.양시연이 간신히 고개를 돌려보려는 그 순간 한 손이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양시연 누나, 내가 꺼내 줄게요. 누나도 힘을 내요.”양시연은 깊은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을 본 듯 본능적으로 소년을 향해 힘을 내기 시작했다.그러나 다음 순간 또렷한 띠 띠디 소리가 들려오자 두려움이 엄습했고 그녀는 마침내 입을 열었다.“승주...너 먼저 가...”“싫어요. 절대 안 갈 거예요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936화

    도시 안이라 차에 도달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지만 반우희는 초보 운전자로 아직 면허도 따지 못했다.“우희 씨, 차를 좀 한적한 곳으로 몰아 기름을 다 소모해 버려요.”양시연은 힘겹게 입을 열었다.배는 점점 더 아파지고 아래로 내려가는 느낌이 점점 강해졌다.앞에서 반우희는 이미 운전석에 앉아 길을 주의 깊게 보며 눈을 크게 뜨고 운전하고 있었다.반우희는 눈도 깜빡이지 않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양시연 언니, 사실 지금 차를 모는 게 아니라 그냥 장애물 피하기 게임을 하고 있어요. 길 위의 차들만 피하고 있지 그 외에는 아무것도 못 해요.”‘차를 마음대로 조정할 수 없는데 한적한 곳으로 가는 건 더 어려워.’양시연은 반우희를 이해하고 응원하는 그것밖에 못 했다.“우희 씨, 3분만 더 참아요. 3분만 더 참으면 돼요.”연정훈은 몇 분 내로 인근 교통 시스템에 사람들을 보내 상황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반우희는 3분을 버틸 수 있다고 말할 수도 보장할 수도 없었다. 3분은 그녀에게도 너무 길게 느껴졌다.갑자기 앞에서 한 대의 차가 다가왔고 반우희는 눈을 크게 뜨며 핸들을 급하게 돌렸다.이번에도 너무 급하게 돌린 탓에 양시연은 다시 안전벨트에 의해 쪼여졌다.승주는 휴대폰을 들고 연정훈에게 상황을 계속 전달하며 양시연을 보더니 갑자기 큰 소리로 외쳤다.“양시연 누나, 피를 흘리고 있어요.”“양시연!”연정훈의 목소리가 전화 너머로 들려왔고 승주는 급히 전화를 양시연의 귀에 가져다 대었지만 양시연은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더 이상 정신을 차릴 수 없었고 대신 끔찍한 소리가 들려왔다.띠 띠디.“정훈 씨, 우리 차에 아마 폭탄이 있는 것 같아요.”그 말을 듣자마자 전화 너머로 들려온 연정훈의 목소리는 마치 천둥에 맞은 듯 충격을 받았다.둘은 더 이상 말을 할 기회도 없이 반우희가 앞에서 소리쳤다.“양시연 언니, 앞에 바로 가로수길이에요. 차는 별로 없어요.”“차는 없지만 폭탄은 있어요!”승주가 절망적으로 외쳤다.“제발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935화

    빗방울이 차창을 두드리는 소리가 점점 커졌고 양시연은 뒷좌석에 몸을 기대어 창밖의 빠르게 스쳐 가는 풍경을 바라보며 목적지까지 얼마나 남았을지 생각했다.조수석에 앉은 반우희가 부승원에게 전화를 걸며 장난스럽게 말했다.“나 지금 어디 있는지 맞혀봐요.”승주는 질색하며 대꾸했다.“정말 오글거리네요.”양시연은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반우희는 장난기 어린 미소를 감추고 고개를 숙인 채 낮은 목소리로 부승원과 대화를 이어갔다.양시연은 휴대전화를 꺼내 화면을 확인하자 몇 분 전 연정훈이 보낸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 그는 가장 먼저 그녀의 안부를 물었고 함께 좋은 소식도 전해왔다.양시연은 배를 가만히 쓸어내리며 잔잔한 만족감을 느꼈다.“오늘 밤은 야근하지 말아요...”앞좌석에서 반우희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순간 양시연은 장난삼아 그녀를 놀리려 했다. 그러나 그때 차가 무언가에 부딪히는 둔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너무도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모두 안전벨트를 매고 있었지만 강한 충격에 몸이 앞으로 쏠렸다. 운전자는 급히 핸들을 틀었고 단순한 차선 변경이 아니라 차량이 갑자기 속력을 내며 질주하기 시작했다.“무슨 일이에요?!”반우희가 다급하게 소리쳤다.양시연은 충격에 숨이 턱 막혔고 안전벨트에 강하게 되감기면서 배에 묵직한 압박감이 몰려왔다.운전석에서 운전사가 다급하게 외쳤다.“차가 이상해졌어요. 갑자기 통제가 안 되면서 옆 차와 부딪쳤습니다!”“그...그러면 빨리 멈춰야죠.”승주가 겁에 질린 목소리로 소리쳤다.양시연은 이마를 찌푸리며 고통을 참았다.“맞아요. 얼른 갓길에 세우세요!”“멈출 수 없습니다. 브레이크가 고장 난 것 같습니다.”운전사의 한마디에 차 안 공기가 한순간에 얼어붙었고 양시연을 포함한 모두의 손발이 차갑게 굳었다.승주와 반우희는 창백한 얼굴로 안전벨트를 꽉 움켜쥔 채 마치 목소리를 잃은 듯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양시연은 억지로 침착함을 유지하며 휴대전화를 꺼냈다.연정훈에게 전화를 걸려는 순간 동시에 반우희에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934화

    큰 천둥소리와 함께 하늘에서 폭우가 쏟아졌고 연씨 가문의 본가에서 표세연이 전화를 받았다.“좋아. 알았어.”양시연은 2층에 서서 표세연의 기쁜 목소리를 들으며 대충 짐작했지만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표세연은 전화를 끊고 고개를 들어 올리며 기쁨이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이제 괜찮아. 연정훈의 아버지가 다 해결했어.”‘아이고.’“맞아. 오늘 양석진 씨께서 모습을 보이셨대.”표세연이 덧붙였다.양시연은 몇 번 고개를 끄덕이며 모든 문제가 깔끔하게 정리되었음을 실감했다.그녀는 연정훈을 보고 싶었지만 아직 돌아오지 않은 걸 보니 아마도 후속 처리할 일이 남아 있는 듯했다.집에서 기다릴까 했지만 마침 반우희가 세 아이를 데리고 가려 하자 그녀도 차라리 반우희를 태우고 연정훈을 데리러 가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너무 서두르지 마. 연정훈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표세연이 장난스럽게 말했지만 양시연은 신경 쓰지 않고 배를 살짝 받치며 계단을 내려갔다.“마침 답답했는데 나가서 바람 좀 쐬고 싶어요.”“알았어. 네가 답답해할 줄 알았어.”표세연은 결국 운전사를 불러 그들을 밖으로 데려가 바람을 쐬게 했다.주차장에서는 세 아이가 여러 차를 구경하고 있었고 반우희가 좋아하는 마이바흐는 승주도 탐을 내는 차였다.“아니면 우리 이 차를 타고 나갈까요?”양시연이 제안했다.“그래도 돼요?”반우희와 승주가 동시에 묻자 양시연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럼요.”“아싸.”탁승호는 없었고 표세연이 정해준 운전사는 오랫동안 일해온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안전을 위해 희주와 동준은 다른 차에 태웠다.반우희는 마이바흐의 조수석에 앉았고 승주는 양시연과 함께 뒷좌석에 올랐다.“나도 이제 출세했네요. 마이바흐를 타보다니.”양시연은 그 말을 듣고 웃음을 터뜨리며 운전사에게 차를 출발하라고 지시했다.출발!...단 15분만에 양원 그룹의 분위기는 완전히 뒤바뀌었다.누구도 그 전화의 내용을 직접 듣진 못했지만 위에 있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니 결과는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933화

    “괜찮아요. 반우희 씨는 그냥 한 번 올라가서 볼 거예요. 탁승호 씨는 차 시동 켜고 조수석에 앉아요. 우희 씨가 잠깐이나마 만족할 수 있도록 해줘요."양시연이 웃으면서 말했다.탁승호는 입술이 바싹 마르는 것 같았다.“...네.”반우희는 기분 좋게 차에 올라탔고 양시연은 차 밖에서 앉아 있었으며 실내는 시원하게 느껴졌다.탁승호는 계속해서 옆에서 지켜보았고 반우희는 여기저기 둘러보며 그의 눈빛이 다소 불친절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마음대로 만지지 않았다.그녀가 차에서 내리자 양시연은 웃으면서 물었다.“마음에 들어요?”“네. 마음에 들어요.”“사법시험 끝나면 부승원 씨에게 차 한 대 사달라고 해요.”반우희는 진지하게 한숨을 쉬었다.“시연 언니가 나한테 좋아한다고 물어보길래 차 한 대 선물해 줄 생각인 줄 알았어요.”양시연이 일어나서 반우희 코를 살짝 쥐었다.“욕심쟁이네요.”반우희는 쑥스럽다는 듯이 웃었다.그때 또 한 번 우르릉거리는 천둥소리가 들렸고 반우희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이제 곧 폭우가 올 것 같아요.”“그럴 것 같네요.”...양원 그룹 회의실에서 6시가 다 되어가지만 사람들은 아직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회의라지만 사실 중요한 사항은 이미 끝났고 남은 건 윗사람들의 연설뿐이었다.회의는 이 회장이 직접 참석했고 그의 말 속에는 일부 얌전하지 않은 사람들을 경고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15분 전 누군가가 또다시 창고에서 발생한 사고를 언급했다.“지금까지 사망자 가족은 아직 보상안을 받지 못했습니다.”이 회장은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책임이 아직 명확하지 않은데 보상안이 나올 수 있나요?”“우리는 어쨌든 태도를 보여야 하지 않겠습니까?”누군가 말했다.정 회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렇죠. 사람들의 입이 무섭죠.”정 회장은 표원정의 의견을 지지했고 그는 이미 조재민과 얽히기 시작했으며 지금은 이 회장과 연정훈과 대립 중이었다.이 회장은 그를 한 번 쳐다본 후 웃을 듯한 표정으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932화

    양시연이 어린아이처럼 투정을 부리는 모습을 보니 양혁수는 그녀가 꿀이 뚝뚝 떨어지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걸 단번에 눈치챘다. 마음 한구석이 살짝 쓰렸지만 그래도 그녀가 행복하다니 다행이었다.“이제 곧 출산인데 괜히 돌아다니지 말고 얌전히 있어. 요즘 같은 때는 한 발짝 덜 움직이는 게 안전한 법이야.”양혁수가 걱정스레 말했다.“어쩜 정훈 씨랑 하는 말이 똑같아?”“연정훈 씨랑 나를 비교하지 마. 난 그 사람이랑 상종도 안 해.”양시연은 웃음을 터뜨렸다.한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전화 너머로 어린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양시연은 잠시 생각하다가 물었다.“변여름이야?”“응. 변백호가 볼일 있어서 왔는데 변여름도 같이 따라왔어. 한강시에 한 번도 안 와봤다길래 데리고 놀러 왔지.”“잘됐네.”“혹시 처리할 일 있으면 말해. 너희가 직접 움직이기 어려운 건 내가 대신 해줄게.”전화를 끊기 전 양혁수가 덧붙였고 양시연은 그의 배려가 고마워 감사 인사를 건넨 뒤 전화를 끊었다.저녁 무렵 반우희에게서 갑자기 전화가 걸려 왔다. 세 아이를 데리고 복숭아를 따러 갔다가 양시연에게도 좀 가져다주고 싶다고 했다.마침 무료하던 참이라 양시연은 주소를 알려주며 저녁을 함께하자고 했다.아이들이 도착하자 집안 분위기가 한층 활기차졌다.표세연은 특히 동준이가 작은 몸집에 커다란 안경을 쓰고 있는 모습이 마치 만화 캐릭터 같다며 귀여워했다.양시연과 반우희는 저녁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반우희는 대게를 한입 베어 물며 무심히 말했다.“요즘 다들 너무 바쁜 것 같아요. 벌써 이틀이나 부승원 씨 얼굴을 못 봤네요.”“내가 없으니 많이 힘들겠죠.”양시연이 말하자 반우희는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답했다.“그게 아니라요. 며칠 전까지만 해도 이렇게까지 바쁘진 않았는데 요즘은 뭔가 이상해요.”양시연은 부승원이 왜 바쁜지 알고 있었지만 굳이 설명하지 않고 반우희를 달래며 더 많이 먹으라고 권했다.“오늘 부승원 씨의 생일이에요. 이따가 그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931회

    이전에는 민수희가 있었기 때문에 표세연은 민씨 가문의 기생충 같은 사람들을 참을 수 있었지만 민수희가 떠나고 나서는 이제 조금도 참을 수 없었다.게다가 요즘 마음도 편치 않아 누구에게라도 화풀이를 하고 싶은 참이었다.그때 민지연이 버릇없이 덜컹거리며 들어오는 것을 본 표세연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뺨을 한 대 때렸다.‘팍!’양시연은 위층에 있었고 아래층에서 들려오는 소동 소리를 듣고 급히 문을 열였다. 그곳에서는 어린 여자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방미선은 아마도 체면이 상했는지 표세연에게 기어이 몇 마디 반박하며 말했다.“혹시 갱년기 아니야?”“갱년기? 너야말로 갱년기야!”“나는 곧 손자를 볼 거야. 갱년기는 이미 다 지나갔다고.”민지연과 방미선은 아무 말도 못 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그 모습을 본 양시연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웃었다.표세연은 화가 나서 말이 거칠어졌다.“앞으로 너희는 이 집에 다시 발 들이지 마. 어머님도 돌아가셨고 이제 이 집엔 민씨는 없어. 정인은 이미 내 며느리와 함께 성을 바꿔서 양씨가 되었어. 만약 돈을 원하고 손자 행세를 하려면 양씨 가문에 가서 해.”“사모님.”가정부들은 놀라서 표세연에게 말을 그만하라고 했지만 표세연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덧붙였다.“내가 하나만 말해줄게. 우리 사부인 성격이 나보다 더 안 좋아. 가서 손자 행세하고 싶으면 절이라도 소리 크게 내서 해.”방미선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아 당장이라도 화병이 날 듯했고 얼굴이 붉어진 채 말 한 마디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입을 열고 욕을 하려 했지만 자신이 남의 집에서 그런 말을 할 수 없다는 걸 깨닫고 이빨을 꽉 깨물며 참았다. 그런 다음 표세연에게 정신과 약을 먹으라고 권한 후 떨리는 손으로 민지연을 끌고 나갔다.가정부 중 한 명은 원래 표세연을 말리려 했지만 방미선의 말을 듣고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저희 사모님은 건강하세요. 오히려 당신이나 민지연 씨가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겠어요!”표세연은 한바탕 화풀이를 끝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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